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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side story 제국의 공작-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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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8, 2016 01:39에 작성됨.

어딘가의 외진 곳을 돌아다닐때의 이야기야.

그때도, 나는 근처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의뢰를 받고 괴물을 사냥하고는 했지.

하루는 어느 마을에 도착하여 여관에서 묵었지. 그리고 그날 밤. 마을의 촌장이 찾아왔지.

 

“실례하네. 괴물사냥꾼.”

 

밥을 먹고 있는 도중, 촌장이라 자칭한 노인이 자신을 소개하고, 맞은편에 앉았지.

 

“...의뢰라도 맡기실게 있으신지?”

 

“아아. 그렇다네. 괴물사냥꾼. 마녀를 퇴치해주게나..”

 

“마녀...? 마녀라.”

 

촌장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 우리 마을 근처에는 마녀가 혼자 살고있다네. 아주 흉측하게 생겼지. 지팡이를 가지고 몇 번 마을에 들어오려고 한것을 내쫒았다네.”

 

“...흠.”

 

마녀가 세간의 전설이라고만 알려져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 몇몇 마법사들은 추방당하여 깊은 숲속에서 홀로 살아가기도 하지. 가끔은 위험한 실험도 하고말야... 마녀의 범주에 해당하는 놈들이지. 나도 몇 번 그들을 쓰러뜨린 적이있고.

 

“그 마녀가 마을에 무슨 해를 가했습니까?”

 

“숲 여기저기에 함정을 설치했다네.”

 

“함정...?”

 

그런 경우는 많지. 함정을 설치하고 납치하는 부류들. 마법함정이면 더욱 골치아파지고...

 

“조사는 해보겠습니다만... 일단 보수부터 정하지요.”

 

“흠. 역시나 괴물사냥꾼. 보수에 대해선 깐깐하다니까...”

 

“세상 사람들이 의뢰를 해결하고 나서 시치미를 떼지만 않는다면 우리도 관대해졌을텐데 말이죠.”

 

내 비꼬는 말에, 촌장은 두손을 들고 체념한듯 말했지.

 

“그래그래... 알았네. 알았어... 이만쥬엘은 어떤가?”

 

“... 적게 부르시는것 같군요. 조금더 쓰시죠. 이만 팔천쥬엘.”

 

“이보게나. 이 돈도, 없는 돈을 마을사람들끼리 모아서 내는거라고... 이만 삼천쥬엘.”

 

“흠. 저도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니까요. 이만 육천쥬엘.”

 

“...아아. 알았네. 이만 오천! 더 이상은 양보못하네.”

 

그 정도면 현실적인 타협안이었지.

 

“좋습니다. 그 가격으로 하지요. 먼저, 알고싶은게 있습니다만.”

 

“내가 대답할수 있는거라면 뭐든 하겠네.”

“마녀에 대한 정보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숲 어딘가에서 버려진 오두막을 수리하여 그곳에 살고있다네. 몇 번 마을에 들어오려고도 했지만 우리가 쫒아버렸지. 그 이후론 들어오지 않고있어. 아마도 이 일은 그 복수로 시작하는게 아닐까 싶네.”

 

“왜 쫒아버리셨습니까?”

 

“...그런 흉측한 몰골은 처음봤네. 지팡이를 짚고있었고...”

 

“피해를 직접적으로 준 적은 없지만, 내쫒으셨다?”

 

촌장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지.

 

“...뭐. 그렇게... 말할수도 있네만. 으흠...!”

 

“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동기가 될 만한지, 다시 한번 들어보았을뿐.”

 

“...뭐. 그렇다고 해두지.”

 

그가 약간은 얼버무리는것을 보고,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지.

 

“...혹시 이 마을을 위협하는 다른 괴물이 있습니까?”

 

“흠... 아니. 짐승무리나 코볼트 정도는 있다만. 함정을 설치할 종족은 아냐.”

 

나는 다 비워진 그릇에, 숟가락을 놓았지.

 

“...좋습니다. 지금부터 조사를 해도 괜찮겠지요? ...마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 버려진 오두막이,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나올걸세.”

