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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6장 - 꼬리전쟁 : 상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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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7, 2016 17:20에 작성됨.

히노 아카네 실종 사흘 후.

 

" 그래서, 죠가사키 리카는 성공했다 이말인가 ? "

 

" 네, 닛타경 ! 화의 마을은 전멸을 면치 못한 듯 하나 그와중에 눈이 붉게 물든여자 한명을 생포했다고 합니다. "

 

단순히 눈이 붉게 물들어버린 광인이라면 사실한다면 좋았을것일텐데.

그리 생각하며 닛타경, 닛타 미나미는 국경선까지 인접한 초소의 테이블을 두고 앉아서 표정을 찡그렸다. 시부야 린을 탐색하고 있는지 1주일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어서 그녀의 감정은 몹시 불편했다.

더군다나 '전혀 환영하지 못하는 협력자' 들과 함께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녀의 불편한 감정은 점점더 감추기 힘들어지고 골이 깊어져만 갔다.

 

 

" 생포라니.. 굳이 그쪽에서 그렇게 한 이유는 또 뭐라했나 ? "

 

" 그것이.. 사로잡은 광인은 요사스러운 힘을 사용하는것이, 아마도 광신도들의 중역으로 여겨진다는 추측하에... "

 

" 그놈의 추측, 추측... "

 

 

닛타 미나미는 가슴속에만 담아두려했던 답답한 한마디를 입밖으로 터뜨렸다. 병사가 일순간 당황해서 몸을 움찔거렸다.

살벌하게 말하기 시작하는 미나미의 분위기는 감히 말을 걸 수 없을정도로 주변이 공포로 감싸들어 부담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화는 거기까지였다.

 

 

" .... 그래서. 생포한 광인은 어떻게 한다고 했지? "

 

" 제가 보고를 전달 받자마자 출발했었고 이틀가량 지났으니, 아마 반나절이면 수도성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 그래도 그런건 제대로 처리하는군. "

 

 

이어지는 물러나라는 손짓에 병사는 꿇었던 무릎을 일으키고 천막 밖으로 나선다. 밖에는 약 400여명의 에인헨야르, 그리고 마찬가지로 400명이 조금 못되는 숫자의 제국군이 목책으로 선을 가르고 진을 쳐놓은 상태였다. 앞으로 약 여덟시간 후에, 다시 탐색을 재개할 예정이기에 그들은 서로 참견할 생각은 추호도 없이 오로지 늘어져 휴식을 취할 따름이다.

 

미나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다시한번 천막 입구가 펄럭인다.

 

이번에 들어오는것은 하얀 제복이 아니었다는것으로 그녀는 곧바로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 꽤 여유부리는군요. 닛타 경. "

 

" 소노다 우미. "

 

" 제국은 한가하지 않습니다. "

 

" ... 내 판단에 따른다고 하지 않았나 ? 토죠 노조미와는 그렇게 이야기를 맞췄을 터다. "

 

 

우미가 거리낌없이 혀를 찼다. 이윽고 한단계 올라간 언성으로 미나미를 향해 말을 내뱉는다.

 

 

" 시부야 린을 잡는것. 그것이 우리의 협력 목적이었을 텐데요. "

" 그래. 그렇지. "

" 우리 제국의 장병들도 동원하라는 당신말에 따라 일단은 병력을 동원해왔는데, 이렇게 밍기적거리면 곤란합니다....라는 말을 하러왔을 뿐입니다. "

" 아 그래? 그거 참 고생하시는군. "

 

두 여성이 서로 싸늘하고 베일것 같은 눈매로 서로를 노려보길 십여 초.

다시금 천막 입구가 펄럭거렸다. 이번에도 미나미가 '아군'으로 인식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 짜잔~ 우미짱! 여기서 뭐해? "

" 코토리... 별 거 아닙니다. "

 

 

' 돌아가죠. ' 우미는 딱 잘라 말하며 눈길을 미나미로부터 치운다. 일말의 주춤거림도 없이 스무스하게 뮤즈 동료인 코토리와 함께 천막 밖으로 걸어나섰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시 천막입구가 북적거린다. 이번엔 아이코와 유미. 두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한 닛타 미나미의 표정은 다소 누그러진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이코가 두 손을 다소곳이 하고 유미보다 한걸음 더 그녀에게로 다가가 나지막하게 입을 연다.

 

 

" 닛타 경. 보고하려는 사항이 있는데요... "

" 말하세요. "

 

" 아무래도, 진을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

 

" 하아? "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며 비아냥거리는 어구에, 유미가 아이코를 거들며 발언한다.

