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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도쿄에서 만난 교토 아가씨들 4(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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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7, 2016 12:11에 작성됨.

검색창에 '오오하라'!   소설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

“....”

 

잠시 놀란 사에가 살짝 입을 벌리고 있다가 다시 얼굴을 다가듬었다. 당장 한 판 붙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과 달리 사에는 천천히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아침부터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럼, 두분이서 오붓한 시간 가지시길...”

 

“흥.”

 

여유롭게 뒤돌아 나가는 사에를 본 슈코는 전혀 개의치않고 히이라기의 옆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히이라기는 잠깐 멍~해져있다가 다시 상황을 파악하고서 슈코에게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오빠, 오빠는 한순간 스쳐지나간 기억이란 10년 가까이 되는 추억이랑 같이 두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네?”

 

“저기, 그때말이야. 교토 저택에서 사에를 오빠가 달래줬지? 나도 뒤에서 몰래 훔쳐봤거든. 아~ 물론 우연히 봐버렸다~가 더 정확한 설명인데 아무튼”

 

“그으...래서요..?”

 

“이상하잖아? 나는 10년도 넘게 같이 가족처럼 지냈는데...누구는 그냥 하룻밤 좀 이야기 좀 나눴다고 그렇게 살갑게 붙어있고 말이지...”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오른손을 살짝 쥐어 턱을 받친 채 고민하던 히이라기는 동생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미치루, 혹시 방금전에 슈코가 침대에서 떨어져있거나 했나요?”

 

여전히 빵을 우물거리는 미치루가 도리질을 하며 부정을 표했다. 아직 묶지않은 그녀의 머리칼도 따라서 꼬리처럼 흔들리는 것을 본 히이라기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미치루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가슴 쪽으로 미치루의 얼굴을 잡아당긴채로 머리칼을 손가락을 곰실거리며 쓰다듬주고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슈코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둔감.....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확~하고 바꼈네. 응.”

 

집 안을 총총 거닐며 돌아다니던 슈코는 히이라기의 앞에 딱 서더니 말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히이라기와 정반대로 슈코는 오히려 상쾌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마치 자신만만하게 설명하는 어린이의 얼굴과도 닮아있었다.

 

“사랑해. 좋아하는 것도 아니야. 사랑해.”

 

“.......”

 

“별로 달라지는 건 없어. 두근거리지도 않고 더 꾸미고 싶달까 하는 생각도 없어. 그냥, 앞으로도 계속 쭉- 이렇게 있으면 좋겠어. 같이. 오빠가 어제 말한 것 처럼.”

 

“후우.....”

 

최근 들어 겹치고 있는 왠지 모를 여난에 탈력감이라도 느낀 건지 히이라기는 약간 미끌어지듯이 휠체어에 몸을 맡겼다. 물론, 금새 달려와 몸을 교정해주는 미치루를 보며 의지가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튼 그냥 말만 이런데 별일 없을거야........그 도둑년만 없으면 말이지...”

 

뒤에 덧붙이는 말이 묘하게 음산해지고있었다.

이 험난한 상황에서 그냥 미치루 허리를 부여잡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눈물이라도 흘려보고싶은 욕망을 또 한 번 참아내고 히이라기는 생각을 정리했다.

 

‘사에 양은 분명 제 문제고 하니까....’

 

“그럼, 뭐 상관없겠죠. 슈코도 어른이니까 설마 문제를 벌이진 않겠고.”

 

“에? 이렇게 넘어가는거야?”

 

미치루가 갸웃거리면서 이 기묘한 상황에 대해 묻자 히이라기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할뿐이었다.

 

“딱히 지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뭐.....솔직히 이런 문제에는 너무 약해서 고민하기도 귀찮고...”

 

“솔직히, 미치루도 언니랑 같이 살면 좋지않아?”

 

“아니요.”

 

단번에 되돌아오는 부정어에 슈코는 잠깐 당황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흐흠, 아무튼 결론은 별 일 없이 현상유지! 오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상황이 종료되고 슈코는 흥흥 거리며 빵을 하나 입에 넣었다. 도자기처럼 생긴 매끈한 표면과 진한 갈색이 특징이 빵이었다. 디저트가 아니라 밀가루와 빵, 소금으로만 빵을 만드는 그런 곳이 떠오른다. 기교도 장식도 없는 모습과 깊게 구워진 빵의 향에서 그런 투박하지만 솔직한 느낌의 빵집이 떠오른다. 더운 공기가 가득한 빵집의 문을 열었을때 그 공기가 몸을 덮치는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기까지 한다. 빵 위에 올려진 소금이 주는 약간의 짠내가 코 끝에 자극을 더한다. 손 끝에서 크루와상의 겉표면이 빠드득-소리를 내며 한 방향으로 풀린다.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한껏 쓰다듬어줄때가 떠오르는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소금의 짭조름함에 배가되는 고소함과 오븐의 열에 바로 노출되어 바삭해진 겉표면은 크루와상치고는 좀 자극적이며 격동적이기까지하다. 오래동안 씹기에는 조금 거친 부분이지만, 소금의 짠맛에 몰려오는 침들이 그런 난점을 해소한다. 그뿐인가. 짠맛과 고소한 맛이 만나면 느껴지는 맛은 마치 팍팍 터지는 불꽃놀이같은 기분이다. 짜니까 조심하라는 말도 듣지못하고 크루와상을 야금야금 뜯어먹다보면, 어느새 하얗게 벗겨진 크루와상이 눈 앞에 있다. 얕은 빵들이 베이컨말이처럼 돌돌 여러번 말린 크루와상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그러내는 모습이다. 촉촉하게 우유를 머금은 빵을 생각하며 야금야금 먹고있는 슈코를 보며 히이라기가 천천히 다가왔다.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서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마치 무도회에서 숙녀에서 춤을 권하는 신사의 기품이 느껴지기까지했다. 거기에 더해 방금 전 홧김에 해버린 부끄러운 일이 떠오른 슈코는 살짝 뺨을 붉히며 손을 내밀었다.

 

“아니 이거말고요.”

 

“응?”

 

“지금 드신 라우겐 크루와상 2개, 1200엔 입니다. 손님”

 

“비싸?!”

 

“크루와상이니까요.”

 

아무래도 아침식사빵이 아니라 가게에 내놓을 상품을 뜯어먹은 모양이다. 미소? 속칭, 자본주의 미소지 뭘.

 

====

 

라우겐 크루와상은 라우겐이라고 치면 같이 뜨는 유우명한 빵집에서 샀습니다.

시나몬롤은 힘들어.....

챕터가 또 하나 끝났군요. 슈코는 막 데레데레한다든가 사람 바뀌는 일이 없을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사에나 슈코나 둘 다 히이라기 취향이 아니라는 새드엔딩

대학상담하고 와서 좀 우울하네요. 수어사이드 스튜던트......역사상 최악의 시기가 온다아아. 이게 진짜 새드엔딩....

사실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대입이라기보다 비리단체거르기가 더 맞지않을까.

한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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