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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pro의 매니저-막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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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0, 2016 02:28에 작성됨.

매니저가 된지 20일째가 지났다.

슬슬 새로운 장소에 익숙해지고,한가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평화롭네~.'라며

중얼거릴 즈음이다.

그런 때에 걸맞게 나도 열심히 창밖을 바라보며 쏟아지는 햇살에 노곤노곤한

기분이였다.완벽한 날씨,완벽한 상황,완벽한 기분.여기서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롭네~.'

"왜 이렇게 된거지..."

내뱉고 싶었던 대사는 입속 어딘가로 사라지고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슬슬 익숙해진 일에 질려하며 사무실 책상에 올려져 있는 반복성 귀차니즘 일거리들을

무시하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신세한탄 하는 40에서 50대 회사원 같았다.

...예시가 너무 자세해서 무섭네.

이렇게 예시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애초에 내가 할일은 별로 없을뿐더러,있는 일

없는 일 만들어서까지 일을 하는 내게 있어서 반복성 귀차니즘 일거리들은 오히려 환영하는 바이다.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건 절대 땡땡이를 치는 중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질려한다?여기는 언제나 새로움과 신선함이 넘쳐나는 곳이라 그런걸 느낄 새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저렇게 익숙해진 일에 질려(중략) 회사원같이 말을 내뱉었을까?

"응?매니저,왜그래?뭔가 지친 얼굴인데?일도 별로 없는데?"

"오빠는 항상 피곤해보이던데.철야라도 하는거야?일도 별로 없는데?'

"에,매니저씨?피곤하신가요?그럴때는 같이 독서를 하시는게 어떤가요?일도 별로 없으신데?"

"어이,너네들.뭐가 말이 하나씩 더 많지 않냐?나도 할일 많거든?....이,이제부터 찾을거거든?!"

4월의 중반을 넘긴 즈음,어째선지 내 사무실에 귀찮은 녀석이 한명 더 늘어났다.

 

 

"하아..."

미간을 누르며 이유 모를 두통을 견뎠다.

좋아,일단 정리해보자.오늘은 내가 매니저가 된지 20....아니 그런건 됐고.

스스로에게 태클을 걸며 오른쪽 대각선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는 녀석들을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 하며 다시 헤드폰을 쓰고 기타를 연주하는 줄리아.

대본을 보는 틈틈이 어째선지 내쪽을 살짝 보는 모모코.

읽고있는 소설이 재밌는지 움직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중해서 소설을 보는 유리코.

모두 다 이곳 765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이다. 그리고 내가 약간씩 도움을 줘서

다른 녀석들 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된 녀석들이기도 하다.

그래,거기까진 좋다.하지만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솔직히 말해 이유를 모르겠다.다른 녀석들이랑 같이있는 편이 더 좋지 않나.

왜 굳이 이런곳에 있는지 계속 생각해봤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

저번에도 물어본것 같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물어보자.

어쩌면 저녀석들이 나를 신경써서 여기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는 바로 줄리아에게 다가갔다.

줄리아는 내 인기척을 느끼자 헤드폰을 벗고 나를 바라봤다.

"응?왜그래,매니저.볼 일이라도 있어?"

"응.줄리아 너말이야,여기 왜 있는거야?"

"에?"

줄리아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라도 받은듯이 적잖이 당황했다.

"에?어...호,혹시 방해됐어?"

"어?아,아니 그런건 아닌데...그냥 궁금해서..."

내 말의 줄리아는 안심한듯 숨을 골랐다.

"후우~.놀랐잖아,매니저."

"어?미안..."

어라?뭔가 아까부터 내가 잘못한것 같은데?커뮤니케이션은 아직 어렵네.

줄리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금방 대답해주었다.

"음..여기 있는 이유?그냥 조용해선데?기본적으로 헤드폰을 끼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조용한 편이 좋아서."

아,그렇구나.그러고보니 줄리아는 항상 헤드폰을 끼고 기타를 치고 있었다.

모두에게 방해되지 않게 연습을 하기 위해서.모두를 신경쓰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여기까지 와서...기특하잖아.

"훗.역시 내 파트너야."

