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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리티 P 시리즈] 호죠 카렌 <히로인과 소녀, 꿈의 무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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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8, 2017 03:35에 작성됨.

호죠 카렌 <히로인과 소녀, 꿈의 무게> (上)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1월의 첫 번째 목요일. 도내에 위치한 모 프로덕션의 회의실.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단상에 서 있는 사람이 진행하는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번 행사에서는 부득이하게 노선 변경을…….”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경을 쓴 남성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격렬한 움직임에 그의 가슴에 걸려 있는 사원증이 크게 흔들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자신을 쏘아보자,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럴 거면 한 달 전에나 공지를 하시던가! 이제 3주일 남은 시점에서 이게 무슨 장난질입니까?!”

“그, 그러니까, 이거는 스폰서의 의향이라…….”

“그 스폰서가 누군데요!”

“……961의 쿠로이 회장.”

 

자신의 옆에서 들려온 자그마한 목소리에 일어서 있던 남자는 시선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그와 마찬가지로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가느다란 인상의 사내였다.

 

“이번 행사에……765프로덕션이 나간다는 걸 알고, 발목을 잡기 위해서 이렇게 바꾼 거겠지. 비열한 인간 같으니라고.”

“……이 말이 사실입니까?”

“…….”

 

단상의 남자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일어서 있던 남자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래서, 다른 프로덕션은 뭐라고 합니까?”

“……모두 불참한다는 의사를 보냈습니다. 마지막까지 의사를 보내지 않으신 분은 765프로덕션과 CG프로덕션, 두 분 뿐입니다.”

 

‘그야 당연하지. 지금 미쳐 날뛰는 765올스타즈와 싸우고 싶은 상대는 없을 테니.’

단상의 남자의 대답에 자리에 앉은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와 마찬가지로 안경을 쓴 호리호리한 인상의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

 

한 남성이 빌딩의 숲 사이에 마련된 자그마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가 차고 있던 시계에서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땡, 땡, 땡, 하는 일곱 번의 종소리가 가느다랗게 새어 나왔다. 일곱 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늘은 이미 밤의 색상으로 물들어 있었고, 가로등의 밝기는 절정에 달해 있었다.

 

“하아…….”

 

들고 있던 캔커피를 맞은 편 손으로 보내고, 자신의 손목을 바라본 남자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벤치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가 하얗게 부서지는 자신의 한숨을 바라보던 그 때, 부스럭, 하는 발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형님, 여기 계셨네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회의실에서 자신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다소 왜소한 체구의 남자였다.

 

“뭐라고 하던가요?”

“같은 대답이죠, 뭐……스폰서의 의향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다나.”

“선배님은 의외로 담담하시더군요.”

“하하,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죠. 그 양반, 우리들 견제하는 데에는 물불을 안 가리거든요. 이번에는 CG프로가 함께하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선배’는 말꼬리를 흐렸다.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아마도 우린 그대로 나갈겁니다.”

“그렇군요.”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정점에 선 사람다운 생각이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던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폈다.

 

“저희는……모르겠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요. 저 혼자만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렇다고 해도 도망가지는 않을 거잖아요?”

“하하하.”

 

‘선배’의 질문을 그는 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역시 눈치가 빠른 남자야’라고 생각하면서.

 

“……아직은 모르는 이야기죠. 저 혼자만 움직이는 일이 아니니까.”

 

강조하듯 다시 한번 말하고, 남자는 캔의 바닥에 약간 남아 있던 커피를 쭉 들이켰다. 차가운 초겨울의 바람에 닿았던 탓인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지근하던 커피는 청량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몹시 차가워져 있었다.

그렇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라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새로운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 남겨두었던 비장의 조각들을 이용한 새로운 퍼즐이.

  


 

다음 날, 11월의 첫 번째 금요일.

체력 평가를 마친 연습생들이 모두 귀가한 저녁 시간, 신데렐라 걸즈의 모든 사람들이 모인 회의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분위기의 원인은 다름아닌 회의실의 단상에 서서, 레이저 포인터로 프로젝터가 조사되는 스크린을 가리키는 그들의 프로듀서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브리핑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이번 달 말에 있을 합동 라이브……드림 페스티벌은 취소, 그 대신 프로덕션 매치로 변경되어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전달사항은 이상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을 진행하던 프로듀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상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치히로가 손을 들었다.

 

“센카와 씨, 말씀하세요.”

”저기, 프로덕션 매치라고 하셨잖아요?”

“네.”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말이죠, 이번 분기 프로덕션 대진표는…….”

“네. 765프로덕션. 다시 말해 ‘765올스타즈’입니다.”

 

그 말에,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아직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계획에 불과해요. 빼려면 얼마든지 뺄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을 소집한 것도 그것 때문이고요.”

 

단상에서 내려온 프로듀서는 비어 있는 테이블의 상석을 두 손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회의실 안을 울리는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부터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싸워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일단 물러나겠습니까?”

