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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9, 2016 23:05에 작성됨.

 눈부신 햇살이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와 그의 눈을 간질였다. 그 간질임에 감은 눈을 끔뻑이다 달콤한 꿈이 깨졌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비비고 살며시 떴다. 두꺼운 커튼으로 창문을 가려도 빛은 이미 아침이란 걸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방을 밝게 비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리는 커다란 방은 혼자, 거기다 어린 소녀가 사용하기엔 너무도 넓었지만 당연한 것이었다. 세계적인 거대 그룹, 미나세 그룹의 자식이자 하나뿐인 딸이기에 이 정도 크기의 방은 어떻게 보면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그는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잘 잤어, 토순아?”
 그리고는 옆에 뉘인 토끼 인형을 쓰다듬었다. 분홍색 토끼 인형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소중한 친구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샤를 도나텔로 18세’라며 둘러댔지만 진짜 이름은 ‘토순이’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고고하고 우아하고 지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은 그의 마음을 토끼 인형의 이름으로 나타낸 것이지만, 뒤를 보면 그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일반인이었다. 재력을 빼면 말이다. 토순이를 안고 침대를 벗어나 창문 앞으로 가 커튼을 걷었다.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햇빛에 그는 실눈을 떴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 그의 오늘 스케줄도 맑음일 것 같았다. 화장대 앞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고 있자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오리 아가씨, 목욕 준비가 되었습니다.”
 문 밖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전속 집사의 목소리였다. 그는 알았다는 말과 함께 토순이를 들고 방을 나섰다. 멋있게 기른 수염과 단정하게 빗어 넘긴 백발의 노년 집사는 그가 나오자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가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신도 할아버지?”
 그는 대기업의 회장으로서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아버지와 사교계의 마담으로 통하는 어머니의 부재를 대신해 어려서부터 이오리를 돌봐왔던 베테랑이었다. 덕분에 둘의 관계는 할아버지와 손녀로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식탁 예절이나 사교 예절 등 귀족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모두 그에게 배웠고, 이오리가 이렇게 자랄 수 있던 것도 어떻게 보면 그의 역할이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이오리에게 그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오늘은 회장님이 오랜만에 집에 계십니다.”
 “그래요?”
 “어젯밤 아가씨께서 잠드셨을 때 귀국하셨답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이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얼굴을 자주 보지 못 한 것도 있으나, 이미 어엿한 사장직에 오른 첫째 오빠와 그룹의 뒤를 이을 둘째 오빠를 더욱 아끼기에 어렴풋이 느껴지는 소외감 때문인 것도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기에 자신을 봐주지 않는 거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아이돌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탐탁지 않은 듯 했다. 말은 없었지만 거대 그룹의 자녀가 예능계에 들어가는 게 곱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얼굴을 보는 자리에선 서로 말없이 밥을 먹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때문에 그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어떤 동료들과 지내는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욕실에 들어선 그는 커다란 욕조에 몸을 담갔다. 부드러운 거품이 몸을 감쌌다. 뜨거운 물에 전날의 피로가 녹아 나오는 듯 했다. 느긋하게 있고 싶었지만 그건 저녁에 하자 생각하고 짧게 몸만 적시고 나왔다. 가볍게 씻고 나온 그는 목욕 가운을 입고 탈의실로 나갔다. 말이 탈의실이지, 실은 자그만 의상실이기도 했다. 대기하던 메이드들은 그가 나오자 머리를 말리는 것부터 오늘의 맞춤 의상과 가벼운 화장까지 빠르게 끝냈다. 사실 신도는 그의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메이드나 집사가 모든 걸 해주는 걸 좋게 보지 않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목욕이나 샤워, 몸을 닦고 옷을 입는 것까지 스스로 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돌 생활이 워낙 바쁘다 보니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정돈을 마친 그는 식당으로 갔다. 그곳엔 아침식사를 기다리는 회장이 있었다. 그는 떨떠름했다.
 “돌아오셨어요, 아버지?”
 “그래. 잘 잤니, 이오리?”
 “네.”
 짧은 인사가 오고 갔다. 평소 두 사람의 분위기는 이랬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분위기였다. 음식이 하나 둘 나오고 한참 식사를 할 때 회장이 먹는 걸 잠시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
 “이오리.”
 “네?”
 “경영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니?”
 그 말에 그 역시 먹는 걸 멈추었다. 회장의 갑작스런 제안에 그는 당황했다. 적막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 회장의 모습은 단호했다. 너무도 단단해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커다란 벽 같았다.
 “갑자기 그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너도 미나세 가문의 후계자로서 지금부터 배워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단다.”
 “하지만 전 지금 하는 일이…….”
 회장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잠시 멈추게 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회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하는 일은 알고 있다만, 과연 장래성이 있는가가 걱정이구나.”
 “…….”
 그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 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자신은 아이돌 일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아이돌 일은 집안에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어서 즐거운 것이 진정 즐거운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회장은 다시 먹기 시작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 했다. 어느덧 식사를 끝낸 회장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당장 결정을 하라는 건 아니다. 며칠 시간을 주마. 네 생각을 들려주길 바란다.”
 그렇게 말한 회장은 집사와 메이드 몇 명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홀로 남은 그는 음식을 앞에 두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국 다 먹지도 못 하고 일어섰다. 사무소로 가려 현관으로 가는 그의 옆에서 신도가 말을 꺼냈다.
 “회장님이 악의를 갖고 말씀을 하신 건 아닐 겁니다.”
 “…….”
 “아가씨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애써 그를 달래려는 신도의 말에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알아요. 저도 어린애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저렇게 직접 들으니 충격이 있긴 있네요.”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어떻게 봐도 쓴웃음이었다. 밖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구름 낀 흐린 날이었다.

