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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프로듀서의 생일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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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2, 2016 21:46에 작성됨.

아이돌 활동을 하고 1년 즈음 되었을 때, 달력을 매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고 노래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저였지만, 노래 말고도 소중한 것들이 생기면서 날짜를 조금씩 조금씩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어느새, 소중한 것들을 위해 달력에 소중한 날을 기록하고, 바쁜 와중에도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에는 다이어리의 달력 – 리츠코는 요새 핸드폰이 좋으니 핸드폰 달력을 쓰는게 더 낫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어려운 기계 쪽보단 역시 손으로 쓰는 쪽이 저에게는 편한 것 같습니다 - 을 확인하는 것이 저에겐 아침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오늘 아침에나 깨달았습니다. 프로듀서, 생일이었군요. 작년엔 너무 바쁘기도 했고 사무실의 모두가 밤에 생일 케이크를 전해주긴 했었다지만, 올해는 제가… 챙겨주고 싶어요. 문제는 제가 지금에서나 알았다는 거지만요. 어떻게 챙겨주면 좋을까요?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다니, 최근에는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곤란합니다. 프로듀서 같은 어른은, 무엇을 좋아할까요? 조금 생각해봐야겠네요.

 

  사실, 오늘은 조금 기대하고 있다. 카드회사가 생일 축하 메일을 보내주어서 깨달은 거지만, 오늘 내 생일이었어. 자기 생일도 까먹다니 좀 멍청하다만 자신의 생일 같은 거, 20살 넘으면 슬슬 까먹는다고. 뭐 어쨌든, 그러니깐, 조금 기대하고 있어. 치하야가 혹시 내 생일 같은 걸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기대를 하고 있단 말이야. 최근의 밝아진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는 생일 선물 그 이상의 감동이지만 그래도 많이 친해졌으니, 혹시, 혹시라도 챙겨줄지 모르잖아?

  아아, 알아 알아, 좀 과한 욕심인 건. 그래도 말이야, 내 생일인 걸 인지하고 신호등에 딱 멈추었을 때, 신호가 바뀌는 그 5분 동안 내 머리에서 마구 휘몰아친 그 망상은, 혹시라도 그녀가 내 생일 선물 같은 걸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그거였다고. 내 솔직한 기대가 그렇다고. 담당하는 아이돌에게 그런 생각하면 안 된다고 뭐라하지는 말아줘. 이미 마음이 선을 넘은 건 한참 전이었으니깐. ...물론 티는 안 내고 있다고!

  치하야라면, 그래, 혹시 몰라, 이미 내 생일인 걸 알아서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거나 그럴 지도 몰라. 준비성만큼은 뛰어난 아이고, 이제 많이 밝아졌으니깐. 음음, 조금 즈음은 기대하고 있다고. 성실한 아이니 발상도 성실하겠지. 치하야라면 나에게 펜이나 만년필 같은 걸 선물해줄지도 모르겠구만. 딱히 좋아하는 선물은 아니지만, 선물받은 펜을 항상 쓰고 다닌다는 그런 설정 조금 로맨틱하구만, 으음, 그래 이것도 참 좋을 거 같아. 으헤헤…….

 

 

리츠코 「엑, 생일이라고?」

치하야 「네, 달력을 보니 그렇더군요」

리츠코 「아아, 오늘 안 그래도 바쁜데 귀찮게스리…」

치하야 「뭐 그건 그렇지만요… 그래도 뭔가 챙겨주고 싶긴 하네요」

리츠코 「그럴 필요 없지 않을까, 싶어도 뭐 전담 프로듀서니깐 그러면 기뻐하겠지」

치하야 「그런데 생일 선물로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서… 리츠코, 추천할만 한 것 있나요?」

리츠코 「글쎄…? 생일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니 치하야가 좋다고 생각한 거면 좋지 않을까?」

치하야 「그런가요… 리츠코라면 그래도 프로듀서랑 나이가 비슷한 편이니 뭐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리츠코 「그거 실례야, 이래뵈도 내가 프로듀서보다는 나이가 어리다고」