 

회의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프로듀서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아이돌들은 탁자에 앉아 있는 자신들의 동료를 한 번씩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묵직한 침묵을 깬 것은 조심스럽게 올라간 카에데의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이었다.

 

“프로듀서는 어떤가요? 우리가 물러설 곳이 있나요?”

 

카에데의 질문에 프로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짜 둔 계획 안에서는, 그리고 우리 회사가 정해둔 길에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올해는 더 이상의 기회는 없습니다.”

“이번을 놓친다면 다음은 무조건 3월이라는 소리군요?”

“네.”

“그렇다면……대답은 정해졌군요.”

 

팔짱을 끼면서 카에데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프로듀서, 저희는 언제까지나 올려다보는 입장이었죠. 이제는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는 답을 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그렇다는 말은…….”

“저는 나갈 거예요, 이번 이벤트. 상대가 765라고 해서 우리가 겁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그쪽에 못지않게 우리도 성장했고, 우리에게는 그쪽 못지않게 근사한 마법사님이 계시니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할 거야. 언젠가 한번 싸워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아~아. 이거 갑자기 피가 끓는 느낌인걸.”

“P씨가 있잖아? 그럼 우리가 질 이유는 없지 않겠어?”

“카에데 말이 맞아. 언제까지나 앞만 보고 갈 수는 없잖아? 나도 해 볼래.”

 

카에데를 시작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손을 들어 동의를 표했다. 좀처럼 자기 의견을 나타내지 않는 마유와 후미카까지도 손을 들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좌중을 돌아보았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는 어느샌가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좋습니다. 남은 기간은 3주.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을 서포트하겠습니다. 깨 보죠, 765.”

“”네!!””

 

우렁찬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단상으로 돌아간 프로듀서는 단상 위에 펼쳐두었던 자료를 정리하며 다시 한번 좌중을 돌아보았다.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늦은 시각까지 붙잡아두어 죄송합니다. 그리고……감사합니다.”

 

****** 

 

회의의 뒷정리가 끝나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텅 빈 사무실.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사무실 안에서, 퇴근 준비를 마친 프로듀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틴들 현상(주: 콜로이드 용액이나 먹구름 사이로 빛의 진로가 보이는 현상)처럼 사무실의 어둠을 뚫고 쏟아지는 불야성의 불빛과 달빛이 뒤섞인 빛을 받으며, 그는 광합성을 하듯 자신의 자리에 앉아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의 손목에 차고 시계에서 짤깍, 하는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종소리가 땡, 땡, 땡,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늘게 울리던 타종 소리는 아홉 번에서 멈추었다.

그 소리에 반응하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의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무실의 문을 닫고, 경비장치를 잠금으로 설정한 그는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CG프로덕션의 P입니다. 네. 우리 계획에는 변동 없습니다. 그럼, 다음 미팅에서 뵙죠.”

 

전화를 끊고, 그는 몸을 돌려 푸르른 비상등만이 켜진 어두컴컴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한번 휴대전화를 열고, 이번에는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접니다. P. 네. 오늘 저녁에 한번 만났으면 하는데요. 시간 됩니까? 아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스튜디오로 가죠. 치킨 박스 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선 그는 다시 한번 전화를 끊고, 그는 휴대전화를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되돌렸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을 향해 내려가는 프로듀서의 머릿속에는, 어제 맞추다 만 퍼즐 조각들이 서서히 모여들어,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음 날, 11월의 첫 번째 토요일.

아침 10시를 막 지난 시각. 나는 현관문에 서서 창 밖으로 얼핏 보이는 대문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간, 그것도 주말에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어제 저녁, 잠들기 전에 받은 P씨의 메일 때문이었다.

 

내일 10시쯤에 데리러 갈게. 일이 있다면 말해줘. 이쪽도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서.

 

물론 약속 따위는 없었기에 나는 당장에 OK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지금 나는 우리 집의 현관에서 P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정도를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을까, 골목길 사이로 자주 봐 오던 새까만 승용차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대문 앞으로 뛰쳐나갔다. 부드럽게 대문 앞에 멈춰 선 승용차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면서 P씨의 얼굴이 나타났다.

 

“미안하다. 많이 기다렸어?”

“으응, 아니. 나도 방금 준비를 마쳤거든. 조수석에 타도 돼?”

“물론. 벨트 잘 매고.”

 

냉큼 조수석에 올라타서 벨트를 매자, P씨는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속력이 올라감에 따라 창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이 점차 강해졌다. 약간 싸늘함을 느낀 나는 창문을 올리고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평소에 비해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진 앞머리가 보였다. 시선을 조금 내리면, 언제나 칼같이 빳빳하게 잡혀 있는 그의 정장에 잡혀 있던 줄이 약간은 무뎌진 것처럼 보였다.

야근이라도 한 걸까? 아니 그 전에, 어제 그렇게 움직이고도 야근할 힘이 남아 있었어?

 

“그런데 주말에는 무슨 일이야?”

