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흩날려라, 미라클 스노우!?』

댓글: 4 / 조회: 836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2-29, 2016 22:44에 작성됨.

* PLATINUM MASTER 01 드라마 「765 채널 vol.1 ~일으켜라 미라클 나이트!~」 와 아주 약간의 연관이 있습니다.

 

"저기, 마코칭."

 

어느 날의 늦은 오후, 영세 예능계 사무소 765 프로덕션이 절찬리 신세지고 있는 합숙소의 마당. 멍하니 마루에 걸터앉아있던 아미는 바로 옆에 있는 마코토의 옆구리를 톡톡 쳤다.

 

"으응?"

 

마코토는 돌아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답했다. 하는 일 없이 축 늘어진 지금은 옆을 보는 것조차 귀찮았다. 아미는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을 계속했다.

 

"있지, 아미 요즘 굉-장히 신경쓰이는 게 생겼어."

"응."

"여기에는 눈이 오지 않는 걸까, 하고."

".....글쎄."

 

마코토가 조금 늦게 대답하고는 느릿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씩 흘러가는 구름 몇 점을 제외하면, 새파란 도화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무척 맑고 쾌청했다.

 

"아미가 분명 알기로는 좀 전부터 여기저기서 첫눈이 내렸다고 했었다궁."

"아,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 오늘도 눈 온다고 했었는데."

 

마코토는 아침에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고 있던 일기예보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리 상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방 안의 작고 낡은 TV가 비추고 있는 일본 열도에는 온통 마이너스로 치닫은 기온과 함께 꽤나 많은 눈사람들이 보였던 것 같았다.

 

그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리고 저 밑쪽에 있는 오키나와 정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을 게 분명할텐데.

 

"그런데 여기에는 안 오넹."

"그러게."

 

하지만 이 곳에는 눈송이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미와 마코토는 문답을 반복하면서, 걸치고 있는 후드 집업의 소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도톰하긴 해도, 겨울에 입기에는 살짝 으슬으슬한 두께. 그런데도 두 사람은 추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여기는 별로 춥지도 않잖아."

"응."

 

여전히 다른 곳을 쳐다보던 마코토가 툭 내뱉은 말에, 아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지만,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반바지차림으로 지내도 충분할 정도로 춥지 않았다.

 

언제나 확인하는 달력만 아니라면, 초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온화한 날씨.

 

"그럼 여기에는 절~대로 눈 오는 일은 없는 걸까아~"

"그렇겠지?"

"넵, 그렇군용~"

 

아미는 어깨를 푹 떨궜다. 칼바람이 쌩쌩 일 정도로 추운 것보다는 낫지만, 역시 겨울에는 눈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 일대가 이렇게 따스해서는 눈은 오기도 전에 전부 녹아 비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우아아- 눈은 좋아도, 비는 별론데.

 

온통 어두컴컴하고, 축축해서 기분 나쁘고. 빨래도 얼릉 걷어내지 않으면 큰일인데다가 귀찮게 우산 같은 걸 들고 다녀야 되잖아. 아미는 비에 대한 온갖 안좋은 심상들을 떠올리고는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왜 이렇게나 뜨끈뜨끈~한 거야, 여기는."

"추운 것보다는 낫구만 뭘 그래. 뭐, 왜 이런 건지는 좀 궁금하긴 하지만."

"핫! 아미 방금 그 비밀을 알아버린 거 같아."

"뭔데?"

"어쩌면 여기, 일본 아닐지도!"

"하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아미 지금 진지해."

 

마코토가 그제서야 옆을 돌아보았다. 몸통을 끌어안은 팔 조금 위로, 빛나는 갈색 눈이 보였다. 완전히 생각을 정리한 아미는 자세를 똑바르게 하고는 다시 마코토를 불렀다.

 

"마코칭도 잘 생각해봥. 오또케 이럴 수 있냐구. 다른 데는 다~ 눈이 오는데. 왜 여기만 안 오는 걸까?"

 

그러니까 여긴 일본이 아닐 거야. 그렇게 확신하는 아미에게, 마코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야 마코칭- 이 아미 님의 완벽한 이논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고 치면, 우린 어떻게 차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건데."

"아, 그렇네."

 

마코토가 지적한 대로였다. 일본은 온 사방이 바다로 뒤덮힌 섬나라. 국경을 넘어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한다. 그런데 765 프로는 지금까지 하얀 밴을 타고 다니며 라이브 및 각종 영업을 나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학교에 출석할 일이 있거나 가끔 본가에 돌아갈 때도 차나 버스 같은 걸 이용했던 것이었다.

 

"으무무....."

 

정확한 지적에 아미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미는 마코토의 지적에 반박할 수 있겠다 싶은 아이디어를 크게 외쳤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순간이동 같은 걸 하고 있을 지도 몰라!"

