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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6, 2016 02:20에 작성됨.

 그의 일상은 언제나 같았다. 집을 나와 사무소를 가고, TV 프로그램에 출연이나 라이브 공연 같은 스케줄을 끝내고 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단조로웠다. 하지만 그는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이 정해준 것만 따르고, 노래를 부를 수 있기에 큰 불평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른 사람이라면 금방 제풀에 꺾여 떨어져나갈 하루 일과를 며칠이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계속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의 함성과 응원과 사무소 식구들의 칭찬에도 그는 웃으며 노래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가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지적 대상이었으나 나아질 기미는 없었다. 그에게 노래는 진지한 것이었다. 아니, 진지하다 못해 노래만이 모든 것이라 보였다.
 며칠 전부터 그는 노래가 잘 나오지 않았다. 노래를 못 부르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전과 다르지 않은 목소리였다. 지난 번 라이브도 그랬고, 오늘 앨범에 수록할 노래를 녹음할 때도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음향 감독은 OK 사인을 몇 번씩 날렸지만 그는 좀처럼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나 재녹음을 했고. 스태프들은 그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라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날 역시 녹음은 마치지 못 했다. 또 이 증상이 나타나니 그도 답답할 따름이었다.
 업무가 끝나고 무거운 발걸음을 끌어 집까지 왔다. 현관문을 열자 불 꺼진 거실에 들어서면 아무에게도 간섭 받고 싶지 않다는 듯한 커튼과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가 그를 반겼다. 한숨을 쉬고 안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며칠 휴가를 받았기에 집안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수북이 쌓인 빨랫감을 대충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있는 물을 데우고, 거실로 돌아와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앉고는 TV를 켰다. 방안은 연예인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채워졌다. 사실 그는 TV를 원하지 않았다. 그냥 시끄러운 기계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무소 동료들이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너무 허전하지 않냐며, TV가 있으면 나을 것 같다며 추천해 거금을 썼다. 하지만 잠시 틀어놓기만 할 뿐 진지하게 보진 않았다. 그나마 관심 있게 본 건 음악 프로그램 정도였다. 그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고, 다른 가수들의 성량이나 음색, 노래의 분위기들을 파악할 수 있으니 공부가 되긴 했다. 그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관심 가는 프로그램이 없었는지 그냥 꺼버렸다. 꺼진 TV 화면에 자신이 비친 걸 멍하니 쳐다봤다. 방안은 다시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로 채워졌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싶었는지 오디오와 연결된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들었다. 두 귀 가득 노래가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가 노래를 듣는 것은 일반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하루 중에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현실의 구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일탈이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올 때까지 CD를 교체하기도 하고, 트랙 리스트를 넘기기도 하고, CD 커버 안에 적힌 노랫말을 읽기도 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자기가 이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부를 것인지 상상하기도 했다. 모든 노래를 자신의 음색으로, 자신의 색깔로 그릴 수 있다면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라 생각했다. 즐거운 상상이었다. 삶의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그는 몇 시간이고 노래 듣기에 빠지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그는 주위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 했다.
 “지금처럼.”
 그의 앞에는 소녀가 서있었다. 푸른 머리카락에 그와 닮은 얼굴을 한 소녀.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오랜만이야.”
 소녀는 말을 걸었지만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CD 커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소녀는 아직도 그러냐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시를 받을 때 손에 든 것을 빼앗거나, 헤드셋을 벗겨서 억지로라도 귀에 목소리를 찔러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윽고 그는 CD 커버를 내려놓았다. 헤드셋도 벗어 한 곳으로 치웠다. 그렇지만 소녀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오늘 하루 받았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아졌다. 그에게 목욕은 하루 일과의 끝이었다. 이 시간 동안 피로를 푸는 것뿐만 아니라, 내일 할 일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음악 구상을 하기도 했다. 그가 작사, 작곡한 노래의 대부분이 이 목욕 시간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목욕이 좋았다. 옆에서 쳐다보는 소녀만 없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소녀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아까처럼 말은 없었다. 그 역시 소녀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거실 거울 앞으로 가는 그의 뒤를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그는 머리를 말리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한 모금을 마셨다. 거실 불을 끄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로 들어갔다. 달이 푸른 빛으로 수놓은 이불을 덮는다.
 “잘 거야?”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소녀의 불만스러운 목소리였다. 어느새 들어왔는지 소녀는 그의 옆에 누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자기를 무시하고 잠에 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무시하고 잘 수도 있었지만, 소녀의 칭얼거림이 끝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인내심이란 것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소녀를 바라봤다.
 “왜 또 왔어?”
 “아, 말했다.”
 소녀는 빙긋 웃었다. 그는 그 웃음이 좋진 않았다.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뒤숭숭했다.
 “할 말 없으면 빨리 사라져.”
 그는 귀찮다는 감정을 내비쳤다.
 “할 말 있는데.”
 “뭐?”
 “빨래 안 널었어.”
 그 말에 그는 아뿔싸 싶어 벌떡 일어났다. 욕실에서 소녀를 무시하다가 세탁 종료 소리까지 무시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내일은 쉬는 날이니 그냥 내일 다시 세탁하자 생각하고 다시 누웠다. 크게 한숨을 쉬었다. 소녀는 옆에서 쿡쿡 웃었다.
 “그렇게 웃겨?”
 “응. 재미있어.”
 “퍽이나.”
 그는 등을 돌리고 자려 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소녀가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만날 이렇게 물어보니까 귀찮나 보네. 그럼 질문을 바꿀게.”
 소녀는 일어서서 그를 내려다 보았다.
 “왜 나를 받아들이지 않아?”
 똑 같은 정적이었다. 소녀도, 그도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다만 주위의 공기가 싸늘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침묵에 얼어붙던 분위기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그의 목소리에 깨졌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너 요즘 노래 별로 안 되지 않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는 정곡을 찔렸지만 태연하게 되물었다.
 “네가 날 안 보이는 척, 없는 척 하는 거 이해해.”
 “…….”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네가 뭘 알아!”
 그는 몸을 일으켰다. 소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소녀의 얼굴은 싸늘했다. 그의 눈도 날카로웠다. 당장이라도 서로를 물어뜯을 것 같았다. 아까보다 더 차가워진 분위기는 쉽사리 깨지지 않을 듯 했다.
 “알아.”
 소녀가 차갑게 말했다.
 “난 너니까.”

