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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늘흐늘 리본: 프롤로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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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1, 2016 00:28에 작성됨.

《읽기 전에》

심심함은 창작의 근원이라더니 과연 그런거 같네요.
다만 단지 심심풀이로 쓴거라 필력이나 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뭔가의 부족함으로 불쾌감을 느끼신다면 미리 사과드릴께요.
그리고 의견, 지적사항이나 비판하실 점이 있다면 대환영이니 기탄없이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특히 처음 쓰는 글이라 혹시 뭔가를 실수했을수도 있지만 악의는 없으니
그런 점을 발견하시면 양해와 동시에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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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독백

 

휴.
나는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의 향과 쓴 맛이 다른 손으로 잡아든 신문 기사와 함께 의식을 자극한다.
매일 반복하니만큼 자극이라기엔 심드렁하지만 졸린 머릿속을 다잡는 용도로는 적당하다.

 

스포츠 신문 1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하고 있는 기사는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유명 아이돌과 담당 프로듀서의 열애. 증거 사진 첨부.
안됐습니다. 이쯤이면 변명도 안통할테고 쌍방 모두 은퇴 확정이군요.
벌어놓은 돈이 충분하시기를. 그리고-
경쟁자 하나가 줄었군....이라 하기엔 그래, 우리 사무소 규모는 좀 작지.

 

스캔들의 두 주인공 중 아이돌쪽이나 프로듀서쪽이나 나와는 일면식조차 없다.
연예계라고 한마디로 정리해도 그 업계는 넓고 크다. 상하위간의 격차는 엄청나다.
그 깊은 스펙트럼의 양 끝쪽에 있는 누군가끼리 만날 일은 적다.
덕분에 저 일이 나나 우리쪽에 끼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건 좋군,

이라면서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하나 더. 우리 정도면 어지간한 스캔들이란게 나봤자 관심 받을 일 부터가 별로 없겠구나. 다행인, 가?
이게 실제로 다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욱 쓰리게 다가온다.

음, 이건 쓴웃음 정도로는 안되겠는데요.
발전적인 결론으로 무마하자. 역시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이어야 탐스러운 먹잇감이 되겠지.
고로 나도 더욱 정진해서 탐스러운 먹잇감이 될...........응?

 

또, 뭐더라. 뭔가를 생각할 듯 하다 되도 않는 경쟁자 의식 때문에 쏙 들어간거 같은데.
다른 기사로 넘어간 후 한참이 지나서야 그게 뭔지를 기억해냈다. 확실히 입장을 정리 해야지.
같은 프로듀서(젠장)로서 저 프로듀서놈이 부럽다 해야 할지 괘씸하다 해야 할지,
직업윤리를 어딘가에 쳐박은 한심한 놈이라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전부 다인지.
아직 아무도 안 왔고 업무시간도 아닌데 이걸로라도 지루함을 쫒아내야지.

 

누가 봤으면 참 쓸데도 없는 생각이랬겠지.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굳이 불필요한 시뮬레이션이 펼쳐졌으니 확실히 그럴 것이다.
허나 소위 말하는 모쏠이라 그런 것을 어쩌란 말인가.
모쏠이란 생물은 오십프로의 욕정과 사십프로의 질투,

그리고 기타 이성과 수분 단백질을 포함한 10프로로 이뤄져 있답니다, 이것들아.
누가 들을 일도 없는 변명을 하며 나는 쓸모 없는 입장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거창하게 시작한 것 치곤 잔을 비우기도 전에 답이 나왔다.
네, 부럽습니다. 물론 직업윤리를 말아먹은 것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입니다. 길티. 땅땅땅.
심정적으론 부럽고, 도덕적으론 낙제점.

잠깐, 그럼 나도 저런 상황이 됐을땐 기자친화형 소잿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단건가?
이거 왠지 뇌물 받은 사람은 나쁘지만 뇌물 받은건 부럽다고 말하는것과 똑같은 짓을 한거 같은데.
어..........?

