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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인 그림자 - 1 (카나데 X 린 SS)

October 18, 2016 (화) 01:12에 작성함.

22622

 

2027년 10월 23일 , 금액 473,856엔 , 입금주 346 프로덕션 재무.

봉투 안에 든 종이 위에는 큼지막하게 금액이 쓰여 있었다. 그 아래, 세세하게 인세가 어떤 분야에서 발생했는지, 표로 정리되어 있다. 내 발자취를 하나하나 해체하여, 이름표를 붙여 놓은 것 같아서 보기 싫어졌다. 근처 은행에 가서 늘 방문하는 직원에게 10만엔을 인출했다. 약간 나이든 그녀는 5년 전 다니던 은행을 바꾸어 처음 이 지점에 방문했을 때, 나를 모르는 것 같아서 그녀에게서만 인세를 인출했다. 1년에 각 분기마다 총 4번 밖에 방문하진 않지만, 젊은 직원은 보통 이름과 얼굴을 이리저리 쳐다보고는 수군대곤 했기에 적당히 아이돌에 관심 없어 보이는 직원을 골랐다. 5년이나 지난 요즘에는 알아서 인사를 건네지만, 10년이나 지난 일이니 이제는 상관 없으려나 싶어서 그냥 그녀에게 가서 인세를 인출한다.
근처 마켓에서 간단히 식품을 사고 돌아와 냉장고에 넣은 뒤, 책상 위에 있는 봉투를 버리기 위해 집었다. 무언가 안에 작게 들어 있는 게 느껴졌다. 봉투를 뒤집어 흔드니, 내역서의 반절도 못 되는 작은 명함이 들어 있었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 사업부, 라고 쓰인 부분만 읽고도 무언가 촉감이 왔다. 뭔가 있는 느낌. 10년 가까이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잔돈을 치르면서 별다른 불평하나 없던 곳이었다. 명함을 뒤집자 펜으로 또박또박 쓰인 글씨가 보였다.
<밑 번호로 가능한 빠르게 연락 바람>
아래에는 전화 번호가 쓰여 있었다. 번호를 보아 휴대전화가 아닌 일반 전화인 것 같았다. 가능한 빨리 연락해 달라니, 갑작스럽게 이렇게 알려줘도 어떻게 해야할지.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울림 끝에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전, 아니, 미시로 사장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만."
  [아, 시부야 린 씨죠? 네, 사장님께서는 3일 뒤 7시에 가능하신 데, 그때 가능하신가요?]
불가능할 건 뭐야. 어차피, 니트나 다름 없는 사람과 하루를 어떻게든 잘게 쪼개어서 사는 사람과의 약속이라면, 당연한 결론이 나오잖아.
  "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께 전달 드릴게요.]
사장? 전무였던 것 같았는데. 비서는 묘하게 말투가 치히로 씨를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기에서 독기만 싹 뺀 듯한. 너무한 표현일까.
  [아참, 시부야 씨?]
  "네?"
  [저, 팬이었어요! 이렇게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말꼬리가 왜 올라가는 거야. 너무나도 오랜만에 무언가라도 의미가 담긴 대화를 해서 그런가.

 

