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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막간 -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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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1, 2017 22:14에 작성됨.

※ 메끄러운 내용 전개를 위해 흐름상 곧바로 이어지는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 시작과 끝이 ○ 표시로 나뉘어진 문단이 가져온 부분입니다. )

 

 

고대로부터 전해진 파멸의 노래

짐승이 될때 떨어져나와 빼앗긴 바늘의 음률

 

윤회의 사람이 되어

 

사도와 날아오르는 어둠

 

원망이 어두운 성으로부터 찾아와 달콤한 기록 전하며 속삭이네.

 

. . .

 

 

고대의 얼음과 노래가 악몽과 춤추는 슬픔을

 

무와 끊어낸 죽음이 찾아오네 붉은 숲으로부터.

 

 

. . .

 

 

재앙이 내리네

 

무너져버린 시간, 사람과 꿈.

 

거듭 헤어져가네.

 

용서받지 못한 소리의 꽃이 . . 상실 속에서

 

 

.

.

.

미시로 왕국 국립공원.

접근 금지구역 내의 산장.

 

돌연 이 노래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침대에서 일어난 시마무라 우즈키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다. 애초에 누구에게 들었던가 부터 되짚어가자, 해답은 금방 나왔다. 그리고 그 해답은, 지금 우즈키의 옆에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앉아있었다.

 

「 좋은 꿈 꿨니 ? 」

 

물음에 무언으로 답한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조금 언짢은 얼굴로 정면만 바라봤다.

 

 

「 몸은 어때 ? 좋을 리 없겠지만. 」

 

대답을 바라지 않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놓고 실컷 웃는 모습은 흡사 악동의 짗굳은 장난질 같았다. 하얀 원피스와 길게 늘어진 흑발이 우즈키가 앉아있는 자리를 침범하며 그 길이를 자랑하듯이 치렁거린다. 시마무라 우즈키는 아무 말 없이 일관하다가 기침을 토한다. 반사적으로 입을 막은 손바닥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바로 어제 깔아놓은 새 이불을 빨갛게 적셨다.

 

나아질 기미조차 없이, 그저 이렇게 앉아 죽어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입가에 흐르는 피와 함께 눈물이 떨어진다.

화의 마을 괴멸, 히노 아카네의 실종. 카미야 나오와 타카가키 카에데의 탈옥. 그리고 시부야 린을 쫓는 제국과 에인헨야르의 협력군의 행보. 도쿠카와 변경백령 협정의 결과 등, 미호를 통해서 최근 소식들을 전해들으면서 통탄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어쩌다가 시국이 이렇게까지 흘러오고 말았는가. 

 

 

' 당분간 보기 힘들게 될 것 같아. 하지만... 우즈키. 나, 반드시 돌아올게. 반드시. '

 

 

아마도 왕국 역사상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었을 그 날, 시부야 린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이 집에 찾아와 작별의 인사와 재회의 기약을 전하고 떠나갔다. 눈앞에서 미오를 잃은것처럼, 린 마저 잃어버린다면 결코 버틸 수 없으리란 걸 스스로 잘 알기에.. 떠올리면 떠올릴 수록 걱정역시 통탄함에 못지않을 만큼 커진다.

 

거기에 대해, 최근들어 온 몸의 끄트머리부터 슬슬 건들어오는 것 같은 불쾌감이 계속된다. 들리는 이야기론 '오니기리교' 라고 하는 광신교의 잔학무도한 만행들이 각지에서 잦아지기 시작한다는 소문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서부터 지속된 독특한 감각이다. 족히 한달이 다 되어가는 몹시 짜증을 유발하는 이 부정적인 느낌에 대해서, 옆에 앉아있는 여인은 알고있는 듯 했지만... 더 이상 손길을 뻗으면 위험할 것 같다는 판단때문에 전적으로 무시하리라고 결심한 상태다.

 

예전에 코히나타 미호가.. 피를 흘리면서 죽어갈 때 어찌 할 도리도 없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불러냈던 '검은 불' 의 탓인가.

다행히 미호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별개로 정체모를 위화감도 느끼게 됬다.

 

이 위화감이 점점 쌓여가는것이 본디, 옆의 이가 원하는 바이리라.

