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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카] 있는 그대로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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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8, 2016 21:18에 작성됨.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수많은 눈이 저를 향했습니다. 저 눈에 담겨있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환영? 호기심? 기쁨? 귀찮음? 적대? 어떠한 감정이라도 좋으니 부디 무관심만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앞으로 계속 같이 일할 동료들인데, 무시 받는 건 싫으니까요. 타인의 무관심이 익숙하다 해도, 계속 받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럼 전 러브라이카를 데리러 가보겠습니다. 뉴 제너레이션 여러분들이 간단히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이 바쁜 프로듀서 씨가 사라지자 사무실에 있던 아이들이 제게로 모여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예쁘고, 아름다운 소녀들입니다. 책 속에 파묻혀 생기를 잃은 저와는 달리, 다들 저마다의 빛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시마무라 우즈키에요! 잘 부탁드려요!”
“시부야 린이야. 린이라고 불러줘.”
“뉴 제너레이션의 리더 혼다 미오! 잘 부탁해!”

 

프로듀서가 부탁했던 세 사람이 제게 와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저라도 이 세 사람의 유닛, 뉴 제너레이션이 굉장히 인기 있는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미시로 프로덕션 아이돌 사업부의 중심이라고 했지요.
세 사람은 신입을 안내하는 게 익숙한지 이것저것 필요한 정보들을 챙겨주었습니다. 때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메모하며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데 문득 구석에 앉아있는 한 소녀가 보였습니다. 다들 두세 명씩 모여 이야기를 하는 사무실에서 혼자 구석에 있는 소녀라니, 절로 신경이 쓰였습니다. 제 시선을 알아차린 미오 씨가 말했습니다.

 

“아, 저 아이? 호시 쇼코라고 해. 버섯을 정말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야!”
“순수……. 뭐, 확실히 여러모로 순수하지.”

 

옆에 있던 린 씨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이네요.

 

“안녕! 쇼코 쨩!”

 

미오 씨가 활기차게 쇼코 씨를 부르자 구석에서 벽을 관찰하면 쇼코 씨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긴 회색 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 제 모습이 비치자 조금 놀란 듯 움찔거렸습니다. 별처럼 빛나고 있는 여타 아이돌과는 달리, 상당히 소심한 모습이었습니다.

 

“후, 후히…… 미오…… 반가워…….”
“버섯은 잘 자라고 있어? 이쪽은 사기사와 후미카쨩!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이야!”

 

갑작스레 소개해서 다소 놀랐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응, 쇼코. 호시 쇼코야. 나도…… 잘 부탁해…….”

 

답을 한 쇼코 씨는 다시 구석으로 돌아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쪽에는 정체모를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버섯에 관련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저렇게 생긴 버섯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아직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쇼코 쨩이 낯가림이 심해서 친해지기는 어렵겠지만, 착한 아이니까 앞으로 잘 지내봐!”
“네, 조언 감사합니다.”
“아니, 조언이랄 거까지야…….”

 

보이는 그대로 소심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혼자서 버섯을 보는걸 보니 친한 사람도 많지 않겠지요. 문득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책이 있는 것처럼, 쇼코 씨에겐 버섯이 있나 봅니다. 언젠가 꼭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네요.

 

 

 

