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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가 걷는 가을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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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3, 2016 16:22에 작성됨.

이 중에서 가장 생존력이 뛰어난 건 사치코 대장님이시다. 그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순수한 스피드, 순발력 등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마유우...!! 그렇게, 빨리, 떨, 어질것까진, 없잖아햣하아아아, 아아아아악!!!"

 

"마, 마유는 떨어지지 않았어요! 마유는 영원히 쇼코쨩의 친구인걸요!"

 

"다, 다행히다... 후히..... 친구....."

 

마치 구원받은 기분이다. 힘겹게 한 걸음을 내밀었다. 이것은 인류에게 있어선 매우 작은 발걸음이지만 내게 있어선 매우 큰 한 걸음이다. 드디어 난 친구가 생긴 것이다! 프로듀서와 버섯이 유일한 동지였지만 드디어어!! 자, 마유! 내 손을 잡아줘! 친구의 손을 잡아줘! 마음을 담아서 손을 뻗는다. 내 더러움도 감싸안을 수 있는 친구가

 

".....친구? 어째서?"

 

"그, 그러니까......"

 

"어째서, 뒷걸음질 치는 거야? 아니..... 왜 2미터나 백스텝을 하는 거야?"

 

친구에게 한 발자국 더.

백스텝.

 

"사쿠마 이 자시이이이이익!!!! 내 마음을 배신했어어어어어!!!!"

 

"아, 아니에요! 마유는! 배신 같은 건 안 했어요!"

 

"그럼 내게 다가와라-앗! 내 손을 잡으란 말이다!! 지금 다른 거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긴장이 풀릴 것 같단 말이다!!!"

 

"어디의 긴장인가요!!!"

 

"말이 필요하나?! 대답해주지!"

 

"안돼요 말하지 마요 제발 부탁이에요 마유는 들어버렸다간 쇼코쨩을 배신해버렷!!!!"

 

닌 이미 배신자다! 내가 간절이 원하던 구원의 손길을 내쳐버렸어! 이 악독한 년! 이래서 얀데레는 안 된다니까! 마유의 사랑은 철저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랑이라고! 자기한테 안 좋게 돌아가면 식어버릴 그런 이기심에 불과하다고! 그게 니들 얀데레의 한계다! 그리고 대답해주마!!

 

"어디긴 어디야, X꼬다-앗!! 똥X라고 X꼬! 똥X꼬라고! 아 X자 잘못 넣었다! 알아들었지! 지금 당장이라도 입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위대한 순환을 하고 싶단 말이다!!"


"아이돌은 그런 더러운 말 쓰면 안 되요!! 떼찌!!"

 

"더러운 건 니 마음이다!! 내 엉덩이 바로 위쪽보다 더 썩었어! 툭 찌르면 똥이 터져나오겠지!! 내 뱃속과 함께 고 투 헬!!!"

 

"으아앙! 너무해!"

 

너무한 게 누군데!! 빛으로 걸어가려던 날 매정하게 뿌리친 게 누군데에!! 그렇습니다 사쿠마 마유입니다!!! 불쌍한 피난민 호시 쇼코를 똥싸개 취급한 차별주의자는 바로 사쿠마 마유입니다 여러분! 같은 동일본 출신이고 지들도 지진피해에 방사능피해 입었을텐데 난민을 불가촉천민 취급하는 건 바로 이 사쿠마 마유입니다! 고향 터지고 나서 센다이로 피난간 후의 일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아! 너무한 건 니들이라고!!

 

"......뭔가, 엉뚱한 원한을..... 푸는 거....."

 

"방사능에 빠져죽은 망령이다!! 소리 지르니까 더 마렵다고!! 내 똥은 방사능 하이칼라똥이다!"

 

"와아~ 파란 휴지는.... 체렌코프광 때문에 파란 색이야."

 

코우메 넌 뭐가 좋다고 웃는 거냐!! 내가 똥 마려운 게 그렇게 재미있냐?! 재미있겠지!! 어차피 인간이란 것들은 모두 약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쾌락을 얻는 쓰레기같은 동물이라고!! 누군가를 짖밟고 죽여버리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똥도 제대로 못 싸는 생물실격에 불과하다고!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합격이다!

 

"음..... 뱃속이 펑키하게 되는 거네. 리이나 말론 로꾸라고 하던가?"

