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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迎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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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1, 2016 03:33에 작성됨.

서술 부분에서 독자 여러분들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니고,대놓고 서술하는 건 젬병이라 돌려썼습니다.
 
올해 마지막 날을 기념하려고 3시간만에 썼는데 겨우 8.7kb밖에 안 되네요.
짧고 이상하고 엉망인 소설이지만 즐기실 수 있으시다면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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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의 마지막 해가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하는 도쿄타워는,언제나 봐도 멋지다.
 
"치하야."
 
다용도실의 벽에 기대어 앉아,창문 바깥의 작은 도쿄타워를 바라보는 내 등쪽에서 두 개의 캔이 스리슬쩍 다가온다.
 
"커피,좋아하지?"
"아,고마워.잘 마실게."
 
코코아와 커피 캔을 따는 소리가 '틱'하고 울린다.
음.블랙 커피가 맞는데,그닥 쓴 것 같지가 않네.
 
"우리가 홍백가합전에 참가하게 되다니,참 엄청난 일인 것 같지 않아?"
"그러게.봄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는데,이렇게 일어나버렸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사사건건 방해를 해오던 961 프로덕션의 마수가 사라진 대신,346프로덕션이라는 거대한 경쟁 프로덕션과 만나게 되었어.함께 경쟁하는 와중에 또 다시 예전과 같은 일도 있었지만.
타카츠키 양이 손목을 다치고,마코토가 발목을 접질리고,하루카는 머리를 다치고.
올해는 유난히 다치는 사람이 많았었네.
 
물론 안 좋은 일이 있던 만큼 좋은 일도 많았다.
나와 하루카,미키가 함께 부른 곡이 오리콘 차트 1위를 달성하고,「생생함까?선데이!」는 방송을 다시 시작했지.가나하 양은 히비키 챌린지를 3주 연속으로 성공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나와 하루카는...
 
 
으흠.
이건 여기서 말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패스.
 
"정말...많은 일들이 있었지.그치?"
"...소중한 많은 일들이 있었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는 해의 붉은 조각이 하루카의 붉은빛 머리칼과 뺨과 눈동자를 조금씩 붉게 물들여간다.
아름답게 싱긋 웃어보이는 그 미소마저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하루카의 손가락과 내 손가락이 맞닿아 하나가 된다.
 
"치하야...."
"...하루카."
 
하늘이 대놓고 분위기를 잡아 주는 건지,살짝 열린 창문에서 불어온 한 줄기 바람이 삐걱대며 이리저리 흔들리던 다용도실의 문을 밀어 닫는다.
 
"누가 보면 어떡해?"
"...보라고 그래."
 
눈이 마주친 순간,마음은 요동친다.
하루카의 얼굴에서 일어나는 미열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을 즈음,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지...
 
 
 
 
"치하야 씨!하루카!드디어 찾은....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아아아아아아아무것도 아니야!!"
"맞,맞아.그냥 바깥 보고 있었어."
 
...려 하던 찰나,문을 열고 들어온 미키가 분위기를 깨버린다.
 
"...서로 손 깍지도 끼고,얼굴도 새빨개져서?하루카,치하야 씨....."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는 눈빛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더니,배싯 입꼬리를 올린다.
 
"빨리 오는 거야!허니가 10분 후에 리허설이라고 하니까!"
 
미키가 작은 웃음소리를 남기며 다용도실의 문을 닫고 사라진다.
 
"....어떡하지...?"
"...미키니까...별 말 안 하겠지.."
"....주먹밥 좀 사야겠다."
 
 
 
 
 
 
 
 
 
"치하야,어디 갔나 했더니 하루카와 있었군요."
"치하야 씨!저희 등장 순서 결정됐어요!!홍팀(紅組)의 마지막이에요!"
"그냥 마지막이 아니지,야요이치?마지막 중의 마지막인 오오토리라구??"
"아,맞아요!오오토리!SMAP 분들이랑 이키모노가카리 이후 단체가 오오토리인 건 3번째래요!!"
 
대기실로 돌아가니,시죠 씨와 타카츠키 양,아미가 날 반겨준다.
 
"오오토리라...믿겨 지지가 않네."
"오오토리면 마지막 차례인 거지,허니?마지막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테니까,기다리는 동안 미키는 자는 거야!"
"미키,그렇게 자고 또 자려고?자,자.일어나서 히비키랑 마코토랑 「마리오네트의 마음」연습이나 하고 오렴!!"
 
