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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하얀 날개에 실어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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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7, 2016 09:18에 작성됨.

"하아...해냈다!"

펼쳐진 모래사장 위, 거대하게 주변을 둘러싼 모래로 이루어진 벽은 마치 투기장을 생각나게 했다. 그 속에서 여러 사격판이 깨져있는 채로 초등학생으로 한 소년이 활을 들고 서 있다.

"정해졌습니다! 이번 벨베르크제의 우승은....아마가세 토우마입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기뻐하는 소리가 울리며 뒤를 이어 첫번째 소년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노란 머리의 소년이 나온다.

"역시 대단해, 토우마. 설마 과녁 10개를 모두 맞추다니."

"하, 이 정도는 기본이지 뭐. 호쿠토 너야말로 대단하다고! 9개를 그렇게 빠르게 맞췄잖아!"

"그래봤자 결과적으로는 2위지만..."

"자자, 두 사람 모두 표창대로 올라오세요! 모두와 함께 벨베르크제를 축하합시다....라고 하려는데....어래? 한 명이 안 보이네요?"

 

"레온은 또 사라진건가?"

"레온....아, 그 아름다운 여성분 말이구나."

"대체 또 어디로 간거지...?"

 

모두의 환호와 의문으로 소란스러운 모래사장과 멀리 떨어진 바다에 위치한 한적하고 음산한 바위동굴. 그곳에 주황색 머리를 한 채로 대응되는 2개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쭈그린 채로 울고 있었다.

"왜...왜 또 3위인건데...아니야, 울지말자....내가 판단을 그르쳐서 그만..."

"이놈! 레온!"

"에엑, 서...선생님!"

"또 대회중에 멋대로 빠져나오고...이번에는 그냥 안 넘어간다?"

 

바위동굴에서 울고있는 레온에게 찾아온 사람은 그녀의 반을 가르치는 담임선생. 그녀는 어떻게 나를 찾았냐고 묻자 너는 항상 벨베르크제가 끝나면 시상식 도중에 나와서 항상 여기서 울고 있으니까. 라며 그녀에 손을 끌고 데려간다. 그녀는 저항조차 못한 채 질질 끌려갈 뿐이다.

"또 이런 태도를....넌 대체 언제 어른이 될 거야? 남을 축하해주는 게 싫어?"

"아니에요....난 그냥...으으.."

"벨베르크제가...학교가 마음에 안 드는 거니?"

레온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팔을 채가던 담임선생도 그 팔을 놓더니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다.

 

"레온...환경이 바뀌기 전에..레온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돼. 너는 마음이 너무 연약해...그래서 항상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지."

"......뭘 안다고...."

"뭐?"

"....뭘 안다고 그러는 거에요? 나에 대해서 이해할 생각도 없으면서!"

레온은 이내 자신을 데리러 온 담임선생에게 심통을 내며 그대로 모래사장을 벗어나 집으로 향한다. 담임선생은 석양이 지는 쓸쓸한 모래사장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레온은 문을 연다. 역시 부모님은 오늘도 없다. 온은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들어와 문을 잠군다. 부러진 골프클럽, 깨진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 부서진 채 정리되지 않은 화분. 레온은 그러한 거실을 뒤로 한 채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부터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에게 달려가 그 나이대 소녀의 미소를 보여준다.

"오늘도 안녕? 열심히 돌리네."

".....찍찍!..."

레온은 그러한 햄스터를 보며 웃다가 이내 다시금 방금처럼 얼굴을 굳힌다.

 

"저기...넌...꿈이 있니?"

"....찍찍?"

"난 말이지.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분명 그러면...선생님도 '음, 레온은 정말 강하구나. 안심이야!'라고 말해줄거야! 그리고 부모님도.....으..."

"찍..찍찍!"

 

"혹시..응원해주는 거니? 헤..헤헤, 응. 좋아! 응원해줬으니까 내일부터 힘낼게!"

그렇게 다시금 그 나이대의 생기발랄한 미소로 얼굴을 덮은 레온은 햄스터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건내며 달과 별이 빛나는 경치를 보면서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일 년 후~

"자, 또 다시 돌아왔습니다! 우리 학교에 명물! 벨베르크제의 시간이!"

"헤헤, 이젠 나도 참가 가능하다고! 지지 않을거야. 토우마 군, 호쿠토 군."

"쇼타도 나오는 건가? 좋아! 그럼 나도 힘 좀 낼까?"

"아가씨분들의 응원을 받으니...보답을 해 봐야지."

 

'또 저녀석들...심지어 한 명 더 늘었어....'

 

그렇게 벨베르크제가 시작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활. 벨베르크제는 이 학교를 새운 학원장의 이름을 따 만든 축제이다. 활의 명수였던 그녀를 기리며 학생들은 일 년 동안 준비한 활솜씨를 모두에 앞에서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과녁들이 격파되며 오전에 모든 경기가 끝난 지금, 드디어 오후에 경기. 본선이 시작된다. 본선은 레온의 예상대로 방금 주시했던 전 대회 우승자 아마가세 토우마, 전 대회 준우승자 이쥬인 호쿠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미타라이 쇼타. 마지막으로 레온이 올라오게 되었다.