“이번 행사 건으로 네게 한 가지, 맡기고 싶은 게 있어서.”

“’나’한테야, 아니면 ‘우리들’한테야?”

 

큰길로 나가는 교차로에 잠시 멈춰 서서,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호죠 카렌에게 맡기는 거야.”

“헤에, 그렇구나. 어떤 거야? 의상? 아니면 중요한 소품?”

“아니, 둘 다 아냐.”

 

신호가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노래야.”라고 짧게 덧붙인 그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고조되는 엔진소리와 함께 내 몸이 가볍게 시트에 파묻혔다.

‘새 노래라도 나온 걸까? 그치만, 라이브는 이제 겨우 3주도 안 남았는데?’

나는 린처럼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나오처럼 퍼포먼스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쓰러지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물에 불과했다.

지금 와서 새 노래를 받는다고 내가 그것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을까?

차라리 린이나 나오에게 주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나는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노래를 떠올렸다. 요 며칠 사이, 무척이나 내 가슴 속에 깊게 자리잡은 노래였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애써 그것을 부정했다.

응, 아닐 거야. P씨도, 그건 이미 주인을 기다리는 거라고 했고.

 

****** 

 

잠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도내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였다.

 

“인사드려, 이번에 우리가 신세지게 될 편곡자님이셔.”

 

나는 P씨의 옆에 서 있는, 눈 앞의 땅딸막한 체구의 털복숭이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키는 나보다 조금 큰 정도인 그의 얼굴 절반은 덥수룩한 수염에 파묻혀 있었다. 이마나 뺨 정도를 제외하면 덥수룩한 수염에 파묻힌 그의 얼굴에서, 그가 쓰고 있는 안경만이 이따금씩 스튜디오의 빛을 받아 반짝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호죠 카렌입니다.”

“반가워요. 당신이 호죠 양이군요. J스튜디오의 원장이자 주로 편곡을 맡고 있는 J입니다.”

“이름 독특하시네요.”

“멋있지 않나요?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외자이름, 이거 어릴적부터 엄청 갖고 싶었거든.”

 

그의 덥수룩한 턱수염이 꿈틀거렸다. 눈이 둥그렇게 굽은 걸 봐서는 미소를 지은 모양이다. 자신을 J라고 소개한 그는 빙글, 몸을 돌려 우리를 스튜디오 안에 마련된 테이블로 안내했다.

 

“P씨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듣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목소리가 곱네요. 나이에 안 맞게.”

 

“아, 칭찬하는 거예요. 호죠 양 나이대 애들은 변성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격변하기 십상이니.”라고 덧붙이며, 그는 스튜디오 한 구석에 마련된 찬장에서 무언가를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가 가져온 것은, 따뜻한 김과 함께, 청량한 냄새가 올라오는 찻잔 세 잔이었다.

 

“아, 혹시 페퍼민트 싫어해요?”

“저 좋아해요. 민트.”

 

나는 곧바로 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청량감이 입 안을 휘감으며, 건조하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 지쳐있던 목을 가볍게 풀어 주었다.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P씨를 바라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오만상을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헤에, 민트 못 먹는구나. 신기하네.

 

“그래서, 오늘은 어디까지 해 볼 생각? 미리 말해두지만, 나 어제 누구 덕분에 철야해서 지금 몹시 피곤하거든요.”

“일단 전체적으로 한번 맞춰볼 생각입니다. 저번 샘플로는 뭔가 좀 모자라다고 하셨길래 말이죠. 그리고 날밤은 같이 깠잖아요.”

“호오, 오늘 끝장을 보겠다는 소리구만. 그런데 날밤을 같이 깠다니? 그랬었나?”

“치킨박스 토해내세요. 얼른.”

“어허, 젊은 사람이 눈 시퍼렇게 뜨고 말이야. 거 농담도 못하나?”

 

와, 두 사람 손발 잘 맞네.

P씨와 J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차를 홀짝이며 P씨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늘상 보는 모습이지만, 진지한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턱을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가능하다면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하고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차를 홀짝이고 있자니, P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J씨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호죠 양. 지금 되겠어요?”

“네, 네? 어떤 거요?”

 

J씨는 엄지손가락으로 스튜디오 안쪽을 가리켰다. 은은한 할로겐 램프 불빛 아래에는 산적해있는 음향기기들과 그 너머, 방음벽과 방음유리로 격리된 녹음실의 모습이 보였다.

 

“노래 말이에요.”

“네? 아……네. 문제 없어요.”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싱글벙글하며 기재를 준비하는 J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민트향이 물씬 풍겨오는 차를 홀짝였다.

잠시 후, 녹음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헤드폰을 쓰고, 스탠드형 마이크의 앞에 테이프로 X자로 표시된 자리에 섰다. 쓰고 있던 헤드폰에서 뚝, 하고 무언가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잘 들려요?]

“네, 잘 들립니다.”

