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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자! by 혼다 더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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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2, 2016 14:52에 작성됨.

 
"잘 할 수 있으려나...?"
 
친화력인 강한 미오답게 연극에 뛰어 들어서도 감독이나 배우, 작가 등 다양한 커넥션(이라고 하면 이상하겠지, 친구라고 하는 게 좋겠다.)을 가진 것이 설마 우즈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줄은 차마 예상도 못하고 있었다. 미오가 크게 흥분한 기색으로 우즈키를 찾으면서 연기에 도전해보지 않겠냐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한 모습이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기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자신을 놀라게 한 건 미오 뿐만이 아니라 우즈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떨떠름해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이라 거절하려나, 우즈키라면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할 것 같다면서 예상한 것을 그대로 박살내고 시마무라 우즈키, 연기도 힘내겠습니다! 라면서 크게 기뻐하는 반응이라 여러모로 곤란했다. 곤란했다는 건 우즈키의 배역이 엑스트라도 조연도, 평범한 역도 아닌 무려 악역, 그것도 악의 보스 역이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러니 내가 식은 땀을 흘리면서 미오에게 질문을 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째서 우즈키가 연극을? 그것보다 어째서 악역? 이라는 질문에 미오는 예상을 한 듯 머릿속 주머니에서 대답을 주섬주섬 꺼내며 말했었다. 저번에 우즈키가 퍼스널리티를 맡았던 라디오에서 우즈키의 "하고 싶은 역이라면 악역! 일까요!" 라는 말을 관계자 분들이 듣고서, 한 번 모험을 해보자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 그 대답이었다. 너무 대충이잖아, 관계자 분들. 그걸로 된 거야? 된 거냐고?
 
아무리 우즈키와 같이 일 할 수 있다는 흥분으로 가득 찬 미오라고 해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닌 듯 갑자기 얼굴빛을 흐리게 하면서 우즈키를 바라본다. 그와 동시에 나도 따라하듯이 우즈키를 바라보고 있으니 미오가 우즈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낸다. 물론 나도 그에 맞춘 듯이 말을 가세한다. 미오는 연기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겠지만 나는 우즈키가 너무 떨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건 아니냐는 걱정이지만.
 
"근데 시마무, 악역 할 수 있겠어?"
"아무리 라디오에서 우즈키가 스스로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발언은 했었지만... 너무 빠른 거 아냐?"
"으음..., 힘낼 수 밖에 없겠죠? 역시..."
 
아무리 기뻐했다고는 해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체는 있는 듯 우즈키는 급격히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즈키는 대체적으로 뭐든지 평범하게 해내니까 연극도, 그것이 악의 보스 역이라고 해도 평범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돌고 있었다. 안심감? 태평함? 스스로로도 잘은 몰랐지만 대강 그런 느낌이었다. 
 
그럼 자신이 미력하지만 연기 초보 시마무에게 도움을 주도록 하지! 라며 얼굴빛 흐려졌던 게 거짓말이라는 듯 기운 만빵, 잔뜩 들떠서는 나와 우즈키의 팔을 붙잡고서 냅다 연습실로 끌고 가는 미오에게 왜 자신까지 끌고 가냐는 작은 항의를 하지만 '어차피 듣지는 않겠지, 이 패션은.' 이라는 마음에 그대로 어색한 형태로나마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당황하는 우즈키와 지나가는 배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우즈키 귀엽네. 저기에 저런 게 있었구나. 
 
 
 
 
 
라고 여유 부린 자신이 뭔가 바보 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런 걸 메소드 연기라고 하던가. 처음에는 갑자기 연기를 해보리는 주문과 미오가 악역 보스의 이미지를 정해주고서 시켰을 때는 크게 당황하면서 귀여운 여자 아이가 어색하게 애써 높은 사람인 척 하려는 모습을 보였건만, 어째서 자신이 생각하는 악역 보스의 이미지를 연기해 보라는 주문에는 저렇게 잘하는 걸까. 미리 연습했다던가?
 
"자, 일어서세요. 절 쓰러트린다고 그렇게 깽깽 짖었으면서 아직까지 땅바닥에서 굴러서야 되겠어요? 자, 힘내야죠? 당신이 그렇게나 노려보는 저는 아직도 이렇게 쌩쌩하게 서있다고요?"
 
웃고 있는데, 분명 웃는 모습은 우즈키인데 그 입에서 말하는 말도, 그 목소리 톤도, 한 쪽 손으로 턱을 괴고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시선도 아무리 눈 씻고 바라봐도 완벽하게 여유로운 악의 보스의 모습이었다. 우즈키의 모습인데 뭔가 내 우즈키는 저렇지 않아! 라고 외쳐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혀, 그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애써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멍하니 보고 있으니 뭔가 우즈키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 뭔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미소...라고 착각할 것 같지만 미친듯이 강해서 여유 만땅인 완벽하게 마왕의 그것을 머금으면서 다가온다. 내 옆을 지나며 내 등으로 이동한 우즈키가 뭔가 날 뒤에서 껴안으면서 오른손을 올려 내 뺨을 쓰다듬는다. 그와 동시에 얼굴에서 열이 확 오른다. 죽을 것 같아. 솔직히 따라가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지만 그 다음에 오는 말이 내 생각조차도 순간적으로 지우고 있었다.
 
