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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림의 종착점』 -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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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9, 2016 18:20에 작성됨.

어떻게든 오늘의 연습을 끝낼 수는 있었다.

 

그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들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를 먼저 배웅하고 혼자 남게 된 나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여전히,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그 애가 졸라서 연락처를 교환한 일도 있었던 만큼, 하려고 든다면 얼마든지 이 쪽에게 연락할 수 있었을텐데.

 

굳이 나말고도 다른 누구한테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같은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인만큼, 전화번호나 메일주소는 공유하고 있으니까.

 

나는 먼저 가버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그 중에서는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미키에게 연락을 받는 일은 없었던 듯 보였다.

 

미키가 연락을 하지않는다면, 이 쪽에서 해보는 건 어떨까?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화에서 저장된 연락처를 찾아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튼을 누른다면, 전화를 거는 것 자체는 가능하겠지.

 

그래봤자 받지 않는다는 결과가 머릿 속에 자동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치하야쨩? 그, 아직 안 가고 있었어?"

 

멀리서 하기와라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가버린 건, 아니었던 걸까. 그녀가 이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마치 들키면 안된다는 듯 급하게 진행된 과정을 취소하고는, 전화기를 가방 안에 쏙 집어넣어버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역시 치하야쨩은, 미키쨩이 걱정인가보네."

 

하기와라 씨가, 불쑥 그런 말을 꺼내더니, 스스로도 깜짝 놀랐는지 급하게 양 손으로 입을 틀어먹았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그녀. 나는 멍하니 그 쪽을 바라보다, 옆에 있는 거울을 확인하고는 쓰게 웃었다. 춤의 동작을 확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지만, 방금 내 행동마저 아낌없이 비추고 있었을 게 틀림없었을 터였다.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던 하기와라 씨의 갈색 눈동자가, 다시 나를 향했다. 그녀는 천천히 틀어막았던 손을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치하야쨩, 프로듀서라면 분명 미키쨩을 설득할 수 있을 거야."

 

놀랐다. 하기와라 씨가 저렇게 강한 어조로 주장할 줄은. 나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 사람이!?"

"으, 응! 그러니까 괜찮아."

 

갈색 눈망울에 깃들어 있는 건, 그 사람에 대한 강한 신뢰였다. 남성을 대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서툰 모습을 보이던 하기와라 씨가 저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걸까.

 

그 사람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리 믿음직스럽지는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의외로 하기와라 씨마저 인정할 정도로 어떤 특별한 능력이라도 갖고 있다는 걸까?

 

모르겠어.

 

"그럴까나."

 

가볍게 중얼거린 말에 하기와라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다는 의미였다. 나는 좀 더 생각해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럴 지도 모르겠네."

 

나는 아직, 그정도로 프로듀서를 신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애를 설득하는 데 있어서는 이미 끝을 본 나보다는 아마 그 사람쪽이 훨씬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프로듀서를 믿어주는 것이라 생각해."

 

하기와라 씨는 여전히 작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하기와라 씨 말대로 하는 게 나을 지도 몰라. 그 편이 모두에게 있어서 좋을 거야. 라이브를 성공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테고.

 

하지만, 그걸로 정말, 괜찮은 걸까?

 

동의를 표하려는 순간, 돌연 그런 의문이 머릿 속에서 튀어올랐다. 그와 함께, 그 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미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애는 울고 있었던 걸까?

 

알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삐죽삐죽한 앞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미키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쭉 그 곳에 있었을까? 아니면 다른 장소로 가버렸을까. 집에 돌아가기는 한 걸까? 사무소에 연락이 오지 않은 걸 보면 돌아가기는 한 모양이지만.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이 쪽에서 먼저 등을 돌려버렸기에,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치하야쨩?"

"미안, 하기와라 씨. 먼저 가줘. "

"엣?"

"조금, 혼자 있고 싶어져서 그래. 문단속 같은 건 이 쪽에서 할 거니까."

 

거기까지 말하자, 하기와라 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가주었다.

