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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사랑하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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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8, 2016 18:43에 작성됨.

신이 세상을 만들고서, 인간의 모습에 자신의 조각을 넣어 인간과 자신을 연결할 매개체를 만드노니. 인간들을 이를 신으로 알고 모셨다. 신과 같은 힘과 인간과 같은 몸 그리고 마음. 우리는 인간의 말에 귀기울이고 공감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세월때문인지, 인간을 닮게 만들어졌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중 일부,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사랑’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누군가를 사랑했다. 한 남자를.

 

그는 인간이었고, 나는 반신. 그는 100년도 안 되서 죽을 남자. 나는 영원히 살아갈 존재. 신과 인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벽은 너무나도 튼튼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방해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쳐있었고 그 광기는 한 가지 방법-또는 폭력-을 도출해냈다.

 

만약 그와 내가 같아진다면, 적어도 그 또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해가 지고 달과 별이 고요하게 내려다보는 밤 속에서 그의 잠을 틈타 나는 천천히 피를 흘렸다. 당장이라도 내 입술을 포개고싶은 욕망을 누르고 천천히 그의 입술 위로 피를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내 피가 그의 입술을 타고 흘러들어가 그의 몸을 뒤바꾸었다. 결과는 ‘영생’ 그는 죽지않는다. 그러나 이 것이 내가 그를 절망을 밀어넣은 것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그는 죽지않는다. 그뿐이다. 머리가 잘리고 병에 걸리고 불에 타고 허리가 끊어지고 목이 부러져도 그는 죽지않는다. 그는 죽지않았지만 그의 친구, 가족, 연인은 죽는다. 200년도 되지않아서 그는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마음마저도. 오직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고 한탄하며 때때로 옛날 추억에 젖어 실성한 것처럼 웃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내가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신이 되고나서 그는 나와 살고있다. 그리고...

 

“자살시도범으로 남아있지요.”

 

왼목을 잘라서 바닥에 내던지고 허공에 목을 매단 그가 나를 무감정하게 죽은 눈으로 내려다보고있다. 저 눈에서 빛을 본 날이 언제였을까. 그랬던 적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그에게 말을 붙여보고 싶지만 그가 할 말이 너무나도 잘 알기에 두려워서 입이 떨어지지않는다. 뭐라고 해야할까...

 

“모, 목 안 아픈가요?”

 

“아픕니다”

 

다시 지독한 침묵이 방 안을 아득하게 메운다. 시계추처럼 허공에서 흔들-흔들-거리던 그가 문득 나를 내려다본다. 마치 시체와 눈이 마주쳐버린 섬뜩한 기분. 긴 세월 간 너무도 많은 것을 겪었지만, 아직도 저 눈은 두렵다. 나를 흔들고 아래로 떨어트린다.

 

“아.....”

 

왜 일까. 입을 열어 소리 내버렸다.

 

“오 ,오늘 아이돌이라는 걸 제의 받았습니다.”

 

“......”

 

.....역시 관심같은 것 가질리가 없나....몇 년 째 매달려서 죽기만 기다리는 남자다...역시 이런건....

 

“어떻게 하시려고요....?”

 

음산한 목소리보다 그가 대답했다는 사실에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 관심....가진 건가? 관심가진다면, 그가 이 세상에 붙어있을 이유가 된다면,

 

“해보려고요.”

 

투욱- 끊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허공에 매달려있던 남자의 몸이 바닥의 피 위로 널브러진다. 굴러다니던 왼손을 입에 넣어 살벌하게 씹어먹고는 나를 지나 무심하게 가버린다.

 

“열심히 하세요.”

 

그래도.....분명히 응원...해준거겠지?

 

무심결에 시작한다고 해버린 아이돌은 힘들었다. 신력도 소실되어 어린아이의 육체로 퇴행한 나는 라이브는 커녕 레슨조차도 버거워한다. 잠자리에 혼자 누우면 온몸을 찌르는 근육통은 기본이고 발목이 삐고 멍이 든다. 그가 더 좋아할 만한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집에 오면 녹아내리는 것 같은 피곤한 모습으로 쓰러져버린다.

