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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4장 - 죠가사키 크라이시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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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7, 2016 19:26에 작성됨.

" 이게 뭐야 . . 대체 ?! "

 

" . . . !!! "

 

두 자매, 분홍머리과 금색머리가 눈앞에 있는 기괴하고도 거대한 형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주변에 널려있는것은 왕국의 인장과 함께 찌그려져있는 병사들의 잔해들과, 부서진 건물의 파편들.

살점과 금속의 더미 위에 올라선 두 자매는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도 그 기형적이면서도 끔찍한 모습을 두 눈에 각인했다.

이목구비도 없는 새하얀 머리는 그들에게 향한 채 갓난아기처럼 네 발로 딛고 선 생물 . . 이라는 범주에 일단은 속해있는 그것은 엉금엉금 가까이 다가왔다.

 

.

.

.

.

.

.

.

" 어서오세용~ "

 

 

시부야 린이 '변절자' 로 낙인 찍히기 한달 전.

 

 

입고있는 여성용 정장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가벼운 어투가, 죠가사키 재단 정문 앞에 선 소녀의 귀를 때렸다.

듬성듬성 짙은 갈색의 얼룩과 함께 헤져있는 핫팬츠와 가슴둘레를 가리는 얇은 활동적인 그녀에게 어울리는 복장에, 옅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는 진정되지 않지만 반가운 목소리에 반응해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 리나리나뽀요~ 언제나 근면성실, 부두목이 올 자리도 완전 빠릿! "

 

2층에서 로비로 내려와 정문으로 들어오는 리카의 짐을 받아주는 여성은 아까 전에 창밖으로 인사할 때의 모습보다 더 후줄근하고 털털해 보였다.

한때 악명높은 죠가사키 용병단의 일원으로서 몸담았고, 지금은 죠가사키 재단의 이사 중 한명으로서 재단 운영에 힘쓰는 여성, 후지모토 리나.

그녀의 태도와 말투는 용병생활을 할 때의 것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녀가 정중하게 대할 경우는 단 한가지, 재단이나 재단에 관련된 곳에 나쁜영향을 주는 이들 뿐. 이전에 재단의 자원을 탐내고 후원을 핑계로 리나에게 접근했던 귀족 나부랭이들을 차낼 때 만큼은 정중하고 사무적인 태도와 말씨를 고집했었다.

하지만 외엔 대게 가벼운 태도이다.

이 편이 오히려 복지대상인 아이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서민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 리나언니 언제나 고생하네~ 울 언니는 ? "

" 두목님은 언제나 바빠서 요즘은 나도 잘 못봤달까~ 완전 시무룩. . "

 

리나는 눈쌀을 아래로 내리며 아랫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올리며 아랫입술을 살짝 씹는다. 본래라면 미카는 항상 이곳, 죠가사키 재단 본부의 건물에 출근하여 이사장실에 틀어박혀 집무일을 보는것이 대부분일 터였다. 아마도 자기가 근 반년동안 동방대륙을 순회하며 다니는동안 생각보다 많은것이 변한 것 같았다.

 

소녀가 말라비틀어진 염소가죽 물통을 리나가 든 짐 위에 얹으면서 조심스레 질문을 꺼냈다.

 

" 리나언니. 그러면, 요새 언니가 뭐 하는지 알아 ? "

" 흠~ 출장, 일까나 ? 전쟁이 끝난지 몇 달 안지나서, 아직도 고아원들에 거들어야 할 일이 완전많다고 했던가 ? 인력이 부족해서 발로 뛴다고 . . "

 

아, 그렇지. 라고 소녀는 작게 손바닥을 친다. 자기가 가니슈카를 지나, 투부르크를 건너 아스트라로 다다를 무렵에 우연찮게 같은 길을 가던 여행자무리가 하던 대화로 왕국이 제국의 침공을 받고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순간 당장 방향을 되돌려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언니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폐만 될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스로 경험을 올리기위해, 고아원 유치때문에 한창 바쁜 경황속에서, 리카 본인도 선뜻 나섰어야 하는 바쁜 와중에 언니를 찾아가 자신의 뜻을 밝히고 설득했던것이, 모두 헛되이 되어버린다고 생각됬다.

