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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후네 미유씨에게 확인하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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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9, 2016 21:44에 작성됨.

여름의 전철은 매미를 닮아있다. 덜컹덜컹 거리는 그 박자는 매미의 박자와 비슷하다. 어쩌면 쓰르라미와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해봤자 그 두 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다시 눈 앞의 미유씨를 힐끔 훔쳐보았다. 미유씨는 내 눈길은 눈치채지 못하고 조용히 창 밖을 보고 있다. 전철 박자에 맞추어 미유씨의 고개만이 같이 종종 흔들릴 뿐, 시선은 계속 창 밖을 향해 있다. 그녀의 눈은 그저 지나가는 뒷길을 계속 보고 있을 뿐이다. 그저 흘러가는 뒷길과, 그 흐름만을 그저 바라보는 그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 핸드폰을 다시 확인한다. 제대로 받고 나온 휴가니깐 업무 메일이 와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언제 급한 연락이 올지는 모르는 노릇이니 종종 확인해줘야 하겠지만…….

“…역시 P씨는 다시 돌아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뇨, 여기까지 와서 이제 돌아가라고 하셔도…”

“하지만 P씨의 휴가마저 이렇게 낭비시키는게 죄송하네요”

“아뇨, 따라가겠다고 한 것도 저인데요 뭘… 가끔은 이렇게 시골에서 쉬고 싶기도 했고요. 낭비 같은 거 아니에요”

“…그런가요”

  미유씨는 창 밖을 보던 시선을 어느새 돌려, 나를 배려하는 듯이 물어봐 주었다. 하지만 이쪽은 이미 에스코트하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따라갈 생각이다. 그건 처음부터 확실히 미유씨에게 밝혔다.

“역시 제가 따라가지 않길 바라시는 건가요, 미유씨?”

“아뇨, 그건 아니에요, 알겠다고 한 건 저였으니깐요. …전, 그냥…”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 말을 하고는 미유씨는 그대로 시선을 다시 창 밖으로 돌린다. 이 사람은, 남을 참 속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곤란하기 어려운 대답이나 거짓말을 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시선을 돌려버린다.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자고 권할 때도, 보통은 이런 식으로 고개를 돌리며 거절했다.

“뭐, P씨라면 괜찮겠죠”

  사족을 붙이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붙이는 미유씨. 그 말에 무슨 대답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지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미유씨한테 거절당하는 게 익숙해진 나머지, 승낙했을 때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겨우 얻은 휴가를 이용해 시골에 다녀오겠다는 그녀를 에스코트하겠다는 제안이 승낙을 받을 줄은 몰랐었기에, 더욱 더 대답이 궁해진다. 그래서 그녀가 승낙하고, 이렇게 전철에 동승하여 저 시골로 내려가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둘 다 말이 없어졌다. 나도 아마 그녀도 이런 승낙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리라. 나는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다. 역시 아무 메일도 오지 않았다. 이번엔 미유씨도 아무 말은 하지 않는다. 어색하고 더운 바람만이 덜컹거리는 전철 소리와 함께 창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도착한 역은 내 예상보다 더 낡아있었다. 시골에는 아직도 이런 역이 있는 것인가, 잠깐 감탄하고 있자니 미유씨가 내리자고 말한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짐을 들고 미유씨를 따라내렸다. 지금은 몇시일까. 낡은 역 때문인지 시간마저 뒤로 돌아갔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보았다. 숫자는 11시 12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터리 표시는 빨갛게, 곧 꺼질 것이라고 표시되고 있었다. 가방을 뒤져 보조배터리를 꺼내려고 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서류가방에 넣어놓고는 깜빡한 모양이다.

“이 쪽이에요, P씨”

  개찰구 앞에서 미유씨가 조용히 나를 부른다. 나는 이제 쓸모없어진 핸드폰을 가방에 쑤셔넣으며 미유씨를 서둘러 따라갔다. 미유씨는 역시 상냥하게 아무 말 없이 앞장서기 시작한다.

 

  고요와 쓰르라미 소리를 묘하게 견디기 힘들다. 잠시 미유씨를 따라 길을 걸으면서, 그렇게 느꼈다. 도시에서 듣던 매미소리와는 묘하게 다른 쓰르라미 소리는, 도시에서 소음과 섞여 울려퍼지던 매미소리와 달리 온전히 홀로 이 여름을 흔들고 있었다. 그 점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만든다. 순수한 쓰르라미만의 소리가 나를 힘들게 만든다. 조금 주의를 돌릴까 했지만, 핸드폰은 이제 꺼졌을 터이다. 더 살펴볼 핸드폰은 없다. 미후네 미유라는 아이돌을 들키면 안 될 일반인들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경계해야 할 주위 인물마저 없다. 그저, 둘 만이 조용히 걷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거리에서 신경 쓸 것이 하나 없다. 그 점이 나를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P씨?”

