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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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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6 18:05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코로 내쉬는 숨은 걸리는 거 없이 내쉴 수 있다. 숨이 무겁지만 그건 코의 문제가 아니고. 안즈는 미쿠가 씻으러 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작은 소리로 발성했다. 목 체크. 목도 이상이 없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자. 평소보다 몸이 무겁고, 숨도 무겁게 느껴지고, 몸에 열이 있다. 목과 코는 멀쩡하므로 목감기나 코감기는 아니다.

안즈는 머리맡에 놔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카메라 앱을 셀카 모드로 맞추고 얼굴 사진을 찍었다. 얼굴이 조금 불그스름하다. 하지만 심하게 붉어 보이진 않는다. 무대에 서도 아마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안즈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작게 심호흡. 호흡과 동시에 정신을 가다듬고, 머리를 굴렸다. 머릿속의 톱니바퀴가 녹이라도 슬었는지 삐걱거렸지만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오늘은 중요한 날. 유이와의 마지막 대결이다. 절대로 불참할 수 없다. 반드시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최대한 티를 내지 말자. 안즈는 그렇게 다짐했다. 안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 한 컵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일어나자마자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해 휘청거렸다.

자다가 일어나서 그래. 조금만 걸으면 괜찮아질 거야. 안즈는 자신을 타이르며 물을 마시러 정수기로 향했다.

컵에 찬물을 따랐다. 컵에 찬물이 닿자 유리컵의 차가움이 안즈의 손에 스며든다. 평소보다 더 사무치게. 안즈는 컵을 입에 대었다.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이 또한 평소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못 마실 정도는 아니지만 목이 괴롭다.

평소보다 감각이 더 예민해졌나?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몸은 무겁고 감각은 예민해지고……. 컨디션이 최악이다. 이걸 다른 멤버들과 프로듀서가 알면…….

만약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미쿠가 씻고 나왔다. 안즈는 고개를 숙여 미쿠가 얼굴을 보지 못하게 했다.

“아직도 졸려? 잠 깨야지.”
“으응, 그래야지.”
안즈는 몸 상태를 숨기기로 마음먹었다.

안즈는 미쿠를 잘 속여 넘겼다. 따뜻한 물로 씻어서 그런지 혈색이 아까보단 많이 나아진 게 한몫했다. 프로듀서와 멤버들에게 얼굴만 잘 숨기면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안즈는 식사를 화장실 핑계로 멤버들과 시간을 엇나가게 해 따로 먹었다.
식사 메뉴에 죽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식사 시간까지는 잘 넘겼지만 문제는 다음. 멤버들과 프로듀서가 한 방에 모이는 아침 미팅 시간. 안즈는 미팅 시간까지 거울로 얼굴색을 시도 때도 없이 살펴보았다. 뺨이 조금 불그스름하다. 그래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그게 곧바로 겉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좋아, 이 정도면…….
안즈는 안심하고 미팅에 참여했다.

미팅 내용. 오다이바 페스 참가 아이돌 현황, 현재 순위, 유이와의 포인트 차이 등등……. 유이와의 포인트 차이를 제외하면 이미 지난 이틀 동안 한 이야기의 반복이므로 별로 유별난 것도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지난 이틀보다 더 비장하다. 유닛 멤버 전원이 이번 대결에 관한 모든 사정을 알고 전의를 불태웠기 때문이다.

몸은 으스스하지만 안즈도 마음에 불이 붙었다.
그래서 이번 무대를 포기할 수 없다.

이번 무대를 포기하면 지금 안즈가 서 있는 길이 무너지니까.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는 어둠에 휩싸인 길이지만 지금 안즈가 밟고 있는 부분만은 확실히 빛나고 있다. 이걸 깨트리고 싶지 않다.

다행히 멤버들 모두 안즈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대로 무사히 무대에 오르면…….

안즈는 프로듀서의 말을 경청했다. 프로듀서의 말을 귀에 깊숙이 새기고 싶다. 쓰러질 것 같으면 생각해내게. 프로듀서의 말을 지팡이 삼게.

그런데 프로듀서가 무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프로듀서가 안즈를 빤히 보았다.