 

".......이기자!"

"어이, 레온."

"....와...와 계셨어요...? 아버지?"

"사실은 올 생각도 없었지만 너희 선생님이 하도 부탁을 하셔서 말이야....내 딸로서 시시한 결과는 보이지 마라."

 

'아버지는 우승 외에 결과는 바라지도 않아...선생님은 왜 아버지를 부른거야.....나, 아버지 앞에서 보이기 싫은데....'

'레온, 환경이 바뀌기 전에....레온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돼.'

레온은 다시금 담임선생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직감한다. 자기자신이 먼저 바뀐다...즉, 자기자신을 뛰어넘는다. 그렇다. 이것은 시련이다. 자기자신이 변하기 위해 앞에 있는 아버지라는 벽을 넘는 시련이다. 라고 생각한 레온은 평소보다 더욱 기합을 준다.

 

레온은 상당히 뛰어났다. 분명 레온과 같은 학급에서 레온만큼 뛰어난 결과를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비정했다. 그녀가 하나의 과녁을 격파할 때 마다 남은 세 명은 두 개, 세개..심지어 다섯 개를 격파해낸다. 레온은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했지만...오히려 과녁을 계속 놓치게 될 뿐이었다.

 

'역시...난....안돼....우승따위...아버지를 넘는 거 따위...내가 바뀌는 거 따위...'

"레온, 너 방금부터 뭐하는 거냐?"

"...아...아마가세 토우마, 넌 또 왜...."

"어서 쏴야지. 뭘 또 자신없이 서있는 거야? 너답지 않게. 자신감을 가져봐."

레온은 갑작스레 토우마에게서 들려온 말에 흐트러졌던 정신을 다시금 부여잡는다. 그렇게 쏘아올린 화살은 정확하게 네 개의 과녁을 격파하는 데 성공해낸다. 토우마는 그를 보며 역시 넌 대단해, 나도 질 순 없지. 라는 말을 하며 이내 다시금 활을 든다. 레온도 지금의 격파로 자신감이 다시 붙은 듯 하다.

 

'할 수 있어...그래, 나도 할 수 있....'

"레온! 이 자식, 뭐하는 거야!"

'아...아버지....'

갑작스레 레온의 아버지는 관객석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어찌나 크던지 경기장에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에게 시선을 맞춘다.

 

"대체 뭐하는 거냐? 방금 전 꼴은! 창피해 죽겠구나!"

"..저..저기...갑작스레 소리를 지르시는 건 선수분한테..."

"에에잇 시끄러! 나는 딸한테 어드바이스를 하는 거라고! 레온, 만약 이번 벨베르크제에서 한심한 결과를 보이면 어떻게 될 줄 알지? 좀 더 집중해! 초조하게 맞추라고!"

 

레온은 그러한 말에 오히려 식은 땀이 나며 동공이 작아지며 심장박동이 빨라져간다. 맞추지 못하면 아버지가 화를 낸다....대체 어쩌면 좋을지를. 그렇게 쏘게 된 활은 어이없이 땅바닥에 꽂혀버리고 만다.

"어....어?!"

"레온...이 한심한 년아! 또 창피한 꼴을 보이다니..나는 슬프구나, 안 그러냐? 내 딸아!"

레온의 아버지는 하늘이 떠나가도록 소리친다. 레온은 그럴수록 더욱 주목의 대상, 아니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간다. 얼마나 못하면 저렇게 답답할까, 내가 부모라도 저럴 것이다. 라며 삼삼오오 모여가며 레온을 비웃고 흉보기 시작한다. 토우마와 호쿠토, 쇼타는 나서서 벨베르크제는 이러한 것이 아니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그만 비웃으라 소리친다. 하지만 이미 들리지 않았다.

이제 이 곳은 벨베르크를 기리는 경기장이 아닌, 카미이즈미 레온을 비웃는 사람들에 모임이 되어버렸다.

 

"봐라, 거기! 틈이 있잖아! 어서 쏘라고, 레온!"

"멍청한 딸내미가! 빗맞추면 어쩌자는 거냐!"

'그만그만그만그만그만그만그만....제발.....그만해요! 집중할 수가 없잖아요...아버지...'

 

'제발...아버지도...그 누구도...아무 말도...하지마....부탁해....'

그렇게 레온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웃음과 아버지의 고함에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두 귀를 막고 활을 던진 채로 눈물을 흘린다. 결국 승부는 끝났다. 레온은 활을 놓아버린 나머지 기권처리. 결국 이번에 레온은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한 채..아버지에게 끌려가듯이 집으로 끌려간다.

 

레온의 집, 앞문이 장롱으로 막혀있다. 창문조차도 블라인드로 막혀있다. 그러한 밀폐된 공간에서 들려오는 소리.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다. 자세히 들어보니 소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집에서는 레온의 아버지가 오늘의 결과를 자책하며 레온을 골프체로 마구잡이로 때리고 있었다. 레온이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그는 완고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레온을 때릴 뿐이었다.

