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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5장 - 열혈소녀 A 의 행방불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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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4, 2016 20:39에 작성됨.

 

사태 발생 10분 전.

화의 마을, 격리소.

 

요리타 요시노가 언급하였던 '질병' 에 걸린 인간들이, 작은 울타리창문에서 세어들어오는 빛 하나만이 존재하는 밀폐된 석재 건물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본디 피난소로 쓰이던 장소였다.

그들은 쉴새없이 중얼거리며 허공을 응시하며 떨고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체적으로 미미하게 발광하는 붉은 안구에 그 안구로부터 뻗어나온 것 처럼 생긴 붉은 힘줄들을 얼굴 양 옆에 퍼뜨린 모습을 하고있었다.

왕국이었다면, 혹은 에인헨야르였다면 그러한 이들은 당장에라도 잘게 찢어져 광신교들의 본보기로 널어지거나 소각되었겠으나 이곳은 왕국의 영향력이 잘 미치지 않는 북방의 끄트머리였기에, 또한 마을을 수호하는 신령인 요시노의 말도 있었기에 그곳에 같혀있다.

사람들이 벌벌 떠는 가운데에... 갑자기 어마무시한 충격음 울리며 많은 양의 빛이 쬐여들어왔다.

단단한 철제 문이 있었어야 할 위치로부터 사람의 형상이 빛을 받으며 유유이 걸어들어왔다.

 

그것 역시 두 눈을 붉게 빛내고 있었다.

 

 

" 아, 아아아아.... 오셨도다... "

" 오오오오.... 구원의... 손길이다... "

" 전도자이시다... 전도자이시다... "

" 우리를 이끄소서... 사도시여.... "

" 이끌어주소서... 이끌어주소서... "

 

 

뭔가를 두려워하며 떨던 이들이 일제히 빛을 등지고 들어온 여인 앞에 무릎꿇고 손을 뒤로 떠받치는 시늉을 한다.

여인은 아무 말도 않고 그저 그들을 내려다보고만 있다가, 기이한 웃음소리를 흘린뒤 말했다.

 

 

" 흐히히히... 카렌~ "

 

 

여인의 뒤편에서 한명이 더 들어와 그들을 내려다본다. 역시나, 그녀 역시 두 눈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 이것들은 네 거야. "

 

 

명랑한 목소리를 전해들은 뒤편의 여성은 검은 하이힐 그리브를 바닥에 한번 세게 찍으며 사람들에게 무감정하게 명했다.

 

 

" ... 불신자들을 바쳐라. "

 

" 따르겠습니다... ! "

" 공물을... 바친다 ! "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두 여인을 지나쳐 격리소 밖으로 뛰쳐나간다. 카렌... 이라고 불리웠던, 검은 레오타드 차림의 여성이 앞에 선 이를 응시하며 아뢰었다.

 

" 다음 지시를. "

 

" 전 - 이~ "

 

'전이' 라는 말에 여인의 형상이 잘게잘게 부서져내린다. 부서진 '검은 가루' 들이 인근을 동그란 구 모양으로 감싸며 휘몰아친다.

가루가 구모양에서 모습을 흐트러뜨리고 사방으로 흩어질 무렵에는, 여인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격리소 벽의 일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현재.

 

요리타 요시노는 신사 단지에 있었다. 단지 그 뿐이다.

광기서린 붉은 눈동자를 마주보고, 그녀는 이 같지만 다른 환경 속에 빠져버렸다.

그녀의 신통력을 비롯해, 그 어떤 힘도 나오지 않았다. 모종의 술수에 빠진것이라, 요시노는 지레짐작하며 침을 삼켰다.

 

깊은 숨을 한번 내쉬었다.

 

 

숨소리가 공기에 닿자 차갑게 얼어붙었다.

 

순간, 아우성이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검게 물들어버린 하늘과, 오로지 붉은색만이 존재하는 세계 안에서 누군가의 고통에 찬 비명이, 쉴새없이 머릿속을 고통 속으로 몰고갔다.

