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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쿠보와 질투하는 사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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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9, 2017 02:49에 작성됨.

"흐응...흐응...흥~"

 

"오, 모리쿠보.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에헤헤..."

 

"그래도 말이지, 나 지금 일하고 있으니까..."

 

"모리쿠보는 겨울메기처럼 조용히 하고 있을 테니까...프로듀서님은 신경 쓰지 마시고 업무를 봐주셨으면 하는데요...흐흥..."

 

"아니, 이런 자세로 있으면..."

 

 제법 넓지만 따로 업무실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돌 사무실에서, 사무실을 담당하여 운영하고 있는 프로듀서는 자신의 담당 아이돌 소녀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그가 담당하는 소녀는 최근 높은 지지를 받기 시작한 모리쿠보 노노. 아직 14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인데도 그녀가 가지는 인기는 보다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담은 아이돌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를 스카우트하고 키워낸 프로듀서는 그녀를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사무소에서 그녀가 보이는 행위 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프로듀서님은 모리쿠보랑 약속하셨는데요...모리쿠보가 열심히 일하는 대신, 모리쿠보의 어리광을 받아주시겠다고..."

 

"아니,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 나올 거라곤 생각 못했지...'

 

 아직 젊어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조카를 돌봐 본 경험 밖에 없는 프로듀서는, 자기 자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떡하니 무릎 위에 앉아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노노의 모습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사이는 가까울 수록 좋다.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문제가 되겠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거리를 유지하면 그만큼, 신뢰를 갖게 되는 둘의 사이는 분명한 유대감으로 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아는 프로듀서는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과도 좋은 관계와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유독 노노에게는 그것이 안됐다.

 

"모리쿠보, 내 무릎 위가 뭐가 좋다는 거야?"

 

"프로듀서님의 무릎은 적당한 높이에 적당히 푹신해서...모리쿠보에게는 최고의 안식처인데요..."

 

"아니, 내 무릎 위는 너의 안식처가 아닌데...하아..."

 

 느긋함이 느껴지는 미소로 솔직하게 말하는 노노를 보며 프로듀서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를 어떻게 떨쳐낼 수 없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그것을 말하려고 할 때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다.

 

"모리쿠보, 하지만 말이야..."

 

"우으..."

 

"...아니, 앉아있어..."

 

"에헤헤..."

 

"..."

 

 매번 시도할 때면 눈치가 빠른 노노는 그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그의 약한 마음을 이용한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이 서운해하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의지는 약해지고,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프로듀서님, 일이 지치시면 모리쿠보를 쓰다듬어서 기운을 내주세요..."

 

"..."

 

스윽- 스윽-

 

"에헤헤...프로듀서님의 손~"

 

'그렇게 좋은가...'

 

 별 것 아닌 쓰다듬인데도 마치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보이는 노노를 보고 프로듀서는 의문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도 없는 평범한 쓰다듬에 그녀는 왜 이토록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노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있을 때, 사무소의 현관이 열리며 익숙한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자아~귀여운 제가 도착했다구요~!"

 

"오, 코시미즈. 오늘은 빨리 왔구나?"

 

"정말! 또 딱딱하게 코시미즈라고 부르시고...행복의 아이라고 불리는 쪽이 더 좋으니까 이름으로 불러달라...읏."

 

"아하하, 그래. 사치코. 레슨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또 아무렇지 않게 그러고 계신 건가요? 프로듀서 씨."

 

"응? 아, 아..."

 

 자신을 뽐내는 것을 좋아하며 칭찬 받는 것을 가장 기뻐하는 소녀 코시미즈 사치코. 본인 스스로 귀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자기가 귀엽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며 어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팬이 많은 만큼 안티도 제법 있는 미묘한 느낌의 소녀 아이돌. 다행이 최근에는 그런 모습에 오히려 정이 들어 팬으로 바뀐 안티의 수가 제법 많기에 걱정을 조금 덜긴 했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그녀는 사무소의 복권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렇게 스스로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그녀도 프로듀서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노노 앞에서는 그것을 멈추게 된다. 아니,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어이가 없기 때문에 어이를 잃는단 표현이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귀여운 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를 무릎 위에 앉게 두시다니, 프로듀서 씨는 사치가 지나치시네요!"

 

"아니, 그게..."

 

"뭐,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프로듀서의 총애를 받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니까요! 귀여운 제가 특별히 양보하고 있는 거라구요? 흐흥~"

 

"와아...그러면, 사치코 씨는 언제든지 프로듀서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실 수 있으니까, 그 전까지는 모리쿠보가 받아야겠는데요..."

 

"...에? 잠깐, 저기요?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죠?"