 

"니 아가리 속에 내 펑키한 내용물을 쏟아부어줄까?!"

 

"아, 모리쿠보는 의외로 괜찮아요. 다만 볼일은 모리쿠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의외로 양심적이구만 쨔샤! 감사합니다! 노노쨩이 귀여우니 아직 세상은 살만합니다! 햣하!!"

 

아, 태클 걸어야 하는데 무심코 본심이 흘러나와 버렸다.

 

"모리쿠보는 안 귀여워요... 그리고 누가 이 상황 좀 수습해주세요오..... 수습은 모리쿠보한테는 무-리."

 

"그야 저보단 덜 귀엽죠 당연히."

 

그리고 이 혼란한 사태를 수습해줄 사치코대장님께서 등장하셨다. 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등장도 없으셨던 겁니까. 귀여운 사치코대장님이 전면에 나서서 이 혼란스런 사태와 제 변의를 해결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사치코님 손은 약손이니 배도 안 아파질 거에요. 어쩌면 내 배를 낫게 해줄 획기적인 생약을 가지고 오셨을지도 몰라!

 

"음......"

 

"사, 사치코오......"

 

이, 이번엔 사치코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배신자 마유보단 역시 명망높으신 사치코 님이 최고지. 암 그렇고말고. 오늘부터 나 마유 혐-성한다. 이 뱃속에서 뒤틀리고 꼬인 분노와 증오를 마유 아가리에다가 쏟아낼 거라고!! 새로운 취향에 눈떠라!!

 

"배 좀 보죠."

 

"여, 여기이....."

 

지금이라도 터질 것 같은 배를 무방비하게 드러내었다.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몸에 터질 것 같다는 표현은 이상하긴 하지만 제대로 먹지 못한 난민도 배가 황달로 부풀어오르니 이상하지 않다. 황달로 부풀어오른 적은 없던 게 다행이려나. 자, 이제 사치코님께서 약손으로 내 배를 치유해줄 때다. 사치코대장이 내 배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혹시 이제 기적이라도 일으키는 거 아닐까.

 

"음......"

 

사치코가 내 배를 만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곤 내 이마를 만져보았다. 사치코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토할 것 같진 않죠?"

 

"배, 배만 아파아......"

 

그래, 손길이 있으니까 좀만 버티자. 사치코님께서 해결해주실 거야. 아이돌은 똥을 안 싸는 생물이라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해주실 거야. 독버섯전설이 똥싸개전설로 바뀌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새로운 앨범은 새 신곡은 PANDEMIC ALONE지 똥싸개 얼론이 아니다. 자, 이제 사치코손 약손이든 생약이든 지어서 내게 구원을 내려줄 거야. 날 이 산에서 빼내줄 거라고.

 

"발열, 오한은 없고 구토기도 없고..... 음, 괜찮아요."

 

"저, 정말인가요?!"

 

마유가 말했다. 이제 와서 인성 세탁하려 하지 말라고.

 

"예. 정말 다행이에요. 한 때는 어떻게 되나 했는데....."

 

사치코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런 경험이 많은 것 같다. 오오 사치코 오오. 역시 서바이벌의 여왕이다. 이런 위급 상황을, 대자연 속에서 나오는 것 만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계신 것이다. 그리고 사치코가 웃으면서 무언가를 내게 건낸다. 세렝게티 원주민의 생약이라도 나오는 건가! 드디어 난 살았다! 조금 긴 나무막대에 약간 굽은 쇠판과 손잡이가 달린 물건과 물이 가득 담긴 그릇...... 어라?

 

"야, 약은.....?"

 

"심각한 식중독이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단순한 설사네요! 괜찮아요! 안심해도 되요!"

 

"에, 에에.....?"

 

잠깐, 이건 내 생각이랑 완전 다른데? 식중독? 아니라고? 이거 단순한 설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야?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좀 안 좋아져서 그런 것 같네요. 귀여운 절 걱정시키지 말라고요."

 

사치코는 특유의 우쭐대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저건 복통에 쓸 약은 아니겠지. 그런데 이 조합의 정체는 뭐지. 나 지금 엄청나게 끔찍한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는데.