 

외치는 메아리소리도 어둠속에 먹혀들어 차가운 결정이 되어 굳어버렸다. 울음도 비명도 귓가에서 맴돌며 귓구멍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깊고 깊은 무저갱에서 손길이 올라와 붙든다.

 

걸음이 다가와 손길과 같이 어루만진다.

주변을 감싸는 풍경, 섬뜩함과 모순되어 전해지는 포근함, 따스함. 모든것이 잘못됬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저항하면 할수록, 관자놀이를 뚫고 들어오는 것 처럼 길고 끔찍한 비명이 두개골 속을 떠돈다.

귀를 막고 눈을 감아도 그것은 머릿속을 울린다.

몸 깊은곳, 사방의 끄트머리에서 솟아나온 절규들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머리에 가득 차오르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하늘을 지켜본다.

 

까마득한 어둠으로 가득한 상공과 같은 섬뜩함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가온 걸음이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함께 하늘을 좇으며 부르짖었다.

 

 

「 별빛이, 내린다. 」

 

 

무언으로 그것은 소리지른다. 행동으로 탄성을 내뿜는다.

 

만물이 안과 밖이 뒤집혀 감탄을 뱉었다. 아, 진리의 문이 열리는구나. 

 

 

「 그분의 손길이,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찬 너희의 세계에 - 닿았도다. 」

 

걸음이 멈춰서서 고했다.

 

" 손..... 길.... 손길... 손길손길이...손길이... ! "

 

「 거짓의 그림자가 길어지는도다. 하여, 너를 감싼 모순을 걷어내는 빛이 당도하리라. 」

 

걸음은 뒤로 돌아와 또다시 고하였다. 주저앉은 시선의 끝에 피로 아무렇게나 그러진 것 같은 상형문자들이 드러난다.

 

" 구원의.....빛이.....안개를 해치고.... "

 

「 영원한 자들이.... 별의 축복을 받은 전령들이, 거짓된 세상의 법도를 꿰뚫어보았노라. 」

 

 

" 닿는다.... 나는, 닿는.... 닿.... 으....면.. 안돼....! 안ㄷ.... "

 

 

말을 끝마치기 전에, 주변이 변했다. 혹은, 자신이 변했거나.

 


그녀의 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더 이상 아우성도, 피로 그려진 상형문자들도 없다.

넋이라 할지, 영혼이라 할지, 아무튼 자신의 그것이 둥둥 떠 있었다. 마음이 차분하고 만족스럽고, 고통도 전혀 없었다. 그 자체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일 뿐이었다. 무가 있었고,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디에서나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 자, 그 순간이 머지 않았다. 너는 선택받았다. 」

 

 

 

목소리가 선언한다. 주변을 감싼 포근함... 따스함. 심신을 안정시키는 모든 것들이 주변을 감싸왔다.

그녀는 피어오르는 의문을, 일련의 사고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 무슨, 선택 ? "

 

 

「 그분의 하인으로. 」

 

 

" ..... "

 

마음이 두둥실 떠나가는 것만 같은 쾌락,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가슴속 깊은곳부터 만족감으로 가득 채워진다.

'너는, 복종할 것이다. ' 걸음이 고한다.

 

 

 

망연한 눈으로... 고하는 걸음앞에 허탈한 얼굴로 마침내 답한다.

 

 

 

" 나는 ── 복종합니다. "

 

 

 

 

 

 

 

" 우랴앗 - ! "

 

고막이 통째로 날아갈듯한 강렬한 기합소리와, 그에 준하는 강렬함을 내포한 손바닥이 눈이 붉게물든 이를 향해 닿는다.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몇 명 정도의 사람들이 공중에 떳다가 나자빠져 움찔거렸다.