"에,엣?가,갑자기 무,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감동하여 말해줬지만 줄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어라?또 실패냐고...

 

 

연속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침울해하며 옆에있는 모모코에게 다가갔다.

"저기 모모코..."

"모모코도 마찬가지.여기가 조용해서 대본외우기 편해."

"아,듣고 있었구나."

역시 모모코다.눈치가 빠르고 분위기를 잘 읽는달까.

왠지 나보다 어른스럽네...

"모모코는 어른스럽네..."

"엣!....으.응.고마워..."

속으로 생각하던게 튀어나와버렸다.게다가 어째선지 모모코도 얼굴을 붉혔다.

근데 화나보이진 않았다.어라?이거 오랜만에 좋은 커뮤?

"저...저기 오빠.오빠는...어른스러운 사람을 좋아해?"

응?어른스러운 사람?...어른을 말하는건가?

"아니,아직 별로."

역시 아직 어른은 조금 그렇달까.형이나 사장은 괜찮지만...

음.아직 조금 어렵달까.그런데 모모코는 갑자기 이런걸 왜 물어보지?

"저기,모모코..."

".....흥...."

모모코가 삐져버렸다.

 

어떻게든 달래봤지만 결국 모모코는 뚱한 표정을 계속 고수했다.

왠지 오늘따라 내 커뮤능력 최악을 달리고 있지 않아?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겨우 유지한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유리코에게 갔다.

"저기,유리코?"

"........"

"응?유리코?"

".....(사락)..."

채...책에 완전히 빠져있어...

"...뭐 유리코는 괜찮나."

이미 이유는 알고있고.

'저,저기 매니저씨!괜찮다면...매니저씨의 사무실에서 채,책을 읽어도 괜찮나요?'

'엉?어...뭐 상관은 없는데.왜?'

'아...그게...저,저희는 친구잖아요?'

'어?어..그렇긴 한데...'

'그...그리고...아!저희는 사랑에 대해 알기로 했잖아요?'

'그...그렇지...'

'사무실에서 알아보는 편이 매니저씨랑 소통하는데 더 편하지 않을까요?그렇죠?'

'어,어어..그렇겠네...그런데,아까부터 묘하게 필사적이다?'

'기,기분탓이에요!어쨋든 된다는 걸로 알고있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때 그녀석 지금 생각해봐도 뭔가 필사적이었다니까.

뭐,대충 됐나.그럼 이제 슬슬 일거리를 찾으러...

"어,어째서 저한테는 안묻는거죠!"

"에,뭐야.유리코,너 책에 집중하는거 아니었어?"

"그래도 3번은 물으셨어야죠....시무룩..."

"어이,시무룩을 입으로 말하는건 좀 아니잖아?!"

역시 오늘의 나의 커뮤능력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

 

 

겨우겨우 유리코도 달래서 어떻게든 원래상태로 되돌려놨다.

모모코도,줄리아도 자신의 일에 다시 집중했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상태로 겨우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그녀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걱정스러운 마음에...

하지만,그녀들은 조금씩,서로 차이가 있었지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들의 미소를 보니 걱정스러운 마음과 너덜너덜한 멘탈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나의 오늘의 커뮤능력은 최악은 아니었다는 것을,확인했으니까.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여러명의 아이돌 사진을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녀석들을 도울 수 있었던건,나의 경험이 크게 관여했다.

하지만 만약,내가 경험하지 못했다면?

내가 그녀들의 걱정과 고민에 공감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그녀들을 도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에 띄인 아이돌 한명에게서 어째선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알고 있겠지,시즈카."

"......."

"고집피워도 소용없다.이제 슬슬..."

"하지만!아직 시간은....!분명 고입때까지 라고...!"

"흥!지금 너의 상태로는 앞으로 몇년 지나도 그대로일꺼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당장 그만둬!"

"그...그럴 수는...아직 더 할 수 있어요!프로듀서씨가 있으면..."

"하.역시 너는 안된다.당장 그만두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사무소로 갈 줄 알아라."

"그...그럴 수가...."

"앞으로 3일 주마.정리하고 공부에 집중해."

"........"

'프로듀서씨.....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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