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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사랑이란걸 무게로 정할 수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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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2, 2016 18:36에 작성됨.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인가요?"

 

코토리는 느닷없는 프로듀서의 말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프로듀서는 그런 코토리의 반응에 개의치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얼마전에 인터넷이랑 모 잡지에서 한 앙케이트를 봤었는데 '사랑이 무거울 듯한 아이돌'랭킹에 우리 아이돌들이 꽤나 올라와서 말이죠."
"아아...그런 이야기였나요?"
"네. 애초에 사랑을 무겁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음...그래도 조금 과한 애정표현에는 무겁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사랑을 무겁고 가볍고로 나눠서 표현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란건 그런 개념으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코토리는 프로듀서의 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코토리도 그런 프로듀서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
잠시후, 일을 마친 하루카가 사무소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오렴, 하루카. 그래, 일은 어땠니?"
"무척 수월하게 끝났어요. 스탭분들도 친절했고요."
"그랬구나. 다행이네."
"아, 프로듀서. 이번에 제가 직접 구운 쿠키인데 드셔보세요."
"이번에도 구워온거니? 하루카는 정말 과자만들기를 좋아하구나."

 

하루카는 그 말에 미소지으며 프로듀서와 코토리에게 따로 포장된 수제 쿠키를 건네주었다. 코토리는 하루카에게서 쿠키를 받고는 바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갈색빛이 돌고 초코가 박혀있는 쿠키였다. 과자만들기가 취미인 하루카다운 먹음직스러운 쿠키였다. 코토리는 동시에 무언가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프로듀서쪽을 보았다. 프로듀서는 받은 쿠키를 그 자리에서 바로 꺼내 먹었다. 붉은 빛이 도는 쿠키였다. 코토리는 체리나 딸기 쿠키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붉은 색의 쿠키에 경계신호를 보냈다.

 

"음. 역시 하루카야. 달콤하면서도 짭짤한게 정말 맛있어."
"헤헤. 정말 고마워요. 프로듀서."
"그나저나 이 단맛과 짠맛의 밸런스는 정말 기막힌거 같아. 하루카만의 무언가 특별한 레시피라도 있는거야?"
"아... 네. 뭐 그런거죠. 에헷."
"음...근데 이 쿠키는 먹을 수록 약간 철맛이 나는거 같기도하고... 착각이겠지?"
"쿠키에서 철맛이라니... 프로듀서도 참 재밌으시네요. 후후..."

 

코토리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프로듀서가 철맛이 느껴진다고 할때 하루카의 눈에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지는 것을 말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금방 원래대로의 눈으로 돌아왔지만 코토리는 그런 순간도 보았다. 프로듀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천연덕스럽고 우직한 하렘주인공같은 프로듀서가 눈치챌 수 있을리가 없다고 코토리는 생각했다.
[띠로리.띠로리.띠로리.띠로리.띠로리링]
그 때 하루카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여러개가 도착했다. 하루카는 문자를 보고는 프로듀서 몰래 혀를 차더니 쉬러 집에 가겠다며 퇴근했다. 하루카가 퇴근하고 프로듀서가 하루카의 쿠키를 깨작깨작 먹고 있을쯤 급탕실에서 소리가 나더니 유키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유키호가 있었구나?"
"네. 프로듀서. 후후후...쿠키에 맞는 차를 끓이고 있었어요."
"아 그러니? 그럼 그 차를 좀 마셔도 될까?"
"네. 프로듀서를 위해 끓인 차니까요. 아 쿠키도 접시에 담아드릴게요."
"그래주겠니? 자. 여기."

 

유키호는 프로듀서가 건낸 하루카의 쿠키를 보고는 슬쩍 표정을 굳히고는 바로 코토리를 보면서 코토리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다. 코토리는 바로 유키호에게 쿠키를 건네었다.
유키호는 두개의 쿠키봉지를 들고 급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유키호는 접시 두개에 각자의 쿠키를 담고 차를 따를 컵을 같이 들고 나왔다. 프로듀서와 코토리에게 쿠키와 차를 건낸 유키호는 다시 급탕실로 향했다.

 

"응...? 음..."
"무슨 일 있으신가요? 프로듀서."
"아뇨. 그렇게 큰...일은 아니지만요. 쿠키맛이 조금 변한거 같아서요."
"맛...이요?"
"네. 처음 먹었을때보다 맛이 조금 억제된 느낌이랄까...맛이 연해져서 말이죠."
"그거야 차랑 같이 먹어서 아닐까요?"

유키호는 기척없이 프로듀서의 뒤에서 나타나 이야기를 했다.

