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단편] 러브 데스티니

댓글: 8 / 조회: 1181 / 추천: 6


관련링크


본문 - 07-10, 2016 05:29에 작성됨.

Love Destiny.

사랑의 운명.

신곡의 제목을 들었을 때, 마유는 생각했어요. 이것이야말로 운명이라고.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마유의 운명이라고요.

분명 프로듀서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이 곡의 데모 테이프를 들으면서, 어떤 아이가 이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거듭 고민해보셨겠죠. 하지만 결론은 항상 마유를 가리켰을 거예요.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마유만큼 이 곡을 깊게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요. 마유만큼 깊은 사랑의 운명을 느끼는 아이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님은 저에게 이 곡을 맡긴 거예요. 저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의 입을 통해서도 이 곡은 불리겠지만, 마유는 치에리쨩이 사랑의 깊은 끈적함을 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호쨩이 가슴을 움켜쥐는 사랑의 괴로움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어요. 리이나쨩이 사랑의 운명이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동료들을 이렇게 생각하는 마유는 나쁜 아이지만, 사랑에 대한 일인걸요. 어쩔 수 없어요. 마유는 사랑을 양보할 수는 없는걸요.

그래요, 카렌쨩에게도-

 

 

▶ 346 프로덕션, 사내 연습실

 

 

“괜찮으십니까?!”

프로듀서님의 당황한 목소리는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져서 마유를 살짝 들뜨게 해 주지만, 마유는 곤란해 하는 프로듀서를 놀려줄 수 없었어요. 그건······.

“정말, 프로듀서. 별 거 아니라니까? 그냥 발목을 삔 것뿐인걸.”

“하지만 호죠 양. 넘어진 것으로 컨디션을 상하셨을 수도 있고······ 오늘 레슨은 이만 종료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에에-? 정말 괜찮다니까. 나를 너무 약골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예전처럼 픽픽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는다구. 프로듀서는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

“호죠 양. 쓸데없는 걱정이 아닙니다.”

뭔가를 결심한 듯이 굳은 프로듀서의 표정은, 무서워 보이긴 해도 가슴을 들뜨게 하는 매력이 있지요. 마유에게 그런 표정을 지어주셨더라면, 가슴이 큥하고 뛰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을 텐데.

“엣”

“당신은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분명히 페스를 위해 안무를 완성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호죠 카렌이라는 아이돌이 중요합니다. 열심인 것은 좋지만, 무리를 하셔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망가지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려요. 그러니까-”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소, 손 좀 놓고 말하라니까 프로듀서!”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바보라니까, 정말.”

카렌쨩은 프로듀서님이 쥐었던 손목을 살짝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숙였어요. 피부가 새하얀만큼, 카렌쨩이 부끄러워하는 표정은 알기 쉬운 거네요. 저렇게까지 발갛게 익어버리다니, 마유는 처음 봤어요.

-방심을 할 수가 없는 아이네요. 정말로.

 

“······저기, 마유쨩? 마유쨩?!”

“어머 리이나쨩. 무슨 일이신가요?”

“무슨 일이냐니,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후후, 리이나쨩. 무슨 일로 마유를 부르셨나요?”

“어쩐지 위가 쓰려오기 시작했어······.”

“괜찮으신가요오? 연습은 이만하고 카렌쨩을 따라서 의무실에 가보시는 게 어떤가요?”

“아니······, 괜찮으니까. 어차피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거기고 하고······. 후~”

 

“아무래도 오늘 연습은 이만 끝일 것 같지?”

이렇게 말하며 가리킨 리이나쨩의 손가락 너머에는, 트레이너님과 열심히 상의하고 있는 프로듀서님의 모습이 있었어요. 카렌쨩의 부상 때문에 연습 일정을 조정하시려는 모양이에요. 원래는 앞으로 1시간 더 레슨을 받지 않으면 안 되지만······.

“-카렌쨩도 쉬어야 하고, 다들 녹초가 된 것 같으니 그렇지 않을까요?”

마유는 연습실 바닥과 일체화 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눈길을 주며 말했어요.

“아-, 오늘같은 강도는 치에리쨩에겐 버거웠으려나.”

“미호쨩은 레슨 전에 이벤트가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요.”

“더, 더는 무리에요오오오······.” “다리가 후들후들거려어어어어어~”

 

프로듀서님은 트레이너님과의 협의가 끝났는지 우리들 쪽으로 걸어오셨어요.