 

끼익,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이 스튜디오에는 정말로 나 혼자밖에 없게 되었다. 한참 제 자리에서 있던 나는 느릿하게 가방에 도로 손을 집어넣고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하기와라 씨가 말하는 것처럼 프로듀서를 믿는 것도, 미키가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잠자코 따르기에는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남았다.

 

분명, 내가 또 한 번 나서는 것보다는 좋을텐데.

 

어째서?

 

이 쪽에서 다시 설득을 해봤자 미키를 더욱 먼 곳으로 보낼 게 틀림없을텐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 애에게 간섭하지 않는 편이 제일로 좋았을 지도 몰랐다.

 

그렇긴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며 피어오르는 후회를 억지로 지워버렸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어쩌면, 이라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보는 건.....아무 의미 없어.

 

후후, 그런 의미없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하는 구나. 바보 같아. 나는 스스로를 비웃는 마음조차 억눌렀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나는 손에 든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등 돌린 채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좋으니 뒤를 돌아볼 것인가.

 

어느 걸 골라도 아마 후회밖에 남지 않을, 그런 선택을 눈 앞에 둔 순간.

 

"후우."

 

나는 숨을 집어삼켰다, 길게 내뱉었다.

 

그러고는 몇 번 버튼을 조작해, 다시 익숙한 자의, 이번에는 메일 주소를 확인했다. 그 뒤로 짙은 녹색의 화면에, 조금씩 떠오르는 문자. 몇 분 정도 자판을 조작한 것만으로도, 그 문자는 화면 전체를 채웠다.

 

이제 남은 건 전송 버튼을 누르는 것 뿐. 누른다고 해도 아마 읽지 않을 가능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읽더라도 무시할 가능성이 비슷한 수를 차지하겠지만, 그래도.

 

엄지 손가락이 조금 떨렸다.

 

이제와서 선택을 번복할 마음은 아니었다. 별로, 거절이나 무시가 두렵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상하고 예상하고 또 예상한 바였다. 그러니까, 결코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지금 보내는 메일이 번잡하니 지워야겠다, 라고 생각했을 뿐. 나는 엄지손가락을 취소버튼으로 옮겨, 지금까지 꾹꾹 채웠던 모든 내용을 날렸다. 그러고는 다시 메일을 작성했다.

 

미키, 전에 심한 말을 한 건 미안해.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니.

모두가 널 기다리고 있어.

프로듀서도 너를 반드시 설득해보겠다고 했고.

그러니까.

 

전보다는 화면을 차지하는 문자 수가 많이 줄었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없는 것들이 많아보였다. 나는 또 한 번 지워버리고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메일을 작성해 이번에야말로 전송버튼을 꾹 눌렀다.

 

거기에는 세 가지밖에 적혀있지 않았다.

 

만나는 일시, 시간, 장소.

 

나는 그렇게 간략하기 그지 없는 메일을 보내고 난뒤,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메일을 준비했다. 그 내용은, 연습을 하루 정도 빠질 일이 생겼으니 양해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

 

"역시, 오지 않네."

 

나는 약속한 날짜에, 약속한 장소에 있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로 다소 질 나쁜 부류가 말을 걸 때도 있었지만, 적당히 무시하고 있으면 알아서 그 쪽이 피해준 덕택에 쭉 그 애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간하고는 이미 3시간이나 지나버렸다.

 

슬슬 날이 저물고 있기 때문일 탓일까, 조금 쌀쌀해진 주변의 공기. 한 때는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가득 찼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렇게 많은 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 이상 있어봤자 시간 낭비일뿐.

 

지금이라도 레슨실로 돌아가는 편이, 이젠 나까지 걱정하게 된 사람들을 안심시켜주는 면에 있어서 좋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이 곳을 떠날 수 없었다.

 

어째서?

 

나는 왜 아직도 그 애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라이브가 얼마 남지 않은 이상, 정말로 오지 않는 걸 알아버린 이상, 가야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제자리에서만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고집은, 그 애를 내버려둘 수 없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 그렇지는.

 

그렇다면 이것은, 옛 동료를 아예 내버려두지는 않았다는 자기 만족을 얻기 위해서인가. 맞다고는 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왜, 미키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까.