“네?”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나를 미유씨가 조용히 부른다. 목적지에 도착한 걸까? 하지만 그럴 듯한 것은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 아뇨 아무 것도…”

“그렇다면 어째서 계속 불안하신 듯 주위를 계속 살펴보시나요?”

“그냥, 그, 뭐랄까 주위를 좀 체크할 뿐이었습니다, 알잖아요 항상 이렇게 체크하는 거”

“P씨, 여기는 아이돌인 저를 아는 사람이 없을 거에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여기는 아이돌 같은 것과 연이 없는, 그런 시골이니깐 괜찮아요”

“…네”

  아무래도 미유씨를 또 신경쓰이게 만든 것 같다. 머쓱해진 기분을 흩뜨리기 위해서 변명이라도 하려던 참에, 미유씨가 말을 잇는다.

“그냥 따라와 주세요”

“아, 네…”

“P씨가 그러면 오히려 제가 괜히 불안해지는 거 같아요, 후훗”

“……”

  내 생각이 짧았다. 나를 배려하겠답시고 가볍게 말한 저 말에서, 그녀가 어떤 상태일지 짐작이 갔다. 이 곳에 와서 민감해진 건 누구보다도 그녀일 터인데,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신경쓰기 전에, 짧은 생각으로나마 그녀를 배려했어야 했다. 그런 일을 하고 있었고 그런 일을 해야 할 것은 나다. 그녀를 신경쓰지 못한 둔감함은 흩뜨릴 수도 없어 나는 아무 대답 못하고 머쓱하게 목 뒤를 만질 뿐이다. 그녀는 아주 살짝 웃어주고는, 다시 앞장서기 시작한다.

 

  미후네 미유는 미망인일지도 모른다. 기분 나쁜 이 소문은 그냥 간과하고 싶었지만, 아이돌이라는 입장 때문에 그냥 간과할 수 없다. 거기에 이 소문이 사무실에서 나돈지도 꽤 됐다. 그래서 내 선택은 간단했다. 방관. 고려할 필요도 없는 소문은 그저 방관하면 될 뿐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 그래서 며칠 전에 동기가 나에게 물어봤을 때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동기 녀석이 한심하다는 생각에 좀 더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사람을 분위기로 파악하는 게 아니야, 실례될 만한 걸 본인 뒤에서 수근수근 되는 것도 사람이 할 게 아니야, 그리고 말이야… 이런 식으로 그를 나무라던 나에게 동기는 되물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하지 않겠나, 어쨌든 미후네씨는 아이돌이고, 아이돌이라는 상품에 이런 소문은 꽤 위험하지 않나, 빨리 해결하는 게 낫지 않겠나… 라고. 그래그래, 아이돌은 그래 상품이지, 그리고 그 상품에 이런 건 좋지 않지. 그래서 알게 뭐야. 아니면 그냥 아닌 거겠지. 그녀를 담당하고 이런 얘기를 진저리가 날 정도로 들어왔기에 이번에도 그냥 흘리려는 찰나 동기는 나에게 쐐기를 박았다. 간단히 본인에게 물어봐서 확인하면 될 문제인데 어째서 망설이는 거야? 정말로 미망인일까 그러는 거야?

  그 때 그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미유씨의 휴가에 에스코트라는 형태로, 대신 대답한 것 같다. 그렇다, 저녁식사도 잘 거절하는 사람한테 급작스럽고 부담스러운 제안을 한 건 분명 저 질문 때문이다. 확인을, 하고, 그저 확인을 하고 싶어진 것 뿐이다. 하지만 약간 고민하던 미유씨가 승낙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번 기회를 기분 나쁜 소문을 확인하는데 쓰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믿지 않지만.

 

  어느새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매미와 어떻게 다른지 슬슬 알 거 같을 때였다. 사람이 없는 길, 열기가 묘하게 나뭇잎에 식은 길, 쓰르라미는 있지만 매미는 없는 길, 무엇인가가 도시보다는 없는 길에서 그녀를 따라 걷다 보니 절의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절은 마치 거기에 없던 듯이 있었고, 그녀는 너무나 익숙하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발을 멈추었다.