 

결국 굳센 마음으로 여행길을 재촉했고, 시간이 더 흘러 아스트라의 술탄에게 허가를 받아, 아스트라의 영토로 포함되어있는 세계 5대 사경(死景) 중 한곳인 사해(沙海)에 다녀와 귀국준비를 할 무렵엔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느꼇던 죄책감과 책임감이, 리나의 종전 이후라는 발언에 다시금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모든것에 미안한 마음에, 소녀는 자기 짐을 가져간 그녀로부터 절반가량을 다시 자기에게로 가져왔다.

 

 

" 부두목? "

" 미안 . . 내가 . . . 그 . . 정말 미안 . . "

" . . . . "

 

리나는 눈물맺힌 눈동자를 보고 아무 말 없이 웃는다. 둘은 나란히 걸음맞춰 계단을 오른다.

소녀의, 죠가사키 리카의 방은 3층 복도 끝이었다.

 

리나가 가지런이 짐을 정리해 침대 옆 탁상에 쌓아놓고 문을 닫자, 리카는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고향에 대한 향수라고 해야하나 복잡미묘하고 아련한 감정속에서 그녀는 곱게 접혀 침대위에 놓여있는 옷을 만지작거린다. 문지르자 의미한 향이 피어올랐다. 언니가, 죠가사키 미카가 항상 쓰던 향수의 냄새다. 은은하면서도 진하지 않은 향내에 잠시동안 얼굴을 파묻고있던 리카는 옷을 곱게 내려놓고 입고있던 헤진 복장을 벗어던진다.

 

간만에 목욕다운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그녀의 가슴은 두근두근해지기 시작했다.

 

어서 따듯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싶다는 생각에, 그녀는 곧장 방안에 있는 욕실로 뛰어가던 중, 책상위에 놓인 핑크색의 종이 한장에 멈춰선다.

서툴지만 왕국 귀족들이 사용하는 격식있는 문체로 써진 굵은 글씨들이 리카의 눈에 확 들었다. 그녀는 그 필체가 누구것인지 잘 알고있었다.

 

" 언니의 . . "

 

알몸인 채 그대로, 종이를 집어들고 아래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

.

 

- 나의 동생 리카야. 이 종이를 본다면 넌 돌아온거겠구나.

이 쪽찌는 내가 전선으로 가기 전에 남기는 마지막 글이야. 아마도 내가 전장에서 죽었다면 이건 유서가 되겠지.

만일 내가 전쟁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 글은 네 방 책상에 그대로 둘거야.

네가 이곳에 돌아왔을 때에 해주었으면 하는 부탁이 몇가지가 있단다.

하나는, 몰래 가져간 내 향수를 집무실 책상 위에 돌려놓을 것. 그거 7500 쥬엘 짜리라는걸 모르고 가져간건 알고있다만, 내 모스트 3순위 안에 드는 컬렉션이니까 당장 놔두길 바래. 안그러면 네가 돌아오자마자 보게 될 언니의 표정은 화가 잔뜩 난 귀신얼굴일 거란다.

 

그리고 또 하나는 ─── .

 

.

.

 

 

읽다가 문득 어느 일을 떠올리고 리카는 종이를 뿌리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 으아아앗 - ! 어쩌지, 그거 웨이그리아에 있는동안 압수당했는데 . . ?! 망했어 . . ! "

 

 

죠가사키 리카는 여행을 떠난지 한달이 조금 넘어갈 무렵, 웨이그리아 측에 붙잡혀 강제로 유치소에 같혀있었다. 죄목은 다름아닌 '불법 사냥꾼 업무.'

군국주의 국가이자 강력한 군사연맹을 자랑하는 웨이그리아에서는 철저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국경의 제한없이 활동하는 각종 괴물 및 현상금 사냥꾼들의 입국 및 국내활동을 엄격히 금한다. 외부전력들을 차단하여 분쟁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명목이었다.

아무튼 죠가사키 미카는 그때 당시에 떡하니 죠가사키 용병단의 심볼이 박힌 허리주머니를 차고다녔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주민신고로 웨이그리아의 보안국에 장장 한달 가량을 구류되어있었다. 그 과정에서 귀중품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을 대부분 압수당했고, 거기엔 미카의 향수도. .

