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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왕의 괴물. 그리고 사냥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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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4, 2016 23:08에 작성됨.

엘프와의 전쟁에서의 개선식이 있던 날 밤.

아이리와 그녀의 부하들. 애플파이 군단은 크게 잔치를 벌였다.

 

살아남은 자들이 기쁘게 웃으면서 산해진미의 요리를 먹는다.

서로가 잔을 부딫치자, 술이 찰랑거리면서 그들의 소매를 기분좋게 적신다.

음악에 소질있는 사람들이 연주하는 악기소리에 맞춰, 즐겁게 박자를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 군단의 대장. 영원한 아이돌. 토토키 아이리는 상석이라 부를수 있는 곳에 앉아있었다.

 

"이 날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어..."

 

아이리가 루미를 바라보며 말한다. 루미는 언제나 그랬듯, 약간 뒷자리에 위치하여 서서, 팔짱을 끼고 무표정하게 축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오늘만큼은 웃어도 괜찮잖아? 이제, 다시는 검을 잡을 필요가 없을거야."

아이리의 말에, 루미는 자신의 등 뒤에 메단 검을 흘긋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검을 잡을 필요가 없다... 라."

 

그 말에, 아이리가 아차. 하는 얼굴로 루미에게 말한다.

 

"아. 하지만 루미는 검을 계속 잡아야하네... 미안. 아. 하지만 원한다면 괴물사냥꾼을 그만둬도 괜찮아?"



"이상한 소리를... 아이리. 괴물사냥꾼은 나의 천직이다. 내 숨통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나는 검을 잡아야 한다."

 

"부우... 루미의 고집은 못 말린다니까... 루미. 배고프지 않아? 오늘은 내 호위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축제와 같이 즐거운 현장이, 암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와 시간이다. 아이리."

"음... 그렇다면 술 한잔은 어때? 응? 루미. 부탁이야..."

 

"..."

 

아이리의 애원하는 듯한 눈빛에는, 루미는 예나 지금이나 약했다. 물론 안되는건 안되는 거였지만, 이러한 부탁정도는 들어줄수 있었다. 게다가 루미는 괴물 사냥꾼. 술 한잔 정도로는 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루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딱 한잔."

 

"정말? 기뻐! 자 여기!"

 

아이리가 술잔을 건네자, 루미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루미. 그 술병으로 먹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술병이라면..."

 

루미가 자신의 무릎부분의 주머니에서, 철로된 술병을 꺼냈다. 사실, 말이 술병이었지 그저 투박한 수통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었다.

 

"상관없다. 그럼 나부터 따르지."

 

루미가 오른손으로, 술잔에 술병을 기울였다. 꼴꼴꼴 소리가 나면서 채워지는 것은, 눈과 같이 새하얀 빛깔을 한 액체였다. 루미가 그것을 입가로 가져가 조심스럽게 마시자, 달콤한 눈사과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입안을 가득 채웠다.

 

"설주인가."

 

설주. 북방에서 소수의 부족이 제조하는 술로서, 북부지방에서 희귀한 눈사과를 담가 만드는 술이었다. 홍주와 비슷하게 희귀한 술로서, 보통 사람이라면 마실 일이 극히 적은 부류였다. 대부분의 술은 북방민들이 소비하며, 소수의 상인들만이 거래하기 때문이었다.

 

"설주! 나도 한번 마셔보고 싶은데..."

"글쎄... 이 녀석이 너에게 설주를 줄지."

 

"으음. 일단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군. 자."

 

 

루미가 술병을 건네주자, 아이리는 방긋 웃으면서 술병을 받아들였다.

 

"흐흠~ 뭐가 나올까..."

 

아이리가 술병을 기울이자, 나오는 것은 붉은 색의 액체였다.

 

홍주? 아니, 홍주라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붉었다.

아니, 그 이전에. 그 액체는

 

걸쭉하다 할 정도였으며

붉기만 한것이 아닌, 검붉은 것이었고

비릿한 냄새가 섞여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액체의 정체는 루미가 알기로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피...!'