 “…….”

 “왜 그렇게 날 부정해?”

 “부정하는 게 아냐.”
 “그럼?”
 그는 가슴에 손을 대고 주먹을 쥐었다.
 “잊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야.”
 “죄책감, 말이지?”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아픈 추억, 어렸을 적 사고였다. 그 어린 나이에 눈앞에서 동생의 죽음을 보았고, 그것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조금만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넜어도, 그가 동생의 손을 잡고 있었어도 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은 없다. 그러나 그 죄책감은 그의 마음과 머리에 깊게 박혀 빠지지 않았다. 동생이 죽은 이후로 그의 부모가 날마다 싸운 것도, 그 때문에 서로 갈라진 것도, 엄마와 같이 살았지만 서로 없는 사람처럼 지냈던 것도, 학교에서 아이들의 수군거림도 모두 그 죄책감 때문이라 그는 생각했다. 그가 노래를 시작한 것도 동생이 그의 노래를 좋아해서였다. 혹시나 자신의 노래로 조금이나마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보컬리스트가 되었다. 하지만 부르고 또 불러도 그것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더욱 더 깊이 박혀서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았다. 듣는 사람은 차이를 모른다. 그 이상 또한 죄책감에서 나오는 부정이었으니까.
 그에게 노래는 용서받지 못할 속죄였다. 시시포스가 바위산에 커다란 바위를 영원히 올려놓지 못 하는 것처럼, 그도 그 속죄를 영원히 끝내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그는 생각을 달리 했다. 차라리 잊으면 그만이라고, 잊으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짐을 조금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잊으려 할수록 잊히지 않았다. 억지로 기억을 잊는다는 건 산 채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과 같았다. 그리고 잊으려 할수록 항상 그 앞엔 어렸을 적 자신이 나타났다. 처음엔 환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날마다 눈 앞에 나타나 말 한 마디만 꺼내고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그 모습에 그는 두려워졌다. 그리고 다시 동생 생각을 하면 소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나날을 지내다가 결국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금도 잊고 싶어?”
 소녀가 말했다. 그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살짝 끄덕였다.
 “그거 알아?”
 소녀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잊는다는 건 자기위안이야.”
 “…….”
 “너는 잊으면 그 죄책감을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소녀는 그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었다.
 “잊어도 가슴에 남은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아. 어쩌면 평생 갖고 살아야 할 거야. 그렇게 과거와 마주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를 위로하지. 모두 잊었다고, 난 이제 자유라고.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부서지는데 그걸 깨닫지 못 하지. 불쌍하게도.”
 “…….”
 “사람들이 그런 걸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
 소녀는 그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허세.”
 그가 흠칫했다. 소녀는 그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 역시 사람들 앞에서 태연한 척 했다. 과거의 사건을 덮어두고 자신은 멀쩡한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기뻐.”
 그 소리에 그는 소녀를 천천히 쳐다봤다.
 “이제라도 바라봐줘서.”
 소녀는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웃음이었다.
 “나를. 아니.”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를.”
 “……뭐?”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단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 같았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동생이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누나. 나 때문에 힘들었어?”

