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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 - 3(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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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1, 2016 14:02에 작성됨.

말버릇 하나에 신경쓰는 것은 역시 과민 반응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하지만 불안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상냥하게 지어보인 미소. 믿으라는 듯 웃으며 자신을 쉬게 해주던 그 모습은 어딘가 불안했다. 이길 수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승산이 있다는 말 또한 그랬다.
자신이 소멸할 것을 각오하고 모든 것을 걸면 물론 승산은 나올지도 모르겠지.

 
"하루카, 이, 바보..."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해보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힘을 지나치게 많이 써 버렸다. 아예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 몸에 치하야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는 가는 달 한 조각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신월.


신월에는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제령제로 인해 사령의 힘이 약해진다. 제령제는 단지 축제만은 아닌 것이다.


"...움직여!! 조금이라도 움직이란 말야!!"


그 하늘에서 눈을 돌린 치하야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몸에게 분함을 느끼며 그렇게 외쳤다.

 

 

 

 

 

 

 

 

 

 

조금 아래로 내달리자 곧 짙은 안개가 주변을 감싸오는 모습에 하루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치하야는 이 곳이 그 정령의 공간이라고 했다. 이 안에서 그 정령은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인가. 그건 모르지만 아까의 번개로 봐서는 쉽사리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는 멈췄다. 이오리와 야요이, 마코토는 괜찮을 것인가. 하다 못해 셋이 같이 있다면 어느 정도 버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치하야와 자신만 남겨두고 모두와 헤어졌다는 점에서 그들이 전부 같이 있을거라는 확신은 서지 않았다. 그나마 자신은 영체로 있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마코토는 몰라도 야요이와 이오리가 각기 떨어졌다면 틀림없이 그 여자에게 당했을 것이다.


감각이 그 여자가 있는 곳과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영체의 모습인 자신을 내려다 본 하루카는 손 끝에 묻은 붉은 자욱에 시선을 두었다.
치하야의 피.


"...이것도 나름 행운일까나?"


어쩌면 이것으로도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피는 생명의 근원. 그 생명의 힘은 죽은 사령에겐 지나칠 정도로 큰 에너지가 된다. 그것이 계약자인 치하야쨩의 피라면 더 좋겠지. 의외의 도움이라고 생각하며 하루카는 손에 묻은 치하야의 피를 혀로 핥아냈다. 생각보다 그 피가 맛있다는 것에 조금 위험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더 이상은 여유롭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핫, 왔어?"


안개 속에서 들려온 그 속삭이는 듯하지만 선명히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하루카는 몸을 옆으로 틀었다.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번개의 위력은 섬뜩할 정도다.
그녀의 검은 옷자락 뒤에 갈색의 머리칼이 보인다. 이오리다. 그 뒤로도 주황빛의 머리칼이 보였다. 걱정했던 피의 향같은 건 나지 않는다. 무사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하루카는 몸을 일으켜 정면으로 그 여자와 대치했다.


"...왜 혼자인거야? 다른 애들은?"


마치 알고 있는 사이라도 되는 듯 친근한 어투로 물어보며 웃는 여자는 분명히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여자를 긴장한 채 바라보며 하루카는 대답했다.


"조금 무리해서 말야."
"아, 그 때 그거? 그래, 기껏해야 인간이 그 공격을 받고 무사할 리 없는거야."
"아하하... 뭐 네 공간 안에서 습격이었으니 별 수 없지."


친근하게 주고받지만 그 긴장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시선을 뗄 수 없다. 시선을 떼었다간 순식간에 당하고 말테니까. 상대의 강함이 어느정도인지는 하루카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시선의 끝에 이오리가 야요이를 부축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그녀도 치하야처럼 과도하게 힘을 쓴 것일지도 모른다. 이오리의 결계술이 수준 이상이고 그녀 또한 요괴였기에 버틸 수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를 향해 말한다.


"왜 우리를 공격하는거야?"


그 말에 여자가 음?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악의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 모습에 하루카는 왠지 모를 안 좋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여자가 말했다.


"심심한거야."


그 말과 함께 여자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 순간 하루카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까지 하루카가 있던 자리에 번개의 칼날이 내리 꽃혔다.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천둥소리. 그 공격은 정령의 공격이다. 사령보다는 정령에 가까운 종족인 이오리야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은 아니었을진 몰라도 사령인 자신은 저 공격을 한 번 받는 순간 몸이 반은 날아갈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몸이 아예 전부 사라진다고 해도 그 사람만 무사하면 후회는 없지만.


