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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죠 히카루 "히어로가 내 노래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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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6 02:15에 작성됨.

 

덜컥-!

 

"오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등장!...어라?"

 

 기운차게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열정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는 작은 체구의 소녀는, 아무도 없는 내부를 보고 허탈한 목소리를 내며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익숙한 듯 문을 닫고 걸어 들어가 소파에 자리를 잡아 텔레비전을 켰다.

 그녀의 이름은 난죠 히카루. 14살이라는 나이에 아이돌 사무소에 들어와 활동을 하고 있는 특촬물의 히어로를 너무 좋아하는 열정 가득한 소녀다. 아이돌이 된 이유도 노래로 유명해지면 특촬물 히어로 작품의 주제가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지망한 것이기에, 그녀는 아이돌이 되어서도 그쪽 컨셉을 미는 특이한 개성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는 이따금 사무소에서 힘이 없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오늘도 프로듀서는 바쁜가..."

 

삑-

 

-지금 이곳은 아수라장으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토끼 인형 모습을 한 괴인의 난동으로 시민들은 긴급하게 대피를 하고 있으며 현재 우타레인저가 괴인과 격투를 벌이며 시민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앗, 우타레인저!"

 

 텔레비전을 틀자마자 나온 것은 긴급 속보를 내보내는 방송이었는데, 그곳에는 특촬물 따위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도시를 습격한 괴인들과 도망치는 시민들, 그리고 그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특촬물 주인공들 같은 복장을 한 히어로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잠시, 얼마 가지 않아 카메라를 든 사람과 리포터에게 괴인의 부하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우타레인저가 싸우는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었다.

 

"아...!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주먹을 쥐는 그녀의 모습은 소녀보다는 한창 때의 히어로를 동경하는 소년과 같았다. 그녀가 사는 세상은 특이하다. 예전에는 그저 픽션이라고 생각했던 정체를 감추며 싸우는 히어로 전대와 그런 히어로들과 싸우며 세상을 위협하는 괴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일본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괴인들은 각국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지만, 일본은 믿음직하지 못한 자위대 대신 우타레인저라고 자신들을 자칭하는 히어로들이 나타나 싸우며 사람들을 지켜주는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사는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며, 인터넷에는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서 올리는 영상이나 바로 앞에서 찍은 영상이 올라오면 추천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등, 그들의 인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잠시 문제가 생겨 연결이 끊겼습니다만, 다행이도 우타레인저가 괴인을 쓰러뜨리고 승리하였습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을 지켜준 우타레인저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는데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들에게 긴급 취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 우타레인저의 취재? 히어로한테 괜찮은 건가!?"

 

 걱정이 된다. 히어로는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이들인데도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때문에 정체를 숨기기 힘들어진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 히어로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히어로들의 정체를 모르는 체로 묻어두자고 말하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이기적인 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자신들의 만족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자신들을 지켜주는 이들조차 위험하게 만드는 무지함을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우타레인저 여러분, 잠시 취재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잠깐, 괜찮은 거야? 프...아니, 레드.

 

-조금만, 조금만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갖고 있는 관심에 조금만 보답해주세요!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거네요...후후후...

 

-그린은 좀 조용히 할까?

 

-어머, 재미 없었나요. 블루?

 

"저 둘은 예전에 사람들이 찍은 영상에서도 저랬었지...꼭 만담 콤비 같네..."

 

 우타레인저는 특이하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전대임에도 남성으로 보이는 인원은 리더인 레드 한 명이며 핑크와 옐로우는 물론이고, 블루와 그린 같은 남성 멤버일 것 같은 색을 가진 이들도 모두 여성 멤버들이었다. 물론 히어로에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네요...음.

 

"앗, 뭔가 나오나?"

 

-최근에 즐겨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아이돌 곡인데...히어로가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는 건 좀 이상합니까?

 

-아뇨, 인간적이고 좋습니다! 그러면 좋아하시는 곡은?

 

-아...그게, '한데 모아 저스티스!'라는 곡입니다. 정의를 노래하는 가사나 활기찬 곡의 분위기 덕분에 이따금 히어로의 마음을 되새기곤 합니다.

 

-그렇군요!

 

-레드 씨,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닌가요오?

 

-맞아,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잖아?

 

 인터뷰에 성실하게 대답하는 레드에게 다가온 핑크와 옐로우는 그에게 충고를 하며 인터뷰를 끝낼 것을 귀뜸했고, 그에 다급해진 리포터는 급하게 두 사람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저, 저기 괜찮으시다면 다른 분들도 한 마디씩!?

 

-네? 아...그렇네요. 세계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일본에서 운명적인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해서 마...핑크는 싸울 거랍니다. 우후후후...

