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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7장 - 빛이 내려오리라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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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9, 2017 22:02에 작성됨.

검은 파도가 끊임없이 범람하는 왕도에서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여러 무리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유독 왕도와 가까우며 또한 많은 인파가 있는 곳이 있었다. 우사밍 여왕을 중심으로 하는 관료, 귀족들의 무리였다. 왕국 정기회의 참석을 위해 모였던 각 지의 명망있고 영향력있는 영주들과 왕국 내의 권력서열을 앞다투는 이들이 관리들이 지금은 생존을 위해 뭉쳐 검은 파도와 그림자 괴물들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림자 괴물들은 발톱으로 찢어발겨도, 칼이나 총으로 해하여도 금방 수복되며 죽지않음을 과시하며 다가왔다.

 

이미 몇명이나 도망치는 도중에 목숨을 잃었다. 지금 이 집단을 후방에서 보조하고 있는것은 사쿠라이 가문의 마지막 핏줄이자 영주인 사쿠라이 모모카였다. 그녀는 어린 몸임에도 자신의 천부적인 아이돌(능력자)로서의 힘을 이용하여 전력으로 그림자들을 막아서며 거리를 좁히는걸 허용치 않고 있었다. 허나 이제 슬슬 그것도 한계.

 

모모카가 끌어오는 장미과 식물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뿅 하고 생기는 마법같은것이 아니다. 엄연히 이 땅에 존재하는 식물들의 생명력을 끌어와 자신의 장미식물의 양분으로 삼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이 검은 기운들은 하늘과 땅.. 심지어 지면까지 파고들어가며 에너지. 즉, 생기를 닥치는대로 흡수 혹은 제거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모모카가 방금 끌어올린 가시덩굴들이 삽시간에 검게 물들어 문드러져버리는 것. 모모카는 깨닫는다.

 

한시 바삐 멀리 도망치지 않으면 가망성이 없다.

그렇게 죄어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점점 느려지기만 하는 피난물결에 모모카는 다그친다.

 

" 더 빨리 못달리시나요 ?! "

 

" 우린 아이돌이 아니란 말일세 ! 재촉하지 말게 ! "

" 사쿠라이 공 ! 손을 보태겠습니다 ! "

 

죠가사키 리카를 비롯한 그녀 휘하의 용병대원 몇명이 대열에서 떨어져나와 모모카의 옆에 선다. 그들 중 마법사가 지팡이를 앞으로 뻗으며 외친다.

 

 

" .. 결정이어 뻗으라. 높고 긴 벽이되어 해악을 막으라 ! "

 

 

마법사의 외침에 지팡이 끄트머리부터 뿜어져나온 작은 수정조각 같은것들의 물결이 몰아쳐 파도와 맞선다. 조각들은 서로 응집하고 또 응집해 하나의 넓은 방벽과 같은 역할을 하며 검은 기운을 가로막는다. 뒤를 슬며시 본 귀족들은 길을 완전히 틀어막은 결정의 벽을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치잇 ! "

 

 

허나, 정작 벽을 설치만 마법사는 혀를 차며 물러날 자세를 취한다.

 

 

" 유리코, 안돼는거야 ? "

" 네... ! 저 검은것들의 기세가 너무 거세서 얼마 안가 부서질겁니다. 이 틈에 더 거리를 벌려야합니다 ! "

 

" 이대로는..... 마법사분 ! "

 

모모카는 유리코.. 라고 불린 마법사를 지명했다.

 

 

" 벽을 몇개로 더 쳐주세요 ! 제가 힘을 끌어모을 때 까지. 그리고 이사장 대리께선 피난을 더 재촉하세요 ! "

 

 

이사장 대리. 죠가사키 리카를 말하는 것이었다. 리카는 고갤 끄덕이고 동물의 민첩함으로 순식간에 대열쪽으로 돌아간다.