 

" 으아아아 ! 하지만 나 지금 무일푼이고. . 어떻게 하지 ? 어떻게 해야 . . ! "

 

웨이그리아의 군벌 중 영향력 있는 수장 중 한명인 '오카모토 마유' 가 죠가사키 용병단의 개인적인 팬이라면서 손을 써서 결국 풀려나긴 했지만, 결국 압수품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여행동 비행선을 타고 다녀올 교통비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녀는 귀국 할 때도 육로로 돌아왔었다.

 

리카가 그렇게 고뇌하는 동안, 방 문이 벌컥 열린다.

 

 

" 아, 부두목~ 거기 샴푸가 다 떨어졌 . . . 뭔일이래 ? "

 

방 한가운데서 알몸으로 발광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리카으 모습을 정상적으로 보일 리가 없었고, 리나는 샴푸 통을 든 채 억지로 태연한 척 하며 리카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 돌아오는 반응은 소란스러웠다.

 

" 아, 아니야 ! 결코 이상한게 아니라구 - ! "

" 해외에서 이상한 전통이라도 배워온거 ? 하지만 그거 사람들앞에서 안했으면 좋겠는걸 . . 자, 여기 샴푸뽀요. "

 

말꼬리에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을 하게 된 리나는, 샴푸를 바로 앞 바닥에 내려놓고 쏜살같이 문을 닫고 내려가버렸다. 리카가 변명을 하기도 전에.

나중에 천천히 말해봐야겠다 라고 여기며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쉰다. 당장 제자리에서 이렇게 고민해봐야 해결되는것은 아무것도 없을테니, 우선은 목욕을 하며 심신에 평화를 찾은뒤에 다시 차분히 방법을 떠올려보자고, 리카는 생각을 정리한 뒤에 바닥에 놓인 샴푸를 집어들어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같은 시각 . . .

 

.

.

.

.

 

 

이것으로 벌써 열 한번째다.

 

 

일부러 사회친화적인 방향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마을 바로옆에 세운 고아원이, 오히려 주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꼴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그러한 영향을 주는 주범이라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 이, 이사장니임 . . . "

 

" 아, 당신은 분명 여기 고아원에서 일하던 . . . "

" 죄송해요 . . 정말 죄송해요 ! 제가, 제가 마을로 장보러 나간 사이에 . . ! 그 사이에 ! "

 

 

그녀는 참다못한 울음을 터뜨렸다. 마을로 가기 15분 전만 해도 점심시간을 고대하며 환하게 웃으며 마중나와있던 아이들이 돌아와보니 그런 꼴이 되었다고 하면 충격받지 않을 사람은,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만일 아무런 감흥없는이가 우리 재단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내가 결코 그냥두지 않았을것이다.

 

 

"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렇게 죄책감 가질 필요 하나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동안은 집에서 푹 쉬어요. "

 

" 흐윽  . . 네에 . . ! "

 

 

그녀에겐 잘못이 없다. 그럼에도 주변에 몰려든 구경꾼들의 원망의 소리는 그녀를 향하고있다. 조사를 위해 파견된 왕국병사들의 일부를 그녀의 호위로 붙여 자택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다. 그녀는 멀어지면서도 마지막으로 우는 소리르 미안하다고 했다. 마음 한켠이 더 무거워졌다.

 

길쭉한 철제 창을 든 장정들과 그들의 바로 후면에 서서 총부리를 위로 치켜세우고 있는 총병들이 고아원영역으로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고, 나는 걸음을 고아원 '이었던' 건물로 가까이 옮겼다. 마음과 같이 걸음도 덩달아 무거웠다.

가던 중 몇몇의 창병을 비롯한 왕국병사 몇몇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 중 아무것도 들고있지 않은 장병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 죠가사키 재단의 이사장, 죠가사키 미카님이십니까 ? "

" 맞아. "

 

 

장교 표식을 단 장병 하나가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종이를 한장 내밀었다.

이 일을 밖으로 알리지 않겠다는 기밀유지 서약이었다.