홍백가합전이라는 중요한 때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은 어느 때와 다르지 않다.언제나처럼 시끌벅적하고,활기차고,
 
 
 
 
반짝거린다.
 
 
 
 
"예전이랑 변한 게 없지?"
하루카가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내 옆에 다가왔다.
 
"그 작고 오래된 사무소에서 시작할 때랑 똑같아.그저 시간만 움직이고,우리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이."
"그런 것 같아?"
"그럼.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다들 언제나처럼 시끄럽지만 활발하고 북적대던,조용했고 평화로웠던 시절."
 
의자 2개를 가져와서 걸터앉는다.
 
"...그게 좋은 걸까?"
"응?"
 
무심결에 생각했던 말이,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예전과 같은 게...좋은 건지 난 모르겠어."
 
"사람은...변해야 해.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쳐야 하고,부족한 점이 있으면 채워 넣어야 해.계속해서 예전 모습 그대로 유지한다면....."
 
우두커니 서서 말을 걸다 의자에 앉는 나를 바라보는 하루카의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목을 넘어오려던 말이 잠깐 멈추더니 다시 움직인다.
 
"...그건 좋은 게 아닌 것 같아."
 
 
 
 
 
 
"헤에.멋지네,치하야.어려운 말도 다 하고."
하루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눈동자를 바라본다.
 
"치하야의 말도 맞는 말이야.사람이 변하지 않는 게,좋은 건 아니야."
 
 
 
"근데 난 이렇게 생각해.급할 거 없다고."
 
나를 바라보는 하루카는,내 시선이 살짝은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살짝 돌리며,그러면서도 내 쪽을 슬쩍슬쩍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그..그런 경험이 있잖아.마음만 급해서 무리하게 진행했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경험.그런 거랑 비슷한 거야."
 
"...그런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그렇다고 계속 예전과 같았다간 난 뒤쳐지게 될 것만 같..."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던 내 몸을 두 팔이 감싼다.
 
"하,하루카?"
"그런 게 걱정이었던 거구나?"
 
팔로는 날 감싸며,내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날 향해 웃어준다.
"걱정하지 마,치하야.신경쓰고 있지 않아도,사람은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으니까."
 
한쪽 팔을 내 머리에 대고는 능숙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치하야가 해야 하는 일은,그저 한 발 한 발,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야."
"....."
"걱정하지 마,치하야.치하야는 옛날처럼 혼자가 아니니까."
 
하루카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내 머리를,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니야,더 이상은.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고,나와 같은 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젠...
 
 
 
"자,치하야.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7시 15분부터 방송 시작이야!"
"....조금만...."
"응?"
"....더 끌어안고 있어주면 안될까?"
"...에??"
 
슬슬 방송준비를 위해 일어나려던 하루카를 붙잡고는 계속 끌어안는 내 손.
당황한 하루카,이제서야 상황을 인지한 모두들.
 
 
 
"아!치하야 언니! 그 하루룽이랑 심하게 가까워 보이는 그 모습은 설마!"
"설마가 사람잡죠,그쵸그쵸,공주찡??"
"과연,두 사람 간의 유대감이 다른 분들과는 남다르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였을 줄이야..."
"에?뭐야?하루카랑 치하야랑 뭐가 어쩧다고?"
"에에에에!!!잠깐잠깐잠깐!!!지금 이 모습은 그냥 치하야가 안아달래서 그러는...."
 
"안아달래서 안았다고 하기엔,본인 눈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안기는 모습인 걸?"
"에에-?치하야 씨,연인이 있으셨던 거에요?"
"시도때도없이 붙어다녔으니,연인이 아닌 게 더 이상한 거지,니히힛★"
 
"그...그러니까 이건..."
 
"어머,하루카?그래서...치하야랑 사귄다는 거니?"
"오호라,이성 간의 연애는 금지라는 사칙의 허점을 이용한 거로구나?머리 좀 썼네?아-??"
"아직 저희 사귄다고 말도 안 꺼냈거든요?"
"ㅈ...저저저전 앞으로 두 분 으..으..응원할게요오...!!"
"유키호까지!!"
"역시 미키가 본 게 맞았던 거야!미키,아까 하루카랑 치하야 씨가 서로 다용도실에ㅅ---"
 
미키의 그 다음 말은 무의식적으로 그 입을 막은 내 손에 의해 강제 종료.
그 와중에도 치하야는 내 품에 안겨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치하야? 이거 좀 놓아 주면 안 돼?"라고 말한 뒤에야 겨우 손을 놓은 치하야의 눈가는,오랫만에 환하게 웃고 있는 입과는 달리 내 옷처럼 눈물로 축축해져 있었다.
 
