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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치하야「너만을 원해. 너만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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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7, 2017 20:37에 작성됨.

하루카「헤헷. 그래서 말인데 치하야짱, 히비키가 햄조를 찾겠다고 냉장고를 뒤지다가 냉장고 틈에 머리가 끼인 거 있지?」



치하야「음..그거 어디서 본 이야기같네.」



하루카 「그래서, 내가 히비키 뒤에서 잡고 끌어당겼는데 그만 바지가 벗겨져서..그리고 둘이 서로 이상한 자세로 넘어졌는데, 글쎄 그때 리츠코가ㅡ」



치하야 [하루카는 즐겁게 웃으며 내게 미소를 보야주고,
나는 간간히 맞장구치며 함께 걷는다.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괴로운 시간이다.
하루카, 미안하지만 난 너와 걷는게 부담스러워.
널 보면, 어둡고 칙칙한 내가 비참해져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카 친구1 「어 하루카짱! 예이~」



하루카 친구2 「오늘도 만나네. 공연 끝나고 오는길이지?」



하루카 「헤헤. V 오늘 공연도 대 성공이였답니당~ 글쎄 팬들이 정말ㅡ아쿠쿠」콰당



친구1, 2 「풉, 하루카는 매일 넘어지는구나」



하루카 「에..헤헤」



치하야 [역시나 이 순간이 온다.
이 진드기들 때문이다.
또 날 두고, 넌 매일  바뀌는 다른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눠.
나도 네겐, 그저 한 명의 친구에 불과하겠지?
내게 넌 내 유일하고 전부인 친구인데.
괜시리 배가 아프다.
이건 한달째 지속되는 변비 때문만은 아니리라.
더 근본적인 문제다.
마음의, 문제.]



치하야 [인정한다. 난 어딘가 문제가 있는게 분명하다.
변기 위에 앉아서 죽치고 있어도 나올 기미 않는 변비나, 72 사이즈나 앙상한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이.
유유가 죽었을 때부터? 
아니면 아빠가 내게 유우의 죽음은 너 때문이라고 술김에 욕했을 때부터? 
그게 아니라면 엄마랑 아빠가 이혼했을 때부터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내가 마음을 여는 걸 잊어버렸다는 것이니까.]



하루카 「그래서 있지, 그래서 오늘 이런 일이ㅡ」



치하야 [하루카의 두 친구는 자연스럽게 옆에 끼어들고, 난 조용히 입을 다문 채 옆에서 걷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튼다.
노래는 하루카의 '태양의 질투'.
지금 나의 처지 같은 노래 아닐까?
아니, 난 태양도 아닌, 그저 새까만 어둠이라는 건 다르겠지.]



치하야 [있지도 않은 문자와 카톡을 확인해본다.
하지만 연락망엔 765프로 동료들과, 가족들 뿐.
전화도, 문자도 줄 사람도 없다.
문자와 전화는 엄마 엄마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 프로듀서 하루카 뿐.
나머지가 있다면 그저 대출전화다.
차라리 다행이다.
없는 연락처를 핑계로, 내 외톨이인 신세를 핑계댈 수 있으니까.
난 외톨이가 아니라고? 단지 전화번호가 적을 뿐.
고개를 돌려 하루카를 본다.
하루카는 친구들과 대화 삼매경에 빠졌다.
이쯤되면 업어가도 모르지 않을까?]



하루카 「아 그래서..치하야? 치 하 야 짱?」



치하야 「응 하루카. 듣고 있어.」



하루카 「흐응..치하야짱 사실 노래 듣고 있었지? 치하야짱 그러면 나 삐져버릴거야.」



치하야「..훗. 하루카, 미안.」



치하야 [고마워. 이 숨막힐 정도로 어색한 순간에 내게 관심 가져줘서.
짜증나. 그 시간이 오래 가지 못해서.
하루카와의 대화는 어느새 썰물처럼 밀려나가,
다시 밀물처럼 그녀의 친구들에게로 향한다.
난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아무것도 없는, 하루종일 켜놔도 전화 없어 한 칸도 달지 않는 구식 핸드폰을.]



치하야 [심심해서, 오늘을 회상한다.
아니 오늘의 회상이, 곧 내일의 회상이기도 하지만.
오늘, 어제, 그리고 어제의 어제는 모두 똑같다.
난 혼자서 학교에 나가고,
혼자서 공부하고,
혼자서 밥 대신 영양제를 먹고,
혼자서 쉬는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잠든다.
그리고는 학교를 끝내고 사무소로 돌아간다.
그 속에 누군가와의 커뮤니케이션 따윈 없다.
항상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고,
바뀌는 점이라면 영양제 뿐일까?
가끔은 도시락도 사서 먹어보지만,
혼자 먹기 무안해서 화장실 변기칸에서나 먹어본다. 께작께작
그러다가 가끔은, 나오면서 모르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고,
쓰레기통에 담긴 나의 편의점 도시락 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치는 이벤트도 가끔 생기지만.
그리고 기다린다. 하루카를]