마법사는 아까 외쳤던 주문을 몇번이고 반복하며, 검게 침식되어가는 수정들의 위에 몇번이고 그 벽을 덧씌운다.

순식간에 두 배 가량 거대해진 수정방벽.

 

하지만, 그 가장자리는 덧씌우기 전과 같이 스멀스멀 검은 기운들이 세어들어온다. 이윽고, 결정방벽 너머에서 심상찮은 진동이 들려옴에 유리코가 물러서며 결정을 계속 지팡이에서 뿜어낸다.

 

슉 - .

 

" 어 ? "

 

지팡이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지팡이에는 뇌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 찰거머리처럼 쥐고있는 손막 아랫부분이 함께 달려있었다.

 

" 아윽... ! "

 

한박자 늦게 고통과 함께 도려진 손목을 로브의 일부로 쥐어감싸며 물러선다. 결정벽의 절반 가량이 이미 검은 파도로 인해 시커멓게 물들어있는 것까지도 모자라, 사방에서 불길한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벌어져간다. 마치 수압을 못이기고 터지기 직전의 댐과 같아보였다.

그리고 피를 뚝 뚝 흘리는 시커멓고 날카로운 촉수같은것이 갈라진 균열에서 삐져나와 이리저리 유혹하듯 흔들렸다.

 

" 물러서세요 ! "

 

사쿠라이 모모카의 외치는 신호에 따라, 유리코가 격통을 꾹 참으며 물러선다.

작고 고왔던.. 그러나 지금은 다소 거칠게 흙먼지와 생체기가 난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자, 결정벽과 모모카의 사이에 녹갈색의 거대한 가시덩굴이 솟아오른다. 덩굴은 얽히고 섥히어 거대하고도 기괴한 장미과 식물로 만들어진 괴물로 변했다. 괴물은 머리 대신에 거대한 장미꽃이 달려있어 더더욱 눈에 띄었다.

 

 

" 비오란테, 최대출력으로 ! "

 

 

■■■■■■ - !!

 

그것은 정말로 식물인가 싶을 정도의 무시무시하고 커다란 괴성을 지르더니, 양 팔.. 로 추정되는 거대하고 긴 줄기의 집합체 두 쪽을 지면에 박아넣는다. 동시에 꽃봉오리에 미미한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머잖아 빛이 점점 커지고 확연해지고,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격벽의 균열과 균열이 맞닿아 부서지며 거대한 악의 파도가 몰아친다.

작은 몸집에서 온 힘으로, 그러나 짧고 간결하게 외친다.

 

 

" 사출 ! "

 

 

' 끼이잉 - ! ' 흡사 쇠가 갈려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꽃잎에 응축되던 빛이 그대로 광선이 되어 파도를 향해 쏘아진다. 

선명하고 찬란한 광선이 일순간 파도를 압도하며 그것들이 몰아붙여오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도로 밀어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파도는 아까보다도 몇 배나 큰 규모로 들이닥치며 역으로 빛을 삼켜버리고.. 반파된 결정벽도 집어삼키고.. 모모카의 비장의 수 마저 그 안에 잡아먹히고 만다. 모모카는, 몇배나 더 거대해지고 빨라지고 거칠어진 검은 파도를 눈앞에 두고 망연한 얼굴로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이럴수가... 이제... "

 

" 끝..인가.. "

 

옆에서있던 마법사. 유리코는 파도에 삼켜지는 지팡이와 손목을 그러 관망하며 모모카가 그러듯 검은 파도가 자신을 삼키러 오는걸 보는 수 밖에 없었으리라. 여왕도, 관료들도 급작스럽게 드리워지는 거대한 그림자에 경악하며 뒤돌아보고, 경이롭고 끔찍한 칠흑의 물결을 목도하며, 절망을 삼켰다.

 

그 찰나에.

 

 

 

빛이 내려왔다.

 

 

 

 

검은 파도는 찬란한 빛이 내리쬐자, 석상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더니 흩어질 것 처럼 부르르 떨리다가 이내에 정말로 터져버린다.