 

 그는 회장이 낸 숙제에 어떤 답을 내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회장의 말대로 아이돌을 그만두고 경영 공부를 시작하면 순탄대로를 걸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아이돌 업무를 포기하기는 싫었다.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곳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멀리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목소리였다. 그는 광고 모델 업무로 프로듀서와 함께 스튜디오를 찾았다. 잡지에 실을 신상 옷과 그가 좋아하는 주스 광고 촬영이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프로듀서는 사진사와 업무 조율을 했다. 만족스럽게 끝났는지 싱글벙글했다.
 “이오리, 일할 시간이야.”
 “하아. 알고 있어.”
 한숨을 푹 쉬고 일어서는 그를 보며 프로듀서는 갸우뚱했다.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허세를 부리며 씩씩하게 촬영 장소로 갔다. 촬영은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고민 때문인지 촬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의상 촬영이야 무표정이 대부분이라 넘어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주스 촬영이었다. 대부분 컷에서 그는 아까와 같은 무표정이었다. 사진사는 상큼하게 웃는 얼굴을 주문했다. 그도 웃으려 애썼지만 억지 미소뿐이었다. 사진사는 그것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오리 양, 무슨 문제 있습니까?”
 답답했는지 사진사는 그에게 물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몇 컷만 더 찍어볼게요.”
 그 뒤로 플래시가 몇 번 더 터지긴 했지만 사진은 잘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던지 사진사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숙인 그의 옆에 프로듀서가 앉았다.
 “이오리,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무슨 일 있는지 얘기를 해봐.”
 “아무 일 아니라니까.”
 “그렇게만 말하지 말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쉬고 있던 스태프들의 눈길이 한 곳에 쏠렸다. 그는 몸을 떨었다. 눈엔 눈물이 맺혀 건드리기만 해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머리를 헤집어 놓는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촬영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오리!”
 프로듀서가 그를 불러 세우려 했지만 늦었다. 촬영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프로듀서는 사진사와 스태프들에게 사과를 하고 찾으러 갔다 오겠다는 말과 함께 그를 쫓아갔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스튜디오 안을 샅샅이 찾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먼저 사무소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건물 모퉁이를 도니 이오리가 쭈그려 앉아 울고 있었다.
 “이오리.”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움찔하며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뭐, 뭐야.”
 아무일 없었다는 듯 차분하게 말했지만 울먹임이 남아있었다. 프로듀서는 괜한 말보다는 그저 지켜보았다. 이오리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일어섰다. 그러고는 태연하게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잠깐.”이라며 프로듀서가 그를 세웠다.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야?”
 “내 얘기 들어.”
 “너 같은 놈 얘기를 왜 들…….”
 “잔말 말고 들어!”
 프로듀서는 이제껏 내지 않은 큰 소리로 그를 다그쳤다. 이오리도 그런 프로듀서의 모습을 처음 봤다. 매섭게 쏘아보는 그 눈은 그를 바짝 긴장하게 했다.
 “네가 나를 하대하든 무시하든 상관 없어. 하지만 난 네 프로듀서야. 네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야 내 나름대로 조언이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마음에 꾹 눌러 담고만 있으면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때문에.”
 “응?”
 “아버지 때문에.”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오늘 아침에 그러셨어. 경영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후계자 수업이란 거구나.”
 이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말했는데?”
 “말 안 했어. 나도 그 말을 들었을 때 멍했으니까.”
 “흐음.”
 프로듀서는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이오리는 어떻게 생각해?”
 “지금 경영을 배우면 미래는 밝다고 생각해. 그룹의 뒤는 둘째 오빠가 잇겠지만, 나도 그룹 계열사를 이끌 수도 있고.”
 “그럼 경영을 배우고 싶어?”
 “글쎄.”
 “글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재미있거든. 아버지는 탐탁지 않으신 듯 하지만.”
 “흠.”
 프로듀서는 이오리 앞에서 쭈그려 앉았다.
 “이오리는 왜 아이돌이 되려고 했어?”
 “그건.”
 “그건?”
 “집안에서 내가 제일 능력이 달리니까. 두 오빠들은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뭐 하나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해서.”
 “그래서?”
 “그래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아이돌을 고른 거야.”
 “처음 듣는 얘기네.”
 “당연하지. 한 적이 없으니까.”
 쏘아붙이는 그의 말에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적였다.
 “여튼 아이돌 생활이 처음부터 즐거웠던 건 아니었어. 사무소는 작지, 일은 별로 안 들어오지.”
 “하하하…….”
 “가끔은 이게 잘한 선택인가 싶더라고. 그런데 바뀌었어.”
 “어떻게?”
 “애들은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팬들과 만나면서 재미를 조금씩 찾을 수 있었어. 내 노래에 저렇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기분이 좋더라고.”

