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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리티 P 시리즈] 센카와 치히로 < 함께 걷는 길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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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3, 2016 03:36에 작성됨.

타카가키 카에데 <밤 바다의 이정표>

사기사와 후미카 <First Step>

P <인내의 삶> 

<신데렐라 걸스>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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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9월의 첫 번째 목요일.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6주에 걸쳐 일본 본토를 종횡무진 누비는 오디션 출장도 마침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다음 주에 가게 될 돗토리와 히로시마 뿐. 이동거리는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칸센 표가 남아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후쿠오카처럼 밤잠을 설쳐가며 고속버스로 이동하는 건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으……몸이 묵직하네. 출장 끝나면 친선대회라도 한 번 달릴까…….”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도 9월로 넘어오자 한 풀 꺾인 모양이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을 느끼면서, 다시 도쿄로 돌아온 나는 평소처럼 출근길에 올랐다.

본관의 정문에 설치된 자동문에 사원증을 가져다 대자 삑, 하는 전자음과 함께 자동문이 좌우로 열렸다.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채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있는 보안팀에게 꾸벅, 인사를 건네면서 나는 로비를 가로질러 제1별관으로 향하는 연결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그간 피로가 쌓이긴 한 듯, 걸으면서 몸을 이리저리 풀 때마다 관절에서 뚜둑거리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로비를 절반 정도 가로질렀을 때, 로비의 정 중앙에 게시된 한 게시물이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징계위원회?”

 

게시물의 내용은 징계위원회를 소집한다는 공고문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열리는 날짜는 다름아닌 오늘이었다.

별 일도 다 있네……라고 생각하며 나는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장이 길었던 만큼 일도 잔뜩 쌓여 있을 터. 서두르지 않으면 이번 주말에도 출근을 각오해야 한다.

 

“저 왔습니……아무도 없네.”

 

힘차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를 했지만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의 문이 열려 있다는 말은 누군가가 출근했다는 소리고, 급탕실에서 들려오는 물이 끓는 소리는 출근한 누군가가 미리 물을 끓여놓았다는 뜻이 된다.

 

“……뭐, 화장실이라도 가셨나.”

 

내 자리로 향하면서 나는 우편물을 모아둔 상자를 한번 훑어보았다. 아직 수발이 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미 모두 정리한 것인지, 팬레터를 담아두는 상자는 텅 비어 있었지만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상자에는 우편 몇 개가 들어 있었다.

 

“3일이나 자리 비운 것 치곤 별로 안 왔네. 어디보자, 세금통지서랑……뭐야 이건?”

 

봉투를 하나씩 넘겨보던 중, 익숙한 로고가 그려진 봉투가 눈에 띄었다. CG프로덕션의 로고가 그려진 그 봉투의 발신인 란에는 ‘CG프로덕션 인사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곧장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봉투에 적혀 있는 발신날짜는 4일 전, 내가 출장을 떠난 그 날 발신된 것이었다.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서……? 이게 뭔 개소리야?”

 

그 순간, 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어떤 풍경이 떠올랐다. 본관 로비에 붙어있던 그 게시물. 징계위원회의 소집을 알리는 게시물이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면서 나는 들고 있던 편지에서 시선을 때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잠깐만……설마, 그거 내 얘기였어?”

 

그 때,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그 곳에는 핏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치히로가 있었다.

 

“아, 좋은 아침입니다.”

 

평소처럼 인사를 건네 보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내가 들고 있는 종이에 못박혀 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온 그녀는 털썩, 하고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센카와 씨?”

“죄송해요……죄송합니다……!”

 

 

 

**********

 

 

 

“……상기 과실에 대하여, 징계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징계를 집행한다.”

 

두 손을 허리춤 앞에서 맞잡고 있던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원탁의 상석에 앉아, 내가 서 있는 방향을 바라보던 세 사람 중 가운데에 앉아 있는 사람이 종이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비록 초범이고 우발적인 사고라고는 하나, 규율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당 과실을 저지른 아이돌 부서장 겸 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 P에게는 감봉 1개월을 선고한다. 징계자, 마지막으로 항소할 의사가 있습니까?”

 

종이를 읽는 중간중간 안경 너머로 나를 쏘아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항소라도 걸었다가는 더 센 놈으로 먹여주마, 라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없습니다.”

“좋습니다. 이상으로 징계위원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징계자 퇴정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내 대답에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운데에 앉은 남자가 종이를 내려놓고는 의사봉을 세 번 내려치는 것으로 징계위원회가 끝났다. 상석에 앉은 세 사람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뒤, 대회의실을 나오면서 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처음에는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위원회가 시작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고 난 다음에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징계의 사유는 계약위반이었다. 조금 자세히 내막을 풀어보면, 원인은 치히로가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한 서류를 윗선까지 결재를 올려버린 것이 문제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뭐가 문제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는 우리 회사에 소속된 정직원이 아닌, 기간제 계약으로 묶여 있는 ‘어시스턴트’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회사의 내부인이 아닌 셈이다.