 

터지고 흩어지는 시커먼 그림자의 잔해들이 빛을 피하듯이 자신들이 몰아쳐왔던, 왕국의 방향으로 쏜살같이 흐르고 흘러 소스라치게 도망친다. 모모카와 유리코.. 그리고 주변에서 절망의 순간을 맞이할 뻔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영롱한 금색은, 그들을 안심시키듯이 찬란한 빛의 고리를 흩뿌린다.

흩뿌려져 지면으로 가까워지는 빛의 고리에 반응하듯, 검은 안개와 파도, 그림자 괴물들이 경련을 일으키며 산산조각나 그 잔해들이 자신들이 왔던 방향.. 역시나 궁성으로 빨려들어가듯 되돌아간다. 갑작스레 괴물들이 모두 사라지자 사람들은 도망치던 긴박한 발걸음을 멈춘 채 하늘에 떠있는 빛을 올려다 봤다.

 

빛은, 그들의 시선을 인지한것인가.

 

아련한 꼬리를 남기며 궁성으로 날아갔다.

 

 

 

 

 

" 아... 아.. !! 아아아아... ! "

 

작은 몸체가 붉은 눈동자를 파르르 떨면서 주저앉는다.

반대편엔 검은 그림자들과 떨어지는 지옥불의 세례에 긁히고 타들어간 상처가 가득찬 만신창이 소녀가 겨우 버티고 선채로 적의 이상상태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자신을 낚으려는 함정인 것 치고는 아무런 계획성도 없는데다가, 주변의 안개들도 아까까지와는 비교도 안됄 정도로 옅어진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이변이 벌어진 것인가 ?

 

적의 상태를 파악하던 중, 소녀. 사죠 유키미는 기묘한 감각을 인지한다.

감정의 변화였다.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유키미는 그 따스함의 흐름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검게 소용돌이치는 하늘의 한가운데에, 놀랍도록 눈부신 금색의 빛이 궁성으로 향해 부유하며 수도 전체를 비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괴로...워 ! 언니...도와.. 줘... ! 코즈에... 아파...아... ! "

 

 

코즈에... 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붉은 눈동자의 아이는 머리를 움켜쥐면서 바닥에 꿇어앉은 채 계속 괴로워한다.

 

 

" ... 기회인가 ? "

 

유키미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회색의 반액체 물질이 그녀의 앞을 막아선다.

이는 곧 상황을 살피자는 페로의 의도란걸 유키미는 대번에 눈치채고,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을 도로 한 보 뒤로 되돌렸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몸 상태로는 허를 찌른다 해도 제대로 피해를 줄 수나 있을지부터 문제이기도 했고.

 

" 이런 상황은.. 처음이야. "

 

 

유키미가 아마도 빛으로부터 떨어지는 걸로 추정된 작은 빛의 결정(?) 같은것이 자기 바로 위로 내려오는걸 보고 두 손을 뻗어 쥔다.

쥐자마자 빛은 흩어지며 빠르게 그녀의 몸을 타고 돈다.

 

 

" 따스해. "

 

 

다시금, 유키미는 기묘한 감정의 기복을 느낀다.

유키미가 그 감정을 애써 자중하고 도로 코즈에가 있는 방향을 보았을 무렵.

이미 유사 코즈에는 커녕 검은 안개조차 사라진지 오래였다.

 

 

 

.

.

.

.

 

" 냐아아아 - ! "

 

" 하하, 이거.. 버티기도 여간장난이 아닌데... ? "

 

미쿠의 참격을 간발의 찰나에 연달아 피하면서 유즈는 식은땀을 흘렸다. 애초에 채셔 캣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전승때문인지 예지와 행동의 간섭이 전혀 통하지 않았으며, 그 외에 대부분의 능력들은 아까 전에 자기에게 뒷일을 맡겼던 여인에 의해 제약이 걸려있어 사용 할 수 없다. 물론 사용한다고 해도 미쿠에게 이길 승산은 아주 조금 늘어나는게 전부였다. 게다가....