“여러분. 오늘은 레슨, 무척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직 시간은 좀 있지만, 오늘 레슨은 여기서 종료하려고 합니다.”

“프로듀서! 굳이 나 때문에 그럴 것까지는······.”

의무실에서 발목에 붕대를 두르고 온 카렌쨩이 외쳤지만, 프로듀서님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셨습니다.

“호죠 양 때문이 아닙니다. 아무리 일정이 촉박하다고는 해도, 스케줄이 너무 무리하게 잡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코히나타 양, 오가타 양. 일어서실 수 있습니까?”

“하우우우우······.”

“죄송해요, 프로듀서······.”

치에리쨩은 왼손을, 미호쨩은 오른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섰어요. 이렇게 보자니 양손의 꽃이라고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광경이네요. 두 사람 모두 절정의 인기 아이돌인걸요.

“마유쨩, 눈이 또 죽어있어.”

“리이나쨩, 마유가 좋은 안경점을 하나 소개시켜드릴까 하는데요오.”

“······.”

 

“타다 양은 이후에 헤드셋 브랜드와 콜라보 이벤트가, 오가타 양은 악수회가 있군요. 두 분 모두 컨디션은 괜찮으십니까?”

“완전 멀쩡하다구요, 프로듀서.”

“저, 저도! 쉬었더니 조금은 괜찮아져서······.”

“다행입니다. 이벤트 회장까지 갈 차량이 대기하고 있을 테니, 샤워 후 이동해주십시오.”

““예!””

치에리쨩과 리이나쨩이 연습실을 빠져나가고, 프로듀서님은 다시 수첩을 보셨어요.

“코히나타 양, 호죠 양과······사, 사쿠마 양은 이후에 일정이 없으십니다만, 귀가하시겠습니까? 제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미호쨩은 수줍게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어요.

“괜찮아요, 프로듀서님. 저는 어차피 기숙사니까 걸어갈 수도 있고······. 카렌쨩과 마유쨩을 바래다주세요.”

가깝다고는 해도 기숙사는 걸어서 10분이나 걸리는걸요. 아직도 다리를 후들거리는 미호쨩이 쉽게 걸어갈 수는 없을 거예요.

프로듀서님도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미호쨩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미호쨩은 말없이 이쪽을 향해 살짝 윙크를 하며 고개를 내저었어요.

“우즈키쨩, 아직 사무소에 있죠? 요즘 페스 연습 때문에 바빠서 이야기도 자주 못했었는데, 간만에 수다 좀 떨다 돌아가도 혼나지는 않겠죠?”

프로듀서님은 뒷목을 쓰다듬으며 “예, 괜찮습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미호쨩이 자주 전화로 우즈키쨩과 통화한다는 것을 프로듀서님은 알고 계시죠.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알아들으신 거예요.

마유는 정말 좋은 동료를 두고 있는 거네요.

 

“저기, 프로듀서······. 나도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 테니까 말이야. 걸어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가는 길에 감자튀김도 먹고 싶고.”

“안 됩니다.”

카렌쨩도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프로듀서님은 카렌쨩의 어깨를 잡으면서 고개를 저었어요.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으신 것 같네요.

“무리해서 걷다가 부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부디 몸을 아껴 주십시오. 감자튀김이라면 제가 지금 나가서-”

“아니아니아니아니, 감자튀김은 됐어. 감자튀김은 됐으니까!”

“그럼 제 차로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부축해드리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혹시 또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 정말! 프로듀서, 그 이상 하면 화 낼 거야? 나는 어린애도 아니고, 환자도 아니라니까!”

카렌쨩은 프로듀서님의 손을 쳐내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어요.

저건,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프로듀서님. 아이돌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프로듀서님은 정말 멋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취급을 하시는 건 나쁜 일이에요.”

“아, 사쿠마 양······.”

프로듀서님은 뒷목을 쓰다듬으며 낭패라는 표정을 보였어요. 이런 꼴을 저한테 보인 것을 실책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숨길 여유도 없으셨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어요. 마유도 같이 레슨을 받고 있었다는 걸 잊고 계셨던 걸까요. 조금 샘나네요.

“그리고, 카렌쨩?”

