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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7장 - 빛이 내려오리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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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5, 2017 01:52에 작성됨.

※게시한지 기간이 좀 지나 이전편 링크를 첨부합니다.

 

- 검과 얼음이 맞닿는 곳 상편

 

빛이 내려오리라 1편

 

- 검과 얼음이 맞닿는 곳 중편

 

빛이 내려오리라 2편

 

- 검과 얼음이 맞닿는 곳 하편

 

빛이 내려오리라 3편

 

 

이상이 시간대별 스토리 순 정리된 목록입니다.

 

-----------------------------------

 

" 엘드리치님... ! "

 

성기사 한명이 횃불만으로 밝혀진 지하의 어느 공간 안에서 오오하라 미치루 앞에 무릎꿇는다. 손사레를 치며 미치루는 질리는 표정을 짓는다.

 

" 그렇게 부르지 말라구요.. ! "

" 허나.. 차기 엘드리치가 정해지지 않은 현재 당신이 아직... "

 

맨 앞에 선 성기사를 비롯한 스무명 가량의 성기사들의 무리가 일제히 그녀 앞에 고개를 숙이고있다.

이런 광경이 오오하라 미치루는 적응도 안돼고, 꺼려지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안즈가 옆에 서서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 역시 실권자셨군. 우리 치에리가 부려먹는다고 앙심품어서 심문관들 막 풀어버리는건 아니겠지 ? "

" 저는 그런 짓 안해요 ! "

 

" 옆에 계신분은.. 왕실 근위대장이시군요. 긴박한 때에 잘 오셨습니다. "

 

맨 앞의 기사.. 조금 늙은 성기사인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 광신교도의 심문을 담당하러 내려갔던 애덤스 대주교가 종적을 감춘 탓에 발이 묶여있었는데, 갑자기 지하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저희는 그것이 먼 옛날 용이 속박되어있었다는 '그 구덩이' 의 끄트머리에 있는 뭔가가 일으킨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

 

" '그 구덩이' 라면, 분명 이치노세 시키가 진두지휘했던 왕립 연구소 본부가 있는 곳 너머에 있던.. 출입 금지구역. 그곳에서 ? "

 

몇 개월 전, 마에카와 미쿠, 카미야 나오, 아사미 나나미가 목숨을 걸고 북동부의 실험시설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치노세 박사는 명명백백하게 왕국의 규율을 무시한것도 모자라 광신도로서의 행동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을 왕실 연구원 본부 역시 그녀의 물밑 공작이 펼쳐졌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납득이 간 안즈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미치루는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인지 난감하게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럴것이.. 오오하라 미치루는 은퇴를 주장하며 '깊은 곳의 교단'의 본거지에서 도망쳐나왔기 때문에 이후소식에 깜깜한건 당연지사. 미치루는 현 교단의 엘드리치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로, 라고 여겼건만 그렇게 금방금방 선출되는게 아니었나본지 아직도 자기를 보고 교단 대표라고 말하고있는 성기사의 말을 재차 들으니 머리가 아프다.

 

" 거기에 이 검은 물질들은 마법으로 지져도 물리적인 수단으로 쳐내도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현재는 성기사중 마법에 능통한 몇명이서 물질들이 이곳으로 침식해 들어오는걸 막고있긴 하지만.. "

 

" 중과부적이란건가.. 그러면 원인을 빨리 찾아내는 수 밖에. 그치 ? 엘드리치짱. "

 

안즈가 싱글벙글하며 미치루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툭 친다.

 

" 저, 저는 은퇴한다고 했는데.. ! "

" 엘드리치. 유감스럽게도 우리 깊은 곳의 교단은 은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꺼리신다면, 적어도 차기 엘드리치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당신이... "

" 아우우... 알았어요. "

 

미치루는 침을 한번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한 층 차분해진 분위기로, 미치루는 성기사들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 모두, 아래로 내려가 원인을 규명하고 배제를 목표로. "

 

"" 네 ! ""

 

성기사들이 그녀의 말에 일제히 답하고,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법으로 빛의 벽 같은것을 치고있던 몇몇 성기사들이 뒤편에서 우르르 몰려오는 다른 기사들의 발걸음소리를 듣고 서로에게 시선으로 사인을 보낸다.

잠시 후, 마법을 펼치던 기사들이 일제히 뻗은 손을 거두기 무섭게.. 검은 기운들은 그 자체로 파도가 되어 밀려들왔다.