 

내가 일어서서 숲으로 가려다, 문득 번뜩하고 멈췄지.

 

“그래. 그 함정. 마법 함정입니까?”

 

“아니. 진짜 문자 그대로의 함정이라네. 사냥꾼들이 쓸법한...”

 

‘허. 마녀가 사냥꾼들의 함정을 쓴다고? 마법이라는 더 간단하고 확실한 것이 있을터인데?’

 

“... 알겠습니다.”

 

 

나는 집을 나와 마을의 북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지. 나무가 많은 침엽수림이었지. 가기 전에 포션을 하나 마셔서 오감을 극도로 높였어. 북쪽으로 천천히 가다보니, 함정이 있는곳이 보여지더군.

 

‘부자연스러운 잎들... 함정을 가리는 것이로군. 밟으면 꺼짐으로서 발동되는 함정인가? 분명 밑에는 죽창같은 것이 가득하겠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함정에 걸려 죽은 동물이나 괴물도 많더군. 사슴이 나뭇가지에 걸려, 거대한 나무못으로 박혀있기도 했어.

 

‘올무... 게다가 끌려올라가는 즉시 나무못이 달려드는 형식인가. 거의 기계장치에 가깝군.’

 

또, 무심코 디딜만한 곳에는 곰덫이 깔려있더군. 거의 예외없이 말이지.

 

‘음. 이건 숙달된 사냥꾼이 설치한 것이다... 마녀가 이런 재주도 배웠다니. 흥미롭군.’

 

수준높은 함정이었어. 그건 분명 사냥용도가 아니었지. 자신을 지키려는 용도였어. 사냥이라면 이만큼이나 살상력이 높은 함정을 만들어두지는 않으니까.

함정들을 피하자, 작은 불빛이 일렁이는게 느껴지더군. 아주 희미했지만 나는 볼수 있었어.

 

‘저곳이 오두막인가.’

 

오두막 근처까지, 함정이 아주 즐비하더군. 한번은 걸릴뻔도 했지.

오두막은... 사냥꾼이 거처로 쓸만한 곳이라고 할까.

또, 오두막 앞에는 거대한 밭이 있었는데... 희귀한 약초들이 자라고 있더군.

 

‘제무리아... 로문... 허. 본부에서나 볼법한 약초들인데.’

 

우리 괴물사냥꾼의 본부는 많은 희귀한 약초들이 있지. 주로 포션, 약, 독을 제조하는데 사용하는. 그리고 그곳의 약초들은 약재로서 상당희 희귀한 약초들이었지. 주로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는 약재들이었어.

 

‘흠. 저걸 기르는건 쉽지 않을 터인데...?’

 

그리고 그 약초는 확실한 효과만큼 기르기도 힘든 편이었지.

 

그리고 그 주변에는 무두질한 가죽이 쌓여있었고, 훈제된 동물의 고기들이 줄에 널려있었어. 문앞의 바구니에는 그 약초들이 수북히 담겨져 있었고.

흠. 마녀의 집은 무슨. 사냥꾼의 집이었지.

아무튼 나는 어떻게든 오두막의 문앞으로 갈수 있었어.

 

“...”

 

조용히 검을 꺼내, 무릎을 꿇고 오두막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어.

 

딸깍. 딸깍. 딸깍.

 

무언가 나무가 부딫히는 소리가 나더군. 딸깍. 딸깍. 딸깍.

 

“...제기랄. 시간인가.”

 

여성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지. 무슨 시간이라는 거지?

 

딸깍. 딸깍. 딸깍.

 

사락... 사락... 천소리가 살갗에 스치는 소리가 들렸지. 문은 잠겨있지 않았어. 나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걸었지.

 

“...”

 

오두막 안은... 마법은 조각의 흔적도 없었어. 오히려 사냥꾼의 거처처럼, 무두질하는 칼과 붕대. 약같은 것이 정돈되어 있었지.

 

그녀는 오두막의 맨 안쪽방에 있었지. 나는 단숨에 속도를 올려, 그녀의 방으로 쳐들어갔어.

