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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Side Story - 검과 얼음이 맞닿는 곳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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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1, 2016 22:55에 작성됨.

전편 링크 : [검과 얼음이 맞닿는 곳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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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 하나밖에 못먹었는데.. "

" 별 수 없지. 불판을 새로 사기 전까지 고기는 없다 ! "

 

스승의 잔혹한 선언에 줄리아는 마루에 주저앉아 꿍얼거릴 따름이다. 그 모습을 어벙한 얼굴로 멀뚱히 바라보있던 백기사의 얼굴을 처다본다.

순간이었지만, 작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 .... "

 

리이나가 둘의 시선 사이에 우연찮게 끼어들어온다. 그녀가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다름아닌, 악수였다.

 

" 미안미안~ 신경 못써줬네. 내 이름은 알지 ? "

" ... 타다 리이나. 아스타리스크, 두목.. 입니다. "

 

유독 '두목' 이라는 단어가 강조된 것 처럼 들렸으나, 기분탓으로 넘긴뒤 그녀는 자연스레 아나스타샤를 마루 쪽으로 유도한다.

' 자~ 여기. ' 라며 외팔로 손짓하는 모습을 빤히 보다가 얼떨결에 걸터앉는다. 바로 한 걸음 뒤에서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처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등이 따가웠다. 리이나는 그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돌아보고서 제자를 부른다.

 

" 잠깐 가서 차좀 내와주련 ? "

 

" ...네에. "

 

척 듣기에도 퉁명스럽고 불만에 가득찬 목소리가 대답으로 들려왔으나, 콧바람 한번 피식하는것으로 넘기며 그녀는 다시 백기사와 눈을 마주친다. 그러자 마주친 쪽에서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빤히 있기는 그랬던 건지, 아냐 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 도적.... 아니, 자경단. 활동, 계속 하고있습니까 ? "

 

" 아~ 안타깝게도 지금 아스타리스크는 미쿠한테 일임했고, 난 이렇게 한적하고 평범한 도장 주인일 뿐이야. "

" 도 ... 장 ? 도장은 무엇입니까 ? 간장, 같은 것 입니까 ? "

 

약간 의외라는 듯 하면서도...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에 리이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숨을 내쉰다.

 

아나스타샤가 모르는것도 당연하다.

 

지금 당장 도장이라고 해봐야 제국쪽에 있다고 소문만 들은 하나와, 지금 자기가 차린 이곳. 단 두 곳 뿐이다.

 

하기사, 요즘같은 시대에 무도(武道) 라느니 가당키나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리이나가 미쿠와 함께 나츠키의 아래에서 살아갈 무렵에도 그랬다. 주먹이나 칼보다도, 총과 대포가 앞서고 있었다. 당장 제국만 봐도 기본적인 장비는 총이다. 검은 어디까지나 비상시, 혹은 예식이나 명예의 상징으로서 정형화 되어가고 있다.

무술은 사라지고 과학이, 기술이 그 자리를 대체해간다. 이제 무도는 구실좋은 변명거리에 불과해지고 있을 뿐이다.

 

" 뭐, 사람들이 단련하는 곳이랄까 ? 아무튼 그런곳이야. 여긴. "

" 아 - . 아냐, 도장.. 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서 몰랐습니다. "

 

" 역시~ 뭐, 당장 왕국에도 도장이 뭘 하는지 모르는사람이 수두룩벅적 하니까... 그나저나. "

 

" ? "

 

" 줄리아. 손님쪽 찻잔에 쓴맛이 좀 심할 거 같은데, 괜찮아? "

 

리이나는 고개를 살짝 뒤로 향하면서 그리 말했다. 뒤에서 걸어오던 걸음이 머뭇거리다가 혀를 튕겼다. 두 찻잔 중 한쪽 녹차의 색이 유달리 짙었다.

다시 둘에게 다가간 작은 발걸음은 색이 옅은 한 잔 만을 스승에게 건네도 도로 후다닥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버린다.

리이나는 찻잔을 받아들도 수 초간 줄리아쪽을 보다가, 부뚜막 문이 닫히는걸 보고서 슬며시 아냐쪽으로 잔을 건넨다.

 

" 자, 먼저 마셔. "

" Да. 감사... 입니다. "

 

한 모금 넘기자, 입 안으로 쌈싸름함이. 곧이어 개운함이 멤돌았다. 따듯한것과 별개로 차의 맛이 탁월했다.