 
"에?치하야 씨 울었던 거야?"
"아,이건 그냥.."
"본인,알 것 같아!하루카랑 치하야랑 사귀는 게 아닌데도 계속 사귄다고 하니까 눈물이 나온 거야!"
"아니,그런 건 아ㄴ-"
"아미!마미!그러니까 함부로 말 하지 말라고 했지!빨리 하루카랑 치하야한테 사과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아미와 마미가 모두를 부추겨 치하야가 울게 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낸 동료들은 마코토와 리츠코 씨의 주도 아래 아미와 마미가 우리에게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한 사죄를 하게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종료되고 천천히 이야기의 흐름이 사라질 즈음까지도,치하야의 눈가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웃고 있었다.마치 그 때처럼.
 
 
 
 
 
 
 
 
 
홍백가합전은 예상외로 한 해를 넘기지 않고 자정 전에 끝났다.
 
찬란한 조명과 흩날리는 반짝이 사이에서,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마주하며 서 있던 무대를 뒤로 하고,10여분밖에 남지 않은 올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모두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려고 했지만,
"할 말이 있어!"라고 말하며 치하야가 내 손을 잡고 가는 바람에 다시 아까의 그 다용도실로 들어간다.
 
구름 사이에 숨은 달이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며 그 모습을 당당하게 내보이고,달빛은 검푸른빛 하늘을 거쳐 어두운 방 안을,치하야의 새하얀 얼굴과  밤하늘을 닮아 검푸른 머리칼을 환하게 비춘다.
 
으 추워....여기까지 온 이유가...뭐려...나?
"하루카."
 
치하야가 날 바라본다.
방금 전과는 달리,사뭇 진지한 얼굴로,다음에 할 말을 머릿속에서 찾고 있다.
 
"고마워."
 
창 밖에서 불어온 바람 한 줄기가 다시 한 번 방문을 밀치고는 복도로 사라진다.
 
"하루카와 함께 해서,올 한 해가 정말 행복했어."
 
치하야의 진심이 담긴 말이,바람이 된 것처럼 나를 감싸고 지나간다.
 
아까처럼 또 무의식중에 손가락과 손가락이 맞부딪힌다.
또 다시 눈과 눈이 마주치고,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도 고마웠어.치하야를 만나게 되서,정말,정말로 기뻐."
 
내 얼굴과 치하야의 얼굴이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나,사실은 하루카를 좋아해."
20cm.
 
 
 
"나도,치하야가 많이 좋아."
15cm.
 
 
 
"리츠코 씨가 알면 화내겠지?"
10cm.
 
 
 
"그럴 지도 모르겠네."
7cm.
 
 
말은 말일 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이,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거리는 좁혀져만 간다.
 
이제 서로의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5cm.
 
 
 
2cm.
 
 
 
1cm.
 
 
 
 
나와 치하야 간의 거리가 0으로 수렴했을 때,
저 너머에서 환호성과 음악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를 축복하듯이.
 
 
 
 
 
 
 
 
 
 
 
완전히 닫기지 않았던 문이,살짝 열리더니 이번엔 완벽하게,조용히 닫힌다.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카운트다운 소리에 신경이 쏠린다.
 
 
5.
4.
3.
2.
1.
 
축포 소리와 함께 환호성과 음악 소리가 울려퍼진다.
 
 
"새해 복 많이 받는 거야.하루카,치하야 씨."
 
 
양손에 주먹밥을 든 호시이 미키의 인영이,복도의 그림자 사이로 빠져들더니,이내 검게 물들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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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저도 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잠기운에 쓰다보니 소설이 이상해졌어요(....)
 
제목인 영신의 밤은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영신의 뜻에서 따와서 하루카와 치하야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잖아!!!!(갑자기 산으로 가는 문장
 
...죄송합니다.
다음 번엔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시대가 원할 때 돌아오는 소재로 써보겠습니다.
 
최소한 소설인 걸로 써오겠습니다...역시 순애물(???)은 힘드네요...
 
 
 
여러분.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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