[뜬금없이 노래 시켜서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 혼자서는 조금 벅찬 작업이라 별 수 없어요. 이해했죠?]

“네. 이해는 했는데……저기, 무슨 노래인지는 가르쳐 주셔야…….”

[괜찮아요. 도입부만 들어도 어떤 노래인지 바로 알 수 있을 테니. 자, 그럼 5초후 시작합니다.]

 

또 다시 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삑, 삑, 삑, 하는 비프음이 들려왔다. 1초에 한번씩, 다섯 번을 반복해 들리던 비프음이 멈추고, 마침내 노래의 전주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건반 하나하나를 천천히 누르는 듯한 피아노 소리였다.

 

‘앗……!’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의 선율을 듣는 순간, 나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비가 갠 직후, 여기저기 물이 고인 오솔길을 걷는 듯, 건반 하나씩을 천천히 두드리는 피아노의 선율.

그것은 나에게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화음이었다.

전주가 끝나갈 무렵, 문득 나는 이 노래의 가사를 아직 완전히 외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물론 무척이나 자주 부른 노래였기에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도입부를 비롯한 몇몇 부분의 가사는 아직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가이드 녹음을 할 때는 가사를 손에 들고 읽거나, 혹은 모니터에 떠오른 가사를 보고 불렀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나조차도 크게 놀랄 만한 일이었다.

 

등만 바라보는 걸로는 조금 부족해서

앞질러 봤어 너와 처음 만난 날

 

머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입에서 제멋대로 가사가 튀어나왔다. 그것도 갑자기 떠오른 것이 아닌, 오래 전부터 이 노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 노래의 화음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가사가 떠올랐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면서, 나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이 노래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팔다리를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로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던 것이, 이제는 마치 내 몸에 맞추어 나온 듯, 내게 무척이나 딱 맞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 

 

“흐음, 이 부분이 조금 이상한데. 한 번만 다시 불러줄래요?”

“아니……이게 아니고, 여기를 이렇게……자, 한 번만 더 불러줘요.”

“아니죠, 거기서는 조금만 부드럽게 꺾어서 올려 보세요. 너무 한번에 올리면 나중에 힘들어질 테니.”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느낌이 좋았지만, J씨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도 몇 번인가 노래를 부르고, 그것을 재조정하는 작업을 거친 끝에, 결국 우리는 J씨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마침내 완성된 곡이 담긴 메모리 스틱을 P씨에게 건네주는 J씨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화색이 만연했다.

 

“아, 보람차다. 날밤 깐 보람이 있는 작품이었어. 어디서 주워 온 건진 모르지만 아주 치밀하게 공을 들이셨구만?”

“우연입니다, 우연.”

“흠, 우연이란 말이지. ‘우연히’ 이 아이에게 맞는 노래를 찾아 이 아이에게 가이드 보컬을 시키고, 또 그게 ‘우연히’ 아무런 주인도 못 찾고 표류하다가, ‘우연히’ 이 아이게 돌아왔다는 말이지. 좋아. 아주 기막힌 세상이야. 살아갈 가치가 있겠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세상 참 재밌단 말이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기재 정리하는거나 좀 도와줘.”

 

P씨의 등짝을 퍽퍽 두드린 J씨는 기자재를 향해 걸어가는 P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음기를 거두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호죠 양은 어때요? 저게 자기 것이 좀 된 것 같아요? 아니면 여전히 수선이 좀 더 필요한가?”

“네? 아, 저, 글쎄요…….”

“하하, 아직 모르겠다는 표정이구만. 뭐……몇 번 더 불러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에요. 저 덩치가 당신에게 무슨 수작……아니, 이 경우엔 마법인가? 아무튼, 마법을 걸었는지. 정말 교활한 자식이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바라보던 그의 덥수룩한 수염이 또다시 굼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게, 웃고 있다는 뜻이었나?

 

“박하.”

“……네?”

“노래의 제목이에요. 박하.”

 

그러고 보면, 가사에서도 박하 이야기가 나왔었지…...좋은 이름이야.

 

“멋진 이름이네요. 감사합니다.”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자, 그의 수염이 또다시 굼실거렸다.

 

”호죠 양, 오늘 마신 페퍼민트 차의 냄새, 잘 기억해두길 바래요.”

 

******

 

스튜디오를 나올 무렵에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J씨의 배웅을 받으며 스튜디오를 나온 우리는 곧장 스튜디오 옆에 주차된 P씨의 승용차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조수석의 창문 너머로 휙휙 지나가는, 노을을 받아 붉게 번쩍이는 빌딩을 바라보았다.

교차로의 신호에 잠시 멈춰 선 틈을 타, 나는 운전석을 향해 말을 걸었다.

 

“P씨.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이었어?”

 

내 질문에, 나를 바라보던 P씨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평소와는 약간 다른 웃음. 내게는 그것이 마치 ‘들켰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멋진 드레스 고마워. 안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껏 계속 가지고 싶었거든.”