 

발악에 가까운 동기로 시작한 것 치곤 뜻밖에 심각한 고찰로 발전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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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랑이 아님에도 굳이 반복하자면, 그래 무얼 숨기랴. 나는 모쏠이다.
연애를 안 한건지 못 한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대학 졸업 전까진 내쪽에서 절박해한 적은 없다.
연애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연애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느낀 적은 있고

남들의 연애를 보며 아빠미소 지은 적도 있다.

욕구도 정상입니다, 네. 절찬리에- 읍읍. 업소를 이용하진 않아요!

 

외모는 딱히 문제될 게 없다.

나나 부모님이 아니라 남녀 불문하고 주위 사람들이 그리 말했으니 틀리진 않을 것이다.

위로를 위해 그리 말한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가능성까지 파고들면 비참해지는 주제에 득될것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뭐 그래도 외모로 놀림받는 등 나쁜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부정적인건 잘 기억하는 내가 떠올리지 못할 정도면 확실하다.

 

단지 여자가 얽힌 일과 관련해서마다 친구놈들이 한심하게 쳐다본 기억은 있다.
처음엔 여자들이, 나아가선 남자놈들까지. 학창시절 내내 그랬다. 사실 연애도 부활도 뭣도 없이 공부만 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한 건 아니고 그냥 학교에서 뭔가를 하긴 했는데 그 대부분이 공부였을 뿐.
다른데는 모두 심드렁하니 남은건 바로 할 수밖에 없는 일, 즉 공부뿐이었단 이야기.
과연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왔구만요 나도.

 

그런 인간이, 어쩌다 보니, 쨔잔. 프로듀서.
동시에 연애 스코어, 제로.
동정이면 고평가받던 기사나 스님도 아니고 슬슬 연애 해도 되잖을까 싶으니 웬걸,

연예계는 일복이 터진 곳인걸요. 쌓이는 잔고에 반비례해서 사생활은 줄어든다.

후후 담당 귀요미들이 쑥쑥 커나가는걸 보면 그걸로 좋아 충분해,
라고 말하고 싶고 어느정도는 그게 분명 사실이기도 하지만
마음속의 갸아아아아아앗 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것 또한 사실인 것이어요.

 

문제는 그거다. 여심을 모른다. 모른다는 건 안다.
구제불능으로 배려도 눈치도 센스도 섬세함도 없는데다 질릴 정도의 둔감. 나도 알아.
바로 그걸 학창시절 내내 친구들에게 지적받았다. 결국 개선하진 못했지만.
질투 때문에 일부러 남의 미스를 방관할법한 남자들까지 지적할 정도면 나도 정말 얼마나 심했던 걸까.
시작조차 인지 못했던 짝사랑의 종료 선고를 여자측의 불평과 함께 친구에게서 전달받았을 때는 아무리 나라도 조금 뜨끔했었다.

 

몇십년은 되는 인생인데 아무리 이런 나라도 한두번 쯤은 누군가의 호의를 받았겠지.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시원하게도 내동댕이 쳤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면 몇번이고 누군가의 마음을 받았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런 생각조차 자의식 과잉이겠지.

그 전에 몇십번을 누군가가 부딪쳐왔든 내가 눈치조차 못챘다는 시점에서 이미 운이 좋다곤 못하는건가.

 

대학 졸업 직전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아무것도 하는게 없으면 아무 생각이나 하게 되는 법,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이 니트 일직선을 달리고 있던 내게 바로 그 점이 팅하고 왔던 것이다.
어라. 나, 연애 낫씽. 연예계, 연애 엄금. 나 저기선 의외로 경쟁력 있을지도?
어이없음에 비죽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치한 생각이었다고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 났습니다. 덜컥, 채용 돼버렸다.

지원했던 곳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약소 사무소라서 찬밥 더운밥 안가리고 채용했다는 진실을 안건 나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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