 

 

" 냐아아 !! "

" 어이쿠... ! "

 

채셔 고양이는 허공에서 사라져 유즈의 바로 위의 허공에서 나타나 발톱으로 내리쳤다.

 

 

" 촐랑촐랑 피하기만 하고... ! "

 

... 아까 유즈의 이야기에서 이어 말하자면, 마에카와 미쿠 역시 전력을 내고있는것은 아니었다. 전력을 내버리면 저도 모르게 이성이 날아가 날뛰게 된다는걸 잘 알고있었고, 이런 복잡한 장소에서 끈을 놓아버리면 다시 제정신을 찾는건 더더욱 힘들다는 것 역시 자각한 상태였다.

일전에 시오미 슈코를 산산조각 내버릴 때의 변위력가 파괴력을 발휘한다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지만, 그정도가 되도록 정신을 놔버리면 왕국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리이나와 그 일행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존재했다.

 

유즈 역시 그걸 알고있는건지 기분나쁘게 실실거린다.

 

 

" 뭘 웃는거냥. "

 

" 승산이 없다는걸 아니까, 시간끄는데 집중하는거지 뭐. 그리고....윽 ?! "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던 모습은, 급작스레 머리를 움켜쥐며 비틀거린다. 미쿠는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뭔가 나오려니 했던 찰나에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당황을 금치못한다.

 

" 엥 ? "

 

" 으극... 크으으으... ?! "

 

키타미 유즈의 얼굴에 움찔거리는 붉은 선들의 군집은 쉴새없이 일렁이며 경련하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하듯이 날뛰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발톱을 거두고 적개심을 거둔다. 지금 미쿠의 눈앞에 고통스러워 하는 여인은 명백하게 싸울 의지를 날려버린 상태였다.

 

 

" 뭐야 이 아픔은...?! 한번도 이런건..없었는...데... ! "

 

" 앗... ! "

 

 

후퇴해야한다는 말을 남기고, 유즈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다. 그녀에게 뒤를 맡겼던 여인처럼 말이다.

미쿠가 검은 기운이 퍼져나가는 악몽같은 폐허 한가운데서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며 뭔가 달라짐을 알아챈다.

안도의 한숨? 지금은 검은 안개와 파도들과 괴물들이 몰아치는 지옥도같은 상황 한가운데에 놓여있는데 안도 ?

 

그치만 실제로 그녀의 긴장감 가득한 마음 속 한켠에선 안정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뭐냥... 이 미묘하게 안심되는.. "

 

아아, 그녀는 떠올려낸다.

 

그 감각을 느낀적이 있다.

오래되지 않았다. 

 

미쿠는 그 감각의 근원지점, 하늘에서 부유하며 궁성으로 향하는 빛을 발견했다.

 

 

 

 

 

 

 

 

빛이 마침내 궁성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곳 끄트머리에 다다라 멈췄다.

 

순간, 궁성의 마천루를 타고 솟구치는 검은 기운이 정체된다.

어둠과 검은 기운만이 솟아오르는 심연의 구렁텅이에 한줄기의 광명이 비춘다.

 

마천루의 끝에서 솟구치던 검은 기운의 한가운데에서 빛이 찬란하게 뿜어져나온다. 먹구름과 마천루의 끝을 잇는 검은 흐름이 끊기며, 왕도에 퍼져나가던 기운들이 멈출 수 없는 격류처럼 흘러나왔던 검은 안개들이 서서이 가속을 붙이며 썰물마냥 도로 성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

.

 

 

 

" 이럴.. 이럴수가 이럴수가 이럴수가 ... ! 이럴리가 ! 이럴리가 없는데 ... !! 어째서어 ?!?! "

 

 

 

붉은 눈의 여인은 강렬한 빛에 절규한다.