“뭐야?”
안즈는 태연하게 프로듀서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로듀서는 마른 침을 삼키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뒤풀이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조금 전까지 프로듀서가 잇던 말과는 전혀 다른 화제. 프로듀서는 온화한 어투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동안 고생하신 여러분께 당연히 드려야 하는 보상이니까요. 원하시는 곳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C5 멤버들은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얼마 안 있어 제각기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어디 레스토랑 분위기가 좋다, 어디에 있는 카페 한정 메뉴가 맛있다, 아니면 자기네 집에서 먹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고, 또, 사무실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활발히 교환되는 의견을 뚫고 프로듀서가 안즈에게 물었다.
“안즈는 어디가 좋아?”
“응……. 어디든 상관없어. 정하는 거 귀찮으니까.”
안즈는 프로듀서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안즈는 말이야. 요 몇 달 동안 정말 열심히 해줬어.”
“체질에 안 맞는 짓을 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안즈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이런, 괜히 가로저었나. 목 근처가 뻐근하다.

“너는 충분히 노력했어. 그건 내가 보장해. 난 널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그걸 잘 알아. 넌 대단해. 정말이야.”
“뭐야, 낯간지럽게……. 사망 플래그 같잖아.”
땀이 안즈의 등을 타고 흐른다. 누가 안즈의 등을 손가락으로 훑은 것 같은 받아들이기 힘든 감각.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굉장한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해.”
앗……. 설마…….
“잠깐 이마에 손 좀 올려 봐도 될까?”
순간, 안즈의 가슴이 철렁였다. 거대한 압박감이 안즈의 가슴을 짓이겼다. 압박감은 이내 날카롭게 다듬어져 안즈의 심장에 연결된 혈관을 모조리 잘랐다. 매달릴 것을 잃은 안즈의 심장이 중력에 이끌려 끝을 모를 구덩이로 떨어진다.

“어? 두 분 다 왜 그러세요?”
“안즈 쨩?”
다른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묘한 분위기.

얼핏 봐서는 멀쩡해 보이는 안즈의 얼굴. 하지만 프로듀서는…….
“어떻게……. 알았어?”
안즈는 힘겹게 쥐어짜 내듯이 말했다.
프로듀서는 전부 간파했다.

안즈가 태연한 척 굴었던 걸. 혈색을 숨기려고 고개를 비스듬히 들었던 걸, 땀을 흘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바람이 부는 창가에 앉았던 걸…….

안즈의 물음에 프로듀서는 정말 심플한 답을 내놓았다. 마치 1+1=2 수준의 답을 말하는 것처럼, 상식을 말하는 것처럼.

“나는 네 프로듀서니까.”
프로듀서는 정말 간단하게,
“널 보고 있으니까.”
대답했다.

안즈는 전에 오다이바 페스의 출전을 위해 프로듀서를 필사적으로 설득했다. 자신을 잡아달라고, 자신을 똑바로 봐달라고. 그리고 프로듀서는 안즈에게 부탁받은 걸 충실히 수행했다. 지금 이 상황이 바로 그 증거다.

결국 안즈는 몸 상태에 관해 시인했다.

프로듀서는 호텔의 도움을 받아 안즈의 몸 상태를 살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안정 필요. 무대에 설 만한 상태는 도저히 아니다. 안즈는 결국 자기 방에서 이불을 꼭 덮은 채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악으로 버틴 컨디션도 시인하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무너져 내렸다.
프로듀서와 멤버 모두 모여 누워있는 안즈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프로듀서. 그래도 나……. 무대에 서면 안 돼?”
“안 돼.”
프로듀서는 딱 잘라 말하면서 안즈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렸다.

“저기, 프로듀서 씨.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죠?”
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4명이 나가야겠죠. 불참할 순 없으니까요.”
프로듀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어둠이 전염되어 멤버들의 낯빛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5명 유닛에서 한 명이 빠진다. 단순히 생각해도 전력 감소. 안즈의 실력이 유닛에서 제일 안 좋다고 하더라도 한 명이 빠지는 건 치명적이다.

유이와의 승부에서……. 지는 게 당연하다. 이미 확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한 명의 공백은 크다.

“지고 싶지 않아…….”
안즈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방에 있는 사람 모두 다 그걸 똑똑히 들었다.

“지고 싶지 않아! 프로듀서!”
안즈는 이불을 세게 쥐고 버둥거렸다. 이불이 안즈의 손아귀에 밀려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하지만, 지금의 널 무대에 내보낼 수 없어. 네 몸 상태는 무대를 버티지 못해.”
“상관없어!”
안즈가 소리쳤다. 아픈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소리 지를 때 체력을 소모했는지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따라온다. 프로듀서는 안즈의 이불 모서리를 잡고 이불을 다듬었다.