  따라 들어가도 되는 걸까? 그 생각 하나가 간단한 문지방 하나 넘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도시보다 무엇인가가 없는 이 한적한 공간에서, 그 생각 하나가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복잡하게 하고 있었다. 넘어도 될까? 확인을 해도 될까? 무엇을 알아야 하는 걸까? 알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이 가도 되는 걸까? 애초에 그녀는 왜 승낙한 걸까? 그녀의 의도는 뭘까? 안에는 왠지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들키면 안 되는 여행이었나? 여행인가 이건? 넘으면 다시 돌아올 수 없지 않을까? 다시 돌아온다는 건 뭐지? 나는 그녀에게 뭘 확인하고 싶은 거야? 확인하고 싶긴 한 거야? 뭘 바라는 거야? 바라는 거야? 바란다고? 내가 그녀한테 뭘 바라는 거야? 이건 내 흑심인가? 아니면 결백을 바라는 백심인가?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말할까? 그 전에 흑심? 백심? 난 그녀에게 뭘 바란다는 거야? 왜? 뭘? 무슨 자격으로? 자격? 자격이라니 무슨 의미지? 나는 뭘 하는 거야?

  너무 조용하다. 주위에서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 하나 없었던 덕분에, 내 생각은 스스로 멈추었다. 조용하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미유씨는 문지방 너머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떤 말도 안 하고, 그 어떤 재촉도 안 하고 내가 넘을지 말지 온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 이번 여행에 나를 받아준 것은 그녀이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나에게 맡기고 있다.
나는 그녀를 따라 문지방을 넘었다. 우리는 조용히 절 안으로 들어갔다.

 

  분양을 한다. 향을 올리고 합장을 한다. 단지 그 뿐인 행위를 옆에서 볼 뿐인데, 다시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사람 하나 없을 줄 알았던 묘지에는 뜨문뜨문 사람들이 있었다. 오봉이 지났기에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이 또한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다. 오봉과 상관없이 시골의 절에는 시골의 길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짧은 생각의 대가는 걱정이다. 나이 든 여인들이 우리를 힐끗힐끗 보는 듯 하다는 걱정, 뭔가 수근대는 것 같다는 걱정을 나는 짧은 생각의 대가로 받고 있다. 미유씨만이 그저 조용히 합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입을 다문다. 수근거림에 수근거림으로 대항하고 싶었지만, 미유씨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 이상한 질문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그저 머뭇거리고 있자니 미유씨는 곧 합장을 마치고는 나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다 끝났어요, 이제 돌아가실까요?”

“이걸로 다 끝… 이신가요?”

  너무 간결하다.

“네, 그냥 와서 인사만 드리고 싶었을 뿐이니깐요”

“인사만…”

“왜 그러세요?”

  내가 머뭇거리니 다시 미유씨가 나를 배려한다. 오늘은 역으로 폐만 끼치는 날이 되어버린 듯 싶다.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아 말을 돌릴까 했지만, 내가 힐끗 주위 사람을 본 것으로 미유씨는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눈치챈 듯 싶었다.

“신경쓰이시나요?”

“아뇨, 그렇다기 보다는 뭐랄까, 걱정이랄까”

“소문이나 상상을 좋아하시는 분들일 뿐이에요”

“아시는 분들인가요?”

“네, 여기서 생활할 때 이웃들이셨으니깐요”

“괜찮은 건가요?”

  무엇이? 소문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이돌이 되고 나서 다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면… 남자를 옆에 끼고 있는 걸 보이는 것이?

“네”

  나는 무엇이 괜찮은 거냐고 물었는지조차 말하지 않았는데 미유씨는 내가 묻고 싶은 모든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너무나 간결한 네, 라는 대답은 내 사소하고 번잡한 모든 의문에 긍정했다..

“상관없어요”

  상관없다, 그렇다 상관없다. 그녀가 상관없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단지 지금은 내가 그녀 옆에 서 있을 뿐인 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 후, 쓰르라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절을 우리는 뒤에 두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쓰르라미 소리와 함께 우리는 각자의 목소리도 두고 온 듯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은 여름치고는 제법 선선한 길이었다.

 

  도쿄행 열차에서는 내가 지나가는 길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매미인지 쓰르라미인지 모를 박자에 맞추어 흔들리는 전차에서, 여전히 우리는 말이 없었다. 말없는 이 분위기에 맞추어 조용히 미유씨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나를 보고 있었다.

“…….”

“…….”

  무슨 말을 끄낼 수도 없어서 그냥 웃었다. 그녀도 응답하듯 웃어주었다. 말 잘 못하는 두 사람이 그저 어색한 나머지 서로 웃을 뿐인 어색한 광경이다. 아이돌 활동 초반에는 이럴 때가 잦았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서 그저 둘이 웃고 말 뿐일 때가. 그리고 그 뒤에는 꼭 누군가가 입을 열었고.

“원래는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살았어요”

  이럴 때 다른 한 쪽은 그저 듣는 역할을 할 뿐이었고.