 

그러나 루미가 뭐라 하기도 전에, 아이리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켜버린다.

 

"으음~ 이거 정말 맛있어!"

 

그렇게 말하며, 아이리는 루미를 돌아본다. 입가에 붉은 피가 묻어 뚝뚝 흐르는 그것은 아이리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그로테스크 해보여, 끔찍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아이리... 너..."

 

그 순간, 음악이 바뀐다. 뿔피리와 류트의 음악에서, 비명소리로.

 

살아남은 자들이 미친듯 웃으면서 엘프들의 몸을 뜯어 먹는다.

서로가 잔을 부딫치자, 피가 주르륵 흐르면서 그들의 얼굴을 붉게 만든다.

엘프들의 비명소리에 맞춰, 병사들이 그들을 창으로 찌르고, 검으로 베어간다..

 

"왜...?"

산해진미가 쌓여있던 식탁에는 엘프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비열하고 추잡한 웃음소리가 회장을 광기로 물들인다.

 

"넌 나를 지키지 못했잖아? 루미..."

 

"네가 나를 비난할수 있어...?"



"겁쟁이가. 겁쟁이가."

 

"아무것도 못한 주제에."

 

아이리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면서, 루미를 비웃고 조롱한다..

 

"이번에는 네 차례야."


"네가 죽어."

 

"넌 왜 살아남았지?"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이리가 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루미에게 다가간다.

 

"큭... 다가오지...!"

 

 

.

.

.

.

 

 

"...!"

 

루미가 번뜩 눈을 뜨며,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어제 상단이 빌린 여관방. 그녀가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갑옷은 벗어져 책상위에 놓여져 있었다. 아직 칠흑과도 같은 사막의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고, 여관 근처에서는 귀뚜라미가 찌륵찌륵 소리를 내면서 울고 있었다.

 

"환상... 인가?"

 

루미가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메달을 손에 쥔다. 메달은 한치의 떨림도 없이,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그저 꿈... 인가."

 

루미도 알고있다. 아이리를 호위하던 때는, 그녀의 행복하던 시기였음과 동시에, 죄책감으로 물들었던 시기라는 것을. 가끔씩 그녀안의 불안이 이러한 꿈으로 형상화 된것이리라. 애초에 아이리와 만났을때엔 술병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기였다.

 

"목이 마르군..."

 

루미가 갑옷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술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한모금 들이켰다. 달콤한 매실주가 목으로 넘어간다. 그녀의 입과 목의 타는듯한 갈증을 채워주기에 좋은 것이었다. 술병은 왠지 루미를 좋아하는듯 하여, 그녀가 술병을 열때마다 상황에 맞는 술을 따라주었다.

 

"으음. 고맙다."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고, 그녀는 술병의 뚜껑을 닫는다. 달콤한 매실주의 향이 남아있는것을 느끼면서,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눕는다. 꿈의 내용은 벌써 흐릿해지려고 하였지만, 피투성이가 된 아이리의 모습만큼은 루미를 괴롭혀댄다.

 

"..."

 

루미가 다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였지만,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 잠은 오래 잘수 없었다.

 

.

.

.

 

루미가 사막을 횡단하여 가니슈카로 가는 이유는 하나... 바그다그의 에미르. 살하르 앗 딘이 그녀를 호출하였기 때문이다.

 

바그다그의 에미르는 아직 이십대의 불과하지만 유능하고 뛰어난 정치적인 수완을 가진 사나이였다. 전임자였던 그의 아버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살하르 앗 딘 줄여서 살하딘은 그보다 뛰어난 수완을 지닌 사내였다. 그가 맡은지 5년이 되가는 바그다그는 전보다 더욱 번성해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그 에미르가 어떻게 루미를 알게 되었는가? 그것은 어느 의뢰자로부터 받은 저주의 근원이, 살하딘(당시에는 후계자)의 정적(덧붙여 저주의 이유는 후계자를 암살하여 자신이 에미르가 되기 위한것)을 죽였던것에 기인한다. 비록 의뢰자는 전혀 다른 이였지만 살하딘는 깊게 감사하였고, 그녀를 귀빈으로서 대우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이후로 만난적은 없었지만, 어느날 동부 지역을 돌아다니던 도중 구릿빛 피부를 지닌 남자가 에미르가 자신을 찾는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가능한, 이번에 맡은 임무가 끝나시면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가니슈카로 돌아갔다.

