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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림의 종착점』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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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9, 2016 00:43에 작성됨.

 

미키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그 애가 돌아올 때까지 라이브 준비를 하는 것.

 

나는 765 프로의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미키는 돌아와줄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믿어왔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 모든 것이 틀렸다는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다.

 

먼저 눈 앞에 보였던 건, 특정한 무언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그 사이로 몇몇 방송 장비들 또한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뭔가를 촬영하는 것 같았다. 일단 아이돌이긴 해도, 그런 것에는 별 관심 없었던 나는 서둘러 지나치고자 했지만.

 

"오늘은 모두에게, 내 소중한 사랑 이야기를-"

 

그런데,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잘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이었다.

 

순간 잘못 들었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인파 속에서, 목소리 말고도 다른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래, 저기 살랑거리는 특징적인 금발이며, 세상 물정 모르고 쾌활하게 웃는 모습은.....틀림없는 미키 그 자체.

 

"미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안 쪽에서부터, 뜨거운 뭔가가 쑥 밀려올라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미키, 네가 왜 여기에? 연습을 나오지 않은 건, 이런 이유였던 거야?

 

그 뜨거운 뭔가는, 분노였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그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미키는 제멋대로 뽑아낸 노래를 멈추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분노가 가라앉는 일은 없었다.

 

미키가 가지고 있던 사정은, 고작 저런 것이었던 걸까.

 

저런 것에 어울리느라고 지금까지 연습에 나오지 않았던 걸까.

 

머릿 속에서 멋대로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시덥잖은 이유로 연습을 빠진 미키에 대해, 이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분노를 태웠다.

 

아니, 아직은.

 

아직 미키하고는 말도 나누지 않았잖아. 겉으로는 저렇게 태평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뭔가 깊은 사정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머리 한 구석에서 나온 반론이 늦게서야 불을 끄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지금 와서 돌연 차갑게 내려앉기 시작한 분노를 지워버릴 수 없었다.

 

터벅, 터벅.

 

식어빠진 분노가 명하는 대로,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어떻게 되었던 간에, 나는 미키에게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연습에 빠진 이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도.

 

지금 와서 그걸 듣는다고 해봤자, 지금까지의 불안과 혼란이 단번에 수습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 굉장히 억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미키는 아이돌이 아니라, 전 아이돌.....

 

나는 무언으로 사람들의 무리를 헤치며 아직도 속도 모르고 재잘거리는 그 애애게 다가갔다. 나도 이런 장소에서 만날지 예상치 못한 만큼, 그 애도 그랬던 걸까.

 

미키는 휘동그레진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치, 치하야.....씨?"

"잠깐, 이야기 좀 해."

 

말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손을 뻗었다. 미키는 뒤로 크게 뒷걸음질 치며 피하더니, 그만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잠깐, 미키, 너어! 이렇게 만나버린 이상, 절대 놓칠 수 없어. 나는 눈 앞에서 마구 펄럭이는 금발을 맹추격했다.

 

"그만, 그만 쫒아오는 거야!"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포기할 줄 알고! 네가 빠진 이유, 어떻게 해서라도 듣지 않으면! 나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대로 쭉 쫒아간다면 언젠가는 붙잡을 수 있을 터였다. 달리기 속도는, 아무래도 이 쪽이 조금 더 빠른 편 같았으니까.

 

"정말, 끈질겨!"

 

더 이상 달려봤자 헛수고라는 걸 알았을까, 미키는 의외로 금방 스스로 걸음을 멈췄다. 나는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아직 등 돌린 채 씩씩거리고 있는 미키에게 다가가 가는 팔을 확 붙잡았다.

 

"꺅!"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보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해. 지금은 미키를 붙잡고 있는 게 최우선이었다.

 

"치, 치하야, 씨."

 

힘조절에, 조금 문제가 있었을 지도. 미키는 찡그린 얼굴로 이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힘을 빼는 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었다. 나는 그 애를 똑바로 쳐다보며 가장 듣고 싶은 걸 물었다.