 

그 날로 이미 끝난 관계인데.

 

나는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건,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걸지도. 미키 그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여전히 그 안에 잠들어있는 반짝임. 어느 날 발견하고 만 그것이, 완전히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렇네. 그 부럽고도, 대단하고, 두렵기까지한 빛과 꼭 마주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래서 미키를 기다리는 거야. 이미 거절의 말을 들었어도, 지금 또 다시 거절을 체감하고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거구나.

 

좀 전에 떠올렸던 이유보다는 조금 더 많이 들어맞았다.

 

그렇긴 해도.

 

아직 뭔가, 남았어.

 

완벽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에, 머리가 아파졌다. 나는 머리를 작게 흔들며 한숨을 쉬고는 맥없이 보도블럭을 쫒던 눈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시야에는 얼굴 본 지 좀 오래된 사람이 들어왔고, 뒤이어 툭,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직은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치하야 씨.....?"

 

그 때 이후로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미키였다. 어디 쇼핑이라도 하고 왔던 건인지, 한 손에는 종이 봉투가 들려있었다. 방금 그걸 바닥으로 떨어트렸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때처럼 우연찮게 마주하고 된 걸까.

 

됐어, 아무래도 좋아. 미키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뻐근해진 다리가 절로 그리로 향했다. 혹시 이번에도 또 도망쳐버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그 애는 그 자리에 못이라도 박힌 듯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동그랗게 뜬 두 눈을 이따금 깜빡거리기만 했다.

 

멋대로 움직이던 다리는, 그만 몇 걸음 못가 멈추고 말았다. 나는 미키가 계속 가만히 있어주는 걸 확인하고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미키, 돌아와줄 수 없겠니."

 

그리고 다른 것 전부 제하고, 정말로 하고 싶은 말만 입에 담았다.

 

".....라이브를 위해서야?"

"그런 이유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

"고작 그걸 위해 지금까지 기다린거야?"

 

미키는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멋대로 말을 이었다.

 

"별로, 미키 같은 거 없이도, 류구코마치보다도 훨~씬 잘난 치하야 씨가 있는 이상.....라이브, 성공할 것 같은데."

 

미키는 자기가 말하고도 우스운 듯 깔깔 웃었지만, 그건 내가 봐도 무척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졌다. 어찌되었던 간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너는 네 재능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

"재능?"

"있지, 미키."

"뭐, 뭔데?"

"미키는 나를 존경하고, 류구코마치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그랬지만.....실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왜에? 미키가 그러는 거, 싫어서?"

"아니, 실은 이 쪽이야말로 네가 부러웠으니까."

 

당사자가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은 미나세 씨나 아미, 그리고 아즈사 씨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에에-? 그, 그랬어?"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다는 게, 답답한 점이구나. 미키는 화들짝 놀라 몇 번이고 자기와 나를 번갈아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해- 치하야 씨, 미키의 대체 어디가 부러운거야? 아, 알겠다! 혹시 이 부분이라던가- 아님 이 쪽?"

 

방금 그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미키가 일부러 장난스럽게 자기의 가슴이나 허리 따위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하고 싶은 말을 이었다.

 

앞으로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모든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정작 미키가 그걸 받아들이냐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지금만큼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너에겐 재능이 있어. 그것이 노래에 관한 것인지, 춤에 관한 것인지, 아님 다른 것인가 확실하게 정할 수는 없지만.....그래도 스테이지의 모두를 한 눈에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재능이."

 

미키는 그제서야 웃는 걸 그만두었다. 이제야 진심이라고 생각해주기는 한걸까.

 

"류구코마치는 확실히 대단한 유닛이야. 하지만, 미키. 네가 다시 아이돌을 계속한다면, 잠들어있는 재능을 펼칠 수 있다면 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치하야 씨?"

 

나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 말을 생각했던 것과는 살짝 다르게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나는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을 입에 담았다.

 

"반짝일 수, 있어."

".....흐응~ 그럴 수 있을까나?"

 

미키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아래로 처진 양 입가를 억지로 끌어당겼다. 나는 다른 무엇도 붙어있지 않은, 진심만을 전했다.

