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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죽은 유우와 프로듀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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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7 20:03에 작성됨.

 

바깥에서는 비가 싸아악ㅡ
하고 내리고 있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겨울 폭우였다.
히터를 틀었지만, 아즈사는 여전히 한기를 느꼈다.
바깥은 어두워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아즈사는 운전 중이고, 혼자다.
아즈사 옆에는 치하야가 있다.

 

치하야 「프로듀서 없이, 스케줄 소화하는 일은 힘드네요. 아즈사씨.」

 

아즈사「...」

 

치하야 「아참, 오늘 녹화는 어땠나요?
겨울날 숲 속에서 연기하느라 고생하셨겠어요.
피곤하실텐데 저 때문에 더 피곤하시겠어요.
아즈사씨한테 실례했네요.」

 

아즈사 「아냐, 괜찮아..」

 

치하야는 창 밖을 바라본다.
시선 끝에는 새까만 어둠과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 뿐이다.
도로 펜스와 헤드 라이트에 비치는 나무들만이 주마등마냥 끝없이 스쳐 지나간다.


치하야「후훗. 그러고보니, 아즈사씨가 여름에 문득 그런 말 한거 아시나요?
겨울에 비 오는 날 밤에,
숲에서 혼자 차를 타면 귀신이 말을 건다고..
귀신이 하는 말에 무심코 답하면 귀신이 계속 말을 거는데, 거기에 세 단어 이상 답하면 같이 끌려가니까 하면 안 된다고 겁주셨죠.
아즈사씨 답지않게 참 쓸데없는 말이죠?」

 

아즈사 「아라아라..」

 

치하야 「...」

 

치하야 「그나저나 오래간만이네요. 이렇게 둘만 있는거.」

 

치하야 「예전엔, 그래도 같이 합숙도 했었는데..」

 

아즈사는 문득 그 때를 떠올린다.
힘들지만 즐거웠던, 그 때.

 

치하야 「그거 아세요? 아즈사씨는 이제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신 거 말이에요.
다들 너무 착하고, 항상 고맙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제가 지닌 고통을 털어놓을 수 없으니까요.」

 

아즈사 「...치하야, 힘내렴.」

 

치하야 「...」

치하야 「그래서, 저..사실 고백하고 싶은게 있어요.」부들부들

 

지금껏 동요 없던 치하야의 어깨가 조금씩 떨려온다.
치하야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즈사 「..괜찮아..」

 

치하야 「저 아직도..유우랑 프로듀서를 잊지 못하겠어요.」울먹

치하야 「유우에 이어..프로듀서도 그렇게 가버리시다니..」뚝뚝

치하야 「저, 정말 저주라도 걸린 건 아닌가 하고..제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떠나가요..」

 

치하야가 차가운 눈물을 흘린다.
아즈사는 히터 온도를 조금 더 올려본다.

 

아즈사「...」

 

치하야 「그 날 이후부터, 잊을려고 일에만 집중했어요.
다들 그랬겠지만, 전 너무 아팠으니까. 마음이.
그러다보니 몸도 안좋아지고, 우울증에 조울증, 변비까지도 찾아왔죠.
그래서..아즈사씨도 알지만, 저..그래서는 안되지만 독한 담배도 해보고, 술에 먹으면 안되는 약에 하지 말아야 될 선택까지도..」

 

문득, 치하야는 손목을 어루만졌다.
손목에는 깊은,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많이 아물었지만, 흉터는 여전히 깊게 새겨져 있었다.

 

치하야 「..'그 때' 하루카가 저를 욕조에서 건져내지 않았다면 전 죽었을지도 몰라요. 정말로..」

 

아즈사는 문득 그 날을 떠올렸다.
그 날의,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그 날 하루카랑 아즈사는, 연락이 안되는 치하야를 다독이기 위해 치하야의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만약 낌새를 느낀 하루카가 경찰을 불러 문을 뜯고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치하야를 찾기 위해 욕실에 들어간 하루카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비명소리에 아즈사와 경찰이 들어갔다.
욕조 안에는, 치하야가 누워 있었다.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옷 한 올 없이,
한 손에는 면도날을,
한 손에는 피를 흘리며.
그 날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은 채로.