 

“!?”

 

그곳에서 내가 본것은...  살아있는게 기적일것같은 모습의 여자였지.

여자는 알몸으로 누워, 무언가를 얼굴에 바르고 있더군. 그녀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어.

왼쪽 얼굴이 거의 녹아내렸더군. 눈은 빛을 잃었고, 그 상처를 감쌌을법한 붕대는 고름이 가득 묻어있었어. 그 끔찍한 상처는 왼쪽 가슴과 어깨까지 이어져있더군.

그녀는 그것들을, 몸에 바르는 거였어.

게다가, 그녀의 오른 다리가 있어야 할곳은 비어있었고, 그 근처에는 긴 목발이 세워져있었어. 그녀가 끼우는 것 같더군. 그 딸깍거리는 소리는 그것이었던거지. 그녀가 짚을 지팡이가 침대 옆에 세워져있기도 했고.

 

“...흥. 잊혀지지 않았었나. 나란 인간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비웃듯 나를 바라보았지.

 

“잡아가려면 이 약을 바를 시간을 주겠어? 아. 죽이려면 목을 깔끔히 베어주고. 나란 인간의 현상금이 아직 남아있다면 말야.”

 

“...현상금?”

 

“...?”

 

여자가 잠깐 얼굴을 찡끄리더니, 약을 계속 바르면서 말을 이었어.

 

“크읏... 뭐야. 현상금 사냥꾼이 아니야? ...자세히보니 괴물사냥꾼이지만.”

 

“나는 마을 사람의 의뢰를 받고 왔다. 너를 퇴치해달라는.”

 

“퇴치...? 아아... 그 개자식들... 날 쫒아낸 주제에... 감히...!”

 

그녀는 눈을 감은채로, 약이 담긴 그릇을 더듬거리면서 찾다가 이내 찾은듯 그것을 손에 담았어. 그리고 약을 바를때마다 고통스러워 하면서,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지.

 

“네가 함정을 설치했잖나.”

 

“함정... 나를 지키기위한 용도일뿐이야. 도둑. 몬스터. 야수... 내가 그 함정들을 아무렇게나 깔아놨을것 같아? 내 집 주변에만 한정적으로. 나를 지키려는 용도로 깔았다고. 그리고 그 마을 놈들. 붕대를 구하러 갔더니 돌을 던지더라고. 마음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었지. 다행히 이곳 근처에는 상인이 지나가더라고. 그 인간들중 한명에게 항상 붕대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지. 조금 바가지가 있지만 별수있나... 아악! 제길... 아파...”

 

보아하니, 그녀에게는 싸울 의지조차 거의 없던것 같더군. 그녀가 겪고있는 고통도 연기가 아닌 진짜인듯 했고.

 

“사정을 말해라. 너는 왜 이곳에서 살고있는거지?”

 

“...이런 괴물같은 모습을 한 여자를...! 사람들이 아주 잘 대해주더라고... 빌어먹을... 게다가 나의 상처를 진정시킬 약초가 이곳에서 많이 자랐으니까. 그걸 심어 밭을 만들었지...”

 

“...함정들을 아주 잘 깔았더군.”

 

“그래. 함정들. 내가 좋아하는 거였으니까. 자이젠 토키코는 참 경험이 많아서말야. 누가 어딜 밟고, 누가 어딜 지나갈지 예측하기 쉬워서. 그건 동물이건, 사람이건 변하지않아...! 아악...”

 

“...자이젠... 토키코...?”

 

“...어머. 나를 모른채로 여기에... 왔던거야?”

 

그때, 나는 기억을 더듬어서 그녀의 현상수배 포스터를 떠올렸지. 하지만... 나는 의심할수밖에 없었어.

 

‘이게... 자이젠 토키코라고?’

 

현상수배 포스터에서 봤던 그녀는, 오만하고 가학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모습이었어. 그런데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녀는...

 

“으윽... 아아아아악...”