만전의 태새를 갖춘 성기사들이 각자의 둔기, 총기를 비롯한 무장을 전개하며 어둠을 노려보고.. 아까 전까지 안즈와 미치루의 앞에 있었고, 지금은 그 둘과 함께 성기사 대열의 가장 앞에 서있는 기사는, 다가오는 검은 파도에 맞서 버티고 서서 힘껏 소리친다.

 

" 태양을 등진 어둠의 무리에게 심판을 ! "

 

 

""" 심판을 !! """

 

파도로부터 솟구치는 비명같은 울부짖음과, 성기사들의 고함이 뒤섞인다.

 

 

 

 

 

 

 

 

" 히이이이... "

 

아사미 나나미가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들은, 지금 건물 밖에서 배회하며 사람들을 몰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있다.

살아있는 모든것을 적대하듯 무차별적으로 무자비하게 몰아붙이는 검은 기운, 안개.. 그로부터 솟아나온 그림자들. 나나미의 재간으로는 당하낼 수 없었다. 그것들은 너무 많고, 또 끊임없이 일어났다. 모로보시 키라리를 비롯한 수도방위대가 성의 안으로부터 솟아나오는 그 괴물들을 맞상대하는 사이, 그녀는 도망쳤다. 자기를 보호해주며 안전하게 숙소로 데려다주려고 했던 이들이 무참히 몰살당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그녀는 도망쳤다.

 

그리고...

 

" 사.. 살려.. 주세여어어 ... "

 

그녀는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눈길과 마주보고 있었다.

영롱한 푸른색과 녹색의 한쌍은 한번 정한 대상을 놓치는 일 없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그녀가 도망친 골목의 구석진 곳에서 걸어나와 맞이하고 있었다. 정말로 일순, 나나미의 눈 앞의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는 듯 보이다가, 그 약간의 일그러짐이 원래대로 돌아옴과 함께 그 틈새에서 그녀는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있던 것이다. 그 뒤편에는 보브머리에 안대를 한 여자가 서있었지만, 마치 그림자처럼 텅 비어있고 눈에 보임에도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처럼 보였다.

 

청과 심록의 여인은 고개를 천천히 기울이며 나나미의 얼굴을 살폈다. 옆으로 돌려 내려다볼 뿐, 결코 그 고개를 아래로 숙이지는 않았다.

 

여성은 차가우며 무거운 위압감으로 눈앞에 떨고있는 작은 존재를 짓누르며 입을 연다.

 

" 검은 어딨지 ? "

 

딱딱하고 무감정하고, 마치 생물이 아닌것을 대하는 듯한 싸늘한 태도로 던지는 질문에 나나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움츠러들었다. 분명 뭔가 말하려고 입술 안쪽의 이가 딱딱이지만 온 몸의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전류같은 감각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릴 뿐이었다. 여인은 색이 다른 한쌍의 눈을 번쩍이더니, 다시금 질문한다.

 

" 검은, 어디있나 ? "

 

마디마디 끊어서, 발음을 한층 더 뚜렷하게... 경고하는 의미가 서린듯이 그녀는 그리 물었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나나미는 골목의 바깥족으로 엉덩이를 질질 끌며 뒷걸음치려하지만..

 

뿌직 !

 

작고 밀도있는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찌릿거리는 감각을 따라 통각이 물밀듯이 들어오며 그녀의 목청을 자극했다.

 

" 꺄아아아아 - ! "

 

여인의 군청에 높은 굽이 무당벌레를 짓밟듯이 나나미의 오른쪽 엄지 발가락을 힘껏 찍어누르고 있었다. 밟는걸 눈에 포착하지도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결과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온 몸을 전율하게하는 공포감에 더해 뇌로 전해지는 강렬한 고통에 벗어나보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발가락을 짓누르는 힐은 더욱 세게 밟아눌렀다.

여인은 밟는 다리를 옴짝달싹도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재차 뭍는다.

 

" 토토키 아이리의 검은, 어디있지 ? "

 

" 아...아으으으아아... ! 크흐윽... !! "

 

" ....질문에 답해. "

 

" .. 살려.. 주... "

 

 

뿌직 !

 

다시 한번 터지는 소리가, 이번에는 반대편 엄지발가락에서 소량의 피가 터짐과 함께 골목을 작게 메꾼다.

이번에는 비명소리가 아닌 이를 악문 소리없는 절규가 눈에 들어온다. 다음에 들려오는 것은. 뼈 부러지는 소리. 살집이 뜯기는 소리.