“새 옷이니까 지금은 입기에 불편할 수도 있어. 계속해서 길을 들이자.”

“응, 나 열심히 할게.”

 

P씨는 또다시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평소와 같은 웃음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박하’를 받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다. 그저 P씨가 가져온 것이니까, 막연히 좋은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 뿐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주에 있을 라이브까지 20일 정도를 앞둔 11월의 두 번째 주의 월요일 아침.

 

 

“어라? 문이 열려 있네?”

 

치히로는 평소보다 20분 정도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약간 잠이 일찍 떨어졌을 뿐, 결코 토요일에 과음을 해서 일요일에 뻗어 있느라 일찍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반기는 것은 전혀 뜻밖의 물건이었다.

 

[회의 갑니다.] 

“아니 무슨 회의를 이 시간부터…….”

 

‘성실하기도 하지.’ 프로듀서가 남긴 쪽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녀는 가볍게 기지개를 켠 뒤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의 자리 근처를 정리하던 중, 그녀는 문득 자신의 눈에 들어온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프로듀서의 책상 옆에 놓여 있는, 빈 드링크 병을 모아두는 상자가 어느덧 두 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 이게 언제 이렇게나 쌓였지?”

 

비록 계약직 어시스턴트였지만 다년간 사무업무에 종사한 것은 폼이 아니었기에, 치히로는 다른 것은 차지하고서라도 기억력만큼은 젊은 아이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각성제에 해당하는 에너지 드링크의 소모량은 그녀 또한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프로듀서의 자리로 향한 그녀는 조심스레 상자 속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다를까, 12병이 들어가는 상자 속에는 이미 빈 병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보통 프로듀서 씨가 하루에 여섯 병 정도 마셨으니까……이틀치 분량이려나.”

 

강한 효과를 기대하고 몰아서 마신 게 아니냐는 가정을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에너지 드링크라는 물건은 작은 요구르트나 여타 에너지 음료와 마찬가지로 몰아서 마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음료였다. 맛도 맛이지만, 처음으로 드링크 신세를 지던 날, 프로듀서 본인이 직접 두 개를 연달아 들이켰다가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한 이후로는 아무리 심장에 털이 난 프로듀서라도 여러 개의 드링크를 한 번에 마시는 행동은 두 번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이거 아무리 봐도 주말에 나와서 일을 하셨다는 뜻인데…….”

 

금요일에 있었던 회의는 분명 심각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로 급한 것은 아니었다. 3주라는 유예는 마음을 놓을 정도로 긴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수의 진을 쳐야 할 정도로 촉박한 시간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무실 정리를 마친 그녀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업무 준비를 마친 그 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서류를 한 다발 든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회의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졸리는 거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거 한번 보실래요?”

 

사무실로 돌아온 프로듀서는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치히로에게 스테이플러로 묶인 서류를 내밀었다.

 

“뭐에요, 이거?”

“다음 주에 새로 뽑을 계약직 사무원 명단이에요.”

“아, 그거 이제 나왔어요? 볼래요!”

 

그의 대답에 치히로는 가볍게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그가 내민 서류를 받았다. CG프로덕션은 매 사무실마다 어시스턴트가 최소 하나씩은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9월까지만 하더라도 치히로 본인이 어시스턴트로써 사무실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그 다음 달에 정규 사무원으로 일하게 되었으므로, 공석이 되어버린 어시스턴트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프로듀서가 건넨 서류를 받아든 치히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프로듀서 씨? 명단에 한 사람 밖에 없는데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가지고 온 서류를 정리하던 그는 고개를 들어 어리둥절한 표정의 치히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센카와 씨, 혹시 ‘답정너’라는 말 아세요?”

“……네?”

“농담이에요. 실은 남은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었더란 말이죠. 자아, 그럼 전 자료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트레이닝 파트에는 연락 해 뒀으니까, 이따가 애들 오면 일정표에 적힌 대로 보내시면 됩니다. 급한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시구요.”

“네.”

 

프로듀서가 사무실을 나간 뒤, 부드럽게 닫히는 사무실의 문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서류를 바라보았다. 어시스턴트 지원자의 최종 후보가 적혀 있는 명단에는 단 하나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미후네 미유(三船美優)

 

“스물 여섯? 와아, 예쁜 사람이네…….”

 

치히로가 지원서류를 살펴보며 한숨을 푹 내쉬던 바로 그 때, 잠자코 있던 사무실의 팩스가 갑자기 삑삑거리면서 울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팩스를 통해 전달된 두 장의 서류를 확인한 치히로는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뛰어와 휴대전화를 조작했다.

 

“여, 여보세요? 프로듀서 씨? 저 치히로에요. 다름이 아니라 방금 팩스가 도착했는데요. 그게, 주최측 공문이랑…….”

 

치히로의 손을 떠난 종이가 그녀의 책상 위로 스르륵 내려앉았다.

