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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왕의 괴물. 그리고 사냥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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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4, 2017 02:41에 작성됨.

나의 사랑스러운 존재야.

나의 친구.

나의 강아지.

나의 사랑.

네 날름거리는 혀는 수천의 도시를 잿더미로 만드는 혀..

네 수많은 손은 휘두를때마다 수만의 군대를 박살내버리는 손.

네 빛나는 눈은 모든것을 꿰뚫어 보는 눈.

아아. 나의 사랑스러운 존재야.

다시 나의 손을 핥아주렴.

나의 몸을 간질여주렴.

그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응시해주렴.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너를 위하여 입을 맞추리니.

 

.

.

.

 

 

한스럽구나.

어째서 나의 주인이 위기에 처했을때, 나는 그 옆에 있지 못했는가.

그 증오스러운 '별의 사도'

사도의 검이 나의 심장을 꿰뚫었던 것이 아직도 느껴진다.

차갑고도 어두웠던 그 검에, 나는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하였다.

나의 몸을 이루고 있던 살점들이 핏덩어리로 녹아 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죽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나의 정수는, 나의 심장과 같이 거대한 것에 담아두지 않았다.

 

주인을 처음 만난 순간. 주인은 나를 한손에 나를 가볍게 쥔채로 나를 사랑스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나의 아이야."

 

주인은 빙긋 웃으면서, 나를 거대한 피와 살점의 호수의 가운데에 빠뜨렸다.

 

붉어지는 시야속에, 나는 문득 배고픔을 느꼈다. 그렇기에, 나의 몸에 감싸진 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피를.

살점을.

힘줄을.

내장을.

웅덩이에 담겨있던 모든것을.

 

나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그분의 하수인이자. 최고의 종으로서.

놈들은 나를 죽였을것이라 예상하였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몸 속 어딘가에, 강한 정수를 담아둔 핵. 그것이 나의 전부이자, 또 모든것이었다.

그것을 감싼 것들은 오로지 고깃덩어리일뿐. 정수가 있는한, 나의 몸은 언제든지 복구되며, 또 돌아올수 있다.

다만, 별의 힘을 받은 그것. 그것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하였기에, 나는 일종의 '기절'을 경험하였고, 다른 존재들에는 그것이 나의 죽음으로 보였을 뿐이었다. 하찮은 것들은 심장을 날리면 바로 죽어버리니까. 그들의 미약한 지식에 처음으로 감사하였다.

 

아. 주인이 느껴진다.

주인은 하찮은 인간의 몸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내가 주인의 도움이 되지 않으면.

다시 주인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주인의 손길을 느끼고 싶었기에.

앞으로 조금. 조금만 있으면.

주인의 곁으로 갈수 있다...

 

 

.

 

어느 거대한 지하실의 공동. 고대의 제사의식을 지낸 곳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돌로 된 벽돌은 이미 낡아 여러군데 부서져 있었고, 몇개의 촛불을 제외하면 빛이 나오는 공간 자체가 전무한 곳이다.

...그리고, 그 희미한 촛불의 빛 너머.

 

질...질...

 

눈을 감았지만 죽지는 않은 듯한 어느 남성이, 망토를 뒤집어쓴 남성의 우악스러운 손에 다리가 붙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

 

이윽고, 남성은 서서히 눈을 뜨자, 몸이 끌려가는 고통이 단번에 엄습함과 동시에, 형언할수 없는 끔찍한 공포가 그를 사로잡아버렸다..

 

"무...무으......"

 

'칫. 일어난건가.'

 

로브를 뒤집어쓴 남성은 귀찮다는듯,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끌고가는것을 멈추지는 않는다. 마취약의 효과를 계산해본다면 정신은 차려도 몸은 아직 마비가 되어있을 시점이니까. 아직 입조차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성이 향한곳은, 지하실의 중앙에 있는 어느 구덩이.

 

그 앞에 서자마자, 남성은 끌고온 남자를 구덩이로 집어넣어 버린다.

 

"무으으읏!"

 

저항조차 못한채,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버린 남성은 이윽고 자신이 온 몸이 뜨겁고도 물컹거리는 무언가에 부딫혀지는 느낌을 받는다.

 

"!?"

 

아직도 저릿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한채, 마치 질퍽거리는 웅덩이에 던져진 듯한 느낌을 받은 그는 몸부림 치면서 숨을 쉰다.

 

'여긴... 어디...!'

 

누워진 자신의 몸을 절반정도 뒤집을 정도의 깊이인 웅덩이는, 무어라 형용할수 없을정도로 불쾌하게 끈적거리고 따뜻하였다.

 

"읍...! 으읍!"

 

남자가 몸부림을 치려는 찰나...

 

꿈틀. 하고 웅덩이는 움직였다.

 

츄르르르르릇! 뜨거운 액체가 마치 의사를 갖춘듯, 남자를 뒤덮어버리고, 감싸안아 버린다.

 

"으으으으읍!?"

남자는 뜨거운 액체속에서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몸부림 친다. 그러나 마치 거대한 젤리로 된 감옥마냥, 액체는 결코 남자를 놓아주는 법이 없었다.