“자, 오늘 레슨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트레이너 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언제나 책 속의 세계에 살던 제게 몸을 움직이는 일은 굉장히 가혹한 일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너무 힘이 드네요.
간단히 정리를 마친 트레이너 씨가 제게 다가와 오늘 잘 안된 것들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트레이너도 좋은 사람이라 완곡한 표현을 쓰며 돌려 말해주고 있지만, 제 상태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난국이에요. 스탭, 안무, 발성,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문장으로 적으면 이렇게도 쉬운데 현실은 냉혹하네요. 트레이너 씨의 말이 귓속에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난 뒤에 일어서려고 했으나 힘이 풀린 다리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제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데, 무슨 아이돌을 한다고……. 이런 제게 프로듀서는 무슨 가능성을 보았을까요. 빛나는 세계, 화려한 스테이지는 저에겐 어울리지 않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아이돌 권유를 받았을 때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트레이닝을 받는 지금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만둘까요. 그만두고 싶습니다. 제겐 역시 책 속의 세계가 어울립니다.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눈부신 소녀들이 춤추는 무대가 아닌, 낡은 종이와 검은 활자가 멋진 그림을 자아내는 그곳이요. 다음에 프로듀서를 만나게 된다면, 확실히 그만둔다고 말해야겠습니다. 저를 데려온 프로듀서에겐 미안하지만, 제겐 가능성이 없으니까요.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가 들어왔습니다. 언제나처럼 손으로 목을 만진 채였습니다. 험악한 얼굴을 보자 조금 망설여졌으나 마음을 굳게 먹고 입을 열었습니다.

 

“프로듀서 씨.”
“아, 사기사와 씨. 여기에 계셨군요. 마침 찾고 있었습니다.”
“네……?”

 

험상궂은 미소(본인은 최대한 자연스레 미소를 짓는 것이라고 합니다)를 지으며 저를 부르는 바람에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프로듀서는 서류를 하나 꺼내 제게 내밀었습니다. 라이브 일정이 적힌 타임 시트였습니다.

 

“내일 저희 아이돌 중 몇 분이 미니 라이브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기사와 씨는 아직 바로 옆에서 공연을 본 적이 없으시니, 이번 기회에 같이 가셔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트레이닝 일정은 제가 조정해 놓았으니, 내일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시길.”
“…….”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관계자석에서 라이브를 보게 되는 건가요.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기에 이번 기회에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화려하게 빛나는 그녀들을 보면 더 자괴감에 빠질 것 같아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저기, 죄송하지만.”

 

그때, 문득 타임 시트에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시 쇼코. 그녀도 내일 라이브를 하는 모양입니다. 저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저보다 더 소심한 그녀가 무대 위에 선다니, 갑자기 호기심이 솟구쳤습니다. 마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발매를 앞둔 듯 마음이 흔들렸어요.

 

“네? 뭔가 문제라도……?”
“아니, 아닙니다. 내일 보러 가겠습니다.”

 

결국, 저는 라이브를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일이 아니면 그녀의 라이브를 볼 수 없을 테니까요. 조만간 저는 아이돌을 그만둘 것이고, 다시 책 속에 파묻힌 제가 라이브를 보러 갈 엄두를 낼 리는 없겠죠. 마지막,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한 저는 얌전히 관계자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라이브를 하지 않는 다른 분들도 이곳에 오셨지만, 대부분 대기실로 놀러 가 있어서 관계자석은 고요하네요. 저는 아직 친한 사람도 없고 해서 홀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 후미카 쨩도 왔구나!”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미오 씨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연극 연습이 있다고 나가셨는데, 다소 일찍 끝난 듯해요. 그녀는 제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오늘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도 선뜻 말을 붙여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미오 씨와의 대화는 흐르고 흘러 이윽고 쇼코 씨에게 이르렀습니다. 저는 침을 삼키며 바짝 긴장했습니다. 과연 미오 씨가 본 그녀의 공연은 어땠을까요.

 

“쇼코? 쇼코는 정말……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동료 아이돌에게 여러 가지 수식어를 붙여가며 극찬하던 미오 씨가 망설이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역시나. 소심한 그 모습이 그대로 무대로 이어져 다소 미흡한 무대가 나온 걸까요. 천성의 소심함은 고칠 수 없나 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하지. 임팩트 하나는 우리 미시로에서도 최고야.”
“……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굉장하다니요. 그것도 모자라서 미시로에서 최고라고요……? 화려한 미카 씨도, 고고한 카에데 씨도, 귀여운 나나 씨도 있는데. 그들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줄 수가 있는 건가요?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쇼코 씨가요?