 

"연습, 왜 오지 않았던 거야?"

"그게, 그러니까.....혹시, 치하야 씨에게, 걱정, 끼쳐버렸어?"

"대답해."

 

그러자 이 쪽을 바라보고 있던 미키의 표정이 변했다.

 

".....너무하네."

 

명백하게 이 쪽을 싫어하고, 거절하고, 책망하는 쪽으로.

 

어째서?

 

나는 미키가 왜 저러는 지 전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갑자기 뛰어와 잡아챈 것이 잘못이긴 하지만, 미키 쪽이야말로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무단으로 연습에 불참해, 나를 포함해 다른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왜 그렇게, 상처받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이유 같은 건, 그 쪽이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망연히 서 있는 사이, 미키가 신경질적으로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당연하다, 아직 이유를 듣지 못했으니까.

 

"묻고 있잖아. 대답해. 왜 연습에 오지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건지에 대해서도."

"미키, 이제 춤추고 노래하는 거 싫어. 아이돌 그만둬버릴 거야. 그러니까, 이유 같은 거 들어도 소용 없을 걸."

 

하나는 알았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아직 정확하지 않았다. 굳이 그것까지 알 필요 없이, 미키의 의사를 안 이상 모두에게 전하면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남은 하나 또한 알고 싶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미키는 한동안 말없이 붙잡힌 팔을 이리저리 흔들어보다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나와는 정 다른 곳으로 돌리며 웅얼거리듯 물었다.

 

".....그렇게 알고 싶어?"

 

나는 고개만을 끄덕였다. 고개는 돌렸어도, 곁눈질로 이 쪽을 지켜보고 있던 미키는 픽 웃고는 다시 말소리를 내었다.

 

"미키, 류구코마치가 되고 싶었어."

"그래."

"프로듀서도 말이야, 미키가 열~심히 하면 류구코마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줬어. 그래서 미키, 힘냈어."

 

힘내면, 류구코마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미키의 시선조차 이 쪽을 떠났다. 그 애는 흔들리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제외한 다른 풍경을 슥 둘러보았다. 녹색으로 빛나는 두 눈은 과연 무엇을 쫒고 있었을까,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아니래."

 

미키가 돌연 고개를 푹 숙였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얼굴에서 흘러나온 건, 훅 불면 그대로 사라질듯한 목소리. 미키는 지금까지의 자신이 우스웠던 것인지 몇 번 쿡쿡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류구코마치는 마빡이하고, 아미하고, 아즈사하고- 그렇게 3인 유닛이라서, 미키는 될 수 없대."

"그래서 연습에 나오지 않았다, 라고 하는 거니."

"응."

"그래서 아이돌도 그만둔다고 말하는 거고."

 

방금 그 대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다는 건지, 미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구나. 진짜 이유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은 여전히 무언가가 꽉 들어차있었다. 처음 미키를 발견하자마자 느꼈던 불꽃 같은 분노는 아니었다. 그 뒤로 이어진 잿더미 같은 것과는 조금 닮았지만, 여전히 달랐다.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앉아있는, 그것의 이름을 굳이 불러보겠다고 한다면.

 

"미키, 나는 네가 그런 아이인 줄은 몰랐어."

 

실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짧다고는 말할 수 없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거기서 엿볼 수 있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넌.

 

"류구코마치 같은 데에나 매달리고 있었을 줄은."

"치하야 씨는.....잘도 그렇게 말할 수 있구나."

 

어차피 너나할 것없이 류구 아래에 있는 주제에. 미키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건 그랬다. 뼈아픈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네가 류구코마치가 된다고 해서, 너까지 유명해진다는 보장은, 없어."

"그, 그건....."