"푸하핫!"

 

현실성하고는 더욱 멀어진 발언에, 마코토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조금 삐진 아미는 입을 삐죽이며 지금과는 정반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뭔가 있기는 한 걸지도 모르겠네."

"응!? 뭔데뭔데!? 아미한테도 가르쳐줘!"

 

잠시 후, 겨우 웃는 걸 멈춘 마코토는 아미만큼은 아니어도 뭔가 짚히는 곳이 있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미는 언제 삐졌나는 식으로 순식간에 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실은 여기에, 신님이 있거나 해서.....막 날씨를 포근포근하게 유지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것 참, 이 쪽도 단단히 비현실적인 발언이구만. 괜히 주변을 둘러보던 마코토는 자기가 말하고도 좀 이상한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신님? 아미는 두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묜~ 언제나 봄가을 같이 해줄 것이지 왜 여름은 그대로 더운 거야? 아미, 정말 더워서 녹아버릴 것 같았다구."

"글쎄다~ 더운 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에- 그거 너무 적당한 이유 같은데."

"하하핫, 그럴까나."

 

마코토는 적당히 웃어넘겼다. 진지하게 믿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아미와 잠깐 어울려주기 위해 생각해낸 것뿐.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걸로 끝. 마코토는 다시 바깥 구경이나 하려고 했다.

 

".....마코칭 말도 어쩜 일리 있을 지도."

"에?"

 

하지만, 아미는 그 말을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마코토가 조금 커진 눈으로 아미를 바라보자, 그녀는 조금 짖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신님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한 번 시도해보는 게 어땡?"

"시도라니, 어느 걸....."

"또, 이상한 장난 같은 걸 꾸미고 있는 건가보구나?"

"장난? 훗훗후, 그런 것보다 몇 백배는 훌륭한 일을.....얼레?"

 

아미가 중간에 말을 멈추고는 급하게 앞을 확인했다. 같이 대화를 하고 있던 이 외에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 또한 들렸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아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른' 사람은.

 

"우왓, 치하야 언니!"

"언제부터 있었어?"

"방금 전에."

 

두 사람의 회화를 잠깐 지켜보고 있던 푸른 머리의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웃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내가 들아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조금, 궁금해지는데."

"헤헷, 글쎄~ 과연 어떤 걸까나."

"아미는 아무 것도 몰라-"

 

아미가 소리지른 탓에 덩달아 놀랐던 마코토는 가슴가를 천천히 쓸어내리고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리 쉽게 알려주면 재미없지. 아미도 같은 생각으로 괜히 시치미를 뗐다.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에, 잠깐, 잠깐! 기다려! 말해줄테니까!"

 

하지만 치하야는 농담에도 진담 같이 반응하는 아이였다. 그녀가 떠나려고 반쯤 몸을 튼 순간, 마코토가 허겁지겁 일어나서는 치하야의 정면에다 대고 손을 휘휘 흔들었다.

 

"어떤 이야기였는데."

"음.....그러니까, 눈에 대한 이야기였어."

"눈?"

"응! 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눈!"

"그건 알고 있어."

"아, 넵. 그러신가요."

 

특별히 숨겨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마코토는 다시 마루에 앉은 뒤, 아미와 합동해서 뒤늦은 참여자에게 지금까지의 전말에 대해 상세하게 전달해주었다.

 

"음, 확실히 그렇네. 그리 춥지 않아, 여기는."

 

다른 건 몰라도, 눈 내릴 일이 전혀 없을 법한 포근한 날씨라는 것에는 동의를 표하는 치하야. 마코토는 다른 누구가 들으면 안되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일부러 한 손을 펴서 입가에 가져다대고는 치하야에게 슬쩍 속삭였다.

 

"어쩌면 정말로, 신님이 있을 지도 몰라."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치하야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아미를 바라보았다. 샛노란 소맷자락에서 빼꼼 삐져나온 손이 치하야의 옷자락을 꾹 잡아당겼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치하야 언니, 여기서 멀리까지 가서 촬영하고 왔지?"

"응, 그렇긴 한데."

"그럼.....혹시 눈 봤어?"

 

지금 치하야가 걸치고 있는 짙은 감색 외투는, 두 사람의 것과 달리 확실히 겨울을 대비한 것이었다. 거기서 혹시 모를 눈의 흔적을 쫒던 반짝반짝한 두 갈색 눈은 마침내 치하야의 얼굴에서 멈췄다. 조금 부담스러운 그 눈빛을 살짝 피하며, 치하야는 일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정말이야!?"

"으, 응."

"헤에- 그런가."