 

 

 

그리 여기면서 무시로 일관하던 중.

 

 

" 윽 ?! "

 

시마무라 우즈키는 가슴을 움켜쥔다.

가슴 안쪽에서 무거운 쇳덩이가 철렁 내려앉는 초조함이 발발하여 온 몸으로 퍼진다.

더불어, 온 몸의 끝에서 건드리를 것 같은 불쾌감이.. 뜨거움이 되어 손끝과 발끝을 자극했다. 급작스레 일어나는 체내의 변화에 당황하며 우즈키의 몸은 식은땀을 배출한다. 옆에 앉은 여인은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 입고리를 올렸다.

 

 

 

 

「 문제 있어 ? 」

 

옆에서 능청스럽게 구는 검은머리의 여인에데 참다못해, 우즈키가 입을 열었다.

 

" ... 대체, 무슨 일이... 이 감각은 ? "

 

 

「 나한테 물어본거겟지? 그치이~? 」

 

말 끝을 기분나쁘게 늘이며 여인은 우즈키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 네가 태어나고 자라온 세계 아래에 묻힌 진실이 눈을 뜨고있다는 징후. 」

 

 

" 진실.... "

 

 

거듭되는 우즈키의 물음에, 입고리만 올리던 미소가 이빨을 환히 드러내며 쾌창하게 웃으면서 다시금 답변하길.

 

 

 

「 그래. 오랜 세월동안 잊혀져왔던 금제가 풀리는 순간이지. 」

 

 

 

 

 

 

.

.

.

.

.

.

 

" 금제가, 풀리는 순간... "

 

「 아주 오랜 세월. 이 세계가 일순하기 전. 세상은 흔히들 말하는 '혼돈' 이었지. 」

 

갑자기 무슨 얘기를 꺼내려는건지 우즈키는 감이 오지 않는다. 애초에, 눈앞에 그녀는 화제를 금방금방 넘겨버리고 멋대로 말을 끊으며 사라지기를 밥먹듯이 해왔었기에, 이토록 이야기를 질질 끌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대처하기가 난감했다. 여인은 오히려 그걸 즐기는 것 처럼 잔뜩 신이나 분위기를 무르익힌다.

 

 

「 그냥 말하면 재미없으니, 재미있는 옛날 동화를 하나 들려줄게. 괜찮지 ? 」

 

" .... "

 

무언은 긍정.

여인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는 미소를 펼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

.

 

─── 먼 옛날.

 

나쁜 마귀들과 마귀의 왕이 세상을 지배했습니다.

 

마귀들은 사람들을 잡아갔고, 마귀의 왕은 사람을 잡아먹으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커져버린 마귀의 왕에게서 빛과 함께 우상이 태어났습니다.

 

마귀의 왕은 피와 살이 있는 우상들을 좋게 보지 아니하였고, 우상을 쫓아냈습니다.

 

쫓겨난 13명의 우상은 그들은 각자의 열 세가지 재주로 사람들을 돕고, 나쁜 마귀들을 물리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으뜸은 햇님와 별님이었습니다.

햇님은 평범했지만 항상 사랑으로 모두를 대했고, 별님은 열 세명 중 재능이 가장 뛰어났습니다.

둘은 다른 우상들과 함께 용기있는 사람들을 모아 마귀의 왕과 맞서 싸웠죠.

 

그리고 마침내, 13인의 우상은 그들의 재주, 힘과 지혜를 이용해 마귀의 왕을 물리치고 어둠이 내려있던 세상을 빛으로 감쌌어요.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왔답니다.

 

평화의 시대를 연 열 세명의 우상을 가리켜, 사람들은 [ 아이돌 마스터 (偶像大師) ] 라 칭했지요.

 

 

.

.

.

 

「 자, 어때 ? 」

 

" 그 동화에 나오는... 내용이... "

 

여인은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 이 이야기는 논픽션이니까. 」

 

" .... ! "

 

「 그리고, 이 동화에는 뒷이야기가 있지. 」

 

 

.

.

.

.

 

 

한 편.

광인들을 몰살시키고, 마을을 초토화 할 무렵에.. 에인헨야르와 제국군 파견대는 안정을 되찾는다.

