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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리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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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8, 2016 11:29에 작성됨.

 세상사 얼마나 많은 일이 자신 뜻대로 돌아가겠냐마는 그럼에도 우리에 한해서는 그것에 대해 한 마디 쯤은 투덜거릴 자격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자기 뜻대로 자기 앞길을 주물럭거리려는 회사의 높으신 분 때문(만은 아니었지만)에 대체 우리는 얼마의 위기에 부딪치고, 또 위기를 겪어야 했을까. 연극 쪽으로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여 비교적 영향이 덜했던 나와 아예 그 높으신 분의 눈에 들어 새로운 길을 가게 된 시부린이라면 몰라도 시마무에 대해서는 불평 불만은 물론이고 그녀답지 않게 온갖 욕을 다 내뱉었어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에 긍정했을 거다.
 
실제로 그녀는 욕을 하는 대신 울부짖었지만. 제 살을 깎고, 자비없이 흐르는 피를 훑을 생각도 없이 우리들의 말 없는 끄덕임에 그녀는 천천히 자신을 감추고 있던 손을 떨어트리며, 짓지도 못하게 됐던 미소와 힘내겠다는 말 대신 목청껏 울음을 쌓고 쌓았던 그 둑을 무너트리며 우리를 향해, 아니 자기 자신을 향해 울부짖었던 거다. 그건 너무나도 마음 아팠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자기 자신에의 말만 있었다는 건 그만큼 그녀가 상냥한 성격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기에 어떤 의미로는 걱정이 됐었지만.
 
그 이후는 프로듀서에게 들은 거지만 그 이후부터 뉴제네의 크리스마스 미니 라이브 직전까지 많은 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들의 기도와 시마무의 있는 힘껏 올라온 노력이 결실을 맺어 시마무의 슬럼프 극복! 잘 됐군, 잘 됐어. 라고 생각했다. 아니 정말로. 시마무의 미소와 힘내겠다는 말이 돌아왔는데 이 얼마나 기쁜 일일까. 그때 당시만 해도 이제 위기는 없을 거라고, 적어도 자잘한 정도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저기, 미오. 이거 혹시 내 탓이야?"
"아니..., 아마 우리 둘 중 그 누구 탓도 아닐 거야..."
 
역시 세상사 자기 생각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지끈거리며 불평을 호소하는 이마를 지긋이 누르면서 자기 탓으로 생각하는 시부린의 말에 부정한다. '아마' 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확실하게 우리 둘 중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왜 확신하냐고 한다면, 그때 봐버렸거든. 상무님, 아니 전무님께서 라이브 끝나고 녹초가 된 시마무를 붙잡고 지금의 넌 빛냐고 있냐, 왜 난 네가 재투성이로 밖에 안 보이냐 같은 어디서 배워온 건지도 모를 시적 표현을 가득 채운 말을 했거든. 그러면서 뉴제네에서든 신데렐라 프로젝트에서든 346 프로덕션에서든 넌 폐 밖에 안 끼친다 등등 아주 꼬장이란 꼬장을 다 부렸거든. 
 
시마무? 전무님이 뭐가 그리 잘난 건지 모를 걸음걸이로 자기 할 일 하러 간 이후에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들고 있던 캔만을 꼼지락꼼지락 만지고 있을 뿐이었지. 저래서야 내가 나서서 분위기 띄우려고 해도 힘들어서 대강 인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는 아무것도 못본 척 하면서 애를 다음 스케줄로 보냈지. 시마무의 표정이 꽤나 넋 나간 표정이었고, 걷는 것도 꽤나 힘이 빠진 걸 보면 이상하다고 한다면 아마 이때부터가 아닐까 싶지만.
 
쉽게 말해서 현재의 시마무는 이상하다면 이상했다. 본래 꽤나 외골수 적인 면도 있는, 애초에 말버릇이 힘내겠다는 노력가라 언제나 연습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었고, 잘 못 하는 스탭이나 발성 같은 건 혼자서 하기도 했지만 최근은 그 정도를 넘어섰다. 스케줄 외의 346 안에 있는 모든 시간을 연습에 쏟는다니 노력가라고는 해도 뭔가 이상하다. 애초에 표정도 뭔가 결의에 찬 표정이라기 보단 이를 악문, 굳이 말하자면 독기가 들어간 그런 느낌이었다. 독기라니 시마무하고 연관되지 않는 거지만 어째서일까. 그게 정답일 것 같다.
 