 

그 오만하고 가학적인 옛날 모습은, 조각조차 찾을수 없었지. 약으로 뒤덮인 왼쪽 얼굴은 누런 고름이 흐르고 있었고, 그나마 원형을 갖춘 오른쪽 얼굴이 아니면 그녀라고 알아볼수 없을 정도였지. 현상수배 포스터에서 봤던 강력한 능력의 기운은 집중하지 않으면 거의 느껴질수 없을정도로 퇴화되어 있었고, 오른쪽 목발은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주는듯 했지.

 

“그래. 카에데의 측근. 최고의 악녀... 지금은 그저 빌어먹을 화상을 버텨내면서 살아가는 여자에 불과하지만.”

 

나는 문득 그녀 옆에 놓여져 있던 허브들을 보았지. 그 허브는 나도 알고 있었어. 내가 포션을 만들때 자주 쓰던것이니까. 하지만 그 말은, 괴물사냥꾼들이나 쓰는 아주 독한 것을 의미하지. 그리고 그것은 진통에 효과가 있는 허브였어.

 

“진통제인가?”

 

“그래. 평범한 진통제로는 어림없어. 약에 이걸 섞지 않으면 내 화상자국이 불타오르는것 같거든”

 

“일반인에게는 마약수준인 약초다만.”

 

토키코가 핫. 하고 자조적으로 웃었지.

 

“이미 뒈질 운명인 놈에게는 고통이라도 없애라고 마약을 주잖아? 그거와 똑같지... 운좋게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어. 녹색의 약은 그녀의 화상을 더욱 흉하게 덕지덕지 가리고 있었어. 평범한 인간들이 그런 화상을 입으면 죽겠지... 아이돌이었던 그녀였기에 살아남은것 같지만.

 

“... 궁금하군.”

 

“뭐가?”

 

약을 바르는것이 다 끝난듯, 붕대를 집으면서 천천히 일어나는 그녀를 향해, 내가 말했지.“타카가키 카에데의 심복이라 불리던 네가, 이렇게 까지 추락한 이유가 말이지.”

 

“카에데...라. 나의 전성기 시절이었지. 많은 오락거리가 있었고... 지금은 그저 상처에 골골대면서 아등바등치는 다리병신인데 말이지... 크큭...”

 

“네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어딘가에서 죽은줄 알았다만.”

 

“죽음. 아아. 그때 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란 인간은 혼자서 죽을수도 없는데 말이야. 겁쟁이라서 이 질긴 목숨을 아등바등 이어가고 있잖아? 흐흐... 그래. 센카와놈의 함정에 보기좋게 걸려든 내가 어리석었지...”

 

그녀가 왼쪽 머리에 천천히 붕대를 감으며, 말을 이었어.

.

.

.

.

.

 

 

“...”

 

“날... 내려다보지마...! 치히로의 개새끼가!”

 

“...”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는 지극히 차갑고 무감정하고, 기계적이다. 토키코는 그것이 증오스러울정도로 싫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말이다.

아니, 무엇보다도 그녀가 참을수 없는것은 감히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본다’는것. 카에데와 같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에게 무릎을 꿇는것도 그녀의 자존심을 해하는 일이거늘, 한낱 치히로의 개 따위가 자신을 내려다보는것은, 더욱 참을수 없었다. 

카에데가 몰락한 지금. 그녀의 추종자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있다. 그것은 토키코.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교활하게도 치히로는 그러한 도망가는 무리들을 잡는데 능숙하였다. 특히 그녀의 개는 이러한 작전에 더욱 알맞았고 말이다.

 

어느 황폐해진 엘프의 마을. 아마 교회로 쓰였던 곳일까. 밤낮을 자지 않고 도망치다가 잠깐의 휴식을 가진 토키코는, 카나데를 포함한 추격병의 기습을 맞이할수밖에 없었다. 토키코 역시 강하지만, 카나데만큼 강하지는 않다. 그녀의 채찍이 카나데에 맞아도, 카나데는 조금 움찔할뿐, 계속해서 공격을 가한다. 게다가 며칠간의 피로가 그녀의 사지를 무겁게도 짓누른다. 그렇게 수세에 밀리던 그녀는...

 

써걱...!

 

“...아?”

