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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가키 카에데 "The End of the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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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4, 2016 02:34에 작성됨.

몇 가지 앞선 이야기.

(1) 상편입니다. 하편 Wish Upon a Star로 이어집니다

(2) 타케P같지만 타케P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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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언제나와 같은 날이었다. 라이브가 끝난 후, 카에데 씨랑 항상 가는 선술집에서 한 잔. 메이크업 팀과 음향 팀, 그리고 조명 팀과 하는 화려한 1차 후에, 카에데 씨를 데려다준다는 명목 하에 집 근처에서 가볍게 하는 2차. 2차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오늘의 라이브, 라이브와의 비교, 사무소의 이야기, 레슨의 힘든 점들, 어떨 때애는 그저 썰렁한 개그를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밤바람을 쐬면서 그녀의 맨션 앞까지 그녀를 바래다주는 것. 그 짧은 밤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거리 동안, 우리는 마법이 걸린 신데렐라와 마법사에서 다시 평범한 사람과 재투성이로 돌아오곤 했다. 특히나 오늘은 기념할 만한 라이브였다. 제 6차 신데렐라 걸 라이브. 오직 그녀만을 위한 무대에, 그녀만을 위한 이야기. 라이브는 성공이라고 하기에 너무 약했다. 그건 어떻게 보면 타카가키 카에데, 라고 불린 아이돌의 혼을 담은 라이브였고, 라이브가 끝나자마자 거대한 돔은 사람들의 환호소리로 가득 찼다.
 
"별똥별을 찾아보자 날이 밝기 전에"
"시마무라 씨의 노래...인가요?"
 
대답하지 않고 카에데 씨가 술잔을 들었다. 나 역시 마주 술잔을 들었다. 쨍 하는 소리가 울리고, 술의 뜨거운 느낌이 목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카에데 씨는 술잔을 보더니, 말을 꺼냈다.
 
"사케가 살살 넘어가는 시간..."
"..."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앞의 튀김 하나를 꼬치에서 빼서 입으로 옮겼다. 오늘은 카에데 씨가 사는 날이었다. 저번 라이브때는 내가 샀던가? 둘 중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침묵 사이에서 이 관계는 유지되고 있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도?"
 
하지만, 침묵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나는 카에데 씨의 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오른쪽의 녹색 눈과, 왼쪽의 청색 눈이 흔들리는 술잔 뒤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카에데 씨는 말하기 힘든지 술을 한잔 더 들이켰다. 나는 지나가던 종업원을 불러 물을 한 잔 주문했다.
 
"...그렇게 말을 돌리시면 눈치챕니다."
"어머, 알고 계시면서도 묻는 건가요."
 
카에데씨는 거짓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항상 이래왔다. 순수하면서도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항상 진심을 담는다. 마치 별 같았다. 손을 내뻗으면 손에서 빠져나가고, 쫓아 달리면 마치 놀리듯이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별빛을 보여주고, 방향을 보여준다. 
 
"프로듀서, 유성에 대해서 아시나요?"
 
어쩌면, 그 질문으로 나는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유성펜으로 그린 유성..."
 
"유성..."
오늘 이상하게 많이 나오는 단어이자, '어떤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나는 단어를 소리내지 않고 입 안에서 굴려봤다. 카에데 씨의 미소가, 나를 향했다.
 
그 다음 나올 것이 뻔한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였던 것일까. 종업원이 내려놓은 물병을 들어 물을 따른 건, 누가 봐도 취한 카에데씨가 아니라 나였다.  술집의 뜨거운 공기와 만나 생긴 이슬의 찬 감촉이 손을 파고들었다. 찬물의 감촉이 목을 넘어가고, 냉기가 머리로 올라갔다. 카에데 씨 역시, 술에 취해 있었지만 눈을 전혀 취하지 않은 듯이 빛나고 있었다.
 
"유성에 소원을 세 번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네"
 
어릴 적에 자주 들은 이야기였다. 항상 빌고는 싶었지만 소원의 두 번째 쯤에서 항상 유성은 그 꼬리를 감추고 빛을 잃곤 했다.
카에데씨는 웃더니, 입을 열었다.
 
"유성은 스스로를 불태워 떨어지며, 여러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주죠. 짧은 시간 동안 떨어지지만, 그만큼 수많은 사람의 눈을 끌어당기는 것이 유성이기도 하죠."
"카에데 씨."
 
나는 손을 뻗었다.
카에데 씨는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내 입술에 밀어붙였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실거죠? 프로듀서?"
"왜인가요? 제가 무언가 부족했나요? 라이브 장소가 문제였나요? 업무량이? 그것도 아니면..."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가 - 말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아니요."
 
카에데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후훗, 프로듀서는 프로였어요..."
"프로듀서, 신데렐라는 마법이 풀리기 전, 가장 아름다운 12시에 유리구두를 남기고 성에서 떠났지요. 어제로, 저에게 걸린 마법은 바래가고 있어요."
"그렇다면 제가 다시!..."
"막은 내렸어요 프로듀서, 앞으로 이야기는 이어져 나갈 거에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쓰는 건 제가 되어서는 안되요."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마치 커튼이 내려온 듯, 스테이지의 열광에서 한 걸음 떨어진 무대 뒷편으로 들어온 듯, 테이블 밖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전부 두꺼운 커튼을 통한 듯 잦아들었다.
 
"왜인가요?"
 
똑같은 왜를 묻는 질문, 하지만 담겨 있는 의미는 달랐다.
아까의 '왜'가 물질적 이유였다면, 이번의 '왜'는 조금 다른, 결심의 이유를 묻고 싶었다.
카에데 씨는, 타카가키 카에데는, 웃었다.
 