"그런가..."
"네. 차맛이 조금 강한 것을 선택했으니까요. 후후후...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코토리는 단순히 그런 차이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외형이나 색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프로듀서가 일에 집중하느라 못 느끼는 것 같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그 원본의 쿠키는 어디로 향했을까. 코토리는 개인적인 흥미가 생겨서 확인할까했지만 고개를 돌리는 과정에서 유키호와 얼굴이 마주쳤다. 그때의 유키호의 표정은 아이돌이 해서는 안 되는 표정이었다. 코토리는 또 다시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그때 그런 코토리를 구원한 사람은 밖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마미와 야요이였다.

 

"얏-호! 유키뿅 있어-?"
"아...마미."
"안녕하세요- 다녀왔습니다!"
"아아 어서와. 마미는 좀 늦었네. 유키호랑 빨리 다음 스케줄장소로 가주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차...느긋하게 즐겨주세요."

 

마미는 그대로 유키호를 이끌고 다음 스케줄 장소로 이끌고 갔다. 프로덕션에 남아있는 사람은 프로듀서와 코토리. 그리고 야요이뿐이 되었다. 야요이는 순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프로듀서에게 접근했다.

 

"프로듀서어~"
"응. 야요이. 왜 그러니?"
"저번에 말씀하셨던거, 지키시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음? 내가 뭔가 약속같은걸 했던가?"
"네. 아주 소중한...약속을 했답니다.에헤헤..."

 

프로듀서는 서류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야요이의 상태를 못 봤다. 반면에 야요이를 정면에서 마주한 코토리는 또 소름이 돋았다. 눈에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지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채 웃고 있는 야요이. 아직까지 칼부림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날 상태까진 아니다고 판단한 코토리였기에 야요이의 주머니에 있는게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야요이는 그대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프로듀서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코토리는 호기심에 야요이가 꺼낸 것을 몰래 보았다. 그것은 혼인신고서류였다. 한쪽엔 야요이의 이름이. 다른 적엔 타카츠키로 성이 바뀐채로 이름이 적힌 프로듀서가 적혀 있었다.

 

"이거 말이에요. 프로듀서. 에헤헤.."
"음? 아하하, 이거 말이구나?"
"네. 저랑 결혼해주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그래...야요이가 어른이 되고 그때까지도 짝이 없으면 결혼하겠다고 했지."
"웃우-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게요. 프로듀서도 그때까지 누구랑도 사귀면 안 되요?"
"아..그게 그렇게 되나? 하하하. 그럴까나."
"오늘은 약속을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수고하세요. 프로듀서."

 

야요이는 혼인신고 서류를 조심히 챙기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갔다. 코토리는 연속된 긴장감에 땀이 삐질삐질 나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샤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일을 하는 중이고 샤워시설도 없는 사무소이기때문에 약간 찝찝하지만 계속 땀이난 상태로 유지해야했다.
약 10분후 사무소의 문이 열리면서 쉬는 날인 사람이 찾아왔다. 현재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서인 리츠코였다. 리츠코는 잠깐의 틈도 없이 바로 프로듀서에게 다가갔다.

 

"프로듀서?"
"어라? 리츠코? 오늘 쉬는 날 아니었니?"
"그건 문제되지 않아요. 문제는 프로듀서가 쓸데없는 약속을 한 게 문제지요."
"쓸데없는 약속...?"
"네. 아무리 야요이가 아직 어린아이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장래의 약속을 하면 안 된다고요?"
"아아...그건가. 어차피 야요이도 진심이 아닐텐데. 이뤄질 약속도 아니고."
"프로듀서도 참.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함부로한 약속을 일일히 기억했다가 상처입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저...리츠코...?"
"왜요. 코토리씨?"

 

대화를 얌전히 듣기만 하던 코토리는 무언가 오싹한 예감이 들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신의 예감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말을 시작했다.

 

"방금까지 리츠코는 밖에 있었지?"
"네."
"그런데 어떻게 야요이에 관한걸 알게 된거야?"
"알고...싶으세요?"

 

리츠코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돌들과 같은 오싹한 감각이 느껴졌다. 리츠코는 계속해서 프로듀서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런 프로듀서를 코토리는 안쓰럽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잔소리하던 리츠코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돌아갔다. 하지만 그걸로 안심하기엔 이르다. 리츠코가 또 언제 이야기를 듣고 올지 알 수 없다.
[부우웅 부우웅]
매너모드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리츠코가 간 이후였다. 프로듀서는 아무렇지 않게 받고는 간단한 인사와 대답을 몇차례 주고받더니 끊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오고 반복하길 수차례 반복 되었다. 지나치게 자주되는 전화에 코토리는 신경쓰였다.

 

"누가 전화한건가요? 일 치고는 빈도가 잦은데요. 혹시 아이돌중의 한명이?"
"아아- 네 맞아요. 치하야에요."
"치하야짱....이요?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아아 별건 아니고요. 그냥 지금 뭐하고 있냐. 누구랑 만났냐. 어떤 대화를 했냐. 어디에 있냐... 같은 사소한 것들이요."