치하야 「확실히 그렇죠, 실례했습니다」

리츠코 「뭐 그래도 치하야 말도 맞긴 하니깐… 그렇네, 나라면 펜 같은 걸 선물하려나?」

치하야 「펜이요?」

리츠코 「응, 어차피 항상 쓰니깐 선물 받으면 고맙게 계속 잘 쓸 거 같은데. 찾아보면 제법 좋은 펜도 있을 거고」

치하야 「그렇군요, 펜이라… 오전에 긴자 이벤트가 끝나면 잠시 문구점에 들려도 좋을 거 같군요」

아즈사 「어머어머 치하야쨩, 펜은 좀 그렇지 않을까?」

치하야 「네? 그런가요?」

아즈사 「그래도 생일 선물이니깐, 좀 특별한 걸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 펜 같은 건 너무 일상품이고, 프로듀서씨도 아마 즐겨쓰는 펜이 따로 있을 거 같고」

치하야 「그렇군요… 그럼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덜컥

P 「안녕하세요! 오, 치하야 이미 와 있었구나」

치하야 「네, 오전부터 이벤트니깐… 프로듀서는 조금, 늦으신 듯 합니다만」

P 「미안미안, 차가 조금 막혀서… 시간이 없군, 바로 출발하자고」(망상하느라 늦었다는 말은 못하겠고…)

치하야 「네, 가죠 그럼」

P 「리츠코 난 바로 이벤트 갈 테니깐, 서류는 점심시간에 보자고」타다닷

리츠코 「알겠어요, 갔다오세요」

 

 

<몇 시간 후, 긴자의 한 백화점>

  치하야를 일단 이벤트장에 데려다 준 후, 담당자들과 다음 주 이벤트에 대한 회의도 겨우 끝냈다. 치하야가 원하는 데로 흘러가서 다행이지만 시간을 좀 많이 잡아먹은 것이 좀 그렇군. 벌써 시계는 정오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서둘러 치하야와 미키를 각각 다음 녹화장과 레슨장에 데려다주어야 한다. 미키의 프로듀서라는 놈은 미키 닮아서 게으름뱅이인 것에 대해 또 욕을 퍼붓고 싶지만, 뭐 이미 한창 퍼붓기도 했고 여차하면 치하야의 서포트도 해주니 이쯤 하자 이쯤.

  그나저나, 치하야 녀석 기다리는 동안 뭘 하려나? 혹시 내 선물을 지금 사거나 그러지 않을까? 아침엔 펜 같은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생일은 특별한 것이니 특별한 걸 사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사치스런 물건은 좋아하지 않지만, 혹시 쥬엘류 라거나? 뭐, 어울리진 않는다지만, 사주면 열심히 끼고 다녀야지. 반지든 목걸이든 뭐든. 그런데, 반지라, 으헤헤, 치하야한테 반지 선물이라… 으헤헤…….

 

 

미키 「수고했다인거야!」

치하야 「수고했어, 미키」

미키 「오전부터 일이라니 미키적으로는 너무 힘든거야… 아후」

치하야 「후훗, 그렇네」

미키 「? 치하야씨 그건 뭐인거야?」

치하야 「으응, 방금 가게 앞에서 가져온 카탈로그인데…」

미키 「아핫, 치하야씨도 이제 쥬엘에 관심이 생긴 거야? 미키가 가르쳐줄까?」

치하야 「으응, 내가 아니라 프로듀서씨한테 선물할 걸 보고 있었어」

미키 「프로듀서에게?」

치하야 「응, 오늘 생일이니깐… 보자, 남자 쥬엘은… 음, 생각보다 별로 없구나…」

미키 「부부-, 남자한테 쥬엘은 별로인 거야」

치하야 「역시 그런가?」

미키 「응인거야, 괜히 남자가 반지나 목걸이를 끼고 다녀도 가볍고 불량스러워 보이는 거야」

치하야 「듣고보니 그렇네… 그래도 선물은 특별한 게 좋지 않을까 했는데」

미키 「미키적으로는, 간단한 게 좋지 않을까 한 거야. 중요한 건 치하야씨의 마음일테니」

치하야 「역시 그렇지? 그러면 쥬엘 말고 다른 걸 좀 더 고민해봐야겠네…….」

미키 「그게 좋은 거야」똑똑

P 「어~이, 다 준비 됐어?