 

“그 무대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지. 오늘 보면 알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오 씨는 다음 차례인 카나데 씨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은 쇼코 씨에 대한 이야기로 꽉 차서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입장이 시작되어 미오 씨의 이야기가 끊길 때까지 저는 계속 쇼코 씨를 곱씹었습니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고 여러 아이돌 여러분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반짝반짝하던 그녀들이지만, 역시 아이돌은 무대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눈앞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그녀들은 너무나도 눈부셨습니다. 마치 태양과도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면 제 몸이 잿더미가 되어버릴것만 같네요.
감탄과 절망과 선망과 시기가 몇 번이고 교차하여 제 감정이 꼬였을 무렵, 드디어 쇼코 씨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그녀는, 저와 가장 닮은꼴인 그녀는 과연 어떻게 빛을 낼까요.
꺼졌던 조명이 켜지자 커튼 뒤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옷에 달린 장식이 많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작은 키에 긴 머리카락을 보니 쇼코 씨겠지요. 평소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나고 각진 장식들이 많이 달려 있네요. 이제 커튼이 걷히고, 쇼코 씨가 모습을…….

 

“인베에에에에에이이이이드으으으!!”

 

공연장을 쪼개버릴 듯한 기세로 울리는 목소리. 이에 호응하듯 소리치는 관중들. 가시와 징이 박힌 가죽옷. 온몸을 수놓은 기괴한 무늬. 움직일 때마다 철컹거리는 쇳조각들. 초점을 잃어버린 회색 눈동자는 끊임없이 관중석을 훑으며 움직였습니다.

 

“Mush up!”
““Mush up!””

 

광기로 가득 찬 버섯의 포효와 함께 더욱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끝없이 목을 울리며 스테이지를 누비는 쇼코 씨는, 제가 알던 그 소심한 버섯 소녀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깔끔하게, 때로는 목을 긁으며 소리치는 저 아이돌은 대체 누구일까요.
거기에 이 장르는, 분명 메탈이라고 불리는 장르였지요. 락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돌은 여럿 보았지만, 메탈을 부르는 아이돌은 처음 봅니다. 평소에 저와는 큰 연관이 없던 장르이지만 이렇게 접하게 되니 그 웅장함에 절로 압도당했습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쇼코 씨는 마지막으로 마이크 스탠드를 크게 휘두르고(동시에 밑에서 불꽃이 올라왔습니다.) 무대 뒤로 퇴장했습니다. 그제야 긴장을 놓은 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때? 굉장하지?”

 

옆에 있던 미오 씨가 씩 웃으며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저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정말로요.”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반드시 쇼코 씨를 만나봐야 한다는 사실을요.



공연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공연장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천천히 대기실로 향했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소란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조용히 쇼코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대기실은 굉장히 시끄러워서 다행히 제가 문 여는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바로 앞에 있던 몇몇 분들이 저를 보았습니다. 카나데 씨가 푸른색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습니다.

 

“어머, 후미카잖아.”

 

저는 꾸벅 인사를 했고 옆에 있던 다른 분들이 받아주었습니다. 슈코 씨와 시키 씨, 프레데리 카씨. LiPPS 분들이군요. 일행 중 가장 장난기가 많은 프레데리카 씨가 커다란 눈동자를 빛내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여긴 어쩐 일이야?”
“그…… 쇼코 씨를 만나 뵙고 싶어서요.”
“쇼코? 저쪽에서 코우메랑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

 

대답을 해 준 슈코 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곧바로 그쪽을 향했습니다. 어느새 분장을 지우고 원래대로 돌아온 쇼코 씨가 코우메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버섯이 심어진 화분을 든 채로요. 제가 그쪽으로 가자 두 분이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아, 저기……. 그.”
“사기사와 후미카 에요. 오늘 공연 고생하셨어요.”
“응……. 고마워.”

