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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P 외전] 치히로 「I 씨와 마유의 이야기」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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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5, 2016 12:08에 작성됨.

[작가의 말]

'카렌 P 시리즈'의 글들을 읽어주시면 내용이해가 좋으실테지만, 굳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좋은 소재를 주신 C 모 씨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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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네에엣?!」

 

아마도 직장인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일 퇴근시간.

저는 제게 맡겨진 업무-(라고는 해도 주로 2과 프로듀서 분들의 잡다한 업무를 보조하는 것에 그칩니다만)-를 마치고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며 제 자리에 놓여있던 커피잔을 씻으러 탕비실에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책상 밑에 놓아둔 핸드백을 가지고 탈의실로 출발하려던 찰나, 프로듀서 2과 과장을 맡고 있는 타케우치 프로듀서 님께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습니다.

 

치히로 「자... 잘못 들은거죠?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세요.」

 

저는 바보처럼 눈을 껌뻑이며 과장님께 반문했습니다.

마침 외근으로 2과 소속의 프로듀서 분들이 모두 사무실에 안 계셨으니 망정이지, 만약 한 분이라도 사무를 보고 계셨다면 저의 이런 바보같은 모습에 피식하고 웃었을게 뻔해요.

 

타케우치 「1과에 업무량이 많아져서 잠시 센카와 씨께서 1과로 임시 발령을-」

치히로 「시- 싫어요!」

 

과장님은 당황할 때의 버릇인 뒷목을 잡고선 어찌할 줄 몰라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타케우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치히로 「아, 그게......」

 

류해나, 임유진, 주니.

이 세 명의 소녀가 1과 과장의 권한으로 일방적 계약파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되서 3과로의 이적을 도와주었거든요. 물론 몰래 도와준 것이라 1과 사람들은 제가 연루된걸 전혀 모를테지만, 어쨌든 제가 꺼림칙한건 사실이니깐요.

 

치히로 「무, 문제랄까... 그런건 없지만요......」

타케우치 「딱 일주일만 1과의 프로듀서 분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치히로 「으으......」

타케우치 「정 싫으시다면야 거절하고 3과에 도움 요청을 해보겠습니다만.」

 

앗, 3과는 제가 좋아하는 P 씨가 과장으로 있는 곳인데?!

이대로라면 P 씨가 가지고 있는 제 호감도가 내려갈지도 몰라요!!

 

치히로 「하, 할게요!」

타케우치 「네?」

치히로 「할테니깐요!」

타케우치 「음...... 뭐, 센카와 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안심입니다. 그럼 수속은 오늘 저녁 중으로 제가 마쳐놓을테니, 퇴근하시는 길에 1과의 담당 프로듀서 분께 미리 인사라도 드리시지요.」

 

 

.

.

.

.

.

.

 

 

치히로 「와... 와버렸다......」

 

프로듀서 1과 제3사무실.

제 눈 앞에 굳게 닫혀있는 문의 명패엔 그런 글귀가 정자체로 깔끔하게 쓰여져있었습니다.

 

긴장하면 안되는데 괜시리 긴장되네요.

뭐랄까, 면접장에 들어가려고 하는 그런 기분이-

 

[톡톡]

 

치히로 「끼얏?!」

 

문 앞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때, 갑자기 제 어깨를 누군가 건드리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보았어요!

 

? 「......」

 

그러자 단정한 정장을 입은 예쁜 아가씨가 한 명, 서있었습니다.

그녀는 기다란 뒷머리를 정리해 올려, 핀으로 고정시켜 놓아 풍성한 느낌을 주는 헤어스타일과 대비되게 네모난 무테 안경을 쓰고 있어서 꽤나 차가운 인상을 주었습니다. 

 

아마도 길을 막고 있어서 상당히 화가난 모양이에요!

 

치히로 「죄, 죄, 죄, 죄, 죄송해요!!」

? 「......」

 

그러나 그녀는 저의 사과를 받아주기는 커녕, 오히려 조용히 저를 쳐다보는게 아니겠어요?!

 

치히로 「아, 아, 그, 그게-」

 

어떻게든 해명을 해야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입이 멋대로 열리기 시작하던 그 때.

 

? 「......」 부들부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게다가 어째선지 그녀는 마치 작은 동물마냥 몸을 둥글게 만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혹시......

 

치히로 「노... 놀라... 셨나요?」

? 「......」 끄덕

 

일단 화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저는 속으로 몰래 안도감의 한숨을 쉬며 말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치히로 「죄송해요. 다름이 아니라, 내일부터 여기서 일주일간 일하게된 어시스턴트인데...... 그래도 미리 인사를 드려야 할거 같아서 오늘 퇴근길에 찾아왔거든요.」

? 「......」

 

그러자 그녀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서, 저의 소매를 꾸욱꾸욱하고 잡아당겼습니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이겠지요?

 

그녀를 따라서 들어가자 사무실......이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상당히 많은 잡동사니들이 이 공간에 적재되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사무용 책상도 단 두 개 뿐이라 이 곳이 실질적으로는 1과의 창고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해볼 수 있었어요.

 

치히로 「저, 저기. 혹시 여기서... 일하세요?」

? 「......」 끄덕

 

세상에.