사매보다는 다소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 이 근방에 원인불명의 역병이 퍼지고있습니다. 이 역병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광인'으로 변해버리는 종류인데, 그게 현재 국경선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가 마땅한 치료법이 존재하지가 않으... "

 

" 그래서 요점은 ? "

 

 

미나미가 신경질적이게 말을 끊는다.

더 이상 건드리면 칼이라도 뽑아들 것 같은 살벌한 공기가 진중에 가득 메꿔들어간다.

 

 

" ... 역병이 여기까지 퍼지는건 시간문제일테니, 부대를 왕국 동쪽이나 아니면 두캇에 가까운 방면으로 옮기는게 좋을것이라 사려됩니다. "

 

 

유미의 구구절절 제안에 미나미가 취한 행동은 턱을 괴는것이었다. 이른바 '생각을 좀 더 해보지', '고려해 보겠다' 라는 사인.

이에 막사에 들어온 두 치유사들도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다시금 천막 안에 자기만 남게되자, 미나미는 깊은 숨을 내쉬면서 턱을 받치던 손을 머리로 향했다. 탁상에 팔꿈치를 대고서 관자놀이를 톡톡 때리며,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함께 협동작전중인 제국군과 자군의 마찰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공동의 목표인 시부야 린은 실마리조차 잡히고 있지 않은데다가.. 자기가 서신을 보내어 출동하였던 히노 아카네는 화의 마을에서 실종, 이에 죠가사키 리카를 추가적으로 파견해서 아까 보고에 들었다시피 광신교도의 유력자로 추정되는 여자를 한명 잡았다하나, 여전히 아카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왕국 측에서 이러한 사실을 아직 듣지는 못했지만 왕실에서 알아차릴 경우에 자신이 유력 귀족으로서 가지고있는 이권이 모두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로 일이 꼬인다.

 

그런 상황 만큼은 막아야만 한다.

 

왕국에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상황들을 전부 파악하기 전에 시부야 린을 잡음으로서 무마시킬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도 수도성에서도 탈옥사건이 발생하여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고 하니, 적어도 며칠동안은 이쪽에 신경쓰지 못할것이다.

생각보다 여유가 있으리라. 그리 판단한 미나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 앞에 누구 있나 ! "

 

 

한박자 늦게, 병사 한명이 부랴부랴 뛰어들어온다.

 

 

" 부르셨습니까, 닛타 경... ! "

" 이 서신을 가지고... "

 

 

 

제 6장

꼬리전쟁 : 상편

 

 

.

.

.

.

 

 

" 에 - 츄 ! "

 

" 바보는 감기 안걸린다했었는데, 감기걸리신건가여 ? "

 

 

혀짧은 목소리가 기침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들은쪽이 귀를 바짝 곤두세우고 째려봤다.

 

 

" 시비거는거냥 ? "

" 에, 아니에여~ 헤헤.. "

 

 

냥어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묘하게 신경질 돋구는 말이 신경쓰였지만, 선배인 자기가 성내봤자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에 화와 숨을 힘껏 내쉬었다. 미시로 왕국에도 이제 겨울이 머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준비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여려모로 활동에 지장이 생길것이다. 더군다나 자기와 같은 수인계 능력자들은 변하는 동물의 습성도 어느정도 따라가기 때문에 날씨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여러가지 것들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 마에카와 미쿠와 후임인 아사리 나나미는 이름없는 큰 숲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었다.

 

나나미는 이전 미쿠, 나오와 함께 오니기리교와 연관된 옛 왕실 연구시설을 찾아냈고, 변절자이자 광신도의 지휘자로 추정되던 이치노세 시키를 물리친 공으로 일반병사에서 본인 의사를 반영해 마에카와 미쿠가 통솔하는 자경단 '아스타리스크'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도 아스타리스크 월동준비 때문에 미쿠를 따라 숲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 자, 여기까지. "

 

마에카와 미쿠는 숲이 보이는 수 미터 앞에서 멈춰선다. 바로 앞에 펼쳐진 무성한 숲은 마치 추운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파릇파릇한 잎사귀들이 가득했다. 물론 개중에 몇몇 누렇거나 붉은 색으로 물든 것들도 존재했지만 대체적으로는 무성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 여기서부터 함부로 입 뻥긋하지 말라냥. "

" 알겠어여. "

 

숲으로 한걸음씩 들어갈 때 마다, 주변의 공기가 바뀜을 느낀다.