 

“……765프로덕션 문서에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 날 오후, 지하에 위치한 트레이닝 파트의 회의실에는 프로듀서와 트레이너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유일하게 자리에 없는 루키 트레이너는 지금 연습생들과 함께 기초 레슨을 진행하고 있었다. 점심식사조차 거른 것인지, 프로듀서가 서 있는 단상에는 에너지 드링크와 반쯤 먹다 남은 칼로리 메이트가 놓여 있었다.

 

“이번 프로덕션 매치는 단체곡 2곡과 솔로곡 3곡. 총 다섯 번의 경합에서 3승을 먼저 따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대상 프로덕션은 티켓팅이 시작되는 2주 전, 그러니까 이번 주 금요일까지 참가자 명단과 사용할 노래를 보내야만 하고요. 홍보 쪽은 주최측이 알아서 한다고 하니, 우리는 우리 앞길만 잘 보면 됩니다.”

 

프로듀서에게서 받은 자료들을 각자 살펴보던 트레이너들 중, 마스터 트레이너가 한숨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5전 3승제? 무슨 유치찬란한 방식이군.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이거 기획한 놈은 아이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아니, 만든 놈도 문제지만, 한다고 하는 놈도 이상하군.”

“자존심이란 거겠죠. 일단 961만 엮이면 765도 인정사정 없어지는 경향이 강했으니. 뭐, 그건 둘째치고. 문제는 이 프로그램입니다.

 

트레이너 네 사람은 모두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의 뒤에 있는 화이트 보드를 바라보았다. 화이트 보드에 적힌 프로그램의 구성표에는 765 올스타즈 소속 아이돌들의 이름이나 곡명 따위가 적혀 있었다.

 

“정말 자비없는 조합이군. 손속 따윈 두지 않겠다는 게 보여.”

“무대가 생각보다 작아요. 그래서 활발한 댄스가 들어가는 단체곡은 넣기 애매합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쪽에는 단체곡의 스펙트럼이 압도적으로 부족하죠.”

 

프로듀서의 말에 트레이너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단체곡의 스펙트럼이 부족하다는 말은 매 라이브마다 나오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듀서는 그 단점을 메우고자 프로젝트를 진행시켰고, 노래의 분배나 트레이닝 또한 합창곡의 퍼포먼스에 포커스를 맞추어 진행시켜 왔다. 그의 계획대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내년 3월부터는 프로젝트의 단독 라이브가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출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첫 단추부터 시원하게 꼬여버렸다는 부분이었지만.

 

“그렇지만 단체곡을 내준다 하더라도 그 부분을 솔로곡으로 커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야. 저쪽의 키사라기 치하야 카드를 부술 만한 건 카에데 정도밖에 없으니.”

 

마스터 트레이너가 지목한 부분은, 4라운드에 표기된 <키사라기 치하야, ‘세빙’>이라고 적힌 부분이었다.

 

“백업으로 호시이 미키 정도가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 쪽에서는 트라이어드 프리무스를 깰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없는 단체곡이 또 줄어들게 되고.”

“……그렇지. 그 아이의 파워에 맞부딪힐 수 있는 건 시부야 정도니까.”

 

트레이너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프로듀서는 조용히 손을 들어 화이트보드를 똑똑 두드렸다. 트레이너 네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한 가지. 제안 드릴 게 있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들어주세요.”

 

그는 자그마한 메모리 스틱을 품 속에서 꺼내 오디오 컴포넌트에 꽂았다.

 

“뭐야? 그건?”

“이번에 받아온 호죠의 신곡이에요.”

“카렌의……? 마스터링까지 끝난 건가?”

“네. 다행히도 금방 끝낼 수 있었습니다.”

 

프로듀서가 스위치를 조작하자, 컴포넌트와 연결된 스피커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노래가 끝난 뒤, 놀란 듯 두 눈을 둥그렇게 뜬 나머지 세 사람과 달리, 마스터 트레이너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으로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굉장한데요……? 이거 정말 신곡 맞아요? 보통 숙달된 게 아닌데요?”

“미리 공을 좀 들였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거다’ 싶었거든요.”

”흐음, 재밌게 되어 가는군.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자세를 고쳐 앉는 마스터 트레이너의 시선을 받으며 프로듀서는 들고 있던 보드마커의 뚜껑을 덮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좌중을 둘러보았다.

 

“프로덕션 매치는, 엄밀히 말하면 아이돌과 아이돌의 싸움이라기보단 프로덕션과 프로덕션간의 싸움이죠. 그래서 프로듀서들은 가장 잘 하는, 가장 강한 카드를 내려고 합니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에요. 765 프로덕션의 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얘네들 지금 이기려고 완전히 눈에 불을 켰어요. 가뜩이나 단체곡도 부실한데 이런 애들한테 제대로 덤볐다간 박살나기 딱 좋습니다.”