“고향에 내려오는 건 귀찮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지내다가 내려오면 차분해져서 참 좋네요… 어릴 때 살던 동네이기는 하지만”

  문득 난 고향에 내려간 적이 언제였지, 싶었다. 부모님은 뭐 잘 살고 계시니 상관없지만. ...내 부모님은 잘 계시니 상관없지만.

“종종 쉬는 건 참 좋은 거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시선을 돌린 그녀는, 이제 전차가 나아갈 앞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얘기를 계속 듣고 싶었다.

“그리고 뭐랄까요…”

  전철의 갈 길 만을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에게도 휴식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냥 시골이 주는 분위기와 안도감이랄까”

  확실히 그녀 말대로, 나는 그 도시보다 없는 땅에서 조금 차분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에요, 그냥 그래서 오케이 한 거에요, 그 에스코트…”

“네…”

“…….”

“…….”

“…혹시, 묻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아뇨,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제 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정말로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절 입구에서, P씨가… 안 들어오셨어도 됐어요”

“그런가요?”

“네, 들어오고 말고는 그냥 P씨의 자유였던 셈이에요”

“하지만 전 들어갔네요”

“네, 그렇네요”

“미유씨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깐요”

“…….”

“…….”

  다시 말이 끊긴다. 그저 흔들리는 전철에 맞추어, 우리는 흔들리는 서로를 조용히 보고 있을 뿐이다. 미유씨는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아주 조금 망설이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저야말로”

“…….”

“…….”

“저… 그냥 저는 조금, 남들보다 그러니깐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그런 사람일 뿐이에요”

“네”

  그렇게 둘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서로에게 할 말은 이걸로 끝이었다. 조용한 둘이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해졌고, 도쿄로 돌아가는 전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볍게 흔들렸다.

 

  도쿄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밝았다. 시간은 늦었지만 여름해는 늦어도 지지 않는다. 밝을 때 헤어지는 게 익숙지 않았던 나는 미유씨에게 권했다. 저녁식사는 어떤가요? 말하고 깨달았다. 할 말 없으면 이렇게 권하는 게 내 습관이었구만.

“…그렇네요, 배가 고프네요”

“…….”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저녁권유를 하고 그 다음에 할 말을 생각했던 건 너무 옛날이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미유씨가 되물었다.

“그, P씨는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

“어 그러니깐 저는 그, 뭐든지 괜찮아서… 미유씨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저도 뭐 아무거나 괜찮은데”

“아, 그렇군요”

“네”

“…….”

“…….”

  이 사람을 프로듀스한지 꽤 된 주제에 좋아하는 음식은 모르는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렇다고 아저씨처럼 카츠동 같은 걸 먹자고 할 수는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머리를 굴린다. 내가 평소에 먹던 건 아저씨들이나 먹을 만한 거, 아니면 편의점의 싸구려 칼로리바란스밖에 없으니 당연히 논외이다. 이런 제길, 덕분에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평소에 먹지 않던 걸 제안하는 건 지나치게 힘든 일이다.

  어쨌든 무엇인가를 생각하려다가 힐끗 미유씨를 쳐다보았다. 그녀 또한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다. 그래, 그러고보면 그녀라도 이런 게 익숙할 리는 없지. 언제나 혼자서 밥을 해결하던 두 사람이다. 거기에 둘 다 서로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걸 모르니 이렇게 되는 거구만. 갈 길이 멀… 다니 나는 뭔 생각을 하는 거냐! …어쨌든, 그래, 갈 길이 멀면 한 걸음씩 걸어야지 뭐.

“저 미유씨”

“네?”

“저 앞에 마루빌, 안에 음식점 많더라고요”

“네, 네”

“일단 가서 살펴보면서 메뉴, 결정해보실래요?”

“…그럴까요?”

  둘은 도쿄역을 나섰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있는 빌딩은 시골과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렇게 둘은 여전히 사람과 차로 시끄럽지만, 매미 소리는 슬슬 줄어가는 도시의 길을 쓰르라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 늦여름의 길을 걸었다.

 


 

한창 더울 때, 카페에서 뜨거운 도로를 보면서 '그러고보면 이럴 때 시골의 느낌은 참 좋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느낌을 살려보고자 썼던 글입니다. 산문식 글이 긴 건 처음이네요. 재미가 없을... 진 몰라도 봐주셨다면 그저 감사합니다.

 

p.s. 다음? 건 이번주 목, 아니면 일을 목표로 잡아보겠습니다. 쌓아놓고 터트릴려 했는데 글이 잘 안 써져서 그냥 뜨문뜨문 연속으로 써보는 걸 목표로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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