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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목장의 귀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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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7, 2016 17:32에 작성됨.

목장의 아침은 빠르다. 생물을 다루는 목축업에 종사하는 이상, 새벽별을 새벽동 삼아 일어나는 건 운명과도 같은 깊은 업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의 알람이 새벽별보다 일찍 울 무렵, 오이카와 시즈쿠는 침대에서 먼저 일어났다.

넓은 목장 부지를 잔뜩 활용한 넓은 집이 조금은 익숙하지 않음을 느끼며, 오이카와 시즈쿠는 자기가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었음을 새삼스레 실감하였다. 목초지의 풀잎이 새하얀 밤안개를 빨아들여 유리 구슬같은 새벽이슬을 만들어 낼 동안, 그녀는 보일러의 전원을 올려 물을 덥히곤, 벗은 옷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샤워실에 들어왔다.

 

"후우~"

 

바깥의 차가운 밤안개와는 다른, 뜨거운 수증기가 흰 구름장막처럼 피어나 샤워실 안을 메운다. 따스한 물이 그녀의 폭발적인 두 유방을 덥히자, 그녀는 누긋한 비음이 섞인 신음소리를 흘리며 따스한 물을 자신의 가슴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샤워기 1개로는 커버할 수 없는 거대한 골짜기 사이에 따스한 물이 고인다. 양 손으로 가슴을 한 가득 젖히고 들고 내리고 주무르기를 몇 회, 따스한 물의 온기가 양 가슴 전체에 천천히 퍼져갔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따스한 물에 둘러싸인 걸 확인한 그녀는, 잠시 물을 끄고 바디워시를 젖은 베스타올에 뿌렸다. 그녀의 살색을 비출 정도로, 하지만 보이지는 않을 정도로 불투명한 베스타올 위에 녹아내린 천사처럼 묻어 흘러내리는 바디워시가 덧없는 욕망과도 같은 거품을 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음.... 하아....."

 

그녀를 달구는 음탕한 시선과도 같은 까슬하면서도 매끄러운 자극이, 거대한 가슴이 만들어낸 감춰진 굴곡과 비밀스런 그림자 사이를 지나간다. 그 때마다 그녀는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며 두 가슴을 파르르 떨었다. 굴곡과 그림자 사이에 쌓인 부끄러운 흔적들이 타올에 의해 밝혀지고 닦여나가자, 바디워시의 거품만이 그 흔적을 찾기 위해 안타까울 정도로 부풀어오르다가 압도적인 두 질량 사이에 끼어서 한 순간도 못 가고 터져버린다. 거품처럼 부풀어오른 욕망의 잔해만이 모성이나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가슴 안에서 녹아내린다. 이 거품은 행복했으리라.

 

".....아, 이 시간에 일어나는 건 오랬만이네요."

 

바디워시의 거품을 따스한 물로 쓸어내린 후에도 잠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인생 중 거의 전부를 보낸 이곳과 지금 살고 있는 곳의 간극을 떠올리곤 남몰래 씁쓸하게 웃었다.

'뭐, 금방 옛 생활패턴이 돌아오겠지'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정리해 놓은 속옷을 걸쳤다. 프릴이 달린 검은 팬티와 브래지어 위로 작업복이 한 겹 씌워진다. 가슴을 조금 조여오는 듯 한 압박감이, 마치 고향을 찾아온 손녀를 맞이해주는 할머니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으음.... 맛있는 냄새~"

 

오랫만의 귀성이다. 그녀는 기지개를 쫙 피고선 집 문을 열고 익숙한 길을 걷는다. 항상 바뀌는 자연의 풍경 속, 개밥바라기 별빛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아침 간식 냄새가 그녀의 식욕을 자극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혼잣말을 입에 올리곤, 그녀는 축사를 향해 걸어갔다. 휴가 차 집에 돌아와서도 일을 하려는 건, 농업 종사자의 업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예능계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돌이지만.

 

 

---

 

 

바스락바스락, 잘 마른 옥수수대와 옥수수알이 섞이는 소리. 또한 사료용 옥수수대를 잘게 잘라 옥수수 알과 함께 섞은 걸 여물통에 붓는 소리이기도 하다. 시즈쿠는 왠만한 남자들도 들기 힘든 묵직한 사료포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윗 부분을 능숙한 솜씨로 따내, 바닥에 하나도 흘리지 않고 정확한 양을 소에게 급여해주었다. '음메~ 음메~'거리며 밥을 재촉하던 젖소들이 여물통이 채워지기가 무섭게 고개를 여물통에 쳐박고 입과 혀를 움직인다. 이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한 후, 사료들이 여물통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랑스레 미소지었다.

 

"어라~?"