 

빛이 검은 기운이 타고올랐던 마천루를 타고, 구덩이로 삽시간에 내려와 그 밝음을 전파하며 심연을 점차 비춰가자 여인의 절규는 고통의 비명으로 바뀌어간다. 동공이 심장의 고동처럼 요동치며 눈 주변에 덩굴처럼 올라온 붉은 선들이 독립된 생명처럼 경련을 일으키며 움찔거렸다. 절규의 말조차 더 잇지 못하고 고통에 더한 신음과 비명만을 질러댔다.

 

반대로 린은 아무렇지도 않음에 의아해한다. 아카네도, 붉은 눈의 여인도 고통스러워 하는데 자기만큼은 빛이 확연해져 옴에도 그 어떤 고통스런 감각이나 부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심신에 경이로울 정도로 안도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빛과 함께 내려오는 그것은.. 정말로 신성했으며 따뜻했다. 별의 빛이 비춰주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으로.. 구원의 빛이다.

 

그리고 시부야 린은, 어둠속에서 비춰지는 그것이 어떤 빛인지. 또 누구의 빛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익숙한 느낌이 너무나도 확연하다.

 

나지막하게 그녀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다.

 

 

 

" 우즈...키... ? "

 

 

─ 이제 괜찮아요. 린짱. ─

 

빛은 따스한 목소리로 그녀를 어루만진다. 보듬어준다. 이제 더 이상의 싸움은 필요없음을 읉는다.

 

찬란한 빛... 마치 대낮에 온 세상을 비추는 찬란하고도 고고한 태양처럼 빛나는 시마무라 우즈키의 모습이 가벼우면서도 확연한 안심을 주변에 전파하며 강림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쥐고있던 검을 놓아버렸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는 사뿐히 내려오는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한달 전 떠나며 들렀을 때와 같은 병약한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없이, 금빛 광명에 휩싸여있는 시마무라 우즈키를 향해 린은 무심코 손을 뻗었다.

우즈키는 한치의 주저없이 린의 손을 맞잡는다. 그리고 건강했을 적에 보여줬던 태양같은 함박미소를 내비친다.

 

── 돌아왔어요. 그러니 이제 괜찮아요. ──

 

" 우즈키, 몸은 괜찮은거야 ? 진짜로 너야 ? "

 

─ 네. 걱정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안심해요 린짱.. ─

 

 

 

" 이제 제가 이 끔찍한 참사를... 더 이상 이어지게 두지 않을테니. "

 

시마무라 우즈키가 내는 목소리에서 울림이 사라지며, 몸은 한층 더 빛난다.

빛나다 못해 그 몸에서 금색의 불꽃... 성화(聖火)가 뿜어져 나와 린의 옆에 있던 아카네에게 몰아친다. 히노 아카네의 몸을 타고 불꽃이 용오름한다. 야수의 팔다리처럼 괴이하게 변이되어있는 부위가 동시에 잿더미가 되어 부서져간다.

 

 

" 크으으..?! 크륵... 크..아아... ! 아아아 - "

 

 

아카네는 이를 악물며 불꽃에 저항해보려고 하지만 빛과 함께 족쇄처럼 아카네를 억누르며 불사르는 그 화력에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휩싸여간다. 린이 어떻게 되는건지 물어볼 새도 없이 성화가 훑고 지나간 히노 아카네의 모습은 놀라움 자체였다. 짐승처럼 돌기나고 변이되어있던 팔다리는 사람의 것이 되어있었고, 눈 주변에 솟아올라와 침식해있던 혈관같은 것들도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린이 황급히 다가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카네의 눈을 벌려보자, 눈동자의 빛깔 역시 붉은 기가 온데간데 없이 아카네 본인의 갈색 눈동자로 돌아와 있었다.