 

" 엘프가 저 땅에 궁성을 세운 이유 ? 그딴게 제 알 바 입니까 ? "

 

닛타 미나미는 싸늘하게 받아친다. 기껏 해주는 이야기를 헛소리로만 알아듣고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둥 기고만장한 태도로 일관하는 미나미를, 소노다 우미는 더 이상 차분하게 봐주기 힘든 경지까지 다다랐다.

결국 자기 성질을 못이긴 우미가 말 대신 화살을 쏘아내려 하자 코토리는 중간에 끼어들어 화살촉을 손가락으로 서서히 내린다. 코토리의 제지에 우미의 터지기 직전 열불은 다시한번 살짝 사그라든다.

 

" 엘프가 이 땅에 살았던 이유, 그리고 너희들 왕국인간들이 그 땅을 빼앗은 이유. 전부 똑같다. "

 

다만, 말 끝에 존칭은 사라져있었다. 존칭이 사라진 우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딱 잘라 표현하자만 '화살' 같이 매섭고 살벌했다.

미나미는 그제서야 째려보면서도 조롱하는 태도를 거두며 진지해진다.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유미와 아이코가 그제서야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코토리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걸 지켜보는 가운데, 우미는 말을 이어간다.

 

 

" 지하에 깃들어있는 '별' 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

 

" 별... ? "

 

" 정말로 이런 기초적인것 조차 모르다니.. "

우미는 뒷머리를 긁는다.

주변에 널부러진 시체를 아무거나 하나 걷어차는걸로 화풀이를 대신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그 사이에 코토리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끼어들어 미나미를 응시한다.

 

 

" 별이란건 '신' 이랑 비슷한거라 생각하면 돼~ "

 

" ... 깃들어있었다면, 봉인됬었다 그건가요 ? "

 

 

그제서야 단박에 개념을 정리한 미나미. 물음을 던지는 그 눈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우미가 그 모습을 보고 숨을 한번 더 쉰다음에 고개를 돌린다. 닛타 미나미의 작은 동요를 캐치해낸 우미는 손에 쥐고있던 화살을 도로 등에 맨 통에 집어넣고서 한층 채분해진 모습을 보인다.

미나미가 동요하는 이유는 당연했다. 왕국의... 그것도 왕도의 아래에 그런것이 존재했다니. 애초에 왕국 지하는 통제가 엄격했고 왕으로부터 직통으로 임명받은 직할 기술연구원의 구성원이나 출입할 수 있었다.

 

 

" 잠깐... 기술 연구원 본부가 지하에... "

 

" 이제야 이야기를 알아먹는군. " 우미는 냉소적이게 한마디 툭 던졌다.

 

" 맞아~ 네가 생각한대로야. "

 

코토리의 방정맞은 답변이 미나미의 머릿속을 꿰뚫은 듯 그 해답이 되었다.

이치노세 시키. 원장인 이치노세 시키와 그 이전의 역대 소장 '이치노세 가문'. 미나미가 알지 못했던 사실은 그녀의 예측보다 무척이나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왕국의 비인도적인 실험 역시 모두 기술개발 연구원에 의해 이루어졌단걸 생각해보면....

 

 

' 전부 그 '별' 이라는것에 연관되어 있었단 말인가 ? '

 

" 너희는 그런줄도 모르고, 왕국에 기상천외한 오버테크놀로지들을 그저 이치노세 시키라는 괴짜 혼자서 탄생시킨거라 생각했지. 멍청하게도. "

" 맞아맞아~ 비인도적인 실험도. 왕국의 부국강성따위를 위한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여기고 있고~? 그치 ? "

 

그 말 역시 미나미가 돌이켜본 기억들과 모두 매치되었다. 이치노세 시키는 'UHD 모니터' 라고 하는 신박한 물건같은 것들을 종종 가져왔었다.  

 

 

" 모든것은 '별' 이 봉인을 깨고 나올 날을 대비한 것. "

" 이치노세는 별에게 선택받은 별종들. 후훗. "

 

코토리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말장난으로 흘리지만, 미나미는 전혀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 그리고 우리들은 그 장대한 야망을 막으려 했다. "

 

" 뭐 ? "

 

코토리와 우미가 하는 말에 미나미의 신경이 한층 더 날카롭게 반응한다. 계획을 막으려 했다는 말을 듣고서 곧바로 되받아친다.

