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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편광렌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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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1, 2016 12:34에 작성됨.

"수상한 종교인드~을? 내 눈 앞에 있는 사람들 말하는 건가?"

 

그 목소리는 비열하고 간사했으며 저질스러웠다. 귀에 걸릴 정도로 찢어진 비웃음이 허름한 소파에서 먼지를 일으킨다. 왕국 남부의 억양이 강한 목소리가 귓전을 다 떨어져가는 소파마냥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틀에서 찍어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빈민가 건달의 모습이다.

 

"형님, 이야기할 거 없이 그냥...."

 

"새끼야 닥쳐!"

 

익사한 돼지처럼 부풀어오른 남자가 갈고리를 들어올리며 입을 연 순간, 약간 깡마른 보스가 돼지의 머리를 나무 재떨이로 내려쳤다. 화상 때문에 흘러눌러붙은 돼지 면상 가죽골 사이를 한 줄기 피가 타내렸다.

 

"......"

 

"왜, 불만이야? 여긴 이런 곳이라고, 나으리들."

 

익사한 돼지나 생멸치나, 지능 수준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브레인처럼 보이는 대머리만 불안한 듯 종교인과 보스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이 건달들 중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은 그 뿐인듯 싶었다.

 

"애초에 말이야, 남의 영역에서 함부로 장사하려는 그 심보부터가 마음에 안 들어."

 

부하들이 넓게 산개하기 시작한다. 유키미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장사라니, 저희는 그런 게 아니라....."

 

"남의 동네에 왔으면 인사도 하고, 으레 자리세도 내야 하는 법 아니야? 여기 돌아가는 법을 모르셨나?"

 

"저, 저기 보스....."

 

대머리가 말리고 있지만, 생멸치 같은 남자는 더 신이 난 듯 눈을 부라리며 허리를 삐딱하게 굽히고서 아이카와 치나츠를 노려본다.

 

"아, 그래..... 어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 것 같은데 예절교육이 안 돼 있구만? 그럼 내가 가르쳐 줘야지! 야들아! 예의범절 좀 가르쳐줘라!"

 

"......탐문수사?"

 

건달들이 성직자들을 포위하듯 다가온다. 유키미가 치나츠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탐문수사를 계속할 생각인가, 라는 의문이 그녀의 눈가에 떠오른다. 탐문이니 이야기니 입에 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건 명백했다.

 

"다음엔 '탐문'수사가 되길 비는 쪽이 좋을 것 같네...... 한 놈도 놓치지 마. 그리고, 보스는 살려둬."

 

'행정가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강단있는 면도 있다.' 유키미의 안에서 치나츠에 대한 인상이 조금 바뀌었다. 유키미 자신도, 지금부터 쓸 방법이 더 익숙했다.

유키미가 페로를 꺼내려 한 순간, 성기사 한명이 재빠른 속도로 몽둥이를 꺼내 휘둘렀다. 두터운 성직자 옷 속에 숨어서 보이지 않던 조금 뭉툭하고 긴 쇠장대가 건달의 어깨를 부숴버렸다. 그리곤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의 왼팔을 꺾어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유키미가 페로를 꺼낼 시간도 주지 않고 수적으로 명백히 우위였던 건달들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건.

 

"어, 에? 니, 니들 뭐야?!"

 

".....페로, 일단 보스 잡자."

 

성기사들이 익사한 돼지같은 남자를 후드려패는 동안, 유키미는 페로를 끈 모양으로 만들어 보스를 포박했다. 브레인으로 보이던 사람은 사태를 파악하고선 무장을 바닥에 던지고 양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호, 혹시.... 서, 성기사들?! 아니 성기사님들?! 하지만 깊은 곳의 교단이...."

 

브레인이 순순히 포박당하면서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는 동안, 패닉 상태에서 혼잣말을 하듯 질문을 던졌다.

 

"......오랜 구호활동으로 인해 단련된 훌륭한 인재들이지."

 

깊은 곳의 교단이 아니라 태양의 젤러시교라는 건 죽어도 입에 담지 않는 아이카와 치나츠였다.

 

 

 

----

 

 

 

"......탐문의 의미라는 거, 알고 있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나 소식 따위를 알아내기 위하여 더듬어 찾아 물음."

 

"그 의미에, 폭력적인 행위는 포함돼?"

 

"......하나무라에선 조금 폭력적인 '탐문'을 '인터뷰'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베이비 서브미션으로 손가락을 꺾는다고 하던데."

 

"앗예."

 

또한, 인살은 외설 하나 없는 건전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무라에서 '인터뷰'라고 부르는 조금 거친 탐문의 일종으로, 탐문의 하위 분류에 들어간다. 아이카와 치나츠는 머리 좋은 이단심문관이자 법학가 답게 금방 변명거리를 마련해내었다. 이 나라의 법은 자백에 의한 수사를 추천하고 있으니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는 것까지 이미 파악한 뒤다.

