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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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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16 13:39에 작성됨.

그녀의 빛나는 얼굴은 프로젝트 내의, 아니 프로덕션 내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팬들에게서 빛난다며 칭송을 들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했다. 마치 미소가 이 세상에 강림한 것 같은 얼굴이라며, 시부야 린 쨩 같이 그녀의 미소에 이끌려 꿈을 찾아 걷기 시작한 사람도 드물지 않게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내 어깨를 치면서 활짝 웃으며 그 의견에 동의를 구하겠지만 공교롭게도 나의 대답은 No, 였다.
 
아직 많은 세월을 지내오지 못하고서,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봐 오지는 못한 나였지만 그런 내 눈에 비친 그녀의 미소는 확실하게 말해서 빛나지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처음부터 그렇게 보인 건 아니었다. 아마 그렇게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나가다가 그녀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혹은 금이 간 듯한 멍한 얼굴을 본 이후겠지. 그럼 내 눈에 보이는 그녀의 미소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냐고(이 말은 조금 어폐가 있지만 구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붙인다.)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날 이상하게 보면서 혹시 안 좋은 감정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보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상은 언제나 "아니"였다.
 
애초에 내 눈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은 미소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그녀의 얼굴은 부서져 있었으니까.
왼쪽 눈 위부터 턱 아래까지, 혹은 오른쪽 뺨 일부까지 부서져 있었으니까.
눈도 뭣도 마치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는 듯이 어두컴컴한 그 모습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숨기듯이 한 손으로 어설프게 가리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어딘가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런 걸 실제로 같은 유닛의 동료이자, 지금은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 사이인 아냐 쨩에게 갑자기 떠오른 것처럼 연기하며 꺼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아냐 쨩에게 그걸 물어본 시간은 지금이다. 물론 아냐 쨩은 나의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에 동의하기는 커녕 내 몸을 걱정했지만. 나는 그런 아냐 쨩의 은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확실히 지친 걸지도 모른다며, 그냥 궁금했던 것 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냐 쨩은 순진한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었지.
 
"혹시 그렇다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답일 거예요, 미나미."
 
러시아 어를 번안할 단어를 천천히 고르느냐고 일부 구간에서 더듬거리며 어찌어찌 기특하게도 하나의 답을 내게 제시해준 아냐 쨩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확실히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도 뭔가 이상한 일일 수도 있고,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이 꺼름직한 느낌을 지울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모두의 스케줄이 적힌 화이트 보드를 바라봤다. 현재 시간은 2시 24분. 그녀의 현재 개인 스케줄은 1시 정각부터 2시 30분까지였다.
 
그럼 대강 30분 정도를 기다리면 그녀가 올 거라고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전화를 했는지 아냐 쨩이 내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몸을 일으켜 스마트폰을 열어 전화를 받았다. 아냐 쨩의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상대방은 미시로 전무인 듯 몇 번 존댓말로 답을 하던 아냐 쨩은 내게 양해를 구하며 그대로 갑자기 생긴 일(아마도 회의)을 위해 프로젝트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대로 나는 혼자 남고 말았다.
 
무언가를 아무것도 안 하고 긴 시간을 기다릴 만큼 나는 진득하게 멍하게 있지를 못했다. 몇 분을 앉아 있었는지도 모르고서 나는 결국 몸을 일으켜 무언가 할 것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걸레를 빨아 탁자와 소파 등을 닦거나, 미오 쨩이 예전에 들고 왔다가 잊어버리고 아직까지 가지고 돌아가지 않은 만화책을 꺼내 훑어 보다가 그대로 책을 덮고 다시 꽂아 넣는 등, 누가 보면 정서 불안이지 않냐고 소곤소곤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라는 경쾌한 인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에 맞춰 고개를 돌리니 살짝 더운 듯 목 부분의 옷자락을 잡고서 연신 펄럭거리며 들어오는 그녀가 보였다. 내 살짝 어색하면서도 반기는 인사에 아마 그녀의 얼굴은 미소가 걸려 있겠지. 어째서 예상이냐고 한다면, 그녀의 보통 모습 때는 제대로 얼굴이 전체적으로 다 보이기 때문이었다. 깨져 보이는 건 그녀가 아마도 웃고 있을 때 뿐. 
 
덥다면서 소파에 앉아 가방에 손을 넣어 본 적 없는 부채를 꺼낸 그녀를 어색하게 보면서 나는 그녀와 말할 화제를 찾기 위해 부채를 언급한다. 산 거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웃음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다가 어떤 사람에게 받았다며 대답을 한다. 그녀가 대답을 끝낸 동시에 나는 그녀의 옆에 풀썩 치마를 두 손으로 정리하며 앉았다. 그녀는 아직까지 에헤헤, 웃음 소리를 내며 내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말해줬다. 나는 할 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요? 얼굴빛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어느새인가 표정이 보이게 된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흠칫 놀라면서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뺨에 올렸다. 손가락은 뺨 위에서 스르륵 무언가가 깨지는 듯 감촉이란 흔적을 남기면서 흘러 내렸다. 그 느낌은 그녀의 처참한 얼굴(다른 사람에게는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느끼는 느낌과 거의 같았다. 아, 나 지금 표정이 굳었구나. 자신의 표정을 촉감으로 느끼며 그와 동시에 결심하며 입술을 깨물고선 그녀에게 무거운 말을 내보냈다.
 