 

무술 스승인 유카에게 배운 비살상 제압용 통배권.... 이라지만, 도적때나 범죄자들에게 쓸 때와는 다르게, 그 위력이 몇 배 정도 가중되어있었다. 일반적인 아이돌들을 기절 혹은 실신시킬 때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였는데도, 이들은 몇번이나 도로 일어났다.

오히려 일어난 뒤에,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탓인지 갑절정도 더 거칠어지는 것만 같았다.

 

" 공물을... ! 바친다 ! 바친다아 - ! "

" 주인님이, 주인님이이이 - ! "

" 아아아 - ! 버리지, 말아.. 주세요오오 - !! "

 

 

' 이 무슨 맷집이란 말인가요...! 생명활동이 곤란한 수준까지 위력을 올리지 않으면 이쪽이 위험해질지도... '

 

아카네는 이를 꽉 문다.

이미 격리소 근방에 있던 주민들은 대피할 틈도 없이 참살당했다.

이 두 눈이 -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 벌겋게 변해버린 사람들은 악력과, 이빨로 사람들을 죽이고있다. 그 수준으로 미뤄보건데 어지간한 아이돌에 준하는 운동신경과 완력을 가지고있는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비해 제대로 된 전력은 아카네 혼자였다. 화의 마을에는 아이돌이 살고있지 않았다. 요리타 요시노는 생각보다 도착이 늦고있었다.

 

그녀는 어찌해야 하는가.

 

아카네는 양 팔의 근육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음속으로 일으키는 진동으로 폭주시키는 근육. 그 힘을 기반으로 때려박는 통배권이라면, 눈앞의 이들의 내장을 파열시켜 '정지' 시키는것이 가능하다. 확실하게 제압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마음속에서 또 하나의 제밍이 가로막았다.

 

[ 누군가를 죽인다 라는것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아카네. 그게 내가 카에데를 굳이 쏘지 않은 이유야. ]

 

' 미오짱...! 저는, 저는... ! '

 

카에데를 포박하고, 상황이 정리되어갈 무렵에 자신의 질문에 혼다 미오는 그렇게 답했었다.

 

히노 아카네는 태어나서 한번도 '사람을 죽인' 경험이 없었다.

 

기사단 산하부대의 지휘관이면서 그게 말이 되냐는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고 웃으면서 넘겼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아카네의 능력은... 마음만 먹는다면 한 사람의 생명을 끊어버리는것이 너무나 손쉬운 힘이다.

당장에라도 음속으로 질주하며 턱에 죽빵을 때려넣기만 해도 턱이 뜯겨나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복부를 강타하여, 척추와 함께 하복부를 통째로 날려버리는것도 가능하다.

 

그러한 경우를 혼다 미오가... 자신의 대장이자 은인이 한번도 허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다.

 

결단할 때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뒤쪽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죽음' 에... 책임을 질 각오를 다진다.

 

 

" 갑니닷 !! "

 

 

일순, 아카네의 양 팔뚝이 기뻘겋게 물든 것 같이 보였다.

 

" 전력 - ! 열혈 - !! "

 

 

" 공물으으으을 - "

 

 

퉁!  퉁!

 

 

" 구헥 ?! "

" 고혹 ?! "

 

 

흡사, 대포의 발사때와 같은 강렬한 파공음. 그것이 병기가 아닌, 그녀의 손바닥과 맞는 이의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놀라운 속도로 달려드는 무리를, 마찬가지로 놀라운 속도로 통배권으로 쳐내고 있었다. 맞은 이들은 과연 움찔거리기만 할 뿐 도로 일어나려고 몇번 시늉하다가 엎어질 따름이었다. 히노 아카네가 내린 결단은, 지금 당장은 옳은 것 같다.

 

주민들이 마을 뒤쪽, 신사 인근까지 물러난다면 이후에 요시노의 신비로운 가호로 그들을 지켜낼 수 있을것이다.

이전에 지즈들이 습격하였던 당시에도 지즈에게 쫓기던 마을 주민 몇몇이 요시노가 사는 신사단지 인근으로 도망치자, 더 이상 쫓기지 않았었다.