 

"으급! 읍! 으으으읍!"

 

남자가 숨이 막혀가면서 혼미해진 정신으로 마지막으로 볼수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수많은 눈을 지닌 거대한 '핏덩어리'가 혀를 내밀면서 자신을 포식하려는 장면을.

 

.

.

.

 

의뢰를 받자마자, 루미는 재빠르게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알려진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에미르에게 받아 훑어본다.

 

"흠... 예상했던 대로군. 피해자들사이에 공통점은 없어."

 

서류상에서 볼때,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노인. 어린이. 젊은 사람. 귀족. 노예. 창녀. 상인. 모두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실종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각 계층에서도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사람들의 흔적이 적은 '슬럼가'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는것.

 

"...이 사건을 틈타, 일부의 사람들이 모방범죄를 저지르지 않습니까?"

에미르가 쓴 웃음을 지으며, 옆에 놓여있던 시샤(물담배)를 들고, 천천히 흡입하면서 말했다.


"후우... 정확합니다. 루미. 벌써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흉내내어 납치한뒤, 살인하는 방법을 쓰고 있었지요. 정적을 살해하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뭐. 그런 자들은 전부 극형에 쳐했습니다만. 그 서류는 그러한 의혹이 없는 자들만을 추린것입니다."

 

에미르가 연기를 내뿜자, 루미의 민감한 후각이 연기 너머에서 달콤한 사과향을 맡는다. 에미르가 피우는 것이니만큼 도심에서 느껴지는 시샤의 향과는 품질이 다른 부드러운 향기이다. 루미는 쉽게 중독되기 어려운 몸이기는 했지만 달콤한 시샤의 향이 뇌를 자극하는 느낌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종된 곳에서부터 조사를 실시하겠습니다."

"그러시죠. 필요한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하시길."

 

루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류를 놓고 방문을 열자, 자신을 안내했던 시녀가 문 근처에서 서있었다.

 

"?"

 

'도대체 뭐지?' 라는 표정도 잠시, 시녀는 손을 가슴에 대고 우아하게 미소지으면서 루미에게 말한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아. 부탁한다."

 

시녀가 뒤를 돌아 앞장서서 걷자, 루미는 천천히 그녀를 따라 걷는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시녀를 따라 걸으면서, 루미가 곰곰히 자신의 기억을 뒤져보다가, 문득 비슷한 인물을 보았던것을 기억한다. 기억력이 좋은 루미지만, 그 얼굴을 도통 기억하는것이 힘들 정도였다.

 

"...아."

 

문득 시녀의 머리카락을 감싸던 히잡이 살짝 풀려버렸다.

 

"이런... 죄송합니다. 아직 히잡을 쓰는것이 익숙치 않아..."

 

"아아. 상관없다."

 

'익숙치 않다라. 역시 외국인이었나.'

 

히잡은 이러한 사막지대의 여성이 주로 착용하는 의상이었다. 주 목적은 햇빛을 막는 것이지만 일종의 관습화가 되어있는 문화였다. 애초에 사막지대의 햇빛은 너무나도 강렬하기에 남자건 여자건 전부 모자를 쓰지만.(남자의 경우에는 터번같은 것이지만.) 

 

그녀가 히잡을 손질하면서 다시 묶는 도중, 스르륵 하고 시녀의 머리카락이 머리로 흘러내린다.

 

'은발...?'

 

은발은 대륙에서도 흔한 색은 아니다. 따뜻한 빛을 보기 힘든 북부같은 곳이 아니면 보기 힘든 머리카락 색인 것이다. 대륙의 머리카락 색은, 워낙 다양하여 자국민이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그냥 '외국인이다.'라고 생각할테지만,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루미는 그러한 은발이 매우 희소성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

 

하지만,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기억할수 없었기에, 이내 루미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불확실한 정보이다. 에미르가 외국인 시녀를 두는것이 이상하지도 않다. 은발의 시녀일수도 있을터. 과민한 반응이겠지.'

 

문 앞으로 다가오자, 젊은 시동으로 보이는 소년이 자루 주머니를 들고 서있었다.

 

"의뢰금입니다. 에미르께서 의뢰를 완수하실경우 나머지를 지급하신다 하셨습니다."

 

에미르는 이 의뢰에 상당히 큰 금액을 걸었다. 그만큼 이 의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아아."

 

루미는 자루를 챙겨 자신의 마법 가방에 넣었다.

 

"..."

 

나가려던 도중, 루미는 문득 뒤를 돌았다.

 

"...?"

 

시동과 시녀. 두명이 '잊으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라고 동시에 말한다.

 

"...아니다."

 

루미가 시녀를 흘긋 보며, 이내 마저 빠져나왔다.

 

...여담이다만, 만일 그 수배자의 얼굴이 확실히 잘 알려져 있었고, 그녀의 분위기가 역변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바로 루미의 검에 두동강이 났을 것이다.

 

.

.

.

.

 

'흐음...'

 

괴물사냥꾼은 희생자들이 실종되었다고 알려져있는 구간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이 도시는 거대하여, 인구수도 많아, 정보를 모으는것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였다.