 

트레이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덕션 매치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해당 매치에 임하는 기획사에 소속된 프로듀서의 ‘프로듀서 랭크’이다. 물론, 이 ‘프로듀서 랭크’가 연봉정산이나 인사고과 등에 적용되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요점은 ‘프로덕션 매치’로 인한 결과가 아이돌들의 지표인 ‘아이돌 랭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될 정도라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저는 이번 승부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뭐라고?”

 

프로듀서는 다시 보드마커의 뚜껑을 열고 765프로덕션의 출연 순서 옆에 새로운 글자를 적어 넣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의 필사(筆寫)를 바라보던 트레이너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로 저대로 갈 거에요?”

“네.”

“확실히 이기기엔 글러먹은 조합이군.”

“그렇죠. 이기려고 한다면 이건 미친 짓일 겁니다. ‘이기려고 한다면’.”

”……'커브볼'이군. 그래. 상대도 상대고, 무대도 무대다. 뒤집어보면 홍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되겠어.”

“상대는 그 765입니다. 아이돌 쪽에서는 아직은 햇병아리인 우리랑 달리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마크하는 언론이 두셋은 있기 마련이에요. 큰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칭찬은 바라지도 않지요. 제가 원하는 최고의 결과는 ‘졌으나 잘 싸웠다’입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시작부터 전력차이가 압도적인 두 프로덕션간의 대결. 아이돌이라는 업종에서만큼은 최강을 자랑하는 765프로덕션 입장에서는 ‘이기는 것이 당연한’ 싸움이고, 반대로 아이돌이라는 업종에서만큼은 비교적 약세를 보이는 CG프로덕션 입장에서는 ‘지는 것이 당연한’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승부가 반쯤 정해져 있는 이 싸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참신하게 눈에 띄는 짓을 한 쪽’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눈에 띄는 짓’은 약한 쪽에서 할수록 좀 더 눈에 잘 띄기 마련이다. 밟혀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약자의 꿈틀거림만큼 눈에 띄는 것은 없을테니까.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다행히도 765프로덕션의 아카바네 프로듀서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들의 카드를 반쯤 보여주었다. 그것을 100% 신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어떤 자세로 이번 대결에 임할 것인가에 대한 개략적인 힌트는 얻을 수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그의 이야기를 듣던 마스터 트레이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P씨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 프로덕션 매치에서 패배할 경우 당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갈지 모르는데.”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뚜껑을 닫은 보드마커를 내려놓고, 뒷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 보죠. 설마하니 모가지 날아가겠습니까?”

“하하, 이것 참. 대단한 리더로군.”

 

그의 대답에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마스터 트레이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옆에서 지금까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트레이너, 아오키 메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슬퍼할 거에요.”

“네. 알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졌지만 잘 싸웠다’도 결국은 대외 이미지에 국한된 이야기.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경위가 어찌 되었든 ‘패배했다’는 결과의 무게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프로덕션 매치에서 패배한 쪽의 프로듀서는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이 가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네. 제가 무슨 꼴을 당하든 그건 제 일이죠. 아이들에게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할 겁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제가 하려는 일은 프로로써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그러니 가급적이면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

“그만 둬.”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는 메이를 마스터 트레이너, 아오키 레이가 저지했다.

 

“너희들, 첫 단추부터 어긋나 있으니까.”

 

프로듀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레이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얼버무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화이트보드를 두드렸다.

 

“……이상으로, 이번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내일까지 다시 안내를 드릴 테니, 우선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알았어.”

 

트레이너들이 모두 돌아간 뒤, 회의실에 혼자 남은 프로듀서는 먹다 남은 칼로리 메이트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아래쪽. ‘5라운드’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바라보던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죠……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국 티켓팅은 시작되었고, 시내 여기저기에는 드림 페스티벌 대신 프로덕션 매치의 광고가 걸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벤트 당일까지 남은 시각은 2주일. 그 2주라는 시간은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일단 방침이 정해진 이상 프로듀서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에? 잠깐만, 지금 뭐라고?”

“이번 이벤트에서 마지막 라운드는 호죠, 네가 나간다.”

“……하아?!”

“하기 싫어?”

“어? 으, 응……아니, 그냥, 조금 놀란 것 뿐이야. 응, 내가 마지막이란 말이지. 맡겨줘, 나 열심히 해 볼게.”

 

765프로덕션의 마지막 주자인 미우라 아즈사에 대항하여, CG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마지막 라운드의 대상자로 호죠 카렌을 선택했다. 그런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카렌은 ‘박하’를 경이로운 속도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노래는 마치 그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몹시 익숙했지만, 안타깝게도 안무 쪽은 그렇지 않았다. 격렬한 동작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들과 달리 안무에도 감정을 실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렌은 결코 힘들다던가, 하기 싫다던가 하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보충 트레이닝을 받고, 좀 더 일찍 연습실로 들어와 사전 연습을 하는 등, 무척이나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P씨에게는 받아오기만 했을 뿐이야. 이제는 내가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

 

그런 그녀의 속내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잔뜩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신선했을 것이다. 당장에 그녀를 지도하는 마스터 트레이너조차 “호죠답지 않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으니까.

