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중독된 사랑

댓글: 14 / 조회: 831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01-16, 2017 23:21에 작성됨.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녀를 만난 그 공항에서, 그 거리에서, 그 시간에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아이돌에 흥미를 보였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몇 초간이라도 더 생각했어야 했다.

 

내 머릿속에는 그 몇 마디만이 공중에서 기화해 떠다니는 유독한 페닐에틸아민처럼 계속 울려퍼진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분명히 나는 어제는 그녀에게서 치히로 씨가 파는 드링크보다 성능이 월등한 시제품을 받아서 마셨을 터였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조금 움직이려고 노력해보며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뜬다.

내 눈 앞에는, 내가 깨어나기를 몇 시간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상냥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한 고양이상의 소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라~? 깨어났네? 이 녀석도 조금 내 예상 약효보다 강도가 약할지도~"

 

나의 깨어난 얼굴을 보고 그녀가 말한 첫 마디는 그녀가 며칠 동안이나 아이돌 일도 때려치면서까지 만든 합성물에 관한 것.

나는 화학은 잘 모르지만, 그녀는 이 효과가 나타나면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거린다.

이내 노트에 기록을 마친 그녀가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내가 본능적인 공포에 몸을 떨자 그녀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의 얼굴을 치켜들고는 입을 연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내 실험 상대가 되어주는 조건으로 내가 아이돌을 한 거잖아?"

 

"하, 하지만 이 정도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았잖아...."

 

내가 온 힘을 쥐어짜 그녀의 말에 반박하자 그녀는 내 말이 우습게 들린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빠른 손놀림으로 흰색 가운에서 알 수 없는 액체가 든 주사기를 꺼내 내 팔뚝에 꽂아넣는다.

점점 힘이 빠진다.  저것은 위험한 약물이다, 내 몸은 그렇게 비명을 지르며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친다.

내 반응에 그녀가 멋진 미소를 지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거칠게 말한다.

 

"그래도 무서운가 보네♬ 이건 공포를 마비시키지 않으면♪"

 

그녀의 말에 나는 이 곳에서 한 시라도 바삐 도망쳐야한다고 느끼고는 온 힘을 다해 온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먹은 약에 무언가 이상한 성분이 섞여들어갔는지, 나는 원래 내던 힘의 1/10도 내지 못하고 이내 옆으로 누운 자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내 모습을 보던 그녀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히힛하고 웃고는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연구에 열중한다.

이건 틀림없이 죽게 될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정말로 미친듯이 몸을 움직여 마찰열로 나를 의자에 묶어놓은 밧줄을 끊으려 시도해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좋아 밧줄이 거의 풀리려고 하는 찰나, 그녀가 너무나도 시기적절하게도 진홍빛 내용물이 든 주사기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온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내 머릿속에는 그 한 마디만이 절망적으로 울려퍼진다.

그녀는 내가 절망적인 표정을 짓던지 말던지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의 팔뚝에 주사를 놓는다.

나의 정맥을 날카롭게 타고 흐르는 약물의 흐름에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는 나의 표정을 보고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듯이 기분좋게 웃고는 입을 연다.

 

"왜 그러는거야? 나도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싫엉☆"

 

"그럼 제발 이쯤하고 그만둬줘...."

 

내가 지금 현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감성을 자극해본다.

내 말에 그녀가 조금은 죄책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건 기회다.

 

"그러네, 조금 심했을지도."

 

"그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있어. 그치만, 프로듀서는 놔두면 또 다른 여자랑 같이 있을거잖아♪"

 

"아니, 그건..."

 

"네네, 더 이상의 반론은 듣지 않습니다! 그보다도, 슬슬 약효가 몸에서 돌지 않아?"

 

그녀가 말을 한 순간, 나의 머리가 찢어질 정도로 아파오더니 이내 고통이 5초 간격으로 나타난다.

멈춘다, 느낀다, 멈춘다, 느낀다, 멈춘다, 느낀다, 멈춘다, 느낀다.

계속된 고통이 아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에 안 그래도 허약해진 내가 구역질을 하며 피를 토하자 그녀가 예상대로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후후, 대성공♪ 이제 프로듀서는 나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겠네♪"

 

"그건, 무슨..."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그녀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어느새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작은 유리 플라스크를 보여준다.

내가 피를 토하면서도 눈을 들어 플라스크를 쳐다보자 그녀가 냣하하-♬하고 웃고는 입을 연다.

 

"이게 해독제야♪ 이거 가지고 싶다면 한 가지만 약속하면 돼♪"

 

"무, 무슨..."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 않겠다는 약속♪"

 

지금까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던 그녀가 마지막 말을 말하고는 하이라이트가 꺼진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무섭고도 날카로운 눈빛에 내가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말해, 말하면 줄께♪"

 

"나, 나는...."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입 밖으로 소리를 내려 노력해본다.

하지만 이내, 쿵하고 무언가가 가라앉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내 머리가 천천히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죽을 힘을 다해 시키를 쳐다보자 플라스크를 들고 있던 시키가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슨 말을 해보려고 했지만, 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천천히 잠겨가는 목의 상태를 느끼며 천천히 죽어간다.

거의 숨이 끊어질 때쯤,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잔상같이 메아리친다.

 

"거봐, 날 바로 선택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잖아♪"

 

 

후기

오 맙소사 멀더, 내가 뭘 쓴거죠(....)

이것은 다 어느 분의 책임입니다. 전 그저 아이디어를 받아 이 저주받은 작품을 남겼을 뿐.

그 분(굳이 주인공의 이름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관련 창작글입니다. 비밀의 투왈렛은 명곡입니다.

시키님 충성충성충성.

 

후기 2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