 

코우메 씨가 소매를 흔들었습니다. 코우메 씨도 오늘 굉장했죠. 귀여움과 호러가 공존하는 무대라니,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체구도 작고, 나이도 어린데 굉장하군요.

 

“쇼코 씨, 잠시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응? ……나?”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쇼코 씨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제대로 대화를 한 번도 나누어 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얘기하자고 하니 당연히 당황스럽겠지요. 쇼코 씨를 당황하게 해서 죄송했지만, 지금 당장 물어보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테니…….
복도로 나온 저는 쇼코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키는 코우메 씨나 사치코 씨와 같은 142cm. 체중은 35kg. 동년배의 여자아이에 비해 키도 체구도 작은 그녀인데,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폭발적인 에너지가 쏟아져 나올까요.

 

“……그, 무슨 일…… 이야……?”
“아, 죄송해요. 제가 불러놓고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제 눈치를 보는 쇼코 씨에게 잠시 사과를 하고는 본론을 꺼냈습니다.

 

“쇼코 씨는 어떻게 그런 라이브를 하실 수 있는 건가요?”
“내…… 라이브? 음, 그렇구나……. 오늘 처음 봤지.”

 

쇼코 씨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보아하니 비슷한 반응을 많이 겪어 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잠시 제 머릿속에서 단어를 정리한 뒤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쇼코 씨는 평소에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무대 위에서는 변할 수 있죠?”
“으음? 으으음…….”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잠시 고민하던 쇼코 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냥……. 무대 위에 올라가면 그래. 분장을 하고…… 마이크를 잡으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자연스레 나와. 그것뿐이야.”
“자연스레…….”

 

저는 홀로 쇼코 씨의 말을 되뇌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혹시나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의심도 잠깐 해보았는
데, 정확히 자신이 무얼 했는지 기억하고 의식하는 걸 보니 아니겠지요.
분장. 어쩌면 분장에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내면을 바꾸려면 외면부터 바꿔야 하는 법. 항상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두꺼운 옷으로 몸을 덮으니 소심함을 버리지 못하는 거겠죠. 내일부터 스타일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에, 그러니까.”

 

다음 날, 저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베테랑 트레이너 씨가 미묘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저를 바라보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말을 꺼냈습니다.

 

“집에서 여기까지 그러고 온 거야?”
“네.”

 

트레이너 씨가 이마를 짚었습니다.

 

“왜 그랬어?”

 

그녀의 말을 들은 저는 연습실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습니다. 뒤로 완전히 빗어 넘겨 머리띠로 고정한 머리, 검은색 가죽 재킷에 헐렁한 와이셔츠, 군데군데 찢어진 청바지. 나름 일탈을 한다고 입어봤는데 많이 이상한 걸까요.

 

“……이상한가요?”
“아주 많이.”
“그런가요.”
“오면서 회사 사람 아무도 안 만났어? 뭐라고 하는 사람 없었어?”

 

트레이너 씨가 한숨을 푹푹 쉬며 따졌습니다. 회사 사람이라고 하면, 건물 안에서 LiPPS 분들을 만나긴 했네요. 미카 씨가 눈이 커지며 뭐라 말을 하려 했는데, 옆에 있던 프레데리카 씨와 시키 씨가 제지한 게 기억납니다. 카나데 씨와 슈코 씨는 평소처럼 인사를 해 주셨고요.

 

“또 LiPPS야? 하아, 미카가 고생이 많구나.”

 

결국, 오후에 연습하러 온 프레데리카 씨와 시키 씨는 트레이너 씨에게 혼이 났고, 저는 루키 트레이너 씨와 미카 씨에게 한 시간 동안 패션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 외모에 알맞게 저를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요.

 

 

 

다음으로 제가 주목한 것은 마이크였습니다. 분명 마이크를 잡고, 소리를 지르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하셨죠. 그래서 보컬 레슨을 받을 때 마스터 트레이너 씨에게 부탁을 드려보았습니다.