“무대에서 고집을 부리다가 쓰러지면? 쓰러지다 어디 잘못 부딪히면? 지금은 목이 멀쩡하지만 무리해서 노래를 부르다 목이 나가면? 지금은 가벼운 감기지만 무리하다가 심해지면?”
말문이 막혀서 안즈의 입이 구부정해졌다.

하지만 말문이 막혔을지언정 안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열이 오른 머리로 프로듀서의 말을 반박하려 준비한다. 입이 요동치는 건 그 때문.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프로듀서는 안즈를 보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 네가, 무대에 선다고 유이를 이길 수 있을까?”
프로듀서는 말하면서 가슴 한구석이 따끔해지는 걸 느꼈다. 속이 쓰라리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안즈는…….

안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안즈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었다.

“안즈, 너는…….”
“안즈는…….”
프로듀서는 안즈를 달래려 했으나 안즈가 프로듀서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불에 막혀 안즈의 말이 뭉개진 채로 프로듀서에게 전해졌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 의지로 이렇게까지 한 건……. 처음이야. 계기는 남이 만든 거라도 선택한 건 안즈야. 난……. 이 선택을 내가 원하지 않는 요인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그 후 안즈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프로듀서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끝으로 미간을 누르고 손바닥으로 눈을 압박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표정이 심각한 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

“5분만. 5분만 생각할게.”
그리고, 정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5분이 안즈와 미쿠의 방에서 흘러갔다.

프로듀서가 숨을 깊게 내쉬는 걸 신호로 5분이 끝났다. 프로듀서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 42분. 오늘 무대에 서는 건 저녁 시간이므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타협하자.”
프로듀서는 안즈에게 말했다.

“1분 20초. 이것 이상은 못 세워. 이것도 네 몸 상태에 따라 더 줄일 수 있어. 오후까지 상태를 두고 봐서 괜찮은 것 같으면 이 정도 시간이라도 무대에 서자.”
1분 20초. 두 곡을 부르긴 턱없이 부족한 시간. 그렇다는 건 안즈가 오늘 부를 수 있는 곡은 한 곡. 안즈는 얼굴에서 이불을 내렸다.

“조건은 안즈가 오후까지 푹 쉬는 것. 되도록 컨디션을 회복해야 해.”
“프로듀서……! 고마워!”
안즈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우리는 전반부에 네 명이 무대에 서고 후반부에서 안즈 쨩이랑 같이 서면 돼? 냥?”
미쿠가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돌려 나머지 C5 멤버들에게 말했다.

“1명이 빠진 건 큰 패널티입니다. 후반부에 인원이 다시 보충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죠. 그러면……. 이걸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C5는 오늘 공연에 한 번만 나갑니다. 한 번에 두 곡을 이어서 부르는 식으로요.”
“규정상 안 되지 않나요?”
미호의 말 대로 오다이바 페스는 하루에 두 곡을 따로 부르는 게 규칙이다. 프로듀서는 태블릿 PC에 음악 편집 앱을 띄웠다.

“그래서 제가 위원회와 협상할 겁니다. 정확히는 한 번에 두 곡을 완전히 이어서 부르는 게 아니라, 두 곡을 짧게 잘라서 하나로 이을 겁니다. 플레이 타임이 조금 긴 한 곡을 부르게 되겠죠. 그걸 위해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협상을 할 겁니다. 그리고 한 번에 두 곡을 부른다 하더라도 이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디매리트도 있거든요.”
두 곡을 나눠서 부르면 어필 횟수도 두 번. 표를 얻을 기회가 두 번 생긴다.

표를 얻을 기회가 많으면 좋다. 오다이바 페스의 투표 시스템은 포인트제. 투표자가 한 번에 포인트를 다 쓰지만 않으면 남은 포인트를 다른 아이돌에게 줄 수 있다. 시스템 자체가 투표자가 여러 아이돌에게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 즉, 특정인에게 전반부에 포인트를 얻지 못해도 후반부에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이런 여분의 포인트를 최대한 긁어모으는 게 오다이바 페스의 필승 전략 중 하나다.
무대에 한 번만 서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안즈 씨가 첫 번째 파트를 부르다가 두 번째 파트에서 빠지거나, 첫 번째에선 빠졌다가 두 번째에 합류해도 위화감이 생깁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C5는 5명 유닛이니까요.”
“그럼…….”
우즈키가 우려의 눈빛으로 프로듀서를 보았다. 프로듀서는 우즈키의 눈빛을 뿌리치고 말했다.