 

차오르는 뿌듯함이 가슴을 다 채우지 못하며 찰랑거릴 동안, 그녀는 다음 일인 사료용 옥수수 보충을 위해 농기계 키를 챙겨 축사를 나가려 했다. 그 때, 그녀는 바닥과 밀착해있는 익숙한 사람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 그림자는 그녀가 잘 알고 있는 남성의 그림자였으며, 이와테 현 구석에서 그녀를 발굴해 아이돌로 만들어준 은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밤 늦게 이곳에 도착해서 인사만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해 뜨기도 전에 기상당한 데다가 갑작스런 고강도 육체노동에 끌려 나와 강 너머의 넓은 목초지를 목전에 둔 불쌍한 영혼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벌써 지친 거에요~? 아직 할 일이 산더미인데~"

 

그리고, 담당 아이돌에게 마지막 일격을 당해 소똥 냄새 나는 바닥과 영혼이 일체화해버린 애처로운 자였다. 미동도 하지 않는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지막히 한숨을 쉬고 그를 한 손으로 집어들어 농기계 옆좌석에 적당히 앉혔다. 안쪽에 내던지지 않은 건, 자신의 프로듀서를 향한 그녀 나름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허, 허리가아....."

 

"정말이지, 프로듀서는 운동부족이라고요~"

 

트랙터와 콘 하베스터를 악마합체 시켜버려, 세기말의 황무지에나 어울릴 법 한 농기계가 굉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능적인 효율성을 중시하느라 탑승자의 편의성을 그닥 고려하지 않은 운전석이 덜덜 떨리자, 프로듀서의 몸이 진동에 맞춰 떨리기 시작했다. 하반신과 허리가 몸을 의자에 붙여주질 못하는 것이다. 일단 벨트를 메고 있기는 하지만, 그 꼴은 개울물 바깥으로 끌려나와 낚싯줄에 감겨선 펄떡거리는 붕어만큼이나 처참했다.

 

"시, 시즈쿠.... 기껏 받은 휴가니까 조금 쉬는 게 어떨까?"

 

"안돼요. 농장 일은 언제나 바쁘단 말이에요."

 

아침부터 체력을 소진해버린 프로듀서의 애원을 단칼에 거절한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농기계를 몰아 옥수수를 수확해 나간다. 기계가 들어와 작업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놓은 길 위에 거대한 바퀴 자국이 생긴다. 칼날에 걸려 산산히 부숴진 옥수수들이 뒤쪽 트렁크에 쌓여간다. 프로듀서가 아픈 허리와 다리 중 어디를 부여잡고 끙끙대야 할 지 고민하는 동안, 시즈쿠는 콧노래를 부르며 옥수수 특유의 풀내음을 즐기고 있었다.

 

"진짜로 괜찮아? 그래도 기껏 집에 돌아왔는데....."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에요~"

 

아이돌 일에서 오는 고난과 목장 일의 고난이 서로 다르다곤 하지만, 체력 면에선 전혀 힘들지 않았던 것일까.

콧노래까지 부르며 일하는 그녀를 보며, 프로듀서는 그녀가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나이때의 소녀들이 동경만으로 아이돌 업계에 들어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고 고된 일에 진저리치며 도망치는 와중에도 그녀는 가슴만큼이나 묵직하고 소처럼 우직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가슴을 필두로 하는 압도적인 비쥬얼과 소 같은 성실함이 겹쳐, 그녀는 금방 인기있는 아이돌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물론 그 인기의 비결은 음란한 감성을 자극하는 가슴이긴 했지만, 인기와 비례하는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행한 건 가슴으로도 담을 수 없는 성실함과 체력이 있기 때문이리라.

 

"난 죽을 것 같은데......"

 

"며칠만 일하면 금방 체력이 붙을 거에요~"

 

며칠간의 휴가가 어느 새인가 며칠간의 노동으로 변했다. 프로듀서 일은 잦은 외근 탓에 그 나름대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긴 하나, 이 정도의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쌀 한 알을 위해선 농부의 손이 100번인가 1000번인가 거쳐가야 한다는 옛 고사가 그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오이카와 목장에서 쌀을 생산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무리해서 일하면 체력이 붙기 전에 몸이 다 상할 거라고.... 아악."

 

"불평불만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밥 먹으면 다 나을 거에요~"

 

'그러고보니 아직 아침밥도 먹지 않았지' 프로듀서는 아침 간식으로 경단과 양갱을 먹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그건 밥조차 아니었다. 혹시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던 것이다. 농기계가 밭을 어느 정도 헤짚었을 무렵, 시즈쿠는 기계를 밭에서 빼내 축사 옆에 마련된 평상 근처까지 몰고왔다. 시동을 끈 후에도 물 바깥에서 말라죽어가는 송사리처럼 가끔씩 펄떡거리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시즈쿠의 가족들이 보면서 웃었다.

 

"도시 총각~ 운동 좀 하다 가시구려~"

 

무거운 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르는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프로듀서가 가진 남자로서의 자존심이라던지 뭐 그런 게 상당 부분 깎여나가 버렸다.

 

"자자, 아침부터 갑자기 일하느라 힘드셨죠? 한 숟갈 드세요."