게다가 최근의 시마무는 자신의 본래 발성과 목소리 대신 다른 발성과 목소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말도 들려오고 있으니 이쯤 되면 꽤나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 우리들 사이에서 뭐만 일어나면 자기 탓 아니냐며 IF의 이야기를 하는 시부린도 자기 탓이 아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 정도는 할 거다. 게다가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냐며 시마무에게 물어보면 미소를 만들지 않고 나름대로 우리를 생각해 전무님 이야기를 뺀 나머지를 솔직하게 말해주니 더더욱. 
 
뭐, 전무님이 한 이야기를 시마무 필터로 거른 시마무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그거다. 자신의 안에 숨어있을 반짝임을 좀 더 많이 찾고 싶어졌다고. 그러면서 자신의 새로운 발성과 목소리를 들어달라면서 진지하게 노래하는 그 모습을 보면 시마무가 얼마나 조급해져 있고, 얼마나 결심을 했으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정말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평소의 시마무의 노랫소리가 진지한 노래에서도 귀여움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라면 지금의 노랫소리는 귀여움은 느낄 수 없고, 발성도 크게 좋아졌으니까. 그와 동시에 시마무의 모습이 꽤나 지친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시부린이 물었다. 어째서? 단 세 마디였다. 어째서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힘내는 거야? 그 반짝임은 지금의 네 안에선 찾을 수 없는 거냐는 불안함이 함축된 그 세 마디에 시마무의 표정이 굳는다. 그와 동시에 시마무도 입을 열었다. 어째서? 역시 단 세 마디였다. 질문에 질문을 돌려주는 그 모습에 나도 시부린도 꽤나 당황하고, 시부린은 아예 입까지 열렸지만 시마무는 진지하게 시부린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 모습을 봐서 시마무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아마 이거겠지.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나요? 
 
시부린은 그대로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주저하며 무심코 들어 가슴팍을 잡았던 팔을 내리고, 시마무는 무슨 뜻이 들어간 건지 모를 작은 미소를 짓다가 힘없이 떨어트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목사탕을 꺼내 그대로 포장지를 뜯어 알맹이를 입 안에 넣었다. 최근에 목에 피해가 많이 가서요, 라며 언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냐는 듯 수줍게 베시시 웃는 시마무를 보며 시부린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렇지만 어떤 생각을 했던 간에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리려는 시마무의 노력을 어떻게 하려는 생각은 마렴. 그 생각과 동시에 나는 활짝 웃으며 자신도 연극에서 발성 연습을 하느냐고 목에 타격이 좀 갔다며 그녀에게 목사탕을 하나 받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시마무의 이야기를 하면서 신데렐라 프로젝트 사무실로 향하는 우리는 안무실을 지나가다가 무심코 한 사람을 보게 됐다. 안무실 안에서 쪼그려 앉아 몸을 들썩이는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해 나와 시부린은 그대로 조심스럽게 안무실로 들어갔다. 그 사람, 시마무는 우리가 온지 전혀 깨닫지 못했는지 자세를 바꾸는 대신 자신의 마음속 말을 읊고 있었다. 
 
저는 빛나고 있나요? 저는 아직도 재투성이인가요? 울음 섞인 목소리가 토혈을 하며 날카롭게 벼려진 말을 내뱉는다. 저는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빛날 수 있는 건가요? 무리하게 발성과 목소리를 바꾸려는 노력의 결과로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그 말들을 곱씹으면서 자신을 채찍질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된다. 시부린이 시마무를 달래기 위해 손을 뻗는 그 순간 자신 앞에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걸까 고개를 들어 눈물로 덮인 눈동자로 우리, 아니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보던 시마무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그대로 바로 앞에 있는 사람, 시부린의 두 팔을, 노력의 결과로 더욱 말라버린 손으로 간절하게 붙잡고서 전무님을 부른다. 저는 당신에게 있어 여전히 재투성이인가요,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저는 빛날 수 있는 건가요. 모두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제가 빛날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 시마무는 눈에 고인 눈물을 결코 흘리지 않는다. 마치 전무님 앞에서 울 수 없다는 걸, 울어서는 안 된다는 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새겨넣은 듯이.
 