 

'그 젊은 에미르가 나에게 의뢰라... 아무튼, 이번 의뢰가 끝나면 가니슈카로 가보자.'

 

루미는 맡고있던 의뢰를 끝낸후, 말을 타고 가니슈카로 말머리를 돌렸다. 가니슈카로 가는 길에는 거대한 사막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보통은 상단과 같이 가는것이 상식이다. 특히 괴물사냥꾼은 상단에서는 환영받는 존재였는데, 자체가 우수한 전력인데다가 사막의 괴물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신용있는 상단의 호위 신청을 하자, 즉각 OK사인이 떨어진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중간에 도적단의 습격도 있었고 사막 모래벌레의 습격도 있었지만, 루미는 무사히 상단의 호위를 완수하였고, 오늘이 바로 바그다그로 도착하는 날이었다.

 

"이것 참. 와쿠이씨 덕분에 저희가 무사할수 있었습니다."

 

"별 말씀을. 부디 좋은 장사가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이것은 사례금입니다. 거기에다가 감사의 의미로 더 넣었으니, 확인해주시길."

 

남자가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네자, 루미는 그것을 옷 안쪽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루미가 짧게 목례하며 인사하자, 남자 역시 고개를 숙이면서 답례하여 인사하고, 루미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상단 휴게소를 벗어나, 바그다그는 루미의 기억과는 상당히 달라져있었다. 젊은 에미르가 막 에미르가 되었을 시절에도 나름대로 번성하였지만, 지금은 더욱 번성하고 있었다.

'바자르' 가니슈카 방언으로 시장이라 불리는 곳에는 진귀한 물건들이 널려,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고 귀족이나 평민 가릴것 없이 바자르에서 진귀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음식을 사먹고있었다. 이런 거대하고 활기찬 시장은 대륙에서도 몇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루미는 바자르로 들어간다.

 

"와인! 두캇 공화국산 와인입니다!"



"얼음곰의 모피입니다! 가죽갑옷, 옷! 모두 좋습니다!"



"지즈꼬치! 매운맛. 달콤한 맛. 전부 있습니다!"

 

"...하나. 바베큐맛으로."

 

"옙! 여기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우물우물

 

부드러운 지즈 다릿살이 노릇하게 구워져 약간 딱딱해진 것에 바베큐 양념을 바른것. 겉보기에도 맛있어 보였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그 맛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맛있군...'

 

맛을 보면서 조용히 감탄하는 루미. 루미는 우물거리면서, 바자르를 둘러보았다.

 

'굉장해졌군... 바자르.'

 

지즈꼬치를 우물거리면서, 루미는 바자르를 구경한다. 분명 에미르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던것 같지만, 아무리 루미라도 눈길을 빼앗길수밖에 없는 것들이 바자르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루미의 시선을 끈것은 역시 무기라고 할수 있었다..

 

어느 대장간 근처를 지나가던 도중, 루미는 문득 대장간 안에 시선을 옮긴다.

 

"음..."

 

대부분은 보석이 박히고 화려한 검집(상아로 만들어졌다던가, 붉은 보석이 박혀있다던가 그런 형태였지만, 루미의 눈길을 끈것은 다른 것.  구석에 놓여진, 수수한 단검이었다.

 

'호오.'

 

깡! 깡! 쇠가 두드려지는 소리와 철이 녹는 냄새는 본부에서도 흔히 듣고, 맡을수 있는 것이었다.

 

주인은 아마 30대쯤 되어보이는 남성으로서, 다부진 근육을 한 대장장이였다.

 

"오. 어서옵쇼!"

 

"실례하오만, 잠깐 이걸 봐도 좋겠소?"

 

"오. 괴물사냥꾼 나리. 역시 보는 눈이 보통이 아니시구만."