 

양 다리가 더 이상 다리의 형체가 아니게 되었을 무렵.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다만 대신하여 끅끅거리는 신음을 흘릴 뿐인 불쌍한 생명의 목을 움켜쥐고, 여인은 초점이 흐릿해져가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 검의 위치를 말하면 편하게 보내주지. "

 

" 끄... 어..... 어... "

 

나나미는 시선을 옆으로, 허공으로 돌렸다. 두려움이 지나친 나머지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대답 할 생각은, 없나보네. "

 

 

 

 

 

 

" 냐아아아아 - !!! "

 

 

 

고양이를 흉내낸 목소리로 내지르는 기합소리와 함께, 거대한 참격이 찾아와 여인이 섯던 자리를 깊게 파낸다.

 

" 나나미 !! "

 

참격에 뒤이어 다다른 여성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곳은 다름아닌 아끼는 부하였다.

그리고 10여초가량 후에.. 저 너머의 골목에서 그녀를 따라 세 명이 모습을 헐레벌떡 뛰어온다. 셋 중, 은발의 백기사.. 아나스타샤는 저 너머의 청과 심록의 종결자를 감지하고서 돌연 멈춰서더니 줄리아와 리이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 미쿠 ! 어디갔던... 음 ?! "

" 미쿠언니... ! "

 

" 줄리아. 타다 씨. 더 이상 가면 안됩니다. 위험한 느낌. 잔뜩입니다. "

 

 

 

" ...칫. "

 

몇 미터정도 뒤로 도약하여 가볍게 내려앉은 여인은 청과 녹의 눈빛을 번뜩이며 혀를 찼다. 눈 앞에 방해하러 나타난 존재, 마에카와 미쿠는 그녀가 상정해두었던 '강적' 중 하나였다. 그녀와 함께 물러난 보브컷의 여성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마치 여인의 지시를 기다리듯이.

 

 

" 키타미 유즈. 여기는 네가 맡아. "

 

" 눼에눼에~ "

 

그 대화를 빤히 듣고있던 미쿠는 꼬리와 발톱을 곧게 세우며 소리친다.

 

" 어딜 내빼려하는거냥 !! 나나미를 이렇게 만든 책임을... ! "

 

 

미쿠가 한발짝 앞으로 나서는 순간, 여인은 말 그대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졌다. 증발해버렸다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흔적없이 사라져버리자 미쿠는 청각을 집중해보지만, 지금 주변에서 들려오는건 칼부림과 비명소리로 가득하여 특정해내기 곤란했다.

한 편, 홀로남은 안대를 한 여성은 슬금슬금 여유를 부리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 뭐.. 그렇게 된 이유로, 나랑 상대해줬으면 좋겠는데 ? "

 

 

여성이 허리춤 양쪽에서 한 쌍의 단검을 뽑아들며 히죽히죽 웃는다. 미쿠가 격분한 감정을 삭히며 발톱을 날카롭게 치켜들고 다리를 벌린다.

' 아냐짱 ! ' 미쿠의 부름에 아나스타샤는 재빠르게 뛰어와 양 다리가 뭉게진 나나미를 안아올린다. 다리가 오징어를 회떠놓은 것 마냥 내부기관이 사방으로 튀어나오고 뒤틀려 사람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도록 망가져 있는 모습에, 리이나는 곧바로 줄리아의 눈을 가린다. 어린아이가 보기에 결코 좋지 않은것이었다.

 

" 마에카와씨. 혼자, 괜찮습니까 ? "

 

" 이쪽은 문제없으니 나나미도 데리고 여기서 먼서 탈출하고 있어라냥. "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끄덕이곤 나나미를 안아든 채 리이나와 줄리아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걸음이 어느정도 멀어져감에 미쿠는 다리를 한층 더 벌리고 날톱의 날카롭기 역시 한층 더 살벌하게 치켜세웠다. 키타미 유즈.. 라고 불린 여성은 단검 두개를 저글링하며 한껏 여유부리는 태도를 보이면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 가망이 있다고 생각해 ? "

 

" 잡소리가 많냥. "

 

" ... 난 가망성이 없다 생각하는데. 앞으로를 보면 말이야. "

 

 

유즈가 순간 사라진다.

 

하지만, 미쿠 역시 모습을 감춘다.

 

일순간의 정적.

 

 

쿵 - !