 

"하지만, 이건 그냥 진압체포....."

 

"너무 깊이 알려 하지 마. 나도 심란해."

 

4군데.

조금 큼지막한 조직폭력배부터 동네 양아치들 모임 수준인 조직까지 포함해 탐문수사를 벌인 횟수다. 그 4회는 하나무라에서 인터뷰라고 부르는 조금 거친 탐문이었다. 참고로, 두캇에선 이러한 행위를 탐문수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은밀하게 해야 하는 일 아니야?"

 

"충분히 은밀해."

 

이 빈민가에서 폭력이란 일상이고, 목격자도 증인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은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다. 그리고, 성직자가 사람들을 패고 다닌다는 허황된 소문을 믿을 사람은 없다. 말해봤자 마약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의 헛소리 정도로 치부하겠지. 잘 해봐야 도시전설이다. 아이카와 치나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심문을 시작할 건데 말이야......"

 

아무튼, 폭력은 폭력이고 일은 일이다. 일은 빠르고 간결할수록 좋다. 아이카와 치나츠는 이전에 들렀던 3곳처럼 즉석 인터뷰를 실시하기로 했다.

 

"저, 저흰 종교 같은 거 모릅니다!"

 

"지금부터 기억나게 될 거야."

 

건장한 성기사 한 명이 쇠뭉동이를 적당히 잡고 허공에 휘둘렀다. 다른 성기사는 벽에다가 자기 쇠뭉동이를 긁어서 섬뜩한 소음을 만들고 있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려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까지 겹쳐, 인터뷰의 대상이 될 자들의 공포심을 돋구고 있었다.

 

"히이이익! 진짜에요! 진짜라고요!"

 

"음, 그럼 너부터 끌고갈께."

 

성기사가 나는 모른다고 계속 주장하던 사람을 건물 안쪽으로 끌고갔다. 버둥거리며 끌려가는 동료를 보고, 동네 건달패들이 공포에 질려 버렸다. 개중에는 바닥에 오줌을 흘리는 자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심문은 계속되었다. 끌려가는 자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러려고 성기사 됐나 자괴감 들어."

 

"이러려고 이단심문관 됐나 자괴감 들어."

 

결국 세 곳을 더 턴 후에, 현장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결과를 얻자 태양의 젤러시교 쪽 사람들이 낙담해선 고개를 숙였다. 사령부 건물에 대량의 한숨이 울려퍼졌다. 카나코가 조심스레 치나츠에게 다가가 체포 후의 경과를 물었다. 일단 업무의 범위이기 때문이다.

 

"저기.... 체포한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요?"

 

그리고, 치나츠는 카나코를 떠 보듯 패를 살짝 보여주었다.

 

"일단 그쪽에 보내드리는 형식으로 처리했어요. 캔디 아일랜드의 권한이면 쓸데없이 귀찮게 구는 날파리들도 안 달라붙겠죠."

 

'이것 봐라?' 카나코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카나코는 캔디 아일랜드 소속이 될 '예정'이지 아직은 아니다. 물론 사실상 정해진 일이기에 그녀는 주저하면서도 이번 수사에 발을 들이민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공적 쌓기이다. 또한 깊은 곳의 교단과 '공식적인' 관계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교단 산하에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즉, 그녀는 아직 교단 소속이며 캔디 아일랜드 소속은 아니다.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도 않은 조직에 체포한 사람들을 보낸다? 미무라 카나코는 아이카와 치나츠의 의도를 읽을 수 없었다. 혹시 그녀가 오니기리 교의 스파이인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다른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서 암약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니, 그러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다.

 

"하아.... 원래는 이런 폭력적인 방법을 쓰려던 게 아닌데."

 

카나코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동안, 치나츠는 가벼운 한탄조로 자신의 계획이 틀어짐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폭력을 쓸 생각도, 협박을 할 생각도 없던 그녀와 성기사들에게 있어, 오늘 하루는 자괴감으로 가득 차 있을 게 분명했다.

 

"괜찮아..... 간단한, 방법."

 

"아니, 그 간단한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 뭐, 이 나라에선 리스크가 적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간단한 방법을 피하려 하는 건, 그녀가 가진 법학자로서의 양심인 것일까.

 

"그쪽은 뭐 소득 있어요?"

 

"이상한 종교인은 모르겠지만 이상한 것들은 넘치고 남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제. 별 거 없데이."

 

남바 에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구호를 가장한 정보수집도, 현 시점에서는 큰 소득을 가져다주지 않은 것이다. 치나츠 역시 하루만에 될 거라는 기대는 안 했지만, 쓸 생각도 없던 강압적인 방법을 써버린 후라 가벼운 허탈감도 무겁게만 다가온다.