그런 외부인의 이름이 각종 사내 기밀을 다루는 결재라인에 떡하니 올라가 있었으니 당연히 경영팀은 발칵 뒤집어졌고, 곧바로 기밀관리 부실을 책임으로 징계위원회를 소집한 것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적당히 경고로 때울 수 있었을 테지만 내 경우는 시기가 영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노동성에서 주관하는 하반기 행정감사와 맞물리는 바람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계약위반을 빌미 삼아 무슨 추가타를 얻어맞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미리 언질이라도 받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우연인지 아니면 노린 것인지 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통지서가 날아온 날짜가 하필이면 내가 출장을 나가 있던 시기였고, 내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마치 날짜라도 맞춘 듯 위원회가 열린 것이었다.

 

“뭐, 어차피 돈 벌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고. 승진은 처음부터 관심 없었고. 액땜한 셈 쳐야지…….”

 

감봉 1개월. 결코 가벼운 징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곡할 정도로 무거운 징계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쓸데없는 데 불똥이 튀지 않고 나 한 사람으로만 끝났다는 점만 보면 오히려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하아…….”

 

나는 끔찍할 정도로 화창한 창 밖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징계 때문이 아니라, 저놈의 징계위원회 관련으로 오전 반나절을 통으로 날려 버린 덕분에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버렸기 때문이다.

 

“사기사와 씨한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려나……간만에 얼굴 비춘다고 많이 기대하셨을 텐데.”

 

 

 

 

“저 왔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2별관에 들러 캔커피를 사서 돌아온 나를 반긴 것은 창백한 얼굴로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죽을상을 짓고 있는 치히로의 모습이었다. 내가 나갔다 온 사이 또다시 울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의 눈 주위가 조금 전보다 더 새빨갛게 퉁퉁 부어 있었다.

 

“표정 풀어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

“그래도……저 때문에 프로듀서 씨가…….”

“어허, 센카와 씨 잘못 아니라니까요? 그러니까 표정 풀어요. 예쁜 얼굴 다 망가진다. 커피 드실래요?”

“……네. 잘 먹을게요…….”

 

그녀에게 커피가 담긴 캔을 건네자, 그녀는 머뭇거리면서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았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캔의 뚜껑을 열었다. 푸식, 하고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렸다. 뻣뻣하게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목을 풀면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자니 반쯤 쉰 목소리로 그녀가 내게 물어왔다.

 

“저기……어떻게 되셨나요……?”

“저는 감봉 1개월에 시말서, 센카와 씨는 그냥 시말서만 제출하시면 됩니다. 부서장이 저이니까 저한테 내면 되요.”

“네……? 감봉이요……?”

 

‘감봉’이라는 말에 그녀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여전히 퉁퉁 부어있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아니 고작 감봉 가지고 뭐 그럽니까? 근신도 아니고 모가지 날아간 것도 아닌데.”

“그치만……저 때문에 프로듀서 씨가……!”

 

소파에 파묻히듯 점점 몸을 웅크리던 그녀는 결국 캔을 떨어뜨리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그녀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면서 조금씩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진짜 사람 말 안 듣네. 센카와 씨!”

“네, 네……?”

 

나는 그녀를 향해 양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그녀는 두 손을 풀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 틈을 놓칠세라 나는 잽싸게 양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꽈악 붙잡았다. 그리고는 마치 반죽을 주무르듯, 울상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엡, 후, 후로휴혀 히(프, 프로듀서 씨)……?”

“잘 들어요. 저는 승진 욕심도 없고, 돈 벌고 싶어서 이 나라에 온 것도 아닙니다. 저랑 당신 모가지 붙어 있고, 우리 프로젝트랑 애들 멀쩡하면 그걸로 된 거에요. 알겠습니까?”

“…….”

“알.겠.습.니.까?”

“네, 네…….”

“그러니까 표정 풀어요. 조금 있으면 애들 돌아오는데 그렇게 울상 짓고 있으면 분위기 안 좋아 집니다. 애들한테 그런 모습 보여줄 거에요?”

“아이여(아니요)……제셩합니다(죄송합니다)…….”

“이제 울음 그쳤죠? 안 울 거죠?”

 

여전히 내 손에 얼굴을 붙잡힌 상태였기에,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얼른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애들한테 들키기 전에.”

“네,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나는 무릎을 탁 치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 등을 돌려 내 자리로 걸어가는 내 귓가로 코를 훌쩍이며 걸음을 옮기는 자그마한 발소리가 들렸다.

힘없이 사무실을 나서는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가슴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면서 나는 작성하다 말았던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주말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오늘부터가 문제네. 이거 오늘 안에 다 쓸 수 있을까…….”

 

나는 왼팔에 찬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약속시간은 오후 7시.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좋아. 그럼 갈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가 보자.”

 

 

 

***********

 

 

 

일과를 마치고, 레슨을 마친 아이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프로듀서는 치히로와 함께 자주 애용하는 골목길 깊숙한 곳의 이자카야로 향했다. 오늘 하루 겪었던 일만 따져보자면 도저히 술판을 벌일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미 이 날에 뒤풀이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약속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P군! 치히로! 여기야!”

“벌써 시작했어요? 언제 오셨습니까?”

