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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시무식 2편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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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4, 2017 02:41에 작성됨.

이전편

 

힐끗, 흰자도 보이지않는 히이라기의 실눈 속에서 보라색 안광이 소리도 없이 뒤를 돌아본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은 눈치도 채지못하고 다만 오싹한 시선을 느끼며 움찔했지만 정작 시선의 당사자인 남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오는 길에 전무님이 말을 거셔서...”

 

“다음부터 제가 부르면 무시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후루키.”

 

“예”

 

후루키는 회사 서열을 정면을 뒤집어버리는 발언에도 오히려 공손히 대답했다. 히이라기를 한쪽 방으로 안내하고서 팔에 끼워두었던 보고서를 건냈다. 히이라기는 그걸 받고서 펼칠 생각은 하지않고 다만 몇 번 쓰다듬으면 외관만을 감상했다. 다만 후루키의 눈에는 휠체어에 앉아 고개까지 숙인 히이라기의 얼굴이 보이지않았다.

 

“후루키, 고객의 특징이 뭔 줄 아나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결과만 본다는 거에요.”

 

보고서의 매끈한 겉면을 몇 번 쓰다듬던 히이라기의 고개가 서서히 올라왔다. 분명 조명 아래에서 숙인 고개라면 어두워야 하는 것인데도 기이하게 빛이 보였다.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보라색 빛이 동굴 속에 숨어있는 괴물의 안광처럼 넘실거렸다.

 

“내 앞의 음식이 맛있어한다. 따뜻해야한다. 그것만 머리 속에 두고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관심도 없죠. 그러니까 후루키”

 

히이라기의 고개가 들리고 후루키와 마주치려는 찰나, 그 사이로 검은 벽이 들어왔다. 히이라기가 손에 들렸던 보고서를 후루키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던 것이다.

 

“결과가 없는 이상 ‘과정’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평가의 대상이 아니지요.”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히이라기의 손에 힘줄이 돋아났다. 단 한 번도 성해본적도 없는 피부가 끝끝내 오만가지 균열과 흉터들을 사방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히이라기의 표정은 보이지않았으나 후루키의 눈에는 주인의 분노가 너무도 명확해보였다. 보고서와 손이 파르르-떨리고 당장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이 팽팽한 침묵 끝에 나온 건,

 

“하지만,”

 

한숨과 비슷한 말이었다. 후루키의 눈앞에서 보고서가 천천히 멀어지고 히이라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보다 더 진중한 얼굴이었으나 부드럽게 휘어진 실눈은 여전했고 공포를 주는 위압감보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언젠가 결과가 나오면 그 ‘과정’도 평가해야지요.”

 

히이라기는 살짝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말끔한 보고서를 다시 후루키에게 건냈다.

 

“오빠!”

 

문을 닫고 나오는 히이라기를 미치루가 안기듯 맞아주었다. 후루키는 히이라기가 가장 궁금해할 사안을 빠르게 전달했다.

 

“미치루 양의 오늘 스케쥴은 특별히 없습니다.”

 

그러나 후루키는 순간, 이 말을 하고서 아차 했다. 신년부터 레슨조차 없다는 말은 미치루가 곧 비인기라는 걸 제 입으로 실토하는 짓이었으니까. 후루키가 무겁게 이글거리는 보라색 눈을 상상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히이라기는 외려 반갑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이 오빠랑 연초 외식 정도는 할 수 있겠네요.”

 

‘하아...’

 

“아, 후루키”

 

“예?”

 

“제가 이번 연초 격려금을 드렸던가요?”

 

“아니요.”

 

“그럼 지금 드릴게요.”

 

히이라기가 앉아있는 휠체어의 팔걸이에서 막대 두개가 대각선으로 뻗어나오더니 그 사이로 컴퓨터 화면이 띄워졌다. 그리고는 히이라기의 손가락을 따라 화면 속에서 숫자가 하나 점점 올라가며 송금되기시작했다.

 

[200000000]

 

‘?!?!’

 

그 장소에서 지켜보던 다른 프로듀서들과 일부 성인 아이돌이 눈치를 보며 말없이 경악했지만, 당사자인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짧은 일처리를 끝냈다. 가벼운 일을 끝낸 것처럼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안아 올려 휠체어 위에 두고 나갈 채비를 하고있었다.

 

“뭐 먹고싶은 거라도 있나요?”

 

“아.....붕어빵!”

 

“그럴까요.”