 

"마, 하루만에 될 일도 아니제. 치안 안정화 업무도 했다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카노?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소문은 결국 날 것이고, 그럼 썩을 것들도 몸 좀 사리겄제."

 

".....뭐, 이렇게 들쑤시고 다니다 보면 오니기리 교가 먼저 행동에 나서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경우, 자칫했다간 큰 피해를....."

 

치나츠는 조금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나도 그렇지먼, 카나코도 상당한 독종이여. 이교 광신도 쪼가리들헌테 쉽게 당할 놈은 아니제. 아니면, 뭐 따로 걱정하는 거라도 있는개벼?"

 

"!! 그런 건 없습니다!"

 

슬쩍, 반 이상은 장난이라는 느낌으로 조금 떠보았을 뿐이다.

아이카와 치나츠가 굉장히 격하게 반응했다. 그 냉철하고 이지적이라는 이단심문관 아이카와 치나츠가 흥분해선 반론? 그것도 조금 낙담한 정도로? 남바 에미는 속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대화를 듣던 카나코의 의심이 더욱 깊어졌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 이제 속내를 조금이나마 드러내는군.' 입 무거운 성기사들을 구슬릴 것 없이, 치나츠를 구슬리면 되는 거였다.

 

"......"

 

유키미는 그 회화를 관심 없는 척 하며, 조용히 엿들었다.

 

 

 

----

 

 

 

"음.... 하루이틀 만에 잡힐 거라곤 생각 안 했어요. 그런 것 보다, 뭐 필요한 것 없어요? 이 안경들만 써 주신다면 얼마든지 드릴게요!"

 

냐앙~ 페로가 울었다. 눈엔 폼나게 생긴 선글래스를 쓰고서. 게다가 테는 대모갑으로 만들어진 최상품이다. 거기에 하루나가 직접 페로 전용으로 제작한 핸드메이드 제 초고급품이다. 그리고, 이제 하루나는 유키미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안경을 씌워주려 한다.

 

"......"

 

'아니 난민이라던지 지원이라던지는 내 알 바 아니니까 그 안경 저리 치워' 라곤 말 못하는 유키미였다. 자칫했다간 고용주인 '모로보시 키라리'와의 관계가 틀어진다. 그녀의 고용주는 어디까지나 모로보시 키라리였다.

 

"......보급선의 안전한 확보, 중요. 깊은 곳의 교단의 요청. 또한, 사쿠라이령과 협력하여 안정적인 식량 공급처 확보."

 

"아, 그거라면 걱정 말아요. 성기사단이 한창 동네 청소 중이죠? 치안은 어느 정도 안정될 것 같으니까 보급은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아, 이거 보급로 차단 전문가한테 제가 주제넘게 나선 건가요? 하하하, 전 안경 전문가인데. 그리고 모모카쨩, 크흠, 사쿠라이 공과는 벌써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전해주세요."

 

유키미가 판자촌에 머무르는 동안, 카미죠 하루나는 그녀 나름대로 지원책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적어도 행동력과 추진력만큼은 아버지의 죽빵을 날린 영주의 명성에 부끄럼이 없었다.

 

"......그럼, 교단 여러분이 무슨 짓을 획책하고 있는지 좀 들어볼까요?"

 

그리고, 이채를 띤 안경알 너머 속이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유키미를 훑는다. 유키미 자신이 아니라, 그 뒤, 그 속,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투시한다. 진실에게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을 강요하기 위해.

 

"태양의 젤러시교의 목적은 불분명. 어쩌면 아이카와 치나츠 개인의 목적일 가능성도 있어."

 

"......호오?"

 

"또한, 왕국 내부의 정보를 어디선가 입수하고 있어. 나도 확인하겠는데.... 캔디 아일랜드, 오가타 치에리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은..... 미무라 카나코인 건가?"

 

"......그걸 대놓고 흘리고 다녔다고요? 혹시 제 생각보다 허당이라던지.....?"

 

학자나 행정가, 법관으로서는 우수할 지 몰라도 정치나 전쟁에는 젬병인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치나츠가 그런 타입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하루나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유키미의 다음 발언에 의해 부정당했다.

 

"수사관, 지휘관으로서 유능..... 익숙하지 않을 지는 몰라도...... 마구잡이로 비밀을 흘릴 타입은..... 아니야."

 

"단순한 실수라던지....? 아니, 애초에 정보 입수 루트가 어떻게 되는 거죠?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죠."