 

코토리는 프로듀서의 대답에 오히려 놀라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프로듀서의 전화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프로듀서, 그 전화기 뭔가...다르지...않나요?"
"네. 이건 치하야 전용 전화기에요. 이거 전엔 치하야가 보낸 문자랑 전화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길뻔해서 따로 구했어요."

 

코토리는 소름돋고야 말았다. 한명의 전화와 문자가 일에 지장이 생길정도라니. 게다가 프로듀서는 혼자서 많은 아이돌의 업무를 맡고 있기때문에 일에 관한 전화/문자도 상당히 많다. 그것을 뛰어넘는 전화와 문자라면 그건 단순한 집착을 뛰어넘은게 아닐까...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프로듀서의 일반 전화기 쪽에서 문자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는 문자를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코토리에게 잠깐 다녀올곳이 있다고 말하고는 사무소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프로듀서는 헉헉거리며 사무소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외출 이유가 궁금해진 코토리는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코토리는 실망했지만 프로듀서의 소매에 붉은 색의 무언가가 묻어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그러면 프로듀서가 왜 급하게 나갔는지 20고개...아니 10고개를 해도 될까요? 저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래요~."
"음... 그러지요 뭐. 코토리씨가 맞출 수 있을까요? 후후후"
"그러면 첫번째고개! 나간 이유는, 우리 아이돌때문인가요?"
"오, 예리하시네요. 답은 YES"
"두번째 고개. 그 아이돌은 바스트가 82이상인가요?"
"음...아이돌 색출 질문이군요. 답은 YES"
"세번째 고개. 그 아이돌은 키가 160이상인가요?"
"점점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네요. 답은 NO"
"네번째 고개. 그 아이돌은 혈액형이 A형인가요?"
"YES."
"다섯번째 고개. 그 아이돌은 6월생인가요?"
"NO입니다. 슬슬 누군지 아셨으니 끝내시는게."
"아뇨. 계속해보죠. 여섯번째 고개. 그 아이돌이... 다쳐서 나가신건가요?"
"으음!!"
"대답...해주세요."

 

코토리는 10고개라는 질답형식을 통해서 프로듀서를 사무소에서 나오게한....불러낸 아이돌이 누군지 파악했다. 프로듀서가 진실을 이야기 했다면 그 아이돌은 히비키였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소매에 있는 붉은 자국...그것을 피라고 생각한 코토리는 강한 어조로 프로듀서에게 대답하게했다.

 

"...네. 다쳤다는 말과 자신의 위치. 그리고 다친 부위의 사진이 담긴 문자를 받아서 급하게...나갔다 왔습니다."
"많이 다치지는 않았나요?"
"네. 왼손 손바닥에 날카로운 걸로 긁힌 상처가 있었지만 크게 문제 생길 정도는 아니였어요. 그나저나 히비키...아 히비키란건 알아내신거죠?"
"그럼요. 후후..."
"아무튼 히비키가 요즘 자주 다치는거 같아요. 저번에도 라이브 직후에 계단에서 살짝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더니 지난번엔 이누미랑 크게 다퉈서 어깨에 긁힌 상처를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헤, 헤에..."

 

코토리는 히비키가 자주 다치고 프로듀서 앞에서 상처를 보이거나 치료받는다는 말을 듣고 어떤 일이 생각났다. 몇개월전 히비키가 사무소에서 코토리에게 몇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혹은 신경이 쓰이는 이성에게 관심이 가는 때가 어떨때인지를 물어봤다. 코토리는 그때 자신이 다쳤을 때가 아닐까하고 대답했다. 최근 히비키의 라이브무대라고하면 히비키가 질문하고 일주일 뒤에 열린 솔로라이브뿐이었다. 자신때문에 히비키가 다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코토리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그래서 다음에 히비키를 보게된다면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철회하기로 마음먹었다.

 

"얏호- 허니~"
"아, 미키 돌아왔니?"
"응! 오늘 일도 열심히 하고 온거야~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은 뭐로 할까~?"
"글쎄~ 굳이 따지면 면류이려나~"
"아항~ 그러면 오늘은 파스타인거야~ 빨리 돌아오는거야~?"
"그래그래,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미키는 폭풍처럼 와서 폭풍과 같이 사무소를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남긴 말들을 코토리를 헛되게 듣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대화의 위화감을 캐치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 혹시 미키랑 동거...하시나요?"
"아아- 아뇨아뇨. 미키가 멋대로 말하는거에 적당히 대답했을 뿐이에요."
"그런가요? 그런거 치고 미키는 완전히 당연하다는 듯..."
"저도 그게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꼭 저랑 같이 살고 있는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니까요."
"혹시 미키가 프로듀서의 집에 멋대로 침입했다던가...그런건 아니겠죠?"
"그런건 아니죠, 당연하겠지만. 집에 가도 누가 들어왔다던가 그런적은 없으니까요."