 

히이라기는 후루키의 배웅을 뒤로하고 한겨울의 거리로 나아갔다. 다만 오른손은 어린 동생의 손을 꼬옥-잡고있었고, 미치루도 거기에 호응하듯 휠체어 옆에서 맞추어걸으며 몇 번이나 오빠를 보며 미소지었다. 대로...가 아니라 골목가로 들어가 하늘색이 인상적인 카페의 문을 열었다. 중후한 목소리의 라디오가 울려퍼지고 훈훈한 공기가 편안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명랑한 목소리가 둘을 반기고서

 

“으겍....선배..”

 

곧장 취소했다.

 

“붕어빵 15개, 스팀밀크 2잔”

 

그러나 히이라기는 개의치 않고 익숙하게 자리를 잡으며 주문을 했다.

 

“선배는 왜 제일 싼 것만 시켜요? 돈도 많으면서.”

 

“붕어빵 값을 올리면 되잖아요?”

 

카페주인에게 여유롭게 되받아치는 손님의 말이 영 좋게 들리지는 않아 그는 입술을 내밀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고있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힘을 얻고 주문을 처리했다.

 

한쪽에 곱게 놓인 네모난 틀에 윤기가 도는 흰색 반죽을 넣고 은은하게 붉은빛을 머금은 팥소를 소복히 놓은 다음 틀을 닫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추운 겨울에 맞서기라도 하듯 열을 머금었던 틀이 더운 김을 내뿜으며 열렸다. 물 속에서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물고기처럼 김 속에서 붕어빵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닥불 속에 들어가기 직전, 잘 마른 한겨울의 장작. 힘있게 결이 나있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겨운 따뜻한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곱게 늘어진 비단처럼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히이라기와 미치루의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 미치루가 기대감 넘치는 표정을 하고있다가 두툼하게 살이 오른 붕어빵을 천천히 잡아 올린다. 그러나 뜨거운 것이 또 무섭기는 한지 조심조심 입에 넣는다.

 

붕어빵과 입을 조심스럽게 맞추어 살짝 물어뜯자, 안으로는 찹쌀떡과 같은 희끄무레한 속 너머도 살며시 검붉은 팥소가 보인다. 바사삭-바사삭- 천천히 씹어보자, 겉이 경쾌하고 가볍게 바삭바삭- 씹힌다. 뒤이어 그 안으로는 방금 나온 찹쌀 같은 쫄깃한 식감이 즐겁게 위 아래로 움직이며 춤을 추고있다. 아직 팥까지 입에 넣은 것 같은 아니지만, 겉은 바삭하게 속은 찰지게 달아오른 붕어빵은 팥이 없어도 훌륭하다. 씹으면 씹을 수록 깊어지는 밀가루의 단 맛이 느껴진다. 몸통을 바작- 크게 물어본다. 속의 찰진 느낌과 바삭한 겉표면이 그대로 잘도 느껴지면서 팥소의 은은한 달달함이 느껴진다. 쫀득한 식감을 즐기며 입을 오물거리면 팥소 온 입안을 미끄럼을 타고 목 뒤까지 퍼진다. 끝까지 쫀득한 찹쌀 반죽 속으로 팥소가 시나브로 섞여간다. 헛으로 만든 팥소에서 느껴지는 알싸함도 느껴지지않는다. 팥의 씁쓸함은 단맛이 자칫 너무 질리지않는 소소한 도우미로서 잔잔히 있을 뿐이다. 팥으로 만들었다는게 믿기지않을만큼 깔끔하다. 알은 커녕 껍질하나도 입에 남지 않는다. 어느 것하나 사리지않고 오히려 한데 모여 더 아름다워지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붕어빵의 맛이 즐거워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음미하고만다.

 

"후고후고 우웅....."

 

꼬리를 입에 넣고 다물자 끝부분에서 와자작-하는 소리. 달달한 팥소와 쫀득한 식감이 경쾌한 현악기들의 소리였다면 마지막 꼬리에서 느껴지는 소리이면서 식감인 그것은 마치 거대한 관악기들이 일시에 가세해 웅장하게 소리치는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막스같은 기분이다.

 

"우움....."

 

붕어빵 하나를 빠르게 먹은 미치루가 더이상 손을 대지않고 입술에 검지를 톡톡 부딪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치루? 무슨 문제있나요?"

 

히이라기의 물음에도 눈동자만 흘끔흘끔 돌려 눈치만 보던 미치루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먹고싶은데, 오빠랑 같이 안 먹으면 다 먹을 것 같고오...오빠는 늦게 먹으니까아... 또 붕어빵이 식어서 어, 그러니까 오빠한테 어떻게 권해야할까..."

 

"고마워요. 미치루."

 

그제서야 히이라기는 입을 벌리며 깨달은 표정으로 붕어빵을 집었다, 미치루도 안도하고서 붕어빵을 들었다. 서로 마주보며 붕어빵을 입에 물었다.