그와 동시에 시마무는 그대로 쓰러지며 차가운 안무실 바닥에 눕고 말았다. 나도 시부린도 너무 놀라서 그대로 시마무를 들쳐 업고 병원에 가야 하냐, 일단은 사내 보건실에 가는 게 낫지 않겠냐 운운하면서 크게 동요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지나가던 미나밍의 도움을 받아 보건실로 뛰어가 침대 위에 시마무를 눕혔다. 선생님 말로는 피곤이 너무 쌓여서 매우 지친 상태일 뿐 병 같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때의 시마무의 모습과 말, 그리고 지금의 시마무를 보면.
 
"저기, 시부린."
"응."
"나 잠시 전무님 멱살 잡고 와도 될까?"
"우연이네, 나도 전무님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싶어서 네게 양해 구하려고 했는데."
 
역시 우리는 같은 유닛, 서로 마음이 맞는다는 장난 섞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대체 얼마나 그녀를 재촉하다 못해 성장에 조금도 도움이 되질 않는 말을 내뱉어서 그녀를 몰아세워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그런 생각을 시부린도 했는지 시부린은 그대로 주먹을 강하게 쥐며 어딘가에 있을 회사의 높으신 분을 향해 푸른 불꽃을 질러버리려 그대로 나와 함께 달리다가 시마무가 걱정돼 진짜로 뛰어온 프로듀서의 말에 지금은 시마무의 몫까지 힘내기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정했다.
 
그 후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킨 시마무를 본 건 스케줄을 끝내고 돌아온 뒤였다. 자신이 꽤나 오래 자서 레슨 시간도 까먹어 버렸다는 거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나와 시부린은 그대로 걸어가서 시마무의 손을 잡고 그 옆에 그대로 앉았다. 그와 동시에 내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시마무."
"네? 어째서 미오쨩이 사과를...?"
"사실은 말이야, 처음부터 쭉 보고 있었어."
 
시마무가 전무님에게 넌 아직도 재투성이로 밖에 안 보인다고, 넌 빛나고 있냐는 말을 한 것도, 시마무가 그거에 압박을 받아 그거에 쫒기듯이 자신을 혹사하듯이 노력을 한 것도, 그 압박이 너무 강해서 안무실에 쭈그려 앉아 자신은 아직도 재투성이냐고,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쫒기듯이, 시부린을 전무님으로 잘못 보고 절박하게 말한 것도 전부 봤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위로의 말은 커녕 시마무를 생각한다고 제대로 손도 뻗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와 동시에 시부린도 사과한다. 이유는 나와 비슷하니까 구구절절 이미 했던 말을 되풀이 하지는 않았다. 그와 함께 시부린이 입을 연다. 이제 너 혼자만 고민을 끌어안고 힘들어 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잇듯이 나도 입을 열어 말을 한다. 유닛이라던가 리더로서도 그렇지만 시마무의 친구로서 친구가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시마무도 친구에게 기대줬으면 한다고. 
 
"쭉 생각했어요. 이건 자기 일이니까 누군가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그것이 린쨩과 미오쨩이라면 더욱 더 해서는 안 된다고."
 
그대로 미소를 지은 시마무는 그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고는 가지 않아도 괜찮겠냐며 걱정의 말을 한다. 그 말에 동조하듯 신나게 노래하며 알람을 외치는 핸드폰을 꺼내니 프로듀서에게서 온 문자가 보이고 있었다. 몇 분까지 내려와달라고, 차를 준비했다는 문자를 보고서 우리는 아쉬운 마음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최대한 미소지으며 시마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나와 문을 닫을 때 쯤 우리는 미소를 거두고 창문을 바라보는 시마무를 볼 수 있었다.
 
얼마 후 연습량을 평소의 양으로 줄인 시마무가 어색하게 우리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며 걱정 끼쳐 죄송했다는 말을 하고 우리가 웃으면서 괜찮다고, 시마무가 무리하지 않게 돼서 기쁘다고 말한 것과 그와 동시에 우리의 연습에 참관 온 전무님을 보자마자 나와 시부린이 동시에 나가 전무님의 멱살을 잡은 건 같은 날의 일이었다.
 
그 후 프로듀서가 전무님에게 자네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은~로 시작하는 말로 혹사 당했다가 그 뒤에 그녀를 주목하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한 거라는 전무님의 말을 우리(라고 하지만 시마무는 아닌)에게 전한 걸 나와 시부린이 한탄을 하며 어이 없어 한 건 또 하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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