 

그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조심조심 농기계에서 내려왔을 때, 시즈쿠는 웃으면서 그를 식탁에 초대해주었다. 그는 평상 위에 펼쳐진 진수성찬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아침부터 방전되어 버린 몸에 활기가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기 속에서 익사한 송사리처럼 턱까지 빠져버린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밥 먹으면 나을 거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나 보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커다란 통나무를 통짜로 잘라서 만든 평상 위에 진미들이 펼쳐진다. 딴지 수 시간도 지나지 않은 따끈한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데쳐, 이곳에서 적당히 만든 오이피클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와 같이 내었다. 상콤하고 싱그러운 채소의 냄새가 프로듀서의 후각을 자극했다. 약간 모습이 이상한 감자들은 쇠고기와 함께 냄비 속에 들어가 니쿠쟈가가 되어 있었다. 익자마자 냄비 째로 가져와서 김이 모락모락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격 때문에 쉽게 손 댈 수 없는 백합조림이 별 거 아닌 밑반찬처럼 올라와있었고 단호박 튀김이 야트막한 언덕을 연상시킬 정도로 수북히 쌓여 있었다. 생과일과 생야채들은 적당히 썰어져 샐러드가 되어 있었다.

 

"이,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도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방금 전까지 죽겠다고 말하던 게 거짓말인 것 처럼 빠른 손놀림을 자랑하며 입과 팔을 쉴새없이 놀리고 있다. 잘 먹는 총각의 모습을 보며 오이카와 가의 사람들이 미소지었다. 잘 먹는 사람은 어느 식탁에서나 환영받는 법이다. 아삭거리는 채소와 부드러운 감자가 프로듀서의 입 안에서 뜨겁게 터져나오며 혀 위에 온갖 풍부한 맛들을 쏟아내었다. 뜨거운 고기에 입 안이 데일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식사를 멈추는 일은 없다.

 

"물론이죠~"

 

"너, 너무 많으면 내가 먹을까? 시즈쿠는 체중 관리도 해야 하니까. 암냠냠냠."

 

"어허~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여. 아니면 프로듀서는 우리 시즈쿠 먹성 무시하는 거시여? 이래가지고 딸을 맞길 수나...."

 

'아빠~' 시즈쿠가 부끄러운 듯 큰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의 등을 후려쳤다. 쌀밥과 섞인 반찬이 아버지의 코를 통해 역류했다. 아슬아슬하게 반찬들에는 튀지 않았다. 아버지의 밥그릇만 자기가 뱉은 음식에 더럽혀졌을 뿐이다. 가장의 권위가 망가지는 모습이건만, 아버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넉살 좋게 웃고만 있었다. 아마 딸의 붉어진 얼굴이 귀여워서 그랬을 것이리라. 프로듀서에게 있어선 좋은 반찬이기도 했다.

 

"애비야, 시즈쿠 너무 놀리지 마라."

 

"아, 아하하....."

 

그 귀여운 모습을 보고서도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건, 그의 직업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돌들의 모습에 반해버리는 건 모든 프로듀서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프로듀서의 업이다. 옆에선 그녀의 친척들이 '시즈쿠 귀엽죠?'를 연발하며 그의 마음을 떠 보고 있었지만, 그가 건낼 수 있는 대답은 솔직하지 못한 미소 뿐이었다. 시즈쿠가 그를 보며 부끄러운 듯 미소지었을 때에나 솔직한 얼굴을 잠깐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래그래, 미안하다.... 그나저나 프로듀서 양반, 시즈쿠는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어?"

 

솔직하지 못한 미소로 배를 채우던 프로듀서가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딸을 도회지로 보낸 아버지가 방금 전과는 다른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다. 입가의 미소는 여전하지만, 그 속에 숨은 무게를 느끼지 못할 그가 아니었다. 프로듀서는 씹고 있던 샐러드를 목 뒤로 넘긴 후, 아직 열처리하지 않은 생우유 한 컵을 들이켰다. 얼굴에서 미소는 지우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에선 긴장하는 티가 역력했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단순한 업무 진척 보고일 터이건만, 그는 끓어오르는 긴장을 애써 억누르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직장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중압감이 그를 압박했다.

 

"예. 정말 잘 나가고 있습니다. TV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버지가 외할아버지를 만날 때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프로듀서의 사고는 과중한 압박감을 버티지 못하고 옆길로 새기 시작했다. 그의 외할아버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몸집과 튼실한 근육이, 지금에라도 자기에게 쏟아질 것만 같았다. '혹시 들켜버린 건가?' 떠올릴 수 있는 경우의 수 중에서 최악의 수를 떠올린 순간, 그의 머리는 더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진정해라, 진정해라. 자기 멋대로 패닉에 빠져버린 두뇌를 진정시키며, 시즈쿠가 아이돌로서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영업처나 거래처에서 이만한 열정을 들였다면 지금 쯤 초고속 승진을 이루었을 정도로 말이다.

 

문제는,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석연찮은 듯 한 표정을 짓는 아버지와 시즈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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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침 샤워신이 잘 나와서 재밌게 쓰고 있었는데 갈수록 템포가..... 힘이 빠진다..... 일단 이거라도 올리고.... 아맞다 료유카리랑 신데판..... 하지만 취직.... 오버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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