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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기계와 아이돌들의 이야기 - 2B (서브스트림. 유키호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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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2, 2016 01:44에 작성됨.

아이돌들의 사진을 보며 색이 바뀌어가길 계속하던 바스티온의 눈은 한참을 더욱 빠르게 색이 바뀌어가더니 이내 밝은 하얀색의 빛을 내며 그 색깔의 바뀜이 멈추었다.

 

그리고 선택한 아이돌의 사진은. 하기와라 유키호의 사진이었다.

 

흰 색 원피스계열의 바디라인을 은연중에 부드럽게 잡아주면서도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가련함이 인상적인 밝은 갈색머리와 부드러운 눈매를 가진 소녀.

 

하지만 그 눈동자 한가운데에는 마음의 강단이 없다는 느낌이 여느 사람이 보았다면 들 만도 한 강렬한 가녀림이 휘감고 있는 아름다움.

그것이 하기와라 유키호에 대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카기 사장 [호오. 하기와라 유키호 양인가. 훌륭한 안목이라고 생각하네. 심지가 굉장히 굳은 아이야.]

 

 

바스티온 [두왑? 위유우우웁......]

 

 

타카기 사장 [하여간 유키호 양을 잘 부탁하네. 뭐 다른 아이돌들도 마찬가지지만......]

 

 

바스티온 [삐유삐유웁. 우위윱!]

 

 

바스티온은 알겠다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내 사장실 밖을 나와 예의 바스티온 스스로가 선택했던 그 소녀. 하기와라 유키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바스티온 [우우우우웁......]

 

 

유키호 [호에에에에에?! 나...날 골랐다고? 나 같은 못난이 땅딸보를......]

 

 

바스티온 [쀼이이우웁...... 쀼이윱.]

 

 

하루카 [헤헷. 바스티온 군도 자신감 가지라잖아.]

 

 

물론 하루카는 바스티온의 음성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 이내 바스티온에게 윙크를 해 보였다. 적당히 눈치를 준 것이다.

 

바스티온은 하루카의 신호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유키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를 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하루카의 뜻대로 된 것이다.

 

 

바스티온 [쀡삐비 삐유웁~]

 

 

유키호 [호에에...... 그렇다면 정말 고마워어... 바스티온...]

 

 

히비키 [오오! 좋겠다구~ 역시 유키호는 정말 예쁘니까 로봇한테도 유키호의 매력이 통한 거라구!]

 

 

유키호 [아. 히비키짱.....]

 

 

하루카 [그래그래! 유키호짱. 히비키짱 말이 맞다구?]

 

 

바스티온 [두~~왑?]

 

 

그 날 저녁. 퇴근 시간 무렵. 다른 아이돌들과 사장. 리츠코와 코토리 씨마저 퇴근하고  바스티온과 유키호 둘만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사무원과 프로듀서마저 퇴근해버린 시점에서 집이 없는 바스티온이라면 모를까. 유키호가 남아있을 이유는 하등 없었지만 말이다. 

 

유키호 [로봇 앞에서 차를 마신다는 건 느낌이 조금 이상하네에......]

 

 

바스티온 [뜌이이 삐유웁?]

 

 

유키호 [있잖아아...... 바스티온. 난 남자를 무서워하는 편이야. 솔직히 말해서...]

 

 

바스티온 [위윱. 삐유웁 쀼입.]

 

유키호 [그런데 바스티온 군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로봇인 게 이성하게 참 편한 거 같다?]

 

바스티온에게는 남성과 여성간의 심리구조상의 차이나 신체적 차이를 크게 알 수 없었다.

보통 여성은 머리가 길고. 신체가 잘록하고. 동체급의 남성보다 약한 힘을 가졌다 정도가 그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바스티온 [두왑? 쀼삐윱?]

 

바스티온은 그저 호기심이 동해 유키호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그저 말없이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몇 마디가 지나갔을까. 유키호가 갑자기 이오리가 등에 멘 것이 발칸포라는 것을 알아채고 난 시점의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했다.

그리고 바스티온에게는 그게 강렬한 충격이었다.

 

유키호 [그런데 바스티온 군은 모습이라던지. 이오리짱이 말한 것을 보면 전쟁에 쓰이는 무기잖아.]

 

 

바스티온 [삐유우우우우웁......]

 

 

굉장히 시무룩한 소리와 함께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이는 듯한 바스티온이었다.

바스티온에게 이제 더 이상 바스티온 스스로는 전쟁 병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 전쟁 병기이지만 말이다.

바스티온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가변형 모드들과 화기, 수리 장비 등과 폐허가 된 공장에서 얻어낸 다수의 예비부품은 물론 원자재만으로 완벽히 자신을 수복할 부품을 만들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고마워하며 가동되어가고 있었지만 전쟁병기로써 살아가던 자신의 모습에는 아직도 큰 적개심과 공포감을 느끼며 가동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지금 하기와라 유키호라는 조그마한 소녀가 정확히 짚어버렸으니. 바스티온은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유키호 [호...호에엣! 설마 삐...삐친 거야? 미...미안해... 미안......]

 

바스티온 [쀼이이이이이이이유우우우웁! 쀼이이이이이이이이유우우우웁!!]

 

유키호 [호... 호에에...... 호에에에에에에?!!!]

 

바스티온이 자신을 아직도 전쟁병기 취급한 것이 불만이라는 듯이 내었던 소리는 유키호의 귀에는 꼼짝없이 우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기에 유키호는 더더욱 당황했다.

자기를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된 이 로봇에게는 건드려지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거부하고 있는 로봇인가.

 

......같은 생각 같은 것조차 할 겨를도 없이 놀랐기에 유키호는 그저 바스티온을 안아주면서 그 동체의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낼 뿐이었다.

 

유키호 [미안해 바스티온 군.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어...... 미안해. 미안해. 바스티온 군. 저기...... 바스티온 군...... 나 용서해 줄 거야?]

 

바스티온 역시 많이 놀랐지만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악을 끼칠 의도도 결과도 없었기에 이내 바스티온은 유키호를 용서하기로 했다.

 

바스티온 [위유우우우웁...... 위유우웁...... 위유웁......]

 

여전히 바스티온은 시무룩한듯 기운 없이 꺼진 소리만 내고 있었지만. 오른팔의 기관포마저 떼어버린 양 팔로 바스티온은 유키호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유키호 [......!!!      용서해 주는구나. 고마워......]

 

바스티온 [쀼이삐유삐윱. 삐쀼삡.]

 

유키호 [헤헷...... 바스티온 군, 딱딱하고 차갑지만 좋아......]

 

바스티온 [삐유웁!]

 

유키호 [그럼...... 바스티온 군. 잘 있어! 내일 봐!!]

 

바스티온 [쀼삐삐 삐유웁!!]

 

그리고 사무소에서 유키호마저 떠난 이후. 혼자 남은 바스티온은 유키호가 마시고 씻어놓은 찻잔을 집어들고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내려놓곤 밤을 늘 지새워 왔듯이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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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루트인 유키호 루트입니다.

아무래도 제 아내를 자처하는 유키호짱인지라...... 너무 써주고 싶었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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