 

" 뭘 했다는건데 ! 대답해 ! "

 

 

 

 

" 잘 알잖아 ? "

 

코토리는 두 눈을 게슴츠레 띄며 실실 웃음을 흘린다. 제국과 왕국이 깊게 연관된것은, 여태까지 단 하나밖에 없다. 하나뿐이지만 가장 큰 참사.

그것이 무엇인지는 미나미 본인이 경험자이자 피해자였기에 잘 알고있었다. 미나미가 쇠뇌를 곧장 둘의 방향으로 돌리면서 소리쳤다.

 

" 개소리 집어쳐 ! 그 전쟁이... 지금을 막기위한 것이었다 말하려는거라면... ! "

 

 

" 호노카에게는 다시 재기할 힘이 필요했다. "

 

폭발적인 미나미의 외침과 달리 우미의 한마디는 차가웠다.

 

" 하지만 그대로라면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려버려~ 라고. 노조미짱이나 다른 애들은 그렇게 생각했지. 난 별로 상관없었지만~? "

" 왕국의 지하에, 별이 봉인을 풀기위해 막대한 에너지의 흐름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있었다. "

 

코토리와 우미가 마치 한명의 사람이 된 것 마냥 말을 이어서 늘어놓는다. 미나미가 쥐고있는 쇠뇌를 당기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성과 분노가 서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 그치만 왕국의 인간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자기네들의 발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어. "

 

" 별은 태양이 존재하는 한 그 손길을 뻗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세기말 가희와의 일전에서 왕국의 태양은 그 자격을 상실했다. " 

 

 

 

" 그래서~ "

" 그래서. "

" 침공한거야. '별'의 힘을, 호노카가 다시 '별' 을 몰아내고 '신' 들에게 맞설만한 강대함 힘을 회복하는데에 쓰기 위해. "

 

전쟁의 이유.

수많은 사람이 죽은 이유.

그 이유를 우미와 코토리는 서로 상반된 태도를 취하며, 거리낌 없이 밝혀버린다.

하지만, 말하고 난 직후에.. 코토리의 목을 따라 턱선까지 검은 문양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 하지만 너희들이.. 너희 빌어먹을 왕국놈들이 ! "

 

" 호노카를 그 지경으로 몰아넣었지. "

 

우미의 격노와 함께, 코토리의 얼굴이 보기 드물게 험상궂게 변한다.

예전, 대제 호노카가 시부야 린과 시마무라 우즈키의 힘을 합한 일격에 쓰러졌을 때와 같은, 노골적이고 격렬한 분노가 서린 표정이었다.

그 찡그린 얼굴을 유지한 채 코토리는 이를 갈며 말을 이어간다. 미나미는 더 듣고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어간다.

 

" 태양이 떨어지고 만거야. 호노카를.... 호노카를... !! "

 

" 태양이 떨어지자, 별은 그 마수를 본격적으로 뻗어나갔다. "

 

" 본디 자신의 것이었던 것을 되찾기 위해서 ! "

 

" 태양에게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

 

 

 

" 그게. "

" 오니기리교다. "

 

우미가 말을 결정짓듯 어조를 세게 하여 강조한다. 

 

.

.

.

.

.

 

「 이제 알았으려나 ? 」

 

" 그럴수가.. 하지만... ! 정말로... ? "

 

여인에게 모든 뒷사정을 전해들은 우즈키는 실의에 빠진 듯 고개를 숙이고, 동시에 목소리도 기어들어간다.

 

 

" 그 이후에, 제국도.. 황제 호노카씨도... 전부... "

 

「 따지고 보면 그것들도 결국엔 자기네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움직였던 거니까. 어쩔 수 없는거 아니야 ? 」

 

여인이 흑발이 한밤중의 커튼처럼 천천히 흔들린다. 여인이 고개숙인 우즈키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머리맡에 자기 얼굴을 갖다대면서 천천히 속삭였다.

 

 

「 하지만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어. 」

 

 

별이 오랜 봉인을 풀고 빠져나온 시국에,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뜬금없는 말을 우즈키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인이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정수리를 살금살금 쓰다듬는다. 그녀의 금색으로 발광하는 한 쌍의 눈동자는, 자애롭게 안아주는 모습과 달리 날카롭게 서있었다. 우즈키가 여인의 말을 곱씹으며 한마디를 중얼인다.