생김새는 쿠크리조차 아닌 그저 아주 직관적인 형태의 단검이었다. 루미가 검집에서 단검을 뽑자, 회색빛의 철이 태양빛을 받아 번쩍하고 빛나며 예기를 드러냈다. 장식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검날의 물결무늬가 특히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 철... 다마스커스 철인가?"



"잘 아시는구먼요. 다마스커스 철은 다루기 힘들지만, 단단하지요! 저희 아버지가 만드신 겁니다."



"뛰어난 장인이시겠군."

 

"흥. 뛰어나다니. 거리에 널린게 나 같은 장인이다만."

 

루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늙었지만 강직한 음색의 목소리가 대장간 안쪽에서 들려왔다.

 

"아... 아버지. 몸도 안 좋으신데..."

 

안쪽에서 나온 것은, 지팡이를 짚은채 절뚝거리면서 나오는, 늙었지만 완고해보이는 노인이었다.

 

"비켜라. 내 자식에게 부축받을만큼 늙지도 않았어."

 

"...어르신이, 이 단검을 만드셨습니까?"

"...그래."

 

"이 만큼 훌륭한 검은 오랜만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만드신 것인지요?"

"흥. 그건 두달전에 만든거다."

"두달...?"

 

루미가 단검을 바라본다. 이런 명품이 두달이나 진열대에 널려있었다는것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왜. 냐고 묻는 듯한 얼굴이구만... 최근 사람들은 검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



"...?"



"저 칼들 보이나? 상아로 칼집을 장식하고, 보석을 박은 것들? 저 검집속에 담긴 검이 어떤지 보았나? 평범한 것들일세. 내가 그냥 대충 만들고, 아들 녀석이 대충 만든것 뿐이라네. 저것들을 주문한 졸부들은, 칼은 아무래도 됬으니 빨리 만들어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화가 나, 대충 만들어줬더니만 그걸로 만족하고 돈을 주는 꼴이라니..."

 

"아버지..."

 

그렇게 불만을 토하던 노인이었지만, 이내 한숨을 쉬면서 루미에게 입을 열었다.

 

"...뭐. 오늘까지 그 검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안 나왔을 경우에는 완전히 망치를 놓으려고 했다만... 아직까지 검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있었구만... 그 단검은 가져도 좋네."

"...?"

루미가 깜짝 놀란다. 아무리 단검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명품인 검은 매우 비싼것이 분명하다. 루미도 방금 벌었던 돈 전부를 줄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아뇨. 그럴수는 없습니다. 돈은 지불해서..."



"어허. 돈은 받을수 없네. 돈을 받을 바에야 바자르에 뿌리고 말지!"

 

"어르신."

 

"아니아니. 그냥 가지셔도 좋습니다. 아버지의 고집은 정말 완고하거든요... 게다가 저도 대장장이. 생계를 위해서 화려한 검을 만들지만, 진정한 검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 만큼 기쁜것도 없으니까요."

 

이 이상 거부해봐야, 노인에게 수치를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루미는 조용히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오오. 잘 쓰게나. 괴물사냥꾼은 본래 장검을 쓰지만 유사시의 무기로 단검만큼 좋은것도 없지..."

 

"그 말대로입니다. 어르신."

 

물론 그녀가 본격적으로 전투를 치룰때엔 그녀의 미스릴 검으로 사용하지만, 루미가 단검을 쓰지 않는것은 아니었다. 급하게 무기를 뽑을때, 섬세한 작업을 할때등, 괴물사냥꾼은 의외로 단검을 사용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급하게 뽑은 단검으로 기습하려는 괴물이나 인간을 맞받아 쳐야할때도 있었고, 암살을 할 때에도 아주 유용한 무기였다.

 

루미가 단검집에 단검을 끼워넣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부디 그 칼이 자네를 위기에서 구원해주기를."

 

노인이 미소지으면서, 루미에게 말하였다.