 

 

한편, 프로듀서는 매일매일을 스태프들과 함께 자료실에서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그녀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들을 찾아 헤맸다.

기존에 계획해둔 것을 연출부터 의상까지 스테이지에 관한 것은 모조리 제로 베이스로 되돌린 그는 자신이 계획한 대로, 누적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철저히 765프로덕션을 ‘접대’하기 위한 스테이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이기기 위한 스테이지가 아니다. 핵심은 ‘어떻게 해야 눈에 띄게 질 수 있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챙길 것은 챙기고, 버릴 것은 버린다.

결국에는 흔해빠진 이상론이었지만, 그들이 처한 ‘결과가 반쯤 정해진 싸움’이라는 다소 특수한 상황이, 그 이상을 점차 현실로 바꾸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D-Day가 되었다.

프로덕션 매치가 진행되는 도내에 위치한 대형 체육관.

 

 

“하아…….”

“아, 카에데 씨! 수고하셨어요!”

“네에, 고마워요. 아유, 힘들어라…….”

 

4라운드를 마치고, 매니저 씨의 부축을 받으며 카에데 씨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상대가 상대였기 때문인지, 카에데 씨는 무척이나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카에데 씨에게 다가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P씨는 다시 내게 돌아왔다.

 

“호죠, 컨디션은 어때?”

“응, 문제 없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는 P씨를 향해 나는 가능한 한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컨디션은 완벽 그 자체. 몸도 마음도 만전의 상태였다.

잠시 후, 스태프 씨가 들어와 5라운드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평소에 입던 어두운 배색의 의상과는 조금 다른, 밝은 색을 기조로 한 의상 위에 P씨의 외투를 걸치고, 나는 P씨의 손을 잡고 스테이지의 뒷편으로 향했다.

무대 위에서는 765프로덕션의 마지막 라운드, 미우라 아즈사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잔잔하게, 하지만 그녀 특유의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부르는 “곁에……”가 들려왔다.

 

“노래 잘하네.”

“너도 못지않게 잘 해.”

“후훗, 칭찬 고마워.”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저쪽 팬의 비중이 높아. 적지에 들어왔다는 생각으로 가자.”

“괜찮아. 내 건 발라드니까 콜 따윈 애초에 필요 없는걸.”

 

P씨를 올려다보며 나는 의상의 장식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바로 그 때, 노래가 끝난 것인지, 환호성이 뒤섞인 갈채소리가 들려왔다. 조명이 남아있는 스테이지의 반대편에서, 상대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미우라 아즈사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도 꽤나 벌어져 있고, 어두운 무대 뒤편이기에 그녀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두고 봐. P씨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끝내주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오늘이야말로 내가 당신이 만들어 낸 아이돌이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겠어.

 

갈채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던 그 때, 옆에 서 있던 스태프 중 한 사람이 우리들을 향해 다가왔다.

 

“신데렐라 걸즈, 스탠바이 30초 전입니다. 인컴, 마이크 확인하세요.”

“인컴은 잘 들리지?”

“응.”

“마이크는?”

“문제 없음.”

 

잠시 후, 암막이 내려오면서 무대 전체가 어두컴컴한 어둠에 휩싸였다. 시간이 임박했다는 것을 깨닫자 가슴의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불빛 한 조각 들어오지 않는 무대의 뒤편에서 내가 갈 길을 보여주는 것은 스테이지 뒤의 바닥에 야광테이프로 그려진 화살표와 P씨가 들고 있는 작은 펜라이트 뿐이었다.

 

“이긴다는 생각은 갖지 마. 머리를 비우고, 네가 지금까지 반복해 온 것, 갈고 닦아 온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만 생각해. 너의 진면목을 모르는 저 사람들에게, '호죠 카렌'이 누구인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도록.”

 

외투를 벗어 P씨에게 건넨 뒤, 나는 펜라이트 너머로 비치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걱정 마, 당신이 키운 아이돌이잖아? 다녀 올게.”

“……그래. 마음껏, 부담 없이 내지르고 와.”

 

툭, 하고 내 작은 주먹과 그의 커다란 주먹이 맞닿았다.

피스트 범프(주: 주먹과 주먹을 맞닿게 하는 인사법). 예전부터 한번 해 보고 싶었어.

 

“스탠바이 10초 전입니다. 진입 준비하세요.”

 

스태프 씨의 말을 신호로 나는 스테이지로 연결된 계단에 발을 디뎠다. 나의 등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커다란 손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계단을 힘차게 박차며 스테이지 위로 향했다.

 

-----------> 호죠 카렌 <히로인과 소녀, 꿈의 무게> (下) 로 이어집니다.


 

 

처음과 끝은 글을 시작할 때부터 거의 다 써놨는데, 중간을 연결하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거 한 편에 대체 몇 번을 고쳐 썼는지..... 아무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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