치하야 「아 프로듀서! …아직 준비가 덜 됐어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P 「그래? 그러면 차 빼 놓을테니, 다 되면 1층으로 와서 전화해 치하야, 알았지?

치하야「네 그러면 마치고 바로 나갈게요」…탓탓탓

미키 「아후 미키는 좀 더 쉬고 싶었는데」

치하야 「뭐, 시간도 간당간당하니, 가자 미키」

미키 「응인거야…」

 

 

<몇 시간 후, 스튜디오의 휴게실>

  리츠코랑 일하는 건 언제나 지치는 일이다. 언제나 열성이니, 같이 일하면 일하는 맛은 있지만 회의 한 번으로도 지쳐버린다. 뭐, 그게 이 녀석의 좋은 점이지만. 메신저 회의라지만 이렇게 집중하며 회의하는 녀석도 드물지. 그렇게 일을 끝내고 편의점에서 대충 샌드위치를 하나 사다가, 조각 케이크를 봤다.

  아, 맞다, 나 생일이었지. 그러고보면 치하야한테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치하야… 딱히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 것도 주지 않고 그런다. 아니 그건 당연히 바빠서지만. 으음, 기대한 내가 나쁘지만 조금씩 우울해지기도 하는걸.

  그렇다고 말해도, 내 욕심은 과하지 않아! 선물은 됐고, 그래, 케이크 같은 거 하나만 받아도 기쁠 거 같다. 치하야가 직접 만들어준 케이크라든가~? 아니, 잠깐, 이건 가능성이 너무 낮지. 거기다 치하야, 요리 실력은… 응, 기대하기 힘들 것 같고, 응. 그러니깐 그래, 치하야가 직접 나만을 위해 사준 케이크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 사준 케이크라고 해도 나는 너무 기쁠거야, 응응.

 

 

하루카 「아아, 치하야쨩은 점점 더 잘 부르네~ 더 향상될 실력이 있다니 대단해」

치하야 「하루카도 엄청 좋아지고 있는 걸」

하루카 「에에이, 치하야쨩에 비하면야」

치하야 「다른 사람의 노래가 잘 들린다는 건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거니깐」

하루카 「에헤헤, 그런가~」

치하야 「그러고보니 하루카, 케이크 만드는 건… 많이 어려울까?」

하루카 「케이크? 만들게? 치하야쨩이?」

치하야 「응, 프로듀서 생일인데, 직접 만들어서 마음을 표현해볼까 싶어서」

하루카 「헤에~ 호오~ 우와~」

치하야 「왜,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のヮの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아하하…」그 치하야쨩이…

치하야 「어, 으, 응?」

하루카 「그건 어쨌든, 치하야쨩이 직접 케이크를 만든다라… 케이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처음 만드는 거면 힘들 거 같긴 한데」

치하야 「역시 그럴려나」

하루카 「응, 그리고 오늘 내로 할 거면… 처음이니 또 힘들지 않을까 싶고」

치하야 「역시 그렇지… 오늘 스케쥴도 저녁에나 끝나고 말이지」

하루카 「맛있는 걸 하나 사드리면 어떨까? 저번에 바로 이 앞에서 되게 괜찮은 빵집 찾았는데! 앙트? 였던가, 하는 이름이었어」

치하야 「그래? …그래도 마음을 담아보고 싶어서, 그냥 사드리는 걸 좀 피해보려고」

하루카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케이크는 치하야가 지금 만들긴 무리 아닐가 하고」