 

"왜냐니, 사치코 씨는 언제든지 프로듀서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실 수 있으신 거잖아요?"

 

"그, 그렇죠...전 귀여우니까!"

 

"언제든지 프로듀서님을 사치코 씨의 포로로 만드실 수 있는 거네요..."

 

"그렇...죠...?"

 

'어라, 뭔가 속고 있는 기분이...?'

 

"언제든지 사랑받으실 수 있는 사치코 씨가...이런 때가 아니라면 사랑받지 못해 죽어버리는 모리쿠보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 뭐...그거야 그렇긴...어?"

 

"에헤헤..."

 

"자, 잠깐만요!? 어딜 능글맞게 스리슬쩍 절 속이려고 하는 건가요!"

 

"모리쿠보는 별로 속이려고 하지 않았는데요...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사치코 씨는 정말로 귀여우니까...모리쿠보 같은 건 상대도 안될 게 뻔하니까, 사치코 씨가 진심을 내서 프로듀서님을 뺏기기 전까지 모리쿠보가 어리광부리는 거에요..."

 

"아니, 저기. 얘들아? 내 말을 좀 들어주면 안되니? 왜 너희들끼리만 얘기 나누니?"

 

"흐, 흐응...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조금 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도 프로듀서 씨에게 귀여움 받고 싶다구요? 무릎 위는 양보해드릴 수 있지만 아무리 제가 배려심이 깊고 귀엽다고 해도, 프로듀서 씨의 귀여움까지 양보할 생각은 없어요!"

 

"너네 내 말 듣고 있지? 그렇지? 듣고도 무시하는 거구나? 응?"

 

 모리쿠보와 사치코가 신경전을 벌이며 자신들의 입지를 어떻게 하면 보다 넓게 가질 수 있는지 다투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프로듀서는 자신을 무시하고 얘기를 진행하는 그녀들이 얄미울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프로듀서 씨, 얼른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세요!"

 

"어? 뭐야, 너네끼리 대화하는 거 아니였어?"

 

"무슨 말씀하시는 건가요! 오늘 하루도 귀여운 저로 있으려면 담당인 프로듀서 씨가 칭찬을 해주셔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당연한 것도 잊어버리시다니, 어쩔 수 없는 프로듀서 씨네요!"

 

"아니...하아, 그래. 이리와라..."

 

"흐흥~"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미묘한 관계 속에서, 사치코는 결국 프로듀서의 쓰다듬을 받아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을 했다. 그런 모습을 프로듀서의 무릎 위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던 노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프로듀서의 무릎 위에서 일어났다.

 

"엇, 노노? 이제 그만하는 거야?"

 

"아뇨, 조금...프로듀서님의 애정이 모자란 것 같아서 채우려는 건데요..."

 

"응? 그게 무슨..."

 

털썩-

 

"으억!?"

 

"엣, 에에엑!?"

 

 순간, 노노가 돌발적으로 벌인 일에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쓰다듬을 받으며 기분이 좋아보이던 사치코도 놀라서 두 눈을 부릅 뜨고 노노를 보았다. 프로듀서의 무릎에서 일어난 노노는 그대로 앞에서서 반 바퀴 돌아 프로듀서를 마주보더니, 그대로 다시 무릎 위에 앉아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프로듀서의 품에 딱 안길 수 있는 자세와 위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행동 때문에 프로듀서는 더 큰 곤란을 겪고 있었다.

 

'아, 안돼...이 애는 아직 14살이야...거기다 내 담당 아이돌이라고! 두근거리지 마라, 두근거리지 마!'

 

"지, 지지...지금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에요!?"

 

"프로듀서님이 사치코 씨를 귀여워해주시는데 신경 쓰고 계시니까...모리쿠보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도록 직접 움직인 건데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저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

 

"마, 맙소사...!"

 

 아무런 자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음에도 부끄러움보다 기분이 좋다는 것이 더욱 앞서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그러한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노노의 표정과 눈빛 속에 숨어있는 영악함을 보고 만 사치코는 비명에 가까운 감탄을 내뱉었고, 이내 인상을 찌푸리면서 프로듀서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뺨으로 가져갔다.

 

"자, 자아! 프로듀서 씨, 저를 더더욱 귀여워하실 수 있는 찬스라구요?!"

 

"헤헤..."

 

"..."

 

 자신을 마주보고 품에 안겨서 즐거워하고 있는 14살 소녀와, 자신의 팔을 붙들고 스스로를 쓰다듬게하며 귀여워해달라고 하는 14살 소녀 사이에서 프로듀서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사춘기 때의 소녀들을 스카우트 할 때는 조심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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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멘탈로 써서 혼돈과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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