 

그러는 너는, 뭐가 잘났다고. 그저 류구코마치의 유명세를 빌려보려고 했던 주제에. 나는 쭈욱 고개 숙이고 있는 미키를 내려다보았다. 어깨가 이따금 들썩이는 것 외에, 미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키,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네가 품고 있는 그것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던 걸까.

 

"솔직히, 조금은.....아니, 꽤나 실망스럽네."

 

나는, 들어앉은 감정 그대로를 토해냈다. 그러자 순간, 미키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미키는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그만둔다는 말이 정말이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나는 반쯤 벌렸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잠시 후 그와는 다른 말을 풀어내었다.

 

"프로듀서하고 모두에게 전해주도록 할게."

 

이것이 내가 미키에게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지나쳤던 방향으로 등을 돌리고는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라이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이상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이미 그만두기로 결심한 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게 틀림없어.

 

나는 걸어가면서 휴대전화에 손을 대었다. 아마 이 사실이 모두에게 전해진다면, 분명 대혼란이겠지. 빠진 인원수를 어떻게 대신해야할까, 어쩌면 무대 포지션을 다시 고민해봐야할 지도 몰라.

 

그래도 지금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니까.

 

우선은 프로듀서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편이 좋을까, 하고 투박한 휴대전화의 통화버튼에 손을 대려던 순간.

 

"....."

 

방금 뭔가,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는 건, 할 수 없었다.

 

만약, 다시 한 번 그 말소리가 들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혹시 몰라서, 조금 기다려보았다. 그러나 말소리가 또 들리는 일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쭉 걸어갔다. 아까보는 조금 느린 속도여서, 혹시라도 다시 말소리가 나온다면,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말소리는 들리는 일이 없었다.

 

나는 거기서 멀리 멀리 떨어지고나서야, 통화버튼을 힘주어 눌렀다.

 

.....

 

"치하야! 그게 정말이야!?"

 

이미 메일로 소식을 전달받은데다가 이미 직접 나한테 전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코토는 아직도 모자라다는 듯 또 한 번 되물었다.

 

"응. 전에 미키한테 확인했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나는 전과 똑같은 대답을 남기고는, 스튜디오 구석으로 걸어가 메고 온 가방을 내려두었다.

 

".....치하야 씨....."

 

굳이 뒤돌아볼 필요 없이, 벽면에 설치된 거울에 타카츠키 씨가 비쳐보였다. 평소의 활기찬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울적한 얼굴에, 조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미키는 아이돌을 그만두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건, 지금 와서 변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해. 나는 거기서 등을 돌렸다.

 

"만약이, 이제는 실제의 이야기가 되었군요."

"네."

 

옆에 있던 시죠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준비운동을 마저 끝마쳤다. 다른 이들과 달리 수긍하는 눈치였지만, 그 목소리며 표정에서 불편함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럼 우리.....어떻게 되는 거야?"

"맞아! 정말, 대신할 사람을 찾거나 해야하는 건가?"

 

입구 근처에서 웅크려 앉아있던 마미가 이 쪽을 올려다보고는 불안한 목소리를 내었고, 그에 가나하 씨도 거들었다.

 

"그렇겠지."

 

나는 가볍게 긍정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취했던 태도와는 이율배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미키의 사정을. 연습을 그만둔 이유를. 요즘들어 그 애가, 갑자기 열심히 했던 이유를.

 

그리고 이제, 미키가 아이돌을 그만두겠다고 한 것도.

 

"그, 그럼, 대체 누구를....."

"역시 류구 쪽에서 하나가 오거나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전체적인 재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 한 사람 빠진 상태로도 균형이 깨지거나 하지 않게끔."

"그렇다면, 지금까지 연습했던 것에 변경이 올 수도 있다는 건지요."

"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선 어찌 되었던 간에, 라이브 성공을 위해 집중하는 수밖에요."

".....아니야."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하루카가, 불쑥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 집중되는, 다른 모두의 시선. 나 또한, 그 쪽을 바라보았다.

 

"그건 아니야, 치하야쨩."