아니아니 우리 귀여운 사치코쨩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땅을 파서 똥을 싼 다음에 위를 다시 묻고 뒤는 손으로 닦은 다음 저 물로 씻고 오라는 소리를 할 리가 없습니다. 벌써부터 극단적인 생존을 생각하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죠 사치코님?

 

"저~기 가서 땅 판 다음에 그 위에 볼일 보고 오세요. 뒤는 손으로 닦고 거기 물로 씻고요. 아, 물 더 끓여놓을 테니까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한번 더 씻어주세요."

 

"햣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

 

"여기서 싸지 말고 저기 가서 싸세요. 배설물엔 금방 파리가 달라붙어서 비위생적이 된단 말이에요. 아, 모기 조심하고요."

 

사치코 대장님마저 날 배신했어어..... 내게 광명 같은 건 없는 거야.... 이 끔찍한 배신의 고통을 가슴 속과 뱃속에 영원토록 새겨놓고서 살아가야 해.... 괴로워.... 누가 날 구해주어어어어.....

 

"계곡 뒤쪽에 잘 안보이는 굴 있거든, 거기 가서 싸."

 

"미레이이이이!! 자기 일 아니라고 남의 일인마냐아아아아아악....."

 

너한테는 애초부터 아무런 기대도 안 했지만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능력은 없는거냐아아아아아악소리지를 힘도 없다.... 이 이상 소리를 질렀다간 위도 아래도 뻥 뚤릴 거야아아아아..... 누군가, 나 대신 미레이에게 태클을 걸

 

"난 벌써 보고 왔는데?"

 

"......에?"

 

"아이돌이 똥싸고 왔는데?"

 

"........에에?"

 

"아니, 아까 채집하러 가기 전에 배가 좀 무거워져서 말이야. 사치코한테 물어보니 이렇게 하라 하더라고. 그래서 싸고 왔는데?"

 

"똥을?"

 

"응."

 

........

삽을 집었다. 내 수치심에 절정이 왔다는 것을 예감했다. 내 가슴이 비장한 결의로 가득찼다. 저딴 펑키한테 질 수 없다는 생각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디, 라고?"

 

"쩌어~기."

 

삽을 집고, 그 펑키가 가르켜 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옷 입고 가요!'라고 외치는 마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못들은 척 햇다. 응 안들려. 

참고로 옷은 사치코가 억지로 입혀주었다. 중간에 손이 배를 스칠 때 마다 더 아팠다. 약손은 무슨.

 

 

 

----

 

 

 

"사람 똥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험난한 환경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라니.... 대체 사치코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아이돌 업계의 어둠은 깊다. 스캔에 성접대 추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중에서 더 깊은 곳은 이런 드러나지 않는 어둠을 품고 있다. 미소녀와 아이돌은 똥을 싸지 않는다니, 우리를 피규어 같은 걸로 취급하고 있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다. 살아 움직이는 피규어라니, 그건 코우메가 좋아할 만한 호러잖아. 박물관이랑 장식장이 살아있기라도 하나? 어쩌면 사치코가 살아있는 박물관에서 티라노를 타고 놀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유는 산짐승을 잡아온다고 하면서 혼자서 나갔고..... 코우메는 쏘우에 나올 법한 덫을 만들고 있고..... 의외로 미레이랑 노노가 야생에 잘 적응하고 있고.... 어라? 혹시 평범한 아이돌은 나 혼자뿐인 거야?"

 

럴수럴수 이럴수가. 설마 이 메탈계 아이돌 호시 쇼코가 가장 평범한 아이돌이었다니. 아이돌계의 이단이라고 불리는 데다가 해외에선 아이돌이 아니라 베이비메탈 면상에 헤드뱅잉 하는 정통 헤비메탈 씬으로 취급받는 이 호시 쇼코가 사실 평범한 아이돌이라니. 다음 해외출장 때 메탈의 신이신 드림 시어터를 면접하기로 했는데 대체 무슨 얼굴을 하고 만나야 하는 걸까.

 

"하, 하지만 평범한 아이돌이 이런 곳에서.... 끄응....."