“힉?!”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건 알지만, 몸이 상하면 본말전도 아닌가요? 얌전히 프로듀서님에게 태워달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아, 알았어. 프로듀서, 신세 좀 질게······.”

카렌쨩은 프로듀서님의 팔을 잡고 일어섰어요. 결국 고집을 꺾고 부축을 받으며 돌아가려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왜 팔짱을 끼죠?

“카렌쨩······?”

“마유. ······오늘은 고마워. 괜히 고집만 부리다 또 남들한테 잔뜩 민폐를 끼칠 뻔 했지 뭐야. 이러면 안 된다고 매번 생각하는 주제에. 정말 바보야, 나는.”

그런 말을 지금 해버리면 따질 수가 없게 되잖아요. 왜 부축을 받는 데서 팔짱으로 건너뛴 거죠?

“그리고, 미안. 프로듀서. 언제나 프로듀서의 도움만 잔뜩 받고 있으면서 이런 고집이나 부리고······. 어린애 취급 말아달라고 한 주제에 정말 어린애 같지, 나?”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을 받쳐주기 위해 있는 거니까요. 좀 더 어린애처럼 기대주시는 편이 기쁩니다.”

프로듀서님, 일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말씀하시는 거죠?

“후후, 그럼 어리광 좀 부려도 되겠지?”

카렌쨩은 프로듀서님의 듬직한 어깨에 머리를 기댔어요. 이젠 팔짱이 아니라 거의 안겨있는 수준인데요. 대체 뭘 하자는 거죠, 카렌쨩?

 

“그럼 사쿠마 양도, 같이 차로 가시죠.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됐어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을 말을 뱉고 있었어요. 프로듀서님도 카렌쨩도, 놀란 표정으로 마유를 보고 있었지요.

“마유쨩······?”

프로듀서님의 눈길이 흔들리고 있었어요.

“마유는······장을 봐야 해서요.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으니까, 마유는 신경쓰지 말고 카렌쨩을 데려다주세요.”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해봤지만, 프로듀서님은 어떻게 느끼셨을까요. 눈치채셨겠죠? 별 것 아닌 일로 이렇게 화나 내는 아이라고 생각하시기라도 하면······. 프로듀서님이 마유에게 실망해버리면 어떻게 하죠?

마유는······. 마유는······.

“-알겠습니다. 그래도 격한 레슨이 끝난 후이니, 조심해서 돌아가 주십시오.”

다행스럽게도 프로듀서님은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았어요.

아니, 이건 다행인 걸까요?

이렇게 티 나는 대답이었는데. 마유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눈치 채지 못하신 걸까요?

마유의 심정을?

어째서?

카렌쨩 때문인가요? 팔뚝에 느껴지는 가슴의 부드러움 때문에? 격한 레슨 탓에 살짝 열기를 머금은 얇은 팔뚝의 온기 때문에? 코끝을 간질이는 여자아이의 향기 때문에?

마유를 봐 주지 않는 건가요?

프로듀서님?

 

“-그럼, 내일 레슨 때 봐. 마유쨩.”

카렌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유에게 인사했어요. 여전히 몸을 프로듀서님에게 기댄 채로요. 마유는 도저히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만 고개를 숙여버렸어요.

카렌쨩은 나쁘지 않은데.

다리가 아파서 기댈 곳이 필요할 뿐인데.

“네에, 내일 봐요······. 카렌쨩······.”

마유는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꼭 잡으면서 목소리를 쥐어짜냈어요. 그렇게라도 힘을 주지 않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요.

그리고 뒤늦게나마, 마유는 고개를 들어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보고 만 것이죠.

카렌쨩의, 씁쓸하지만 확실하게 올라가 있는 입꼬리를 말이에요.

조금 시선을 옮기면 카렌쨩의 눈과 마주칠 수 있었어요.

분명 카렌쨩, 페스 유닛을 짤 때 저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나, 지지 않을 테니까.’

그건 이런 의미였나요?

마유에게 ‘프로듀서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건가요?

그래서 그런 모습으로 저를?

마유는 망연한 표정으로 카렌쨩을 바라봤어요.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기억이 나는 건, 프로듀서님의 중후하고 따뜻한 한 마디 뿐이에요.

“-니다. 마유 양.”