“첫 번째 파트는 C5 네 명으로 가다 두 번째 파트에서 안즈 씨가 합류. 하지만 곡 구성은 이렇게 할 겁니다. 첫 파트는 ‘나아가라 소녀여’. 다음 파트는 ‘안즈의 노래’.”
안즈의 노래는 솔로 곡이다. 그럼 후반부는 안즈 솔로?

“네 명이 다섯 명이 되는 것보다 네 명으로 가다가 빠진 한 명이 중심이 되는 게 연출상 더 좋습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직관적이니까요.”
네 명이 다섯 명이 되어 노래하면 왜 처음엔 네 명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네 명으로 가다가 빠진 한 명으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개연성이 생긴다. 빠진 한 명은 후반부를 위해 빠졌던 거라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안즈의 노래’는 솔로 곡. 그래서 무대에 혼자 서야 합니다. 여러분께서 백댄서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지만……. 이제 와서 이 노래의 안무를 연습하기엔 너무 늦었죠.”
“저기, 저 그거 출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즈키가 손을 얼굴까지 들었다.

“예?”
예상 밖이었는지 프로듀서는 그만 황당한 소리를 냈다.

“P쨩, 나도.”
“저도 출 수 있어요!”
“어, 전 조금만 연습하면 될 것 같아요.”
다른 멤버들도 우즈키처럼 손을 들었다.

프로듀서는 조금 생각하다 페스 첫날에 우즈키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저 ‘안즈의 노래’ 안무는 어느 정도 출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전에 안즈 쨩이 만든 동영상 있잖아요. 그게 재밌어서 틈날 때마다 돌려보다가 안무를 외워버렸거든요.

“아! MMD!”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프로듀서는 손뼉을 쳤다.

안즈가 만들었던 안무 체크용 MMD 영상! 안즈는 ‘나아가라 소녀여’와 ‘나는 고철 안드로이드’ 외에도 ‘안즈의 노래’ 영상을 멤버들에게 보냈다. 그리고 멤버들은 영상의 재미에 이끌려 안즈의 노래 영상까지 틈틈이 봤다.

“‘나아가라 소녀여’도 그렇지만 ‘안즈의 노래’ 안무에서 쳐낼 부분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프로듀서의 우려와 다르게 네 명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 오늘 무대를 꼭 성공시키겠다는 집념이 네 명의 태도에서 피어올랐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전 오늘 공연용으로 음원을 편집, 그리고 위원회와 협상에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음원을 편집하고 어느 부분이 빠지는지 최대한 빨리 여러분께 전해드릴게요. 여러분은 그걸 바탕으로 안무를 맞춰주세요.”
“네!”
네 명이 동시에 한 대답이 마치 합창처럼 좋게 들린다.

“그리고 안즈도 마찬가지. ‘안즈의 노래’에서 어디가 빠지는지 쉬면서 잘 체크해둬.”
“프로듀서.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돼?”
“혹시 전반부도 부른다는 건…….”
“아니야.”
안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즈는 가슴 근처로 주먹을 가져갔다.

“가슴속이 끓어올라. 아파서 그런 게 아니야.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야.”
지금 안즈의 가슴에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지금 이 기분으로 ‘안즈의 노래’를 부르면, 분명 게릴라 콘서트 때처럼 될 거야.”
안즈는 그날 유이가 쓸데없는 바람을 불어넣어 감정을 담아 노래의 색을 변질시켰다. 그때 관객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떠오른 건데……. 가사를 개사해서 불러도 돼?”
감정이 노래의 색을 변질시킨다면, 감정에 맞춰 노래를 바꾸면 어떨까?

프로듀서는 잠깐 고민했다.
노래의 색을 바꾼다. 노래의 반주를 어레인지하기엔 시간이 없다. 불가능한 선택지. 안즈가 감정을 컨트롤하기엔 지금 안즈 몸 상태가 문제다. 이쪽은 잘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선택지. 노래 가사를 개사해서 부른다. 이쪽도 확신이 서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만…….

프로듀서는 안즈의 눈을 봤다.

“음정, 박자, 운율을 고려해서 해야 해. 난 협상 때문에 개사 작업까진 참여할 수 없어. 하려면 노래에 익숙한 너 혼자 해야 해. 할 수 있어?”
“응.”
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사람의 눈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안즈의 눈빛은 또렷했다.