요시노가 가진 힘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그녀가 주민들을 지킬 수 있는 모종의 힘을 지녔다는 것 만으로도 아카네의 역할은 정해져있던 것이다.

 

' 퉁! 퉁! 퉁! ' 한참을 붉은 눈의 이들을 튕겨낸 아카네는 양 팔에서 전해지는 격통에 이를 악물었다. 근육 증폭은 짧고 강렬한 대신, 근육조직을 그만큼 혹사 시키기에 리스크는 빠르게 돌아오는 성능이다. 그래서 이를 사용할 때에는 늘 일순간, 꼭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였고.. 혹여나 조금 오래 쓸 때가 있었다면 여지없이 아이코의 치유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아카네가 버티고 선 곳엔 힘을 아껴 쓸 여유도, 치료해줄 아이코도 없다.

 

 

" 어서 오십쇼 ! "

 

아카네는 닥달하듯이 외친다. 몇명의 이들을 쳐내면서.

 

" 어르신 ! 어서요 ! "

" 아이구, 아이구 ... ! "

 

 

손녀와 꼬부랑이 노인을 끝으로 자기쪽으로 오는 이들 중 더 이상 정상인 이들은 없었다. 모두 붉게 물들어, 이성을 잃고 날뛰는 광인들 뿐이었다.

 

히노 아카네는 다시한번 전투태세를 바로잡는다.

 

 

" 우랴아아아 -!! "

 

우선은 무고한 이들을 지킨다.

'죽음' 에 대한 책임은, 모든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 고찰하여 스스로 달게 받을것이라. 스스로 그렇게 곱씹었다.

 

 

 

.

.

.

 

 

 

후욱... 후욱...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 붉은눈을 한 이들은 몰려들지 않았다.

아카네는 안도와 지침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주민들은 모두, 신사의 단지로 도망쳤으니 안전할 것이며 일단락 되었음을 요시노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 ...슬슬, 요시노씨에게 돌아가볼까요 ! "

 

지친 기색을 날려버리며 기합을 다지고, 아카네는 지면을 세게 차며 질주한다.

현재 위치에서 신사가 있는 곳 까지는 평범한 사람이 뛰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자기는 수 분 내에 도달할 위치.

쉴새없이 광인들을 막아내느라 정신을 팔아서 그런지.. 시간개념도 모호했다.

시계는 몸을 움직일때의 충격으로 부서져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곤란하.... "

 

아카네는 뚝 멈춰선다.

 

익숙한 모습이 뛰어가던 도중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길바닥에서.

손수 깎아 만든 나무 작대기와, 하늘하늘한 전통복. 

 

문제는 그것들이 있는곳에, 시체도 있었다는 것.

 

아마도 손녀와, 노인. 마지막으로 보냈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모습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 손을 잡을 채 바싹 메말라 가죽만 겨우 붙어있는 형태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앞에 보이는 풍경도 똑같았다.

전부, 마을 주민들이었다. 신사 단지로 향하는 길에 무수한 사람들이 바싹 말라서 미라가 되어 널부러진 채. 아카네의 귀환을 맞이하고 있었다.

 

 

" 이럴수가... 누가 이런.... "

 

 

아카네는 걸음을 재촉했다. 높은 돌계단을 따르게 오른다. 올라가는 와중에 흩어져있는 미라들을 피해 신사 본당으로 뛰었다.

만일 요리타 요시노가 뭔가에 당한것이라면 그야말로 패닉 그 자체였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이 엄청났을 텐데...

 

 

아카네가 신사에 들어서서 본 것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유려하고 아름다운 전통복은 헐값의 천쪼가리마냥 찢겨져 나가고, 날카로운 돌기가 돋아난 팔과 다리.

무엇보다도 청명하고 모든것을 자애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눈은, 아래에서 상대했던 광인들의 것과 별 반 다를 바 없이 새빨갛고, 이성의 끄나풀이라곤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변질된지 오래였다.