 

 

" 이번에도 서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언제나 탐탁치않으나, 그것역시 언제나 해온 일이었기에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들어 두꺼운 종지의 하단에 찍힌 왕국 인장 옆에 사인을 휘갈겼다. 병사는 종이를 둥글게 말아 옆에 차고있던 문서통에 집어넣고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옆으로 물러난다. 창과 총을 든 병사들 역시 그를 따라 좌우로 갈라져 섰다.

 

사실 기밀유지 서약따위 . . 이미 알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있다. 재단이 세운 고아원에서 차례차례 참살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다만 왕국 측에서도 체면이 있고, 변방까지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퍼지지 않았으니 그 이상의 확산을 막겠다는 취기로 기밀유지 서약은 계속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걸은 걸어가지 않아 피비린내가 후각을 맹렬하게 자극했다.

 

피를 뚝뚝흘리는, 모포에 싸인 뭔가를 병사 둘이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었다.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던 사실을 끄때까지 몰랐는지, 앞쪽에서 뒷걸음치고있던 상관으로 추정되는 병사가 뒤에 들던 이를 추궁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건물은 예전에 건축한 양식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만큼 산산이 부서져 반쪽이 되어있었다. 더불어서, 핏자국들도 모두 반쪽들 뿐이었다.

이 고아원은 마을옆에 짓는만큼 규모도 크게 설계되어 총 열 명의 직원과 서른 하고도 네명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었으며, 최대고아 수용인원은 50 명 이었다. 거기서 사건이 일어나고, 장보러 나가있던 한명의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과 . .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 .

 

 

" 젠장 . . ! "

 

 

젠장이라는 말이 안 나올수가 없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설비를 보강하며 그것도 모자라 용병들까지 고용했었다. 그럼에도 매 번 참사는 막을 수 없었다. 고아원이 무너지고 무고한 아이들이 잃는 목숨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재단의 분위기는 나락에 치달아갔다. 희망적인 마음을 품고 계속해서 일하던 이들도, 이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차례차례 그만뒀다. 그렇게 될 수록 고아원의 시설들은 무용지물이 되어갔고, 참사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 . 악순환이 완성되어 있었다.

 

전쟁은 끝났다. 신데렐라 혁명도 끝났고, 제국과의 전쟁도 끝났다.이제 마땅히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찾아와야 할 평화의 시대는 . . 아무데도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유지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일일이 끔찍한 사건의 현장에 갔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왕국병사들이, 고용한 용병과 수색자들이 찾아내지 못했을 증거를 찾기 위함이었다.

문이 달려있었어야 할 입구로 들어서자, 피비린내는 더 심해졌다. 동시에 조명도 다 부서지고 먹구름 낀 하늘을 조명삼은 반파된 복도가 눈앞에 들어왔다. 복도 바닥에는 필연적이게도 핏자국들이 가득했다. 작은 신발들도 몇 켤레 눈에 들어왔다. 사력을 다해 벗어나려고 해도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결국엔 도망치다가 모두 끔찍한 결말을 피하지 못했다는것이 연상됬다.

 

복도에 들어서서 몇걸음 걸어가다가 옆을 바라봤다.

 

아이들의 놀이방으로 추정되는 넓은 방 안에 핏자국들이 즐비했다. 바닥과 벽 아이들이 즐기던 놀이기구와 장난감들에도 예외없이 잔혹한 흔적들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 와중에, 수많은 핏자국들의 한가운데에 부자연스러운 혈흔이 눈에 띄었다. 혈흔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핏자국들은 이미 마루바닥에 눌러붙어 손실될 우려는 없었기에 부담없이 혈흔을 따라서 걸어가다가, 어느 순간인가 출발지점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부서진 단상 위에 올라서서 혈흔의 이어짐을 높은 시야에서 보았고 이번 참극의 범인 역시 여태까지와 같았다.

 

 

" 오니기리교 . . !! "

 

 

인위적으로 그어진듯한 커다란 혈흔의 순환로는 이어져서 모서리가 깎여 둥글게 된 삼각형의 형태를 취하고있다. 광신도들의 종교를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마음같아서는 채찍으로 문양을 마루와 함께 박살내버리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예전에 한번 저질렀던 것 처럼 수도로 불려가 문책당할것이 뻔히 보였기에 마음만으로 그쳤다.