 “오호.”

 “그래서 깨달았어.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고.”
 의욕이 들어간 그의 말에 프로듀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말 다 했네.”
 “응?”
 “이오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 생겼잖아. 이오리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
 프로듀서는 이오리의 두 어깨를 잡았다.
 “이오리 스스로 답을 냈으니, 그걸 관철하면 되는 거야.”
 “프로듀서.”
 그 역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보인 혼란스러운 모습은 없었다. 당당한 한 사람으로서의 그만이 남았다. 프로듀서는 그의 얼굴을 보고 어깨를 두드린 뒤 일어섰다.
 “촬영장 가면 다른 사람들한테 사과해. 그분들의 시간을 뺏었으니까.”
 “아, 알고 있어!”

 

 그날 밤, 그는 회장에게 보여줄 글을 썼다. 자신이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어려웠던 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숨김없이 적었다. 회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이 질문에 대한 답이고, 그의 본심이자, 그 본심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밤 늦게까지 종이 위로 펜이 춤을 추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그는 회장의 서재를 찾았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라는 허락을 받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일어나서 씻었는지 회장은 말끔한 모습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어젯밤 적은 종이를 올려놓았다.
 “이게 네 답이니, 이오리?”
 “네. 아버지께서 보시고 부족할 거라 생각은 해요. 하지만 제 마음을 적었습니다.”
 회장은 그 말을 듣고 꼼꼼히 글을 읽었다. 글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표정이었다. 그에겐 그 몇 분이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회장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내 질문에 많은 고민을 했구나.”
 회장이 부드럽게 물었다.
 “마음이 흔들리긴 했어요. 아버지 밑에서 공부하면 분명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저를 성장시켜준 아이돌 활동이 좋아요. 다같이 웃고, 울고, 뭐든지 함께한다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항상 혼자였으니까.”
 “이오리.”
 “이 토순이가 유일한 친구였죠.”
 그는 팔에 걸친 토끼 인형을 가리켰다.
 “아버지랑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실 때 절 위로해줬던 유일한 친구. 그런데 진짜 친구가 생겼어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
 “그렇다고 토순이가 친구가 아니란 건 아니에요. 토순이는 제 마음의 동반자니까.”
 “그래,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회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앞으로 갔다.
 “안아보자, 우리 딸.”
 그리고 그를 껴안았다. 그는 회장이 아닌 아버지에게 처음 안겼다. 아버지의 따뜻한 온기가 그에게 전해졌다.
 “항상 네게 관심을 못 쏟아줘서 미안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피해다니기만 한 것 같구나.”
 “아버지…….”
 “우리 딸이 이렇게 성장하다니, 이 아비는 기쁘구나.”
 아버지는 이오리의 등을 토닥였다. 이오리는 꾹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는 연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은 너무도 따뜻했다. 그가 조금 진정하자 아버지는 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이오리, 포기하지 말거라. 네 신념을 관철하거라. 난 네가 뭘 하든 응원한단다.”
 “네, 아버지.”
 “네 노래 중에 이게 있었지. ‘전력 아이돌’이랬나?”
 “어, 어떻게 그걸?”
 “이 아비가 모르는 것처럼 보여도 다 아는 방법이 있단다.”
 “깜짝 놀랐어요.”
 “그 노래 제목처럼 온 힘을 다해 살거라. 우리 딸은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네!”
 아버지는 일어서서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럼 아침식사를 하러 가자꾸나. 오늘 밤은 더욱 맛있겠구나.”
 “아버지도 참.”
 오늘의 날씨 맑음. 그의 마음 속 날씨도 맑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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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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