구름이 적당히 드린 하늘에 반쯤 이지러진 달이 보였다. 구름이 서서히 달을 가리려고 할 때쯤, 택시가 멈췄다. 시계의 분침은 11시에 걸려있다. 딱 맞춰 도착했다.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려 건물 코너에 있는 그닥 크지 않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너무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충분히 격식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웨이터가 앞에 서서 짤막히 인사를 건넸다.
  "일행이 있으십니까?"
  "아, 네. 미시로 씨가."
  "이쪽입니다."
웨이터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데리고 가게 측면 창가 쪽으로 안내했다. 벽 하나가 건물 측면의 창가를 가리고 있어 문이 닫히지 않음에도 안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미시로 전무가 자리에 이미 앉아 있었다. 이미 주문이 끝났는지, 식전빵을 포함한 세팅이 다 끝나있었다. 순간 늦은건가 생각이 들었다. 샴페인 잔이 눈에 띄었다. 벌써인가.
  "오랜만이군. 키가 꽤 컸군."
  "미시로 전무."
  "전무가 아니다. 사장이다."
  "아... 그래. 뭐, 나랑은 상관 없으려나."
  "앉지."
어차피 의자가 이미 당겨져 있잖아.
나는 자리에 앉았다. 웨이터는 코트를 받고 돌아갔다. 밖에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벽 하나를 두고 레스토랑 안의 소음은 거의 사라졌다. 그녀의 존재가 소리를 지워버리는 것처럼. 자리에 앉았다. 상의가 약간 불편하다. 꽉 맞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약간 헐렁해서. 살이 또 빠져버린 걸까?
  "자네가 정장을 입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에 둔 적이 없었는데."
  "나도 사회생활이란 걸 하는 나이니까."
메뉴판을 닫으며 말했다. 닫히면서 약한 바람이 얼굴에 날아왔다. 거짓말에 대한 훈계마냥.
  "당신은 어디서든 정장, 이네."
전무, 아니 이제는 사장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샴페인이 든 잔의 다리를 집고 나를 관찰하고 있을 뿐. 차가운 눈. 언제고 적응되지 않는.
웨이터는 내게도 샴페인을 한 잔 가져왔다. 아마 사장이 주문한 거겠지. 이제서야 사장은 샴페인 잔을 손에 쥔다.
  "와 줘서 고맙군,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건배라도 할 것인 양 샴페인 잔을 들더니, 그냥 바로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셔버린다. 대체 뭘까, 이 여자. 언제나 제멋대로.
  "뭐, 당신이라면 작은 일은 아닐 테니까."
샴페인 잔을 입가에 가져간다. 시고, 강한 탄산이 입가에 퍼진다. 닿자마자 바람이 되어, 입 속에 전부 퍼져버린다. 샴페인 잔을 놓는 행동을 기점으로, 나와 사장은 메인 메뉴가 나올 때 까지 거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따금 레스토랑의 다른 손님의 웃음 소리나 목소리가 벽을 넘고 들려오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작게 들리는 재즈와 식기가 그릇에 닿아 울리는 소리뿐이었다.

 