 

흡사 미노타우르스와 같은 뿔을 상징처럼 달고있는 그것은, 이미 자신이 알던 요리타 요시노가 아니다. 아카네는 그리 직감했다.

 

 

" 그분의 빛이.... 퍼진... 다.... "

 

 

' 킥... 히히히... '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이던 그녀는 광기를 내비치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아카네의 앞에 선다.

 

 

" 요시노씨..? 대체 이게... ! 이게 무슨일인가요 ?! "

 

" 나는... 복종합니다. 나는 복종합니다. 나는 복종합니다. 나는 복종합니다. 나는 복종합니다. 나는 복종합니다. 나는 복종합니 - "

 

 

대답이 돌아올 리 없이 미쳐버린 혼잣말이 아카네에게 돌아왔다. 눈을 마주보고만 있을 뿐 그녀의 의식은 아카네의 말을 하나도 듣고있는 않는 듯 보였다. 아카네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엔, 처음에 신사로 헐레벌떡 찾아와 소식을 가져다준 청년... 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지가 잘려나간 몸뚱이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몸뚱이마저도 안쪽의 내용물을 모조리 긁어낸 듯 앙상한 가죽과 갈비뼈의 흔적만 남은 채 굴러다녔다.

 

그리고 요시노의 한쪽 팔에서, 그것의 실행범이라는 증거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이성이 나간 광인이 되버린 그녀를 상대로 아카네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대책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자세를 바로잡는다.

전투태세를 취한다.

 

" 요시노씨 !! "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영원한 별은... 뭐든지.. 알고있으시다. 복종하면 달콤한 상을, 저항하면... 벌을 내리시노라... "

 

 

역시나 대화는 성립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것을... '요리타 요시노' 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그렇게 여기지 않기로 다짐한다.

히노 아카네가 빠르게 질주해서 작은 지체에 통배권을 때려박았다. 이미 아카네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몬스터' 로 규정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던 그녀의 각오도 여전했다.

 

 

파공음이 터지고, 아카네는 기거서 멈추지 않고 작은 몸에 연격을 박아넣는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일말의 변화도 없다. 오히려 짓고있는 미소가 점점 커질 뿐이다. 마치, 고통이라는 감각 자체가 없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 주인님의 손길을... 거부하는 자에겐... 벌이... ! "

 

주황색으로 물든 돌기들이 지면을 뚫고 솟아나오고, 아카네의 발걸음이 바쁘게 돌아간다.

요시노가 무슨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괴이한 힘을 지녔다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제 다른 수가 없다. '요리타 요시노' 를 '죽여야' 한다 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빠르진 않지만, 자기가 이동하는 경로를 어느정도 예측하듯이 돌기들이 솟아나온다. 그대로 피하다가, 아카네는 다리에 힘이 빠져감을 느꼈다.

 

빨리 끝내지 않으면 자기가 궁지에 몰린다.

동시에, 마을 사람들을 미라로 만들어버린것이 요시노라는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것인가.

혹은 요시노가 처음부터 모두를 속였던 것인가.

진실을 지금 당장 알아낼 수단따윈 없다. 아카네는 생각을 단순하게 하기로 마음먹는다.

 

 

" 갑니다... 요시노씨 ! "

 

 

울분에 찬 눈을 하고서, 이를 꽉 물고 지면을 차며 음속으로... 요리타 요시노에게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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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나나 맙소사... 또 분량을 초과해버렸습니다 ^~^+

 

또 4편까지 써야되게 생겨버렸어요. 낄낄......

내용 축약이 안돼는 제 머리를 탓해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요시노는 별에 물들고, 아카네는 그런 요시노와 맞서싸웁니다. 그리고...

 

 

그리하야, 내용 후반을 적절하게 끊었습니다. 나머지는 4편에서 뵙도록 해요~!

 

 

신데판을 봐주시는 여러분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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