 

" 어떻게 한거야 ? "

 

" 아카네짱의 안에 있던 별의 의식을 모두 씻어냈어요. 사실 처음 해본거지만... " 

 

자신이 없었던건지 마지막에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그러나 그 몸에서 뿜어지는 태양과 같은 빛과 불의 고리들의 일렁임은 진짜였다.

 

 

" 씻어내.. ? 분리해낸거야 ? "

" 네. 다만 별의 의식이 거의 몸의 반절을 덮어갈 무렵이었던지라 아카네짱이 강한 정신력을 갖고있지 않았다면, 실패했을 거라 생각해요. "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말을 하고싶었다는걸, 시부야 린은 이해한다.

그치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렇게 시마무라 우즈키와 다시 재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반갑다는 감정과 놀라움과, 그리고 미안함. 이 세가지의 감정이 서로 섞이며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린은 어찌 제어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우즈키가 다시 건강을 되찾은건지, 이토록 강렬하고 깊은 빛을 발휘할 수 있게 된건지, 의문점들도 무궁무진하게 솟아났다.

 

그렇게 솟아나는 의문들과 감정의 소용돌이로 가득차있던 린의 마음 속은, 붉은 눈의 여인이 외치는 비명소리에 삽시간에 안정된다.

아직 적은 존재했다. 시부야 린은 냉정을 되찾고 떨어트렸던 부러진 검을 도로 주워든다.

 

 

" 으아아...아아아... ! 거짓된 태양 .. !! 거짓된 빛 ! 이럴 리가 없는데.. ! 어떻게 ?! 어째서 ?! "

 

이제 신도도 없이 홀로남은 여인은 증오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얼굴을 움켜쥐고 벌린 손가락 사이로 우즈키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여인이 광기를 이제 기쁨이 아닌 분노로 분출시키며 소리지른다.

 

 

 

" 카렌... 카렌!! 카레엔 - !!! "

 

 

 

" .... 뭣 ?! "

 

린은 익숙한 이름에 당황하며 여인을 처다본다.

이윽고, 검은 가루가 모여든다. 모여든 가루는 언젠가 나타났을 때 처럼 사람의 형상으로 굳어져야 하지만, 태양빛이 비춰지는 그 공간 안에서는 움츠러들었다가 퍼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아주 천천히 형상을 모습을 구축했다.

그마저도 머리 아래부분은 만들어지다가 도로 흩어져버리고.. 다시 뭉치려고 가루들이 응집했다가 도로 분산되길 반복하다, 결국에 머리만이 다른 가루들의 호위를 받듯이 주변에 몰아치는 구도가 되고 만다.

 

시부야 린이 놀라서 돌아보는 방향에 있는 검은 가루에서 말미암아 만들어진 사람의 머리가 떠있는 광경. 그 얼굴은, 린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친숙한 얼굴이었다.

 

" 정말로 카렌, 너야... ? "

 

눈동자가 붉다는 것 말고는... 틀림없이 호죠 카렌. 한 때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의 부대장이자 전우였던 그녀의 모습이 틀림없다. 타카가키 카에데에 의해 역모의 모함으로 쫓겨날 때 카렌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나오의 말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어째서 오니기리교의 일원이 되어버렸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거기에 더해, 린의 물음에도 둥둥 떠있는 얼굴은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 "

"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어째서 ?! 카렌... 대답해줘 ! "

 

 

전...이... ! 전이해 !! 아무데나 좋으니까, 당장 전이해 - !!! "

 

 

 

여인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발악하자, 몰아치는 분자들이 반응하듯 그 세기를 더욱 키워간다.

뭔가가 다급하게 흘러감에 린 역시 마음이 급해져 이름을 외쳤다.