“그럼 개사는 네게 맡길게.”
오다이바 페스의 마지막 날. C5는 터무니없는 도박에 나섰다.

-
프로듀서가 협상을 마친 시간은 오후 3시. 그동안 우즈키, 미호, 미쿠, 나나는 안무 연습을, 안즈는 개사 작업에 매진하였다. 마침 안즈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의 연습도 프로듀서가 협상을 마친 것과 비슷한 시간에 끝났다.

씻고 갈아입고 안즈 방에 집합.
프로듀서가 위원회에서 돌아오는 시간과 겹쳤다.

아이들 쪽이 더 빨라서 프로듀서가 안즈의 방에 들어갔을 땐 아이들이 먼저 방에 있었지만. 방 안의 아이들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안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다녀왔다고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방 안에 도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피부로 느끼고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프로듀서의 시선도 안즈에게 향했다.

안즈는 누운 채로 입술을 쉴 새 없이 놀렸다. 계속 중얼거린다. 같은 단어를 몇 번 중얼거리다 싶으면 다른 단어로. 다른 단어로 넘어갔다 싶었는데 다시 이전 단어를 입에 올리고, 단어를 모아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다시 해체해 다른 단어를 조합. 안즈는 이런 작업을 무서운 기세로 반복하고 있었다.

안즈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었지만 시선은 오로지 천장만을 향했고, 시선은 천장을 향했지만 안즈의 눈은 아무런 상도 잡지 않았다. 안즈는 그저 중얼거리는 기계가 된 것처럼 개사 작업에 집중했다.

굉장한 집중력이다…….

“언제부터 이랬나요?”
프로듀서는 목소리를 낮추어 나머지 C5 멤버들에게 물었다.
“글쎄요, 저희도 지금 막 들어온 거라서요.”
미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안즈는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쳤는지 주변과 완전히 격리되었다. 정신적으로.
이 아이에게 이 정도 수준의 집중력이 있었을 줄이야…….

아니, 그보다 저렇게 놔둬도 괜찮나?

프로듀서는 안즈의 안색을 살폈다. 혈색은 아까보다 좋았고 땀도 아까보다 줄었다.
몸 상태는 아까보다 확실히 좋아진 모양이다.

안즈는 그 후로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프로듀서가 물수건을 갈아주자 안즈는 프로듀서와 다른 멤버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어때?”
프로듀서가 안즈에게 물었다. 주어는 생략되었지만 이게 개사에 관한 이야기라는 건 이 방에 있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거의 완성했어. 머리에 열이 올라서 집중하고 쉬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
“일생일대의 도박이야. 머리가 터지지 않을 정도까진……. 해야지.”
“뭐, 몸 상태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지만, 그래도 몸을 소중히 여겨. 넌 환자야.”
그리고 나는 그 환자를 무대로 보내는 몹쓸 프로듀서지……. 프로듀서는 말을 삼켰다.

프로듀서는 대신 오늘 협상의 결과를 말해주었다. 협상은 성공했다. 공연 순서는 뒤쪽으로 상당히 밀렸지만 낙심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 잘 되었네요!”
“뭐……. 이래 봬도 일단 프로듀서니까요. 우리 쪽의 디매리트를 고려하고, 또 우리의 연출이 먹힐지 궁금해하는 눈치여서 어떻게든 됐습니다.”
프로듀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되긴 되었다……라, 몇 시간에 걸쳐 설득한 게 이렇게 요약되다니. 말하는 프로듀서도 허무할 지경이다.

오늘은 호텔을 나서면서 체크아웃까지 하므로 나가기 전까지 각자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안즈의 짐 정리는 미쿠가 도와줬다.) 나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으므로 안즈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씻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호텔 체크아웃. 차로 이동. 회장 도착. 그리고 관계자용 통로로 회장 입장. 회장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에서 다시 집합. 안즈는 중간중간 조금씩 짬을 내어 개사 가사를 입에 올렸다.

“그럼, 먼저가 있을게 냥!”
미쿠를 선두로 안즈를 제외한 C5 멤버가 먼저 대기실을 나섰다. 첫 번째 파트에서 안즈가 참여하는 두 번째 파트까지 어차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프로듀서와 안즈도 같이 나가는 게 더 좋았겠지만…….