"우즈키 쨩, 너는 정말로 웃고 있니?"
"...네? 저, 그게 무슨..."
"우즈키 쨩의 미소를, 나는 볼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은 우즈키 쨩의 미소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귀엽다고 칭찬을 하지만, 내 눈에는 우즈키 쨩의 표정이, 얼굴이 너무나도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는 걸 네가 간절하게 그 손으로 가리고 있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
"그러니까 알려줄래?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내가 느낀 게 맞는 건지. 만약 전자라면 나는 우즈키 쨩에게 사과하고 너를 위해 뭐든지 할게. 그만큼 무례한 말을 나는 지금 본인 앞에서 하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알려달라고, 본인 앞에서 본인이 듣기에 너무나도 안 좋을 말을 담담하게 하는 건 여러가지로 안 좋다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실감하고 있다. 심장은 첫 무대에 섰을 때보다도 두근거리고 있고, 구역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바깥으로 나가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 기분 나쁜 감각을 억누르면서 나는 그녀를 미안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답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대신 온 것은 그녀의 반응. 마치 무언가 꼭꼭 숨긴 것을 들킨 어린 아이처럼 그녀는 표정이 잔뜩 굳어지고 있었다. 하얗고 작지만, 또래의 아이보단 조금 단단한 두 손은 어색하게 올라가 스스로의 눈을, 뺨을, 입술을 쓰다듬으면서 무언가를 찾는 듯이 절박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보이는 얼굴을 눈을 돌리지 않고 나는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물어버릴 듯이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오랜 시간 끝에 들려온 그녀의 대답은 질문이었다. "어째서." 질문에 질문을 돌려주는 건 꽤나 곤란한 거 아니냐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프로듀서의 예전 버릇을 따라하듯이 목덜미를 쓰다듬었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내가 마치 심술을 부리고 딴청을 피우는 것으로 보인 것 같았다. 확연하게 떨리는 눈동자는 나를 질책하며 대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답은 공교롭게도 하나 뿐이었다. "그렇게 느꼈으니까." 정말로 그것 밖에는 돌려줄 것이 없어 나는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을 그녀에게 해준다. 아마 내 눈동자도 그녀에게 지지 않을 만큼 동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기도 힘들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녀가 크게 떨리는 입술을 벌리며 겨우겨우 말을 꺼냈다.
 
"잘 모르겠어요... 어째서 미나미 언니가 제게 그런 걸 묻는 건지, 저는 어째서 그 질문에 크게 동요하는 건지... 그렇지만 어째서인가..., 미나미 언니의 말을 부정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렇지만 미나미 언니의 눈에만 보이는 제 모습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게 반영된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확연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의외로 긍정과 부정 둘 다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 나왔다.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렇게 보는 탓도 있지 않을까." 그런 자신과 나를 동시에 질책하는 말에 나는 생각을 무심코 멈추고 말았다. 방금까지의 나는 둘 중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답을 구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내가 느끼는 그녀의 모습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턱을 매만지며 생각하던 나는 그녀가 웃을 때에만 느껴지는 감각을 다시 깨우치고 만다.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 보여서는 안 될 것이 보일 것 같은 느낌. 나는 그런 기분 나쁜 감각이 느껴지는 자신의 오른쪽 뺨을 두 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그 감각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우즈키 쨩이 미소를 짓는 걸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고, 마치 자신의 눈에 보이는 잔뜩 부서진 우즈키 쨩의 얼굴처럼 나도 무언가가 금이 가면서 깨질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 말을 우즈키 쨩은 계속 동요하면서도 크게 놀라며 듣고 있었다.
 
말하는 사이에 나는 그녀의 연한 갈색 눈동자를 붙잡으려 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왼손으로 가슴팍을 부여 잡고 있으니 이제는 그녀를 보며 공통점을 찾은 듯 반가운 마음까지 들고 있었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 마음을 털어버리려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었지만 돌아오는 건 그런 자신의 마음을 주워주는 그녀의 동요 가득한 모습 뿐이었다. 나는 결국 계속 부정하고 있던 하나의 감정을 인정하게 됐다.
 
"나는 어쩌면 우즈키 쨩의 부서지는 얼굴을 사랑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어."
"..."
 
어떤 사람이든 들으면 외소리를 내며 되물을 정도로 이상한 말을 그녀는 조용히 듣고만 있다. 언젠가 스쳐 지나가면서 봤던 잔뜩 금이 간 얼굴을 본 이후부터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부서지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리려고 하면서 빛나는 물방울을 떨어트리던 예전의 그녀의 모습을 나는 언제나 그녀를 보면서 투영하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그녀의 일부가 부서진 얼굴이 그 느낌을 더욱 강하게 해줬을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다가와 나를 두 팔 벌려 껴안았다. 따뜻하면서도 작은 몸집이 이상하게도 내 몸 전체를 감싸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얼굴은 내 가슴팍에 숨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깨진 얼굴도, 미소도, 우는 모습도, 동요하는 모습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안심되는 듯 그녀는 얼굴을 올리지 않고서 두 팔에 힘을 더욱 강하게 넣었다. 마치 어떤 진실을 깨닫고서 그것에 견디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과연..., 깨지고 있던 건 어느 쪽이었을까요."
"글쎄, 어쩌면 순서 같은 건 없이 둘 다 동시에 깨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
 
자신에게 묻는 듯이 혼잣말을 하는 그녀의 뺨을 잡기 위해 살짝 몸에 힘을 넣어 그녀와 거리를 살짝 두었다. 눈을 아래로 까는 그녀의 뺨을 잡고서 그대로 들었다. 이대로 따뜻하고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입술을 맛보고 싶다는 이상한 감각을 떨쳐내며 나는 그대로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부드럽다. 알 수 없는 감각에 나도 방금 전의 그녀처럼 눈을 아래로 깔면서 그녀의 혼잣말에 답하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다음에 오는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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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미나우즈를 쓰고 싶다는 마음과 깨진 얼굴에 동요하는 우즈키가 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리 중구난방이 되어부럿냐며. 
 
솔까 파면서도 미나우즈라고 해야 할지 우즈미나라고 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리버스 신경 안 써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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