  "크로네는, 하야미와 오오츠키, 카미야가 활동 중이군."
  "...프레데리카는?"
사장은 한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말 안 해도 돼."
  "미야모토는, 버라이어티로 활동 중이다."
  "그런가. 미안."
  "사과할 필요 없다."
  "나머지 인원들은, 활동하지 않는건가."
  "아나스타샤는 닛타와 페어로 활동 중이고, 타치바나는 대학생활을 위해 잠시 활동정지. 사기사와도 최근에 활동을 정지했다."
  "후미카 씨는 왜?"
  "대외적으로는 심신을 위한 휴식을."
  "...사실은?"
사장이 또 미간을 문질렀다. 아까 전까지 보이지 않던 그녀의 나이가, 주름 안 깊은 곳에서 보였다.
  "읽을 책이 많이 밀려있으므로."
  "...몇 권이길래."
  "하야미의 언급으로는, 천 권을 넘는다고 들었다."
  "미안..."
  "다시 말하지만, 사과할 필요 없다. 그리고 호죠는 병결이다."
  "아프다고?"
갑작스레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카렌이 링거를 팔뚝에 꼽은 이미지가 순식간에 머리 속에서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휴양이다. 오키나와에서 잠시 휴양하기로 했다."
  "그럼 뭐 어디가 아팠었다는 거야?"
  "단순한 휴양이다. 다시 말하지만. 일종의 예방 차원으로 간 것이다. 휴양기간을 정리해서 간단한 사진집으로 정리할 요량도 있다. 그러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마음이 한결 놓여 의자에 등을 기댔다.
웨이터가 음식이 든 카트를 끌고 옆에 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음식이 담긴 그릇을 테이블에 놓았다. 접시 위를 덮던 클로슈를 열자 흰 김과 함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가 보였다.
  "급히 예약을 하느라 어떤 부위를 선택할지 몰라 임의로 같은 것으로 주문했다. 개의치 않았으면 한다만."
  "상관은 없어."
  "그래, 알겠다. 마저 들지."
  "아 참."
웨이터가 잔에 물을 다 따르고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CP는 어떻게 됐어?"
  "신데렐라 프로젝트 말인가."
  "아직까지 프로젝트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궁금해서."
  "내가 모든 인원의 근황을 알지는 못한다만."
  "아, 그러겠지. 미안해."
사장은 아무런 말 없이 라귀올로 포터하우스를 가르는 걸 보았다. 푸딩을 가르는 것처럼 엄청나게 부드럽게, 한 입에 딱 맞는 크기로 잘랐다. 하긴, 이제 사장 이랬으니 세세하게 모든 아이돌 상황을 알리 없겠지.
  "몇 명은 은퇴했고, 3분의 1 정도가 활동 중이군. 앞서 말했듯 닛타, 혼다, 모로보시, 오가타, 미무라 정도인가."
  "다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녀는 아무런 말 없이 가른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집어 먹었다.
  "너와 아카기, 타다, 마에카와, 칸자키, 후타바는 은퇴, 죠가사키는 자신의 언니와 다음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활동을 정지했군."
  "그런가."
  "그리고."
사장은 집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무언가 내 마음 속을 캐내려는 듯한 저 눈이, 차갑게 식은 채 바라보고 있어 저절로 긴장이 됐다.
  "시마무라 우즈키도 5년 전 은퇴했다."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다. 굳은 뼈를 다시금 움직여서 짤막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런,가."
  "어째서지?"
저절로 내리까진 두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아까와 표정은 똑같다. 눈이 좀더 바쁘게 움직일 뿐이다. 대체 뭘 알고싶은거지.
  "너와 시마무라 우즈키는 신데렐라 프로젝트부터 같은 유닛이었으니 유대가 더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군."
  "우즈키의 선택이야. 그것을 판단할 권리는 없어."
  "너의 은퇴가 그녀의 활동을 위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5년 전까지 훌륭하게 커리어를 유지해 왔으니."
  "상관 없어. 그저 놀랐을 뿐이야. 근황 알려줘서 고마워."
당연하지만 바라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사장은 예전부터 똑같은 딱딱한 어투를 통해 내게 일러주었다. 무언가 질질 끌고 애석해 할 것이 없는 전달이라, 오히려 작은 고마움까지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도 상관은 없다. 근황이 알고 싶다면,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건, 그렇지."
사장은 라귀올 나이프를 들어 포터하우스의 뼈 안쪽을 먼저 갈랐다. 뜨거워 보이는 흰 김이 가른 틈새 안에서 빠져나왔다. 바삭하리만치 구워진 겉과, 선혈빛을 머금은 속. 완벽한 미디엄 레어다. 나도 어떻게든 익숙하지 않은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 스테이크를 잘랐다. 웨이터가 나이프가 특별한 물건인 양 브랜드를 일러주고 가길래 좋은 물건인가 싶었지만, 능숙하게 자르지는 못했다. 그래도 조이풀이나 사이제리아에서 쓰는 무딘 나이프 보단 훨씬 낫다.