 

 

" 맛, 아주 좋습니다. "

" 그치~? 사쿠라이가 쪽에 부탁해서 얻어왔다 하더라고? 미쿠녀석이 말이야. "

" 미쿠.. 마에카와 미쿠, 그녀는 아직 일 합니까 ? "

" 뭐 그렇지. 보다시피 내가 이 꼴인지라 더 이상 일선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고. "

 

리이나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별 개의치않는다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면서 남아있는 왼 팔로, 오른손이 나와있어야 할 비어있는 소매와 안대를 번갈아 가리켰다.

 

당시에 아나스타샤는 국경방위의 의무를 다하고 있던지라 신데렐라 혁명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분명 타카가키 카에데에게 팔과 눈을 잃었었다. 그리 익히 들어서 알고있다.

 

그럼에도.

 

타다 리이나는 이후에 전장에 나서, '뮤즈' 를 베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파트너인 마에카와 미쿠와 공투했던 덕도 컸으나, 수천년을 살아오며 실전경험과 강함을 쌓아온 괴물을 둘 ─ 호시조라 린을 무찌를 때엔 미쿠에게 조금 도움을 준 정도. 허나 코이즈미 하나요는 리이나 단신으로 무찔렀다. ─ 이나 물리친 그녀는 도무지 은퇴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도 아냐는 왕국의 무관을 대하는 깍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 치유 능력자. 있습니다. 재생.. 되지 않습니까 ? "

 

" 그거라면 이미 강구해봤지. 상처는 아물었지만, 팔이나 눈이 도로 자라게 하는건 안된다고 하더라고. "

 

' 저런... ' 아냐는 말끝을 흐리면서 시선을 땅바닥으로 향했다. 괜히 상처를 건드리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실실 웃으면서 흘려버리는 리이나의 행동을 보고 아냐는 조금 놀랏든 동공을 수축시켰다. 정말로, 이 타다 리이나라고 하는 사람의 그릇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할 무렵에, 뒤편 부뚜막 문이 다시 열렸다.

 

제대로 스승이 받았던 것과 같은 색의 찻잔을 들고 온 어린 시선은, 아냐가 손에 찻잔을 들고있음에 눈쌀을 찌푸리다가 곧장 스승에게 잔을 건네었다. 그리곤 곧장 다시 부뚜막을 향해 걸음을 돌렸다.

 

" 너도 여기 와서 앉아. "

 

" 싫슴다. "

 

" 엥 ? "

 

" 그런 나쁜 사람하고 같이 있고싶지 않슴다 ! "

 

마루를 힘껏 밟고 빠르게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리이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흘겨봤다.

 

 

" 에잉~ 속 좁긴. "

 

" 아니, 아냐는 나쁜사람.. 맞습니다. "

 

" .... "

 

리이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냐를 응시했다. 자꾸만 시선을 피하며 무릎과 찻잔만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확실하게 시무룩해 보였다. 뚫어저라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침묵을 지키다가, 나지막하게 입을 연다.

 

" 죄책감 가지고 속죄하는 기분은 알겠는데,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라고. "

 

" 네 ? "

 

" 그런거 전혀 록하지 않으니까. "

 

" 록... ? "

 

" 사람이 이치에만 맞게 살아갈 수 없다는거 나도 잘 알고있어. 사람이 항상 깨끗하고 도덕적으로 바른 길로만 갈 수는 없는거지. "

 

 

한 박자 쉬고, 리이나는 차를 홀짝인 뒤에 말을 잇는다.

 

 

" 인생사 병가지상사(人生事 兵家之常事)... 라고 나도 주워들은 성어지만 말야.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해. "

 

" .... 타다.. 씨. "

 

" 후- . 나도 참, 안어울리게 록하지 않은 이야기로 흘러가버렸구만. "

 

그러곤 털털하게 웃었다. 이 호탕한 여성은 대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그녀 역시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헌데, 도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있기에 이토록 쾌활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해탈의 경지에라도 이르러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그러니까 줄리아~ 문 뒤편에서 몰래 듣고있지 말고 나와서 같이 이야기하자~ 응? "

 

 

돌연 내지른 리이나의 말에, 뒤편의 건물 안으로 통하는 여닫이 문이 세게 닫히며 큰 소리를 낸다. 리이나의 시선이 닫힌 문에서 거둬지지 않고 대략 10여초 정도가 지나고서, 문이 도로 천천히 열리며 어린 제자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나름 몰래 쳐다본답시고 삐져나온 시선은 스승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란 듯 움찔하더니, 이내에 문을 열고 조심스레 걸어나온다.