 

치하야 「그 때 꿈을 꿨어요.
유우랑 프로듀서가, 정말 멀고 깊은 강 건너편에서 절 슬프게, 바라보는 꿈을요.
그 눈빛이 너무 슬퍼보여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765 프로 아이들은, 제가 깨어나니까 다들 울고 불고 죽지 말라고..
그래서 저, 더 열심히 살았어요.
잊기 위해서, 아직도 잊혀지진 않았지만요.
약도 끊고, 술도 담배도 끊고.
자살 시도한 여가수 딱지가 붙어도,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했어도.
열심히. 열심히..」

치하야 「그런데 저요..고백하고 싶은게 있어요..
아즈사 씨에게 차를 얻어타는 이유도 그 것 때문이죠.」

 

차는 아무도 없는 새벽 고속도로를 묵묵히 달린다.
- 비를 맞으며. 쏴아아아ㅡ

 

아즈사 「어떤 거니?」

 

치하야 「저..유우랑 돌아가신 프로듀서가 보여요.」

치하야 「일주일 전부터, 보여요. 싸늘하게 식은 유우랑, 머리 없는 프로듀서가요.」

치하야 「지금, 제 뒷자리에 있어요.」(소곤)

 

아즈사 「그만..」 (오싹)

 

치하야 「아이들은 더이상, 제 말을 듣지 않아요. 하지만 제 눈에는 분명히, 보여요.」

치하야 「녹화장에서도」

치하야 「화장실에서도」

치하야 「침대에 누워서도, 머리 위에서, 저를 바라봐요.」

치하야 「그리고 손짓해요. 어서 오라고.」

치하야 「이런 제가, 무섭나요?」

 

아즈사 「아라아라..」

 

아즈사는 뒷자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무언가, 있는 것도 같다ㅡ
하지만 뒷자석은 어두워서 보이질 않았다.
라이트를 키고 싶었지만, 뒤로 손을 내밀기가 두려웠다.
무서워서, 대신 플레이어를 틀어본다.

 

나오는 곡은 아즈사 본인이 부른 '곁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정말로.

 

치하야 「저..이제 미쳐버린 걸까요? 큿. 72의 얼음 가희 키사라기 치하야. 유우를 죽이고, 프로듀서까지 죽인 죄로 저주받은 걸까요?」

 

아즈사는 잠깐 옆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하늘 위로 아직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치하야 「죄송해요..주제가 너무 무거웠네요..」

치하야 「앞에 말은 신경쓰지 마세요.
곧 해결될 테니까요.」빙긋

 

치하야는 아즈사를 보며 미소지었다.
허나, 아즈사는 그 창백한 미소에서 즐거움의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치하야 「그러고보니, 다른 아이들은 이미 프로듀서를 잊은걸까요?
다들, 잘 살아가고 있어요.
리츠코가 많이 힘썼으니까요.
하루카는 탑 아이돌이 됬죠.
미키는, 다시 쿠로이 사장님 밑으로 돌아가 라이벌이지만, 아이돌로 대성공했어요.
나오면 히트곡이죠.
이젠 아이들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슬프지만,
예전 게으르고 천진한 미키가 그립지만,
그건 어쩔 수 없겠죠?
미키도, 그이를 정말 사랑했으니까요.
764 프로에서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된 걸꺼에요.
그것 말고는 그 천진난만하고 해맑던 미키가 그렇게나 차갑게 변할 리가 없으니까요.
히비키랑 타카네도, 유닛으로 잘 나가고..
마코토는 인기 배우로..
유키호는 건설업 가문 하기와라 가의 가주로..
아미, 마미, 야요이는 새 유닛으로 나왔죠?
아즈사씨도 영화배우로..
다들. 다들요.
딱 하나, 저만 빼고요.
자살 시도한 아이돌이라는 딱지는 언제쯤, 사라질까요?
제 고통은 언제 사라질까요?
어쩌면 평생 남을까요? 이 흉터처럼..」

 

아즈사 「...」

 


엔딩 1
치하야 「그런데..」

치하야 「일주일 전에 집에 오신 이후로..」

치하야 「세 단어 이상을 안하시네요.?」

 


아즈사 (난 말 할 수 없다. 그녀에게, 세 단어 이상을.)

아즈사 (왜냐면..)

아즈사 (일주일 전, 치하야의 집에 방문했을 때..)

아즈사 (거기에는, 치하야가 메달려 있었으니까.)

아즈사 (벽에, 데롱데롱. 메달려 있었다.
차갑게 식어서 혀를 길게 내민 채로,
묘한 냄새를 풍기며.)

아즈사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아즈사 (그때부터 보여.)

아즈사 (목에 붉은 선이 그어진 치하야가, 혀를 길게 늘어트린 채로 곁에 따라다닌다.)

아즈사 (녹화장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집에 누워서도, 보인다.)

아즈사 (치하야는, 자기가 죽은 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인 걸까? 치하야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지만,
치하야는 오직 나한테만 보인다.)

아즈사 (그래서, 난 치하야에게 세 마디 이상 말할 수 없다. 그녀는, 죽었으니까.)