살을 차갑게 식히던 공기들이 점점 상온으로 바뀌어감을 깨달을 무렵에, 이미 주변은 푸르른 잎사귀들로 가득 차있었다. 낙엽도 없이 푸른 숲만으로 가득찬 공간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두 쌍의 발걸음은, 자기들 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멈춰선다.

 

아무것도 신지않은 하얀 발등이 풀숲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숲의 주인은 미쿠가 들어선 시점부터 알고있었다는 듯 둘 앞에서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름없는 큰 숲에 살고있는 아마도 최후의 엘프. 우메키 오토하가 거리낌없이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 지, 진짜 엘프네여... "

 

" 쉿. " 마에카와 미쿠는 오토하와 교류하면서 친분을 쌓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아무리 친한이의 지인이라 하여도, 경거망동하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나미는 가뜩이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로 말을 내뱉으니, 혹여라도 오토하의 눈밖에 날까봐 그녀를 자제시킨다.

 

금발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귀의 끄트머리를 발견한 나나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미쿠의 말을 들었을 때엔 단순히 사칭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진짜 엘프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니 별다른 말할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미쿠가 언급한 사항을 떠올리면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었다.

미쿠가 귀를 쫑긋 세우면서 꼬리를 그녀 앞으로 들이댄다. 둥글게 말린 꼬리안에 잡혀있던 것은 다름아닌, 도자기로 빚은듯한 술병이었다.

 

 

" 오늘도 한 잔 기울일테냥? "

" 언제든지요. 친구. "

 

 

거리낌없이 친구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며 희미한 미소를 유지하는 엘프의 모습과 미쿠를 번갈아보면서 나나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유명인사 두 명이 자기 눈앞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감각을 받는다. 실제로 반즈음은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오토하를 따라 걸음을 숲 안쪽으로 옮기는 미쿠는, 부하를 잊지않고 꼬리로 따라오라며 신호한다.

 

.

.

대략 여든보 정도 걸었을 무렵에, 나나미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

큼지막하고 둥글둥글한 바위 두어개와, 그 아래에 깔려 흐르는 냇물. 미미하게 비쳐들어오는 햇볕과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

하사리 나나미는 살면서 그러한 풍경을 본 적이 없었다.

찬바람이 쌩쌩 불고있는 바깥과 완전히 다른 공간인 것 마냥, 미묘한 따스함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있다는것도 그 때 와서야 깨닫는다.

 

미쿠는 익숙하다는듯이 가뿐하게 둥그스름한 바위 하나를 잡고 위에 걸터앉아 허리춤에 찬 가죽주머니에서 술잔 한쌍을 꺼내들었다.

 

 

" 우연찮게 알게된 괴물사냥꾼씨로부터 얻어온 신기한 술이다냥. "

 

" 그러신가요 ? "

 

" 자, 봐라냥. "

 

 

자신만만하게 선언하면서 오토하의 잔에 술병을 기울여 따른다. 주먹 한개 반 정도크기밖에 되지 않는 술병치곤 흘러나오는 술의 양이 꽤 많았다.

오토하의 잔 안에 가득 메꿔진 것은 묘한 주홍빛이 감돌면서, 은은하게 단 향내가 났다.

 

" 홍주.. 군요. "

 

오토하는 냄새를 맡고서 그리 중얼였다. 적석과. 아련한 꽃내음같은 향을 내는 석류와 비슷한류의 과일로서, 옛 미시로 남부에서, 현재는 두캇에서만 생산된다는 이른바, 특산물이었다.

 

" 오호~ 오토하씨는 홍주인거냥 ? " 

 

한모금 목으로 넘긴 뒤, 잔을 바위의 위에 다소곳이 놓고서 그녀는 감상에 잠긴듯 허공을 바라본다.

 

" 이렇게 직접 마시는것은.. 까마득하게 오래됬군요. "

" 또 옛날 이야기냥.. "

 

" .....어흠. "

 

당연하다는듯이 태클을 걸고 들어오는 마에카와의 태도에 오토하는 뭔가 말하려는 대신 헛기침과 함께 언짢은 표정으로 잔을 다시 집어들었다. 미쿠는 만날 때 마다 옛날이야기를 봇물처럼 터뜨리며 늘어놓는 그녀를 대단하다고 여기는걸 넘어 슬슬 질려가고 있는 참이었던지라 더이상 들어주기가 난해했다.

옆에서 부하되는 쪽이 아무말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는게 마음에 걸렸던건지 미쿠는 아무 말 없이 꼬리로 앉은 뒤편을 톡톡 건드렸다.