 

"적어도, 지금 포기해버리는 것보다는.....훨씬 확률이 높다고 봐."

"만약 미키가 돌아왔는데도 라이브, 실패해버린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거야?"

"그 때는 그 때의 일이야."

 

타박, 미키가 이 쪽으로 몇 걸음 다가왔다. 팽팽해진 입가는 다시 축 늘어져 있었다.

 

"치하야 씨."

"응."

"왜 미키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 왜 돌아와달라고 하는 거야? 미키는 벌써 한 번, 그만둔다고 말했는데. 그런데도, 왜? 그건 미키를 위해서는, 아닌 거지?"

 

단번에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대답이면 충분했다.

 

"네가 필요해서."

 

라이브 성공을 위해서도, 내 알량한 책임감을 위해서도, 앞으로 피어날 네 재능과 맞서기 위해서도. 미키를 다시 만나는 순간 떠오른 그 대답은, 지금까지 내가 품고 있던 모든 의문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진정한 라이브 성공을 위해서는, 네가 있어야 해. 아니.....실은 성공이던 실패던 상관없어. 난 말이지, 미키랑 같이 있고 싶어. 그러니까......"

"왜 같이 있고 싶어?"

 

미키의 입에서, 새로운 질문이 튀어나와 날카롭게 꽂혔다. 그러게. 정말, 왜일까. 그것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모르겠어."

"아핫, 이유도 모르면서 같이 있고 싶다니. 이상한 치하야 씨."

"마음대로 생각하렴. 그래서.....어떻게 할 거니."

 

미키의 말이 뚝, 끊겼다. 혹시 또, 그 때처럼 책망하는 눈길을 보내지는 않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미키를 살폈다.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으나 말이 없는 것은 여전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최종 판결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글쎄~ 요즘은 정말."

 

만약, 미키가 이번에도 포기를 택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이 쪽도 포기할 수밖에. 정말로 하기 싫어졌다는 사람에게까지,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은 나에게도, 다른 모두에게 있어도 무척 아쉬운 일이겠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말은 돌아오라는 말에 대한 거절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걸까."

"그렇지는 않아."

 

미키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무료해서 죽을 것 같은 걸. 여기저기 다녀보고, 이것저것 사보고 그랬지만 하나도 재미없어."

 

미키, 역시 빛나고 싶은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미키의 얼굴은, 잔뜩 달아오르고 있었다. 특히 두 뺨하고, 코 끝, 양 눈가가. 그 부분만 따로 진하게 칠해둔 것처럼.

 

"설마.....너무 늦어버리거나 한 건, 아니겠지? 그렇지?"

 

미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토해낸 말소리에는 울음이 섞여있었다. 정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미키에게 살짝 더 다가갔다.

 

"지금까지 늦어진 걸 만회할 필요성은 있어."

 

그리고는 조금은 솔직하지 않은 대답을 했다.

 

......

 

"미안한 거야!"

 

우여곡절 끝에 겨우 사무소로 돌아와준 미키가, 모두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였다. 그 뒤로는 잠깐 의욕이 없어져서 그랬다는 둥 변명이 이어졌다. 모두는 그런 미키한테 당황하며, 괜찮으니까 그만두라고 말했지만-

 

"그렇긴 해도....."

 

미키는 여전히 고개 숙인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키가 돌아와준 건 기쁜 일. 하지만,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일지도.

 

그런만큼 사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는 않았으면 했다.

 

".....미키."

"치, 치하야쨩!?"

 

옆에 있던 하루카가 이 쪽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 평소보다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에 그만 화가 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네. 걱정 마 하루카. 별로 화가 났다는 건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입에 담을 뿐이니까.

 

"지금은 사과보다는....."

"응! 미키, 힘낼테니까!"

 

미키는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마주하는 두 눈. 미키는 이 쪽을 향해 씩 웃어보였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같은 웃음으로 대답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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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이럴 거면 상하로 나눌 걸 그랬나 싶네요. 하여튼 좀 빙 둘렀지만 결과적으로는 애니처럼 좋게 끝났다는 걸로. 그리고 치하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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