 

살덩어리가 경쾌하게 베이는 소리. 토키코도 잘 아는 소리다. 질리게 들어왔으니 잘 알수밖에.

 

하지만 이상하다. 자신은 카나데의 사지를 벤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베어진건 누구?

뻔하지않은가?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토키코는 잘려진 자신의 오른다리를 바라보며, 비명과도 같은 절규를 내지른다.

 

“아... 커억... 끄윽...”

 

그녀가 털썩 쓰러지자, 카에데는 그녀의 바로 눈앞에서,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있었다.

 

“보지말라고... 쓰레기가... 보지마! 내려다보지말라고!”

 

그런 단말마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카에데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딱 튕긴다.

 

“뭐...?”

 

순간, 교회 구석에서 조그맣게 불이 나기 시작한다. 치히로가 붙여둔 부하들이, 교회에 불을 지르기 시작한것이다.

 

“너... 개자식... 크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극심한 고통으로 말조차 잇지못하는 토키코를 버려두고, 카에데는 교회를 빠져나간다.

 

“치히로오오오오오오....! 개자식...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불에 타서 무너져가는 교회에는, 토키코의 단말마가 울려퍼질 뿐이었다.

 

카에데는 부하들과 함께 교회가 불이 타는것을 지켜보다가, 완전히 소각되자 자리를 떴다.

토키코. 공식적으로는 행방불명. 비밀로서는 사망. 그때, 정해진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카나데는, 이 건에 대해서는 약간의 실수가 있었던듯 하지만...

 

.

.

.

 

“하악...허억...커억...”

 

불에 타는 교회안.

 

‘살아야해. 살아야해. 살아야해. 살아야해.’

 

지금 그녀 머릿속에는, 그 한가지의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잘려진 오른다리도 버려두고, 그녀는 기어서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아니, 그 전에 과다출혈로 이미 그녀의 머리는 핑핑 돌고있다. 이미 쇼크로 죽지 않았던것이 기적일 정도로. 그때. 살아가기 위해서였을까? 그녀는 실로 미친 생각을 하였다.

상처부위를 지져서 막는다는.... 아주 미친생각을 말이지.

 

그녀는 필사적으로 불로 기어들어가, 상처부위를 불에 가져다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꺼억! 끄어어억!”

 

인간이 할수 있는 비명이 아닐정도로, 그녀는 엄청난 비명을 질러댔다. 오히려 그고통으로 죽어버릴수 있는데도. 하지만 그녀의 생존에 대한 열망은, 그것을 넘어선듯 하였다.

지혈에 성공을 한것이다.

 

“아아... 으어어...”

 

고통에 정신이 나갈듯 하면서도, 그녀는 불타는 교회를 필사적으로 기어 탈출구를 찾는다.

교회에 탈출구가 어디있을까...? 그녀는 결국 개죽음을 당할것이다. 카에데는 그리 생각했을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탈출구가 있었지만.

단상밑.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그곳에, 지하로 가는 문이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은 뻑뻑하여 쉽게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열려! 열리라고!”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도, 문은 뻑뻑하기만 하다. 그때...

 

툭!

 

그녀의 왼쪽 어깨로, 불에 타서 지글거리는 서까래가 그녀의 왼쪽 어깨로떨어진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나, 왼쪽 얼굴과 어깨가 타는 고통에도 그녀는 문을 여는것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그것을 치우려고 하면 손이 델것이고, 손이 데면 끝장이다. 그것이 이유였다.

 

몇초동안, 지옥에서도 결코 느끼지 못할 고통이 그녀를 휩싸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문을 여는것에 성공했다.

 

지하실로 들어간 그녀는 미친듯이 의료물자를 찾는다. 다행스럽게도, 그곳은 일종의 피난처인듯, 약간의 음료. 음식. 그리고 의료물자가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화상을 입은곳에 물을 뿌리고, 붕대를 감고, 그녀가 할수 있는 모든 응급처치를 하였다.