“놀이, 라이브, 놀이, 놀이, 놀이, 놀이든, 라이브든……. 아니야. 이 부분은 좀 더 비트는 게…….”
안즈가 개사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몇 분이라도 시간을 버는 게 나을 것 같아 내린 조치다. 무대 근처에선 집중력이 깨질 테니까.

그 몇 분도 금방 갔다. 프로듀서와 안즈는 대기실에서 나와 관계자용 통로를 통해 무대를 향해 걸었다.

“놀이든, 라이브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아닌데…….”
안즈는 걸으면서도 계속 중얼거렸다. 프로듀서는 말없이 안즈 옆에서 안즈가 장애물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게 안즈의 동선을 유도했다.

“오, 여기 있었구나! 안즈 쨩!”
저 멀리서 유이가 손을 크게 흔들면서 달려왔다.

프로듀서는 안즈는 흘끔 보았다. 안즈는 여전히 중얼거리면서 걷고 있다. 유이는 안중에도 없다는 양. 유이는 그런 안즈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왜 그래? 전반부에 안 나와서 걱정했는데, 안즈 쨩 지금 상태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
유이는 이제 막 라이브를 마쳤는지 온몸이 땀투성이로 젖어있었다. 무대 의상을 입은 채로 목에 수건. 유이는 아직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았다.

“혹시 포기하고 돌아간 게 아닐까 걱정했어.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네. 다행이야. 그래도 있지, 전반부에 왜 안 나왔어? 유이가 쉽게 이기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유이는 입술을 비쭉 내밀고 안즈에게 칭얼거렸다.

“유이, 안즈는 지금 이야기할 여력이 없어.”
“어라? 그래? 유감이네. 그럼 더더욱 결과가 보이네. 결국 간단하게 이기게 됐잖아. 아아~ 실망이야.”
유이가 한숨을 내쉰 그 순간. 안즈의 발걸음이 멈췄다.

“내게 억지를 강요하는 자들에게 전한다. 나는 네가 하라는 대로 하는 인형이 아니야. 우리의 정의를 위해서.”
안즈가 읊듯이 말한다.

“그래, 이거야.”
안즈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기분 좋은 티가 나는 고운 목소리였다.

“저기, 무슨 말이야? 그게?”
영문을 모르는 유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안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즈는 그저 다시 중얼거리길 반복했다.

“모르겠다. 그럼 뭐, 남은 공연 열심히 해. 그럼 이따 봐. 프로듀서 쨩.”
유이를 뒤로 하고 안즈와 프로듀서는 무대로 향했다.

“나아가라 소녀여~ 좀 더 앞으로~”
“이상적인 스테이지로 향하자~”
“서로 이해하는 기쁨이”
“이제 용기가 될 테니까~”
무대에서 우즈키, 미쿠, 미호, 나나가 노래한다. 딱 맞춰 도착했다.

“안즈, 어때?”
“완벽해.”
개사 작업도 종료.

안즈는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감각이 예민해져서 그런지 가슴이 뛰는 게 평소보다 더 심하게 느껴진다. 심장이 뼈와 근육과 살을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격하게 뛴다.

“프로듀서.”
“왜?”
“하이파이브해줘.”
안즈는 프로듀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로듀서는 이유를 묻지 않고 안즈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프로듀서의 손이 안즈의 손바닥을 때렸다. 안즈의 손바닥을 통해 어떤 에너지가 주입된다. 에너지가 팔을 타고 심장에 도달해 심장을 진정시켰다.

이제 나갈 차례가 되었다. 안즈는 뒤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무대를 향해 뛰었다.
프로듀서는 안즈의 등을 계속 지켜보았다.

나아가라, 소녀여.
나아가라, 안즈!

‘나아가라 소녀여’의 반주 마무리 부분에, 안즈가 무대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나머지 C5 멤버들이 각자 산개하였다가 안즈 뒤로 자연스럽게 빠졌다.

안즈가 외친다.

“시, 싫어! 난 지고 싶지 않아!”
‘안즈의 노래’ 반주가 올라온다.

“내게 억지를 강요하는 자들에게 전한다! 나는 네가 하라는 대로 하는 인형이 아니야! 우리의 정의를 위해서!”
기분을 담아, 마음을 담아 안즈는 외쳤다.

안즈가 몸을 흔든다. 팔을 흔든다. 관객을 향해서. 관객이 안즈를 빤히 바라본다. 관객의 시선이 안즈의 팔에 휘감긴다. 근래 느낀 것 중에서 가장 무거운 시선……. 아니, 시선의 무게가 달라진 게 아니다. 안즈가 시선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거다.