 

유키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고용주 모로보시 키라리는 그녀에 관한 명령권을 하루나에게 양도했으며, 하루나는 그녀에게 이단색출과 동시에 두 종교단체를 정탐하라고 명령했다. 제국의 첨병들이 엉뚱한 짓을 벌이지는 않는지 감시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교단들과는 어디까지나 협력 관계일 뿐, 고용 관계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배신하거나 처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깊은 곳의 교단과 태양의 젤러시교도...... 서로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야..... 정확히는, 깊은 곳의 교단 쪽에서...... 태양의 젤러시교를 의심하고 있어."

 

"마치 본인들은 순수한 선의로 들어왔다는 듯 한 태도네요. 이 일이 미무라 카나코의 업적 쌓기라는 것 정도는 자기들이 더 잘 알 텐데."

 

".....미무라 카나코, 마음에 안 들어?"

 

"아뇨. 선한 사람인 건 알아요."

 

하루나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쪽에 필요한 존재인지 아닌지는 확신이 안 서네요. 아마 깊은 곳의 교단은, 왕국을 발판 삼아서 차기 종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생각인 거겠죠. 하지만 그게, 왕국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까요? 전 종교인들이라는 걸 믿지 않아요. 애초에" "난 도구.... 정치, 잘 몰라...."

 

유키미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하루나는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킨 다음, 다시 숨을 내뱉은 후에 화제를 돌렸다.

 

".....그렇죠. 지금은 어려운 미래의 이야기보다 눈 앞의 일에 집중해야 할 때죠. 내일은 미무라 씨와 아이카와 씨를 데리고 절 따라와 주세요."

 

".....확인. 하지만, 이유는?"

 

"탐문수사, 쯤으로 해 두죠. 멋진 안경을 준비해드릴 테니 꼭 써달라는 말도 전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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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이곳이 공단인가요?"

 

미무라 카나코가 붉은 색 안경을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카와 치나츠도 이런 시설은 신기한 건지,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이 왕국의 핵심 공업단지인가...... 생각보다 괜찮은 시설이네."

 

"어찌어찌 전쟁의 여파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지금도 망가져서 위험한 구역이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잔뜩 고용해서 수리중에 있어요."

 

저 멀리 피어오르는 흙먼지는 그 작업의 흔적인가. 유키미는 대모갑으로 만든 고급스러운 안경 너머로 보이는 흙먼지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저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향후 이 공단을 더 육성할 거라는 하루나의 말을 고려해보면 당분간 일자리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저 현장의 경비 일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편하고 한가하겠지.' 유키미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후에 이곳의 경비로 취직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네요..... 아이들까지 말이죠."

 

반면, 미무라 카나코는 공장 밑바닥을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깊은 곳에 눈길을 주는, 교단 특유의 신앙심과 직업적 소명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나름대로 상냥한 어투로 말할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목소리에 섞인 핀잔과 비난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뭐, 그것 관련으로는 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어서요."

 

하루나는 공장 바닥에서 눈을 돌렸다. 아이들이 작은 몸집을 살려, 기계 아래에 눌러붙은 유리 조각이나 화학약품 덩어리들을 닦아긁어내고 있었다. 허름한 차림과 화학물질의 냄새. 이 아이들은 슬럼가의 아이들인 듯 하다. 죠가사키 재단이 있어야 할 곳은 이런 곳이 아닐까. 죠가사키 미카가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사정이라 하면....."

 

"만사를 죽빵으로 해결할 순 없다는 것 정도?"

 

죽빵의 성지에서, 죽빵으로 일가를 세운 영주가 대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하하, 이거 바쁜 와중에 먼 곳까지 발걸음 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유키미와 카나코와 치나츠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호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공단연합 길드 대표인 카미조 도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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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조 도마]

토우마 아니다. 도마다.

카미조 하루나의 먼 친척으로, 영주 계승권 싸움과는 큰 관련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던 사람이다. 일찍이 카미조 하루나의 재능과 성격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공순이의 길을 열어준 은인.

계승권 싸움과는 큰 관련이 없던 데다가 하루나의 은인이었던 점 덕분에, 전 영주를 비롯한 친척들이 싸그리 사형당하는 동안 사업체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전쟁 동안, 하루나와 함께 물자 생산을 주도한 공신이었으며 그 공적을 인정받아 현재 공단연합 길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모갑]

바다거북의 등껍질.

물론 이 세계에서 바다거북의 등껍질이라고 해서 전부 대모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아니다. 육지거북도 포함이다.

대모갑으로 불릴 수 있는 크기는 7미터 이상이며, 등껍질의 층이나 발육상태 등에 따른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 주산지는 가니슈카였으나 최근 사냥꾼 길드의 남획으로 인해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인간 X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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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시동이 걸리는데 과연 다음화가 올라오는 건 언제인가.

아이러니하게도 편광렌즈는 아빠가 낚시할때 쓰는 선글라스 렌즈 이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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