 

“그래. 진짜 무대에서 하는 것처럼 마이크를 잡고 연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항상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제가 이런 부탁을 하자 마스터 트레이너 씨는 매우 흡족해하셨습니다. 곧바로 마이크를 하나 가져와서 제 손에 쥐어주셨죠. 단단한 재질로 된 마이크는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저는 마이크를 입에 갖다 댄 채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이윽고 반주가 흘러나왔습니다. 오늘 연습할 노래는 미시로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대표하는 노래인 ‘부탁해요, 신데렐라’ 입니다. 간주가 짧으므로 곧바로 리듬에 맞춰 시작을 해야 하죠. 저는 눈을 질끈 감고 크게 숨을 들이쉰 뒤 힘껏 내뱉었습니다.

 

“부! 탁해요! 신! 데 렐라!”
“잠깐! 잠깐!”

 

마스터 트레이너 씨가 곧바로 반주를 껐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다가왔습니다. 얼굴에는 분노를 숨기지 않은 채로요.

 

“뭐하는 거야, 후미카?”
“어…… 저기, 이상했나요?”

 

진지한 어투로 반문하자 분노는 곧 당혹스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알았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진지한걸요. 잠시 생각을 하던 마스터 트레이너 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어디서 무얼 보고 그렇게 소리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야. 지금 당장은 답답할지도 모르지만, 우선 나를 믿고 따라오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또다시 실패했습니다. 외모를 바꾸어도, 목소리를 바꾸어도 저는 변하지 않네요. 오히려 주변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며 잔소리를 들을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변하지도 않고 변할 수도 없는 저는 아이돌에 어울리지 않아요.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그만두기 위해 프로듀서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마스터 트레이너 씨에게 물어보자 아스타리스크 분들을 따라 이동하다가 밤에 돌아온다고 하네요. 저는 꾸벅 인사를 드리고 프로듀서의 사무실로 갔습니다. 노을빛이 새어 들어와 노랗게 물든 사무실은,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아름다움을 두 눈에 가득 담아두어야겠죠.
혼자 감상에 젖어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생각보다 일찍 왔군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는 회색 털 한 가닥밖에 없었습니다.

 

“저, 저기…….”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내려 보니 곤란해 하는 쇼코 씨가 보였습니다. 저처럼 프로듀서를 찾아온 걸까요? 우선 가볍게 인사를 하곤 말을 건넸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아직 오지 않았어요.”
“……아, 아니. 프로듀서를 찾아온 게 아니라……. 너를 보러…….”
“저요?”

 

쇼코 씨가 저를 볼 일이 있었나요. 저와 쇼코 씨의 관계라고 한다면, 제가 일방적으로 동경하고 있는 게 전부인데. 누구한테 말한 적도 없으니 쇼코 씨가 알 리가 없을 텐데요.

 

“최근에, 연습을 할 때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든지, 이상한 분장을 한다든지…….”

 

제가 했던 기행들이 벌써 회사 내에 다 퍼졌나 봅니다. 조금은, 부끄럽네요.

 

“그게,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해줬던 말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어서…… 말해주러 온 거야.”

“무슨 말을……?”

 

쇼코 씨는 조심스럽게 저를 쳐다보더니, 이내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습니다.

 

“분명 나는…… 그렇게 해서 아이돌이 되었어. 하지만, 다른 사람도 그렇게 된다는 법은 없지……. 아이돌은 저마다 빛나는 방법이 다르니까…… 소심하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해서 코우메가 나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처럼……. 후미카에게도 맞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저만의 방법이요?”
“응. 그러니까…… 누구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 아마도.”