 

거기서 이어지는 엄청난 충돌음과 함께 옆면의 주택 건물이 통째로 초토화된다. 다시 나타난 미쿠는 부서진 잔해를 바라보며 옆차기에서 무릎을 접은 포즈를 취한 채 고요하게 서있었다. 잔해 안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유즈는 낑낑대며 일어난다. 기껏 다듬어져있던 머리가 돌가루와 피가 엉겨붙어 헝크러져 있고 얼굴 턱선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 역시 대단해. 힘이랑 속도로는 나같은건 감당도 못할 수준이야. "

 

실실거리며 유즈는 입안에 고인 핏덩이를 뱉었다.

 

미쿠는 웃고있는 것 외에 뭔가 달라진 점 하나를 유즈로부터 발견해낸다. 충격 때문인지 뭣때문인지는 몰라도, 잔해 안에서 나온 유즈의 한쪽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사라져 있던 것이다.

 

 

" 시작과 동시에 클라이맥스. 한번 가볼까 ? "

 

 

 

 

 

" 아카네 ! 정신차려 ! "

 

" 크르르.... 크아아 - ! "

 

신던 그리브는 온데간데 없이 그 역할을 대신하듯 날카롭게 솟구친 '발가락 그 자체' 그리고.. 손톱과 살점의 구분없이 하나가 되어 굳어 뾰족하게 듣아난 손톱. 양 팔다리로 투박하고 거친 구덩이의 벽과 바닥을 타고 질주해온다. 입에서는 짐승의 소리가 나온다. 이미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 라고 무방할 수준이었다.

 

눈에서는 영문 모를 피눈물을 흘린다. 그 방울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날카로운 발톱이 부러진 칼날과 맞부딪히면서 불꽃을 튀겼다.

 

'키기기긱'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요사스런 검은 내뿜는 구덩이 안에서 소음으로서 울려퍼진다. 푸른 불이 붙은 칼날을 타고 불꽃이 튀기고 타들어갔던 불덩이 안에서 한번 긁고 빠져나온 손가락은 신기하게도 타오르는 불의 세기에 비해 비교적 멀쩡했다. 린은 난처한 표정은 그대로 불길을 아카네쪽으로 들이민다. 그러나 일말의 움츠러듬과 두려워함도 없이 붉은 눈동자는 칼날과 맞섰던 손아귀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와 함께 몸이 붕 떠 악(惡)이 솟구치는 부서진 석상에 부딪혀 떨어진다.

 

" 너... ! 아카네에게 무슨 짓을...윽 ?! "

 

등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참으며 다시 일어서는 시부린의 빛나는 파란 눈에 비치는 상대는 아카네의 건너편에서 광소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

 

그녀가 모든것의 원인이라 여겨진다.

일전에 그녀와 함께 나타났던 파란 날개를 달고있는 여인도 범상치 않았지만, 또 그것과 다른 위험한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파란날개는 무겁고 위압적이었다면 지금 시부야 린이 응시하고 있는 그 금발의 여인은 붉고 크게 뜬 그 두눈처럼 온 몸에 광기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 몸 전체에 흐르는 모든것이 광기 그 자체같아 보였다.

역함과 어지러움이 동반되었다. 그녀의 본질자체가 솟아나오는 어두운 기운과 동일시 된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머리가 녹아버릴 듯한 두통을 느낀다. 같았다.

 

 

 

" 히히하하하 ! "

 

 

여인의 광소는 그칠 줄 모른다.

 

세상 즐거워 미친듯이 웃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기 힘들다.

 

한 편, 짐승의 으르렁 소리가 린의 귀를 자극했다. 곧 다시금 충격에 대비해야 할 시간이다.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히노 아카네는 포효하며 발을 튕긴다. 여타 짐승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가 돌진하는 속도는 음속이라는 것.

그 짙고 무거운 공기가 갈라져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검날과 양 팔로서는 막아내기에 경이로운 충격이 몸으로 전해져 온 몸에 고통의 신호를 방출한다. 옛날, 히노 아카네와 갓 만났을 무렵에 했던 대련에서 무심코 방심하다가 받아내었던 몸통 박치기의 그것보다도 무겁고 힘겹다.

 

" 으오오옷 ... ! "

 

" 크아 - ! ! "

 

검을 이제 쥐다못해 그 물어버릴 기세로 입을 크게 벌리며 화를 내뿜는 얼굴은 보면 볼수록 본연의 히노 아카네의 것과 멀어져갔다.