치하야 [하루카. 넌 765프로 모두가 다 사이좋은 줄 알고 있겠지?
아냐. 사실.
아니, 사실 모두 다 사이 좋을지도.
나만 제외한다면.
히비키도 내게 인사하고, 아미마미도 괜시레 다가와 인사하고
귀여운 타카츠키상도 내게 하이 터치해주지만 난 잘 알고 있다.
그건, 그녀들이 착하기 때문이라는 걸.
그녀들은, 사실 나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마치, 미키가 날 '씨'라 부르는 것처럼.
나랑 히비키랑 같이 있으면, 항상 햄조가 없어지는 것처럼.
아미 마미의 휴대용 게임기는 항상 나랑만 있을 때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처럼.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내게 진정으로 친한 사이는, 너 밖엔 없어. 하루카.]



치하야 [오늘따라 길이 너무 멀다.
이 친구들은 언제 떨어질까? 문득 옛날에 아끼던 강아지에게 붙은 진드기들이 생각난다.
그때 난 강아지의 피를 빠는 진드기들이 싫어서,
마구 떼내면서 내 강아지를 돌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싶다.
내 하루카를 어서 돌려줄래? 진드기님들?]



치하야 [사람들이 난 마이페이스에 냉정하고 한결같다고들 말한다.
아니, 냉정한 것은 수족냉증에 시달리는 내 손발이고, 한결같은 건 72 가슴 사이즈 뿐이다.
난 사실은, 매일 아이들이 미치도록 부럽고
따뜻한 사람들의 품이 그립고
누군가를 껴안고, 누군가에게 껴안기고 싶다.
그리고 그건, 하루카였으면 좋겠어.
ㅡ라고, 생각해본다.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나 레즈일까?
차라리 레즈라면 좋겠다.
단지 사람이 그리워서 하루카에게 껴안기고 싶다는 건 너무 비참하니까.]



치하야 [너무 오래 고문받았다.
난, 어쩌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선택을 저지른다.
하루카를 불러본다.]



치하야 「저기 하루카, 오늘 코토리상이ㅡ」



하루카 「그래서 응~꺌꺌ㅡ어, 응? 치하야, 나 불렀어?」



치하야 「..아니.」



친구 1 「하루카짱, 그나저나 그건 어떻게 됬어?」



하루카 「아 그래서 있지, 내가ㅡ」



치하야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큿, 한방 제대로 먹었다.
모두와 함께 목욕탕에서 발게벗고 있을 때 타카네 시 옆에 서는 기분이야.
예상한 시나리오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과 예상하는건 엄연히 다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가리기 위해, 난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다음 노래는, 하루카의  'I WANT'.
맞아. 난 지금 널 WANT해.]



치하야 [맞은 편에 갈림길이 나온다.
즐거운 지옥의 시간이 이젠 곧 끝난다.
군마현으로 가는 길은 반대편. 나는 그 반대편.
이제 난 진드기들이 달라 붙은 하루카에서 벗어나,
다시 고독하게 걸어가게 된다.
외롭고, 쓸쓸하게.
하지만 이별은 당당해도 되겠지.
가희의 마지먹 자존심이다.]



치하야 「자, 그럼 이제 헤어져야겠네.」

 



하루카 「...」



엔딩1
하루카 「치하야.」



치하야 [하루카가 날 부른다.
넌 역시 착해. 인사는 빼먹지 않는구나.
나같이 가련한 여자의 하찮은 명예를 잊지 말아줘서 고맙ㅡ]



하루카 「오늘은, 치하야짱 집에 놀러갈래!」



하루카 「지난번처럼, 요리하자 요오리!」



친구1 「에? 우리 노래방가는 각 아니였어?」



친구2 「우응..아쉽다.」



하루카 「헤헤 미안 미안. 다음번에 제대로 땡기자.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헤헤.
톡할께!

 


친구 1 「풉. 하루카는 표정이 너무 해맑다니까? 알았어. 다음에 보자!」



하루카「응!」

 


치하야 [이 말도 안되는 기적에, 내 사고는 정지한다. 하루카가 날 선택했다.
아, 난 역시 하루카의 NO.ㅇㅇㅇㅇ번째 친구 따위가 아니였어.
난 진드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승리자다!
심연으로 사라질지어다. 진드기들이여!]



치하야 「그리고 내 팔 안으로, 태양의 손길이 파고든다.
내게 팔짱을 끼며, 하루카가 말한다.」



하루카 「후후..오늘은 치하야짱이랑 같이 갈래. 아깐 미안했어. 너무 오래간만에 만나는 동창들이라..
용서해줄꺼지?」(울먹)



치하야 [이, 앙탈쟁이. 용서할 수 밖에 없잖니?
난 승자의 여유를 담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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