 

네. 마유는, 그 때 온 몸의 힘이 풀려서 일어설 수가 없었답니다. 온 몸에 꿀이 발라져 뜨뜻한 열기에 차분히 마유의 전신을 녹여버릴 정도였지요. 저는 방금 전과는 반대의 의미로, 얼굴을 들 수 없어서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말았어요.

새빨간 토마토 같은 마유를 보고 프로듀서님이 웃어버리면 어쩌지-하고 말이에요.

 

 

 

 

▶ 도로 위, 차 내부

 

 

“하아······.”

카렌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무릎 사이에 고개를 부볐다.

“호죠 양,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혹시 다친 발목이 아직도······.”

운전대를 잡고 있던 프로듀서가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인지 대답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인지 손만 휙휙 내저으며 또 다시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호죠 양’ 말이지······.”

이래서야 내가 바보 같잖아.

‘지지 않겠다’고 말해놓고선, 처음부터 끝까지 지고 있었는걸.

나 자신에게조차도 져버렸고 말이야.

 

카렌은 애틋한 표정으로 깁스로 싸맨 자신의 발목을 문질렀지만, 프로듀서에게는 아이돌의 부상이 심하니 레슨 스케줄을 조정해야겠다는 지극히 둔감한 반응만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 자택, 부엌

 

 

방금 전에는 장을 봐야 한다고 아무렇게나 둘러대긴 했었지만, 마유는 정말로 장을 봐 왔답니다. 아직 어제 끓인 스튜가 남아있지만, 오늘은 다른 걸 만들고 싶은 기분이었거든요.

바로 햄버그에요.

원래 마유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프로듀서님이 즐겨 드신다는 말을 듣고 만들어봤다가 그만 푹 빠져버리고 말았답니다. 밑준비가 오래 걸려서 스케줄이 많은 마유는 자주 해먹을 수 없는 음식이지만요.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요. 이 햄버그를 꼭 오늘 저녁으로 내놓고 싶었어요.

 

♬♬♬♬♬♬

 

아, 현관의 벨이 울렸어요.

마유는 준비해 둔 접시에 햄버그를 담고 들뜬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달려갔어요. 마유가 예상한대로의 시간이었어요. 햄버그가 알맞게 구워졌을 시간에,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마유는 문 너머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벌컥 대문을 열어젖혔어요.

마유가 고대하던 그 사람이 온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요.

문 너머에는, 역시나 마유가 생각하던 그 분이 있었답니다.

무척이나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어쩐지 험상궂어 보이지만 무척이나 진중한 표정. 살짝 삐져나온 더벅머리.

무척이나 사랑하는, 마유의 프로듀서님이었어요.

도중에 린쨩의 꽃집에라도 들리셨던 걸까요? 프로듀서님의 오른손에는 안개꽃다발이 자그맣게 들려있었답니다.

프로듀서님은 쑥스러운 듯이 뒷목을 쓰다듬으면서 말씀하셨어요.

“다녀왔습······다녀왔······어. 마유.”

뺨이 발그레해진 것을 마유는 놓치지 않았어요. 지금 당장 달려나가서 꼭 안아주고 싶을만큼 귀여웠지요.

마유는 웃으면서 프로듀서님에게 말했어요.

“네. 어서오세요. 서방님.”

 

 

 

▶ 자택, 거실

 

 

프로듀서님은 무척이나 햄버그를 좋아하시지만, 제가 만든 것은 특히 맛있게 드셔주세요. 일 때문에 오늘도 점심을 거르셨는지, 옷도 대충 갈아입고 식탁에 바로 앉아 포크를 드셨지 뭔가요. 후후, 어린아이 같아서 귀여웠다고 말씀드리면 화를 내시려나요?

 

마유는 프로듀서님이 가져온 안개꽃다발을 꽃병에 꽂아 식탁 한가운데에 놓았어요. 햄버그를 베어무는 프로듀서님의 얼굴과 안개꽃이 겹쳐져서, 마유는 그만 푸근한 미소를 짓고 말았답니다.

“마유, 드시지 않······먹지 않는 거야?”

“평소처럼 하셔도 괜찮아요, 서방님? 마유는 서방님의 그 말투, 소중하게 대해지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하는걸요♡”

프로듀서님은 뒷목을 쓰다듬으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느껴주셨다면······. 다행입니다.”

