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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기계와 아이돌들의 이야기-3B (서브스트림. 유키호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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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5, 2016 00:50에 작성됨.

유키호 생일이 지나자마자라는 시점이 딱 적절해보여서 썼습니다. 즐

겁게 읽어주시길 부디!

 

 

유키호와 첫만남을 한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바스티온은 유키호와 함께한 첫날부터의 시간을 기억했다.

유키호의 모습은 바스티온의 사고 논리대로라면 극한의 위험 회피와 방어적인 태도의 견지로 보였다.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목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 문제 원인을 제거하는 행위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바스티온이 보기에는 그리 효율적인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키호 스스로는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었기에 바스티온에게는 그것 또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뭐 그런 이야기는 제쳐두고서. 바스티온은 전날...... 이라고 해 봐야 수 분 전까지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틀 전. 12월 23일 문득 하루카와 마코토가 와서 바스티온에게 무언가를 건네어주는 것이었다.

 

이하 회상 첫 번째.

 

하루카 [바스티온 군? 내일은 유키호짱의 생일이거든? 선물 준비 했어?]

 

바스티온 [두왑? 뚜입?]

 

바스티온은 그야말로 눈치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를 낼 뿐이었다. 바스티온에게는 당연하게도 생일이라는 개념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코토도 무언가를 전해주면서 한 마디 했다.

 

마코토 [이제 유키호짱의 프로듀서니까. 생일 선물 정도는 챙겨주라구~?]

 

바스티온 [쀼이입. 쀼이입?]

 

하루카 [그러니까. 생일은 있지. 로봇으로 치자면 생산되어서 세상에 처음으로 나온 날이야!]

 

마코토 [사람이 태어난 날이지. 삼백육십 오 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이라구?]

 

바스티온 [두우우......왑?]

 

하루카 [사람에게는 아주아주 소중한 날이야!]

 

바스티온 [쀼삐비삐쀼삐쁍!]

 

바스티온은 일단은 알겠다는 듯이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전혀 이해되는 것이 없긴 했지만 분위기는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하루카 [하하. 바스티온 군. 내일 저녁 6시쯤 되어서 여기로 오면 돼. 나랑 마코토군이 준 건 꼭 챙겨서!]

 

마코토 [절대 잊어버리면 안 돼!!]

 

바스티온 [쀼이윱. 쀼이입?]

 

바스티온은 애초에 765프로덕션을 떠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첫 번째 회상 종료.  

 

바스티온은 그 여섯 시. 저녁도 잊지 못한다.

 

하기와라 유키호의 생일 당일이라던 그 날.

모두가 모여서 꽃다발이라던지. 알 수 없는 장식이라던지. 상자라던지 이런 저런 것을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하기와라 유키호에게 모두 모여 건네주던 그 광경을.

그리고 바스티온에게 하루카와 마코토가 했던 말을.

 

하루카. [바스티온. 자. 건네주라구? 어제의 그거!]

 

마코토 [기억하지?]

 

바스티온 [쀼이. 삐유이유웁. 두왑?]

 

바스티온은 하루카와 마코토가 전해주었던 그것을 가슴 해치에서 꺼내어 건네주었다.

그것은 조그마한 털뭉치에 끈이 달린 것과 색색의 무늬가 그려진 길쭉한 천이었다.

훗날에야 그것이 열쇠고리 인형과 목도리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바바스티온이지만 말이다.

 

 

미키 [유키호 생일 축하하는 거야!]

 

히비키 [정말 유키호짱 생일 축하한다구~!]

 

아미마미 [유키뿅~ 생일 축하행~ 후흥!]

 

모두의 선물과 축하멘트를 들을때도 정말로 활짝. 밝게 웃는 유키호였지만 바스티온이 선물을 건네주었을 때 유키호는. 울었다.

고요히 울었다.

 

그 시점. 바스티온의 두 번째 회상 시작.

 

바스티온 [위유우우우웁......?]

 

유키호 [흐윽... 흐으윽...... 바... 바스티온...... 고...고마워어...... 정말로 고마워요오...... 나 같은 이런......]

 

타카네 [후훗. 만난 지 얼마 안 된 로봇에게도 선물을 받으실 수 있다니. 하기와라 양도 정말이지 축복받은 사람이군요.]

 

하루카 [타카네 씨 말대로인 거 같아!!! 유키호 좋겠다~]

 

유키호 [정말 고마워어...... 후으... 후에......]

 

분명히 눈물을 잔뜩 흘리고 있는 모습인데. 너무나도 기뻐보였다.

 

그 순간 하기와라 유키호는 바스티온에게 안겨들었다.

 

그렇게 두 번째 회상 종료.

 

바스티온에게는 정말로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음식들을 잔뜩 꺼내어 늘어놓더니. 마음껏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치하야 [후훗. 바스티온 군. 축제라던지 기념이라던지 하는 그런 걸 잘 모르는구나.]

 

바스티온 [삐유웁!]

 

치하야 [그럼 그저 분위기를 보고 즐기면 되는 거야. 바스티온은. 알았지?]

 

바스티온 [삐유웁!]

 

그렇게 약간 눈물자국이 남기는 했지만 즐거운 축제가 끝나고 모두가 떠나간 심야. 열한 시 반이 조금 넘었을 무렵일까나.

 

집이 없어 사무소에 머무는 바스티온과 유키호 단둘만 또다시 남았다.

 

유키호 [바스티온 군한테 선물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 정말로.]

 

바스티온 [쀼이이입 삐유웁 쀼삐입?]

 

바스티온은 자기 스스로를 가리키며 갸우뚱한 모션을 취했다.

자기에게 선물을 받는 것이 무엇이 그리 특별한 감정이 든다는 말인가. 아니 애초에 선물을 받고 울고. 웃고. 묘한 감정표현을 하고. 바스티온에게는 이게 이해가 가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키호 [로봇한테 생일 선물을 받다니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어?]

 

바스티온 [두왑? 삐유이윱.]

 

유키호 [정말 고마워. 그...그런데 저기이.......]

 

바스티온 [두왑? 쀼이입?]

 

유키호 [우...우리 둘이서만 축하 한 번 할까?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오......]

 

그리고 벌어진 소소한 축하판.

그 축하판은 그야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모습이긴 했다.

듣자면야 당연한 것이. 찻잔과 건전지가 맞부딪히는 건배가 세상에 어디 있었겠는가!

심지어 바스티온은 건전지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유키호 [후후훗. 바스티온 군. 선물 정말로 고마워~]

 

바스티온 [삐유웁 삐윱!]

 

유키호 [에헤헷. 바스티온 군이랑 이렇게 있는 것도 꽤 좋다~]

 

바스티온 [쀼삡. 삐쀼뷰삡.]

 

유키호는 한 잔의 차를 마시더니. 이내 일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 더 하고. 자리를 떴다.

 

사무소에는 이제 완전히 바스티온 혼자 남은 새벽.

바깥은 아직도 연말 성탄 분위기로 시끄럽다.

바스티온은 평소와는 다른 연말 분위기를 창 밖으로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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