 

" 이리와서 앉아. "

 

" 싫슴다... "

 

" 어허~ 줄리아. "

 

" 저도 다 알고있슴다 ! 그 사람... 우리나라를 배신하고 제국에 붙은 사람이잖슴까. 엄마도 아빠도 저런 사람들 때문에... ! "

 

우울하던 얼굴에 울분기가 가득 차오른다. 곧장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릴 것 같이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타다 리이나의 제자, 줄리아는 저 남서부의 히이라기 가문의 영지에 살던 주민이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제국군은 침공사실이 알려지는걸 늦추기 위해 공격하는 영지마다 퇴로를 봉쇄하여 포로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였다.

노인과 갓난아이들을 가리지 않고 자행된 끔찍하기 그지없는 참상.

그 속에서 줄리아는 악운을 타고나 부모의 죽음이 방패가 되어 목숨을 건졌다. 이후에, 세상과 단절된 어둡고 음습한 지하실에서 아스타리스크에 의해 구출되기까지 그녀는 제국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다져왔었다. 지금와서는 그 격정적인 복수심이 많이 가라앉았으나, 여전히 제국이나 그와 관련된 정보나 인물에 대해서는 몹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했다.

 

 

" 네 말이 맞아. 그치만 맞다고 해서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면, 네가 말하는 그 나쁜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게 될 것 같은데 ? 일단 앉아서, 서로 진솔하게 털어놓는게 좋을 것 같아. 자.. "

 

" 으으... "

 

" 타다 씨. 강요 안해도, 괜찮습니다. 아냐도 ... "

 

 

둘을 번갈아 보다가, 타다 리이나는 갑자기 마루에 드러눕는다. 누워서 버둥거리는 꼴이 꼭 바다에서 건져올려진 생선 펄떡거리는거에 비견될정도로 격렬하고 정신없고 산만하여 영 뵈기싫은것이 아니었다. 기껏 발버둥치며 한다는 소리는 더 가관이었다.

 

" 아~ 몰라몰라. 둘이서 얼굴 맞대고 이야기 안하면 나도 여기서 땡깡부릴거야 ! "

" 사부님... ! "

 

" 아몰랑! 빼애애애액 ! "

 

" .... 타다 씨, Как маленький ребенок.... "

 

 

 

리이나가 알아들을 수 없게 알루트의 언어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이는 아나스타샤와, 그걸 마찬가지로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멀뚱이 바라보고있는 제자. 이들 중, 제자 쪽에서 아이답지 않게 허탈하게 큰 숨을 길게 뱉어내고서 가까이 다가왔다.

 

" 알았어요. 사부님... 이야기 하면 되잖아요. '이 여자' 랑. "

 

양 뺨을 풍선처럼 부풀린 표루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아나스타샤에 대한 경멸감을 잊지 않는다. 리이나가 드러누운채로 엉덩이만 슬금슬금 움직여 아냐와의 사이에 앉을 공간을 창출하고, 발버둥을 멈춘 채 회심의 미소를 흘리고있는 스승을 흘겨보고 마루에 털썩 주저앉았다.

극도의 어색한 공기가 정적과 함께 흐른다. 무슨 목적으로 둘을 밀착시킨지 궁금해질 정도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아주 가- 끔씩, 아냐 쪽에서 슬쩍 보긴 했지만.. 그것도 들킬까봐에서인가 바로 눈길을 치웠다.

 

" 어흠~! "

 

방금 전까지 땡깡부리던 외팔이는 어디에다 팔아버리고 온것인지, 사뭇 진지한 표정의 리이나. 줄리아와 한 뼘 거리정도 떨어져 앉아있던 스승의 눈초리가 줄리아에게 신호를 보낸다. '빨리 먼저 말 걸어봐.' 라고. 대뜸 원수 비슷무리한 사람이랑 이야기시키려고 추접한 짓을 서슴치 않나, 또 옆에 붙여놓고 먼저 도전을 강요하고 있다. 그녀는 스승이 지금 이 순간만큼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 아, 불판 새로 사러가야겠네~ "

 

라고 '본인 생각으로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냐와 줄리아는 그런 뒷모습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하나되어 처다봤다.

나무 문이 닫히고 리이나는 밖에 나온다. 그리고는 숨을 조금 길게 쉬었다.

