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리퀘-책갈피

댓글: 5 / 조회: 675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1-10, 2017 23:48에 작성됨.

사기사와 후미카, 그림으로 듯한 문학소녀. 그녀는 최근 무언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일이 안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풀리고. 있고, 곧있으면 도쿄돔에서의 단독 콘서트도 있다.

 

‘앞이 흐려....’

 

최근 들어 눈 앞이 왜 인지 흐릿해지는 경우가 잦았다. 밤에 무리하게 독서를 해서 인가싶어 잠도 푹-잘 보기도 했으나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녀의 프로듀서에게 말하면 될지도 모른다. 천천히 푹 쉬라고 휴가를 주고 병원을 알선해 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프로덕션 최대규모의 콘서트를 앞두고있다. 후미카는 그 무대에 올라설 주인공. 함부로 쉬겠다는 소리를 할때가 아니다.

 

‘긴장해서 그럴까요....’

 

콘서트가 끝나면 쉴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후미카가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딛고,

 

‘아....?’

 

눈 앞이 흐려졌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처럼 그렇게 서서히...서서히......



‘........앞이 안 보여.’

 

바스락-하는 어색한 소리와 차가운 천의 감촉이 온몸을 싸고돌았다. 후미카는 난생 처음보는 시야에 당황하며 프로듀서를 찾았다. 그러나 들린 것은 처음듣는 여자의 목소리. 자신을 달래고서 방을 빠져나갔다.

 

“아.....”

 

후미카는 그제서야 천천히 주위를 확인했다. 하얗기 그지없는 침대와 이불, 무감정하지만 정확한 기계음.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과 지식은 그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어렵지않게 추측했다.

 

‘역시, 방금 전 계단에서....’

 

도대체 무슨일일까 궁금해하며 혼란스러운 얼굴을 축 떨구고 있을 때, 문이 벌컥-열렸다.

 

“프로듀서 씨?”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인형과 정작으로 보이는 색깔이 그녀의 기대를 고취시켰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채 천천히 걸어오기만 했다.

 

“프로듀서 씨.....?”

 

“ㅇ, 어...”

 

후미카가 방금 전보다 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물어보자, 그제서야 프로듀서는 겨우 쥐어짜낸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나 다시 프로듀서의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고민으로 가득 차올랐다.

어떻게해야할까. 사실대로 말해야하나? 이렇게 배드 엔딩이라고?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는 낡고 허름한 곳으로 되돌아간다고? 프로듀서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착잡한 얼굴만을 하고 있을때, 그의 볼 위로 새하얀 손이 올라왔다. 프로듀서와는 다른 작고 보드라운 손이었다.

 

“후미카..?”

 

천천히 후미카는 손을 더듬어가며 프로듀서의 얼굴 이곳저곳을 매만졌다. 그의 얼굴표정을 전부 알아보겠다는 듯이 더듬어가며 그녀 또한 우울한 표정을 지어갔다.

 

“아, 후, 후미카 그게...”

 

천천히 손을 떼어 팔을 가지런히 모아 다시 올린 후미카는 책을 한차례읽고 난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입을 열었다. 무언가 해탈한 기분의 초연한 미소...

 

“프로듀서 씨, 그거 아시나요? 책을 읽을 때는 언제나 책갈피가 필요했답니다. 손님이 들어오고, 물건이 들어오고, 하는 순간이 너무 많아서 잠깐 멈추기 위해, 때로는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곳이 있어서...”

 

“프로듀서 씨가 제게 말하셨죠? 이 책방의 어떤 책보다도 더 멋지고 신비롭고 빛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주신다고...”

 

프로듀서의 몸이 떨렸다. 마음이 욱씬거리고 당장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후미카가 하는 모든 말이 자신을 원망하는 말 같았다.

 

“전 아직 다 읽지 못했어요. ‘저’라는 책을....프로듀서 씨가 제게 보여준다고 약속한 ‘아이돌 사기사와 후미카’의 이야기는 이런 결말이 아니잖아요?”

 

프로듀서는 손을 뒤로 무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두려웠다, 후회했다. 차리리 그때 그냥 지나가버렸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거라고.

 

“나는 이제, 더이상...”

 

그러나 후미카는 프로듀서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두손이 프로듀서의 한 쪽 손을 잡았다. 책방에서 처음 그녀의 손을 붙잡은 손보다도 훨씬 거칠고 투박한, 그러나 더 편안한 손이었다.

 

“그러니까 프로듀서 씨, 도와주세요. 제가 책을 다 읽을 수 있게, 제가 멈춰야할 때를 알려주고, 특별한 기억을 다시 들추어주고...그렇게 책의 끝까지 같이 가는......제, 제...”

 

후미카는 손을 말아쥐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가진 말이라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용기가 필요해서 그녀는 자꾸만 망설이게 되었다. 그녀 답지않게 많은 말들을 늘여놓아가며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어왔지만, 그럼에도 정작 이 말은 너무나도 큰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 속을 다시 되뇌였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돼.’

 

책방의 아가씨라면 하지 못했을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다르다. 우연히 만난 남자가 하는 두서없는 말에 이끌려 어두운 책방에서 나왔다. 고개를 들고 얼굴을 내비치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펴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이젠 할 수 있어’

 

“제 인생의 책갈피가 되어주세요..!”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어말했다. 아마 무엇하나 제대로 보지못할 눈이었지만, 단 한 치도 흔들리지않았다. 마치 제대로 보이기라도 하는 양 프로듀서의 눈을 정확히 마주보고있었다. 언제나 유약해보여서 책하나 드는 것도 버거워보이는 손이 이렇게 강했나 싶을 정도로 프로듀서의 손이 저릿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아픈 것의 자신의 마음.

 

‘바보는.....나구나...’

 

아무것도 하지않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해버렸던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같았다. 어쩌면 프로듀서가 오만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신데렐라니까 자신이 무도회장으로 인도해야한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그녀를 마냥 온실 속의 바보처럼 대했을지도 모른다. 매순간, 선택하는 건 그녀인데도, 매순간, 빛나는 것은 그녀인데도.

 

“후미카...”

 

다시한번 프로듀서가 후미카의 손을 잡았다. 잡혀있는 게 아니라 그 또한 후미카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보도록하자. 너의 결말을”

 

““둘이서...””

 

===

Q. 책 좀 읽었다고 실명하나요? 라식은? 라섹은? 렌즈삽입은?

A. 후미카가 사실 네크로미콘 읽었습니다.

 

한줄평: 너무 급전개.

 

감사합니다. 훌쩍, 미치루 보고싶다......얀데레 나오 보고싶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