 

끝을 애매하게 덧붙인 쇼코 씨가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저는 곰곰이 그녀의 말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맞는 방법. 있는 그대로의 자신. 저마다의 빛……. 저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저는 누구일까요.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역시 제 자신뿐입니다. 저를 낳아준 부모님도, 저를 서점에서 일하게 해 준 숙부님도, 저를 스카우트해준 프로듀서도, 저를 훈련시켜 주는 트레이너 여러분들도 대답해주지 못하겠죠.
제 자신, 있는 그대로의 나. 사기사와 후미카. 저는,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있으며,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기사와 씨?”

 

제 이름을 부르는 정중한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장신의 남자가 제 눈앞에 있었습니다. 험악한 외견과는 달리 자신이 맡은 아이돌을 진심으로 아끼고 도와주는 남자, 저의 프로듀서였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홀로 사색에 잠겨 있었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쇼코 씨는 어느새 사라진 뒤였습니다.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지요?”

 

맞아요. 저는 프로듀서 씨에게 말을 하러 찾아왔죠. 아이돌을 그만둔다고. 그 말을 꺼내기 위해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쇼코 씨의 말이 제 목소리를 막았습니다. 다시 입을 다문 저를 프로듀서 씨가 지긋이 쳐다보았습니다. 기다려주는 프로듀서 씨에게 감사하며, 생각을 정리한 저는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프로듀서 씨, 제 데뷔곡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네? 데뷔곡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얘기에 프로듀서는 적잖이 놀란 모양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잠시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되돌릴 순 없지요. 저는 다시 프로듀서를 향해 말했습니다.

 

“그 곡의 가사, 제가 써도 될까요?”

 

 

아이돌을 계속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닙니다. 여전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가득해요. 하지만, 한 번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해보고 나서 그만둬도 늦지 않겠지요. 쇼코 씨가 말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요. 그런 욕망이 절망을 누르고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전보다 더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가사를 써 보았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소설 습작을 몇 편정도 써 본 적은 있지만, 가사는 소설과 굉장히 많이 다르네요. 얼마 되지 않는 문자에 제 생각을 담아야 하고, 멜로디에도 맞춰야 하고……. 굳어버린 머리를 억지로 움직여가며 제 마음을 써내려갔습니다.
몇 장의 종이를 버렸을까요. 몇 십 번을 지웠을까요. 몇 백 자를 적었을까요. 마침내, 제 첫 공연을 일주일 앞둔 날. 가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제 가사를 읽어본 프로듀서 씨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험악한 미소였지만, 그 속에서 프로듀서 씨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요.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프로듀서 씨에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정말 죽을 만큼 연습했습니다. 매일 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면, 마음 한구석에서 슬며시 절망이 말을 걸었죠. 이렇게 해 봐도 소용없을 거라고. 너에게는 어두운 서점과 퀴퀴한 책이 어울린다고. 저는 그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마침내 제 첫 공연 날이 밝았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르는 스테이지에 도착하자 두 다리가 떨렸습니다. 애써 힘을 주며 들어가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와는 달리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제게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만두려면 지금이라는 어두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리허설을 끝마치고 관객석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지금은 관계자 몇 사람만이 앉아 있을 뿐이지만, 본 공연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저를 쳐다보겠지요. 생각만 해도 오싹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노래를 한다니,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공연 시간이 서서히 임박했기에 화장을 받고 의상을 입어보았습니다. 흰색을 바탕으로 파란색을 섞어 놓은 346 프로덕션의 기본 드레스입니다.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니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꾸미니까 제법이잖아?”

 

패션을 잘 아는 미카 씨가 저의 어깨를 두드리고 갔습니다. 미카 씨가 저런 말을 할 정도라면 다른 사람이 봐도 괜찮겠지요. 조금은, 자신감이 올라갔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대기실 구석에 앉아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천천히 올라가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를 하고,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 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을 하고 내려온다. 첫 공연이라 배려해 주신 건지, 댄스 파트는 없었기에 노래만 잘 부르면 되네요.
종종 앞에 놓인 가사를 읽으며 계속,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정리했습니다. 좋아요. 어렵지 않아요. 수백 번을 연습했으니 괜찮을 거예요. 저도 틀림없이 빛날 수 있을 테죠.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었고 함성이 대기실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저는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았습니다. 제 머릿속엔 오로지 제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만이 계속 재생되었습니다.