 

"그딴 결과를 내다니...내가 일부러 간 보람도 없이..창피만 당했잖아! 어쩔거냐, 한심한 딸내미 자식아!"

"........."

"대체 넌 잘하는 게 뭐냐? 아주 그냥 네 엄마를 닮아서 재능은 쥐뿔도 없군. 아, 그래 있지. 그나마 내 스트레스를 풀도록 맞는 걸 잘하는구나!"

"........."

 

"흥, 이젠 됐어! 짜증나...너 같은 놈을 학교에 보내다니 내가 미쳤군! 그냥 지금이라도 퇴학하고 바람피는 네 엄마대신 집안일이나 해!"

그렇게 레온의 아버지는 부러진 골프채를 쓰레기통에 대충 버린 채 장롱을 치우고는 밖으로 나간다. 오늘도 술을 마실 생각이다. 레온은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방으로 올라간다. 방에는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 존재, 햄스터가 항상 챗바퀴를....돌리고 있어야 했다.

 

오늘은 챗바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죽어버린 시체만 있었다. 쳇바퀴 위에서 그대로 뻗은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을 만지니 차겁다...분명 어제 밤까지는 살아 있었다...그런데 왜....레온은 이제는 아무 말 없이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햄스터를 두 손으로 고이 손에 담아 그대로 자신만의 비밀장소. 해변의 바위동굴로 향한다.

'자신을 바꾸기는 무슨....마음이 약하기는 무슨....다 내 탓이야? 웃기지마!'

'나는...나는...나는....어? 반대편에서 누가..저건, 선생님?'

 

"오호, 이번에도 우승을 한 아이가 바로 너로구나!"

"아직 멀었죠. 좀 더 노력해서 다음에도 우승할 거에요!"

"힘내거라! 너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

레온은 숨은 채로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자신에게는 오히려 자신 탓만 하던 담임선생이 웃는 모습을 보이며 토우마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러한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선생님도 어차피 나한테 기대 따위 하고 있지 않았어...라고. 우승도 못하는 한심한 나한테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라며...이내 품에서 죽은 햄스터를 보더니 이제 마음을 열 친구도 없구나...라면서 그대로 숨죽여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아무한테도 기대받지 못해...나 같은 건....'

'레온, 뭐하고 있는거야!'

'레온...너 정말...뭐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순식간에 지나가는 삶 속에서 그녀가 현재 도달한 장소는 감옥. 그것도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난공불락 '헤르'였다. 그녀는 아무런 희망없이 이곳에서 죽는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순간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함께 지상을 밟고 숨을 쉬는 형제들이여! 이 쿠로이가 돌아왔다! 다시금 때가 돌아온 것이다!"

갑작스레 나타난 검은 의복과 검은 삿갓을 쓴 전신이 검게 도배된 인간. 레온은 그를 보며 단순간 압도당해 그대로 주저앉는다. 그러나 그에 말을 들어가며 레온은 조금씩 일어나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유는 모른다. 그에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두려워 억지로 듣는 것인지..허나 레온은 쿠로이라는 남자에 말을 계속 듣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자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철장이 부서진 것을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쿠로이에게 내려간다.

"우...우리는 왜...살아있는 거..것입니까?"

"간단하다. 그대들의 눈에서 난 보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용기! 신의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증거! 난 감동했다. 아직도 이런 눈을 가진 자들이 있다니 말이다! 부디 그대의 이름을 듣고 싶은데..."

"......카미이즈미..레온입니다."

"흐음...좋은 이름이다."

그녀는 왠지 모르지만 그의 말이 듣기 좋았다. 마치 자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듯한 어투의 말이었으니까.

 

그렇게 감옥을 빠져나와 여러 대륙을 지나며 수행에 나날을 보내오던 그녀. 그녀는 쿠로이에게서 기를 다루는 기술, 기공술을 배우며 그의 제자로서 살아가게 된다. 레온에게 있어서는 두 번째로 타인에게 무언가를 배우던 때이다. 그녀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실패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녀는 기술을 배워나갈 때마다 초조해졌다. 이 사람의 기대에 응답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난 역시 기대받지 않는 것인가...라고. 그러나 그에게서 날아온 말은 틀렸다.

 

"음, 멋지군. 정말 대단한 실력이야. 자네, 상당한 실력자로군."

"제...제가요?"

"그래. 자네는 정말로 대단해. 자네에게 기대를 한 보람이 있군. 혹시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겠나?"

"네.....네....네네...네...네!"

레온은 기뻤다. 처음으로 자신에 성과를 칭찬해주는 어른을 만나서, 자신을 자책하는 어른이 아닌 쓰다듬어주는 어른을 만나서. 사탕발림이라도 그녀는 좋았다. 이렇게나 큰 기대를 받는 건...그녀에게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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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쓴 건 바로, 쿠로이의 측근인 카미이즈미 레온의 과거입니다.

레온이 쿠로이를 따르는 이유는 카리스마 뿐만은 아닙니다. 과거에 일로 인한 다른 이유가 섞여서 따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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