 

코토리의 생각이 점점 혼란해졌다. 프로듀서의 집에는 다른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미키는 자신의 집에 프로듀서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미키의 단순한 망상인걸까 아니면 자신이 없을때 집안이 흐트러지는 것, 그러니까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을 프로듀서로 오인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듀서가 직접 물어보기엔 너무나 민감한 문제다. 자신이 미키에게 슬그머니 물어봐야한다.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했을 쯤...

 

"면류...입니까. 귀하"
"응? 타카네? 무슨일이야?"
"아뇨. 후후후. 오늘 저녁은 라-멘이므로... 다행이다 싶어서 말이죠."
"타, 타카네?"
"네. 무슨 일이신지요?"

 

코토리는 타카네에게서 미키때와 같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래서 바로 확인차 타카네에게 물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타카네는 프로듀서랑 동거하고 있는거야?"
"뭐... 그건 세간의 눈때문에 피하고 있습니다만, 생활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봐도 될지도 모르겠군요."
"에? 그건 또 무슨,.."
"같은 저녁을 먹고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아침을 먹는다. 그정도만 해도 훌륭하게 생활을 같이 한다는게 아닐까요? 프로듀서의 집에 항상 먹을 것을 보내고 있고요. 물론, 그릇도 항상 제가 설거지하고 있습니다."

 

미키와는 다른 또 하나의 일그러짐. 현실과 이상을 뒤섞은 일그러짐이었다. 코토리는 그런 타카네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생각을 이루기 위해 현실을 강제하고 있다. 수면시간, 식사시간을 모두 프로듀서에게 맞추면서...

 

"후후후, 코토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만, 겉으로 표현되는건 또 어떨지..."
"응?! 그, 그런 표정을 지었니?"
"아뇨아뇨. 무심코 읽어버려서, 후후후. 뭐 저 정도는 아직 양호한게 아닐까 싶지만요."
"그, 그건 또 무슨?"
"다들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요. 저도 자각은 하고 있지만 주체하지 못하고 있고요. 아즈사는 자신이 프로듀서의 아이를 가졌다는 망상까지 할 정도니..."
"이, 임신?"
"아, 귀하는 걱정하지 마시길. 어디까지나 망상. 저나 다른 아이돌들이나 일 할때 함부로 말을 뱉어내지는 않으니."
"그래. 타카네 슬슬 집으로 들어가야하지 않겠니?"
"네. 귀하의 말씀대로. 귀하도 조심히 들어가시길"

 

타카네는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는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돌아갔다. 타카네는 적어도 스스로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어하지 못하는건 아쉬운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한 코토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딸칵]

 

"아아- 슬슬 끝내고 돌아갈까요?"
"네? 아아, 그러죠. 저도 일이 끝나가니까요."
"그러면 오늘 한잔... 어떤가요?"
"음... 괜찮을까요?"

 

코토리가 타카네와 미키를 염두해둔 발언이었다. 두사람 모두 식사를 준비하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프로듀서가 같이 밖에서 한잔을 권했다. 가벼운 충돌같은게 일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우려때문에 프로듀서가 말하기 직전에 났던 스위치 소리를 코토리는 미처 생각에 두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러면 오늘은 코토리씨댁에서 한잔 어때요? 제가 술이랑 안주 몇가지를 사갈테니..."
"네?! 그, 그건 아무래도..."
"걱정마세요. 오늘 코토리씨는 댁으로 돌아가셔서 바로 샤워하시고 나오셔서 땅콩이랑 오징어를 안주로 맥주를 드실거잖아요? 아이돌들 영상을 보면서요."
"자, 잘 아시네요?"
"아, 저도 비슷하니까요. 특히 오늘 같이 마음이 복잡한 날은요. 그리고 코토리씨 오늘 땀 많이 흘리셨잖아요?"
"그거야 뭐..."
"제가 장보고 계실동안 씻고 계셔요. 제가 알아서 챙겨갈게요."
"네. 저희집 위치는"
"알고 있습니다. 코토리씨댁이 어딘지는요 그럼 가죠."

 

코토리는 프로듀서와 사무소를 나서면서 생각했다. 프로듀서는 단순히 자기과 비슷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행동패턴을 파악한 것일까? 프로듀서는 어떻게 내가 땀을 많이 흘렸는지 알고 있는 건가. 또 내 집의 위치는 어떻게 파악한 거지? 하지만 그 질의에 응답해줄 사람도 없었고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그저 프로듀서와 같이 술자리를 할 거라는 사실에 평소 쓰던 입욕제가 아닌 조금 특별한 입욕제를 쓰자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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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거운 아이돌들과 프로듀서의 이야기입니다.

딸칵하는 소리는 프로듀서가 낸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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