“30분 정도 됐어요.”

 

두 사람이 도착할 무렵에는 먼저 레슨을 마친 선객 두 사람이 도착하여 한 발 먼저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치히로 씨.”

“……실례하겠습니다.”

 

프로듀서가 잠깐 사장에게 인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미즈키의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던 카에데는 미즈키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의 건너편 자리에 앉는 치히로를 바라보던 카에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저기, 치히로 씨?”

“네……?”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아, 아뇨……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요. 미안해요.”

 

그 때, 프로듀서가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본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다시 되돌렸다.

 

 

“자, 그럼……늦었지만 카와시마 씨의 데뷔를 축하하며 건배!”

““건배!””

 

프로듀서의 구령에 맞추어 쨍, 하고 네 개의 술잔이 가볍게 부딪힌다. 내용물을 단숨에 비운 미즈키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았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이렇게 축하해주다니……이 언니는 너무 기뻐요.”

“별 게 아니긴요. 방송 일정이랑 겹쳐서 쉽지 않은 일정이었을 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에이, P군이야말로 정말 고생했지. 출장만 해도 피곤할 텐데 우리 연습하는 것도 다 신경 써주고 말이야. 새벽 비행기로 날아와서 방송 참관해줬을 땐 정말 감격했어.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구?”

“하하, 그거 하라고 월급 받는 건데요.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후미카한테도 제대로 축하해줬어?”

 

같은 프로그램의 같은 무대에 서기는 했지만, 녹화 방송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일정과 녹화시간이 겹친 미즈키의 무대는 따로 후미카와 다른 시간대에 녹화가 진행되었다. 자신의 일정 때문에 비록 서로의 시간은 엇갈렸지만, 레슨이나 리허설만큼은 억지로 시간을 맞춰 가면서 미즈키는 프로젝트 진행이나 출장 등의 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 그를 대신하여 마치 동생을 챙기는 것처럼 후미카를 챙겨주었다. 프로듀서는 그녀의 지적에 훗,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안주로 나온 말린 오징어를 주욱 잡아뜯었다.

 

“물론이죠. 제대로 축하해줬어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러고 보니 말이죠.”

 

흥이 식었다는 표정을 짓는 미즈키의 옆에서 얌전히 땅콩을 씹던 카에데가 문득 떠오른 듯 이야기를 꺼냈다.

 

“오후에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봤는데, 로비 게시판에 징계위원회 이야기가 있던데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아! 나도 봤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혹시 아는 거 있어?”

“아아, 그거요? 제 이야기일걸요?”

“네……?”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지나가듯 말하는 프로듀서의 말에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미즈키와 카에데는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프로듀서에게 시선이 쏠려 있던 탓에 그의 옆에 앉아서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치히로가 크게 움찔거렸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뭐어? P군이 징계?! 왜? 뭐 때문에? 기밀 팔았어? 성희롱했어? 아니면 맘에 안 드는 놈 냅다 줘팼어?”

“아니거든요. 셋 다 안 했거든요? 세상에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아하하, 농담이지. 농담.”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가르쳐주세요.”

“으음, 말하자면 긴데요. 요약하자면 계약 위반이라고나 할까요…….”

 

“계약위반?” 그의 말을 따라하면서 미즈키와 카에데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센카와 씨는 계약직 어시스턴트라서 직접적인 사무집행에는 관여하면 안 된다고 해요.“

“헤에, 그런 게 있었어?”

”저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아무튼 내부 조항으로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요전번에 제 실수로 제 이름 대신 센카와 씨의 이름으로 서류가 올라간 모양이에요. 위쪽에서 알아서 고쳐주긴 했는데, 하필이면 시기가 영 좋지 않았거든요.”

“아하, 그게 약관위반으로 걸렸구나?”

“그렇게 된 셈이죠. 뭐, 결재라인을 별 생각 없이 넘겨버린 건 제 잘못이 맞으니까요.”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이야?”

“그게 일이 터진 시기가 행정감사 기간이었거든요. 까딱했다가는 완전히 회사가 뒤집어질 수도 있었어요.”

 

프로듀서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치히로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점차 짙어졌다. 미즈키의 옆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카에데는 테이블 아래로 발을 뻗어,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치히로의 다리를 톡톡 건드렸다.

 

“……?”

 

힘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치히로에게 카에데는 프로듀서와 미즈키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한쪽 입 꼬리를 검지손가락으로 밀어 올렸다. 그런 그녀의 제스쳐에 쓴웃음으로 대답한 치히로는 또다시 술잔을 가득 채운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녀를 바라보던 카에데는 고개를 돌려 미즈키와 프로듀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전에 노동성에서 회사를 들쑤시고 다녔었지……큰일 날 뻔 했네.”

“그렇죠. 그러니 일 터진 거에 비하면 이번엔 그냥 싸게 끝난 겁니다. 까딱하면 모가지 날아갈 뻔 했다니까요.”

 

잠자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에데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징계는 어떤 걸 받으셨나요?”

“저는 감봉 1개월, 센카와 씨는 시말서요.”

“……네?”

“뭐?”