 

 

" 카렌... 카렌 ! "

 

 

" .... 안녕이야. 린. "

 

 

마지못해 던지는 듯한 의미심장한 한마디와 함께, 호죠 카렌이라고 불린 여인은 기껏 구축된 얼굴 마저 도로 검은 사철같은 가루로 흩어지고.. 분자들의 흐름은 고통스러워하는 여인을 감싼다. 우즈키가 자신에게서 뿜어지는 빛을 그 가루들이 소용돌이치는 방향으로 돌리기 무섭게, 가루의 흐름은 그 존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여인의 모습도 사라지고 없었다.

 

전혀 예기지 못한 동료였던 이와의 해후. 린은 일련의 모든 일들이 생각보다 넓고, 더욱 깊게 퍼트려져 있다고 추측하며 몸을 돌렸다. 구덩이 전체를 시커멓게 덮고있던 검은 기운들은, 우즈키가 구덩이의 밑바닥에 발을 딛음과 함께 두상부분이 파손되어있던 기묘한 석상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에따라 구덩이의 시야도 서서히 밝아진다.

우즈키의 빛으로 말미암아 밝아진 것이 태반이었지만, 일련의 미미한 어둠도 빨려들어가 지금은 더욱 더 밝아지고 있는것이 맞았다.

 

시마무라 우즈키가 이마에서 땀흘리며 허공에 두 손을 뻗고 움켜쥐는 시늉을 하며 끙끙거리는 모습을 발견한다.

곧이어, 여리지만 당찬 기합소리와 함께 빛의 띠가 퍼져나가 구렁텅이의 벽면을 따라 메꿔졌다 사라지니.. 그제서야 그녀는 손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숨이 거칠게 내쉬고,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예삿것이 아니라 여겨진다.

 

" 우즈키 ! "

 

" 괜찮....아요. 왕도에 퍼져있는 마신(魔神)들을 끌어모아서, 도로 봉인했으니...이제.... "

 

주저앉은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려는걸 시부린은 재치있게 뛰쳐가 팔을 뻗어 부여잡는다.

명백하게, 막 나타나 린에게 안심하라는 말을 남길 때 보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 있었다. 이건 흡사, 제국과의 전쟁때 호노카와 맞서기 직전 그녀의 건강상태와 다를 바 없었다. 우즈키는 자신을 받쳐준 팔짱의 존재에 감사하며 린의 뺨을 어루만진다.

 

 

" 고마워요.. 린짱. 조금만 쉬면, 나아질 거... 에요.... "

" 응. 알았어 우즈키. 올라가서 편히 쉬자... ! "

" 헤헤... 헤헤헤... "

 

 

 

 

 

" 태양... 태양께서 내려오셨다... ! "

 

구렁텅이의 윗편에서 들어본 적 없는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감동과 환희에 젖은 남자의 목소리.

이윽고, 그 목소리는 하나 둘 늘어나... 수십이 되었다. 그들은 은과 철이 배합된 중금속 갑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구덩이의 가파른 지면을 따라 바득바득 기어내려오는 이들의 모습은 흡사 벌레무리 같기도 했다. 그들이 더욱 가까워지자 갑옷에 세겨진 문양을 보고서야, 시부야 린은 그들이 누군지 안다.

 

" 깊은 곳의 교단... "

 

이단심문관과 몇몇 주교들이 궁성에 드나드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저토록 많은 교단사람들을 본것은 처음이었다. 

한편, 린이 말을 마치자마자 전격이 구렁텅이의 밑바닥을 작게 강타하며 작은 체구가 내려왔다.

 

 

" 시부야 린... "

" 근위대장, 당신이 여기서... ? "

" 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데 ? 전(前) 기사단장 씨. "

 

안즈는 능청맞은 말과는 달리, 몸에서 전기 스파크를 튀기며 린에게 점차 다가선다. 근위대장의 시선에 보이는, 몸에서 묘한 빛을 뿜어내고있는 우즈키를 안은 그녀는 왕명을 거부하고 탈주한 변절자이다. 그녀가 어째서 왕도로, 게다가 이런 숨겨진 구덩이의 안에 다다른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하게도 중죄인인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 시커먼 것들이 갑자기 발악하면서 흩어져 빨려들어가길래. 그걸 따라 왔더만... 이런 곳이 존재했을 줄은.. 게다가.... "

 

후타바 안즈가 우즈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사실, 그녀를 비롯한 성기사들은 빨려들어가는 기운을 추적해서, 우즈키가 막 이 구덩이에 나타났을 때 부터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금색의 빛과 성화(聖火)가 끔찍한 어둠을 씻어내는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두 눈에 세겼던 것이다.