 

그러자 마코토도 덩달아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집중되는 두 시선에 치하야가 어쩔 줄 모르고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사이, 아미와 마코토는 마치 짜두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질문들을 쏟아냈다.

 

"많이 왔어?"

"막 무릎까지 잠길 정도라던가?"

"지금은 안 와?"

"쉬는 시간에 막 눈싸움하고 놀았어?"

 

그렇게 많이는 아니야. 그러니까 아니래도. 응, 그쳤어. 실내 촬영이었으니 그럴 수 없었어. 그 질문들에 일일히 대답해주던 치하야는, 둘의 태도가 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살짝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렇게도 눈이 좋은 걸까. 설마 살면서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건 아닐텐데."

"치하야 언니, 눈 오는 거 싫어?"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손꼽아 기다릴 정도는 아니니까."

"있지, 아미는 눈이 왔으면 좋겠어! 다른데는 다 오고 여기에만 안 오는 건 뭔가 좀 취-사하잖아. 안 그래?"

 

그밖에도 눈이 오면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떠올리며, 아미는 킥킥 웃었다.

 

"치사하다겠지. 뭐, 눈이 오면 낭만적 같으니까 나도 아미에게 찬성일까나."

"나도 굳이 호불호를 따지겠다면, 호에 가깝네."

 

마코토에 이어 치하야가 약간 동감의 뜻을 내비쳤다. 아미의 두 눈은 그것만으로도 잔뜩 기대에 차올랐다.

 

"후후, 그렇지! 역시 겨울에는 눈! 분명 다른 사람들도 기뻐할거야, 그치?"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질색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아미, 아까 뭐 좋은 생각이 있던 것 같던데."

 

마코토가 아미의 옆구리를 쿡쿡 건드리며 물었다. 아미는 좀 전에 하려다 중단된 말을 다시 기억하고는 말아쥔 손으로 다른 쪽 손바닥을 톡, 치며 말했다.

 

"아~ 마자마자! 그러고보니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치하야 언니가 와버려서 그만."

"그것 참 미안하게 되었네. 그래, 사죄하는 의미로 다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보도록 해볼까."

"설마 까먹어버렸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논논~ 그렇지 않습니다용."

 

아미는 걱정하는 마코토를 향해 장난스럽게 검지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과장된 몸짓으로 주변을 샅샅히 뒤져보고는 마코토와 치하야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치하야는 조금 미심쩍어하면서도 아미와 좀 더 가까이 붙어섰다. 원래부터 옆에 있던 마코토 또한 더욱 그리로 달라붙었다. 둘이 충분히 가까워진 걸 확인한 아미는 양 팔을 각각 한 쪽 어깨에 걸치고는, 확 끌어당겼다.

 

"꺗!?"

"우왓, 뭐야?"

"쉬-잇."

 

아미는 둘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헛기침을 한두번 하며 괜히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고는 마주한 양 귓가 사이에 얼굴을 대고, 조심스럽게 품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속삭였다.

 

"에엑!?"

"뭐, 뭐라고!?"

 

내용을 전해들은 마코토와 치하야는 의문을 표하는 말소리를 내뱉더니, 곧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로만을 바라보았다.

 

"어때? 정말 굿하고 나이스한 아이디~어이지 않는가, 제군?"

 

슬쩍 그들을 원래 위치로 밀어낸 아미 혼자서만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치하야는 대놓고 이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걸로 갑자기 눈이 올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데. 설마, 정말로 그 말을 믿고 있다는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아무리 아미라고 해도, 엄연히 현질과 비현질 정도는 구분한다구? 걍 해본다는 것 자체가 재밌을 것 같지 않아?"

"현질이 아니라, 현실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마코토는 치하야와 다른 방향으로 아미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 같았다. 아미는 이상하다는 듯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마코칭?"

"아미, 너 말이야.....그 때 그 사건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 사건? 과연 뭐길래. 치하야는 자기로는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에게 의문과 걱정이 뒤섞인 시선을 보냈다.

 

"아.....그거. 음.....이번에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혹시 또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걸."

"에이~ 마코칭은 겁쟁이네."

"뭐, 뭐라고!"

"저기,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좀....."

 

보다못한 치하야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말해도 될까 조금 고민하는 마코토와는 다르게, 아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때의 경험을 입에 담았다.

 

"전에 말이지, 삐요쨩이 시켜서 이 위쪽에서 앨범 판촉.....아아, 이건 너무 노골적인가. 하여튼 기도해보았다~ 라는 동영상을 찍었었는데....."

"아, 그거구나."

"에에~? 치하야 언니, 알고 있었어?"

"전에 하루카에게 들어서.....조금은."

 

동영상을 찍던 도중, 옥상 문이 그만 자동으로 잠겨버려서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던가. 그 기도해보았다, 라는 이상한 기획에 참여했던 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찬찬히 떠올려보는 치하야.