 

하.....힘들어....이런 날 그는 좋아해줄까...?

 

아파...시원하네, 오늘은... 누구..아, 생각하기가 점점....

 

“아...지.. 세요...”

 

뭐?

 

“꿈이었나요...?”

 

무척 소망했던 무언가가 나한테 다가온 기분....? 비몽사몽 중에 코가 간지럽다. 코를 넘어 머릿속을 자극해서 잠을 깨운다.

 

“밥...?”

 

시체처럼 자살시도라도 하고 있어야할 남자가 멀쩡히 돌아다니고있다. 뜨끈한 밥을 들고서. 비틀거리며 걸어나오는 날 슬쩍 보더니 식탁 위에 밥을 내려놓는다.

 

“굶고다니면서 죽는 소리 내지마십쇼. 시끄러우니까.”

 

“아, 저기, 그대는-”

 

“안 죽습니다.”

 

나보고 입 닥치라는 것처럼 문이 닫친다.

 

.........그래도 날 위해 만들어준거니까...응, 먹자. 먹고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면....그래도 더 나을지도 몰라.

 

밤에는 허우적거리면서 잠들고 아침에는 그가 해준 밥을 먹는다. 레슨이 점점 몸에 붙고, 아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사랑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꿈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저마다 제각각의 사람들. 제각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즐겁다. 때로는 위로하기도하고 들어주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편안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먼 옛날의 일이 떠오르기도한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해주고, 번성하는 것을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미소짓는 것을 보던 날들......그래도 이제 좀 더 노력하면 다시 돌아올수 있겠지?

 

레슨에 익숙해지면서 집에 돌아가서도 힘이 조금 남는다. 아침에 늘 식사를 받기만했으니까 오늘이면 내가 저녁을 해줄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내가 넘어야하는 것은 피로도 요리실력도 아니었다.

 

“.........”

 

무감정하게 내려다보는 눈빛. 나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눈빛. 게다가 만약에 그가 거절하기라도 한다면.....!

 

“최근에는....”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자연스럽게 권유할 방법에 몰두하던 중에 목소리가 내 고개를 올린다.

 

“최근에는 요시노 님의 얼굴이 환해졌네요.”

 

“아.....하하....그대가 해주는 아침 덕분에...”

 

“다행입니다.”

 

어, 음...이건 좋은 기류겠지? 응, 그런거다

 

“그대의 노고에 제가 오늘은 보답을 해주고싶은데...”

 

“........그럴까요.”

 

이렇게 쉽게? 역시, 아이돌을 한게 좋은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먹을만 하네요.‘ 라는 말한마디를 남기고 요리를 전부 먹어줬다. 가면보다 더 무표정한 남자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진전....된거지? 그렇게 일상에 내가 해주는 저녁이 추가된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나는 ‘데뷔’하게되었다. 첫 무대니까 기대같은 건 하지말라고 했지...그래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초대한 그가 이번 무대에 올지 안 올지가 기대되서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어두운 무대 뒤에서 천천히 빛을 받아가며 나는 무대에 오른다. 선배 아이돌과 같이 편성된 무대. 저 사람들이 모두 내팬일리는 없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만은 내 팬이었으면!

 

그런 결심을 안고서 나는 몸을 움직였다. 냉담하지만 따뜻했던 아침, 저녁에 잠깐 나누었던 대화, 몸이 쑤시는 레슨.....그 모든 걸 생각해내고 몸에 흘려서 표현한다. 지금 한 순간, 빛나기 위해서.

 

시계상으로는 분명 몇 분 되지않았을 시간.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도 길었던 시간. 그 시간이 끝나고, 내가 침묵했을때 나온것은. 환호. 내 이름을 부르거나, ‘앵콜’을 연호하거나.