 

지금은 그 빛이 다소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색의 광명을 비추고 있는 우즈키를 보고서, 성기사들은 하나같이 감동한 듯 목소리를 떤다.

 

 

" 태양... 태양이시다.. ! 영광의 태양 !! "

" 아아... 우리의 믿음이 보답받았구나.. ! "

 

성기사들은 이미 아까까지의 죽을 고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소리높여 부르짖는다.

태양이 내려왔노라고. 구원의 빛이 다다랐노라. 라고.

 

 

" 우리들의 무지몽매함 때문에 태양께서 내려오시자마자 스스로를 희생하시며 상처를 입으셨다.. ! 참회합시다 !! "

""" 참회하나이다 ! """

 

" 뭐야.. 이건... "

 

 

의식이 몽롱한 우즈키를 앞에 두고 성기사들은 일제히 무기와 투구를 내려놓고 무릎꿇고 빛의 근원을 향해 기도하며 눈물을 흘린다.

가장 앞에 선, 기도를 종용한 이는 그 어느 기사들보다 열렬히 기도하며 죄를 읉으며... 온 몸의 물을 빼내듯이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 이 멍청한 것들 ! 당장 일어.... "

" ... 그딴 식으로 빌고있을 시간이면, 당장 우즈키를 옮겨 - !!! "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시부야 린이 격양하며 소리지른다. 그 목소리는 단원들을 제자하려던 늙은 기사의 말보다 반박자 늦었지만, 기백으로 압도하여 차례를 빼앗았다. 동시에, 강렬한 위압감이 주변 일대를 억누른다.

 

그제서야, 기사들은 현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우즈키를 린에게서 받아든다.

마법을 쓰는 이들이 우즈키를 부양마법으로써 옮기며 천천히 구덩이 위로 올라가는걸 지켜보던 중, 안즈가 린에게 한발짝 더 다가간다.

그녀는 린과.. 그 옆에 구속된 듯이 세워져있는 기묘한 석상을 한번 훑어보고서 눈알을 굴린다. 석상은 어느센가, 깨져있던 머리부분이 도로 메꿔져 있었다. 시부야 린이 경계를 멈추지 않음에도, 아즈는 거리낌없이 전기를 튀겼다.

 

 

 

안즈는 린의 코앞까지 전기줄기를 휘몰아치며, 알현실에서 만날때 처럼 가벼운 말씨로 한마디 던진다.

 

 

 

" 자, 전후사정을 설명해 주실까 ? " 

 

 

 

 

 

 

제 7장 - 빛이 내려오리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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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젤나ㄱ... 

 

 

으아아아아아 길어어어어어어어어 - 

 

갑작스런 파워업과 함께 시마무라 우즈키가 등장한 이유.

청과 심록의 여인과 아이리의 검의 행방.

뮤즈가 알고있는 것들.

그리고 검은 기운이 솟구쳐나오던 구렁텅이와 석상의 존재이유.

 

 

이 모든것은 막간 및 시즌 에필로그로 내용에 담겨집니다.

그리고 내용 역시 7장에서 곧바로 이어집니다.

 

 

사실 7장의 화수를 더 늘려보려했지만, 이래저래 장 하나로서 너무 길면 불편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자, 여기까지 봐주신 여러분들께 무궁한 감사를 보내며, 저는 곧바로 막간과 에필로그의 내용을 정리하러 가야겠군요.

신데렐라 판타지를 언제나 지켜봐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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