 

 

" 가능성.. ? "

 

「 태양될 자질. '태양의 그릇' 을 지닌 존재가. 아직 남아있잖아 ? 여기에. 」

 

' 태양의 그릇 ' .

 

그 말에 우즈키는 여인을 뿌리치며 침대에 앉은 그대로 물러선다.

아까까지 보듬어주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눈빛은 맹렬하고, 또한 몸서리 치도록 무서운 기백을 내뿜고 있었다. 흑발의 끄트머리부터 불길하고 시커먼 불씨가 되어 일렁인다.

인간의 입이 아니게 되어, 여인.... 아니 '그것' 은 입을 양 끝으로 길게 찢으며 웃는다.

 

 

「 다른 수가 없잖아 ? 」

 

" .. 그걸 이용해서, 또 저에게 뭘 하려는 셈인건... "

 

「 안타깝게도, 넌 이미 내 고객이잖니 ? 더이상 뭘 뺏으려고 해도 뺏을것도 없고. 」

 

 

그것이 사실 그대로 말하며 조소한다.

타카가키 카에데와 맞서다가 찾아온 위기의 때, 그것은 시마무라 우즈키의 강한 바람에 반응해 나타났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다. ' 태양의 그릇 '. 시간이 흘러 지금, 그것은 다시금 언급한 것이다.

 

 

「 나는 말이지. 내 터전을 뺏기는게 싫어. 」

 

 

미소를, 웃음을 거두고 머리카락에 타오르기 직전이었던 흑염도 가라앉아 본래의 머리칼로 돌아가는걸 보고, 우즈키는 의아해한다.

 

 

「 너도 그렇지않았니 ? 제국에 맞서 싸운것도, 네 터전을 빼앗기기 싫어서 그런거니까. 나도 같아. 그런 별부스러기에게 내 놀이터를 뺏기고 싶지 않을 뿐. 」

 

 

나라를.. 세상을 '놀이터' 에 비유하다니, 우즈키는 기가찬다.

그녀와 같은 부류의 이들은 모두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있는 것인가. 정말로 그 이름... '신' 이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신이라 쓰고 악귀라고 읽는다. 그것이 정말로 맞는 말이라고 우즈키는 기사단 교육생 시절에 배웠던 말을 다시금 되짚어본다.

 

 

「 너뿐만이 아니라, 네 주변의 이들을 떠올려보는건 어때 ? 우즈키. 」

 

 

그럼과 동시에 여인의 모습이 검은 불길로 순간 감싸지더니, 미호의 모습으로 변했다. 뒤이어 그 모습이 계속해서 바뀐다.

미호를 시작으로 아이코, 유미, 시즈쿠, 쿠루미, 우사밍 여왕, 안즈, 키라리, 기사단 교육생 시절의 수많은 동기들.

수없이 많지만.. 모두 우즈키의 기억 한켠을 차지하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부모님도 비롯하여... 심지어 자기가 능력으로 처음 구해주었던 어린 사내아이까지.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가 마지막에 멈춘것은, 다름아닌.

 

 

" 린짱... "

 

 

우즈키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미오에 이어서, 그녀마저 잃어버린다면.. 이대로 연명한다고 해도 분명 살아있는 기분은 아닐것이라.

 

린의 모습을 끝으로, 본래 길다란 흑발을 가진 여인의 형상으로 도로 돌아온 그것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띄며 다시 말을 건다.

 

 

 

 

「 자 이제, 판단은 너의 몫이야. 시마무라 우즈키. 」

 

 

 

「 이대로 세상이 망하고.. 네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것들이 별빛에 삼켜지는 꼴을 볼건지. 아니면...

 

 

" .... ! "

 

 

 

 

.

.

.

.

 

.

.

.

.

.

 

몇 시간 후.

 

미시로 왕국의 북쪽.

붉은 덩굴과 나무의 숲, 통칭 ' 안티에이징 포레스트 ' 에서 약간 더 북상하면 있는 작지만 높은 절벽.