 

‘감봉’이라는 말을 듣고 안주를 집어먹던 미즈키가 툭, 하고 안주를 떨어뜨렸다.

 

“P군, 지금 감봉이라고 했어?”

“네. 감봉이요.”

“세상에, 이 양반들이 제정신이야? 고작 그거 했다고 감봉? 너무한 거 아니야?”

“카와시마 씨도 왜 그러세요? 감봉이 뭐 어쨌다고.”

“감봉이면 엄청난 거지! 월급 까이는 건 차지하고 앞으로 최소 2년은 승진은 꿈도 못 꿀 텐데?!”

“고작 그게 끝이잖아요? 그럼 별 거 아닌 거 맞네.”

“허……?”

“승진이니 뭐니, 저는 그런 거 관심 없어요. 돈 몇 푼 더 벌자고 여기에 온 것도 아니고 말이죠. 프로젝트 멀쩡하고 애들이랑 여러분한테 피해 안 갔으면 그걸로 된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카에데와는 대조적으로 미즈키는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를 기가 차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치히로는 네 병째 술병을 깔끔하게 비우고, 새로운 술병을 찾아 테이블 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P군, 혹시 신선이야?”

“신선이었으면 여기서 술판에 노가리나 까고 있겠습니까.”

“아니, 그런 거 치곤 마인드가 너무 도덕 교과서인데.”

“그냥 가치관의 차이겠죠……응?”

 

텅 빈 술잔에 술을 채우려던 프로듀서는 지긋이 자신의 팔을 누르는 중량감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자신의 팔에 몸을 기대고 있는 치히로의 모습이었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채 그의 팔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앞에는 빈 소주병이 네 병이나 늘어서 있었다.

 

“세상에 이걸 언제 다 드신 거지……? 센카와 씨, 잠깐 일어나보세요.”

“우응……프로듀서 씨……?”

“네, 접니다. 정신 좀 차려 봐요.”

“미안해요……프로듀서 씨……미안해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마치 자동메시지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던 치히로는 할 일을 마쳤다는 듯 곧바로 그의 어깨에 기대어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맞은편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거 안되겠네요. 평소에는 이 정도는 멀쩡하던 분이 오늘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어쨌든 오늘은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뭐, 치히로가 이 꼴이 났으니 별 수 없지. 아아, 더 먹고 싶었는데.”

“카와시마 씨. 다음 주부터 CD수록 있으니까 슬슬 관리하세요. 곧 자켓 사진도 찍어야 된다구요?”

“으윽, 비겁하게 정론을 들이밀다니……카에데, 너도 뭐라고 좀 해봐.”

“후훗, 저도 ‘선배’의 입장에서는 그만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타카가키 씨, 저 계산하고 올 테니까 센카와 씨 좀 잡아주실래요?”

“네.”

“우우, 배신자들……!”

 

입이 한 뼘이나 튀어나와 볼멘소리를 하는 미즈키를 두고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즈키는 남아있는 말린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사람이 너무 좋아.”

“그러게 말이에요……정말, 너무 좋아서 탈이에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던 카에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에 기대어 잠든 치히로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쉴 새 없이 움찔거리는 그녀의 눈꺼풀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정말, 너무 빨리 취하신 것 아닌가요? 치히로 씨.”

 

촉촉하게 젖어 있던 치히로의 눈꺼풀이 움찔, 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잠시 후, 계산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프로듀서는 곧바로 항상 가지고 다니던 접이식 우산을 받침대로 삼아 그 위에 곯아떨어진 치히로를 앉히고는 그대로 그녀를 들쳐 업었다.

 

“P군은 먼저 돌아가도 되는데? 우리야 택시 타고 가도 되고.”

“괜찮아요. 어차피 센카와 씨네 원룸은 별로 멀지도 않으니까, 건물 입구까지만 이렇게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흐음, 정말 괜찮겠어? 아무리 내일이 금요일이라지만, 최근 계속 출장 후에 바로 야근이었잖아?”

“괜찮다니까요? 자, 어서 갑시다.”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프로듀서의 뒤를 따라 두 사람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게를 나와, 큰길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골목길을 걸으면서 프로듀서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쩝, 센카와 씨한테 뜯어 먹을랬는데 이번에도 내가 내는구나…….”

“회식인데 경비처리 되지 않아?”

“유감스럽게도요. 경비처리 하려면 우리 사무실 총원이 다 가야 해요. 예전에 1주년 파티처럼.”

“1주년……그러고 보면 벌써 9월이네요.”

“네. 9월입니다. 시간 참 빠르지요.”

 

누가 뭐라고 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번화가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 사이로 자박자박 보도블럭을 문지르는 신발의 밑창소리가 들렸다. 약간 흐트러진 치히로의 몸을 바로잡기 위해 프로듀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번화가를 가로질러 지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이 나타났다. 어느덧 주위의 소음도 멀어지고, 한적한 골목길에 들어서자 카에데가 중얼거렸다.

 

“9월이 지나고, 10월이 지나고, 내년이 오면……분명 지금보다는 더 바빠지겠죠?”