 

하루카는 이 쪽을 명백히 지목하며 또 한 번, 우리들이 해야할 일을 부정했다.

 

"하루카?"

"같이 미키를 기다려보자고 말했던 건, 치하야쨩이잖아. 그런데....."

"그랬, 었지."

"그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조금 물기 어린 초록빛 눈동자가, 이 쪽을 책망해왔다. 그 애와 색은 같으면서도,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전하는 것 또한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 눈.

 

"그건."

 

실은.....만약에. 지금 당장이라도 미키가 그 발언을 철회하겠다면, 그러면 한 번 더 기다려줄 용의정도는 있어. 나는 그 말을 내뱉는 대신에, 잠깐 멀리 놓아둔 가방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일부러 벨소리가 나게끔 해둔 휴대전화가 들어있지만, 지금까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하루카를 돌아보았다.

 

"하루카는.....이번 라이브, 기대하고 있다고 했지."

"응."

 

그리고 그건, 다른 누구도 할 것 없이 똑같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들의 눈빛에는 지금 상태에 대한 불안말고도,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라고 해서,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이대로 가단 라이브는 엉망이 되고 말거야."

"그치만, 치하야쨩의 의견을 따른다고 해서 성공할 거라고는 할 수 없어."

"지금 이 상태로 가도, 실패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말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직 반론할 것이 남았다는 듯 똑바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하루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만약 그렇게 해서 성공한다고해도.....전혀 기쁘지 않을 거야."

 

그 입에서는 평상시에는 들을 일 없었던 표현이 흘러나왔다. 전혀, 라니. 무척이나 단정적인 표현. 하루카, 다른 누구도 떨어트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 지금은 긴급 사태라고 할 수 있는 거니까. 나라고 해서 미키가 싫었던 건 아니야. 지금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기는, 한다고.

 

그런데도 너는, 왜 그렇게 나를, 잘못되었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니?

 

당황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모두는 말이 없었다. 어느 쪽을 지지해야할 것인지 모른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럴 필요도 없이 옮고 그름이 정해져있다는 것인가. 그 때,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치하야쨩은, 기뻐할 거야?"

"....."

 

그건 아까보다도 훨씬 직설적인 책망이었다. 여기에는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을까.

 

그래, 이건 잘못이긴 해. 기뻐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그래도. 정말로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할거야.

 

분명 잘못이긴 해도, 처한 상황 상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심이 그럴싸한 대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걸 직접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고, 만약 그랬다간 정말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긴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하루카는, 나한테서 그 눈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치하야!"

 

한참 고민하고 있는 찰나, 갑자기 프로듀서가 스튜디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조금 문 가까이에 있던 마미가 깜짝 놀랐다는 듯 잠깐 몸을 들썩이더니,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이야기는 들었어. 미키 그 녀석이, 아이돌을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네."

 

나는 대답할 수 없는 문제에 잠깐 고개를 돌렸다. 내 대답을 들은 프로듀서는 잠깐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다가, 곧 결심했다는 듯이 그걸 강하게 부여잡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미키에 관해서는, 내가 다시 설득을 해볼게. 그러니까 다들, 연습에 전념해줬으면 해. 알았지?"

"네!"

 

나를 제외한, 다른 모두가 그렇게 대답했다. 프로듀서는 그 대답에 어정쩡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복도로 나갔다. 철컥, 하고 닫히는 문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아마 지금까지 쭉 나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녀는, 지금도 끝까지 시선을 내게 거두지 않고 있었다.

 

"하루카, 난 있지.....모르겠어."

 

나는 겨우, 그럴 듯한 대답 대신 진심을 그녀에게 전했다. 그러자 하루카는 그렇구나, 하고는 작게 웃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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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히비마코 완결은 안하고! 애니마스 12화에서 길거리 쏘다니던 미키를 발견한 게 프로듀서가 아닌 치하야였다면? 에서 출발한 뻘글임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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