가령, 의심현장을 탐문할때엔...

 

'흔적이 너무 많아...'

 

설령 한적해 보이는 곳이라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건,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았건 단서가 될만한 흔적들은 찾을수 없었다. 발자국에 덧씌워지고,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장점 역시 있기 마련이다.

 

뚜벅. 뚜벅. 뚜벅.

 

나뭇판자가 투박한 군홧소리에 짓밟히는 소리가 난다. 보통 이러한 무거운 신발을 신는것은 군인이나 용병정도의 사람들 뿐. 뭐... 이 장소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드문 이야기도 아니지만.

 

'하아... 코가 썩을것 같군.'

 

루미의 민감한 코가 퀴퀴한 정액의 냄새와 그것을 감추려는 듯한 싸구려 향수 냄새를 맡고. 그것을 그대로 뇌에 고통으로 신호를 보내는듯 하였다. 물론 코는 대개 민감한대신 쉽게 익숙해지므로, 이것 역시 익숙해지면 나름 괜찮아지지만, 익숙해질때까지가 문제다.

지금 루미가 있는곳은 창관. 레이코가 운영하는 고급창관이 아닌 어딘가 슬럼가에 처박혀있을법한 싸구려 창관이다. 위생. 건강. 그 무엇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싼 가격으로 여자를 안을수 있다. 하층민. 용병. 하급병사들까지 누구나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루미가 지금 들어온 창관은 사건 현장의 근처중 하나인 창관이었다. 현장탐문이 불가능하면 주변을 탐문한다. 무언가를 찾을때엔 기본중의 기본인 사항이다.

 

"...어서오슈..."

 

카운터에 앉아있는, 아마 포주로 보이는 남성이 지루한 표정으로 루미를 흘긋 바라본다.

 

"하룻밤 3000쥬얼... 응? 뭐요. 당신 남자요? 여자요?"

 

루미의 얼굴은 중성적인데다가,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몸은 괴물사냥꾼의 갑옷으로 전부 가려져있다. 등에 차고있는 검도 평범한 여자가 쓰기에는 어려운 것이니까. 이러한 착각이 한두번이 아닌듯, 루미는 무심하게 그에게 묻는다.

 

"납치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고싶다."

 

"아. 그거. 우린 몰라. 기억도 안나고. 병사들에게도 그렇게 말했지... 근데 당신은 누구요?"

"...내 아는 사람을 그놈에게 납치당했다."

"하. 그러쇼? 뭐 알바아니지만."

여기서 괜히 에미르를 언급하면 그의 경계를 살것이 뻔했다. 대신, 루미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 그에게 던진다.

 

"기억이 나는데 도움이 되겠나?"

"...?"

포주가 주머니의 끈을 풀러 안의 내용물을 슬쩍 보자, 이내 미소를 짓고는 그것을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아. 뭘 아시는 나리구만. 좋아좋아. 기억이 난다구. 그... 납치당했던 사람들 중 하나가 말야. 내 가게에서 자고 갔거든."

 

"그것을 병사에게 말하지는 않았나?"

"말이라고."

포주가 가치없다는 듯 코웃음 쳤다. 기본적으로 슬럼가는 공적인 것과 천적이다. 그가 병사에게 말을 함으로서 무엇을 얻겠는가? 충실한 국민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보이는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 손님이 뭐 오늘이 월급날이다 뭐다 해서 제일 비싼 아이와 붙여달라고 했지... 아아. 알았소. 요점만 얘기하지. 한... 3시쯤이었을거야. 내가 그 손님을 문 밖으로 배웅했거든? 아무튼 배웅해주고 들어가려는데, 그 녀석 뒤로 뭔가 로브를 쓴 놈이 뒤따라가는거야. 난 그놈이 소매치기나 뭐 그런 놈이라고 생각했지..."

 

"로브..."

 

"암청색 로브였어. 남자 키로서 평균쯤...? 아무튼 수상하다고 생각했지."

"사람의 인적은?"

 

"없었어. 꼭두새벽에, 호객을 할 이유도 없고, 기껏해야 불량배정도인데, 그놈은 불량배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단 말이지."

"다른 느낌이라고?"

"...그 로브. 좀 좋아보인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랬지."

 

"좋아보인다...라."

"뭐 아무튼 내가 알고있는건 여기까지야. 나리. 많이도 넣어주셨네. 우리집엔 남자는 없지만 한번 즐기고 가겠수? 이건 공짜로 해줄게."

 

"...사양하지."

 

루미는 차갑게 자른후, 뒤돌아 가게를 나섰다. 애초에 그녀에게 여자를 안는 취미따위는 없을뿐더러,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따위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암청색 로브... 인가. 재질이 좋은 로브...'

 

루미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빠른 걸음으로 슬럼가를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입니다. 죄송합니다... 미녀탐정 와쿠와쿠편입니다.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려는 존재와, 그것을 막(게되)는 루미씨의 이야기입니다.

 

본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루미씨는 성욕이 그다지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괴물사냥꾼이 체력이 엄청난 직업이니만큼 절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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