“네. 그럴 겁니다. 아이들도 많이 늘어날 거에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그렇다면 지금을 즐겨야겠군요. 이렇게 느긋하게 걷는 건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등에서 느껴지는 뜨끈한 체온을 느끼면서 프로듀서는 고개를 들어 달이 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에 띄게 구름이 줄어든 가을의 밤하늘에는 둥그스름한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P군 이번에는 남쪽으로 갔었지?”

“네. 쿠마모토 쪽으로 갔었지요.”

“어때, 괜찮은 애들 좀 있었어?”

“으음, 두 명 정도……? 여러분들 덕택에 제가 눈이 높아진 건지. 좀처럼 눈에 안 띄더군요.”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는 프로듀서의 옆에서 카에데가 쿡쿡 웃으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그것 참 영광이네요. 영광……영광…….”

“……말장난 안 떠오르면 그냥 하지 마세요.”

“흑, 너무해.”

“눈물이라도 닦아드리고 싶은데 손이 없네요. 이걸 어쩐다.”

“와, 너희 두 사람 엄청 재미있게 논다?”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달빛이 비치는 고요한 골목길을 약 10분 정도 걷자 치히로가 살고 있는 원룸이 나타났다. 치히로의 집 앞에 도착하자, 카에데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치히로의 핸드백 안에서 열쇠를 꺼내어 현관문을 열었다.

.

 

 

“그럼 뒷일은 두 분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래.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P군도 얼른 들어가서 푹 쉬어. 야근 적당히 하고.”

“아하하, 선처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치히로를 침대에 내려놓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 프로듀서를 배웅한 뒤 돌아온 미즈키는 거실에 앉아 있던 카에데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갔어요?”

“갔어. 그럼, 잔소리꾼도 갔겠다, 우리는 2차를 시작해 볼까?

“으음, 그러기에 앞서서 작은 문제가 있어요.”

“뭔데?”

”일본주는 저번에 다 먹어서, 지금은 맥주 정도밖에 없을 텐데요…….”

“에이, 그거면 됐어. 말마따나 나도 곧 수록이니까 목 관리해야지. 안주가 이쪽 찬장에 있던가?”

“아, 그 오른쪽 칸에 있어요.”

 

매번 일찍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하는 키다리 아저씨 몰래 서로의 집에 모여 뒤늦은 술자리를 가진 것이 벌써 몇 번째던가. 서로의 집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이제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까지 도달해 있었다. 찬장이나 냉장고 안에서 맥주와 안주를 꺼낸 두 사람은 거실의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그것들을 늘어놓았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카에데는 고개를 돌려 침실 쪽을 돌아보았다.

 

“치히로 씨, 이제 일어나셔도 되요?”

 

그러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침실에서 치히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눈치채셨어요?”

“취했는지 안 취했는지는 척 보면 딱이지.”

“프로듀서는 속였을지 몰라도 우리는 못 속여요. 같이 얼마나 많이 마셨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아하하……제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했네요…….”

 

힘 빠진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는 두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 카에데가 건넨 맥주캔을 받아 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한 모금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떻게 된 일이야?”

“네?”

“지금 치히로의 행동, 누가 보더라도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어. 뭔가, P군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더 있는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어?”

 

미즈키의 시선을 받으면서 맥주캔을 만지작거리던 치히로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사실은, 제 잘못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어?”

“그, 그게 말이에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지난 한 달 동안 프로듀서 씨가 굉장히 바빴잖아요?”

 

미즈키와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그 다음 주부터 프로듀서는 한 달에 걸쳐 전국순회에 가까운 출장을 다녔다. 그리고 일본 열도 자체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고,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어마어마한 이동거리를 이동하면서도 회사에 돌아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당연하다는 듯이 사무실에 틀어박혀 야근을 하곤 했다.

 

“굉장했지. 프로듀서라는 종족들은 죄다 워커홀릭들만 골라서 뽑는 건가 싶었어.”

”맞아요. 그래서……그, 프로듀서 씨가 너무 바빠 보이셔서, 조금이나마 거들어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겠다 싶었던 공문 몇 개만 대신해서 올렸던 건데……읏.”

“……거기서 실수를 한 거구나.”

“네……흑, 흐윽!”

“괜찮아, 괜찮아. 진정하렴. 그런데 P군이 그거로 뭐라고 했어? 화를 냈다던가?”

 

미즈키는 금세 다시 울먹이기 시작하는 치히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품 속에서 치히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그래서 더 불안해요. 차라리 시원하게 화라도 내 주셨으면 좋겠는데…….”

“하긴, P군은 그런 거 잘 안 꺼내는 타입이니까. 카에데 생각은 어때?”

“글쎄요……그 사람, 자기 잘못에는 한없이 까다로운 주제에 다른 사람들 잘못에는 굉장히 관대하니까요.”

 

잠시 말을 멈춘 카에데는 “제 생각에는 말이죠.”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됐다고 하는 일은 더 이상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는 프로듀서는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나도 동감이야. 어찌됐든 P군도 어른이잖아? 정말로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 거기서 이야기를 했을거야. 연장자이기도 하고, 또 그래 보여도 우리들의 총 책임자잖아?”