아즈사 (그녀에게 세 단어 넘어 말을 걸면, 그녀가 나도 끌고 갈 테니까.
유우, 프로듀서가 함께하는 그 곳으로.)

아즈사 (어제 그저께는 치하야의 재를 뿌린 날이였다.
자신의 재가 흩날린 이후로, 치하야의 유령은 이상해졌다.
아니, 무서워졌어.
오늘은 너무 무서워서, 무리해서 마코토를 불렀다.
나 혼자 치하야의 유령과 너무 오래 있었어..
그녀의 텅 비어버린 차가운 연갈색 눈동자는 이제 말 없이 계속 나만을 응시한다.
애써 시선을 피해본다.
그 공허한 눈과 마주치기 두렵다.
두려움에 온 몸이 떨려온다..제발 마코토..)

차는 어느새 도심을 달리고 있었다.
새벽 2시, 비내리는 겨울 도시는 무덤 속만치 조용하다.
나는 마코토가 기다리는 약속 장소로 향한다.

아즈사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하지만 마코토가 손을 흔든다.
치하야의 유령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난 그녀를 부른다.)

아즈사 「마코토! 여기야 여기! 나 요기있어!」

아즈사 (어둠 속에서, 마코토가 멈췄다.)

아즈사 (아니, 마코토가 아니다.)

아즈사 (그녀의 머리카락은, 저렇게 길지 않아..)

아즈사 (온 몸이 오싹하다.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어둠 속에서, 그녀가 씨익ㅡ하고 차갑게 미소지으며 속삭인다.

「세 단어 이상, 하셨네요?」

 

 

 

엔딩.2
-Arkham 정신 병원-

치하야는 신문을 읽고 있다.
신문에는 '추락한 가희 치하야, 이제는 정신병원 입원!'이라고 자극적인 제목의 긴 기사가 붙어 있었다.
아즈사의 차를 타고 정신 병원에 입원한지 일주일째다.
이쯤이면, 소문이 날만도 하다.
그렇기에 치하야는 마치 남의 이야기인듯 덤덤히 기사를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울증과 조울증.
이것만 해도 사유는 충분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곁에 나타나는 유우와 프로듀서였다.
일주일 전부터 얼음보다 차갑게 식은, 유우와 프로듀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치하야는 인정했다.
더이상, 정상으로 속일 수 없다고.
그래서 아즈사와 하루카의 도움을 받았다.
좋은 병원을 구해 달라고.

 

치하야는 시간이 되자 하얀 알약들을 삼킨다.
효과는 모르겠다. 없는 거겠지?

 

그 때, 가늘고 아름다운 손가락이 그녀의 앞을 가린 신문지를 내린다.
아즈사와 하루카였다.

 

치하야 「아, 하루카, 아즈사씨 안녕하세요?」

 

아즈사 「아라아라..많이 혈색이 좋아졌는걸?」



하루카 「헤헷. 병원밥 맛없지 치하야짱? 하지만..꼭! 꼭 나을꺼니까! 나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자. 오늘은 이걸로 참아줘. 헤헷」

 

치하야 「어머, 하루카 쿠키 고마워.」우물우물

 

아즈사 「저..」

아즈사 「아직도..보이니?」

 

치하야 「...」

치하야 「요즘엔, 안 보여요. 곧 나갈 수 있을 지도..」

 

하루카 「와핫! 얏호이! 아니..그게..미안. 기뻐서..」축

 

치하야 「훗. 아냐 하루카. 그리고 나, 이젠 다시 뒤돌아 볼 수 없으니까..」

치하야 「나, 앞만 보고 가려고.」

 

하루카 「치하야짱..」(울먹)

 

아즈사 「꼭, 무엇이든 도와줄 테니까..절대 그런 짓은..알았지?」(울먹)

 

치하야 「..예.」

 

하루카 「..나가서 다시 건강하게! 힘차게 사는거야! 필요한 건 뭐든지 도와줄 테니까, 그러니까..」뚝뚝

 

치하야 「..그래야지. 아마 곧 그럴 수 있을거야.」

 

치하야 (쿠키 맛이 쓰다. 계피를 너무 많이 넣었나?
아니면 거짓말의 맛인가?))

 

치하야 (난 반은 거짓말을 했다. 반은 진실이지만.
난 앞만 보고 갈 것이다. 그건 진실이다.
하지만 거짓이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뒤를 돌아보면, 유우와 프로듀서가 날 바라본다.)

 

그래서, 난 앞만 볼 수 밖에 없다.
뒤돌면, 그들이 보이니까.

 

그 텅 비어버린, 차가운 시선을 버틸 수 없으니까.

 

ps. 제 갠적으로는 진엔딩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게 암시도 넣어놨지만

따로 말하진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맘에 드는 엔딩이 바로 진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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