 

그리고 내가슴이 부푼다. 벅차오른다. 그도 저기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내가 잊었던 또 하나의 감정.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 위에서 빛나면서 축복하는, 보살피는 그 감각이 다시 피어오른다. ‘행복’이라는 것을 가득차있던 예전같은 기분. 그런 기분을 안고서 무대로 내려왔을때, 나를 기다리는 건 또하나의 선물이자, 가장 큰 행복

 

“수고하셨습니다.”

 

“........보고계셨나요?”

 

“오라고 하신건 요시노 님이시잖습니까.”

 

아, 그렇지만 정말로 올줄은 몰랐는데...

 

작은 내 체구에 맞추어 그가 천천히 움직이며 나와 같이 걷는다. 라이브가 끝났지만 피곤하지않아. 미소짓는 것도 힘들지않아. 이대로라면 오늘도 가서 그에게 저녁을 해줄수있을 것 같다.

 

“요시노 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계시네요. 여전히.”

 

그래, 그리고 이제 그대도-

 

“제가 없어도 될 만큼...”

 

..........응? 무슨 소리지? 갑지기 그 한 마디에 땅 아래가 꺼지는 것 같다. 두렵다. 몸이 떨린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눈 앞이 어두워지고 방금전의 기쁨이 사라져......그가 돌아본다. 그만, 하지마..! 듣기싫어!

 

“요시노 님, 이제 나를 놓아주세요.”

 

그 말을 하려고...여태껏 그렇게....그렇게...

 

“여태껏 그렇게 제 마음을 가지고 놀았나요?!! 그렇게 제 호감이라도 사서 죽고싶었나요?! 그렇게 내가 싫었나요?!”

 

터질 듯 달아오른 눈에서 눈물이 터져 흐른다. 거기에 맞춰 내 마음도 터져버리기라도 한 듯 말을 쏟아낸다. 몇 백, 몇 천 년만의 그 호감이 그 날들이 겨우 자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을까. 그 사실이 너무나도 아팠다. 그동안 어떻게든 버텨왔던 희망이 모조리 구겨져 저멀리 날아-

 

“사랑했습니다. 당신을.”

 

에..?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건 누구보다도 빛나는 당신.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그걸 바라보는 그런 당신.”

 

아무것도 비치지않던 그의 눈에서 감정이 피어오른다. 먼 발치 보이지않는 곳으 그리워하며 쓸쓸해하는 감정이....

 

“저 하나에 사로잡혀서 추락하고 미소도 잃어버린 건 싫습니다...”

 

미세하게 떨던 몸에 힘을 주고는 내게 말했다.

 

“요시노 님, 제가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나쁜 사람, 정말로 나쁜 사람....여태껏 그렇게 잘해주고, 이제와서 그렇게 그렇게 간곡한 소리로 부탁해버리면....!

 

“거절할수가 없잖아요...”

 

온기가 흐르는 손으로 그가 내 뺨을 잡아 천천히 올린다.

 

“울지마세요. 이제야 다시 미소짓게 된 얼굴이 또 일그러지니까....”

 

“그럼, 한가지만....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죽어서도 늘 저를 지켜봐 주겠다고, 당신이 지켜봤으니까 저는 지금껏....”

 

나는 사후를 모른다.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수 없다. 어쩌면 이루어지지못할 아무런 힘도 없는 약속이다. 하지만 이런 약속이라도 듣지않으면... 가슴이 아파서 견딜수가 없어...!

 

“그런 것, 당신을 만났을때부터 결정했던 일입니다...”

 

점점....점점....눈에 보이는 그 남자가 흐릿해진다. 뺨에서 느껴지던 온기도 멀어져간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는 어느때보다도 뚜렷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미소지었다.

 

===

 

처음에 리퀘보고 떠올린 건 죽지못하는 남자의 머리통을 들고다니는 요시농
윳쿠리 아니고 v건담이죠.
요시노: “프로듀서 입니다.”(머리통을 건네며)

 

나랑 안 맞는 장르만 2개?!

 

얀모에 멱살잡기 시즌2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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