 

대장간에서 나온 루미는, 그제서야 용무가 생각난듯, 바자르를 떠나 에미르의 저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에미르의 저택은 바자르에서도 보일만큼 거대하였기에 루미는 헤메지 않고 그곳으로 향할수 있었다. 사실 말이 저택이었지 그곳은 작은 궁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정도였다.

제국도 그렇고, 미시로도 그렇고, 가니슈카도 그렇듯 집의 웅장함이 그 사람의 권위의 척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라다 공작가도 그렇고, 레이코의 창관도 그러하고, 에미르의 집도 그러했다. 저런 거대한 집은 그의 가니슈카내에서의 권위를 잘 알려주듯 호화롭고 거대하였다.

 

경비병은 자신의 정체를 말해주니 바로 저택의 문을 열어주어 그녀가 들어갈수 있게 하였다.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길."

 

"알겠다."

 

루미의 민감한 후각이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이질적인 향기를 감지한다. 그러나 나쁘거나 한 효과를 가진것이 아닌 향기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류의 향이었다.

 

'저번에 왔을때보다... 장식물들이 더 좋아졌군. 더욱 고급스럽게.'

 

오른쪽에 걸려있던 짐승의 가죽은 눈 호랑이의 가죽에서 설원 검치호의 가죽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물론 희귀한 쪽을 비교한다면 검치호의 쪽이 몇십배 더 가치 있음이 당연하다.

그 옆에 걸려있던 짐승의 이빨은 새로 걸려있는 것이었는데, 그 크기가 검치호의 엄니보다도 거대하고, 이질적인 것이었다. 루미가 알기로, 저런 이빨을 가진 동물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크라켄의 이빨...'

 

크라켄은 그 흉폭함도 흉폭함이거니와, 잡기도 거의 어려운 종족이다. 가끔씩 한번 잡을때마다,크라켄의 모든 부위는 전리품으로서 팔려나가는데, 제일 값나가는것이 이빨이었다. 문어조차 조그마한 이빨이 있는데 크라켄이라고 이빨이 없겠는가? 그리고 그 크기에 비례해 매우 거대해져서, 참으로 값나가는 전리품이라고 할수 있다.

 

'겉으로 느낀것 뿐만 아닌, 실제로도 그런것 같군...'

 

"실례하겠습니다. 와쿠이 루미님."

 

"아, 그...래?"

 

루미가 목소리가 나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루미가 약간 놀라면서 말을 더듬었다. 가니슈카인들은 대개 갈색피부를 지니거나, 혹은 아예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눈 앞의 시녀는 피부가 도자기같이 새하앴고, 머리카락도 가니슈카에서 볼수 없는 색인 은발이었기에 순간 놀란 것이다.

 

"무슨 일이신지요?"



"아. 아니. 미안하군."

 

"...? 에미르께서 와쿠이님을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시녀의 말에 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루미는 시녀를 따라, 저택 깊숙한 곳에 있는 에미르의 방에 도착할수 있었다.

 

똑똑

 

"에미르이시여. 괴물사냥꾼. 와쿠이 루미를 데려왔습니다."

 

"들어오도록."

 

시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방 안쪽에는 에미르가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워있었다.

 

"쉬는 중이셨습니까? 에미르."



"그렇습니다. 루미."

 

에미르가 숨을 내쉬자, 약간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샤가 부글거리는 소리였다.

 

"기다릴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루미. 시간은 금이니까요.

 

에미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시녀가 침대위에 놓인 시샤를 에미르의 책상으로 옮겼다.

 

"물러가도 좋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저 시녀. 어디에선가...'

 

루미가 더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시녀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고, 에미르가 입을 열었다.

 

"짐작 하셨겠지만... 당신에게 맡길 의뢰가 있어 당신을 불렀습니다."

"무엇입니까?"

 

"...퇴치의뢰입니다."

 

"저를 불렀다는 것은..."

"당신과도 같은 괴물사냥꾼이 맡아야하는 임무. 라는 것이지요."

 

"..."

 

루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미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불온한 의식이 어디선가 행해진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걸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건 미요의 이야기가 아닌 루미씨의 이야기입니다. 죄송합니다.

시점은 현재 진행되는 이야기의 약간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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