"당신의 사랑하는 이 귀여운 소녀를 제가 가질 수도 있다고요? 정말 사랑스럽네요."
"크윽, 그 더러운 손을 시부린에게서 떼, 마왕!"
 
'귀여운 소녀'. 진짜 너무 부끄럽다. 좋은 건지 기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서 안에서부터 폭발하는 열을 잠재우고 싶지만 우즈키는 여전히 내 허리를 왼팔로 감으면서 오른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고 있기에 움직일 수 없다. 여러가지 의미로... 게다가 미오는 왜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같이 연기하고 있는데.
 
애초에 마왕? 그런 설정이였어? 아니 그것보다 우즈키가 캐스팅 된 작품은 현대물이라면서? 게다가 미오는 아까까지 서 있었잖아? 왜 엎어져 누워 있는 건데? 그리고 당신의 사랑하는? 미오와 우즈키의 저 알 수 없는 공기 사이에서는 내가 미오랑 사귀고 있는 설정이야? 아니 못 따라가겠는데요.
 
"어라, 좀 더 짓밟아줬으면 하는 건가요? 의외로 그쪽 계? 아아, 이렇게 보니까 정말 아름답네요. 이 소녀는 제가 가질 테니까 당신은 거기서 낑낑거리면서 주인이나 찾지 그러세요?"
 
그쪽 계라니 뭔데. 게다가 미오가 완전히 개 취급인데요, 시마무라 더 큐트 씨.
 
"시부린을 돌려줘! 돌려달라고! 시부린..., 시부리이이이인!!"
 
난 네 것이 아니에요, 혼다 더 패션 씨.
 
아, 이제 지켜보면서 혼자 태클 거는 것도 지친다. 나는 아직도 날 잡고 있는 우즈키를 떼어...내지 못한 채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짝짝, 두 손을 맞대며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의 시선을 내게 향하게 한다. 우즈키는 충분히 연기 잘 하는 것 같으니까 이만 하고 사무실로 돌아가자는 내 말에 미오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본다. 뭐, 뭐. 춤 연습도 중요하거든. 우즈키는 더 하고 싶다고 내 뺨 계속 쓰다듬다가 그대로 꼬집지 말고. 
 
불평을 내면서도 몸을 일으키는 미오와 날 감싸고 있던 두 손을 풀면서 뒤늦게 정신이라도 들었는지 급격하게 얼굴이 붉어지면서 허둥대며 내게 그런 게 아니라고, 연극이라 몰두하다 보니! 같은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우즈키를 바라보며 나 자신도 무슨 내용이 들어간 건지도 모를 표정을 지으면서 두 사람을 이끌고 연습실의 문을 열어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아, 정말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다. 그리고 얼굴 완전 새빨개졌어. 부끄럽다.
그나저나 우즈키의 손... 따뜻하고 부드러웠지...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그 후 뉴제네와 핑체스로서의 일을 거의 줄이고 미오와 함께 연기 연습에 몰두하는 우즈키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이상한 감각을 느끼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몇 달. 정말 길지, 길어. 라며 중얼중얼 언젠가 우즈키에게 추천했던 흰 아네모네를 바라보며 온갖 소리를 말하다가 부모님에게 주의 듣기도 했었다. 이건 또 다른 의미로 부끄럽네.
 
본방 때 미오가 건내준 티켓을 들고 축하의 의미로서 꽃다발을 두 개 정도 들고 들어가서 연극을 봤다. 내용 자체는 스포일러라면서 못 들어서 내용을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어째 어디선가 본 듯한 감각에 휘몰아 쳤다가, 나중에 그것을 우즈키가 연기를 한답시고 했던 일명 마왕 연기, 그리고 그걸 맞춘답시고 했던 미오의 일명 용사 연기랑 크게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선 알 수 없는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우즈키의 연기는 꽤 괜찮았다. 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겠지. 거의 그 역 그 자체라고 해도 좋았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 우즈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퇴폐미니 섹시함이니 사악함이니 카리스마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매우 좋다. 우즈키에게 또 하나의 길이 열린 거니까. 그런데 어째서일까. 우즈키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로 나오는 악역스러운 말을 들으며 급격하게 밀려오는 이상한 감각, 그래 꼭 이걸 계속 듣고 있으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에 고개를 뚝 떨구기도 했었다.
 
그 연극 후 우즈키는 악역 연기를 하는 횟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었고, 팬들 사이에서 타천사 우즈키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우즈키는 아마도 그 별명을 모르고 있겠지. 그리고 나도 미오의 이끌림에 그대로 이끌려 우즈키와 함께 연극을 했다가 결국 자신의 감정에 눈을 뜨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일. 나와 우즈키 사이에서 미오는 스카우트 우먼으로 통하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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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즈키! 나다! 밟아주라!!
 
...큼큼. 뉴제네가 서로 꽁냥하는 거 보고 싶네요. 오호호.
 
제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못 정해서 그냥. 그래서 제목하고 내용하고 안 맞습니다. 토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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