 

자, 여기선 마음을 비우고 후히후히후히히햣하의 정신으로 현실을 부정하자. 응, 이 소리는 내가 뭔갈 배출하는 소리가 아니야. 철푸덕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 같은 건 안 들렸어. 저기 동굴 구석에 쌓인 흙더미는 미레이가 제대로 뒷정리하지 않은 거야 내가 한 거 아니야. 것보다 이 동굴 무너지게 생겼는데. 여러 곳에 균열도 가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좀 많이 상한 것 같은데. 좋았어 현실을 부정하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서 동시에 현실에 대한 고찰을 실시하자고.

 

"내 현실은..... 산중에서 구조만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아무리 자연이 좋고 정화가 어쩌구 해도 현대인은 문명을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은 돌창을 쓰던 시대부터 이미 생태계 최강종이어서 생존엔 문제가 없었다지만 그렇다고 동굴에서 살 수는 없잖아. 플라톤도 말했다고. 동굴 속 그림자를 벗어나야 한다고. 좋았어, 이걸로 현실도피 완료. 난 동굴 속에서 빛나는 도시를 꿈꾼다. 도시는 이곳에 없는 현실이다. 이는 결국 미개한 자연상태 속에서 도시의 정돈된 문명을 동경하는 이데올로기이자.....

 

"쇼코~ 아직이에요? 모리쿠보도 급한데...."

 

"햣하아아아!! 기껏 현실도피중인데 말 걸지 마!!"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지만 똥 쌀땐 개가 건드릴까 안건드릴까. 아몰라 생각하기도 싫어! 지금 내 뱃속이 고 투 헬이란 말이다! 생각해보니 도망친 현실도 별로 좋지가 않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가츠님의 말이 와닫는 날이다. 미우라 켄타로 선생님 더 살아주세요 잘만 하면 신작 애니 OST작업에 제가 참가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쇼코는 의외로 잘나간답니다. 사실 그래서 요즘 독기가 빠져서 고생하고 있었어요.

 

"다 나온 줄 알고 덮은 순간 다시 뱃속이 울리는 2연타의 고통을 네가 알기나 해?!?!"

 

"모리쿠보는 매일 아침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하는데요......"

 

아 그렇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사과는 못하겠어. 지금 딱...... 아, 이 이상은 상상으로 부탁드립니다. 이걸로 끝이길.

 

"왜, 어째서 아이돌이 이렇게 환상을 깨야만 하는 거야....."

 

눈물을 흘리면서 삽질로 만든 구멍을 메우기 시작했다. 대자연은 냉엄하고 인간이란 결국 자연의 하위 존재에 불과하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하찮은 이성조차 거대한 법칙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좋아, 다음 노래는 지적설계를 까는 걸로 하자. 지적설계니 창조설이니 하는 건 전부 다 삽질로 이루어진 똥구덩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자. 그러면 기독교계의 공격도 좀 들어올 거고 명성도 좀 높아질 거고 그전에 진화론과 창조설과 종교에 대해 공부도 해야 하고. 역시 인간 문명이란 대단해. 과학이 없었다면 변기도 비데도 없이 종교적인 망상만 되풀이했을 거 아냐.

 

"모리쿠보는 오랬만에 편안해서 좋아요... 지금은 무-리 지만 익숙해지면 안 무-리 일것 같아요."

 

"노노는 당차네..... 난 의외로 도시 체질이었나 봐....."

 

자연 속에서 자라는 버섯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역시 난 방구석 버섯 재배 키트 체질이었던 거다. 그러고보니 기르던 버섯들을 수확할 시기가 되었지. 이번에 도전한 양송이가 잘 되었으면 한다. 전무랑 교섭해서 얻은 회사 정원 한구석이, 내 노력에 보답해줬으면 하는데.

 

"모리쿠보는 그냥,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힘들 뿐이에요. 여기서라면 좋은 시나 동화책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뱃속에 있는 어둠에.... 삼켜지는 거야.....?"

 

"아, 동화에선 똥 이야기가 의외로 많이 나와요. 아이들이 항문기를 거치게 되는데....."

 

동화책에 그런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이미 과학적인 분석이 끝나있었던 거다. 어쩌면 이 또한 프로이트의 유산일지도 모르지. 그러고보니까 프로이트 심리학을 채용한 밴드가 여럿 있던 것 같던데.

 

"후우.... 오래, 기다렸어....."

 

"손은 씻었죠?"

 

"씻었으니까... 걱정.... 마...."

