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동전은 앞면과 뒷면, 둘 뿐. - 10 -

댓글: 20 / 조회: 1363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6-11, 2016 19:10에 작성됨.

기자 「현재 시각은 자정인데요. 검찰은 압수수색 실시 후, 곧바로 조사를 위해 이치노세 시키 양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이번 아이돌마스터 사건의 확실한 증거품을 찾은 것으로 예상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야당은 조속한 수사를 요구-」

 

코마키의 집무실에서 무기질적인 뉴스 내용이 나오는 TV 앞에서 P는 3인용 쇼파에 누은 채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손에는 그의 휴대폰이 들려져있었다.

휴대폰에는 코마키가 보내온 MP3 파일이 있었고, P는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한 때, 프로덕션에서 항상 P와 같이 시간을 보내던 담당 아이돌들과 가끔씩 보던 아이들의 목소리.

그러나 그 MP3에 담긴 그녀들의 목소리는 P의 마음을 자르고 갈라버려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차가운 칼날 같은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웃으면서 P에 대한 험담을 하고, 괴롭힐 궁리를 하고, 마지막엔 성추행 혐의를 덮어씌어서 인생을 망치게 만든 주범들.

 

지난 1년간 자신의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히면서, 그 댓가로 좀 더 나은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길을 닦았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한심해서.

P는 자신의 폰을 벽에 던져서 부숴버리고, 마치 갓난아기인양 몸을 웅크려 숨죽여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도쿄지방검찰청 조사실에서는 코마키와 시키가 테이블을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코마키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오신겁니다.」

시키 「......」

 

사실 말이 좋아 참고인 소환이였지, 실제로는 언론에 노출 되기 전에 경찰이 직접 시키의 집까지 찾아가서 강제로 데려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당연하지만 경찰이 찾아갔을 때 시키의 표정은 올게 왔다는 듯이 체념한 얼굴이었고, 그건 조사실에 앉아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코마키는 그런 시키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코마키 「자... 여기는 도쿄지방검찰청 제 3 조사실입니다. CCTV는 저쪽 위에 위치해있구요, 여기서 이루어지는 모든 발언 및 행동은 녹화됩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여기에 변호인을 불러 그의 조력을 받거나 그가 대신 발언하게 할 수 있으며, 만약 변호사를 쓸 돈이 없다면 국선변호인이 선임됩니다. 당신에게 적용되는 권리를 인지하였는지요?」

 

코마키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말했었던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였음에도 시키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난항을 예상한 코마키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컵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셔서 목을 축였다.

답답한 조사실이라 환기도 잘 되지 않아, 목이 텁텁한건 경력이 많은 코마키도 어쩔 수가 없었으리라.

 

코마키 「당신이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도 저는 이미 당신의 권리를 고지하였으므로, 조사를 시작합니다.」

시키 「......」

코마키 「이번에 제출한 진술서 중, 157페이지에 용의자인 P에게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졌-」

시키 「아, 아니야!!」

 

의례적으로 하던 유도심문을 위해 진술서의 내용을 읽던 코마키의 말을 가로막고, 시키가 절박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런 시키의 눈은 마치 맹수의 입 속에 머리를 디밀어진 토끼 마냥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시키 「그, 그거. 그런거 아니야......」

코마키 「아... 저기, 그러니까 뭐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시키 「......」

 

자신이 만든 약.

그리고 그로인해 벌어진 P의 성추행 사건.

그녀는 타케우치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집에 온 것은 경찰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랐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져서 다시 담을 수가 없다.

할 수 있다면, P에게 직접 말하고 용서를 받고 싶다.

아니, 용서 받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시키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시키 「저기... 검사님.」

코마키 「네.」

시키 「사실... 나... 약을 만들었어.」

코마키 「약... 무슨 말씀이신가요?」

시키 「그러니까-」

 

그 때, 코마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테이블 밑의 박스에서 병 하나를 꺼내서 시키의 눈 앞에 가져다 댔다.

그 병은 346 프로덕션의 압수수색 때, 탈의실의 이치노세 시키 사물함에서 나온 합성마약을 담은 병이었다.

그러나 시키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코마키 「생각보다 빨리 자백했네?」

시키 「이건......?」

코마키 「어째서 너 같이 어린애가 하이드로모르폰을 가지고 있는거야? 그것도 프로덕션 사물함에 떡하니 넣어놓고 다니고.」

 

투명한 액체가 든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시키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향수를 만든다고 이것저것 쓰던 중에, 항정신성의약품이 필요하여 합성마약을 소량 만들었다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시키가 지금까지 만들어서 주변에 선물하고 다녔었던 향수 자체에는 아주 극소량만 들어가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라고는 약간의 노곤함을 느끼는 것 뿐이었지만.
 
당연히 융통성 없는 법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을 만든 그녀를 그저 약쟁이로 규정할 뿐이었다.

 

코마키 「보아하니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화학과에 다니다가 귀국했으니, 지금 이 약. 네가 만든거 맞지?」

시키 「......」

 

시키는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너무나도 여린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여 눈만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코마키 「자, P를 성추행으로 고소했던 아이들은 모두 너에게 마약을 공급 받고 있었다. 그런데 P가 그 사실을 발견하여 이를 덮고자 성추행 사건을 기획했다. 맞지?」

시키 「아... 아냐!」

 

시키는 머리를 흔들며 부정했지만, 코마키는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댈 뿐이었다.