"사령에 요괴...이상한건 오히려 너희들쪽인거야."


커다란 번개의 날을 회수하며 여자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이오리와 하루카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둘을 차례차례 바라본 여자는 말했다.


"왜 인간을 돕고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거야? 어차피 인간은 아무 것도 지키지 않는 존재인데."
"뭐...?"
"인간은 속고 속이고 파괴하고 만들고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장난감들인거야. 너희들은 자신이 인간과 교류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거야? 어차피 그래봐야 배신당할 뿐일텐데."


그렇게 말하는 그 눈빛에는 혐오감이 어려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짙은 혐오감. 그 혐오감과 그의 차가운 말들에 하루카는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배신 당한다. 인간은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다.

─자신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여자가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린다. 굳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잘 알고 있지 않아?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치가 떨리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그 감정을 몰랐다면 자신이 사령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 때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하루카는 퍼뜩 옆을 돌아보았다.
이오리가 입술을 꽉 깨물고 일어서서 여자를 노려보고 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루카는 이오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를 보고 화가 난 듯 이를 꽉 문 이오리가 여자를 돌아보고선 외쳤다.


"난 수많은 인간을 돕는 게 아니라 야요이를 돕고 있어! 그러니까 몇 백 몇 천의 인간이 비웃고 배신하고 상처입혀도 괜찮아!! 야요이는 내 가족이니까, 절대 날 배신하지 않으니까!!!"


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그 표정을 본 하루카는 위험하다고 느꼈다. 아까까진 그냥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인 듯 했지만 지금은 진짜인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하루카는 외쳤다.


"이오리, 엎드려!!"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여자가 이오리를 향해 번개가 어린 손을 내뻗는다. 그 모습을 본 하루카는 황급히 손을 휘둘렀다.
커다란 열기와 함께 붉은 빛이 금색의 빛을 잡아 먹어 들어갔다.


"너...?"


그 모습에 있던 자리에서 두어걸음 물러선 여자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하루카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이오리 앞에 섰다.
방금 전의 힘대결에선 자신이 이겼다. 이 힘이라면 승산은 있을지도 모른다.


"...사령 주제에, 정령의 힘을 흉내내는 거야?"
"몰라 그런거! 그냥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일 뿐이야."


여자의 날카로운 시선에 무덤덤하게 응하며 하루카는 주먹을 쥐었다.
그래, 원래 이 것은 써선 안되는 힘이다. 그녀가 살아 생전에 가지고 있던 독특한 능력들의 하나. 죽은 이가 써서는 안되니 자신의 힘을 갉아먹어가며 쓸 수밖에 없는 능력이다.
그래도 지금은 치하야에게 받은 피─ 생명력이 있다.
그 힘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여자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뒤에 있던 이오리가 조심스레 일어서선 하루카의 옆에 섰다.


"도와줄게."
"...고마워, 든든하네."


이오리의 말에 웃으며 그렇게 답한다. 진짜로 든든했다. 그녀의 결계는 인간이 쓸 수 있는 것 이상이고 정령의 힘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이 정도면 진짜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하루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때 저편에서 들려온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세 사람이 동시에 눈을 돌렸다.
수풀을 제치고 나온 흑발의 여성. 그 모습에 이오리와 하루카의 표정은 밝아졌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여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코토, 무사했...!"
"너....!!!!!"


하루카가 마코토의 무사함에 기쁨을 표현하기에도 먼저 그 여자가 그렇게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본 하루카는 깜짝 놀라 여자 쪽으로 달려갔다.
늦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황빛 막에 여자의 주먹이 부딪힌다. 자신은 움직이지 못했는데,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본 이오리는 나무에 기댄 체 야요이가 그 쪽으로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야요이!"
"이오리쨩, 어서 빨리...!"


야요이의 지시에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 이오리가 결계를 펼쳤다.
그 와중에도 약간 주춤하고선 여자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마코토에 기가 막힌 심정을 느끼면서도 하루카는 달려가 그 여자를 붙잡아 뒤로 던졌다. 던져지자마자 몸을 돌려 자세를 바로잡는 여자를 보고 하루카는 자신의 몸을 영체로 변화시켰다. 그 모습을 본 이오리의 결계가 하루카까지 감쌌다. 그 위에 있던 야요이의 결계가 사라짐과 동시에 번개가 결계 위로 내려쳤다.


"윽...!!"