 

 

" 후~ 돌아오면 그래도, 조금은 풀려있겠지. 좋은 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결론은 빨리 날수록 좋은거니까 이런건. "

 

" 불판 살 돈이... " 리이나는 입고있는 옷 주머니에서 동전주머니를 꺼내어 가볍게 흔들어본다. 그녀의 예상보다 찰그락 거리는 소리는 훨씬 작다. 어림잡아 500쥬엘. 가뜩이나 전쟁통에 석재와 금속이 많이 소비되어 고기굽기용 불판의 값이 올라있을걸 생각해보면 아슬아슬한 자본량이었다.

그래도 일단 불판을 사러가겠다고 나온이상 이전것 보다 좋은것을 사지 않으면 성이 차지않는 인간의 욕심에 따라 그녀는 곧바로 금속제품 판매상으로 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청한다. 거리에 발만 딛으면 다들 아껴 마지않아서 꿈뻑 죽는 우즈키나, 다들 절친한 친구처럼 환호해주는 혼다 미오의 사례보다야 훨씬 작고 소극적이지만, 그녀의 인지도는 아직 여전하다는 증거이다.

 

그렇다고 따로 돈을 빌려주는건 아니지만.

 

" 외출이신가 보군요. "

 

" 오? 오오하라씨, 간만이네요. "

 

가볍게 제스쳐로 건네는 인사를 받는 남자는, 아마도 왕국에서 가장 훌룡한 빵을 만드는 사람.

리이나와 미쿠를 비롯한 아스타리스크가 신데렐라 혁명 이후에 왕도에 정착하여 살아가며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집안의 장남이다. 빵에 대해서는 지극히 엄격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사람들이 줄을서서 찾는 저명한 빵집의 주인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 부터 빵굽는 일을 천직으로 삼아 내려온 나름 유서깊은 집안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누구하나 부러울 것 없이 확고한 목표로서 살고있는 그이지만, 고민인것이 딱 하나 있으니.

 

 

" 우리 미치루 본 적 있으신지요. "

 

" 아아.. 어쩐지 나와계시다 했더니만. "

 

" 오늘 오전중에는 수도에 도착한다고 서찰을 받았는데.. "

 

 

그의 여동생 오오하라 미치루. 3년 전, 잠시나마 빵집의 계보를 잇는데에 열중하나 싶더니만 냅다 캔디 아일랜드 종사자 모집에 자원하고서는 간간히 얼굴만 비치게 된 철부지를 생각만 하면 그는 한숨이 나왔다. 특히나 제국과의 전쟁 발발시에는 속앓이가 절정을 찍었었다.

다행히 저 멀리있는 카미죠 영지의 공업단지처럼 캔디 아일랜드의 기관 본부 역시 동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전화(戰火)에 휩쓸리는 것을 면했다지만, 전쟁 중에는 그나마 주고받던 서찰마저 뚝 끊겨서 애간장을 태운걸 생각하면, 걱정이 안될 리 가 없는 것이다.

실눈이 미간을 찌푸리며 발을 굴릴 때, 리이나는 뭔가 떠올라 손가락을 튕긴다.

 

" 오늘 왕국에서 정기회의가 있는 날이라던데, 그것 때문에 일찍 궁성으로 들어간게 아닐까요 ? "

 

리이나는 머릿속에 있던 정보들을 기반으로 추측해 답을 내놓는다. 미쿠에게 항상 왕국에서 있는 일련의 상황의 흐름이라던가 일정 같은것을 얻어들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미치루는 이전에 들었던 바로는 캔디 아일랜드에서 행정 관리소장... 인가 뭔가를 도맡고 있다고 했었다. 직위 중에서는 꽤 높아서 분명 캔디 아일랜드 전체를 도맡는 총괄 관리자의 바로 아래에 아래라고 들었다.

그정도 위치라면 이번 정기회의 때 총괄 관리자를 따라 수행원으로 동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

 

남자는 말끝을 흐린다.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텐션이 다운됬음을 안 리이나는 슬며시 걸음을 뺀다. 그렇게 한발짝 물러서서 손으로 어깨를 토닥이는 시늉을 한다.