 

그렇게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반파되어있던 단상은 완전히 옆으로 기울어져 무너졌다. 제발 이 소릴 밖에 있는 병사들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으리라.

걸음을 한층 조심스레 딛으면서 놀이방에서 도로 복도로 나왔다. 결국에, 오니기리교 라는 것 외에는 여태까지의 것과 별다른게 없는 성과였다.

가슴 한컨의 무거움은 점점 답답함으로 바뀌어 목까지 차올랐다. 답답함이 화가 되어 입 밖으로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나 무력했나. 입술을 곱씹다가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분함에 몸이 떨렸다. 대체 무엇이 이토록 참담한 시련을 내린다는 것인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평화를 부수고있는것인가.

시선은 둘 곳없이 바닥을 향했다. 아래로는 넘어진 단상과 핏방울들이 수놓인 마루만이 들어왔다.

그러다가, 반파된 단장의 안쪽에서 또 하나의 부자연스러운 것이 보였다. 이것 역시 혈흔 . .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형식을 잘 갖추고있었다. 의구심이 머리에 가득 차올라 부서진 단상 안쪽에 보이는 흔적에 골똘히 보다가 강렬한 확신 하나가 머리를 스쳐갔다.

 

 

" 글자 ? "

 

 

글자였다. 왕국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문자의 하나였다. 채찍으로 단상의 안쪽까지 닿지 않도록 살며시 단장을 내리쳤다. 옆면이 뜯겨나가고, 잿빛 구름에 가려 미세하게 내려오는 빛에 안쪽의 전문이 남김없이 드러났다. 그리고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있어서는 안돼는 일이 또 하나 일어나버린 것 같았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대장님.

 

 

 

 

 

피로 . . 아마도 손가락으로 그어서 세긴 문장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현기증이 난 것마냥 머리가 어지러워서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었다. 대장님 . . 피로 쓰여져 있었기에 고아원의 아이들이 썼을 리는 전무했고, 그렇다면 직원 ? 아니었다. 용병단을 해체 할 때 자기를 따라 온 사람은 리카와 리나 밖에 없었거니와, 이후에는 민간인들만을 채용했었다.

 

다다른 결론은 당연했지만 인정하고싶지 않은 사실, 앙심을 품은 전(前) 단원 중 한명이 이러한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것.

 

이 글귀가, 사실이, 왕국에도 전해진다면 어찌될지는 뻔할 뻔자였기에, 채찍으로 단상을 후려쳐 단박에 찢어버렸다.

 

 

이것은 나만이 알아야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내가 '원인' 이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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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사경(死景) > 

옛 이야기로 구전되어 내려오던지, 아니면 실제 자연현상을 기록한 사항이라던지의 근거를 토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다섯 장소를 통들어 일컫는 명칭. 절대로 관광명소라던가 그런곳이 아니며, 사람이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는것이 불가능에 가깝거나 살아나온 사람이 없다는 등 무시무시하고 어두운 소문만이 가득한 곳 뿐으로, 대부분의 사경은 해당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의 관할영토로 포함되며 해당 국가는 이 위험천만한 곳의 출입을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해야한다.

 

5대 사경으로 등록되어있는 장소는 다음과 같다.

 

미시로, 제국 등을 주축으로 북쪽 국가들이 분할관리하는 금족지(禁足地).

아스트라가 관리하는 사해(沙海).

이률리아 연합에서 관리하는 봉절(封絶)의 땅.

웨이그리아와 제국이 동시관리하는 묘역(墓域).

두캇에서 관리하는 소용돌이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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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리카의 귀향, 후반부는 미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되었습니다.

아마도 둘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매 화마다 진행될 것 같군요.

 

이전 장의 마지막화에서부터 말씀드렸듯이 이번 장부터 임의의 장까지는 패션 사이드 이야기입니다.

 

리카에 대한 것은 . . 신데렐라 판타지 위키의 <죠가사키 리카>(링크) 항목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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