 

"그럼 이야기가 빠르네. 치하야 언니, 해보자! 실패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지 않을까? 응? 응?"

 

아미는 그런 그녀에게 바짝 다가와서는 손을 꼭 붙들며 설득에 나섰다. 치하야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으면 해."

"마코토는?"

"나? 나는 글쎄....."

 

마코토는 아까처럼 그리 격하게 반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좀 아까, 겁쟁이라고 불렸던 게 조금 신경 쓰였던 걸까. 아니면 이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을 거니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참여해볼 의지가 생겨나기라도 한 걸지도.

 

마코토가 보여주는 변화에 대한 여러 이유를 생각해보던 치하야는 곧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고는 아직도 자기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렇지, 이 참에 동영상도 다시 한 번 찍어보는 건 또 어때?"

 

그 사람은 치하야가 확답을 내리기 전에도 이야기를 멋대로 진행시키고 있었다.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싫다고 해도 억지로 끌고가거나, 혹은 혼자서라도 옥상으로 향할 지도 모르겠네. 나중에 어차피 끌려간다고 한다면, 지금 거절하는 건 의미없는 일. 그렇다고 늦은 밤, 쌀쌀하고 휑한 곳에 이 아이를 혼자 두는 것도 좀 그랬다.

 

즉, 뭐가 되었건 이 조금은 바보 같은 기획에 참여해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치하야는 슬며시 자기보다 따뜻한 손을 감싸쥐고는, 혼자서도 이것저것 떠벌떠벌거리고 있던 아이에게 일부러 말을 붙였다.

 

"또?"

"응! 이번에는 우리가 지내는 합숙소가 너무 따뜻해서 눈이 오지 않으니 제발 첫 눈이 올 수 있도록 기도해보았다~ 라는 제목으로!"

"그건 너무 길지 않아?"

 

마코토가 핀잔을 주며 두 사람의 회화에 끼어들었다. 겁쟁이라고 놀림받는 것도 싫고, 그밖에 여러 이유로 인해 흔들리던 마음 안의 천칭이 완전히 참여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두 사람의 의사를 확인한 아미는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번쩍 들더니, 기획의 시작을 알렸다.

 

"조~아써! 그럼 당장 오늘 밤에 시~작! 하는 거야!"

"오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라고 하고 싶지만 내일을 생각하면 좀 무리일지도."

"에에에-!?"

 

하지만 마코토는 예상 외의 말을 내뱉었다. 아미는 서둘러 치하야 쪽을 확인했다.

 

"이 쪽도 지금 당장은 무리. 당장 내일 스케쥴도 있고, 언제나 하는 트레이닝까지 고려하면 시간 조정이 좀 필요할 거야."

"치하야 언니마저.....으흑, 언니는 랭크가 A나 되니까 조금은 쉬고 그래도 될텐뎅."

"무슨 소리 하는 거니. 어떤 때가 되었던 간에 열심히 해야지."

 

손바닥 뒤집듯 변해버린 두 사람의 태도에, 방금 전만 하더라도 별처럼 밝았던 아미의 얼굴은 죽상이 되었다.

 

"아예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일단 시간을 맞추는 게 중요하니까. 응?"

"췌엣, 이것도 다~ 예능계 종사자가 지고 있는 숙명~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겠습니다용."

"그래, 그래."

 

마코토가 말과는 달리 완전히 축 늘어진 아미의 등을 슬슬 쓰다듬었다. 치하야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그런 두 사람을 쭉 지켜보고 있다가, 작게 발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치하야쨩!"

"거기다 아미하고, 마코칭까지? 셋이서 뭐해?"

 

앞서 화보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치하야처럼, 하루카와 마미도 다른 곳에서 합동 라이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치하야는 그 쪽에게 손만 살짝 흔들어준 뒤,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앞을 보았다.

 

"후흥, 저기 하루룽하고 마미가 보이는 군."

 

세세한 건 둘째치고, 일단 뭔가 벌이기로 작정한 다른 두 사람. 치하야의 어깨 너머로 다가오는 이들을 확인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할래?"

"어떡하긴. 정해져 있지."

 

아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치하야에게 손짓했다. 그녀가 순순히 옆으로 좀 비켜서자, 바로 보이는 하루카와 마미. 그녀들은 아직 누구에게도 그 해답을 듣지 못해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있지 하루룽, 마미!"

"으, 응?"

"뭐야뭐야- 뭔가 심상치 않은데?"

 

아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그 쪽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두 사람에게, 아미는 장난기 짙은 미소와 함께 달콤한 제안을 했다.

 

"우리 재밌는 거 생각했는데.....한 번 들어보지 않을래?"

 

---------

이 뒤로 더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