평소보다 예민해진 감각이 관객의 시선조차 평소보다 배로 감지한다. 안즈의 결의가 평소 같았으면 당황했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안즈의 결의도 평소보다 배로 부풀어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로 당황할 리가 없다!

“하고 싶지 않아, 나서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어있어있어있어! 24시간 연중무휴!”
안즈는 감정대로 노래했다. 있는 그대로 지금 느끼는 걸 노래로 토해냈다.

“아, 사탕 먹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이거 계속해야 해? 아 그래,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겠지겠지겠지그렇잖아 알았어!”
안즈는 무대를 둘러보았다. 관객들을 응시하면서 손을 힘차게 휘저었다. 안즈의 손끝에 걸려드는 관객의 시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좀 더……. 좀 더……. 좀 더…….

“안즈,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겠습니다~ 할 땐 한다, 이게 내 삶의 방식이야!”
좀 더……. 나를, 안즈를,

“봐라! 이게 바로 진짜 내 무대다! 어때!”
봐라!

관객들의 콜에 함성이 섞였다. 끓는 기름에 물을 끼얹는 것처럼 관객의 반응이 폭발하고 타올랐다.

관객들이 안즈의 손짓, 발짓, 허리 움직임, 머리카락 움직임, 입술 움직임 하나하나에 이끌려 안즈를 주목했다.

그때, 안즈의 가슴이 철렁였다. 안즈의 체력이 레드 존을 향했다. 체력 고갈.

아직 안 돼……! 좀 더 버텨야 해……! 지금은 안 돼……! 안즈는 마음속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만으로 이를 악물었다. 현실에선 티를 내지 않은 채로…….

반사 신경이었을까? 안즈는 손을 구부렸다. 안무상으론 손을 구부리는 부분이 아닌데도 왜 그랬는지 안즈 자신도 모른다. 안즈는 무대에 서기 전 프로듀서와 하이파이브한 손을 주먹 쥐었다. 마치 손바닥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는 것처럼 안즈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스위치가, 들어갔다.

안즈의 손을 타고 안즈의 심장에 에너지가 공급된다.
안즈의 온몸이 재기동되었는지 안즈의 몸에 새로운 활력이 돋아났다.

그리고 동시에…….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귀로 듣는 모든 것이,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TV에서 자주 보는 슬로비디오처럼 느리다. 계란이 깨지는 과정이나, 총알이 수박을 꿰뚫는 등의 실험에 나오는 영상처럼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간다.

사고 흐름은 정상적. 그저 주변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관객들의 시선과 함성의 흐름이 아주 똑똑히 느껴진다. 그것들이 다음에 어디로 갈지, 모든 경로가 파악된다.

안즈는 느리게 흐르는 시간 동안 그 모든 걸 계산했다.
이제 알겠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더욱 열광할지.

미쿠와 유이처럼, 관객을……. 어떻게 꿰어낼지!
지금 이 무대를……. 어떻게 지배할지!

“농땡이 피우는 건 좋아도 당하기만 하는 건 싫거든! 댄스, 레슨, 보컬, 이런 이런, 뼈가, 아플, 정도로, 연습~”
안즈는 마음을 담아 음색을 흘렸다. 관객들이 귀 기울여 들을 음색을 노래에 담았다. 관객들의 시선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그리고 안즈는…….
“유닛 결성, 신곡 발표, 불태웠잖아. 격렬하게. 내~일~부~터는 제발 좀 쉬자.”
낚싯바늘을 물은 물고기를 잡듯이 관객들을……. 낚았다!

“노래 아직 안 끝났어? 안 끝났지!”

-우와아아아아!
-안즈 쨩!
-굉장해! 최고다! 으아아아아
-여길 봐줘! 여길 봐줘!

결과는 성공. 안즈의 의도대로 관객이 따라온다!

“꿈이니, 목표니, 동경이니, 반짝반짝! 아이돌, 자격이니, 뭐니, 알까 보냐!”
안무도 마찬가지. 동작에 악센트를 요령껏 넣었더니 관객들이 더욱 열렬하게 따라온다.

“지칠 대로 지쳐서 누웠더니~ 간식은 사탕!”
웃음이 흘러나온다. 가슴 깊은 곳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안즈는 지금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안즈가 무대에 서는 한 모든 게 안즈 뜻대로. 관객들이 안즈를 떠받든다. 이 기분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지만…….