 

햄버그를 잘라 입에 넣으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리이나쨩이 ‘록’하다며 헤드셋을 고쳐 썼다가 소리가 전부 새어 나가서 관객들이 웃어버린 이야기나, 치에리쨩이 너무 긴장해서 팬 여러분에게 계속해서 사과하는 바람에 악수회가 사과회가 되어버린 이야기.

그리고······카렌쨩의 이야기도.

“호죠 양, 아무래도 발목이 심하게 다치신 것 같더군요. 이동 중에 계속 발목을 쓰다듬으시는 것이, 많이 괴로워 보였습니다. 아마 내일 연습은 미뤄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아니요, 프로듀서님. 카렌 쨩은 다리가 아파서 그런 게 아닐 거예요.

다른 어딘가가 아파서 그런 거겠죠.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군요······. 카렌쨩, 괜찮을까요. 걷는 것도 힘들어 보였는걸요.”

프로듀서님은 뒷목을 쓰다듬으면서 “네······.”하고 말끝을 흐렸어요. 마유는 알 수 있었어요. 카렌쨩이 몸을 기댔던 그 때를 떠올리고 계시다는 걸요.

직장에서도 프로듀서님이 마유를 ‘마유’라고 불러주신 일로 화는 싹 씻겼지만, 어쩐지 곤란한 표정을 짓고 계시는 프로듀서님을 마유는 좀 더 보고 싶었어요.

이 표정, 저만이 독점하고 싶다구요.

 

“프로듀서님, 기분 좋으셨나요?”

마유의 말을, 프로듀서님은 이해하지 못하셨는지 도로 물어보셨어요.

“무엇을 말입니까?”

후후후, 왠지 웃음이 지어지는걸요.

“카렌쨩의 감촉······, 어떠셨나요? 기분 좋으셨지요?”

“그, 그건!”

덜그럭, 하고 포크가 접시와 부딪치는 소리가 났어요. 프로듀서님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식기를 떨군 것도 눈치채지 못하신 채 말씀하셨어요.

“그, 아닙니다, 마유 양. 저는 그저, 호죠 양을 부축하려던 것뿐이고 다른 사심이 들어잇던 것은 전혀······!”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로듀서님의 뺨에는 식은땀이 삐질삐질. 뒷목도 닳아 없어질 것마냥 쓰다듬고 계시네요.

하아······. 그야, 이런 반응을 원했던 거긴 하지만요. 이건 너무 강도가 세서 오히려-

샘이 나는걸요.

 

마유는 말없이 식탁에서 일어났어요. 무심한 표정을 가장하면서요. 프로듀서님은 거의 절망에 빠진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계셨어요. 화가 났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정말 화가 나긴 했었지만요.

“프로듀서님?”

“네, 넷!”

마유는 프로듀서님의 옆으로 돌아가, 식탁에 앉았어요. 그리고,

“에잇.”

꼬옥.

프로듀서님의 팔을 힘껏, 끌어안았답니다. 카렌쨩이 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담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강렬하게. 달콤하게. 제 냄새 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도록. 제 감촉 외에는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시도록.

여름철이고 집 안인 것도 있어서 옷을 무척 얇게 입고 있으니까, 분명 마유의 콩콩 뛰는 심장소리를 더 확실히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님은 반팔이기도 하시니까 더더욱이요.

“마, 마유 양?!”

마유는 프로듀서님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슴을 더 내밀면서 프로듀서님에게 달라붙었답니다. 마유를 야한 아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지만, 저도 무척이나 부끄럽다구요?

“마유, 조금 질투해버리고 말았어요. 카렌쨩을 말이에요.”

‘일’을 할 때는 서로 이해하자고 말했던 것은 마유였으면서.

프로듀서님에게 여자아이가 엉겨 붙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워서.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프로듀서님에게 달라붙을 수가 없어서.

꼴사납게도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마유는, 슬펐어요.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 거라구요.

“‘밖’에서는 우리 관계가 알려질지도 모르니 참자고 했었지만요오-”

이런 말을 직접 꺼내는 건 어쩐지, 마유도 처음이라 두근두근하네요.

“여긴 밖이 아니니까, 참지 않아도 괜찮은 거죠?”

 

“흡?!”

프로듀서님은 입술을 빼앗기면, 이런 표정을 지으시는군요.

귀여워라♡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거예요. 서방님♪”

 

 

타케P이긴 한데 CP 프로듀서였던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마유P도 하긴 했었던 제멋대로인 설정입니다

6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