뒤편으로는 북쪽의 잿빛협곡과 얼음산맥, 앞으로는 붉은 숲을 지나 황량한 평야가 드러난다. 사람들이 이 절벽을 보고 이르길 ' 사악한 마물이 숲에 들어선 먹이를 찾기위해 쓴다 ' 하여 [마관절벽(魔觀絶壁)] 이라 불리우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 이다만. 안티에이징 포레스트와 협곡의 경계선이며, 그 이상 북쪽은 왕국에서도 책임져주지 않는 일종의 방종지역인지라 사람들이 섵불리 걸음을 옮기지 아니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그런걸 전부 무시한 듯이 절벽의 맨 꼭대기의 평평한 부분에 한 사람이 서있다.

 

아니. 그것을 사람이라 해야하는가, 하면 양 다리가 반투명하여 절벽의 밑바닥이 투과되어 반즈음 보이는것이 유령인 것 같기도 했다.

머리를 한쪽으로 묶어올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저 너머 남쪽으로 지평선 너머에 ── 한줄기의 작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발걸음 하나가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분명 몇 걸음 뒤편으로는 도로 울퉁불퉁하고 험준한 바위들 뿐이거늘 평이하고 차분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 왠일이야 ? 여기까지 오고. 』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소녀는 알고 있는 듯이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먼저 말을 꺼낸다.

걸음은 소녀의 한걸음 뒤에서 멈춘다. 동시에 우연인지 바람이 반대편으로 조심스레 불어오니, 검은 머릿결이 역풍을 맞아 소녀의 시야 옆에 들어왔다.

 

「 구경하고 싶어서. 」

 

『 용케도 그 아이를 움직였네 ? 』

 

소녀는 슬금슬금 입고리를 올리며 그리 중얼였다. 흑발의 여인은 이미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사람의 인연이란 건, 대단하네. 정말로. 」

 

『 아 그래. 』

 

 

짧은 콩트마냥 둘이서 한마디 씩 주고받던 중, 소녀 쪽에서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틀더니 여인을 흘겨본다.

 

 

『 이걸로 소유권 주장을 확고하게 해서 좋겠네. 』

 

표정은 아까까지 올라가던 입고리와는 또 다르게 비아냥거리는 것 처럼 보인다.

흑발 여인은 반걸음정도 더 다가서더니, 비아냥거렸던 소녀의 옆구리를 콕 찌른다. 소녀는 손가락에 움찔 하면서 몸을 살짝 떨더니, 이내에 여인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힘껏 후려쳤다. 여인은 아프다는 리액션으로 뒤통수를 쓸어내렸다.

소녀는 그런 모습을 한번 흘겨봤다가, 콧바람을 뀌며 도로 지평선을 바라봤다.

 

작게 반짝이던 빛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 슬슬 이쪽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지. 구경도 재밌지만 ── 』

 

 

소녀가 크게한번 하품하며 좌우로 허리를 흔들며 기지개를 피더니, 반동 그대로 몸을 반대편으로 돌린다.

 

 

『 너도 슬슬 돌아가. 더 끼어들면 화낼거야. 』

 

말을 끝으로, 소녀는 걸음을 옮긴다. 몇 걸음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다가... 여인이 그 뒤꽁무니를 따라 고개를 돌아보자 발걸음과 함께 소녀의 형상도 온데간데 없이 증발한다.

여인은 소녀가 걸었던 곳을 멍하니 보다가, 도로 빛이 반짝였던 지평선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내에 금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면서 입고리가 찢어지도록 미소짓는다.

 

 

 

「 네 선택에 후회없이, 마음껏 불사르길. 나의 작은 태양. 」

 

그 한마디를 남기고, 흑발의 여인마저도 절벽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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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기원과 관련된 떡밥의 일부가 풀림과 동시에 우즈키가 어째서 부활했냐 ?! 의 떡밥 해소용 편이었습니다.

 

별의 기원과 관련된 건덕지들은 나중에 틈틈이 더 풀려갈 예정이지요.

그리고 곧바로 또 이어지는 1분기 에필로그에서는 7장 마지막에서 말씀드렸던 것들이 마저 풀립니다.

 

신들도 꿍꿍이를 점점 키워가고... 어째 떡밥이 더 많아진 것 같지만, 기분탓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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