 

" 저기.. 괜찮ㅇ... "

 

" 괜찮습니다. 수도에만 오면 무슨 일정이 있던간에 항상 먼저 집에들러서 빵있냐고 칭얼대던 애가 공과 사를 철두철미하게 가릴 수 있게되었단건 좋은것이겠죠. "

 

' 좋은거겠지... ' 구구절절 늘어놓는 히이라기씨의 얼굴에 그림자가 점점 어두워진다. 그림자가 먹구름이 되서 금방이라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쏟아낼 것 같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한도끝도 없이 캄캄해지는 것은 원인인 동생과 만나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겠지. 그리 여기면서 리이나는 슬금슬금 발걸음을 멀리하더니, 재빨리 튀어갔다. 동시에 오늘은 오오하라 베이커리에서 빵사먹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시내 중심가에 다다른 리이나는 도로 평소걸음으로 돌아와 거리를 노닌다. 수많은 사람들, 노점상. 그리고 말과 마차. 어제 갓 따온 과일들의 싱그러운 향기가 꽃의 과도하게 짙은 내음에 섞여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아래 하수구에서 세어나올지 모를 악취들을 눌러주고 있었다.

 

" 천축에서 가져온 진귀한 악기입니다~! "

 

" 이게 그 유명한 용골가루 ! 정력에 특효인 용골가루가 오늘 .... "

 

" 마법으로 만든 결정이 담긴 아름다운 장식품이 여기 있습니다 ! "

 

리이나가 수많은 소음과 마차들 사이로, 자갈로 코팅된 길을 건넌다.

그리하여 다다른 세련된 흰색 건물은 위에 걸려있는 모형 철괴모양 간판이 무색하게, 철문으로 굳게 닫혀져서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닫힌 문에는 얇은 줄로 팻말이 걸려있었고, 거기엔 다음과 같이 써져있었다.

 

《 당분간 개인사정으로 휴업합니다. 》

 

한숨이 허탈하게 튕겨져 나왔다. 불판을 사온다고 한것은 핑계도 있긴 했지만 실제로 빨리 장만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전후 복구사업이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자재용 석재와 금속류 가격이 미친듯이 올라갈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 전에 어떻게든 불판을 구해놓는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기 시작한 타다 리이나의 발걸음은, 금속제품 판매점의 옆 골목을 지나 이러저리 굽이치는 좁은 미로를 따라 움직였다.

 

골목에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열기가 점점 리이나의 안면과 안대 너머의 비어있는 안와를 따습게 만들어간다.

 

좁은 골목의 미로에서 빠져나와 어깨를 피는 그녀의 앞에 있는건... 멋드러진 건물도 가게의 상표도 아니라, 펄펄 끓는 용광로였다.

사방의 낡고 균열이 벌어진 벽들에 촘촘이 걸려있는 온갖 도검과 창날, 도끼 날. 그리고 앞에는 사람 머리 두 개 크기의 시커먼 모루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빤히 모루를 쳐다보고 있던 시선의 뒤편에서 반가움에 가득 찬 걸걸한 육성이 터져나온다.

 

" 이거이거, ' 인류 최강 ' 검사님 이시구만. "

" 영감. 오랜만이요. "

 

리이나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보며 인사했다.

온갖 열상과, 자상으로 몸을 가득 메꾼 중년의 끄트머리에 있는 남자는 그런 그녀를 보고 코웃음치면서 그녀를 지나쳐 모루로 다가간다.

 

" 팔이랑 눈 하나 날려먹고서 점점 발길을 줄이더만, 혹여 다시 칼맛을 보고싶어진게야 ? "

 

등처메고있던 투박하고 큰 가죽주머니를 모루 아래에 펼친 모포를 향해 열고 탈탈 털어내자, 짤그랑거리는 소리들이 쉴새없이 울리며 귀를 괴롭힌다.

금속과 금속들이 맞부딛히면서 내는 소리에 이마를 쭈그리던 시선은, 주머니에서 모든 내용물이 다 털려 나온 뒤에야 힘을 풀었다.

주름진 남자는 모포위에 늘어진 금속파편 무더기를 발길질로 훑다가 리이나를 보면서 호탕하게 입을 열었다.

 

" 궁금한 얼굴이구먼. 내 이것들을 서쪽으로 다녀와서 좀 줏었지.. ! 제국것들은 무게만큼 실하진 않다만... 그래도 쓸데가 있으니까 가져왔고. "

 

" 서쪽이라 하면.. 절멸구역? 가뜩이나 화기(火氣) 때문에 위험한 곳을 뭐하러 다녀왔소 ? "

 

" 요새 철 구하기가 여간 어려워야지.. 나같은 퇴물은 이거라도 할 수 있는게 감지덕지야. "

 

스스로 퇴물이라 자처하는 그의 목소리는 다소 우울해 보이기도 했다. 작지만 단단하게 단련된 근육들과, 얼굴에 가득한 주름은 그가 대장장이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모루와 용광로 사이에 기대어있던 쇠지렛대를 집어들어 대충 훑어놓았던 파편들을 하나씩 하나씩 헤집기 시작한다.