 

따라 앉으라는 신호였다.

 

" 감사함니다~ "

 

" 귀여운 아이로군요. " 오토하가 엶게 미소짓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나나미쪽으로 향한다.

 

" 최근 자경단에 편입된 신입인데, 말을 좀 거침없이 해서 그렇지 좋은 애다냥. "

 

그제서야 미쿠는 나나미를 소개하면서 본인 잔에 깃들어있는 탁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자기 잔에 따를때에는 언제나 우유빛을 띈 탁주만 나왔다. 썩 나쁜 맛은 아니었지만 근래에 왕국에서 베풀어준 연회에서 먹은 고급술이 입맛에 딱 맞아버려서 상대적으로 덜 선호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비워버린 본인 잔과 오토하의 술잔을 번갈아보던 중 미쿠는 나나미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이윽고 잔을 그녀에게 대뜸 건네었다.

 

" 받아라냥. "

 

" 에? 하지만 나나미는 아직 음주할 나이가... "

" 잔말말고 잔 받으라냥! "

 

까라면 까야한다는 태도로 목소리에 힘을 넣자, 나나미는 우물쭈물하며 잔을 두 손으로 다소곳이 받아든다. 이어서, 술병에서 술이 쪼르르 흘러내린다. 나오는것은 오토하가 받은것같은 미려한 주홍빛도, 미쿠가 질려서 꺼려 마지않는 우윳빛깔도 아니었다. 

무색 무취에 투명한 액체가 잔을 채운다.

 

 

" 뭐냥 이건. 물 ? "

 

미쿠가 나나미에게서 잔을 뺏어 살짝 입에 댄다.

예상한대로, 물이었다.

 

" 음, 물이다냥. "

" 어라 ? 그거 물통 아니에여 ? "

" .... 넌 여태까지 뭘 보고 있었던 거냥. "

" ??? "

 

 

기왕이면 다른 맛의 술을 마셔보고싶었던 미쿠는 물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성년이라서 안되는것인가, 아님 나나미만 물이 나오는것인가. 나중에 시험해보기로 하고 미쿠는 도로 빼앗은 잔에 탁주를 다시금 담고서 술병을 건너편으로 권한다.

 

" 한잔 더 받아라냥. "

 

오토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잔을 술병에 갖다댄다.

여지없이 주홍빛의 술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술잔을 몇번 기울이면서 시간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잔을 내려놓고서, 오토하는 아까까지 보이던 엷은 미소를 온데간데없이 지우고 한층 진지한 얼굴로 미쿠를 응시한다. 마찬가지로 잔을 내려놓고 미쿠 역시 질세라 눈을 마주치고 한치도 떼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마에카와 미쿠가 입을 열었다.

 

" 곧 겨울이 오는데 내가 담당하고있는 지역 사람들의 복구가 덜 끝났다냥. "

" 그렇군요. "

" 그런 이유에서 여기 나무좀 베어가도 되겠냥? "

" .... 안됩니다. "

 

미쿠는 언짢은 얼굴로 오토하를 응시했다. 이번 담판은 실패인가. 미쿠가 그리 여기며 체념하려고 눈을 다른곳으로 돌리려는 순간.

 

 

 

" 다만, 이쪽에서 부탁하는 일을 들어주신다면. 나무를 몇 그루 내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

 

그녀는 약 4개월 가량 우메키 오토하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었었지만 여지껏 오토하 쪽에서 뭔가를 부탁하는 걸 들은 적이 없었기에 순간 당황한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엘프는 내게 부탁을 하는가. 갑작스러운 화제에 미쿠는 그녀의 진의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오토하가, 경계하는 미쿠의 태도를 눈치채고 숨을 길게 내쉰다.

 

 

" 별일이냐고 생각하시겠죠. 저 역시, 누군가에게 부탁하려는 생각은 안했었지만.. 최근에 이런 결심을 한 것이라 익숙치 않군요. "

" .... 무슨 중한 일이길래 그러냥 ? 이야기정도는 듣겠다냥. "

"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차후에 설명해드릴테니 우선은 보여드리...... "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 ....피해라냥 !!! "

 

 

미미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빛나는 녹색을 목도한 미쿠는 순식간에 오토하와 나나미를 낚아채고 바위를 힘껏 차고 날랐다.

고양이 발끝이 바위를 떠나자마자 잔혹한 녹색의 불길이 바위와 시냇물을 가로질러 저 너머 숲까지 뚫고 지나간다.