그리고, 카에데의 부대가 위에 있을것을 염려하여, 하루동안 잠도자지 않은채 그 고통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중간중간 고통으로 죽어버릴것 같았음에도,

 

이윽고 적당한 때가 되자, 그녀는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건물의 잔해들은 문을 덮지 않고 있었고, 그녀는 빠져나올수 있었다. 지팡이 하나만을 짚고, 그녀는 근처의 도시로 달려가 응급수술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은 그녀를 토키코로 알아보지는 않았다. 아니, 오해를 할수 있으면 다행일 정도였지...

그녀의 부상은 끔찍한 것이었다. 화상을 입은 오른다리의 절단면과 왼쪽 얼굴은 이미 응급처치가 늦어 그녀를 평생 괴롭힐 것이었고, 격심한 고통으로 인하여 아이돌 능력까지 제대로 발휘할수 없을것이었다.

 

이후, 그녀는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살기위해서. 그저 살기위해서. 목발을 지팡이로 짚고 딸깍거리면서, 고통을 견디며,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 떠돌아다니고, 떠돌아다니다가. 정착하기 좋은 이곳을 발견하여 정착한 것이었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 그녀의 채찍 능력을 이용하여, 덫을 만들고, 무두질을 하고, 경작을 하기도 하였다. 그 토키코가 말이지...

 

.

.

.

.

.

 

“하... 어때? 기구하지?”

 

“...인과응보다.”

 

나는 차갑게 내뱉었지. 그녀가 과거에 어떤일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재미로서 죽여온 사람들은,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

 

“내 머리는 아직 유효할걸. 가져가서 보상금이라도 받으라고?”

 

“...거절하지. 내 머리도 현상금이 걸려있으니.”

 

토키코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어.

 

“...당신. 설마 와쿠이 루미?”

 

“그렇다.”

 

“풋... 푸하하하하! 우습네... 와쿠이 루미. 눈 앞에 현상금이 있는데도 잡지도 못하고...”

 

“...아니. 내 목에 현상금이 걸려있지 않더라도, 나는 널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뭐라고?”

 

“네놈은 겁쟁이다. 네놈 목에 밧줄하나 못거는 놈이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죽여주길 바라지. 그 전까지 네놈은 땅을 기어서라도 살 놈이다. 네놈에게 죽음은 너무나도 자비롭다. 고통받고, 또 고통받아라. 진물이 흐르는것을 보고, 목발이 딸깍거리는것을 보고. 그리고 과거의 네 영광을 생각해라. 그리고 또 고통받아라. 네놈에게 죽음은 안식일 뿐이다.”

 

“...제길. 그 개자식과 똑같네.”

 

토키코는 칫. 하고 혀를 차면서, 목발을 다리에 끼웠어.

 

“나를 내려다보는것 말이지.”

 

“발광은 왜 안하지?”

 

“할 때는 이미 지났거든. 지금의 나는 그저 다리병신에 왼쪽은 타버린 장애인일 뿐.”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뭔데?”

 

토키코가 없어진 오른쪽 발에 목발을 끼우며, 말했지.

 

“너를 왜 마을사람들이 퇴치하려 한거지?”

 

“흥... 약초밭때문이야.”

 

“밭?”

딸깍. 토키코가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일어서며 비웃듯 말했지.

 

“괴물사냥꾼. 알고있을텐데? 저 약초들은 네가 사용하는 용도와는‘다르게’ 쓸수 있다는것을?”

 

“...그건가..”

 

그래. 그 약초들은 강력하지. 지나치게 강력하여, 마약의 원료로 사용될 정도로.

 

“그 개자식들은 나를 문전박대할때는 언제고, 이제는 내가 심은 약초 밭을 노리고 있어.”

 

“...”

 

“나의 훌륭한 거래수단이자, 생명줄인 약초를 서리해가려는 개자식들...”

 

토키코의 지팡이가 부들부들 떨렸지. 그 눈동자는 마을을 향해있었고, 증오스러운 듯이 말 하나하나에 독기가 묻어나왔지.

 

“나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함정을 만들고 있어. 손이 닿지 않으면 채찍을 이용하지. 만드는건 힘이 들지만 효과는 확실한... 편이지.”