그리고 불꽃은 여전히 그녀에게 큰 피해를 주고있지 못했다.

 

시부야 린은 아카네를 '적' 으로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그런 무의식이 자연스레, 공격해오는 손길에 미치는 피해를 최저로 유지하기 위해 화력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그걸 알 턱이 없고, 설사 안다고 해도 힘조절을 할 상황도 아니었으며, 그저 밀어붙일 따름이다. 괴물의 밀어붙이던 한 쌍중 왼쪽 손이 멀어졌다가 주먹을 불끈 뒤고 검날을 향해 직격으로 부딪힌다.

거친 쇳소리와 함께 네버 세이버의 검날이 '빠직' 하는 작고도 불안한 소리를 내었다.

시부야 린은 그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석상을 등진 채 양 발로 아카네의 복부를 받고 위로 쳐올렸다. 석상 위로 올라서서 양 손톱과 발톱으로 석상에 붙들려 메달린 채 아카네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충혈된 붉은 눈동자로 린을 내려다본다.

 

" 시....ㅂ.....ㅇ......ㅑ.. ! "

 

" ... ?! "

 

자기 이름을 부른 것 같았다. 일순간이었지만 그렇게 들렸다.

 

반대편, 구경하는 여인은 미친 웃음을 멈출 줄 모르며 삿대질까지 더해 린을 조롱한다.

 

" 아하~! 아하하하 - ! 죽어버려 죽어버려 ! 주인님의 선택을 받지못한 네 운명을 원망해라 ! 너의 자라온 삶을 원망해라 ! 네 존재 자체를 원망하며 절망해버려 ! 으히히히, 아하하하하하 - !! "

 

여인에게 다가가려 하면 아카네가 막아선다. 그녀에게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만일 다가간다고 해도 그 뒤에 마땅히 취할 조치는 베어버리는 것 밖에 없을 터였다. 강격을 막아내면서 린은 검의 균열이 갈라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옴을 깨닫는다. 이대로 자신의 목숨을 주고 말것인가. 아니면 ─── .

 

' 이제, 다른 수가 없는건가.. ! '

 

" 크오오오 !! "

 

 

깡 !

 

칼에서는 들리지 않아야 할 쪼개져가는 쩌적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선택의 시간은 가까워져간다.

시부야 린은 이를 꽉 물고 어둠속에서 검 뿐만이 아니라 몸에서도 불을 키운다.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꽃에 아카네가 붙들었던 칼을 놓고 물러나 경계한다. 아까까지 쥐고서도 멀쩡했던 손톱이 푸른 불길로 인해 갈색으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적의를 띈 것이었다.

아카네의 물러남을 보고있던 붉은 눈의 여인은, 그 모습을 보고 나지막하게 읉조린다.

 

 

" 결국 그렇게 해야지. 남의 피로.. 너의 목숨을 보전하는것 밖에 할 수 없는 기사님. "

 

여인이 손짓하며 손가락의 끝을 린에게로 향한다. 

 

 

" 자아 자아~ 저 잔혹한 기사님을 물리쳐줘 ? 신실한 신도님. "

 

" 크아아아아아 !! "

 

 

" 하압 ! " 힘찬 기합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몸만 타고 돌던 푸른 불길이 주변 바닥으로까지 퍼져나간다.

 

히노 아카네는 여인의 명령에 따라 쏜살같이 달려든다. 순간 아카네의 모습이 어둠과 하나가 된것마냥 보이지 않았다가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낼 무렵에는, 그 얼굴이 이미 린의 코앞에 있었다.

음속으로 달려들던 몸이 그 영역.. 불로 그어놓은 것 같은 경계선에 닿자마자 린은 눈을 부릅뜨고 칼손잡이 아랫부분으로 힘껏 아카네의 안면을 맞받아친다. 얼굴을 부려잡고 나뒹굴면서도 붉은 눈동자는 힘껏 린의 얼굴을 노려보는 모습은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노려보는 시부야 린은 넘어지는 그녀를 쫓아 검격을 휘둘렀다.

간발의 차로 굴러서.. 상, 하반신이 반으로 잘려나갈 위기에서 아카네는 벗어나 몸을 일으켰다.

 

" 크르르르... "

" 아카네.. 미안해. 하지만 - . "

 

히노 아카네는 언제나 직선, 변수 없이 정직하게 꽃아들어오는 특징이 있었다. 그건 멀쩡했을 때와 지금 눈앞에 반쯤 괴물이 된 상태에서도 변함없었다. 초전 상대로는 답이 없어보이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 약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시부야 린은 변이한 아카네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파악해낸 공격패턴에 대응하며 공세를 꽃아넣는다.