P 「오, 여기 있었네」

치하야 「아, 프로듀서」

하루카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P 「하루카 오랜만! 오늘 레슨은 어땠어?」

하루카 「에헤헤, 언제나처럼이죠 뭐」

치하야 「하루카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요」

P 「그건 아주 좋은 일이군… 하루카는 오늘 저녁 일정 뭐였지」

하루카 「후지테레 라디오 생방송 게스트요」

P 「그랬지, 응, 그랬지」

치하야 「프로듀서, 저희는 슬슬 이동해야 할 시간 같은데요」

P 「어? 벌써 시간이 그래? …진짜네, 바로 가볼까」

치하야 「네… 아, 맞다 녹화실에 깜빡한게」

P 「좋아, 그러면 차 가지고 올테니깐 가지고 오라고… 하루카, 우린 먼저 갈 테니 나중에 보자」

하루카 「네 수고하세요~」덜컹

하루카 「……」

하루카 「저 둘, 그냥 일 얘기만 하네」

하루카 「거기에 프로듀서씨는 생일이라면서」

하루카 「치하야쨩… 갈 길이 멀구나」

하루카 「어차피 마음은 그렇다면, 그냥 쓰러터려버리고! ...라니, 나도 참 무슨 망상을 헤헤헷! 나도 움직여야지 엇차」

 

 

<몇시간 후, 레슨장>

  생일은 이미 종쳤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쳤다, 간단히 말해 좀 지친거다. 오늘도 하드한 스케쥴이었다지만 역시 스케쥴을 다 소화하고 나면 그저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슬슬 체력적으로도 무리니깐, 휴가 낸 놈들은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오늘 끝나면 대부분 돌아오니깐, 내일부턴 치하야만 전담해도 되겠지. 애초에 프로듀서라는 놈들이 바쁜 시기에 휴가나 내는 게 문제라고, 담당하는 아이돌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말이야! ...사실은 다들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던 건 알고 있지만.

  다들 개인 사정이 있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리 불평이 나오는 이유는 역시 지쳐서일 거다. 옆에 앉아있는 치하야도 그렇겠지. 아까부터 치하야는 조수석에서 조용히 가방을 꼼지락거릴 뿐이다. 그러다 종종 창 밖을 보고,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하다. 물론 평소에도 조용한 아이지만 오늘은 좀 더… 조용하네. 뻘쭘하게. 으음, 기대한 거에 비교하면 최악의 생일로 그저 흘러가는 거 같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어.

  이런 상황이기에 생일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축하받고 싶은 아이한테 축하받지 못하면 뭐 다른 사람은 기대하지도 않고, 이미 나도 지쳤고, 무엇보다 치하야도 지쳐있겠지. 언제나처럼 집에 데려다주고 퇴근해서 맥주나 한 캔 하는게 나을 거 같다. 뭐, 재작년에도 이런 생일이었고, 작년이 특별했던 거겠지, 음음. 잘 생각해보면 작년에는 사무실도 제법 한가했으니 내 생일 같은 걸 챙길 수 있던 거고, 음음.

  조금… 아쉽지만, 어설픈 추측같은 걸 하니 그런 거다. 현실은 이런 거지 뭐.

P 「자, 다 왔어 치하야」

치하야 「저기, 프로듀서?」

P 「응?」

치하야 「혹시… 저녁에 약속이라도, 있으신가요?」

P 「아니, 없는데?」

치하야 「그런가요」

P 「응, 왜 그러니?」

치하야「…그 괜찮으시면, 혹시 식사라도 하고 안 가실래요?」

P 「어, 어… 어?」

  그런데 내 현실같은 건 이 아이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리는 것이었다. 

 


<잠시 후, 치하야의 방>

  놀랍게도, 치하야의 방에 제대로 들어오는 건 처음이다. 이전에 딱 한 번 들어줄 짐이 있어서 짐만 들여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는 소리다. 그 때는 정리 안 된 박스들이 한 켠에 쌓여있는 살풍경한 방이었는데, 지금은… 다행이다. 박스도 줄어들었고, 식탁이나 주방식기, 책상 위의 책들 같은 게 그래도 사람이 산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더욱 놀라운 건, 치하야의 요리를 먹어보는 것도 처음인 것이다. 치하야도 일단은 혼자 사니 밥을 해 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도시락을 싸온 걸 보지도 못했고 사실 항상 밖에서 밥을 먹는 편이기도 하고 – 그 중 대부분은 내가 나름 신경 쓴 도시락을 가져다 주지만 – 거기에 스스로도 소식인 편이니깐 치하야가 밥을 한다는 이미지 자체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리라, 그것도, 파스타. 파스타면 간단하니 괜찮겠지이이이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바보였어!