2과의 신데렐라 프로젝트 인원들이 지하창고로 쫓겨났을 때가 생각날 정도로 이 방은 상당히 지저분했어요. 사무용 비품부터 시작해서 온갖 트레이닝 도구들과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상자들의 향연......

 

역시 1과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싫어하는게 분명해요. 그게 아니고선 저를 이런 곳에 일주일간 근무시키게 하다니......

 

잠깐.

 

치히로 「그럼 다른 프로듀서 분이나 사무원 분은......」

? 「......」 도리도리

치히로 「설마 여기서 혼자 일 하시는거에요?」

? 「......」 끄덕끄덕

치히로 「저기...... 초면에 무례할 수도 있습니다만......」

? 「?」 갸웃

치히로 「어째서 여기서 일하시는건가요?」  

? 「...제가...음침...하다고...... 다른.... 분들이......」

 

설마설마했어요.

직장 내 왕따라는거.

 

적어도 우리 프로덕션에는 없기만을 바랬는데......

그냥 조금 소심한거 가지고 같은 과 사람을 이렇게 왕따시켜놓을 수가 있나요?

 

그 때, 사무실에 또 한 명의 여성이 찾아들어왔어요.

 

마유 「I 씨, 저 왔어요~」

? 「......」 방긋

마유 「근데... 이 분은... 센카와 씨?」

 

사쿠마 양이군요.

사쿠마 양은 일전에 몇 번 본적이 있으니까 이미 구면인 사이에요.

 

치히로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일주일동안 여기서 1과 사무일을 보좌해야해서요. 사쿠마 양은 여기에 무슨 일로 오셨나요?」

마유 「네? 제 담당 프로듀서 님이 여기 계시니까, 여기로 담당 아이돌이 오는건 당연한거겠죠. 그쵸, I 님? 우후훗.」

I 「......」 끄덕끄덕

 

설마.

프로덕션에서 나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사쿠마 마유 양의 프로듀서가 이 분이라니?!

너무 소심해서 전혀 안 어울리는데요?!

 

마유 「어머, 센카와 씨. 설마 놀라신건가요?」

치히로 「아, 아... 그, 그렇죠.」

마유 「역시 다들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처럼 나름 유명한 아이돌의 담당 프로듀서가 이렇게 소심하다니... 생각하기 힘드실거에요.」

I 「......」 추욱

마유 「그래도...... 아무리 I 님이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푸대접할 이유가 되질 않는데 말이죠......」 으득으득 

 

아무래도 1과 사람들이 사쿠마 양의 프로듀서에게 대했던 태도들을 떠올리며 이를 갈고 있는 것이겠죠.

이대로면 뭔가 화약이 터질 것 같은데...... 

 

치히로 「아니아니,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게-」

마유 「괜찮아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단언할 수 있는걸요. 저의 프로듀서는 오직 I 님 뿐이라구요. 아무리 다른 프로듀서 분들이 유능하다고 할지라도, 이 사쿠마 마유는 I 님이 아니면 아이돌을 할 능력도 의지도 생각도 없어요. 왜냐면 이 분과 저는 아주아주 튼튼한 붉은 실이라는 운명으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I 님 옆에서만 빛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무거워?!

뭔진 모르겠지만 그 마음이 너무 무거운데요?!

 

I 「부끄...러워...」

마유 「우후훗, 저와 I 님 사이잖아요? 이 정도 자랑은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다행히도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진 모양이에요.

 

자랑스러운 듯, 작게 가슴을 펴며 '엣헴'하는 사쿠마 양이 귀여웠지만, 그 못지 않게 쑥스러워하는 I 씨도 굉장히 귀엽네요!

아니아니, 이게 아니죠. 분위기에 휩쓸려선 퇴근도 못하겠어요.

 

치히로 「아, 어쨌든 늦었지만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2과 소속의 어시스턴트인 센카와 치히로라고 해요. 앞으로 일주일간 이 곳에서 업무를 보조하도록 지시받았으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꾸벅

I 「저... 제 이름은.... I에요... 자, 잘 부탁... 드려요......」 꾸벅

마유 「저는 I 씨의 '유일한' 담당 아이돌인 사쿠마 마유랍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센카와 씨?」 우후훗

 

그렇게 서로의 통성명을 겨우 끝내고, 저는 한 마디를 꺼냈습니다.

 

치히로 「두 분의 신뢰관계는 잘 알겠습니다만, 이 사무실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러니 내일은 대청소를 해요!」

I 「......」 흠칫

 

I 씨가 흠칫하는걸 보아하니, 역시 청소는 만만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1과에 있는 분들한테 한 방 먹여주고 싶을만큼 깔끔한 장소로 만들어보이겠어요!

 

마유 「I 님이 하신다면 저도 성심성의껏 도울테니깐요?」

I 「......」 끄덕


근데 어째, 누가누굴 프로듀스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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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원래라면 이 글로 인해 단편을 써야합니다만......

저는 이번 기회로 깨달아버렸습니다.

(필력따위 없다는건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테니 넘어가구요)

 

단편은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본의아니게 연재로 전환했습니다.

C 모 씨께 감사드림과 동시에 단편으로 끝맺지 못하고 이런 망작을 쓰게 되서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I 찡이 너무 귀여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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