"프로듀서"
"네?"
"아이돌이란 뭘까요?"
"별입니다."
 
나는 즉답했다. 그 말은, 내가 항상 하고 다니는 말이었다. 아이돌은 태양이 아니다. 항상 빛나서 인생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니까. 아이돌은 달이 아니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받아 비출 뿐이니까. 아이돌은 별이다. 밤이 되었을 때, 빛이 없을 때, 태양조차 뜨지 않고 달은 구름 뒤로 숨었을 때, 빛나는 한 줄기의 별이다. 흔들리지 않고, 계속 한 방향을 가리키는, 말 그대로 북극성이다. 사람들은 어두운 밤에 별을 보고 힘을 얻고, 비록 희미할지언정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는, 별이다.
 
카에데씨는 눈웃음을 지었다. 팬들이 신비해서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그 미소. 그러나 그 미소는, 적어도 지금은, 슬퍼보였다.
 
"프로듀서, 별이 어떻게 죽는지 알고 계시나요?"
"...모릅니다."
 
아니, 거짓말이다. 알고 있었다. 무게가 가벼운 별은, 점점 커지다가 줄어들어서 빛이 꺼지다가, 사라진다.
 
"무거운 별들은 말이죠, 사라질 때가 되면 커진다고 해요."
 
적색 거성. 무게 일정 이상 별의 최종형태.
죽믕을 예감하는 별은 점점 커져간다. 점점 붉게 변하면서,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부는 풍선처럼.
 
"빵."
 
카에데씨가 소근거렸다.
 
"환한, 흰 빛을 내면서- 우주 끝까지 내가 살아있단 것을 알리면서"
"모든 사람이 한번 정도는 쳐다보는 빛을 뿌리면서, 사라져요"
 
- 그리고 그 죽음은, 성운(nebula)가 되어 다른 별들의 거름이 된다.
 
저는, 그렇게 사라지고 싶어요.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말하고 싶었다. 
타카가키 카에데, 그녀는 너무나 아이돌을, 너무나 팬을 좋아했다.
팬을 위해 울음을 참고, 노력하고, 백조처럼 발버둥치면서 우아하게 지낸다
 
- 최고의 저를, 모두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전달되어온다.
이 말을 하는 것이 맞는 걸까? 틀린 걸까?
 
"시간이...늦었습니다. 들어가시죠."
 
나는 결국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어가는 밤거리로 나갔다. 베일같은 밤바람이 살갗이 드러난 부분을 휩쓸고 지나가자, 방금 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카에데씨의 맨션 앞까지 걷는 그 10분, 10분동안 밤바람만이 우리를 스쳐지나갔고,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은 밤 되십시오, 카에데 씨."
"네, 프로듀서도"
 
평소와 같은 말이었지만, 평소와 같은 분위기는 없었다. 나는 목에 손을 대었다.
핀 적도 없는 담배가 끌렸다.
 
"...은퇴라..."
 
나는 목 뒤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프로듀서는 아이돌에 가장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밤바람처럼 나를 감쌌다.
그녀의 그 푸른 눈동자, 초록 눈동자에는 무엇이 보이는 걸까? 어디를 보고있는 걸까?
바람이 나를 감쌌다. 술에 의해 따뜻해져서 그런지, 추위가 강하게 느껴졌다.
 
"유성..."
 
작년 이맘때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각났다. 사무소의 거대 트리에, 아이돌들은 매년 소원을 쓴 종이 별을 달곤 했었다.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가 별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느낌. 사무소는 다들 톱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면 타카가키 카에데는 꿈을 포기한 걸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꿈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고, 타카가키 카에데는 그녀가 원하던 꿈의 그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녀는 스테이지에서 행복했고 - 사람들은 그녀에 열광했다.
 
"초신성폭팔..."
 
나는 그녀의 은퇴를 말려야 할까?
 
스스로가 가장 빛날 때 내려오고 싶다는 말은 틀린 점이 없다.
그 히다카 마이도 그랬었고, 수많은 아이돌들이 그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래도 팬으로서는
단 한 순간이라도, 
 
- 계속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것은 첫 번째 고집일지도 몰랐다. 목에 올라간 손이 얼굴을 타고 올라와 양 눈두덩을 눌렀다. 
지금까지 겪지 못햇던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무의식이 배를 타고 올라와 폐에서 형태를 이뤄, 목을 타고 밖으로 나왔다.
 
"...더 큰 별은 말이죠, 너무 커지면 줄어듭니다." 
"줄어들고 줄어들어, 검은 구멍이 됩니다."
 
-그걸 블랙홀이라 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일정표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항상 들고다니던 볼펜을 꺼내서 그 일정표에 전부 X를 친 후, 볼펜을 등 너머로 던져버렸다.
퐁당- 안전펜스를 넘어간 펜이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름이 낀 도심의 밤하늘은, 별을 찾지 못할 만큼 어두웠다. 전차의 막차를 알리는 진동알람이 울렸다. 나는 공원을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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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제 전작인 아리스의 P와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같은 P는 아닙니다. 평행세계라고 보면 될까요?
다음 하편인 Wish Upon a Star가 완결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차기작은(아리스 완결 후)
 
(1) 시부린 결혼하는 이야기
(2) 우즈키 대학 진학하는 이야기
(3) 나나와 쌍둥이 남매인 프로듀서 이야기 
(4) 카렌의 마지막 라이브 이야기
 
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중 뭐가 먼저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앞으로도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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