 

"미치루 덕분에 더 맛있게 먹네요."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묵직한 부드러움으로 들어와서 고소함을 시작을 알리고는 따스한 달콤함을 남기고 사라지는 우유를 천천히 즐기며 붕어빵을 천천히 즐긴다. 다만, 그 미소를 아마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
.
.

“.......”

후루키는 방금전 받은 연초 격려금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했다.

 

‘연말 포상금은 200엔, 연초격려금은 2억엔....포상금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라면, 격려금은 ‘기대’ 올해에는 2억엔어치의 일을 해내라는 압박 그리고....초신성..”

 

후루키의 머릿속에는 이미 제 주인과 나누었던 화담이 떠올랐다.

 

‘모두의 앞에서 너한테 격려금을 줄거야.’

 

‘모두의 앞에서요? 그런 돈을 갑자기 도련님이 주시면, 문제가...제 계약내용은 기밀이잖습니까’

 

‘그래, 분명 걸고넘어지겠지. 미치루가 가지고있는 시장을 먹어치우려고.’

 

‘미치루가 가진 시장은 작은데도 먹어치우려고할까요?’

 

‘물론 직접 먹진 않을거야. 다만, 그걸 약점삼아서 미치루와 너희들을 밑으로 삼으려는 것들이 나오겠지.’

 

‘그럼...’

 

‘회의에서 공개해야지 계약내용과 내가 전해준 모든 것들...그렇게되면 생각이 바뀔거야. 특출나지도 않은 아이돌의 프로듀서가 미시로에 고용된 게 아니라 ‘대여’되는 형태로 계약을 했다니...자기들을 옳아매던 쇠사슬이 알고보니 밧줄이라고 생각하겠지. 스폰서를 찾아 날뛰거야. 자기도, 자기가 가진 아이돌이라면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겠지.’

 

‘미시로가 가만히 있을까요?’

 

‘물론 막겠지. 그럼 너도 계약을 바꿔야하겠지만 이미 상황이 다르거든. 미치루와 팀원, 그리고 잠깐 스쳐지나갔던 스태프들이 받은 걸 명백히 보았으니까. 월급, 보너스는 기본이고 안락한 근무환경 그리고 얻게된 엄청난 인맥들....그럼 생각하겠지. ‘미치루’와 일하면 자기도 얻어먹는게 있을거라고..동시에 팀을 개편한다. 프로듀서는 미시로와 내가 협의해서 바꾸고, 미시로에 고용된 형태로 계약될 거야. 그리고 너는, 팀장으로 들어가. 어차피 그땐 내가 개입할 부분은 없어질 거다. 물론 내 인맥을 조금 써야겠지만...’

 

‘남은 건 미치루 아가씨의 몫이네요.’

 

‘뭐, 그렇지. 남이 옆에서 아무리해봐야 결국엔 판 깔아주기 밖에 안 돼. 그래도 그 부분은 괜찮아. 미치루는 혜성이거든. 초신성을 가져올, 아주 오래되고 휼륭한 혜성...’

 

천천히 후루키는 의자의 몸을 기대고 생각을 마무리해갔다.

 

‘초신성....누군지는 몰라도 안 됬군...’

 

슬슬 생각을 마무리한 후루키의 눈 앞에는 쇼핑몰 사이트창이 띄워져있었다.

 

===

 

붕어빵 드셔와요~겨울에는 붕어빵이지요! 제가 사먹은 곳은 정말 좋은 곳.....크흑, 심지어 가까워! 주인이 젊은 누나야! 흠흠..친절합니다.

 

근데 이거 다음이야기 안 정했음 캬캬캬ㅑ캬캬ㅑ 아 놔.....

 

마지막은 떡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미치루의 프로듀서 후루키에 대해 설명하자면

 

오오하라 히이라기가 고용한 미치루 전속 고용인입니다. 프로듀서가 되고서도 히이라기가 모든 제작진의 월급을 지불하며 미시로 프로덕션이 아이돌 관련일로서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게 히이라기가 허락하는 조건으로 계약된 거죠. 즉 히이라기 입장에서는 ‘후루키는 내 꺼고 내가 관리하지만 아이돌 일은 니들(미시로)이 더 잘 아니까 거기에 한해서 후루키를 쓸 수 있게 빌려줄게’ 정도...

 

연말포상금 200엔의 의미는 ‘네가 한 일은 딱 200엔 정도의 가치다’라는 조롱과 타박의 의미고
연초격력금 2억엔의 의미는 ‘네가 올해 이 정도는 해내라’라는 압박과 기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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