 

코마키 「아까 약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시키 「그건 P를 미워하게 만드는 약이라고!」

코마키 「뭐?」

시키 「그걸 맡으면 P를 정말 마음 속으로 미워하게 된다고!!」

코마키 「그럼 네가 만든 그 미워하게 만드는 약때문에 아이돌들이 P를 진짜로 미워하게 된거구나?」

시키 「그, 그래!」

코마키 「그럼 그 아이들도... 원래는 그렇지 않다는거네?」

시키 「으, 응!」

 

자신의 말을 조금씩 믿어주는 것 같은 모습에 시키는 약간이나마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코마키 「그럼 이 테이블 위에 있는 건?」

시키 「그건 그냥 다른 향수를 만들려고 내가 만든 거일 뿐이야.」

 

순간 코마키는 미소를 띄웠다.

마치 덫에 걸린 사냥감을 보는 듯한 사냥꾼의 얼굴로.

 

코마키 「담당관!」

 

곧바로 담당관이 들어오고, 코마키는 곧장 시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코마키 「이 아이, 이 약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자백했어. 지금 당장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해.」

시키 「에?」

 

그 말을 듣자마자 담당관은 곧바로 시키의 팔을 낚아채서 수갑을 채웠다.

 

코마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너를 포함해서 모든 애들을 마약혐의로 조사할거야. 곧, 니 친구들 구치소에서 많이 보게 될거니까 기대하라고.」

 

그리고 시키는 P가 수감되어 있었던 지하 구치소로 끌려가는 것이었다.

 

 

 

 

 

.

.

.

.

.

.

 

 

 

 

아침 7시.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을 여는 소리에 우즈키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 「기분은 어떠니?」

우즈키 「에? 엄마, 무슨 뜻이에요?」

어머니 「그 왜... 어제도 인터뷰도 하고 그래서 힘들었잖니.」

우즈키 「인터...뷰요?」

 

우즈키는 고개를 갸웃하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였다.

 

어머니 「음... 그래. 그럼 나는 밑에서 아침밥 준비하고 있을테니까, 좀 더 쉬고 있으렴?」

 

어머니는 우즈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곧바로 방문을 살짝 닫고 나갔고, 우즈키는 아직 어리둥절하여 자신의 스마트폰을 찾아 해맸다.

 

우즈키 「우으으, 어제 인터뷰 같은 걸 했었나? 이번주에는 프로듀서 씨께서 그런게 없다고 말씀하셨-」

 

순간,

우즈키는 자신의 머리를 강타하는 매우 강렬한 통증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침대에 고꾸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통증을 견디기위해 눈을 감고 있던 우즈키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단편적으로 지나가는 영상들을 보게되었다.

 

린이 P에게 잡지책을 던진 모습.

다른 사원들에게 자신이 P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거짓말한 모습.

P를 모욕하는 다른 아이들.

그리고 그걸 긍정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

마지막으로......

 

우즈키 「아..아악.....컼......」

 

우즈키는 점점 멎어드는 머리 통증에 비례해서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쥐어잡고 흔드는 것 같은 통증을 점점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계속 재생되는 자신의 머릿속 영상을 보았다.

 

자신이 정말로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 않았던 그에게.

온갖 험담을 하고, 심지어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어서 인생을 망치게한 자기자신.

 

우즈키 「내...내가 무... 무슨 짓을......」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면서, 그 기억은 조작되었던 거라고.

절대로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사람이 아닐꺼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침대 맡에 놓여져있던 스마트폰을 어떻게든 버둥거리며 잡아서.

어제까지 자기가 했던 일을 직시하게 되었다.

 

우즈키 「하아... 하아.... 하하... 하하하... 이게... 뭐야?」

 

수많은 아이돌들이 참여한 라인방에는 우즈키를 포함한 여러명의 아이돌들이 P를 욕하고 꼴좋다고 말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즈키 「흐윽... 아냐...... 이건 내가 아니야... 아니에요...... 프로듀서 씨......」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며 우즈키는 말했다.

 

우즈키 「그... 그래, 이 손.... 이 손이 잘못한거에요... 그.. 그렇죠?」

 

우즈키는 아직도 가슴이 옥죄여서 숨도 잘 못쉬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책상 서랍에 있던 가위를 집었다.

그리고 그 가위로 자신의 손목을 자르기 위해 누르려는 그 때,

 

어머니 「우즈키, 식사하- 뭐하려는 거니?!」

우즈키 「마, 막지마세요! 이... 이 잘못된 손은 잘라야해요!!」

 

어머니는 당황한채로 우즈키를 붙잡아 가위를 뺏어서 방 밖으로 던져버렸다.

 

어머니 「우즈키! 네가 그런 사건을 당했다고 이러면 안 되잖니!!」

우즈키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즈키는 방바닥에 엎어져서 눈물을 흘리면서 외쳤다.

 

우즈키 「프.. 프로듀서 씨한테... 사죄해야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의 손을 바닥을 향해 몇번이고 몇번이고 힘껏 내리치는 그녀였다.

 

------------------------------------------------------------------------------------------

카스가의 말.

아마도 다음 편이 마지막일 듯 합니다.

그리고 창작댓글판에 글 쓰시는 작가 선생님 분들, 존경합니다. (꾸벅)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