  

  "그래서, 이제 말해도 되지 않아? 날 부른 이유."
디저트로 온 바바오 럼을 반쯤 먹고 물었다. 딱히 할 말도 없는 약간 어색한 두 사이가, 한 시간 동안 격식을 차린 채 식사나 하려고 부른 건 아닐 테니까. 사장이 레이디 그레이를 반 쯤 비운 뒤, 늦은 가을 비가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았다. 9시가 넘은 도로 옆 가로등이 그녀의 얼굴 위로 비쳤다.
  "다음 주에 하야미의 잡지용 사진 촬영이 있다. 짤막한 인터뷰도 포함하지."
  "나는 내가 불린 이유를 묻는 거야. 카나데는 상관 없잖아."
사장은 창가를 바라보던 두 눈을 내 얼굴에 맞췄다. 그 때처럼, 뉴 제네와 트라이어드 사이에서 나를 반으로 가르려는 양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그 때와 같다. 반절은 기분 나쁘고, 반절은 냉정한 두 눈.
  "상관 있다. 너도 촬영에 응해 잡지에 실리기를 희망한다. 인터뷰도 포함해서."
  "뭐?"
  "촬영에 대한 보수는 당일로 지급될 거다. 총액 20만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그녀의 말에 순간 말이 막혔다. 상대의 의사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표현법, 그만 잊어버렸었어.
  "그 이후부터 서서히 매체에 노출을 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본격적으로 복귀한다."
입에 담겨있던 모든 표현이 빠져나간다. 말문이 완전히 막힌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예전처럼 무대 앞에서 서지 않아도 괜찮다. 간단하게 화보를 몇 번 참여하는 정도도 좋다. 지금의 너가 어떠한 방향으로든 매체에 다시 되돌아오면 그거대로 분명히 영향이 있을 테니. 굳이 예전처럼 레슨이나 영업을 할 필요도 없지."
  "거절하겠어."
  "이유는? 거절할 분명한 이유가 있나?"
반쯤 비운 물잔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유,따위 있을리가. 이제 와서 10년동안 굳어버린 타성을 고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난 은퇴했어. 그것도 최정상일 때. 당신 말마따나, 성을 떠나면, 돌아갈 방법은 없는 거 아냐?"
그리고 당신의 태도, 언제나 거슬리고 짜증 났거든.
  "재미있군. 너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생각에 두지 않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않을까 해서 말했을 뿐이야."
  "글쎄, 그건 고맙군."
  "당신에겐 나름의 감사를 가지고 있어. 영업은 잘 모르지만, 분명히 당신들에겐 다 자라 열매가 맺힌 나무를 베어넘기는 기분이었을 텐데."
  "감사보단 사과가 맞다고 생각한다만. 어차피 지난 일이다. 그리고."
그녀가 디저트 나이프로 휘핑 위에 빨간 산딸기가 얹힌 브라우니를 갈랐다. 효율적이고, 동시에 우아한 손길이다. 예전에 CP를 쳐낼 때와는 다르게.
  "진정으로 사과가 필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가 아닐까 싶네만."
순간, 손이 멈춘다. 하지만 일순간이다. 다시 손을 움직여, 바바오 럼을 잘라 입에 넣었다. 럼의 향취가 입에 퍼진다. 약간 얼굴이 뜨겁다.
  "상관 없는 일이야. 그게 그 사람 일이잖아?"
  "의무를 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다. 의무 속 분투에는 보람뿐만이 아니라, 좌절 또한 담겨있지."
  "의미를 모르겠어."
  "맥락과 의미를 이해해 달라는 게 아니다. 강요는 아니지만, 단순한 부탁도 아니다. 우리는 너가 오는 것을 상정하고 있으니."
  "그래서, 대체 내게 뭘 바라는 거지? 이미 은퇴한지 10년이 지났어. 난 이제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당신들이 보내주는 인세로 먹고살고 있지. 아마 세상은 내 이름 따위는 벌써 잊어버렸을 걸? 당신 말마따나, 빛나지 않는다면 우린 쓸모없는 존재니까."
  "너의 착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건가?"
  "착각이라고? 이봐! 대체"
  "인세는, 매 분기 너의 활동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수익에 근거하여 배분하여 입금한다."
순간 치솟는 짜증을 그녀의 냉담한 목소리가 막아선다. 예전과 똑같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건. 디저트용 포크와 나이프를 놓았다. 접시에 닿아 짤랑이는 소음이 들린다.