 

삽을 씻었다는 말은 안 물어봤으니 문제없다. 왠지 뜨끈한 삽자루를 잡고 내 흔적을 메멘토모리하라 모리쿠보 노노.

 

"내일이면 사치코가 비누도 만들 거라고 하니까 참으려 했지만......"

 

"......짐승의 지방을 건져내서 타다 남은 잿물이랑 섞고 저어준다고 했던가....."

 

짐승의 지방에 타다 남은 재의 조합이라니 메탈하잖아. 그러고보니 비누라는 거 엄청 헤비메탈한 물건이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데스메탈과 함께한 것 아닐까. 일단 인류사가 피와 전쟁과 폭력의 역사라고 한다면 인류사는 헤비메탈 정도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같은 메탈이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지겠네요."

 

".....같이 갈까? 기다려줄께......"

 

"고, 고마워요. 사실 무서운 건 무리라서....."

 

그거야 뭐, 말 안해도 알지만.

 

 

 

----

 

 

 

그렇게, 똥 싸는 도중에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흔들린다.

 

".....어?!"

 

저 멀리, 분화구가 다시 연기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화산 폭발 같은 건 잘 모르는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꺄아악!!"

 

동굴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노노의 비명소리다.

균열, 무너진 듯한 지형. 설마.

 

"노노!! 빨리 나와!!"

 

무너지는 듯 한 소리를 내는 동굴에서 뛰쳐나오는 노노의 손을 붙잡았다.

그 순간, 동굴 바닥이 무너진다. 내 다리가 흔들린다.

 

"노노오!!!!"

 

노노를 바깥에 내던지듯이 끌어당긴 순간, 내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옆을 보았을 때, 노노가 안전한 동굴 바깥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있었다. 다행이다.

 

"쇼코!!"

 

그러고보니까, 노노는 항상 존댓말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두운 곳으로 떨어진다. 내 헤비메탈의 시작도 지진이었고 끝도 지진인가.

 

 

 

 

 

 

 

 

 

 

"......그렇게 시리어스한 독백을 날렸는데...... 날렸는데.... 으흑......"

 

동굴 밑, 또 다른 굴이 보인다. 애초에 이게 기존의 지형이었겠지. 지진 때문에 잠시 입구가 막혔다가, 다시 온 지진 때문에 입구 째로 무너져 통로가 되어버린 거다. 지진이 참 핀포인트로 일어난다. 아마 실력없는 소설가라면 '작가 편의주의 만세!'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동굴 저 안쪽에 잘린 전선으로 보이는 듯 한 물건이나 제대로 가공된 나무 판자가 있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니다.

 

"쇼, 쇼코?! 괜찮아요?!"

 

뒤늦게 찾아온 사치코가 내 안부를 물어보았다.

 

".....찮아..."

 

"괘, 괜찮은 거지?!"

 

"안 괜찮다고오!!! 내 얼굴을 봐라!!! 무엇이 보이는지!! 이 세상 모든 더러운 바닥을 보란 말이다!!!" 

 

얼굴을 마주친다. 사치코가 기겁하며 물러난다.

........이 동굴에서 볼일을 본 사람은 미레이와 사치코와 나와 도중에 끊고 나온 노노.

땅이 무너지고, 내가 떨어진 곳엔 다른 무언가가 아주 조금 일찍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흙이나 돌이 아닌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오늘부터! 우리는! X싸개걸즈다!!"

 

"아이돌은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에요!!"

 

"난... 빼줘....."

 

"그리고 코우메쨩은 분위기 좀 파악해요!!"

 

마유가 날 씻겨줄 때 까지, 계속 그런 소리를 반복했다던가 뭐라던가. 네이쳐 X까 세상은 메탈이라고 말이야.

 

---

 

다 쓴 후 작가 생각 : 이거 이런 똥글로 괜찮은걸까응괜찮을거야(자기합리화)

아무튼 마유 혐성 의혹은 마지막 단락으로 깨끗하게 씻겼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똥글다운 복선도 뭣도 없는 급전개가 나왔습니다.

 

 

아맞다 4과문

쇼코의 수치스캇플레이를 기대하신 변태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어서 적당히 죄송합니다. 사실 변태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지만 전 변태가 아니라 쓸 수 없었습니다. 네 전 정직하고 클-린한 사람입니다. 페티쉬즘 따윈 없습니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고.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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