 

“사기사와 씨. 슬슬 준비하셔야 합니다.”

 

눈을 뜨자 프로듀서가 제 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스테이지를 향해 걸었습니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었습니다. 옆에 있던 프로듀서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졌겠지요.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틀림없이 괜찮을 거예요. 괜찮아야 해요. 저는 자신을 스스로 다그치며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테이지를 향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열기와 함성이 점점 커집니다. 그러고 보니 제 앞 차례가 쇼코 씨였지요. 이 열기와 함성이 이해가 갑니다.
마침내 백스테이지에 도착하였고, 프로듀서가 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옆에 있던 스태프 분의 지시와 함께 저는 드디어, 무대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불이 꺼져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오로지 마이크 스탠드가 있는 곳에만 조명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그곳으로 간 저는 마이크 스탠드를 잡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정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눈. 여기도 눈. 저기도 눈. 눈. 눈. 빛나는 눈. 흐리멍덩한 눈. 반쯤 감은 눈. 무섭게 생긴 눈. 호기심에 가득 찬 눈. 기쁜 눈. 불만이 있는 눈. 남자의 눈. 여자의 눈. 학생의 눈. 청년의 눈. 중년의 눈.
숨이 막혀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입을 벌렸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노래를 시작해야 하는데. 하는데.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귀를 찌르고, 시야가 흐릿해지고 수많은 눈만이 남아 제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섬뜩한 눈동자들이 정신을 지배하고, 마이크도 의상도 제 얼굴도 가사도 모두 눈동자로 덮여…….

 

“소리가 작잖아아아아!!”

 

불현듯 들린 고함에 화들짝 놀래 옆을 보았습니다. 진한 분장을 한 쇼코 씨가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신입이 왔는데 이따위로 할 거냐!!”

 

쇼코 씨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모두의 눈이 쇼코 씨를 향하자 그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어지러운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입니다.

 

“히얏- 하! 좋아! 하지만 신입의 노래는 조용한 노래니까, 입 다물고 들어!”

 

그러자 관객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관객석을 한 번 둘러본 쇼코 씨는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려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웃음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준다. 그녀의 말처럼,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보여줘야겠지요.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래 제목은 Bright Blue입니다.”

 

좀 더 준비한 멘트가 많았지만, 길게 할 자신이 없어 최대한 간결하게 말했습니다. 마이크 스탠드를 양손으로 붙잡고,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飛ばしたページを読み返す様に
넘긴 페이지를 다시 읽듯이
心と向き合えば
마음과 마주보면
少しは自分を変えられる
조금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一歩を踏み出せそうで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을 읽는 것만이 전부였던 소녀가, 자신을 바꾸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으려 했지만.


どこまでも続くシナリオの中
끝없이 이어진 시나리오 속에서
どれだけの涙 笑顔に出来る?
어느 정도의 눈물을 미소로 바꿀 수 있을까?
やっと見付けた光
간신히 찾아낸 빛

 

어두운 자신의 마음속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길을 잃고.


ファンタジーな世界に
판타지의 세계로
逃げてるだけじゃ
도망치기만 해서는
本当の私も探せないまま
진정한 나도 찾아내지 못한 채로

 

다시 뒤로 가려고 했으나, 빛의 따스함을 찾아 내디딘 한 걸음.


顔上げてみたら
고개를 올려보니
見慣れた空
익숙한 하늘

 

아름답게 빛나는 이들에 이끌려, 용기를 낸 소녀는.


今日はいつもより
오늘은 어느 때보다
Bright Blue

 

푸른 하늘을 보며, 물었습니다.
나도, 영롱하게 빛날 수 있을까요?