그녀의 오랜 친구인 혼다 미오에게 배웠던 기본적인 체술이었지만, 몸에 두른 푸른 불과 조합되어 무슨 있어보이는 무술같은 분위기를 낸다.

팔꿈치를 턱에 꽃아넣고 뒤이어 검을 힘껏 휘두르자, 핏줄기가 살짝 솟구친다.

 

" 크륵 ?! "

 

" 하아아압 - ! "

 

아카네의 몸이 베이고, 반박자 늦게 불길이 솟구친다. 마치 솟아나오는 피를 연료로 삼아 타오르는듯한 부른 불길이 아카네의 가슴팍에서 실컷 타오른다.

고통에 겨워 바닥에 주저앉고 마는 히노 아카네의 모습을 린은 부러지고 기스난데다가 금까지 가있는 검으로 겨누었다. 순식간이지만, 몸을 빠르게 많이 움직인지라 그녀 역시 숨소리가 거칠었다. 거기있는 셋 중, 유일하게 숨소리가 안정되어있는 쪽이 눈동자를 번뜩였다.

 

" 흐흥~? "

 

미소가 커진다.

 

 

그녀는 몸에 검에 불을 두른채로 들이민다. 아카네는 한 층 옅어진 적개심으로, 상대적으로 아까보다 작은 으르렁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가슴에선, 피와 푸른불이 절묘한 하모니처럼 솟구치는 채로.

 

칼을 뻗어내는 시부야 린의 마음속에서 그녀가 원했던 것인가.. 아니면 해야한다는 마음의 소리인가.

알 수 없는 속삭임이 그녀의 몸 안에서부터 울려퍼진다.

 

 

「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걸 알겠지. 」

'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건가.. '

 

 

처음에는 의혹과 의심이, 그러나 그 다음 한마디가 마치 자신의 본 의도였던 것 마냥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날아간다. 

 

 

「 그래, 이제 베어내는 수 밖에... 」

 

 

그녀는 광신도들을 베어왔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을 그 칼날과 불길로 처단해왔다.

눈앞에 움츠러든 배덕자 역시 심판받아야 한다. 광기의 구렁텅이로 빠진 죄명으로.

 

 

「 별의 광기에 삼켜진 이들은 구해질 수 없어. 오로지 죽음만이.. 」

 

 

목소리는 확신을 굳혀준다.

 

 

 

「 죽음만이. 」

" 죽음만이... "

 

 

어느센가, 그녀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 유일한 해결책이다. 」

" 유일한 해결책이야. "

 

 

푸른 불길이 형체를 갖춘다.

 

몸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이 검까지 끌어올려져 날카롭고 긴 형상을 구축한다.

이윽고, 불은 네버 세이버를 기반으로 거대한 불덩어리 칼과 같은 형태를 취했다. 그녀는 그 불덩어리 검을 번쩍 치켜들었다.

 

" 아카네. 이걸로, 끝이야. " 검이 그대로 처형자의 역할로써 그 책무를 다하려 하였다.

 

 

 

그 순간.

 

 

 

 

 

" ──────── . "

 

 

 

" .... ! "

 

 

 

 

빛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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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 간만입니다 !

사실 요즘들어 이리저리 회사에서 끌려다니며 바빳는데... 그러던 도중에 모종의 사고로 발목을 접질렀습니다 !

 

회사에서 병원에 보내줘서 진료를 받아보니 인내가 늘어졌다고 하더군요.

족히 2주가 좀 넘는 시간동안 외부활동을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지 뭡니까 ?

 

 

그리하야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게 되었고... 오늘로 첫날.

미뤄져있던 신데판 본편을 이렇게 올리게 되네요.

약 2주가량 집에만 짱박혀 있게 될테니 미뤄지던 신데판 (본편, 미치루 외전 등등) 게시는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

봐주신 분들도요 !

 

본편 7장의 마지막 편이자 제가 구상했던 시즌 3의 세 이야기 덩어리 중 하나의 마지막편이 바로 내일이나 모래즈음으로 올라오게 될 예정입니다 !

삽화도 넣어서 말이죠 ! 여러분 ! 신데판은 살아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보셔도 좋습니다.

 

 

그러면 이만, 7장의 마지막 ! 5 편에서 뵙도록 하죠.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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