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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담아온 종목은 다르지만. 지금 노리는 건 하나.-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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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30, 2016 16:34에 작성됨.

-"프~로듀~서 씨이이이이이이~~~ 저 잡아보세요~"

 

"야! 무슨 여자애가 나보다 더 빠르냐!!!"

 

-"헤헹~ 프로듀서가 느리신 거 아니에요? 제가 빠른 건 아니라구요? 프로듀서가 자주 쓰던 말 중에 똥차라고 있던데. 그거 아니에요?"

"아니 마코토 너 이 자식...... 으으...... 어딜 발로는 전국구로 날렸던 나한테 똥차라는 말을...... 야 임마! 잡히면 저쪽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버릴 줄 알아!!"

 

지금 보이는 모습은 다들 알 만하다시피 마코토와 마코토의 프로듀서인 나였다.

지금 내가 보이는 반응은 고작 열 일곱살인 여자아이에게 똥차 소리 한 번 들었다고 꼴값을 떨고 있는 한창 때의 주책 청년일 뿐이겠지만.

 

뭐 상황을 좀 설명하자면. 나는 지금 마코토와 같이 체력훈련을 돕고(혹은 같이 하고) 있다.

아이돌과는 급이 다른 수준의 운동을 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일단 체력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이 뛰기 시작했지만 남은 건 나와 마코토뿐이었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도저히 이 운동장 바닥 잔디만 봐도 헛구역질을 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사무소로 돌아갔다...

뭐 엄밀히 말하면 야요이까지 있으니 일단은 셋이긴 한데. 야요이도 지치지 않고 씩씩하게 달리고는 있는데 키가 작아서인지 속도가 느려서 뒤쳐졌다

 

-"흐와아~ 역시 프로듀서 씨랑 마코토 언니네요...... 지치지도 않고......"

 

"야요이짱. 내가 한창 때는 말이지~ 진짜 별명이 그라운드의 독사였다구?"

 

-"그래서 그 독사가 지금 여자애 하나 못 쫓고 있는 건가요?"

 

-"마코토 너 이녀석 잡히면 가만히 안 둔다!!!"

 

솔직히 아까 내가 말했던 그라운드의 독사 시절은 다 옛말이다.

한 시즌 세자릿수 도루를 세계에서 3번째로 달성하고 사상 최연소 500도루를 성공한 사람이 나였다.

제 2의 후쿠모토 유타카. 아시안 리키 헨더슨이라는 별명까지 받으며 한창 주목받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무릎이 영영 아작나버려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일단 다쳐서 일찌감치 선수를 접는다 해도. 그러면 주루코치라도 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또 그게 어찌된 일인지......

 

-툭. 툭. 툭. 툭. 툭

 

운동장 저편에 작달막한 두 사내아이가 축구를 하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꽤나 기술이 좋은 아이들로 보였다.

 

"쟤네들. 프로 지망생인가......?"

 

-"프로듀서 씨. 벌써 지치신 거에요?"

 

마코토는 그 와중에도 틈을 잡고 놀려먹으러는 걸까.

 

"아니야! 그냥 뭐 저. 쟤네들......"

 

"쟤네들이 뭐요?"

 

"어잇! 깜짝이야! 어느 새 바로 옆까지 와 있었냐?"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에요."

 

"쟤네들 폼 좀 봐봐. 보통내기가 아닌데."

 

"호오. 꽤나 좋아 보이는데요?"

 

그렇게 몇 마디쯤 했을 무렵 그쪽에서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달려왔다.

 

"흐와아...... 아저씨! 아저씨 그...... 그라운드의 독사 맞죠?"

 

"난 20대 중반이라고. 니네들한테 무슨 아저씨냐. 형이지. 일단 그 그라운드의 독사가 맞기는 맞아."

 

"여기서 뭐 하세요? 어라? 옆에 있는 애는......?"

 

"뭐 그냥. 근데 니네들 축구 연습하는 거 보니 폼이 보통이 아니더라. 이름이 뭐니?"

 

"아오이 유스케에요."

"아오이 쿄스케에요."

 

"그러고 보니 똑같구만 아주 생긴게. 그런데 너네들 프로 지망생이냐?"