“그럴까요…….”

“그럼! 다 이 언니의 경험에 입각해서 하는 이야기라니까. 그러니 오늘은 잔뜩 마시고 씻어버리자구. 알겠지?”

“네…….”

 

미즈키는 치히로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맥주 캔을 입가로 가져가려다가 동작을 멈추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데, 카에데는 P군이 화내는 거 본 적 있어?”

“아뇨……그러고보니 저도 본 적이 없네요.”

“아, 저는 본 적 있어요…….”

 

뜻밖에도 치히로가 손을 들었다. 그녀로써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을까? 옅은 미소를 띤 채 이야기를 나누던 카에데의 표정이 아주 약간이지만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정말? 어디서?”

“에……그게, 그러니까……아마 카에데 씨가 이적한 바로 당일이었을 거에요. 그 날은 업무 마치고 바로 한 잔 하러 갔거든요.”

“그 날이라면……저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었군요.”

“그랬을 거에요. 어쨌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무실에는 프로듀서 씨랑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그게, 그러니까…….”

 

치히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

 

 

 

기념할만한 첫 번째 계약서류에 도장이 찍힌 그 날 저녁.

프로듀서의 단골이라면서 불려간 골목길 구석의 이자카야에서 치히로와 프로듀서는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아, 진짜! 생각할수록 열 받네 그 자식!”

“지, 진정하세요, 프로듀서 씨…….”

 

자신의 술잔은 비울 생각도 하지 않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치히로의 앞에서, 잔뜩 취기가 오른 프로듀서는 남은 맥주를 모조리 입안으로 쏟아 넣고는 내려치듯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탕, 하면서 텅 빈 맥주잔이 나무로 된 테이블에 부딪힌다.

 

“사장님! 여기 피쳐 하나만 더 주세요!”

“또 마셔? 내일 출근 안 해?”

“괜찮아요! 이런 거 자고 일어나면 싹 나으니까!”

 

카운터 너머로 들려오는 사장의 굵직한 목소리에 씩씩거리면서 대꾸하며, 프로듀서는 거세게 콧김을 내뿜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그 자식이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 아뇨…….”

 

사실은 몇 번이나 들어서 이미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이었지만, 어지간한 일로는 흥분하긴커녕 얼굴에서 실실 웃는 웃음기조차도 지우지 않는 프로듀서가 이렇게 얼굴을 붉혀 가면서 화를 내는 모습은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일이었다.

 

“여기 맥주 나왔습니다. P씨 혼자 먹지 말고 아가씨랑 같이 나눠 먹어요.”

“네에, 고맙습니다!”

 

때마침 사장의 거대한 팔뚝이 맥주가 든 커다란 통을 들고 나타났다. 기다렸다는 듯 텅 빈 잔에 맥주를 채운 프로듀서는 또다시 그것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아니, 차라리 목구멍을 열고 쏟아 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맥주 한 잔이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크으, 그러니까, 땡처리라 했다고요, 땡처리! 젠장, 고작 판매량 좀 줄었다고 사람 취급도 못 받는게 말이나 됩니까 이게?!”

“아하하…….”

 

빠득빠득 이를 갈면서 프로듀서는 또다시 잔을 채우고, 그것을 비워냈다. 몇 번째일지 모를, 맥주잔이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가 또 다시 울려 퍼졌다.

 

“……두고 봐요. 무슨 수를 쓰든간에 내가 저 사람만큼은 반드시 성공시킬 겁니다. 지가 뭔데 사람의 가치를 지 마음대로 정하는 거야. 개자식이…….”

 

 

 

**********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치히로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미즈키의 표정은 어느 샌가 복잡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뭐……그래. 화를 낼 줄 모르는 건 아닌 모양이네. 그래서. 카에데는 어때?”

“네, 네? 저요?”

“그래, 네 생각.”

 

그녀의 얼굴이 다소 붉게 달아오른 것은 유독 술기운 때문은 아닐 것이다. 미즈키의 질문에 몇 번인가 헛기침을 한 그녀는 맥주 대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글쎄요……확실히, 화를 내긴 낸 것 같은데…….”

“그 원인이 자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아, 아니거든요! 그냥, 그게…….”

 

치히로와 미즈키는 카에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단어를 고르듯 방 안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곧바로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사람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것도 그런데 말이야……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뭔가 조금 이상하긴 해.”

 

미즈키는 맥주캔을 쥐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롤 톡톡 두드렸다.

 

”꿈이 있는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민감해지지. 징계라는 건, 경중을 떠나 받았다는 기록 자체로도 굉장한 불이익이 되는 짐덩어리니까. 나도 아나운서를 하면서 꽤나 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저런 사람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어. 뭘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건 그래요.”

“그렇지요…….”

 

두 사람은 미즈키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이나마 굳은 것처럼 보였던 카에데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생글생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왼손으로는 계속해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는 한편, 미간을 좁히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던 미즈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들고 있던 맥주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에라, 모르겠다! 우리가 고민한다고 저 사람 과거가 뿅! 하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P군이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는 사람이란 거 알았으니까, 치히로도 너무 걱정하지 마. 알겠지?”