이제 한계다.

조금 전에 다시 끓어오른 기력이 이제 다 바닥났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안즈의 체력이 아까보다 더 빠르게 레드 존을 향한다.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좀 쉬자?”
노래가 끝나는 게 빠를까, 아니면 안즈가 쓰러지는 게 더 빠를까?

“……이런 꿈을 꿨어.”
노래가 끝났다.
그리고 박수갈채의 폭풍이 안즈를 집어삼켰다.

“하아……. 하아, 으……. 아아…….”
지금 안즈의 귀를 때리는 소리의 정체가 뭘까? 소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머릿속에 삐-하고 고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고음이 안즈의 두개골 벽을 닿고, 닿고, 또 닿아서 두개골 내부를 계속 반사하면서 돌아다닌다. 그것도 그냥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머릿속을 헤집으면서. 덕분에 두통이 몰려온다.

안즈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

“하아, 아……. 아아…….”
안즈는 숨을 헐떡였다. 숨을 쉬는 게 숨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공기가 필요하다. 더 많은 공기가…….

안즈는 산소가 희박한 머리를 겨우 굴려 지금 상태를 진단했다.
안즈가 무대를 휘어잡은 게 문제였다.

안즈의 몸이 한계에 달했을 때, 안즈는 한계를 뚫고 모든 저력을 끌어모았다. 흔히 사람의 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신체의 파손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생존을 위해 초인적인 힘을 낸다는 것처럼, 안즈의 몸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면 지금 이 감각을……. 설명할 수 없다.

“안즈 쨩, 안즈 쨩. 괜찮아? 냐. 지금 내려가야 해.”
미쿠가 안즈의 어깨를 건드렸다.

안즈의 정신이 가까스로 돌아왔다. 안즈는 주변의 소리를 감지했다. 여전히 폭풍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태풍의 눈에 있는 자기 위치. 태풍의 눈에서 이제 벗어나야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미, 미쿠 쨩……. 큰일……. 났……어.”
안즈는 말을 겨우겨우 꺼냈다.

“어? 안즈 쨩?”
“지금 움직이면 나……. 쓰러질 것 같아.”
“뭐, 뭐?!”
C5 멤버가 아직 무대에 있지만 MC가 마이크를 들었다.

“정말 엄청난 무대였습니다! 타마미, 정말 감동했어요! 이런 무대를 보게 될 줄이야……. 부르신 분도 지금 감격에 겨워 무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봐요!”
촬영 감독의 지시였다. 기다릴 시간 없으니 지금 이대로 진행하라고. 그와 별개로 MC가 감동한 건 사실인지 MC의 눈이 반짝거린다.

안즈를 비롯한 C5 쪽에도 스태프의 사인이 올라왔으나 안즈가 움직일 수 없으니 C5 모두 쩔쩔매며 무대에 남았다. 미쿠가 안즈를 부축할까 고민하던 차에,
“자, 그럼 포인트 집계 갑니다!”
전광판의 숫자가 빠르게 올라간다. C5가 기존에 받은 점수보다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굉장합니다! 480만 9751포인트! 지금 한 번의 무대로 엄청난 포인트를 받았네요!”
안즈는 숨을 헐떡이면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시야가 어둑어둑해졌지만 안즈는 전광판의 숫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자, 순위를 볼까요? 축하합니다! 순위가 올랐어요! 순위는 3위! C5의 최종 순위는 3위입니다! 이건 이미 결정 난 거나 마찬가지죠!”
3위! 순위가 올랐다! 어제까지 유이의 순위는 3위였다. 오늘은 C5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럼 지금 시점에서 상위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1위! 오오츠키 유이 씨! 531만 573포인트로 총합 1158만 1393포인트!”

어? 지금 뭐라고…….

안즈의 몸이 휘청거렸다.

“2위 시오미 슈코 씨 481만 45포인트로 총합 1111만 0067포인트! 3위 C5 480만 9751포인트로 총합 1094만 8858포인트, 그리고 4위 아인헤랴르 424만 102포인트로 총합 1052만 1559포인트, 5위 하기와라 유키호 씨 390만 7820포인트로 총합 893만 6320포인트! 상위권은 이제 변동 사항이 없다고 봐도 되겠죠?”

안즈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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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이번 화는 쓰는 입장에선 재밌었는데 읽는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제 진짜 의미가 없어진 업로드 예고입니다만.... 다음 화는 18일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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