 

-어린이들은 나라의 꿈나무라고 하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후히히...아니, 그게...열심히 할 거라구!

 

-히어로 활동을 끝내고 마시는 술은 정말이지 술술 넘어간답니다.

 

-나도 알아~...가 아니라! 어흠, 세상 모든 여성들이 괴인들 때문에 잠을 못자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 이상!!

 

-그럼 이만!

 

-앗...아...

 

 일반인의 능력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도약력으로 건물 위와 사이를 뛰며가며 모습을 감추는 우타레인저의 뒷모습을 보고 리포터는 아쉬워하는 마음이 담긴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헛기침을 하고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

 

-어흠, 이상...현장 리포터였습니다.

 

"우...아..."

 

 생각보다 리포터의 말이 끝나며 현장 중계는 끝이 나고 채널은 다시 본래 방영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지만, 히카루에게 그런 내용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본 인터뷰에 나온, 레드가 즐겨 듣고 있다는 곡이 바로 자신이 부른 노래라는 사실에...그녀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싶을 만큼 감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큰 기쁨이 오히려 가슴이 아려올 정도여서 그녀는 그만 눈물을 흘렸다.

 

"우타 레드가...내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어. 히어로가...내 노래를..."

 

덜컥-

 

"후우...정말인지 눈치 없게 나타나서...어?"

 

"아..."

 

"히카루? 너 혼자 있...어!? 잠깐, 너 왜 울고 있어!?"

 

 그녀가 마음 속에 남아있는 깊은 여운에 눈물을 흘리며 지금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돌연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가 들어왔고, 그러다 눈이 마주쳐 말을 걸다가 그녀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 프로듀서...그게...너무 기뻐서 어쩐지 눈물이 나서..."

 

"기뻐서 눈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고..."

 

"프로듀서, 빨리 안들어가고 뭐해? 나 피곤...앗, 히카루~"

 

 프로듀서가 당황하며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할때, 이번에는 그의 뒤를 따라 같은 사무소 소속 아이돌인 갸루계의 카리스마 아이돌 죠가사키 미카가 들어왔고, 이내 사무소 안에 있는 히카루를 보고 반가워했다. 물론 그녀도 뒤늦게 히카루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엣, 왜 울고 있어!? 무슨 일 있었니?"

 

"아, 그게..."

 

"괜찮으니까 이 미카 언니에게 말해봐! 소파에 앉아서 얘기할까? 언니 무릎에 앉아서 얘기할래?"

 

"어?"

 

"야, 미카..."

 

"왜? 난 그냥 사랑하고 아끼는 후배가 울고 있으니까 걱정이 돼서..."

 

"우후후...미카 양도 자기자신에게 충실한 것 뿐이니까요오..."

 

 미카가 프로듀서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입을 삐죽 내밀고 있을 때, 언제 들어온 것인지 모를 같은 사무소 소속 아이돌 사쿠마 마유가 프로듀서의 옆에 서서 미카를 변호해 줬다.

 

"봐, 마유는 인정해주잖아?"

 

"아, 그러세요. 그래서, 히카루는 왜 울고 있었어?"

 

"그래, 프로듀서랑 이 언니에게 말해봐...상담해줄 테니까. 후히히..."

 

"그게...그게 말이야..."

 

"응?"

 

"조금 전에 텔레비전에서, 우타레인저가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아..."

 

"..."

 

 순간, 감격해서 사정을 얘기하는 히카루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굳으며 표정도 따라서 굳었지만,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순수한 소녀는 이야기를 끝까지 했다.

 

"우타 레드가 내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어!"

 

"아...아, 아하~!"

 

"뭐야, 그 얘기였구나~"

 

"응?"

 

"아, 아니...나도 들은 얘기야. 뭐, 확실히 히카루 노래가 좋긴 하지!"

 

"잘하면 홍보 효과도 생길지 모른다고 프로듀서 씨가 좋아했어요."

 

"히어로가 내 노래를 좋아해!! 난 그거면 만족해!"

 

"하하하, 히카루가 만족한다면 잘 된 거지. 그래도, 앞으로도 더 높은 곳을 노려야 한다? 안 그러면 우타 레드가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응!!"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녀는 그저 힘차게 대답하며 가슴 속으로 다짐한다. 보다 훌륭하고 멋지게 빛나는 아이돌로 성장해서, 히어로가 자신의 노래를 듣고 활력을 얻어 싸울 힘을 얻는 그런 미래를 손으로 잡아 보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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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이퍼 유니버스와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하는데 거기에 나온 특촬물 히어로 컨셉의 캐릭터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난죠 히카루를 주인공 아닌 주인공 내용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음...추천수가 많으면 후속편이 나올지도...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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