“네…….”

“맞아요. 분명, 치히로 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면 프로듀서는 반드시 치히로 씨에게 뭐라고 했을 거에요. 그러니까 오늘 일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생각하고,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요. 알겠죠?”

“감사합니다, 두 분 모두…….”

“자, 그럼 마지막으로 건배나 한번 하자. 건배!”

“건배~!”

 

챙강, 하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세 개의 캔이 동시에 부딪혔다.

 

‘그게 아니에요.’

 

캔에 담긴 차가운 맥주를 꿀꺽꿀꺽 삼키면서 치히로는 계속해서 마음 속에서 샘솟는 불안감을 애써 억눌렀다.

 

‘……프로듀서 씨는 말이죠, 저에게는 웃는 얼굴 말고는 아무 것도 보여주질 않아요. 그래서 저는 더 불안한 거예요…….’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탄산의 감촉을 느끼던 중, 치히로는 문득 카에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스듬히 시야를 가리는 은색으로 빛나는 맥주캔 너머로 형광등의 불빛을 받아 서로 다른 색으로 고요히 반짝이는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음 날.

 

 

별관 지하에 마련된 연습실 가운데엔 실제로 수록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와 거의 흡사하게 꾸며진 보컬 연습실이 있다. 스튜디오마다 환경 차가 있기에 완전히 똑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방음실이라는 공간의 특징과 스탠드 마이크라는 생소한 물건에 적응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장소였다.

 

“흐음, 홋카이도에서 하나, 쿠마모토에서 둘……얘네까지 해서 신입만 일곱인가?”

“네. 오디션에서는 그 정도밖에 못 건졌어요. 광고도 돌려놨고, 11월까지 수시로 접수는 받고 있으니까 최종적으로는 조금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실제 스튜디오와 비슷하게 꾸며져 있다는 것은, 제어실과 녹음실 또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음유리로 된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마스터 트레이너와 프로듀서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제어실로, 베테랑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후미카와 미즈키의 보컬 레슨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녹음실로 설정되어 있는 구역이다.

바로 1주 전에 데뷔 무대를 가진 두 사람이었기에 곡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지만, CD 레코딩에서는 라이브나 노래방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지향성 마이크를 사용하는 만큼 사전에 해당 장비에 익숙해져 있을 필요가 있었기에 구태여 이러한 시설까지 사용해가며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는 몇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

“글쎄요……가능하다면 3인유닛 3개에 5인유닛 두 개 정도는 뽑았으면 좋겠네요.”

“최소한 뽑은 만큼은 더 뽑아야겠군.”

“아하하, 그렇지요. 일단 다음주에 한번 더 가볼 곳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그쪽에 걸어봐야겠습니다.”

“어디보자, 돗토리랑 히로시마? 정말로 오키나와 빼고 일본 전역을 다 누비는구나.”

“하하…...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마스터 트레이너가 자료를 읽는 동안 늘어져라 기지개를 펴던 프로듀서는 한순간 윽,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왜 그래? 몸이라도 아파?”

“아뇨, 어제 간만에 배팅센터에 갔더니 근육통이…….”

“저런, 그런 건 확실히 관리해야지.”

“아하하, 한잔 걸치고 갔더니 저도 모르게 무리했나봐요.”

“뭐, 스트레스 푸는 데는 힘조절 안하고 뻥뻥 쏘는 게 직빵이긴 하지만 말이야. 자, 여기. 다 읽었어.”

 

마스터 트레이너는 자신이 건넨 자료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괜찮아?”

“뭐가요?”

“……알잖아?”

 

잠깐 마스터 트레이너의 눈을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아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징계요? 별 생각 없어요. 뭐, 제가 잘못한 것이기도 하고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죠. 따지고보면 제가 해야 할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게 원인이니까요.”

“……그렇군. 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옆에서 뭐라 할 처지는 안되지만 말이야.”

 

마스터 트레이너는 가볍게 주먹을 쥐어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가능한 만큼 혼자서 짊어지는 것도 좋지만, 파트너가 있다면 가끔은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 싶어. 마음의 상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곪기에 좋으니까 말이야.”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프로듀서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참, 내가 뭐가 잘나서 이런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 아무튼 나는 자료 준비할 게 있어서 먼저 실례할게. 쟤네들도 곧 끝날 테니까 같이 돌아가던지.”

“네. 수고하십시오.”

“내가 뭘.  P씨가 진짜 고생이지.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마스터 트레이너가 연습실을 나가는 것과 동시에,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음유리로 된 문을 열고 베테랑 트레이너의 뒤를 따라 후미카와 미즈키가 녹음실을 나왔다.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 씨……?”

“오호, 오늘은 왠일로 여기에 남아있네?”

“이쪽도 이야기가 막 끝난 참이라서요.”

 

두 사람의 가방에서 드링크와 수건을 꺼내 각각 나누어준 뒤, 프로듀서는 차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베테랑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두 분 상태는 어떤가요?”

“무대에 섰던 직후라 그런가 컨디션이 아주 좋네요. 장비에 적응도 잘 하고 계시고요. 이 정도면 다음 주에는 바로 스튜디오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아요. 자세한 건 오후에 보고서로 보내드릴게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그럼 다음 레슨이 있어서…….”