 

반주가 끝나고,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요한 회장은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던 것처럼 조용했습니다. 제가 던진 물음에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
뒤에서 누군가가 친 박수를 시작으로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졌습니다. 제 이름을 외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저를 칭찬하는 소리도 섞여 있었습니다.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이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습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처럼 수많은 눈동자가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눈빛은 처음과는 판이하였습니다. 제게 희망을, 빛을 주는 눈빛이었습니다. 관객들은 제게 답해주었습니다. 그렇다, 라고. 저 빛나는 세계에 제가 있어도 괜찮다고. 언젠가 저도……. 누구보다 환하게 빛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기뻤습니다. 절망에 짓눌린 게 아니라, 기쁨에 겨우 나오지 않는 것이니까요.

 

“……감사…… 합니다.”

 

겨우 감사의 인사를 한 뒤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고, 제 미소도 커져갔습니다. 고개를 든 저는 빠르게 뒤로 돌아 무대의 뒤편으로 갔습니다. 볼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고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프로듀서가 따스한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포근한 미소와 함께였습니다. 옆에 있던 쇼코 씨는 말없이 웃어주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데, 옆에서 문이 열리더니 동료들이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데뷔 축하해!”

 

수많은 빛에 휩싸인 저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좋은 미소입니다.”

 

프로듀서가 건네준 아이돌 전문 잡지에는 공연이 끝난 직후의 제 사진이 있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제 얼굴을 보니 괜히 부끄러워져서 잡지를 덮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시키 씨와 프레데리카 씨가 본 뒤였습니다.

 

“후미카 쨩, 데뷔하자마자 잡지에 실린 거야? 대단한 걸~”
“어디어디, 오! 화제의 아이돌이래! 장안의 화제가 된 신인 사기사와 후미카는 누구인가?”

 

제 손에 있던 잡지를 빼앗은 두 분은 기사를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자 갑자기 아리스가 나타나 두 사람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후미카 씨가 곤란해 하시잖아요!”

 

그러자 시키 씨와 프레데리카 씨가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리스는 씩씩거리며 두 사람을 쫓아가기 시작했고요. 항상 제 편을 들어주는 아리스에겐 미안하지만 이럴 땐 어린아이 같네요. 물론 본인에게 직접 말해주면 싫어할 테니 그냥 웃었습니다.

 

“자자, 이제 연습시간이야!”

 

미나미 씨가 박수를 치자 불만이 가득한 얼굴인 아리스와 소파에 앉아 있던 유미 씨, 그리고 아이코 씨가 일어났습니다. 최근 유닛을 만들었거든요. 멤버는 아리스, 미나미 씨, 유미 씨, 아이코 씨, 그리고 저. 이렇게 다섯 명이랍니다. 연습은 항상 힘들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라 항상 즐겁습니다.
리더인 미나미 씨를 따라 이동하다가 142‘s와 만났습니다. 사치코 씨가 자신의 귀여움을 뽐내는 걸 지켜보다가 뒤에 있던 쇼코 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저를 향해 웃어주었고, 저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마 쇼코 씨도 저랑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같은 무대에서 다시 서로를 보여주자고.

 

 

 

 

 

후미카x쇼코... 커플이라기 보단 동료에 가까운 개념이라 그냥 후미카 팬픽이라 하겠습니다.

처음 두 사람을 보았을 때, 후미카는 쇼코를 동경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써본 이야기에요.

그도 그럴것이 평소엔 둘다 소심하기 그지없는 아이돌이지만, 무대에서도 항상 노력하는 후미카와는 달리 쇼코는 정말 자연스레 무대를 장악하니까요.

처음으로 제대로 써본 아이마스(데레) 팬픽이라 쓰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만, 쓰고 나니 뿌듯하네요.

앞으로도 종종 아이커뮤에 팬픽 올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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