P 「치하야 스톱, 스토옵!」

치하야 「프로듀서는 거기서 쉬고 계세요, 금방 다 되니깐」

P 「쉬라고 해도 지금 면이 불타고 있다고!」

치하야 「네? 아, 이런…!」

P 「일단 불부터 끄고! 갑자기 면을 빼낼려고 하지말고!」

치하야 「하지만 그러면 면이 아까운걸요!」

P 「어차피 탄 건 못 먹어!」

치하야 「그, 그러면 일단 물을… 꺄악!」촤아아아악!

P 「갑자기 물을 부으면…!」

 

 

<잠시 후, 치하야의 방>

치하야 「죄송해요… 남은 음식이 감자조림뿐이라…」

P 「치하야, 요리 서툴구나」

치하야 「별로 해 본적은 없으니깐요」

P 「그런데 감자조림이라니, 요리 실력이 없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치하야 「아, 이건 하루카가 저번에…」

P 「아, 그래」

치하야 「저번에, 이런 것도 먹어야 한다면서 억지로 냉장고에 넣고 갔어요」

P 「응, 그래…」

치하야 「…」

P 「하, 하하핫,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요리하는 건데!」

치하야 「그러면 의미가 없는 걸요…」

P 「응? 의미?」

치하야 「그게 오늘… 프로듀서 생일이니깐, 축하해드리고 싶어서…」

P 「어, 어? 알고 있었네?」

치하야 「당연하죠」

P 「그렇구나, 역시 치하야라면 그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

치하야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P 「아니, 아하핫, 까먹었나, 했지」

치하야 「그럴 리 없잖아요」

P 「그게 나 같은 거 생일이야 당연히 잊혀지겠지, 싶었거든 하핫」

치하야 「아니에요, 프로듀서… 그냥, 그 생일 선물을 뭘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이제서나 결정해서… 늦게 드리게 된 거에요. 그… 뭔가 마음을 담은 걸 드리고 싶었는데… 뭘 만들어서 드려야 할 거 같은데 그나마 할 줄 아는게 파스타밖에 없어서… 그런데 실패하고, 참, 한심하네요」

P 「아냐아냐, 치하야 마음만으로도 고마운 걸」

치하야 「그, 마음이랑은 거리가 멀진 몰라도, 이거라도…」슥슥

P 「응? 이거 뭐야… 뭘 이리 많이?」

치하야 「…뭘 좋아할 지 몰라서」

P 「이것저것 샀다고? 아니아니 이러면 안 되지, 치하야 절약해야지」

치하야 「프로듀서보다는 제가 돈을 몇 배는 더 버니 상관없어요」

P 「가, 갑자기 가슴이 아파온다… 어쨌든, 그래, 땡큐… 지금 열어봐도 돼?」

치하야 「네」

P 「어디어디… 이건, 만년필인가」

치하야 「자주 쓰던 펜이랑 같은 회사 물건이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P 「날 잘 봐주고 있었던 거야...? 으, 응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리고… 이건, 음? 케이크?」

치하야 「하루카가 추천하더라고요, 그리고 프로듀서 딸기, 좋아하시니깐」

P 「그거 말한 거 엄청 옛날인데! 기억해줬구나! 정말 고마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넥타이 핀인가?」

치하야 「네, 미키가 남자라도 넥타이 핀 정도는 멋진 거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추천해주더라고요」

P 「……」

치하야 「프로듀서?」

P 「치하야… 엄청 신경 써줬구나」

치하야 「네, 그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건 좀 서툴러서… 마음에는 드시나요?」