이오리가 입술을 꽉 깨문다. 손이 흔들렸다. 결계에 가해진 번개의 무게는 농담할 정도가 아니다. 아까와는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하며 흔들리는 한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붙잡는다.


"너... 잘도 그 더러운 낯짝을 가지고 내 앞에!!!"


물러선 여자는 분노한 표정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 분노를 따라 뻗어오는 번개에 하루카는 다시 모습을 실체화시키고선 붉은 빛이 어린 손 끝으로 번개를 떨치곤 뒤에 서 있는 마코토에게 물었다.


"...마코토, 저 여자와 아는 사이야?"
"정령한테 원한 산 적은 없어! 나도 좀 당황스럽다고 지금?"


그 말을 들은 듯 여자가 이를 바득 갈며 뭐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그녀가 무언가 외치기 전에 차분한 목소리가 여자의 말을 막아놓았다.


"번개의 정령...모든 번개를 다스리는 번개의 제왕, 강뢰여제, <미키>."


그 말에 여자가 멈칫하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하루카도 익숙한 목소리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엔 치하야가 서 있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외모라고 했어. 무결한 육체에 고결한 금빛...네가 강뢰여제로 불리는 정령이었구나."
 "...미키의 이름을 누가 가르쳐준거야?"


화가 아직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 여자를 하루카는 언제라도 치하야에게 달려갈 수 있도록 긴장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치하야는 완전히 마음을 놓은건지 어쩐건지 털썩 계단에 앉으며 말했다.


"네가 보고 있는 그 사람은 너와 계약했던 인간이 아냐. 널 여기에 봉인했던 인간은 이미 이 세상에 없어."
"...뭐?"
"네가 봉인된 지 70년이 넘었어. 인간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해. 닮긴 했지만 그 인간은 아니야."


그 말에 혼란스러운 듯 여자가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마코토는 그저 조금 얼빠진 표정으로 그 시선을 돌려주고 있었다. 그 표정에서는 아무 것도 읽어낼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하던 하루카는 치하야의 말에 놀랐다.


"마코토, 뭘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얘기인 척 하고 있어? 떠날 때 스승님이 주신 거 있잖아? 그게 누구 관련인지 기억 안 나?"
"...아, 그랬지?"
"..."


질린다는 듯 표정의 치하야가 대체 어떻게 마코토의 생각을 일일이 알아차리는 건지 하루카에겐 그게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코토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오리 모양으로 조각한 듯한 나무 조각이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새까만 조각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듯 닳다 못해 윤이 반들반들 났다. 그 조각을 본 여자의 표정이 크게 바뀌었다.


"스승님... 마코토의 아버지가 가져라가고 했었지. 만약에 여행할 때 번개의 정령이 봉인된 장소에 갈 일이 생긴다면 저걸 두고 와달라고."
"......"
"너의 계약자이자 널 봉인했던 사람은 마코토의 할아버지. 70여년 전의 그 일을 죽을 때까지 후회하시다가 저걸 마코토의 아버지에게 맡겼고 마코토의 아버지는 마코토에게 물려줬어. 널 만날 일이 있다면 너에게 주었으면 하면서."


여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마코토의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보았다. 연녹색 눈동자가 떨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마코토가 입을 열었다.


"전해달랬어.「그럴 수밖에 없었던 날 용서하지 말아라」라고."
"...그렇지만 네가 증오에 휩싸이기만은 바라지 않았지. 용서를 구할 순 없다고 생각하셨지만 그 분은 죽는 그 순간까지 너에게 사죄했었어."


그렇게 이어 말하는 치하야의 말과 함께 마코토는 성큼성큼 여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하루카와 이오리, 야요이가 전부 긴장한 채 바라보았지만 치하야나 마코토는 그 어느 쪽도 긴장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리고 마코토는 주저 앉아버린 여자에게 조각을 내밀었다.


"네 거야. 맡아놨었어."


그 말에 멍하니 마코토를 올려다 본 여자는 머뭇거리다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그 조각을 쥐어주는 순간 하루카는 왠지 이 일은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하루카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하루카!!!"

 

계단에 앉은 채 그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던 치하야가 깜짝 놀라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하루카의 귓가에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주변에서 여기저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하루카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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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제 자보르그 + 강뢰황 하몬 + 미키 = 강뢰여제 미키 '~`?..네이밍 센스가 없는 D펠입니다(..)

그나저나 마코토이기에, 성별 다른 할아버지와도 똑같이 생길 수 있던거겠죠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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