“네, 수고하십시오.”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프로듀서를 향해 마주 허리를 숙인 뒤 연습실을 나가려던 베테랑 트레이너는 잠시 발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저기, 프로듀서 씨?”

“네?”

“그, 제가 뭐라 위로를 드릴 처지는 아니지만……힘내세요?”

“하하……감사합니다.”

 

그녀가 연습실을 나간 뒤, 프로듀서는 고개를 돌려 드링크를 마시면서 호흡을 고르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일정 때문에 모든 녹음 현장을 직접 참관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방송 무대와 달리 CD수록은 발매 전에는 얼마든지 수정이나 보완이 가능하니까 너무 신중하게 나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라고 한다면, 역시 그 쪽이겠지.’

 

뜬금없이 나타난 또 다른 ‘문제’를 떠올리면서 프로듀서는 후미카에게 발성법에 대해서 조언을 하고 있는 미즈키를 바라보았다. 남은 시간은 3주 남짓. 그때까지 과연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

 

“……카와시마 씨?”

“응? 불렀어?”

“급하게 인사팀에 볼일이 생겨서요. 죄송하지만 미팅시간을 30분 정도 늦춰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을까요?”

“어어……응, 나는 문제 없어. 후미카는?”

“네……저도 괜찮습니다……”

 

두 사람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프로듀서는 서둘러 연습실을 나갔다. 천천히 닫히는 두터운 연습실의 방음문을 바라보던 미즈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조금 전에 나누던 이야기를 마저 계속했다.

 

‘뭐, 아이도 아니고. P군이 알아서 잘 하겠지.’

 

‘인사팀’이라는 단어에서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미즈키였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프로듀서는 결코 허튼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단순히 그것을 자신의 기우로만 여기고 있었다.

 

 

 

***********

 

 

 

그 뒤로 2주의 시간이 지났다.

 

프로듀서가 미리 계획해둔 대로, 9월이 지나가자 아이들에게 들어오던 일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인기의 저하나 영업 실패가 아닌, 새로운 출발을 위해 노출을 조금씩 줄여나간다는 전략이었다. 일이 줄어들면서 남는 시간은 대부분 신곡 연습이나 체력 단련 등으로 할당되었지만, 그래도 한창 일에 들어오던 시절에 비하면 모두들 넘쳐흐르는 여유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서서히 여유를 즐기는 아이돌들의 스케줄과는 정 반대로, 돗토리, 히로시마에서의 출장을 마지막으로 일본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오디션 출장을 마친 프로듀서는 여전히 인사팀과 총무팀, 그리고 사장실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총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인지, 11월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회사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뜀박질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 왔습니다.”

“아, 프로듀서 씨? 조금 전 인사팀장님께서 연락하셨어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할 이야기가 있다고 자기한테 한번 찾아와달라고 하셨어요.”

“아아, 감사합니다. 바로 가볼게요. 이따가 애들 올라오면 회의실로 바로 보내주시겠어요?”

“네.”

 

한동안 평화로운 일상이 반복되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그 일을 가슴에 묻을 수 있도록 그 일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 동료들 덕분인지, 치히로의 머릿속에서는 언제부터인가 2주 전 일어났던 사고에 대한 것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가능하면 그냥 그렇게 기억 속으로 사라졌으면 좋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은 그렇게까지는 친절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후미카와 미즈키의 솔로 CD의 최종 수록이 있던 날. 치히로를 제외한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은 두 사람의 수록이 진행되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따라가는 대신 남는 것을 선택한 치히로는 홀로 사무실을 지키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메일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 때, 그녀는 인사팀에서 보내온 공문 하나를 발견했다. 공문의 내용은 1년에 한 번씩 있는, 계약직 어시스턴트의 계약 갱신에 관련된 것이었다.

 

“아, 벌써 계약 갱신할 때가 됐구나…….”

 

“정말 시간 빠르네”라고 중얼거리면서 공문에 첨부된 재계약자 명단을 천천히 훑어보던 그녀의 두 눈이 깜짝 놀란 듯 크게 뜨였다.

 

“어, 어……?”

 

당황한 듯,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녀는 몇 번이나 그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 비록 1차 명단이고, 2차, 3차 명단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은 언제나 1차 명단에 들어 있었다.

 

“없어……없어……!”

 

마우스를 스크롤하던 그녀의 호흡과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미 몇 번이나 확인을 했지만, 못 믿겠다는 듯, 그녀는 또 다시 한번 명단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샅샅이 확인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그녀는 명단을 워드프로세서로 복사하여, 검색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기도 했다. 

결국 자신의 이름이 누락된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손을 때고는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텅 비어버린 그녀의 눈동자에는 사무실 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형광등의 불빛이 비쳐 보였다.

 

“어째서……?”

 

힘없이 중얼거리던 그녀의 뇌리를 한 가지 기억이 벼락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 함께 걷는 길 (下)에서 계속됩니다. >>

 

 

치히로 씨 한번 울려보고 싶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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