 어렸을 때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아, 아니. 전혀, 하나도, 안 힘들었어…….”
 그는 감정이 복받쳐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동생은 침대로 올라와 그를 껴안았다. 따뜻했다. 정말 살아있는 사람이 안아주는 것처럼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동생을 안았다. 이불이 얼룩지는 건 상관 없었다. 그에겐 이 따스함이 더 중요했다.
 “누나, 왜 노래할 때 안 웃어?”
 “으응?
 “항상 누나를 보면 노래할 때 안 웃었어. 나한테 불러줄 땐 웃었는데.”
 “보고 있었어……?”
 “응! 누나 노래가 최고로 좋으니까! 만날 보고 있었어!”
 “…….”
 그는 아무 말 없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나, 내가 죽은 건 누나 탓이 아니야.”
 “…….”
 “난 누나가 그 일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나가 힘들면 나도 마음이 아파.”
 “미안해, 마음 아프게 해서…….”
 “그러니까 이제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누나 탓이 아니니까.”
 동생은 껴안은 손을 풀고 그의 손을 잡았다.
 “누군가에게 잊히는 건 사라지는 거야.”
 소녀가 말했다.
 “잊히는 건 슬픈 일이야. 자신을 옆에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사라지는 걸 모른 채 살게 되는 거니까.”
 소녀는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때? 그래도 잊을 거야?”
 소녀의 담담한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지금까지 잊으려 해서. 둘한테 정말 미안해…….”
 “누나, 울지 마. 뚝!”
 동생은 그의 눈물을 닦았다.
 “응, 안 울게…….”
 “헤헤. 다행이다.”
 소녀와 동생은 환하게 웃었다. 그 역시 동생이 죽은 뒤로 지은 적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가볼게.”
 소녀가 동생의 손을 잡았다.
 “어, 어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지.”
 “안 가면 안 될까?”
 아쉬움이 담긴 그의 말에 소녀는 그의 가슴에 다시 손을 갖다 대었다.
 “기억해. 잊으려 하지 않는다면 우린 항상 네 곁에 있다는 걸.”
 그도 갖다 댄 소녀의 손을 포개며 말했다.
 “기억할게. 너희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걸.”

 

 다음 날 그는 일어나자마자 펜을 들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과 앞으로의 다짐을 오선지에 그렸다. 담고 싶은 말도 너무 많았고, 미안한 일도 너무나 많았다. 몇 분짜리 노래에 담기엔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담담하고 솔직한 노랫말을 써 내려갔다. 며칠 간의 휴가 동안 그는 그것에 모든 힘을 쏟았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앨범 작업 때문에 스튜디오에 들렀다. 녹음은 단 한 번의 NG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음향 감독과 스태프들도 전과는 다른 그의 행동에 기쁜 마음으로 녹음에 들어갔다. 마지막 노래 녹음이 끝나고 모두 수고했다는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에겐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는 가방 속에서 샘플 CD를 음향 감독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요?”
 “죄송하지만 이번 앨범에 히든 트랙으로 넣고 싶어서 제가 직접 쓴 노래입니다.”
 “허허. 이렇게 막무가내로.”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넣고 싶습니다.”
 음향 감독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알겠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 숙여 고맙다고 인사했다. 엔지니어가 샘플 CD에 담긴 MIDI 파일을 열어 조정하는 사이에 그는 다시 녹음실로 들어가 목을 가다듬었다. 시간이 지나자 음향 감독이 준비 사인을 보냈다. 그는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쥐듯이 주먹을 살짝 쥐었다.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기뻐 보이네.”
 “다행이다, 누나.”
 그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 사인이 떨어지고 헤드셋으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는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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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의 과거 극복을 주제로.

박효신의 야생화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노래를 야생화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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