 

 

" 제국은 이제 무기도 대장장이가 아니라 '공장' 이라고 하는 큰 건물에서 무기들을 한꺼번에 많이 만든다고 하더군. 시대가 슬슬 변해가는 거겠지. "

" 영감... "

" 너나 그 퍼랭이한테 검 만들어줬던 때가 엊그제 같이 떠오르는구만. "

" 아아, 영감이 만들어준 검은 아직도 이렇게 차고 다닌다고. "

" 너 이녀석, 팔이랑 눈 날려먹을 때 부러진거 내가 한번 고친거잖냐 ! 에잉... 그 때 부러진거 들고온거 보고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던지... ! "

 

급작스레 주름진 남자가 역정을 내머 쇠지렛대로 삿대질했다.

당시에 부러진 칼과 함께 터덜터덜 대장장이를 찾아갔었을 때 그는 실제로 눈물을 흘렸었다. 이유는 다름아니라 공들여 만든 역작이 부러져서... 였다.

 

" 영감... 나, 부탁이 있어. "

 

 

진지하던 리이나의 얼굴이 한층 더 진지해진다. 그제서야, 추억이야기에 잠기던 대장장이의 얼굴에도 진지감이 감돈다.

 

조심스레 대장장이 쪽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온다.

 

 

" 뭐냐. "

 

 

 

 

 

 

 

" 고기 굽게 불판좀 만들어줘. "

 

 

그 말을 들은 즉시, 지렛다가 남자의 손을 떠나 리이나의 머리에 적중한다.

 

 

" 이 미친X이... !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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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편은 7장의 시작 직전 까지를 다루려고 했으나....

스토리를 짜다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너무 거대해져서(...) 상과 하편만으로 나눌 예정이었던 이 단편을 상 중 하 세개로 늘리게 되었고, 그냥 7장 시작 직전~ 7장 클라이막스 까지 타임라인을 공유하는 것으로 플롯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고로 이 단편은 7장과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소리죠.

 

대장장이 아재는 아직 노인이 아닙니다 ! 대략나잇대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으로 잡아놓았고, 노인이라고 안하고 굳이 '주름진 남자' 라고 지칭한것도 노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게다가 이 아재가 리이나의 카타나와 시부린의 ' 네버 세이버 ' 를 만들었다는 설정입니다 ! (퍼랭이 = 린)

 

별개로.

시대의 배경은 중세 → 근세시대인걸 베이스로, 이제 '대장장이 & 수공업 ' 에서 ' 자동공장 & 양산 ' 으로 넘어가려는 느낌입니다.

 

제국은 주로 세계관에서 무력의 아이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국가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도록 '무기 제조' 와 관련된 공장 단지가 많다는 설정입니다. 즉, 대부분의 공장이 무기제조의 목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죠. 동쪽의 무력의 아이콘인 웨이그리아도 한발짝 뒤에서 바짝 따라가고 있다는 뒷설정도 존재합니다.

 

물론 왕국에도 공장이라는 개념을 가진 곳이 생각보다 곳곳에 존재합니다. 다만 왕국의 공장은 무기제조가 아닌 생활을 윤택하게 하기위한 제품들을 위주로 하기때문에, 제국과의 전쟁당시에 대부분 공장이 파손되고, 그나마 남아있던 공장들도 급하게 군수공장으로 개편되면서 고심을 겪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미죠령.. 정도로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오오하라 씨 등장에 관한 얘기입니다만...

오오하라 베이커리를 감명깊게 봐서 일종의 오마주 형식으로 출현시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끝에, 오오하라씨가 나왔습니다...만, 얀모에님께 아직 허가를 못구해서 무단으로 써버린것이 되었습니다.

원작자분이 원치 않으신다면 오오하라씨가 출현한 부분은 통째로 자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커졌지만, 개인적으로 커진 세계관을 사랑하기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써나갑니다 !

 

그러면 이만 줄이고, 7장과 단편의 남은 분량에서 뵙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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