 

반박자 늦게, 불이 훑고 지나간 궤적에 똑같은 녹색의 지옥불이 끈적하게 늘러붙어 거세게 타올랐다.

 

순식간에 낚아채어져, 정신차리니 바닥에 쓰러져있던 자신의 상황에 당황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는 나나미.

 

 

" 으아아?! 머, 머에여 방금?! "

 

" ... 적이다냥. 누군진 모르겠지만.. 짙은 적의가 느껴진다냥. "

" 녹색의 불길.. 설마.. "

 

오토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윽고 경계하는 미쿠의 앞에, 다시한번 불길이 휘몰아친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적으로 노리고 날아오는것이 아닌, 제자리에서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는 것이었다.

부자연스럽게 일렁이는 녹색의 불길 한가운데서 걸음 하나가 사뿐히 빠져나온다.

 

 

" 뻐끔도 못하게 태워버리려고 쏜건데. 하여간 반사신경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 "

 

 

녹색 불길의 폭풍에서 튀어나온 발걸음의 주인은 마에카와 미쿠도 익히 알고있는 모습이었다. 미쿠는 치를 떨었다.

한때는 같은 그룹에 속해 공통의 적과 맞서싸웠던 전우이기도 한 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선명한 녹색의 눈동자와, 녹빛의 불로 주변 숲을 불살라가는 모습에.

 

 

" 시오미 슈코... 이제 무슨짓거리냥... ! "

 

" 굳이 말하자면, 리벤지 ? "

 

 

' 그치? '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가느다란 시선은 미쿠 너머의 엘프에게로 향했다. 구미호의 관심을 한눈에 받는 쪽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오토하는 침을 삼켰다.

 

일전에, 뮤즈와 미나미 그리고 백기사가 왔을 때 나타났던 그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무거운 기세가 느껴졌다.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을 도둑질하여 그 힘을 키워낸건지 감히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이다. 아마도, 단순 화력만으로는 이제 뮤즈에 맞설 수준이리라.

 

허나, 그걸 미쿠가 알 리가 없이 뚝을 걷어내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다. 꼬리와 귀를 빠릿빠릿하게 세우면서 경계태세를 이어간다.

 

" 뭔소리냥... 사라진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거냥. "

 

구미호로 변하는 능력을 지닌... 타고난 '반요태' 의 자질을 가진 시오미 슈코.

제국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모습을 감추었었다.

 

뜬금없이 나타난 옛 전우가, 최후의 엘프이자 친우인 여성을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에 잠깐 혼란스러웠다.

허나, 노골적이고 맹목적으로 오토하와 주변을 향해 뿜어내는 슈코의 살기는.... 비정상적이었다. 마치, 한달 전 이치노세 시키와 같은.

 

 

" 자, 미쿠냥은 슬슬 옆으로 비켜달라구~ 방해되니까. "

 

아홉 개의 꼬리가 부채처럼 가지런히 펼쳐지며, 각각의 끄트머리에 녹색의 도깨비 불덩이를 피워낸다. 녹색 불.. 슈코가 사라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해야할 일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 싫다고 한다면 ? "

 

 

미쿠가 발톱을 다시금 날카롭게 세운다. 동시에, 팔의 일부가 흡사 벚꽃잎의 무리같이 변해 흩날려간다.

꼬리의 불덩이들 세기가 정점에 다다를 무렵, 슈코가 양 팔을 좌우로 펼치며 두 개의 불덩이를 더 피워낸다.

 

 

" 유감이야. "

 

말하는 것과 달리, 여우는 간교하기 짝이없는 미소로 일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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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스타트 !

 

시작하자마자 와장창 and 쌈박질 예정입니다 '~'

 

제가 말했었던 큐트사이드 주인공은 다름아닌 미쿠냥입니다 ! 이전에도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제 본격적으로 오니기리교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시키를 무찌른 미쿠는 이번에 슈코또한 무찌를 수 있을것인가... 걸리적거리던(?) 나오쟝이 없으니 더 수월할수도 있겠죠.

저도 사실 인물들이 다니는 길이나 장소, 쓰는 물건등에 대해 자세한 주석을 달아보고싶으나.. 평소에 책을 안봐서 그런가 그렇게 길고 알차게 늘어놓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의미에서 설명 길게 잘만드시는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 ~ ;

 

징징이가 길어졌군요.

여기까지 봐주시는 여러분들, 그리고 신데판에 관심가져주는 여러분들께 항상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다음편에서 뵙도록 하죠.

 

 

( 신데판 설정 및 프로젝트 참여관련 문의 환영합니다. 쪽찌로 보내주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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