P 「……읏」

치하야 「프, 프로듀서!?」

P 「치하야가… 이렇게 챙겨줄 줄도 모르고… 난 이상한 오해나…」

치하야 「왜, 왜 우세요」

P 「그치만 너무… 기쁜 걸… 그 힘들어하던 치하야가… 훌쩍… 다른 사람의 생일을 챙겨주고… 그것도 나를 챙겨주다니… 으흑… 이건… 훌쩍…」

치하야 「기뻐하시니 고맙지만 다 큰 어른이 울고 그러면 보기 흉해요」

P 「으흑… 그래도… 울고 싶은 걸… 크흑… 우어엉… 치하야가… 다 컸어… 우어엉…」

치하야 「원래 컸다고요. 그리고 이제 뚝 그쳐요 뚝」

P 「뚝 그… 치라고 해도… 너무 감동적… 이야… 훌쩍…」

치하야 「그, 그만 울고 일단 식사라도 하라고요, 이렇게 울면 제가 당황스러워진다고요」

P 「가, 감자 조림 같은… 건… 훌쩍, 안… 먹어도 된다고… 지금은, 이 감동을… 훌쩍」

치하야 「그, 그러면 파스타라도 해 줄테니깐요」

P 「아니, 내가 할게」

치하야 「그거에 울음 멈추지 말고요!」

  생일을 축하받는게 이렇게 기쁜 일일 줄이야, 하고 생각하는 남자와 누군가를 축하하는게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하고 생각하는 여자가 같이 식사를 하는 밤은 그렇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대되는 입장의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행복해지는 시간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이 크게 깊어지는, 그런 시간이 시작된다.

 

 


~ Epilogue

P 「어? 이건 다 뭐래…?」

리츠코 「아, 오셨어요」

P 「어, 응… 근데, 내 책상 위에, 얼라리요?」

리츠코 「하루카랑 미키랑 아즈사씨가 주는 선물이래요」

P 「선물?」

리츠코 「뭐 어제 생일인 건 다들 알긴 알았으니깐… 그리고 이건 제가 주는 거」

P 「리츠코…까지?」

리츠코 「뭐 별 건 아니지만요. 다들 잠시동안 담당해줘서 고마워했던 거 같아요, 그것도 겸한 선물이라고 저한테 말하던데요」

P 「이거 참… 휴가 때 대타 뛰어준 보람이 있구만」

리츠코 「착한 자에게 복 있나니, 인거죠 …그런데 치하야는 왜 그런 표정을?」

치하야 「……」

P 「치, 치하야? 오, 오랜만에 쎄한 표정을 지으십니다…?」

치하야 「그렇군요, 다른 아이들의 선물이군요, 흐음」

P 「치, 치하야씨?」

치하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 상관없죠… 오늘은 오전에 촬영이었죠? 얼른 가죠 프로듀서」탓탓탓

P 「치, 치하야 기다려… 왜 화를 내신데…」

리츠코 「질투인건가요, 헤에」

P 「질투라니 어째서! … 더 삐지면 곤란하니 그럼 일단 갔다올게 리츠코」

리츠코 「네이, 네이… 그런데 프로듀서」

P 「응?」

리츠코 「오늘은 왠 일로 치하야랑 같이 출근하신 거세요?」

P 「어, 어? 아 그게 우연히 마주쳐서」

리츠코 「흐응, 그렇구나…」

P 「그럼 갔다올테니깐」

리츠코 「저기, 프로듀서」

P 「응? 또 왜?」

리츠코 「넥타이… 어제랑 같은 거네요?」

P 「에」

리츠코 「…알아서 조심하세요, 뭐 알아서 하시겠지만」

P 「으읏… 가, 갔다올게!」탓탓탓

리츠코 「……」

리츠코 「생일이라고 들떴던 건가 어제, 둘 다…」

리츠코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건가, 둘 다 괜히 성실한 타입이더니 에휴…」

리츠코 「뭐, 상관없겠지, 그럼 난 내 일이나 해볼까…」

 


 

생일 축하도 겸한 글입니다. 치하야 프로듀서이고 생일을 맞이한 그리고 맞이하는 모든 분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생일을 테마로 그냥 흘러가는데로 서둘러 글을 쓰다보니 결국 뭐가 뭔지 모를게 나온 기분입니다만,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셨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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