  "너가 받는 인세는 상당한 금액이다. 보통 가라오케나 라이브 BD와 재판 앨범에서 수입이 발생하고 있지. 지난 10년간 받는 인세의 양은 10배로 줄었지만, 여전히 꽤 많은 액수다."
사장이 손에 쥐었던 물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너의 재무 사정은 그닥 좋은 편은 아닌 걸로 안다만? 부모의 영업은 나름의 유지가 되고 있지만, 너는 어떻지?"
  "당신, 기분 나빠."
  "자택 구매, 그 외 경비, 그리고 재투자. 재투자는 실패했다고 보면 맞을까. 재정이 상당히 위험한 것 같던데. 10년 가까이 도쿄에서 고립되어 살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경비가 필요하지."
  "역겹네. 정말로."
  "기본적인 사회활동일 뿐이다. 근황 파악 정도일까."
사장이 전화기를 꺼내어 잠시 쳐다봤다. 짤막한 이 정적이 오히려 그녀의 움직임에 소음을 부여했다.
  "너는 아직 빛을 속에 지니고 있다. 스스로 재 속에 틀어박혀 온 몸에 흠집과 상처가 생겼지만, 우리라면 그 정도 흠결은 지울 수 있지."
  "웃기지 마."
  "다행히도 머리도 갈라짐이 약간 있지만, 예전처럼 길군. 단발이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어려울 테니."
  "거절한다고 했어, 분명히!"
  "촬영은 일주일 후, 11시 신 사옥 10층에서 한다. 프론트에 사람을 보내 놓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의자 다리 끝자락이 바닥에 강하게 긁혀 듣기 싫은 소음이 들렸다.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를 찢는 것처럼.
  "이제 와서 인세를 볼모로 협박하려는 것처럼만 들려. 기분 나빠, 당신."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할말이 없군."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얼굴 볼 일 없어. 인세도, 마음대로 해."
  "그러면 시마무라 우즈키에 대한 건 어떨까?"
다리에 준 힘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서 몸이 크게 흔들렸다. 움직이는 기계를 갑작스레 정지시킨 듯, 순간 테이블에 넘어질 뻔했다.
  "무슨 소리야, 당신."
  "시마무라 우즈키는 5년 전 은퇴하고, 어떠한 연락도 남겨놓지 않았다."
  "뭐?"
  "역시로군."
그녀의 일방적인 대답에 답답함이 느껴저, 두 눈을 잠깐 감았다. 우즈키가, 연락의 끈이 하나도 없다니. 무언가 잘 이해되지가 않았다.
  "너도 그녀와 연락하지 않는 게 역시 맞군."
그녀를 쳐다봤다. 오만함이나, 자만은 없다. 그래서 짜증나. 의식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일그러진다.
  "당신!"
  "시마무라 우즈키를 찾아주지."
손이, 저절로 그녀의 셔츠 목 깃을 잡는다. 그녀가 얼굴을 든 채 말을 잇는다. 그 입을, 완전히 막아버리고 싶다. 제발, 닥쳐 줘.
  "다음주, 11시, 신 사옥 10층이다. 늦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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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나렐로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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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 합시다.
  • VINO (@zmfk****)

    이...이게 어떻게 카나린으로 연결되는 거지... 다음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근두근)
    1October 18, 2016 (화) 01:30_62
  • 포틴P (@howo***)

    카나린인데 이 전개...라고...!?
    으으 더 읽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대략 10년후의 린이 주인공이로군요...전무는 여전하다고 해야하나 뭐라 해야하나...
    프레데리카와 후미카에서 피식ㅋㅋㅋㅋㅋㅋ
    2October 18, 2016 (화) 13:43_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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