 

괜히 궁금해졌는데 그 궁금증을 참을 이유도 없겠다.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정확히는 '였죠'."

 

"아니. 왜?"

 

"아아. 형 쪽이 무릎 부상을 당해버려서요...... 아저씨는 왜 여기 있어요? 마무리 캠프에 안 가고?"

 

"너넨 신문도 안 보고 축구만 했냐. 내가 은퇴하고 관중신세가 된지 벌써 3년짼데......"

 

"아니. 아저씨가 도대체 왜요?"

 

"신문도 안 보냐고! 그리고 형이라고 해! 부상당했다 임마! 너랑 똑같은 무릎부상!"

 

"아아......"

 

"그럼. 그러는 지금 너네들은 뭐 하냐?"

 

"아아. 아이돌 연습생이에요."

 

"무릎 깨먹고 용케도 아이돌 하겠다고 하네......"

 

"경기는 못 해도 어느 정도 춤은 출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되었다고 해서요."

 

"하긴 축구선수니까 그나마 쉽지. 야구선수 출신은 타고난 뼈대가 굵어서 그런 거 못해먹어...... 도루왕 하면 보통 늘씬한 쌕쌕이다 싶지? 나도 몸 관리를 그 때 몸에 맞춰서 꾸준히 하는데도 90kg 가까이 나간다고."

"에이. 프로듀서가 도루왕 출신이라는 거. 같이 있어보니까 하나도 못 믿겠는걸요?"

 

"그래 마코토. 맘대로 해라 맘대로."

 

"헤에? 프로듀서 씨! 이 오빠들 누구에요?"

 

"뭐 아이돌 지망생이라곤 하는데......"

 

그 때 축구를 하던 아오이 형제 중 한 녀석이 야요이를 보더니 무언가 알아챘다는 반응이었다.

 

"어라...765프로덕션의...... 타카츠키 야요이 맞죠? 그리고 옆은 키쿠치 마코토!"

 

그리고 야요이는 뭐... 언제나 그렇듯이 해맑은 웃음과 함께 대답해줬다.

 

"네! 맞아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래, 힘 내. 아참, 형, 그런데 우리도 아이돌 연습생이기도 하고. 그쪽을 사무소 식구들에게 들은 적이 있어서 말이에요."

 

"하아? 들은 적이 있다고? 우리 그렇게 무명 사무소 아닌데?"

 

뭐 진심은 아니지만 약간 못 알아봐서 삐졌다는 투로 농담삼아 한 마디 건넸다.

 

"에이~ 들어서 처음 알았다는 게 아니고 그 있잖아요. 오니가시마 라세츠......?"

 

"아마가세 토우마야, 형."

 

"그래, 토우마, 아마가세 토우마가 한마디 하더라구요."

 

아마가세 토우마.

아마가세 토우마란 말이지.......

하아. 그 녀석 위에 있던 어떤 대책 안 서는 양반 때문에 겪었던 고생이 그야말로 눈에 훤한데.......

뭐 토우마 녀석 쪽에서 나쁜 소리 한 것 같지는 않고. 일단 뭔 소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아마가세 토우마 녀석, 프로덕션 새로 찾은 건가."

 

"아아. 315 프로덕션이라고. 거기에 우리가 같이 소속되어 있어. 주피터가 지금은 우리 프로덕션에서 제일 인기가 많아요."

 

"아아~ 우리도 빨리빨리 따라 올라가야 할텐데 말이야~ 지금 이 앞에 있는 야요이짱이랑 마코토도 확실히 엄청 위지. 엄밀히 놓고 말하자면."

 

"열심히 해 봐라, 욘석들아. 아참, 그러고 보니 315라고 했지? 그럼 일단 명함이라도 줘야 하나......"

 

"연락처 교환하게요 형?"

 

그리고 나서 별 일 없이 연락처를 교환하고, 몸이 식어버린 우리는 운동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런데 아오이 유스케랑 아오이 쿄스케라......

부상 선수 출신으로 여기 들어오게 된 계기가 똑같기도 하고. 허참.

묘하게 동질감 느껴지는데 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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