 

딸깍. 딸깍. 딸깍.

 

그녀가 옆방으로 이동하자, 그녀가 함정을 만드는 듯한 방이 놓여져 있었어. 곰덫. 기계장치... 솔직히 말해,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정교했지.

 

“...놀라운 솜씨군.”

 

“...정교하지?”

 

토키코가 절뚝거리면서 의자에 앉았어.

 

“그래... 함정들은 내가 직접 만들고 있지. 원래 남겨져있던 덫들을 개량하고, 새로 깎거나 해서... 전성기만큼은 안되지만.”

 

“...전성기?”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자, 토키코가 덫을 쳐다보며 말했지.

 

“내가... 옛날에는 말야. ‘인간 사냥’이라는걸 했거든. 죄수들을 어느 숲에 풀어서, 도망치라고 하는거지. 그리고 그 숲에는 내가 직접만든 덫이 가득했고... 하루가 지나고 그 숲을 거닐면 한명도 남김없이 덫에 잔인하게 죽어있었지...”

 

“...쓰레기같은 취미로군.”

 

“흥...”

 

“한순간, 네놈을 죽여버릴까 고민했을정도로.”

 

“...”

 

토키코가 씨익 미소지었지.

 

“죽여.”

 

“...도발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자이젠 토키코.”

 

“하. 그러셔?”

 

그녀가 나무조각을 조각칼로 서서히 깎기 시작했어.

 

“...그래. 날 죽이지 않을거면... 마을 사람들의 의뢰는?”

 

“그들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의뢰를 수행할 의리는 없지.”

 

“아아. 정의의 용사 납셨네... 이제 가봐.”

 

“... 그러지.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

 

“...?”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말했지.

 

“너를 살려두는 대가는, 저 몇 개의 약초로 대신하지.”

 

그 말을 듣자, 그녀의 표정이 팍 썩더군. 그렇지만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어.

 

“...아아. 그래... 그런거였나. 개자식... 마음대로해. 덫에 걸려 죽어버리라고.”

 

“흠..”

 

그리고 나는 밭에서 쓸만한 약초들을 캤지. 적당히 뜯은 다음, 나는 다시 길을 찾아 숲을 나왔지... 마을로는 가지 않았고 말야. 그들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이상, 의리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약초들로 상당히 괜찮은 포션들을 만들었지. 흠. 아주 좋은 약초들이었어.

 

.

.

.

 

.

.

.

 

“자이젠 토키코... 그런 비참한 인생을 살고 있다니.”

 

“뭐. 나로서는 그저 영원히 고통받기를 바랄뿐이다.”

 

“...그래도.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이 과연 있을까요?”

 

“견해차이지. 토시.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이자 고통이라 하는 사람도 있으니.”

 

.

.

.

.

.

.

 

자이젠 토키코.

 

“흥. 차라리 그때 죽어버렸다면...”

 

자이젠 토키코는 과거의 가학적인 쾌락에 젖어 살던 나날을 버린채, 살기 위해서 은둔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카에데가 몰락한후, 도망치다가 치히로의 추격자에게 오른 다리를 잘린채 불타는 교회에 버려졌습니다. 그러나 그 살고자 하는 의지가, 기적이라 할수밖에 없는 연속적인 일들을 겪은채로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그 대가로 왼쪽 얼굴과 어깨부분이 끔찍하게 타버리고, 잘려진 절단면 역시 무사하진 못했지만...

이 후, 그녀는 과거에 비해 비참한 삶을 살아갔지만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못한채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웠고, 혼자 은둔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녀의 화상은 자연 치유가 불가능한 정도이며, 마약과도 같은 약을 바르지 않으면 마치 타들어가는듯한 고통이 그녀를 엄습한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살아가며, 밭은 경작하고 사냥감을 갈무리하고 덫을 놓는 그 모습은 과거의 자신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녀는 살아가기 위해 이러한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도화상정도가 되면 신경마저 타버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녀가 느끼는 것은 화상의 PTSD로 인한 환각과도 같은 고통일지. 아니면 진짜 고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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